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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 |





보도자료 

신정-정치
THEO-CRACY



축적의 법과 국법의 이위일체 너머

자본주의는 영속적인 종교운동이다

맑스에게 자본의 일반공식은 성부와 성자의 일체론으로 구동되며, 종교 비판은 모든 비판의 전제였다.
이 책은 맑스를 따라, 신정정치로서의 자본주의라는 일관된 관점을 
세월호, 박정희, 박근혜, 메르스, 희망버스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 속에서 변주한다. 


지은이  윤인로  |  정가  30,000원  |  쪽수  652쪽
출판일  2017년 3월 27일  |  판형  신국판 (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카이로스총서 45
ISBN  978-89-6195-158-6 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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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며 예언자다!

― 칼 맑스, 『자본론』


자본주의는 기독교에 기생하여, 

종국에는 기독교의 역사가 그것의 기생충인 자본주의의 역사가 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 발터 벤야민,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신정-정치』 간략한 소개

문학평론가 윤인로의 두 번째 단독 저서. “자본정치는 신정이다”라는 일관된 관점에 따라 박정희, 박근혜, 세월호, 촛불, 김진숙, 노동해방문학, 월스트리트점거, 사마라구의 소설, 바틀비, 조정환, 이승우, 보르헤스 등 다양한 현상과 인물, 텍스트에 대한 분석 속에서 이 관점을 변주하며 표현한다. 

화폐의 힘을 ‘현실적인 신’이라고 표현한 맑스, 자본주의를 기독교의 형질을 띤 것으로 포착한 벤야민, 현대 국가의 주요 개념들이 환속화된 신학의 개념이라고 했던 슈미트, 국법의 진정한 실험실이 교회법이었다고 한 아감벤. 이 책은 그런 성찰들을 따르면서, 신, 신성, 신적인 힘이 경제적 이윤과 정치적 권력 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중심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비평한다. ‘신정-정치’라는 이 책의 제목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힘의 축적상태와, 그것을 위한 법의 통치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러한 통치의 정지상태를 표현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곧 하이픈(-)으로 연결된 ‘신정-정치’는 그런 신적인 힘에 의해 인도, 매개, 합성, 재편되는 정치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하이픈에 의해 그런 신정정치의 매개상태가 절단되고 정지되는 상황의 발현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정-정치』 상세한 소개

화폐의 힘은 신의 권능과 다르지 않다

맑스는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을 인용하면서 화폐의 힘이 현실적인 신의 권능을 가졌다고 말한다.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아니, 신들이여! …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든다네. … 그렇다네, 이 황색의 노예는 풀기도 하고 매기도 하네, 성스러운 끈을.” 화폐의 사용이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의 신성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책 『신정-정치』는 이 점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는 온갖 말을 하므로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화폐는 온갖 목적에 대해 말하는 인류의 일반언어이므로 모든 수단들의 아버지이자 최종목적이 되는 ‘눈에 보이는 신’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신의 통치(Theo-cracy)를, 신정(神政)에 의한 정치의 인도, 가공, 조달, 관리의 공정을 비평한다. 

‘신정-정치’라는 조어 속의 하이픈(-)의 의미는 무엇일까? 제목의 하이픈은 의도적이다. 그것은 우선 신정에 의해 이끌리는 정치, 곧 신정에 의해 정치가 인도, 사목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은 목양과 울타리치기로 영양배분(nemein)의 법(nomos)을 사고하는 목자 모세의 유일한 정치를 비판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 속의 ‘모세’를 비판하면서 시작한다. “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며 예언자다!”(칼 맑스, 『자본론』) 

그런데 하이픈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성스러운 끈’에 의해 삶이 반복적으로(re) 묶이고 합성되는(ligio)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축적의 평면을 낯설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낯설게 인식하기”는 이 종교적(religious) 축적의 평면이 ‘다르게 존재하는’ 법의 저울에 달리고 재어지며 쪼개지는 시공간의 탄생을 목격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저자는 여기에서 신정과 정치 사이에 그려진 하이픈에 다른 의미를 덧붙인다. 그 하이픈은 신적인 힘에 의한 삶/정치의 매개와 인도가 정지되고 있는 시공간을, 신정의 일반공식이 절단되고 있는 신성모독적 비판의 상황 발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신정”을 고발하다

이 책의 「서론」에서 정치경제학의 용어와 신학의 용어들은 서로 겹치고 침투하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상연한다. 예를 들어 맑스는『자본론』 1권 4장 ‘자본의 일반공식’에서 G(화폐)―W(상품)―G´(화폐 + 잉여가치)라는 자본의 순환 원칙을 제시했다. “100원에 구매된 면화가 100+10원, 즉 110원에 다시 판매되는 것”이라는 맑스의 설명을 떠올리면 된다. 이것은 “G´이라는 증식의 무한성 및 축적의 항구성을 구축함으로써만 자기를 생산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잉여가치ΔG의 존재론”이다. 자본의 이 일반공식은 우리 사회에, 우리 삶 속에, 우리들 내면에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바로 그런 존재론에 뿌리박은 자본의 일반공식이 … 목하 신의 성무(聖務)로서 집전되고 주재되는 중이다.” 사회를 바꾸자고 목소리 높여 앞장서서 외치는 사람들도 이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대개 문제제기하지 않으며 자본주의를 기정의 질서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사업과 장사의 기본원리로 여겨지며 때로는 인간관계와 인생의 지혜로 대우받기도 한다. 이 논리를 체화하지 못하는 자들은 낙오자가 된다. 우리는 우리 생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떠한 의심도 없이 G―W―G´의 순환원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것을 받들며 살아간다. “신의 성무로서 집전되고 주재되는 중”이라는 표현은 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다. 

“이 과정 속에 들어있으며 그 과정을 추동하는 잉여가치 10원이 곧 성자이며, 최초의 가치 100원을 이른바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힘이 바로 그 잉여가치=성자이다. 성스러운 아들/그리스도/10원에 의해 성부/100원은 비로소 110원(성부와 성자의 일체/축적체)의 사명을 유혈적 성사(聖事, sacrament) 속에서 온전히 관철하며, 그럼으로써 후광 두른 신으로, 곧 자본으로 된다.” 우리는 모두 자본교의 신자들이다. 

독재적 부성-로고스 박정희와 그리스도 박근혜 

자본정치는 신정이라는 저자의 일관된 관점은 박정희, 박근혜, 세월호, 촛불, 김진숙, 노동해방문학, 월스트리트 점거,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 바틀비, 조정환, 이승우 등 다양한 현상과 인물, 텍스트에 대한 분석 속에서 변주되며 표현된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5개월 후 『뉴욕타임즈』에 실린 세월호 3차 광고에서 저자는 왜 박근혜가 저 이미지 속에서 “왜 저렇게 입을 앙다문 굳은 얼굴인가, 왜 저렇게 검은 옷 입고 흰 장갑 낀 채로 기립해 있는가.”라고 묻는다.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한 몸이 되기 위해서, 저 신성한 최종심(급)의 재판봉/팔루스와 영구적이고 항시적인 한 몸이 되기 위해서이다. 저 부성-로고스와 한 몸이 된 그리스도”가 되기 위해서이다. “독재적 부성-로고스” 박정희와 그리스도 박근혜는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도움을 받아 G―W―G´ 속에서 다음처럼 읽힌다. 최초의 가치/성부의 자리에 아비 박정희를 놓아보자. 투하된 100원에 의해 직조된 임금노동의 연관 속에서 생산 중인 것이 상품이듯, 여기에서 상품의 지위에 내놓이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삶/생명이다. “상품의 판매/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획득되는 잉여가치/10원/성자, 오직 그것과의 합일을 통해서만 최초의 가치/100원/성부는 비로소 순수한/증식된 가치로서의 자본/110원/신/G´이 된다.” 독재자와 그 딸은 오직 우리 삶과 생명을 통해 잉여가치인 성자와 합일을 하게 되며, 자본 신을 향한 자기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한사코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박근혜의 생애 전체를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공통적인 것의 힘

「공통적인 것의 신학정치론: 카이로스라는 힘의 격률에 대해」는 “창조적 내전 수행으로서의 비평”(조정환)이 인지자본주의라는 이윤축적의 역사적 정세 속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그 글은 튀니지에서 촉발된 아랍혁명의 특징이 다름 아닌 ‘메시아적 참여의지’ 속에서 중심지도부의 상명하달이나 지도강령의 봉행이 아니라 ‘각자의 지도자-되기’를 관철시키고 있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런 ‘신성의 경험을 통한 비상사태’에 의해 수행되는 다른 법의 정초 가능성에서 촉발되고 있다. 비평가 조정환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틈과 단절이자 새로움의 구성인 ‘때’ ”라고 표현할 때, 그것을 “지속으로서의 시간을 파열시키는 틈이자 미분의 힘, 공통적인 것을 생산하는 구성의 힘”으로 다시 정의할 때, 카이로스의 시간은 그런 신성의 경험과 비상사태의 제헌적 시간을 동시에 가리키며, 그런 카이로스적 시간으로서 발현하는 정치적인 계기들은 이윤의 축적을 위한 양적 집적의 시간으로서의 크로노스 또는 신체적 규율과 집합적 확률의 합성체(律/率)에 의해 관리되는 시간으로서의 크로노스적 체제를 정지시키는 신적인 힘의 성분을 지닌다.  

그런 카이로스적 시간, 곧 바울-벤야민 ‘곁’에서 조정환이 말하는 지금시간(Jetztzeit), ‘지금 이때(호 뉸 카이로스)’의 시간에 근거해 비판되는 것은 ‘기원론적 관점’이다. 그것이 다음과 같이 신과 사제의 협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기원론적 관점은 신정정치적 통치이성의 자기 재생산을 위한 동력이다. “ ‘기원론적 관점’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묘사)―‘그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이런 뜻이다’(해석)를 반복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을 인간에게 전해온 사제의 사유방식과 언어습관을 반복한다.” 그 반복 속에 “금융자본, 돈, 군대와 경찰, 정보기관, 신고, 몽둥이, 폭음, 이지메, 자포자기, 정리해고(앞으로는 일반해고까지) 등등이 그 재생산의 부품들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장치들을 통해 기원은 단두대로 기능하며 공포를 우리 삶의 가장 일반적인 정서로 구축한다. 그 효과는 공통적인 것의 사적 전유이며 자본주의적 축적의 확대재생산과 더 큰 지배이다.” 조정환이라는 ‘확대경’ 속에 들어있는 그런 문장들, 그런 문장들이 향하는 비평적 힘의 형질, 곧 신학의 언어로 구성·표현되고 있는 공통적인 것의 힘에 주목했던 것이 위의 글이었다.

책의 구성 

축적의 일반공식에 대한 신학적/묵시적 인식의 사상연쇄를 ‘자본의 성무일과(聖務日課)’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 「서론」을 필두로, 뒤따르는 네 부는 서로 관계 맺고 있다. 

Ⅰ부 「통치-축적론」에서는, 여기 메르스의 통치론 속에서 재편되고 있는 생명상태를 ‘면역 전쟁’의 공정이라는 첨예화된 주권 발효의 생산물로 인식하고, 정치적인 것의 고유명으로서의 ‘세월호’ 또는 ‘4·16’ 이후의 통치실천을 주권 대행자의 애도-국상(國喪)에 의한 헌법정지상태 속에서 분석하며, 여기 정부의 ‘규제완화 기요틴’을 구원적/절멸적 신정-정치의 자기증식적인 운동 원리이자 그 동력으로 정의하고, ‘통치기밀’의 주관자(예컨대 국가정보원)에 의한 흠정상태 및 그것을 내재적으로 한정시키면서 그 너머로 발현하는 ‘대항비밀’의 벡터를 비평하며, 투쟁의 정당성-근거를 이루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의 문장들을 독해하면서 거기에 기록된 법적 주체로서의 ‘누구든지’를 정치미학적 패러디의 힘 속에서 다시 정의한다. 

Ⅱ부 「점거-임재론」에서는, 애초에 축적의 기계적 마디로 장치되었으되 투쟁의 극한적 무대로 거듭 재결정되고 있는 고공의 현장들, 곧 크레인, 골리앗, 굴뚝, 철탑에서의 삶, 생명에 대해, 그런 점거의 상황성을 여기 고공의 현장과 함께 나눠가졌던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의 시공간에 대해 다룬다. 점거의 삶정치를 그것의 역사적 형질에 대한 분석 속에서, 도래중인 메시아적인 것의 정의 속에서 특권적인 것으로 정초하면서 신정-정치적 축적의 후광 속으로 인도불가능한 ‘비정립적’ 제헌력의 형태소를, 발현하는 그 힘의 목격과 파지를 위한 인식의 태세와 방법를 비평한다. 

Ⅲ부 「불복종-데모스론」에서는, 작가 사라마구의 예외상태적 백지투표가 촉발시키고 있는 의회민주주의론, 봉기론, 국가이성론, 환대론, 독재론 등을 다루고, 멜빌의 그리스도-바틀비가 증식시키고 있는 상용구 ‘~하지 않는 쪽으로 하겠습니다’의 로고스/노모스를 그것에 의해 중단되는 입법적 힘의 형질과 함께 비평하며, 보르헤스의 정치론을 신화적 ‘독일정신’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 불복종적/비인칭적 비히모스론과 카발라의 만유회복론 속에서 다루고,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시간론/비평론을 절단적 구성력으로서의 ‘카이로스’를 중심으로 응집시키면서 그것이 기존의 가치론 및 포섭론을 정지시키며 발현하는 지점들을 분석하고, 조직·제도의 힘과 봉기·저항의 힘이라는 ‘두 날개’론이 자기 오인의 이데올로기적 체계로 기능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그 두 날개론을  ‘종말론적인 것’에 대한 비평 속에서 다시 정의한다. 

Ⅳ부 「윤리-종언론」에서는, 「예레미아」 45장의 호명하는 신을 향해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소환·파송되고 있는 예레미아-신인(神人)에 대해, 그리고 그런 소환을 공동의 근거로 삼고 있는 레비나스와 본회퍼의 윤리론, 폭력론, 비상상태론, 종언론에 대해 다루고, 작가 이승우가 말하는 사회론 또는 발령의 구조로서의 ‘카프카스러운’ 사회의 정지상태를 ‘전적으로 다른 것/모든 다른 것’으로서의 타자 감각에 기초한 역사 종언적 무대의 연출 속에서 정의하며, 작가 황정은의 자기유래적 윤리론과 종언론(‘세계의 완파’) 간의 관계를 목적론 비판, 무위(無位)적인 것, 사라짐의 최후심판적 속성을 중심으로 비평하고, 윤리와 사랑에 대한 논의를 공동체의 정의와 결속시키는 비평가들의 신론 및 몰락론을 비교한다. 

여기까지의 4부 20장에 뒤이어지는 「다른 서론」은 책의 주조음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총론으로서 맑스, 니체, 벤야민의 모세론들을 비교·분석하면서 통치론으로서의 ‘불법의 비밀’과 그것이 개시·일소되는 ‘폭력의 해체’ 상황에 대해 논구한다. 두 서론들을 차이로서 보충하는 「보론」은 폭력 비판의 아포리아를 구성하는 벤야민의 ‘순수한 신적 폭력’을 위법성 조각사유(阻却事由)의 발현 상황으로, 죄/빚의 구성요건에 대한 해체의 정당성-근거로 다시 정의한다. 이어지는 「후기」는 그런 신적 폭력의 이율배반을 유다의 문학적/역사적 표상 속에서, 구원과 절멸의 근친성이라는 하나의 가설적 테제 속에서 사고하기 위한 시론으로 작성되었다.



저자 인터뷰 : 책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 세 가지 

Q.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1년 6월 제가 사는 부산 영도에서 있었던 사건, 곧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점거와 희망버스가 이 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크레인의 위와 그 아래, 그 정치적 현장에서 발현하고 있었던 비판적인 힘, 또는 이윤 축적을 위해 고안된 법들을 정지시키려는 힘을 어떤 식으로든 발굴하고 표현하는 것이 제겐 중요했습니다. 그런 발굴을 향한 의지가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몇몇 정치적 현장들을 대하는 저의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힘을 향한 그런 의지가 승리할 때 폐기되고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지만, 지금의 저는 그런 의지를 꽉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Q. 책을 쓰는 데 가장 많이 참조하신 사상가 2명과 그들이 선생님의 저서에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제게 맑스의 “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며 예언자다!”(『자본론』)라는 한 문장은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제게 『자본론』의 긴 각주 하나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은 삶이 신정-정치에 포획·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그런 신정-정치의 정지상태야말로 유물론적인 것의 힘이라는 것을 사고하게끔 했습니다: “종교가 만든 흐릿한 환영들의 세속적 핵심을 찾아내는 것은, 삶의 실제적 관계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관계의 신성화된 형태들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쉽다. 후자의 길만이 유일하게 유물론적이며, 따라서 유일하게 과학적인 방법이다.”(칼 맑스『자본론』) 발터 벤야민의 ‘신화적 폭력’과 ‘순수한 신적 폭력’이라는 적대 구도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본주의는 꿈(희망)도 자비도 없는 제의를 거행하는 일이다. 그 속에는 ‘평일’이라는 것이 없고, 모든 성스러운 치장의 의미, 경배하는 자의 극도의 긴장이 펼쳐지는 끔찍한 의미에서의 축제일이 아닌 날이 없다.”(발터 벤야민,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Q. 현재 한국의 사회적 상태에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1년 크레인 위의 고공점거에서 시작해 2017년 2월 현재의 정세, 곧 ‘촛불’에 의한 탄핵과 여기의 ‘궐위상태’(황제를 뒤이을 황제, 교황을 뒤이을 교황이 부재하는 상태, 지고한 힘의 공백상태)에 대한 비평으로 끝나는 이 책은, 그런 궐위상태가 병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 시간이 아니라 모든 힘들이 가면을 벗고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의 발현상태로 인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인용한 맑스의 문장을 따르자면, 이 책은 “삶의 실제적 관계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관계의 신성화된 형태들을 보여주는” 힘의 ‘정당성의 근거’를 여기 남한의 특정한 정세 속에서 구성해보려는 시도였다고 하겠습니다.


추천사

신을 읽어내려 했던 신학적 문제틀은 오히려 자본주의를 읽는 비판이론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 나는 윤인로의 비판이론적 저작 『신정-정치』에서 신학을 배우고 세계를 읽는 신학적 안목을 얻는다.
― 김진호, 『리부팅 바울』의 지은이

문체라는 것이 단지 스타일이 아니라 한 사상의 출현이라는 사건을 고지하는 일이라면, 윤인로는 그러한 문체의 발명자이자 그 드물고 고귀한 덕(virtù)의 실행자이다. 나는 그의 글에서 신정-정치로서의 자본주의와 길항하는 한 유물론의 끈질긴 현현을 본다. 두 G(Geld와 Gewalt) 사이의 숨은 신을 비집고서 끝끝내 도래할 또 하나의 G(Genius), 그 이미 온 것이자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것의 임재(parousia)를 환대하며 고대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 한 신정의 목이 잘린 듯 보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금 자라나는 또 다른 목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그저 나만의 환상이기를, 혹은 반대로, 차라리 나만의 환상은 아니기를, 이 책과 함께, 기도 없이 기도한다.
― 람혼 최정우, 『사유의 악보』의 지은이



책 속에서 : 신정-정치의 다양한 발현들

신-모세의 그 로고스/네메인/노모스를 집전하는 그는 다름 아닌 ‘자본가’ ― 또는 현대의 자본가/정치가 ― 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땅에 거하시는 우리 아버지 자본, … 전지전능한 분이여! 상품들의 창조자이자 생명의 근원이신 오 그대, 왕과 신민들, 노동자와 고용주를 다스리는 분이시여, 부디 그대의 왕국이 이 땅에 영원하기를!”
― 「서론 : 자본의 성무일과」 21쪽

아비/주/왕의 직계로서의 신성한 후광 속 박근혜=모세가 양손을 펴들며 ‘바다는 못 갈라도 국민은 가른다’고 말하자 ‘국민’은 바다가 갈라지듯 둘로 갈라져 삿대질하고 고함친다. 양들의 숫자를 세고 손수 먹이는 목자 모세의 앎과 기술, 국민의 분리를 통해 자기를 재생산하는 목자 박근혜의 로고스.
― 「면역체/전쟁체의 에코노미」 65쪽

추기경 염수정에게 있어 세월호의 침몰은 모두의 책임으로서의 무책임으로써만 들어올려지는 미코시여야 했고, … ‘마음이 아프면 마음에 담고 있으라’는 염수정의 혀가 여기 아비/딸의 환속화된 이위일체를 간구하는 성무일도의 혀로 존재/기능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 「신-G′의 일반공식, 상주정의 유스티티움」 93쪽

김진숙이라는 새로운 천사에 의해 전태일·김주익의 지나간 피와 내놓이고 있는 오늘의 피가 합수되고 있는 85호 크레인은 여기 우리들의 성좌다. 사람의 얼굴에 새의 발을 가진, 심장에 붉게 치솟는 화살표를 박아 놓음으로써 비상의 의지와 힘으로 충전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왜소하고 연약한 날개를 가진 새로운 천사의 곤혹과 역설.
― 「파루시아의 역사유물론」 267쪽

삶’(life)이라는 단어를 접두사로 붙여 만들어진 테제들. 삶활력, 삶정치, 삶권력, 삶시간, 삶언어, 삶문화, 삶문학, 삶예술, 삶미학. 그렇게 ‘삶’이라는 단어가 접두사로 붙여질 때의 힘과 의지에, 힘에의 의지에, 그 의지의 벡터궤적으로서의 비평에, 줄여 말해 조정환이라는 ‘확대경’에 주목하게 된다. 그에게 비평가는 예술가로 변신해가는 이행의 길 위를 걷는 자다.
― 「공통적인 것의 신학정치론」 376쪽

세월호라는 현장의 이면에 있었던 것은 정치경제적 축적을 위한 힘의 유착이었으며 힘의 융합이었다. 스스로를 재생산하기 위해 진실의 제작과 설계에 몰두하는 세 개의 독점적 힘들. 사건 초기의 정보와 자료를 독점했던 해경 정보수사국, 인명 구조를 위한 잠수권을 독점했던 언딘, 사건 전반의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경합수부. 이들과 유착되고 융합된 다른 힘들. 기업의 의사결정을 독점한 구원파의 종교지도자이자 자본가.
― 「신적인 호명-소환, 대항-로고스적 폭력으로서의 윤리」 463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윤인로 (Yoon In Ro, 1978~ )
문학평론가. 동아대에서 박사논문을 썼고 시간강사로 일했다. 2010년 창비신인평론상을 받았고 비평지 『말과활』『오늘의문예비평』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공동연구원으로 있었다.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자음과모음, 2015)을 썼고, ‘게발트-신-론’이라는 이름의 연작 비평을 구상 중이며, 그런 구상의 한 층위로 『정통성 또는 정당성』이라는 책을 쓰면서 법신학적 축적체로서의 교회·전쟁체에 관한 저작들을 옮기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7

서론 : 자본의 성무일과 ― 게발트/산파의 한 계보를 위하여  12

I 통치-축적론  49
면역체/전쟁체의 에코노미 : 각자도생의 생명상태에 대해  50
신-G′의 일반공식, 상주정(喪主政)의 유스티티움  84
내란적 기요틴의 화폐-칼날 : 여기의 헌법정지에 대해  101
통치기밀과 대항비밀, 지고고문의 흠정과 법-밖의-인간  126
특별법의 잔존이라는 정언명법 : 세속의 미가(Micah)로부터  162

II 점거-임재론  182
비정립적 제헌력-의-형태소 : 고공점거 또는 신적인 긴급피난  183
순수매개, 메시아성, 당파성 : 1990년 골리앗 위의 노동해방론  210
도래중인 철탑 아래 : 2013년 7월 20일, 울산의 르포  239
파루시아의 역사유물론 : 크레인 위의 삶을 위하여  253
비인칭적/신적 주이상스의 이념 : 월스트리트의 점거로부터  271

III 불복종-데모스론  297
백지투표의 갈채, 산파의 독재 : 메시아적 게발트가 하는 일  298
바틀비-그리스도론 : 사보타지 또는 신국에 대한 습격 직전  334
보르헤스적 비히모스-만유회복 : 독일정신분석으로부터  355
공통적인 것의 신학정치론 : 카이로스라는 힘의 격률에 대해  376
종말론적인 것과 게발트 : 성(聖)-조직의 에클레시아에 대해  400

IV 윤리-종언론  437
“여기서도 역시 문제는 존재-신-론을 끝장내는 것이다”  438
신적인 호명-소환, 대항-로고스적 폭력으로서의 윤리  454
책임의 비상시, 역사 종언의 무대 : 카프카스러운 사회로부터  475
카타스트로프의 발생점들, 파국의 로고스/노모스  492
몰락의 최고주권 또는 선악 저편의 사랑  509

다른 서론 : 신정정치로서의 자본주의 ― 불법의 비밀과 폭력의 해체 528
보론 : 신적인 폭력 또는 위법성 조각의 정당성 576
후기 : 구원과 최종해결의 근친성 ― 유다적인 것의 개념 612

추신 : 궐위 속에서 634
찾아보기 637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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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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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서의 생명』(멜린다 쿠퍼 지음, 안성우 옮김, 갈무리, 2016)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걸친 기간 동안 형성된 정치, 경제, 과학, 그리고 오늘날 미국의 문화적 가치들 간의 관계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중요한 연구이다. 멜린다 쿠퍼는 정치적 힘이자 경제 정책으로서의 신자유주의의 부상을 논의하지 않고서는 생명기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1970년대 재조합 DNA 기술의 발전에서부터 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쿠퍼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유토피아적 주장을, 점증하는 상업주의적 생명 과학 내부의 모순과 연결시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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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정동』(크리스티안 마라찌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4)

소통은 노동이다. 최근 우리는 생산과정에서 심각한 변형을 겪었다. (헨리 포드가 창안한) 조립라인이 모든 형태의 언어적 생산성을 배제했다면, 오늘날 소통 없는 생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과학기술들은 언어 기계들이다. 이러한 혁명은 새로운 종류의 노동자, 즉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다재다능하며 적응력이 매우 강한 노동자를 만들어냈다. 과거 표준화된 대량생산이 지배적이었다면, 오늘날은 특수한 소비 틈새에 부응하는 일련의 색다른 재화들이 생산된다. 이것이 마라찌가 『자본과 정동』에서 서술하고 있는 포스트포드주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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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마법』(리차드 디인스트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5)

이 책은 부채를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으로 다루면서, 모두가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는 세계가 지닌 다양한 함의를 분석한다. 저자는 미디어 정치, 통계, 보노의 국제원조 활동, 프라다 상점의 건축, 오바마의 국가안보전략, 맑스가 들려준 동화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횡단하면서 현 채무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러한 채무 체제를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유대로 재구상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한편으로는 억압적인 채무 체제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의존에 기초한 자유로운 사회적 유대로서의 빚을 발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2017.02.27 |




보도자료 

『기린은 왜 목이 길까?』
Der Hals der Giraffe : Bildungsroman



짧은 목을 가진 기린들과 아이들 없는 학교
어느 생물 선생님의 3일간의 행적 :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종(人間種)


독일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유디트 샬란스키의 장편 교양소설!

2011년 독일문학상(Deutscher Buchpreis) 후보작

2012년 9월 독일 부흐쿤스트재단(Stiftung Buchkunst)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
2012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빌레펠트, 괴팅엔, 하노버, 슈투트가르트에서 연극으로 상연


지은이  유디트 샬란스키  |  옮긴이  권상희  |  정가  16,000원  |  쪽수  360쪽
출판일  2017년 2월 28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피닉스문예 09
ISBN  978-89-6195-157-9 0385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유디트 샬란스키는 자연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닿을 수 없는 나무열매를 향해 목을 길게 뻗는, 

그러나 결국 다윈 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마는 어느 생물 선생님을 그리고 있다.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몰상식한 곳 중 하나인 학교이다.


“공동결정권이니 선택권이니 하는 건 로마르크한테선 기대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한테도 선택권은 없었다. 도태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 본문 중에서



『기린은 왜 목이 길까?』 간략한 소개

유디트 샬란스키의 『기린은 왜 목이 길까?』는 교양소설 또는 성장소설 장르의 새 장을 여는 작품이다. 샬란스키는 사회적 다윈주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완고한 성격의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한 잉에 로마르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인물은 기존의 교양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상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어 버린다. 고전적인 교양소설에서는 세상 밖으로 나와 갖은 경험을 하는 젊은 남자 주인공이 항상 등장한다. 반면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로마르크라는 여성은 학교에서든 사생활에서든 고집스럽게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목표만을 좇으며, 변화하는 자연․상황․주변 사람들에 대해 극도의 예민 반응을 보인다. 학생을 천적으로 여기는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는, 학생들에게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늘 강조한다.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여러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무한경쟁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인 우리 삶, 경쟁에 치중한 우리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극도의 냉소주의적 태도가 그녀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고 서글프게 만드는지 바라보면서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독일 통일 후 구동독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학생 수가 줄어들어 결국 학생이 없는 학교가 하나둘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점차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 문제이다. 점점 상황이 악화하여 최악에 이르면, 미래 어느 시점엔가 세상은 학생이 없는 학교로 가득할 것이고, 마지막 인간종이 사라지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학생이 없는 학교라니! 마지막 인간종이 사라지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럼, 그런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능성 있는 대답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대답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기린은 왜 목이 길까?』 상세한 소개

학생을 천적으로 여기는 교사 로마르크

2011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소설은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의 심리 흐름을 일터인 학교와 가정, 이웃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과 관련지어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묘사하고 있다. 로마르크는 자기 신념대로 우직하게 독불장군같이 사는 인물로, 새로운 변화와 주변 사람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니컬하게 평가하곤 한다. 

로마르크는 우글거리는 생명체들에 둘러싸여 있다. “자신들을 덮치는 호르몬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시적 흥분상태에”(22쪽) 쉽게 빠지는 사춘기 학생들, 무너진 건물 터를 꽉 채운, “담 높이까지 자란 잡초”(93쪽)들, 어느 날 새벽 4시가 채 안 된 시각, 침실 안에서 “숫자 8을 그리듯 크게 공중회전을 하며 이리저리 휙휙 날아다니”(84쪽)던 박쥐, 남편 볼프강이 돌보는 “알록달록한 양말 대님을 신고” “목장을 뛰어다니는”(48쪽) 타조 아홉 마리 등. 재미있게도, 소설 내내 리듬감 있게 그려지는 로마르크 주변 세계의 생명력과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로마르크는 세계는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엇박자의 감각이 이 소설의 커다란 매력이다. 로마르크의 혼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학생들이, 잡초가, 박쥐가, 뛰어다니는 타조들이 계속 로마르크라는 닫힌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다윈주의 신봉자 잉에 로마르크는 생존경쟁과 자연도태 원리로 학생을 우등생, 열등생으로 선별한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아이들은 똑똑하거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다. 우둔한 아이는 당연히 도태된다. 도태되는 우둔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낙오자이자 건강한 학급의 몸통에 붙어사는 기생충”(18~19쪽)이다. 어차피 낙오할 아이들은 격려할 것이 아니라 낙오자라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게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우둔한 아이들은 머지않아, 낙오자라거나 기생충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윈주의 자연법칙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다. (이 세계의 많은 이가 그러하듯이) 다윈주의 법칙을 신봉하는 로마르크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쇠퇴와 변화, 그리고 학생들의 낙오를 그저 냉정하게 관망할 뿐이다.

로마르크는 자기 딸 클라우디아에게도 엄격하고 냉정하게 대한다. 언젠가 어린 클라우디아의 담임을 맡았던 때, 교실에서 클라우디아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과 왕따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그녀다. 자연계에서처럼 인간들 사이에서도 강자-약자 관계가 필연적이고, 괴롭힘과 왕따도 자연스럽다.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낸 클라우디아는 성인이 되자 타국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된다. 로마르크는 딸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이내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세상이 자연의 법칙대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한편 사람은 변화보다는 법칙,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 움직이는 것보다는 고정된 것을 반복해서 찾게 된다. 누구든지 변화하지 않으려 기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며 자기 고집을 지키려 안타까워 보일 만큼 노력하는 사람을 누구나 한 명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좁디좁은 자기 세계에 갇혀 세계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는 첫 만남에는 거부감을 주면서도 이내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 어느 한 구석이 찔리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독일 통일 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생존경쟁과 자연 도태

기린은 왜 목이 길까? 잉에 로마르크에 의하면 기린의 목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생존을 위해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잎을 뜯어 먹으려 다른 기린들보다 목을 더 높이 뻗는 기린들이 생겼고, 기린들의 ‘목 뻗기 운동’이 반복되어 목이 길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리하여 긴 목을 가진 기린의 DNA가 그들의 후손에 전해진 것이다. 생존경쟁과 자연도태는 생물학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설명할 때에도 흔히 사용된다. 잉에 로마르크의 30년 직장인 구동독 지역 찰스-다윈 김나지움에서도 생존경쟁과 자연도태가 일어난다. 적어도 로마르크의 시선에서 이 점은 분명하다.

로마르크는 구동독 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 위치한 찰스-다윈 김나지움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생물 선생님이다. 이 학교는 통일 이후 이농, 실업, 쇠퇴 등에 의한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4년 후면 문을 닫게 될 운명이다. 지역 사회도 건물과 시설의 붕괴와 철거로 쇠퇴하여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다. 로마르크의 시선에서 통일 후 학교와 지역사회의 변화는 생존경쟁과 자연도태로 설명된다. 생존경쟁에서 패한 것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것들이 채운다. 황폐해진 마을 구석구석에는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 들꽃 같은 식물들이 싹을 틔워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저자에 따르면 기린의 목은 이 소설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기린의 목에 대한 진화론의 가르침을 배우는 “수업시간이 이 소설에서는 중요한 순간이다.”(7쪽) 그 순간에 잉에 로마르크 또한 “목까지 물이 차올라”있기 때문이다. “목까지 물이 차오른다”는 말은 독일어에서 ‘(어떤 사람이) 곤궁에 처해 있다’는 의미의 관용구이다. “곤궁에 처해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목 길이가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이 되어버린다.”(7쪽)

정작 로마르크 본인은 지역사회와 학교의 변화에도, 또 서독에서 밀려드는 자본주의적 방식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 로마르크는 통일 후 동독에 밀어닥친 급격한 변화가 달갑지 않다. 사실 괴롭기까지 하다. 구동독의 이웃들이 하나둘 고향을 떠나고, 학생 수가 줄어 학교는 폐교를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자본주의적 사상과 유행이 들어와 기존의 삶의 방식을 흔들어댄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로마르크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교사는 교사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지녀야 하고, 학생들과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버리지 않고 우직하게 이러한 태도를 고수해 나간다. 하지만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학교가 4년 후에 문을 닫게 된 상황에서 로마르크도 교사직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굳은 신념도 주변의 변화를 막지 못한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자기 자신이 자연도태될 운명에 처하고 만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주변인을 평가하는 로마르크

로마르크는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로 주변인을 분류하며 평가한다. 

동료 교사 카트너와 슈바네케는 새로운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물들이다. 서독 출신으로, 동독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사명을 안고 찰스-다윈 김나지움으로 전근 온 카트너는 처음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학교장이 된 후에는 학교와 동료 교사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슈바네케는 사교적이고 에너지 넘치며 시대의 유행에 민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아픈 사생활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며 상대방에게 연민과 격려를 구걸하기도 한다. 또 전직 소 사육 기술자였던 로마르크의 남편 볼프강은 동물 생산업의 쇠퇴와 함께 한때 백수로 전락하기도 했으나, 시대 변화의 흐름을 타고 타조 사육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유명 인사가 된다. 

반면, 동료 교사 틸레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공산주의자이다. 로마르크는 그를 늘 불평만 해대는, 정작 아무것도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사회적 낙오자’로 평가한다. 로마르크의 이웃, 한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스는 로마르크 이외에는 대화 상대도 변변히 없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소외되어 외롭게 사는 인간이다.

이처럼 로마르크 주변, 즉 학교, 가정, 이웃에는 통일 후 구동독 지역에 나타나는 사회적·환경적 변화에, 더 나아가 서구의 자본주의에 적응하거나 혹은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인간 군상의 여러 모습이 존재한다.

로마르크라는 인물이 그리는 현대자본주의의 내면

잉에 로마르크의 대인관계 방식, 그녀가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려 노력함에도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심적․물리적 변화, 그 과정에서 독자가 훔쳐보게 되는 그녀의 속마음은 우습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장면들은 폭소를 자아낸다. 로마르크의 냉소주의는 지구 상의 어느 젊은이 못지않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은 현대인은 모두 잉에 로마르크처럼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잉에 로마르크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잉에 로마르크처럼 생각하기를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들에게, 경쟁과 도태가 사회를 설명하는 지배적인 법칙이며, 개개인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으로 발버둥 쳐야 할 숙명을 짊어진 것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 이 책은 삶에 대해 또 인간에 대해 근본에서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인간종에 대한 로마르크의 실패한 규정에 머무를 것인가? “인간은 그저 인과의 사슬에 강제로 묶인 채, 정신적 환상을 자아로 여기며 멀티미디어 쇼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만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욕구를 누를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한, 진정한 동물임이 틀림없었다.”(272쪽)



추천사

유디트 샬란스키, 독창적이고 개념 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문학혁명의 최고봉에 서다. … 이 소설은 편협하게 해석한 반다윈주의적 선언을 담고 있다. 또 기후변화, 이농, 학문사회시스템의 실패 같은 핫이슈도 품격 있고 경쾌하게 다루고 있다.
펠리시타스 폰 로벤베르크,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신문』

통일이라는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감정선(感情線)을 유지하며 인간과 아이들보다 동물에 더 마음을 쏟는 어느 생물 선생님의 생활을 그린 이야기. 강렬히 묘사된 비호감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이 영웅에 독자는 진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마누엘라 라이하르트, <독일라디오 문화>

유디트 샬란스키의 예술작품, 통일 이후 최고의 독창적 작품 중 하나.
세바스티안 함멜엘레, 『슈피겔』 온라인


책 속에서 : 잉에 로마르크와 다윈주의 세계관

그녀에게 학생들은 천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녀는 학생들에게 거리감을 둔다. … 생물을 가르치는 잉에 로마르크는 오로지 자연법칙, 강자의 권리, ‘고정 행동 양식’의 자동성만을 신봉한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쪽

잉에 로마르크는 고개도 까닥하지 않고 반 전체를 쭉 훑어보았다. 이는 몇 년에 걸쳐 터득해낸,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거침없는 눈길로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 「자연세계」 17쪽

하필이면 이 아이들이 진화 경쟁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선택은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모양이었다. … 그들한테선 도무지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어설픈 운동법과 출렁거리는 피하 지방 조직만 있을 뿐이다.
― 「자연세계」 87쪽

“됐소, 로마르크. 당신의 미국 자본주의적 유전학이 이겼소.” 그건 결코 로마르크의 유전학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는 생물학의 일반적인 기조였다.
―「유전 과정」 225쪽

“잉에라고 불러도 되지요?” 그건 협박이었다. 모든 게 의도적이었다. “네, 그래도 돼요.”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눈물은 강력한 무기였다. 근데 하필 점심 먹는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 내다니.
―「유전 과정」 257쪽

교과 과정 지침에 지질 시대의 감성을 전달하라는 사항이 명시돼 있었다. 해마다 생일이 다가오길 학수고대하는 아이들에게 지구 나이가 관심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진화론」 257쪽

“듣고 있소?” 그래, 그녀는 듣고 있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대참사도 아니고 소규모 운석 충돌도 아니었다. 그저 한 아이가 도태되었을 뿐인 일이다.
― 「진화론」 327쪽

“기린의 조상들이 아카시아 나뭇잎을 향해 꾸준히 목을 뻗었던 노력은 당연히 효과가 있었어요. 수많은 세대를 거쳐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엄청나게 긴 목을 만들어냈으니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각자 성장해야 하는 거예요. 또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하기만 한다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어요.” 대체 무슨 소릴 한 거지? 로마르크는 기진맥진해져 자리에 앉아야 했다.
― 「진화론」 333~334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유디트 샬란스키 (Judith Schalansky, 1980~ )
1980년 독일 북동부의 도시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난 유디트 샬란스키는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예술사를 공부했고 포츠담 전문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했다. 2007년에 학위를 마친 후 2009년까지 포츠담 전문대학교에서 타이포그라피를 강의하였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 소설 『너에게 파란 제복은 어울리지 않는다』 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2009년에 『외딴섬들의 아틀라스』, 2011년에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를 연이어 발표했다. 소설 『외딴섬들의 아틀라스』 는 부흐쿤스트재단에서 선정한 ‘2009년의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에 선정되었고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로 2012년에 또 한 번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에 선정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2011년 독일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그 외 2013년에 레싱 상, 2014년에 문학관 상, 마인츠 시 작가상, 2015년에 드로스테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옮긴이
권상희 (Kwon Sanghee)
독일 빌레펠트대학에서 언어학, 독문학, 역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1월 독일 보쉬재단의 지원으로, 베를린 문학 콜로키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참석했다.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고문으로,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집 Warum wir hier sind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루터, 2007)의 “Zwischen zwei Kulturen”(두 문화 사이에서)가 있고, 번역서로 『타인의 삶』 (이담북스, 2011), 『과거의 죄 : 국가의 죄와 과거 청산에 관한 8개의 이야기』 (시공사, 2015), 『박테리아 : 위대한 생명의 조력자』 (다른 세상, 2016), 『기린은 왜 목이 길까?』 (갈무리, 2017) 등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자연세계 11
유전 과정 129
진화론 274

옮긴이의 말 352


갈무리 피닉스문예 시리즈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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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시인에게』(김명환 지음, 갈무리, 2016)

김명환은 어린 시절부터 ‘시인’을 꿈꿨다. 하지만 정작 시인이 되자 ‘시인’이기보다 ‘문예선전활동가’로 살아 왔다. 철도노동자, 삐라작가, 활동가, 시인이다.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 시절, 철도노조민주화투쟁 시절, 철도민영화반대투쟁 시절의 이야기들이 제1부 ‘기차의 추억’과 제2부 ‘삐라의 추억’에 실려 있다. 제3부에는 짧은 소설과 동화가 묶여 있다. 제4부에는 선언, 칼럼, 에세이, 논설, 호소문 등이 묶여 있다. 제5부는 철도노조민주화투쟁 이야기를 무협지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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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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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니체』(오철수 지음, 2012)

제3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오철수 시인이 이시영, 기형도, 강수니, 조문경, 서은, 최영미, 월트 휘트먼 등 현대 시인들의 시 83편과 니체 철학의 접목을 시도했다. 저자가 시와 니체 철학의 만남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우리들의 삶이 좌절과 허무를 넘어 어떻게 자기긍정의 예술을 향해 갈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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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장편소설 <가(家)>와 수상록 <매의 노래>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2017.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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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로지스틱스
The Deadly Life of Logistics : Mapping Violence in Global Trade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

로지스틱스란 사물의 순환뿐 아니라 삶의 유지에 관한 것이다 

현대의 정치적 삶에 대한 진지한 개입이라면 어떤 것이든 폭력적인 공간의 경제에 대해,
시장과 군대, 영토와 통치의 고리를 추적하는 로지스틱스의 계보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지은이  데보라 코웬  |  옮긴이  권범철  |  정가  22,000원  |  쪽수  400쪽
출판일  2017년 1월 22일  |  판형  신국판 (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카이로스총서 44 
ISBN  978-89-6195-156-2 0430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2011년 항만 용접공이자 활동가인 김진숙은 한국 부산항의 갠트리 크레인을 점거했다.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려는 한진의 계획에 맞선 그녀의 점거는 땅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살쾡이 파업과 연계하여 2011년 1월 6일에 시작했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 결국 그들의 계약에 대한 양보안을 받아들였지만, 김진숙은 자리를 지켰다. 수천 명의 움직임이 땅 위에서 그녀를 중심으로 대열을 만들었다. “희망 버스”라고 불린 이것은 그녀에게 로지스틱스적·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309일이 지난 뒤, [김]진숙의 점거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동자들은 재고용되었고 체불 임금을 받았다. 이것은 한국에서 15년 만에 처음 있는 노동의 승리였다.

― 「3장 로지스틱스의 노동 : 적시 일자리」 175쪽



로지스틱스』 간략한 소개

로지스틱스(logistics)는 비즈니스의 물류와 전쟁의 병참을 가리키는 말이다. 로지스틱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서도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두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 책은 유통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술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인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하며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이 책은 유통 기술이나 전쟁술의 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로지스틱스를 통해 형성되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의 폭력을 폭로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전쟁의 로지스틱스에서 출발하여 ‘혁명’을 겪은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로 이동하며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섞인 오늘날의 로지스틱스가 수행하는 사회적 전쟁 ― 이것은 단순히 비유인 것만은 아니다 ― 과 그 대안으로 나아간다. 



로지스틱스』 상세한 소개

로지스틱스(logistics) : 물류인가 병참인가?

로지스틱스(logistics)는 비즈니스의 물류와 전쟁의 병참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통이나 보급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서점에서 로지스틱스로 검색을 하면 군사학이나 경영학 서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이것은 비즈니스술로서의 로지스틱스가 우리 일상에 더 익숙함을 나타낸다. 로지스틱스라는 다소 낯선 말보다 물류나 유통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이나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의 이미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한 이미지가 로지스틱스에 대한 지배적인 이해다. 그러니까 로지스틱스는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 그것은 우리의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서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두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 책은 유통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술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인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하며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로지스틱스와 더불어 새로운 위기가,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새로운 법의 사용이, 새로운 살육 논리가, 새로운 세계 지도가 도래한다.”(12쪽) 요컨대 이 책은 유통 기술이나 전쟁술의 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로지스틱스를 통해 형성되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의 폭력을 폭로하는 이야기다. 저자가 본문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난폭한 무역’(rough trade)이란 단어는 로지스틱스의 폭력적인(rough) 군사적 측면과 비즈니스적 측면을 동시에 드러낸다. 여기서 군사와 민간의 구별은 무의미해지고 그 두 가지가 뒤얽힌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상품의 흐름을 최우선하는 이 네트워크 공장에서 그것을 교란하는 혹은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움직임은 로지스틱스의 ‘삶’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악마화되어 폭력적으로 관리된다.

저자는 전쟁의 로지스틱스에서 출발하여 ‘혁명’을 겪은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로 이동하며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섞인 오늘날의 로지스틱스가 수행하는 사회적 전쟁 ― 이것은 단순히 비유인 것만은 아니다 ― 과 그 대안으로 나아간다.

로지스틱스 혁명 :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얽히다

병사와 물자를 전선으로 보내는 군사술로 출발한 로지스틱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비즈니스계로 편입되었다. 엄청난 양의 인력과 물자를 전 세계에 배치해야 했던 2차 세계대전 동안 전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실험되었고 기업은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무역 지구화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적 혁신으로 꼽히는 컨테이너는 2차 대전 중 미군에 의해 처음 실험되었고 베트남 전쟁을 거쳐 표준화된 지구적 형태로 확립되었다. 또한, 2차 대전 중 레이더망 배치, 잠수함 수색 활동 등 군사적 의사결정을 위한 작전 연구(OR)의 일환으로 개발된 총비용 분석을 통해 로지스틱스에 시스템 접근이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로지스틱스는 완전히 다르게 개념화되었다. “이 시점 이래 로지스틱스는 ‘시스템의 과학’이 되었고 유통에 좀 더 국한되어 있던 로지스틱스 업무는 공간적 관리라는 포괄적인 과학으로 전환되었다.”(68쪽)

이러한 혁명을 통해 로지스틱스는 전쟁술로서의 자신의 역사를 버리고 민간화된 것이 아니라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분리불가능할 정도로 뒤얽힌 다른 무엇이 되었다. 이것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공급 사슬 보안이다.

로지스틱스 공간 : 공급 사슬 보안, 그리고 영토의 변형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지구화를 일으키고 시간과 공간과 영토를 변형하는 현대 세계를 로지스틱스 공간의 시대로 인식할 것을 주문한다. 공급 사슬은 로지스틱스의 전형적인 공간으로서 인프라, 정보, 재화, 그리고 사람들로 구성되며 빠른 흐름에 전념한다. 즉 공급 사슬의 최대 과제는 사물을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순환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공급 사슬 보안의 논리를 동원하여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변형하고 재구성한다.

공급 사슬 보안이란 무엇인가? 세계은행에 따르면 그것은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과 그로 인한, 시민과 조직된 사회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 안녕에 대한 위협을 다루기 위해 적용되는 프로그램, 시스템, 절차, 기술 그리고 해결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은 곧 시민과 사회의 안녕에 대한 위협이다. 다시 말해서 공급 사슬의 보안은 시민과 사회의 안녕을 보장하는 길이며 따라서 그 자체가 하나의 선(善)이 되었다. 이에 따라 공급 사슬 보안은 무역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 근본적인 문제로 부상하며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은 삶 자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재화 흐름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무수한 사건들, 행위자들, 세력들은 이제 보안이라는 평가기준 하에서 모두 동일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노동 행동이든, 화산 폭발이든, 테러 공격이든, 해적이든,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대립이든, 심지어는 국경에서의 지체조차도 그렇다.”(125쪽) 공급 사슬 보안의 논리는 로지스틱스 시스템의 교란을 국가 안보의 문제로 재정의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전쟁을 옹호한다. 항구를 점거한 노동자들은 이제 테러리스트로 간주되고, 유독성 폐기물 투기와 불법 어획에 저항하는 소말리아 해안의 어부들은 해적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무역 흐름을 교란하는 ‘공격’을 막기 위해 관국가적(transnational) 규제, 국경 관리, 감시, 노동 훈육뿐 아니라 군대가 동원된다.

새로운 보안의 기획이 국민국가의 주권을 보장하는 영토적 경계보다는 지구적 순환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국경은 과거에 자신이 가졌던 어떤 기준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국경선에 따른 내/외부의 구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경을 가로지르는 상품 흐름과 인프라를 보호하는 일이다. 따라서 공급 사슬을 교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국경을 넘어서는 중요한 흐름의 길목들 ― 예를 들어 해적 출몰 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아덴 만 ― 을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사물의 흐름을 보안하기 위해 도시 공간을 어떻게 고안할 것인가 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이 책의 3장과 4장 그리고 5장은 각각 이 문제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국경을 넘어서 통치하는 일이고, 정상적인 노동법을 넘어서 노동자를 관리하는 일이며, 국가 주권을 넘어서 길목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영토성에 기반했던 국가 주권은 네트워크 상업 항로를 보안하는 권위로 재구성되고, 정상적인 노동법과 권리들은 조정되거나 유예되며, 소말리아 주권 영해에 다른 국가들의 군사력 사용이 승인된다.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을 통해 기획되는 로지스틱스 공간은 이제 삶의 모든 영역을 전지구적으로 침범하고 있다.

난폭한 무역(rough trade) : 로지스틱스를 퀴어하기(queering)

본문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난폭한 무역’(rough trade)은 말 그대로 군사술과 비즈니스술의 양 측면을 동시에 지닌 폭력적인 로지스틱스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성적 은어로 널리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trade는 게이 남성의 파트너 혹은 남창을 뜻하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rough trade는 난폭하고 폭력적인 파트너를 말하며, 특히 대형 트럭 운전사, 건설 노동자, 부두 노동자 같은 육체 노동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로지스틱스에 퀴어적 개입을 시도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학자 앤 맥클린톡(Anne McClintock)을 인용하여 BDSM(BDSM은 결박(bondage), 훈육(discipline), 지배(dominance), 굴복(submission), 가학증(sadism), 피학증(masochism)을 포함하는 역할극이나 성적 행위를 말한다.)의 초월적 잠재력을 강조한다. BDSM은 “전환의 극장”으로서 “…… 그것이 빌려오는 사회적 의미를 뒤집고 변형한다.”(332쪽) 따라서 BDSM 중 하나를 수행하는 rough trade 역시 난폭한 무역을 변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rough trade가 가리키는 대상이 트럭 운전사, 부두 노동자처럼 공급 사슬의 핵심적인 노동자라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그 잠재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저자는 17~19세기 대서양 해적들과 선원들의 역사서 『히드라』(갈무리, 2008)의 저자 피터 라인보우(Peter Linebaugh)와 마커스 레디커(Marcus Rediker)를 인용하여 초기 대서양 제국주의의 지리가 “공간적으로 분산된 사회적 질서들을 잡다한 지배 관계들 속으로 던져 넣”(333쪽)음으로써 의도치 않게 창조적인 연대가 생산되었음을 강조한다. “지배 관계들의 폭력적인 하부 구조[인프라]를 통해 구축된 연결들은 대안적 미래상들의 결합 조직이 될지도 모른다.”(333쪽)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에는 이질적인 이 운동들의 삶들”이 “로지스틱스 공간 인프라를 통해 연결된다.”(334쪽) 따라서 “공급 사슬은 광대한 거리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통재(commons)를 위한 네트워크된 “지반”을 제공한다.”(337쪽) 저자는 이것이 다르게 전유된 “로지스틱스 공간의 잠재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 잠재력을 얼마만큼 재전유할 수 있을까?

저자는 순수하게 기술적인 문제로만 여겨지는 로지스틱스를 이처럼 정치적인 무대 위로 끌어올리면서, 교란 역시 정치적 전술임을 강조한다. 교란은 더 높은 생산성의 요구와 그에 따른 압박 ―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 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전술이며, 유독성 폐기물을 버리는 유럽인과 싸우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전술이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에게도 교란은 ― 이 책의 본문에 등장하는 김진숙의 사례를 포함하여 ― 매우 익숙한 전술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크레인으로, 굴뚝으로, 옥상으로 올랐다. 이 책은 그 교란의 의미를, 함께할 동기를 다시 일깨워주고 부여하고 있다. 저자가 책의 3장 서두에서 인용한 조안 위피예프스키의 말처럼,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세계를 멈출 수도 있다.”



추천사

이것은 통찰력 있는, 정말로 혁신적이며, 매우 중요한 책이다. 우리 “로지스틱스 세계”의 역사와 계보, 지리를 보여 주는 『로지스틱스』는 데보라 코웬의 말처럼 바로 그 편재성과 정상성에 의해 너무나도 흔히 ‘평범한 시각에서는 드러나지 않게’ 표현되는 현대 정치의 결정적 문제를 열어젖힌다. 계보학적 관점과 사회·정치 이론 그리고 시사적인 현대의 사례 연구를 깊이 조합하면서 이 책이 보여 주는 융합은 대단히 강력하다. 그것은 엄청난 성취다.
― 미미 쉘러(드렉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로지스틱스』는 지구화와 보안 그리고 경제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는 중요한 책이자, 재화의 물질적 운동의 정치·경제 지리에 대한 더욱 상세한 연구의 시발점이다.
― 저널 『안티포드』(급진 지리학 저널)

코웬의 『로지스틱스』는 로지스틱스 같은 순수 기술적인 것이 어떻게 여러 다양한 영역에서 정치를 조형하는 현상으로 바뀌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반가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정치지리학, 비판지정학, 노동권, 로지스틱스 역사, 그리고 국제 관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 저널 『국제 연구 리뷰』

코웬의 『로지스틱스』는 로지스틱스의 공간 조직화에 대한 매우 중요한 대안적·비판적 독해를 제공한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경제 공간의 변화하는 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 저널 『캐나다 지리학자』

코웬의 연구는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계의 논의에서 널리 퍼져 있는 지배적 담론에 당당히 도전한다.
― 저널 『문화 지리학』


책 속에서 : 『로지스틱스』가 보여 주는 역동적인 세계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대부분 무생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류 공간이 완전히 생명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 「서문 :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에서 사물의 시민성」 32쪽

비즈니스 로지스틱스 과학은 경제적 공간이 고안되고 계산되는 방법을 재구성함으로써, 전지구적 규모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과 유통의 지리를 개조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을 건설하는 일에 조력했다. 
― 1장 「로지스틱스 혁명 : “미국의 마지막 검은 대륙”」 68쪽

중국이 항로 및 관문 프로젝트의 선두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 중국은 세계의 공장보다는 로지스틱스 제국으로 개념화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 2장 「국경에서 전지구적 홈으로 : 공급 사슬 보안의 부상」 107쪽

두바이는 아마도 자본을 위한 “디즈니랜드”일 것이다. 그것의 근본적인 사회 질서에서 사람들은 노동자와 시민이라는 계급으로 분리되어 있다. [두바이는] 노동자를 시민성의 영역에서 제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에서 제거하기 위해 극단적인 시도를 한다.
― 2장 「국경에서 전지구적 홈으로 : 공급 사슬 보안의 부상」 114쪽

로지스틱스 노동은 지난 50년 동안의 전지구적인 무역 재조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노동자 신체의 움직임은 지구적인 화물의 운동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노동자 신체는 대개 로지스틱스 공간의 아주 빠른 상품 순환의 비용이기도 하다. 노동자 신체에 대한 이 모든 관심은 지구적 로지스틱스의 육체성과 물질성이 지닌 특징이다. 
― 3장 「로지스틱스의 노동 : 적시 일자리」 191쪽

역사적으로 해적 행위가 국가 주권 시스템을 정의하는 모순적인 지리를 관리하기 위한 결정적인 법적 기술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 … 해적은 문자 그대로 국가 주권 시스템의 공간 외부에 있는 범죄자였지만 법적으로 국제법의 권위 내부에 있었다. 해적은 관계와 순환의 세계에서 절대 공간의 근본적인 공간적 모순을 관리하는 수단이었다.
― 4장 「해적 행위의 지경학 : “소말리아 해적”과 국제법의 개조」 241쪽

최초의 로지스틱스 도시는 두바이의 발명이었으며 그에 따라 로지스틱스 도시의 전개에서 작동하는 노동과 시민권과 보안의 도시적·지구적 정치에 대한 몇 가지 명확한 선례를 구축하였다.
― 5장 「로지스틱스 도시 : 제국의 “도시 심장”」 253쪽

전지구적 로지스틱스 도시에 대한 많은 대항 행동들이 여전히 국지화된 채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채로, 자신의 이미지로 도시를 개조할 능력이 부재한 채로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 한 시기에 대한 진단일 뿐이다. …… 이 새로운 로지스틱스적 제국주의에서 도시의 점거는 어떤 “시민들”(인간, 상품, 또는 기업)이 점거하는가뿐만 아니라 실제로 도시 시민권 행동들이 점거 이후의 도시를 생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남긴다.
― 5장 「로지스틱스 도시 : 제국의 “도시 심장”」 289쪽

생식 이성애 혹은 종 전쟁의 이른바 자연성이 지닌 특징과 같은 공급 사슬 자본주의의 자연성이, 그것이 매일 대안적 신체와 방식과 형태에 가하는 폭력으로 인해 의문시될 뿐 아니라 폭로될 수 있을까? …… 로지스틱스 공간에 대한 퀴어 개입은 어떻게 보일까?
― 「결론 : 난폭한 무역? 섹스, 죽음, 그리고 순환의 퀴어 본성」 325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데보라 코웬 (Deborah Cowen, 1976~ )
토론토 대학교 지리학과 부교수. 수년 동안 토론토의 전후 교외에서 도시 행동주의 연구와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빈곤의 교외화, 인종과 공간의 문제, 도시 보안화, 그리고 민간 공간에 미치는 전쟁의 영향에 대한 글을 썼다. 코웬의 학술 연구는 두 가지 주요 궤적을 따른다. 첫째는 빈곤의 교외화와 인종화에 초점을 맞추고 도시 정치와 도시 계획을 조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폭력과 보안을 조사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영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갈등을 통해 정치적인 것이 어떻게 개조되는지를 검토한다. 코웬은 저널 『환경 및 계획 D: 공간과 사회』의 공동 편집자이며,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의 하이라이즈 팀과 함께 교외의 “디지털 시민성”을 전지구적으로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및 연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교외/도시정치, 시민성과 공간, 노동, 폭력 등을 주제로 연구하는 코웬은 『로지스틱스: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갈무리, 2017)으로 2016년 <국제연구협회>(The 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국제 정치사회학 분과가 수상하는 도서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군사적 노동복지: 캐나다의 군인과 사회적 시민권』(Military Workfare : The Soldier and Social Citizenship in Canada)을 썼고, 에밀리 길버트와 함께 『전쟁, 시민권, 영토』(War, Citizenship, Territory)를 편집했다.

옮긴이
권범철 (Kwon Beomchul, 1978~ )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도시사회학을 전공했고, 메트로폴리스의 공간과 예술에 대한 연구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Art of Squat. 점거 매뉴얼북』(오아시스프로젝트, 2007)을 함께 편집했으며,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과 『빚의 마법』(갈무리, 2015)을 옮겼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서문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에서 사물의 시민성 11
시장과 군대 19
영토의 변형 24
회복 시스템과 생존 31
『로지스틱스』의 로지스틱스 36

1장 로지스틱스 혁명 : “미국의 마지막 검은 대륙” 43
“냉철한 계산” : 전쟁의 로지스틱스 47
냉철한 전쟁 계산 : 맥나마라와 관리 55
시스템의 과학 59
로지스틱스 혁명의 로지스틱스 : 총비용 62
사회적 전쟁과 기술 변화 68
새로운 제국적 상상계 : 지도제작과 공간적 메타포 78
혁명 이후 84

2장 국경에서 전지구적 홈으로 : 공급 사슬 보안의 부상 87
로지스틱스의 지구화 92
관문과 항로의 지도제작 101
<아시아태평양관문항로계획> 109
“홈 없는” 시스템의 보안 : 공급 사슬 보안 120
경계선에서 “홈” 공간으로 124
공급 사슬 보안의 지구적 얼개? 137

3장 로지스틱스의 노동 : 적시 일자리 141
죽음과 교란 144
전장으로서의 신체 148
운동(의) 노동 153
공장을 펼치기 157
관리를 위한 지도화 161
빠른 흐름과의 경합 174
순환을 보안하기 : 표적으로서의 운수 노동 178
부메랑과 회로 185
전지구적 공장의 로지스틱스 노동 191

4장 해적 행위의 지경학 : “소말리아 해적”과 국제법의 개조 195
“소말리아의 사회악을 사냥하기” 198
해적 행위란 무엇인가? 205
공급 사슬과 소말리아 해적 215
새로운 공간성 / 변화하는 합법성 225
군대인가 경찰인가? 공공인가 민간인가? 정치인가 경제인가? 239

5장 로지스틱스 도시 : 제국의 “도시 심장” 243
군사 기지에서 로지스틱스 도시로 249
두바이와 로지스틱스 도시의 탄생 253
로지스틱스 도시와 도시 로지스틱스 266
순환과 도시 272
로지스틱스 도시와 로지스틱스적 도시 282
“점거된” 도시 286

결론 난폭한 무역? 섹스, 죽음, 그리고 순환의 퀴어 본성 290
우리 ♥ 로지스틱스 295
이동이냐 죽음이냐 303
새와 벌 306
국경을 가로지르기 311
전쟁과 회복력 있는 유기체 315
우리는 결코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321
로지스틱스를 퀴어하기? 326
다른 “난폭한 무역”을 욕망하기 331

감사의 글 340
옮긴이 후기 345
참고 문헌 349
인명 찾아보기 386
용어 찾아보기 391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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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마커스 레디커, 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손지태 옮김, 갈무리, 2008)

제국주의 초기 식민지 건설과 노예제 상황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밝혀낸 역사서이다. 공식적인 역사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장작 패고 물 긷는 사람들’, 흑인 하녀들, 혁명적인 해적 선장, 아프리카 노예들, 진정한 아메리카 혁명의 주역인 잡색 부대 등을 만날 수 있다. 히드라는 ‘헤라클레스 신봉자’들에게 맞서 싸운 선원들, 노예들, 평민들 즉 다중(multitude)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17세기 초 영국 식민지 확장의 시작부터 19세기 초 도시중심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지배자들은 점점 세계화·지구화되는 노동체계에 질서를 부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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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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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도시를 구축하라』(이와사부로 코소 지음, 서울리다리티 옮김, 갈무리, 2012)

이와사부로 코소는 ‘유토피아’ 그리고 ‘움직이는 신체’, 유체(流體)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도시를 설명한다. 저자에게 도시란 인류의 꿈과 욕망이 응집된 ‘기획으로서의 유토피아’이다. 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내는 두 극은 ‘도시의 구축’과 ‘혁명운동’인데, 어떤 극에서 유토피아 기획이 작동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공간형식의 유토피아’와 ‘사회적 과정의 유토피아’로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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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카알 폴 클라우제비츠 지음, 김만수 옮김, 갈무리, 2016)

『전쟁론』은 프로이센의 전쟁 이론가인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으로 1832~1834년에 세 권으로 출판되었다. 서양의 정치사상, 국제정치, 전쟁철학, 군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 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이다.   

2017.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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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17년 리얼리스트 100 시선집

구름보다 무거운 말



지은이  리얼리스트 100  |  정가  13,000원  |  쪽수  220쪽

출판일  2017년 1월 1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도서 상태  초판 / 무선철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마이노리티시선 48

ISBN  978-89-6195-155-5 04810

보도자료  구름보다무거운말_보도자료.hwp 구름보다무거운말_보도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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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 100 시인들은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식탁 앞에서 음식(시)를 탐하지 않아도 된다. 대화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음식보다 소통이 맛나다. 각자 혼자 시를 쓰고 일어서는 자리에 경쟁과 싸움만이 어지럽게 남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시선집에 실린 상차림은 함께 나누기 위해 차렸다.

― 발문 중에서

 

 

구름보다 무거운 말』 출간의 의미

 

마흔여덟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리얼리스트 100> 시선집 『구름보다 무거운 말』이 출간되었다. 42명의 시인, 작가들의 최근작과 대표작이 엄선돼 실렸다.


평등, 평화,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은 2008년 출범 이래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인간 존엄이 회복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문화, 문학 운동의 토대를 만들려는 작가, 창작자들이 모여 진보적 가치를 담은 문학작품의 생산과 소통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용산참사와 세월호참극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이 땅 곳곳의 노동현장에서 <리얼리스트 100>의 날카로운 펜이 전위에 있었다.


이번 시선집은 <리얼리스트 100>이 처음 묶는 공동작품집으로 한국문단의 리얼리즘 현주소와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진보문학, 노동문학의 문제적 시인들이 망라돼 있고 이들을 통해 허약한 한국문학의 강인한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 42명이 내놓은 시는 리얼리즘 시의 전형성을 뛰어넘어 다양한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김은경, 김인호, 김진수, 서수찬, 이명윤, 정세훈, 정하선의 시는 꿈을 꾸고, 깊어지고, 꽃을 피우며, 향기를 담고, 생명의 일관성을 깨닫고, 슬픔을 견디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희정, 라윤영, 박승민, 박시우, 유현아, 이설야의 시는 환상처리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일환으로 전위적이며 풍자적이다. 권혁소, 김용만, 김응교, 남상규, 박일환, 이한걸, 조광태, 조영옥, 조혜영, 최용탁의 시는 핍진한 현실 속 삶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고영서, 김일영, 박경희, 신경숙, 이명희, 이민호, 이언빈, 함순례의 시는 개인적 이미지가 언제 사회현실과 만날 수 있을까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그 안에 사회를 안고 있다.  김요아킴, 문동만, 박순호, 유종의 시는 견인하고, 접고, 거부하며, 닦는 행위로 구체화된 저항을 맛볼 수 있다. 김해자, 김정원, 백무산, 송경동, 임성용, 정우영, 표성배의 시는 리얼리즘의 아포리즘을 선언한다.


이 시선집의 구름보다 무거운 시어는 역사의 침묵을 뚫고 나와 다시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촛불에서 횃불로 이어지는 광장에서.



발문 「아우게이아스의 축사(畜舍)를 떠나는 일」(이민호) 중에서
 
‘혼밥’이 유행이다. 혼자 먹는 밥이 얼마나 든든할까. 1인 가구가 느는 실태를 보여주고 있고 해체된 가정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이 자리를 비집고 자본논리는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겨냥해 상품을 쏟아놓고 있다. 더불어 드라마와 광고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럴듯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원래 인간은 혼자이지 않는가. 실존의 문제에 견주어 보니 그럴듯하다. 하물며 대통령도 혼자 밥 먹기를 즐기고 있다니 A급 인생의 전형처럼 보여 따라쟁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도 같다. 

혹시, ‘혼시(詩)’가 있다면, 아무도 모르게 다들 혼자 시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발터 벤야민은 “혼자 하는 식사는 삶을 힘겹고 거칠게 만들어 버린다(「일방통행로」에서).”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혼자 시 쓰기를 즐기는 시인들은 신비주의에 빠지거나 원시주의에 집착한다. 이러한 시 쓰기는 때론 ‘순수(검소)’하다는 인상을 주며 ‘예술(엄격)적’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실상은 ‘힘겹고 거칠’ 따름이다. 이러한 시성은 폐쇄적이며 완고하다. 쉽게 곁을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면에서 허우적댈 뿐이다.

벤야민은 “음식은 더불어 먹어야 제격”이라고 재차 말한다. 나누는 음식이 무엇이든 식탁에 함께 앉은 거지가 식사시간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하니 시의 식탁을 풍요롭게 초대한 사람은 누구여야 하는가. 왜 거지(소수자)와 마주해야 하는지 분명하다. ‘음식(시)를 대접함으로써 사람들은 서로 평등해지고 그리고 연결되’기 때문이다.

리얼리스트 100 시인들은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식탁 앞에서 음식(시)를 탐하지 않아도 된다. 대화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음식보다 소통이 맛나다. 각자 혼자 시를 쓰고 일어서는 자리에 경쟁과 싸움만이 어지럽게 남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시선집에 실린 상차림은 함께 나누기 위해 차렸다. 

……

언제부턴가 우리는 개돼지로 살고 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경쟁에 찌든 혼밥이 되었건 평등한 식탁이었건 지금 시인들은 ‘아우게이아스의 축사’에 있다. 벤야민이 일방통행로에서 식사했던 셀프서비스 레스토랑 이름이 ‘아우게이아스’다. 의미심장하다. ‘아우게이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엘리스 왕의 이름이다. 그는 가장 많은 가축들이 있는 외양간을 가졌지만 영웅 헤라클레스가 청소해줄 때까지 30년간이나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 일은 외양간의 우수마발처럼 아무 대화 없이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일이다. 그곳은 역사의 쓰레기장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삶의 의미를 찾고 이야기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리얼리스트는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우게이아스의 축사’를 청소하는 일은 헤라클레스의 과업일 뿐이다. 리얼리스트가 시를 쓰는 일은 개돼지라 호명되어도 과감히 축사를 뛰쳐나오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리얼리즘은 휴머니즘이다. 이 시선집은 공통의 하늘을 이고 차일 친 잔칫상이어도 좋다. 이집 저집 상들이 네발 달려 걸어왔을 것이다. 키가 작아도 빛나도 귀퉁이 깨어져도. 



리얼리스트 100 소개


평등, 평화,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은 2008년 출범 이래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인간 존엄이 회복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문화, 문학 운동의 토대를 만들려는 작가, 창작자들이 모여 진보적 가치를 담은 문학작품의 생산과 소통에 힘쓰고 있습니다.



대표시 ― 「공중전화 도둑」(이명윤)


누가 훔쳐갔을까, 


부산으로 달려가는 안부에 빙그레 웃고 광주에서 흘러온 고백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다가 때론 속초에서 뻗어온 고구마줄기 같은 목소리에 그만 눈가에 이슬 맺혔을, 별보다 더 짤랑거렸을 수많은 밤을 누가 끙끙 어깨에 메고 사라졌을까, 


몇 톤 트럭에도 다 실을 수 없는 구름보다 무거운 말, 돌보다 단단한 말, 단풍잎보다 붉은 말들, 어떤 가난이 그 무거운 말들을 통째로 들고 갈 수 있었을까


허기진 달빛만 환하게 비추는 도시의 밤,

동전 한 움큼으로 저 달의 눈을 가리려던 어리석은 도둑을 생각하네, 아무리 쿵쿵 두드려도 좀처럼 열리지 않을 빗장을 떠올리네, 어쩌면 순박한 가장이었을지도 모를 도둑의 저녁은 


누가 훔쳐갔을까,


휴대폰 하나면 온 세상이 열리고 인공지능 로봇이 달콤한 미래를 속삭이는 창조경제의 시대에 왜 가난은 진화하지 못했는지, 한밤 중 영문도 모른 채 뜯겨져 나간 공중전화여, 미련한 도둑이여, 별이 빛나는 밤을 기억하는 모든 가난한 눈빛들이여, 응답하라.



목차 


고영서

됴화(桃花)

마두금

기타 치는 女子

  

권혁소

어떤 자존심

길꽃  

경첩 각성  

  

김요아킴

실험의 추억  

두 꽃잎을 묻다, 왼쪽 자리에  

불꽃

  

김용만

전지(剪枝)  

가을길  

연필을 깎는다  

  

김은경

서툰 사람들  

시월  

다르질링에서 쓰는 엽서  

  

김응교

봄  

재미없고 힘들 때  

사랑의 순간  

  

김인호

구례 사람들 눈빛은  

섬진강으로의 초대  

구례장날  

  

김일영  

퇴적층  

부표의 집

  

김정원

우물 밖의 하느님 보기  

무지개기  

민들레 씨앗에게 

  

김진수

좌광우도  

겨울밥상  

시클라멘 

  

김해자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모른다

종이 새

  

김희정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의 입을 봉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혀

나쓰메 소세키의 귀

  

남상규

허물어지는 것

그러나

의자노인

  

라윤영

어떤 입술

푸른 여자

서쪽

  

문동만

웃는 종이

브라더 미싱

변검(變脸)

  

박경희

참 좋은 날  

어느 날 문득  

리어카의 무게  

  

박순호

전구를 갈아 끼우면서  

상가주택 수난사  

안전 불감증  

  

박승민

흑매 지다  

몽유행성도  

은빛여우  

  

박시우

호우주의보  

2월  

아흔두 번째 가을  

  

박일환  

왕국을 위하여  

비포 앤 애프터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던 날  

  

백무산

도마  

사막의 소년병사  

차가운 포르노  

  

서수찬  

시금치 학교  

이사

모과나무  


송경동

국가, 결격사유서  

여덟 발자국  

당가 

  

신경숙

기차역에서  

황금비늘  

그날 

  

유종  

소통(疏通)

세차

  

유현아

질문들

대문이 자라는 계절

뼈에 대한 예의

  

이명윤

그 국밥집의 손

공중전화 도둑

충렬반점 최통장

  

이명희

4월의 조조할인

구름 클라우드

말 껍질을 벗기며

  

이민호

생활의 방편

나프탈렌

백 한 살 할머니 수색 출동 보고서

  

이설야

어떤 대화 2

물고기여자  

동일방직에 다니던 그 애는

  

이언빈

소나기에 기대어

어느 문학시간에

어달리를 위하여

  

이한걸  

구기자  

땅의 여자  

눈길  

  

임성용  

그라인더는 나의 손

트럭

유리

  

정세훈

저항

정월보름달

  

정우영

흰, 신

통쾌한 민주주의가 유유히

  

정하선

가을마당의 이불 홑청처럼  

문수사  

갈 수 없는 나라  

  

조광태  

조선파

골프장에서

한탄강 6

  

조영옥

북정동 사람들  

일만 칠천 원  

바람만이 아는 대답 

  

조혜영

밥  

풍경 1  

제삿날

  

최용탁

대추를 털며

단식일기

묵호항에서

  

표성배

희망퇴직을 앞둔 선배가 쓰던 기계를 물려받으며

겨울 속에서

태산보다 무거운 손

  

함순례

고비

전봇대

수컷을 다루는 법

  

이민호

발문·아우게이아스의 축사(畜舍)를 떠나는 일

  

참여 시인 약력

2016.12.02 |



보도자료 

잉여로서의 생명
Life As Surplus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명기술과 자본주의

줄기세포 과학이 생산해 낸 배아체적 신체와 
최근 시장 경제에서 증식 중인 고도로 금융화된 자본 축적 양식은 어떤 관계인가? 
새로운 변화는 생물학적 생명의 상업화를 넘어 생명의 투기적 잉여가치로의 변형이다.



지은이  멜린다 쿠퍼  |  옮긴이  안성우  |  정가  20,000원  |  쪽수  352
출판일  2016년 11월 30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카이로스총서 43 
ISBN  978-89-6195-147-0 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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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와 생명공학 산업은 산업주의적 생산의 종말과 연관된 

성장의 생태학적이고 경제학적인 한계를 미래의 투기적 재발명을 통해 극복하려는 야심을 공유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생명의 가격을 결정하려 시도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다가오는 잉여 생명에 대한 대대적인 자본주의화를 거부하면서 

고갈, 멸종, 그리고 생존 가능성의 평가 절하에 맞설 수 있을 것인가? 

“생명”의 권리, 사회 보장, 공중 보건, 즉 복지 국가에서 특히 중요한 권리들을 요구할 때 

영구적인 전쟁을 정당화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기는 한가? 

생태학적 위기를 자본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재해 위험으로 전환하는 정치에 우리는 어떻게 대항하는가? 



잉여로서의 생명』 간략한 소개

『잉여로서의 생명』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걸친 기간 동안 형성된 정치, 경제, 과학, 그리고 오늘날 미국의 문화적 가치들 간의 관계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중요한 연구이다. 멜린다 쿠퍼는 정치적 힘이자 경제 정책으로서의 신자유주의의 부상을 논의하지 않고서는 생명기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1970년대 재조합 DNA 기술의 발전에서부터 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쿠퍼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유토피아적 주장을, 점증하는 상업주의적 생명 과학 내부의 모순과 연결시켜 보여 준다. 

생명공학 혁명은 경제적 생산을 유전적, 미생물적, 세포적 수준으로 이동시켰다. 생명이 가치 창조의 회로 내로 포섭되었다는 가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쿠퍼는 과학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실천들의 관계를 그려 나간다. 레이건 시대의 과학 정책, 생명 과학의 군사화, HIV 정치학, 제약 제국주의, 신체조직 공학, 줄기세포 과학, 그리고 낙태반대 운동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생명경제의 성장을 활성화시킨 투기적 충동을 밝히고 있다. 

새로운 후기 산업 경제의 핵심에 바로 생물학적 생명의 잉여 가치로의 전환이 놓여 있다. 『잉여로서의 생명』은 당대 생명 과학의 전환적이고 치료적인 차원들과 더불어 창발하는 생명경제를 둘러싸고 구체화되고 있는 폭력, 의무, 부채의 굴레에 대한 분명한 평가를 제시한다.  



잉여로서의 생명』 상세한 소개

박근혜의 줄기세포 주사와 안전한 삶에 대한 우리의 요구

2016년 12월 현재, 온갖 비리와 부패, 범죄로 얼룩진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백만 시민의 전국적인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핵심에는 ‘의료 게이트’가 있다. 차병원 계열의 차움병원은 고위 정치인들에게 줄기세포 주사를 뇌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 관련 정부 특혜를 받는 대가로 대선후보 시절부터 어마어마한 고가의 불법 주사를 박근혜 등 “VIP”들에게 공짜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주사제와 약물 대리처방 의혹에서부터 청와대가 구입한, 용처를 알 수 없는 각종 약품들, 청와대 의무실을 두고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의문의 진료 등 우리는 경악과 탄식 속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보도를 접하고 있다. 

조금만 시계를 되돌려 생각해 보면 박근혜 정권을 특징지었던 수많은 사안들이 ‘의료’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살해당한 백남기 농민은 고인이 되신 후에도 경찰의 무리한 부검 시도와 ‘병사’냐 ‘외인사’냐를 놓고 벌어진 (아직 끝나지 않은) 정치전을 겪은 후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정권 초반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의료 민영화 시도, 가습기 살균제 파동, 2015년 여름의 메르스 사태와 무능한 정부의 대응도 있다. 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의 7시간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주사’나 ‘시술’과 관련한 의혹들이 지배적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안전한 삶을, 지식의 민주화를, 투명하고 상식적인 절차를, ‘이윤보다 생명’을 외치는 사람들과, ‘과학’이나 ‘전문성’을 운운하며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의료 전문가’ ‘생명공학 전문가’ ‘과학자’ ‘의사’ ‘교수’ ‘정치인’ ‘기업가’들과의 지난한 싸움이 있었다. 어쩌면 그 싸움의 어떤 전환점에서 우리는, 대통령이 국민 몰래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 작금의 상황을 목격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줄기세포 기술과 금융자본주의의 새로운 축적 양식 

이 책은 어떤 연쇄 속에 있는 것으로 읽히는 이 모든 일들을 전 지구적인 정치경제 체제의 작동이라는 시야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생명공학 혁명”을 동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아야만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투기적 생명공학 체제의 특징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와 생명공학 산업은 미래의 투기적 재발명을 통해 산업주의 생산의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려는 “야심을 공유하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31쪽) 한국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중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생명공학 부문의 혁신이 본격화한 것은 21세기 초, 지난 10년간이다. 그 배경에는 1980년대 이래로 미국, 일본, 서유럽 등에서 포드주의 생산양식이 봉착한 여러 위기들을 타개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적극 추진된 상업적 생명과학의 출현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러 나라들에서 각광 받고 있는 산업 및 과학 분야인 줄기세포 기술은 현대 정치경제사의 스펙트럼의 어디쯤에 위치 지을 수 있을까? 저자는 책의 5장 「재생의 노동 : 줄기세포와 자본의 배아체들」 줄기세포 기술과 관련한 생명공학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먼저 흥미롭게도, 배아줄기세포주는 “유사-암세포”라고 부를 만한 특성을 띤다. “무한정 가능한 분열, ‘불멸성’, 분화, 전이의 가능성에서 보이는 독특한 가소성” 등이 그러한 특성들이다. 그래서 “줄기세포 과학은 생물학적 약속 그 자체를, 발생기의 변형 가능성의 상태로 생산하고자 한다.”(249쪽) 

또한, 이 책은 줄기세포 과학 분야를 지배하는 상업 양식이 “고도로 금융화된, 축적의 약속 형태로의 통합”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줄기세포 기술 이전에 주목받았던 “재생산 보조기술 분야”와 비교하면 차이가 명확해진다. “재생산 보조기술을 둘러싼 법적 용어의 스펙트럼 한쪽 끝은 상속법 분야를 향하고, 다른 한쪽 끝은 산업화한 농축산업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대량 상품화 방향을 향해 있다.”(250쪽) 반면, 줄기세포 과학은 약속에서 약속을 생산하는 투기적 축적의 논리와 밀접하다. 이러한 검토 끝에 저자는 줄기세포 과학의 원리와 현대 자본주의의 성격을 연결지으며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최근의 자본주의 축적 형태는 자기-재생적인 줄기세포 과학의 배아체를 통해, 금융 시장의 동학이 자신을 물질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생명과학의 정치학의 파노라마 ― 각 장의 핵심 내용 소개 

이 책의 첫 세 장은 분자생물학, 미생물학, 그리고 감염병 연구 분야를 다루고 있다.

1장 「한계 너머의 생명 : 생명경제의 발명」은 레이건 시대(1980년대)의 “생명공학 혁명”을 “신자유주의 혁명” 및 미국 경제를 탈산업주의의 선상에서 재조직하려는 시도라는, 더 넓은 맥락 아래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장에서는 성장, 위기, 그리고 한계에 대한 신자유주의 이론들과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의 개발 와중에 전개된 투기적 성장 전략들의 교차를 탐색한다. 

2장 「제약 제국에 관하여 : AIDS, 안보, 그리고 악령 쫓기 의식」에서는 인간 잉여, HIV/AIDS의 확산, 그리고 현대 제약 산업의 구조적 폭력에 초점을 맞추며,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관점에서 채무 제국주의의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여기서 저자는 HIV/AIDS 문제의 전개는 최근 채무 제국주의의 생명정치적 형태의 징후라는 점을 주장한다. 

3장 「선제적인 출현 : 테러와의 전쟁, 그 생물학적 전환」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의 “생물학적 전환”을 다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동안 새로운 감염 질환에 대한 미국 공중 보건 정책은 소위 새로운 위협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정책 기조와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생명과학 연구의 미래는 군사적 응용을 위해 재조정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군사적 영역과 생명과학 연구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금융 자본의 투기적 논리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줄기세포 과학과 재생 의학의 과학과 정치학에 관한 연구로 방향을 돌린다. 
4장 「뒤틀림 : 신체조직 공학과 위상학적 몸」은 신체조직 공학의 최근 실험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장기 이식과 보철 같은 20세기 초반 신체 기술과 최근의 새로운 기술을 비교한다. 우선 “기초” 줄기세포 생물학과 관련된 이론적 발전보다는 기술이 발전을 이끄는 신체조직 공학 분야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신체 변환 실험들이 그 자체로 세포의 잠재성, 가소성, 그리고 변형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개념들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5장 「재생의 노동 : 줄기세포와 자본의 배아체들」에서는 재생산 의학과 줄기세포 과학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인다. 5장은 이 두 분야에서 작동하고 있는 서로 다른 신체 생성의 개념과 기술들에 대한 윤곽을 그리고, 새로운 재생산 경제의 일부로서 이들이 함께 작용하는 방식에 관해서 서술한다. 저자는 당대 자본의 가장 극단적인 망상이 자기 재생적인, 줄기세포 과학의 배양체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재생)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비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본다.

6장 「거듭난 태아 : 신제국주의, 복음주의 우파, 그리고 생명의 문화」에서는 당대 신자유주의적 생명정치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충동으로 주의를 돌린다. 개인적인 거듭남, 신앙, 자본의 복음주의적 교리와 최근 낙태 반대-생명권 운동의 정치학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그리고 신자유주의적이고 신근본주의적인 생명정치 간의 복잡한 발화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다시 한번, 이윤보다 생명을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다. 의료 권력의 작동에 경제 영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이미 우리는 생명을 이윤이자 잉여로 취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몇 년의 사건들은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생명의 존엄과 대다수 사람들의 행복과 안전보다는 자기 자신의 부와 명성을 축적하는 데 유리한 방식으로 전문성을 발휘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주었다.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박근혜의 줄기세포 주사룰 비롯한 최근의 사건들을 독해하면, 이번 사건은 박근혜의 무능과 탐욕보다 우리 시대에 관해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세월호, 메르스, 지진, 독성 화학물질, 광우병처럼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모든 사안들도 마찬가지이다. 왜 우리는 이런 모든 위험 속에서 기성 권력집단에 어떠한 효과적인 해법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 우리가 거리에서 “재벌들도 공범이다, 기업들도 공범이다”라고 외칠 때 그 기업들은 어떤 체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서 착실히 배를 불려 왔는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은 누구인지를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잉여로서의 생명』의 모든 장이 지금 우리가 한국에서 처한 현실과 깊게 공명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국내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이 여전히 유효한 구호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명이 우선하는 세계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위해서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생명이 이윤의 원천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생명 그 자체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현대적 작동방식을 직시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만들 전략과 전술의 구상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가 서문의 마지막 문장에서 썼듯이, “미래는 결코 미리 예단할 수 없다.”



추천사

멜린다 쿠퍼의 역작 『잉여로서의 생명』은 생명공학 시대에 이루어지는 생명 착취의 정치경제학으로,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따른 재/생산 양식들을 폭로한다. … 당대 생명정치적 상상들(imaginaries)에 대한 쿠퍼의 재기 넘치면서도 독창적인 묘사는 귀중한 [성과]이다.
― 『바이오소사이어티스』(Biosocieties)

주제의 시의성과 함께 개념적·정치적 중요성을 띤 책. 쿠퍼는 두 용어 ― 생명정치와 신자유주의 ― 를 놀랍고도 예외적인 방식으로 독해하며, 현대 미국 정치문화에 대한 통찰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 카우시크 순데르 라잔, 『생명자본: 게놈 이후 생명의 구성』 저자

점차 상업화되고 있는 생명 과학의 기반이 되어 버린 투기적 충동에 대한 매혹적인 연구
― 『북 뉴스』 (Book News)

『잉여로서의 생명』은 흥미로운 책이며, 과학 실천의 근간 중 일부를 검토한다. … 잘, 그리고 충실히 쓴 책. 전문가는 물론 과학과 사회 분야 수업에 유용하다. 추천.
― 『초이스』(Choice)


책 속에서 : 『잉여로서의 생명』을 관통하는 키워드들

지적 재산권과 생물학적 미래의 사유화
지적 재산권에 기대어 투자가들은 치료적 성과를 보이지도, 아직 시장에서 성공하지도 못한 생물학적 창조물로부터도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실험실 기반의 생물학적 공정 및 존재를 “발명”이라 법적으로 재정의하고 재생산의, 자기-복제의, 그리고 재생의 과정을 그 “발명” 안에 포함한 덕분에, [지적] 재산 그 자체가 마치 생명 같은 특성을 얻은 듯했다. 이는 진정 생물학적 미래를 포섭해 사유화하기 위한 체제였다.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7쪽)

신자유주의와 생명과학의 발흥 
푸코를 따라, 복지 국가와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뉴딜 모델에서 이미 확립된 생명의 가치를 신자유주의가 재구성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의 독특한 점은 생산과 재생산, 노동과 생명, 시장과 생체 조직의 영역 사이의 경계, 즉 복지 국가의 생명정치와 인권 담론을 구성하는 바로 그 경계선들을 지워 없애려는 신자유주의의 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서문」 26쪽)

부채와 생명
부채 형태는 그저 약속이나 현실도피일 뿐 아니라 몹시 유물론적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부채 형태는 물질, 힘, 그리고 사물의 생산에서 자신의 약속을 물질화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이 하고자 하는 일은 현실로 돌아와 부채 형태의 축적된 약속 속에서 생명 그 자체의 재생산을 포섭하여, 부채의 갱신을 지구 위, 그리고 지구 밖 생명의 재생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부채 형태는 생물학적 자기 생산의 형태로 부채의 자기 가치 증식을 재생산해 내려는 꿈을 꾸고 있다.(「1장 한계 너머의 생명 : 생명경제의 발명」 67쪽)

신자유주의와 위험 정치
의외의 사태에 대한 대비의 부재는 통상 신자유주의적 위험 정치의 독특한 특성이다. 역설적이지만, 신자유주의는 생물학적 위협이 순전히 예측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또한 그 위협이 불가피하며 만연해 있다는 태도를 확고히 했다. 언제 어디서 일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사건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비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라고 권고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정작 가장 가벼운 충격조차도 근본적으로 대비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었다.(「3장 선제적인 출현 : 테러와의 전쟁, 그 생물학적 전환」 151~152쪽)

생명정치 시대의 영구적인 전쟁 
선제적 전쟁의 확장과 함께 환경 및 생명정치의 영역이 여기에 포함되면서, 영구적인 전쟁은 마치 위기가 이끄는 영속화 이외에는 어떤 결말도 없는 생명의 진실이라도 된 양, 지구 위 생명의 진화와 융합된다. 딕 체니의 말을 빌리면, “그 끝은 없다. 적어도 우리 일생 동안에는.”(「3장 선제적인 출현 : 테러와의 전쟁, 그 생물학적 전환」 183쪽)

생명권 운동과 여성 신체
투기적 양식으로 작동하는 정치에 맞서, 근본주의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자산 형태을 다시 강요하기 위해 투쟁하게 되었다. 생명권 운동이 명백히 밝힌 것처럼, 이 자산 형태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이 경제적이면서 성적이고, 생산적이면서 동시에 재생산적이다. 자산 형태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신체에 대한 요구이다.(「6장 거듭난 태아 : 신제국주의, 복음주의 우파, 그리고 생명의 문화」, 305쪽)



지은이 소개

지은이
멜린다 쿠퍼 (Melinda Cooper, 1971~ )
파리 8대학에서 들뢰즈와 가따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호주 시드니 대학 사회학 및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호주연구위원회(ARC) 미래연구원(Future Fellow)으로 활동 중이다. 첫 저서 『잉여로서의 생명』(갈무리, 2016)에서 미국 생명공학의 발전과 신자유주의의 발흥을 연결시키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캐서린 월비(Catherine Waldby)와 함께 『임상 노동 : 지구적 생명경제에서의 인간 연구 피험자와 신체조직 기증자』(Clinical Labour : Human Research Subjects and Tissue Donors in The Global Bioeconomy, Duke University Press, 2014)를 출간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생명경제에서 임상 시험에 참여하며 위험을 체화하는 노동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
안성우 (Ahn Sungwoo, 1977~ )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사회학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버지니아텍 과학기술학(STS) 프로그램에 진학했다. 현재 샌디에고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 중이며, 샌디에고 주립대(SDSU)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현지 생명공학 기업에서 실무를 통해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인간 집단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연구하는 최근의 유전체학에 대한 과학학적 접근, 제약 산업에서의 지식과 약품 생산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에 관심이 많다.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최근의 맞춤 의학과 세분화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 등 의료 부문의 실천이 어떻게 기존 인종 및 민족 개념과 맞물려 발전하고 있는지를 아시아 및 한국의 맥락에서 밝히고 있다. 공역서로 『과학의 민중사』(사이언스 북스, 2014)가 있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

서문
정치경제와 생물학 : 계보들 19
생명정치 : 뉴딜에서 신자유주의까지 23

1장  한계 너머의 생명 : 생명경제의 발명
위기에 대응하기 : 폐기물의 재생 47
규칙과 규제 : 생명공학 혁명을 창조하다 55
세계 경제 : 부채의 창출, 한계, 그리고 지구 61
한계 너머의 생물학 : 생명을 비표준화하기 67
한계 너머의 성장 : 새로운 자유방임주의 86
한계 너머의 산업주의 : 생물적 환경정화, 에너지 미래, 그리고 생명경제 90

2장  제약 제국에 관하여 : AIDS, 안보, 그리고 악령 쫓기 의식
TRIPs와 새로운 제약 제국주의 106
삶과 죽음에 대한 셈 : 금융화, 부채, 그리고 신제국주의 110
전염의 군사화 : 전 지구적 안보 위협이 된 AIDS 119
음베키 : 공중 보건, 악령 쫓기 의식, 그리고 지구적 아파르트헤이트의 역설 127

3장  선제적인 출현 : 테러와의 전쟁, 그 생물학적 전환
전쟁 중인 세균 141
재출현한 창발성 146
생물권적 위험 : 창발적인 것에 맞서기 152
새로이 나타난 위협들 158
선제성 165
인도주의적 전쟁의 귀환 : 테러와의 전쟁과 재난 대응 172
창발의 경제학 178

간주 187

4장  뒤틀림 : 신체조직 공학과 위상학적 몸
장기의 기예 : 보철과 장기 이식 194
생기의 역학 : 장기 기술의 철학 195
생물기관 발생 : 형태발생의 조절 202
거리적·위상학적 변환에 관하여 209
장기 조립의 양식들 : 표준 생산에서 유연 생산으로 219
생기의 양식들 : 신체 시간의 재고 225

5장  재생의 노동 : 줄기세포와 자본의 배아체들
재생산 의학 : 농축산업의 인간화 236
재생산 및 재생 의학 : 생식을 재고하기 243
생식을 판매하기 : 가족 계약에서 배아 선물 시장까지 250
후기-노인학 253
생성의 재발명 258
상품화 또는 금융화? 263
전 지구적 난자 시장 266

6장  거듭난 태아 : 신제국주의, 복음주의 우파, 그리고 생명의 문화
경제와 믿음 280
다시 태어난 국가 : 미국, 복음주의, 그리고 생명의 문화 284
부채 제국주의 : 1971년 이후의 미국 288
신자유주의 : 믿음의 경제학 295
거듭난 태아 : 생명권과 거듭나기 운동 300

에필로그 310 
감사의 글 313
옮긴이 후기 315
참고 문헌 321
인명 찾아보기 342
용어 찾아보기 347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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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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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코뮤니스트 선언』(드미트리 클라이너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4)

저자는 벤처 코뮤니즘의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자본주의 내로 문화를 포획하려 하는, 자유소프트웨어와 자유문화에 대한 기존의 자유주의적 관점과 카피라이트(copyright) 체제에 대해 비판한다. 클라이너는 카피파레프트(copyfarleft)를 제안하면서, 또래생산 라이선스의 유용한 모델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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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정동』(크리스티안 마라찌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4)

일본의 도요타 공장에서 가장 최근의 혁신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새로운 노동형태 모델의 전개를 추적하는 마라찌의 비판은 정치경제학을 뛰어넘어 사회생활, 정치참여, 민주제도, 개인들간의 관계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역할 등과 관련된 논점들을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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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황수영 지음, 갈무리, 2014)

베르그손, 깡길렘, 시몽동, 들뢰즈라는 네 명의 철학자들을 생명과 생성이라는 키워드로 엮는 독창적인 관점을 보여 준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부에서는 생명철학의 측면에서 베르그손의 진화론을 현대의 진화 이론들, 특히 신다윈주의 및 고생물학자 굴드의 이론과 비교하면서 베르그손의 진화 이해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통찰이 무엇인가를 찾아낸다. 2부와 3부는 베르그손 철학의 두 면모인 생명철학과 생성철학이 이후 어떻게 분기하여 후대의 철학자들에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2016.11.17 |

보도자료 

객토문학 동인 제13집

꽃 피기 전과 핀 후



지은이  객토문학 동인  |  정가  7,000원  |  쪽수  128쪽

출판일  2016년 11월 11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마이노리티시선 47

ISBN  978-89-6195-146-3 04810

보도자료  꽃피기전과핀후_보도자료.hwp 꽃피기전과핀후_보도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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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마음을 모았던 동인들이 한둘 손을 놓을 때마다, 안타까웠지만 또, 그 손을 다른 동인들이 잡아 주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고맙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고맙다. 2000년 첫 동인지 묶음 집을 내기까지 소책자 『북』을 통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나름 내고자 하였다. 이 『북』에 실렸던 시간의 흔적들을 가려 뽑아 이번 동인지에 소개하고자 한다. 『북』을 펼쳐놓고 소식이 끊긴 옛 동인들의 작품을 읽는다. 1990년대를 통과하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흔적들을 되짚어 보며 ‘열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객토’를 반성해 본다. 무엇보다 옛 동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시간을 몇 굽이 넘어왔는데도 우리 삶이 변한 것 하나 없다는 것이다.

― 「13집을 내며」 중에서

 

 

꽃 피기 전과 핀 후』 출간의 의미

 

마흔일곱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객토문학> 동인 13집 『꽃 피기 전과 핀 후』가 출간되었다. 이번 동인지에서는 지난 1990년대 처음 동인을 결성하고 함께했던 동인들의 작품을 다시 읽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13집을 내며’에서도 밝혔듯이 “동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시간을 몇 굽이 넘어왔는데도 우리 삶이 변한 것 하나 없다는 것”, 그리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인들이 서 있는 위치가 전혀 변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동인지에서 지난 시절 처음 열정으로 똘똘 뭉쳐 함께 강을 건너고 골을 넘었던 동인들의 작품을 가려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무엇보다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강영화의 「바퀴벌레」나 성영길의 「역사의 이름으로」, 신미란의 「다시 살아올 동지여」를 읽으며 시퍼렇게 뚫고 나왔던 1990년대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이 진저리 치기도 했으며, 제순자의 「뇌물 공화국」을 읽으며 지금도 사회에 뿌리 깊게 스며있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는듯하여 씁쓸하기도 하였다. 박능출의 「만성두통」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연 어디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박명우의 「숟가락 하나」를 읽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목숨 줄이 밥줄에 죄어 있는 노동자의 현실에 한숨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아가 2부에서는 동인 개개인의 철학이 배어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나 시를 읽는 독자들이 함께 시를 통해 현실을 공유하고 치유하고자 시와 산문을 통해 동인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대의 민낯과 이 시대의 한복판을 뜨겁게 살아간 선배들의 삶을 시로 표현하고 산문으로 써 낸 최상해 시인의 「통일표」는 통일 노래를 평생 부르신 이기형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애틋함이 더하다. 언제나 현장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객토문학> 동인들의 열정을 만나 보시길 권한다.



13집을 내며 
 
여름이 갔다. 이제 가을이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 시간과 함께 잊힌 것들을 추억처럼 불러내 본다. 1990년 마음을 모았던 동인들이 한둘 손을 놓을 때마다, 안타까웠지만 또, 그 손을 다른 동인들이 잡아 주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고맙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고맙다. 2000년 첫 동인지 묶음 집을 내기까지 소책자 『북』을 통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나름 내고자 하였다. 이 『북』에 실렸던 시간의 흔적들을 가려 뽑아 이번 동인지에 소개하고자 한다. 『북』을 펼쳐놓고 소식이 끊긴 옛 동인들의 작품을 읽는다. 1990년대를 통과하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흔적들을 되짚어 보며 ‘열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객토’를 반성해 본다. 무엇보다 옛 동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시간을 몇 굽이 넘어왔는데도 우리 삶이 변한 것 하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식 끊긴 동인들과 혹, 이번 동인지를 통해 재회를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시대의 가장자리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동인들의 일상과 동인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시대의 화두를 다룬 시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아가 시대의 부조리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시를 읽는 독자와 시를 생산하는 시인 할 것 없이 시를 통해 치유 받고 시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를 염원해 본다. 지난 일 년은 여느 일 년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고, 동인 각자 먹고사는 일에 좀 더 매몰되고 자꾸 시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때일수록 힘을 내자. 꼭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2016년 11월
객토문학 동인



객토문학 동인 소개


<객토문학>동인은 1990년 경남 마산 창원에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쓰는 모임으로 출발을 하였지만, 아이엠에프 이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임으로 거듭났습니다. 2000년 첫 동인지를 출간하기까지 소책자 <북>을 발행하였으며, 그 후 해마다 동인지를 묶어냈습니다. 또한 시대의 첨예한 현실을 주제로 한 두 권의 기획시집을 묶어냈으며, 지역과 지역을 넘어 삶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공통의 주제를 선정하여 동인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생산해 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이 쓴 글이 많아져야 세상이 좀 더 나아지리라 확신하며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현재 참여하는 동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민영, 박덕선, 배재운, 이규석, 이상호, 정은호, 최상해, 표성배, 허영옥입니다.

제1집 『오늘 하루만큼은 쉬고 싶다』(도서출판 다움, 2000)
제2집 『퇴출시대』(도서출판 삶이 보이는 창, 2001)
제3집 『부디 우리에게도 햇볕정책을』(도서출판 갈무리, 2002)
제4집 『그곳에도 꽃은 피는가』(도서출판 불휘, 2004)
제5집 『칼』(도서출판 갈무리, 2006)
제6집 『가뭄시대』(도서출판 갈무리, 2008)
제7집 『88만원 세대』(도서출판 두엄, 2009)
제8집 『각하께서 이르기를』(도서출판 갈무리, 2011)
제9집 『소』(도서출판 갈무리, 2012)
제10집 『탑』(도서출판 갈무리, 2013년)
제11집 『통일, 안녕하십니까』(도서출판 갈무리, 2014년)
제12집 『희망을 찾는다』(도서출판 갈무리, 2015년)
제13집 『꽃 피기 전과 핀 후』(도서출판 갈무리, 2016년)
배달호 노동열사 추모 기획시집 『호루라기』(도서출판 갈무리, 2003)
한미 FTA 반대 기획시집 『쌀의 노래』(도서출판 갈무리, 2007)



대표시 ― 「시」(최상해)


오십이 훌쩍 지나도록 그 많은 시간 앞에

기쁨이든 슬픔이든 서려 있는 흔적에는

눈길 한 번 없이 내 집만 짓느라 바빴다


심지어 작은 화분에 꽃 한 송이 옮겨 놓고

제대로 물 한 번 준 적 없이 꽃이 피기를 바랐다

제대로 핀 꽃 한 송이 없어도

꽃이라 우기기도 하였다


언제 반듯한 꽃 한 송이 피워낼 수 있을까

갈수록 메말라지는 화분에

가늘어지는 꽃대만 덩그렁 한 날이 쓸쓸하다


오십이 되기 전과 오십이 된 후

꽃이 피기 전과 꽃이 핀 후

그 경계에서 오늘도 길을 찾는다



목차 


13집을 내며


제1부 북


강영화

위장

바퀴벌레


권종오

가을

낙엽


김병두

약수터

내 땅


류남순

하루

시장


박능출

만성두통 1

안개강의 사람들


박명우

우리의 조사(弔詞)

숟가락 하나


박연희

아침 식사는 빵으로

세상에 띄우는 편지 2


성영길

길에서

역사의 이름으로


손영희

고향에서


신미란

다시 살아올 동지여

돌아오는 길


이한걸

칠월

빨래하는 남자들


제순자

뇌물 공화국

막노동꾼 아버지


조은희

감꽃

닭장 속의 광경


최경식

분수 1

분수 2


제2부 『북』 그 이후


박덕선

내려놓기

안녕하십니까?

풀이 아니어서 슬프다

꽃이 피는 내력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배재운

어머니

장날

깻잎을 따다가

가뭄

사드


이규석

로봇시대 2

착각

동백꽃

훈수

똘기


이상호

여름

비상

바이러스

장마

뱅뱅뱅


최상해

미시령에서

그래


표성배

馬山 10·18 그리고

마산수출자유지역

취업공고판

몽고정

혁명은 없다


허영옥

상전

여기는 어디?

폭염


제3부 북소리


박덕선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배재운

문턱을 넘는 용기


이규석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이상호

누구에게나 관심은 희망이다


최상해

역마다 백두산 가는 표는 안 팔아


표성배

아버지가 되어도 아버지를 다 알지 못한다


객토문학 동인지 및 동인의 책




2016.11.17 |




보도자료 

김명환 산문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



지은이  김명환  |  정가  10,000원  |  쪽수  183쪽

출판일  2016년 11월 2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피닉스문예 08

ISBN  978-89-6195-145-6 03810

보도자료  젊은날의시인에게_보도자료.hwp 젊은날의시인에게_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시인이 있어야 할 곳과, 해야 할 행동과, 써야 할 글들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던 나는 몇 년 동안 농촌, 광산촌, 공단을 돌아다니며 농민, 노동자들과 소모임을 했다. 주제를 정해 토론을 하고 토론 결과를 시의 형식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돌려 읽으며 고쳐서 한 편의 시가 완성되면 유인물로 만들어 지역에 배포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시가 되고 유인물이 되는 놀랍고도 신기한 일들이 지속됐고, 그 유인물들은 지역에서 호평을 받았다. ……

내가 다시 노동현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 것은 문예운동을 하기 위해서도,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서도, 문학작품을 쓰기 위해서도 아니다. 시인이 있어야 할 곳이 꼭 노동현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다. 단지 부끄러웠다. 빛나게 달려오던 젊은 날의 시인에게 부끄러웠다.

― 「젊은 날의 시인에게」 중에서

 

 

젊은 날의 시인에게』 출간의 의미

 

“삐라를 만드는 시인”의 산문집


산문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는 김명환 시인의 ‘젊은 날들의 회상’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인’을 꿈꿨다. 하지만 정작 시인이 되자 ‘시인’이기보다 ‘문예선전활동가’로 살아 왔다. 김명환은 철도노동자, 삐라작가, 활동가, 시인이다.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 시절, 철도노조민주화투쟁 시절, 철도민영화반대투쟁 시절의 이야기들이 제1부 ‘기차의 추억’과 제2부 ‘삐라의 추억’에 실려 있다.


제3부에는 짧은 소설과 동화가 묶여 있다. 「첫눈」은 수배 중인 월간 『노동해방문학』 발행인 김사인 시인이 첫눈 오는 날 집에 다녀가는 이야기다. 「함박눈」은 전쟁 시기 신경림 시인의 첫사랑 이야기다. 제4부에는 선언, 칼럼, 에세이, 논설, 호소문 등이 묶여 있다. 제5부는 철도노조민주화투쟁 이야기를 무협지로 그렸다.


김명환은 후기에 “돌이켜보면, 무슨 대단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삐라만 안 만들었으면, 그 정성과 그 노력으로 글을 썼으면, 빛나는 시 한 편 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 삐라들이, 그 삐라를 만들고 뿌리던 시간들이, 내 빛나는 시였다는 걸 알았다.”라고 썼다.



서시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를 바꾸며 살았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먼 길을 돌아
몸과 마음을 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리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날은 어둡고 바람은 찬데
너는 아직도 거기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느냐
젊은 시인아



책 속에서 


내가 기차를 처음 타보고, 철도노동자의 노래를 처음 듣던 때로부터 벌써 40년 가까이가 흘렀다. 나는 어느덧 흰머리가 나고, 머리가 벗겨지기도 한 중년의 철도노동자가 됐다. 기차를 타는 게 직업이 됐고, 철도노동자의 파업투쟁을 소리 높여 노래 부르는 시인이 됐다.
― 「기차의 추억」, 16쪽

나는 20년 가까이 삐라만 만들었다. 민주주의혁명을 위하여, 사회주의혁명을 위하여, 신자유주의반대투쟁을 위하여 … … . 억세게도 운이 좋은 나는, 세 번의 멋진 투쟁에 꼽사리낄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 하지만 나는 민주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신자유주의반대론자도 아니었다. 삐라쟁이였을 뿐이다.
― 「자본론의 추억」, 23쪽

누구나에게 그런 바람이 있을 것이다. “돌아가야 한다. 내 형제들의 곁으로”가 아니라, “떠나야 한다. 내 형제들의 곁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갈 곳도, 떠날 곳도 “내 형제들의 곁”이니 한 발쯤 비껴서기도 어려운 일이다.
― 「이사」, 27쪽

1984년 나는 시인이 됐다. 그런데 어딜 가도 나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쓰신 조세희 선생님의 조카”로 소개 됐다. 나도 시인인데, 소설가의 조카라니! 나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 「소설가의 조카」, 36쪽

문예선전활동가, 현장에서, 예술을, 선도적으로!
나는 예술적으로 훈련된 활동가가, 탁월한 선전선동능력을 가진 예술가가, 현장에 뿌리박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현장 동지들과 함께 한발 한발 전진하는 그런 운동을 꿈꿨다.
― 「노동해방문학」, 43쪽



추천사


김명환은 시인이다. 시집 『첫사랑』을 보면 그의 서정이 남다르게 약자와 소수자들의 고통에 집중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던 시인. 시로 세상을 밝게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을 키웠던 시인. 그는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 순간부터 시를 몸으로 쓰기 시작했다. 철도노동자가 되어 홍보와 선전 일을 담당하면서 그는 자신의 시를 ‘삐라’와 맞바꿨다. 몸으로 쓴 책 속의 ‘삐라’들이 오랜 시간을 거슬러서 눈물과 분노를 밟고 걸어 나오고 있다. 고통스러웠지만 희망의 찬란한 빛을 품고.

― 이인휘 / 소설가


‘광산에서 온 시인’의 진지함에는 우스꽝스러움이 묻어난다. 혁명을 꿈 꾼 월간 『노동해방문학』의 선전일꾼이 공투본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이었던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여긴다. 전동차 승무원인 시인은 공손하고도 깍듯하다. 공공부문의 수많은 신자유주의반대투쟁에 선전게릴라로 취직한 시인은 제살을 깎아먹으면서 삐라를 만든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은 늘 안쓰러움으로 남는다. 시인의 산문집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공산당선언’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시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 김병구 / 철도노동자


그는 삐라쟁이다. 자칭 “3류 시인”의 몇 안 되는 애독자로서, 나는 그가 삐라쟁인 게 싫었다. 천상 시인인 그의 감성이 삐라처럼 “한번 쓰(여지)고 버려”질까 봐 나는 늘 두려웠다. 때론 의심을 받고 때론 거부당하면서도 시대의 마디마디, 바람보다 먼저 달려와 원고지 칸칸이 가부좌를 틀던 삐라쟁이. 철도원 24년 동안 삐라만 만든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 보니 그는 여전히 시를 쓰고 있었다.

― 이한주 / 시인



지은이 소개


김명환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사화집 『시여 무기여』에 시 「봄」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장, 2000년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 2007년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시집『첫사랑』이 있다.



후기


그동안 쓴 글들을 모으고, 고쳐 쓰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한가한 사람에게나 허용되는 것일 텐데, 내가 한가할 수 있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무슨 대단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삐라만 안 만들었으면, 그 정성과 그 노력으로 글을 썼으면, 빛나는 시 한 편 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 삐라들이, 그 삐라를 만들고 뿌리던 시간들이, 내 빛나는 시였다는 걸 알았다.

오랜 동지인 갈무리 식구들이 편집과 제작을 맡아줬다. 함께 파업투쟁에 나섰지만, 아직도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철도 해고동지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2016년 10월

김명환



목차 


서시


제1부 기차의 추억


젊은 날의 시인에게 10

기차의 추억 15

자본론의 추억 18

이사 25


제2부 삐라의 추억


키 작은 해바라기 30

소설가의 조카 36

노동해방문학 41

바꿔야 산다 49

비창 58


제3부 함박눈 내리는 날


첫눈 68

함박눈 86

함박눈 내리는 날 95

산개의 추억 100

최후의 만찬 111


제4부 100년 만의 정월대보름


노동귀족의 종말을 위한 협주곡 122

출범 다음날 새벽에 쓴 출범선언 128

순식간에 써내려간 파업선언 133

100년 만의 정월대보름 135

기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 138

프로메테우스의 눈물 144

레닌그라드 참호 속의 철도노동자 147

늙은 노동자의 “안녕들 하십니까?” 151


제5부 철노제일검


제1화 공투방, 깃발을 들다 156

제2화 타오르는 문선루 162

제3화 백암의 결 172


후기

2016.11.17 |




보도자료 

문영규 유고 시집

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지은이  문영규  |  정가  9,000원  |  쪽수  152쪽

출판일  2016년 10월 9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마이노리티시선 46

ISBN  978-89-6195-144-9 04810

보도자료  나는안드로메다로가겠다_보도자료_fin.hwp 나는안드로메다로가겠다_보도자료_fin.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문영규는 병마에 끌려 다니지 않았고, 

마음자리의 근원에 가 닿으려고 애썼다. 

내가 본 마지막 모습, 

그는 시와 투병과 수행이 하나인 순리의 길을 가고 있었다. 

― 이응인 (시인)


살얼음같이 시간을 앓았던 사람

시를 방패 삼아 병마를 이겨내던 사람

문영규 시인은 새가 되었을까

저 많은 시편 구름으로 펼쳐둔 것을 보면 ……

― 하아무(소설가)

 

 

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출간의 의미

 

마흔 여섯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문영규 시인의 유고 시집 『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가 출간되었다. 문영규 시인은 195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마산․창원에서 노동자로 생활하였으며, 1995년 <마창노련문학상>을 받고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첫 시집 『눈 내리는 날 저녁』, 두 번째 시집 『나는 지금 외출 중』을 출간하였고, <객토문학> 동인, <일과시> 동인,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에 2015년 10월 9일 지병으로 영면하였다.


이번 시집의 1부는 시인이 도달한 정신적 높이와 깊이를 한눈에 보여 준다. 그는 투병과 더불어 생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철저하게 밀고나가 그 끝에 다다른 모습을 시로 살려 내었다. “그동안 나를 / 몰고 다녔던 나를 / 이제 놓아 준다 / 더는 그 무엇도 아니다”(「그 무엇도 아니다」). 거기서 “나는 자꾸 새로 태어난다 / 밥 먹고 새로 나고 / 글 한 자 쓰고 새로 나고 / 획 하나 긋고 새로”(「공(空)」) 난다.


2부는 투병 과정에서 쓴 시들로 현실 속의 초극을 보여 준다. 그는 투병 중에도 ‘병’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그 너머에서 자신을 본다. 안드로메다로 가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카시아꽃 향기” 가득한 여기가 “정토”임을 일러 주고, “툭”하고 지는 동백꽃에서 “잘 내려놓음”의 “툭”을 간파한다.


3부 「주유소 일기」 연작은 시인이 주유소에서 일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생의 의미를 낚아챈 수작들이다. “주유마개부터 연 다음 / 얼마나 넣겠냐고 하면”, “고급차들은 대부분 가득이라고 한다.” 시인은 고집스럽고 빈약한 “가득은 좀 피하자”고 말한다. 오히려 “비워 두고 있지만 가득 찬 것”(「주유소 일기 4」)의 위대함을 시인은 몸소 깨닫고 있다.


4부는 시인이 시를 가지고 놀다 깨닫게 된 이치로 빛난다. 그에게 “꽃은 / 나무가 쓴 시”(「시」)이고, 걸레는 “시인은 젖은 몸으로 세상을 닦으라는”(「걸레」) 전언이다. 산책로를 걷다 만난 개미, 노래기, 딱정벌레, 거미를 통해 “많은 신호등이 점멸하고 있음”(「신호」)을 읽고, 우리가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 준다.



시인의 말
 
아무것도 볼 게 없다고 말해 놓고
그 말 하고 연꽃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든지
생각해 보니
연꽃만 아니라
나는 모든 걸 눈으로만 본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인데
귀로만 들었던 것을
가까스로 알게 된 것인데

눈으로 본 곳은 본 것이 아님을
귀로 들은 것은 들은 게 아님을
알게 된 것인데

― 「연꽃 논에 와서」 부분



문영규 시인을 기억하다


문영규의 시는 늘 땀이 배어 있다. 그가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는 무엇보다 진실한 것이다. 시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거짓말로 쓴 시는 바로 알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건강한 시란 어떤 것일까. 아는 사람만이 시를 읽는 슬픈 시대가 왔다. 하지만 문영규처럼 온몸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시는 다시 우리 생활 속에 파고 들 것이다.”
― 정규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의 겨울나기」(『눈 내리는 저녁』 발문)

“그에게 시는, 시작(時作)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도정에서 극심하게 흔들리고 요동치는 마음의 갈피를 추스르되, 무엇이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 삶이 참으로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인가를 성찰하고 그렇게 깨우친 그 무엇을 삶의 현실에서 몸소 수행하는 삶의 도량과 다를 바 없다.”
― 고명철, 「젊고 드넓은 마음밭을 일구는」(『나는 지금 외출 중』 해설)

그가 “진심어린, 혹은 겸허한, 진솔한 등의 표현”으로 설명한 ‘진정성’은, 우리가 아는 ‘인간 문영규’의 모습과 일치한다. 그가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갖는 태도가 바로 이 ‘진정성’인데, 시를 쓰는 데 있어서도 이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삼고 있으니, 한 마디로 시와 삶의 일치를 그대로 보여 준 경우이다.
― 이응인, 「병을 도반으로 길을 가는 시인」(『경남작가』 29호)

시인은 마지막 그날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 어쩔 수 없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젖은 몸으로 세상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살다 “그 몸마저 / 바람 따라” 떠난 시인이 쓴 시가 있다.
― 서정홍, 해설 「문영규 시인을 그리며」(『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故 문영규 시인 소개


문영규 시인은 1957년에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합천 대병초등학교, 대병중학교를 졸업한 후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창원의 금성산전 통일중공업에서 일하였다. 이때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 눈을 떴고 책을 가까이하며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갔다. 1988년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1994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1995년 마창노련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객토문학> 동인, <일과시> 동인,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2002년에 첫 시집 『눈 내리는 저녁』(갈무리, 2012)을, 그리고 2014년에 두 번째 시집 『나는 지금 외출 중』(푸른사상, 2014)을 발간하였다. 2015년 10월 9일 향년 59세로 영면에 들었다.



대표시 ― 「아카시아 필 무렵」


나는 이다음에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그곳에 가서 태양계를 보겠다

지구를 보겠다 당신을 보겠다

그곳에 가서 나는 당신에게

이상향이 정토가 피안이,

여기라고 말하겠다


메밀꽃 핀 밤 풍경을

소금 뿌린 듯하다고

선대 문학가께서 말했지만

먼 산 희끄무레하게

아카시아꽃 핀 풍경을

안드로메다의 그림자라고 나는 말하겠다


아카시아꽃 향기는

정토의 향기라고 말하겠다

꿀의 달콤한 맛은

잊었던 안드로메다의 맛이라고 말하겠다

우리의 고향이 안드로메다임을 기억하라는

맛이라고 말하겠다


꿀벌들은 안드로메다의 전령이라고 말하겠다

이맘때는 날씨가 화창해서

꿀벌들께서 작업이 순조롭기를 빌겠다



목차 


문영규 시인의 유고 시집을 내며


1부 그 무엇도 아니다


명상

그 무엇도 아니다

반야

봄날은 간다

척추

공(空)

민들레

잠두봉에서

연꽃 논에 와서

빗장

파지

당초문

바람과 나

홈키파

뾰족하다

여름이 간다

토란 잎

독서의 계절에

화장실에서

고들빼기

쇳말뚝

개머루

쑥 캐러 가자

금강반야

열반

산불 조심


2부 입원실에서


입원실에서

왜소함

점멸등

어스름 녘에는

아카시아 필 무렵

호박넝쿨

소비자

하루

난 오늘

근데 뭐

목도리

하얀 꿈

동백

고물상

밝기 때문


3부 주유소 일기


주유소 일기 1

주유소 일기 2

주유소 일기 3

주유소 일기 4

주유소 일기 5

주유소 일기 6

주유소 일기 7

주유소 일기 8

교차로 광고지

희망의 촛불을 켜자

희망을 찾는다

플래카드

용병 노상태 씨

순수 소비자 연맹

새 길

위양지

애들아

유기(遺棄)


4부 분해


걸레

신호

감탄고토(甘呑苦吐)

연결

구리다

풍란의 발

징검다리

논바닥

분해

저녁 별

겨울

거울 이야기

봄비

옥수수

돈다

비둘기는 텃새이면서 철새다

문워크

장어


5부 시인의 시 세계


시와 시인 그리고 진정성에 대하여

희망을 갖자


문영규 시인을 그리며 / 서정홍(농부 시인)


故 문영규 시인 연보


2016.10.14 |
전쟁론 강의_3d.jpg


보도자료 

『전쟁론 강의
Lectures on Clausewitz’s On War



강의로 쉽게 읽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지은이  김만수  |  정가  35,000원  |  쪽수  628쪽
출판일  2016년 10월 9일  |  판형  신국판(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Virtus, 카이로스총서 42
ISBN  978-89-6195-143-2 0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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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 강의』의 특징


『전쟁론』을 150여 개의 그림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해설한다.

『전쟁론』 125개 장의 내적인 연관성을 밝힌다.

『전쟁론』 8개 편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힌다.

『전쟁론』 전체의 핵심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설명한다.

여러 논문을 통해 『전쟁론』에 관한 이해의 외연을 확장한다.

많은 참고 문헌으로 『전쟁론』의 폭넓은 연구에 도움이 된다.



『전쟁론』, 『전쟁론 강의』 동시 출간의 의의

사드와 『전쟁론』

올 여름 살인적인 무더위에 일어난 ‘사드 논란’이 한반도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해야 한다는 (그리고 배치 장소를 계속 바꾸는) 박근혜 정부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 사이의 전쟁. 그렇다, 그것은 ‘전쟁’이다.

『전쟁론』에서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라고.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자기 나라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미국의 의지를 한국 땅에 실현하고 관철하려고 미국을 대신하여 자국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한국의 안전 보장은 미국의 사드 배치 목적에 들어있지 않다. 또한 사드 배치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은 남한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중국은 남한에 보복을 예고하고 실행하고 있으니 한국의 안보는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사드 전쟁’의 승리자는 손 안 대고 코 푸는(한국 주둔 미군과 미군 시설의 안전을 약간 높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2차 승리자는 안보 불안을 조성하여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박근혜 정부, 1차 패배자는 북한과 중국, 최종 패배자는 한국 국민이 될 것이다. 한국 국민은 사드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레이더 전자파에 노출되고, 안보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사드는 미국과 한국의 ‘국내용’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박근혜 정부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관철하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무력에서 나온다. 경찰과 검찰의 공권력에서, 물대포나 최루탄의 힘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군대의 총부리에서, 즉 폭력에서 나온다. ‘자기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상대에게 굴복하는 폭력 행동’을 하는 것이 전쟁이니 박근혜 정부는 자국 국민에게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민이 갖고 있는 힘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인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불순세력’과 ‘불법’으로 규정한다. 즉 국민의 힘이 정부의 힘보다 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힘이 국민의 힘을 누르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정부의 의지(미국의 의지)를 ‘안보’라는 이름으로 왜곡하여 한국 땅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다.

『전쟁론』의 역사적 배경 (발리바르, 「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 『전쟁론 강의』 4장, 546~547쪽에서 발췌)

“18세기 절대 왕정 시기에 정부 간의 전쟁(Kabinettskriege)은 군사 카스트[특권 계급]의 지휘 하에 용병, 직업 군인, [모병된] 신병에 의해 강압적으로 수행되었고, 그것의 목적은 이른바 ‘유럽의 균형’ 내부에서 세력 균형을 바꾸고 적대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심지어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동반하더라도 정의상 제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과 함께 개시된 ‘새로운 전쟁’(Volkskriege)은 절대 전쟁이었고, 규모와 폭력의 측면에서 극단으로의 상승을 동반했다. 새로운 전쟁은 인민 봉기에서 처음 나타난 ‘민족의 무장’을 동반했고, 나폴레옹은 이를 대륙의 헤게모니를 위한 제국주의 도구로 변형했다. 그 후 무장한 민족들은 서로 경쟁하고 싸웠으며, 각자는 민족주의적 비책을 계발했으며, 그들은 자신의 실존이라고 믿는 것을 위하여 싸웠다. 이러한 전개는 전쟁의 세계사에 대한 클라우제비츠의 비범한 설명이 담겨 있는 8편에 약술되어 있고, 이것은 뒤따른 시도들의 모형이 되었다. … 그리고 클라우제비츠의 질문은 명백하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 이러한 전개가 비가역적이고 역사는 ‘전쟁의 절대화’를 향한 방향으로 전개한다고 믿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어떤 가능성에 의거해 이러한 경향에 저항해야만 하는가? 이런 경향은 민족과 국가의 실존을 위태롭게 하고, 모든 정치적 문제들 중에서 전쟁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게 하며, 결국 정치의 도구인 전쟁에 대한 정치의 최우선권을 파기한다. 여기에서 클라우제비츠 개인이 누구였는지 회고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는 불안한 귀족 가문 출신의 프로이센 장교로서 (주로 칸트적인) 철학 교육을 받았고, 대적(大敵) 프랑스와 계속 싸우기 위하여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위험을 무릅썼고 직접적인 외교적 조정보다는 애국적인 관심을 우선시했다. 그는 인민 징병제에 기초해서 19~20세기에 이르러 거대한 군대로 발전할 것을 창안함으로써 프로이센 군대가 민족 군대로 변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개가 군사 카스트와 국가 관료로부터 정치적 결정의 완전한 독점권을 박탈할 가능성에 대해 그가 우려한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빨치산이나 게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궁극적인 무기이지만, 그들을 활용할 때 사회적 위험성이 동반된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도 명백하다.)”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다(클라우제비츠), 정치는 전쟁의 수단이다(푸코)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수단’이라고 했고, 클라우제비츠를 전복한 미셸 푸코는 ‘정치를 전쟁의 수단’이라고 했다. 이들의 인식으로 이제 우리는 정치는 전쟁이고, 전쟁은 정치라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전쟁은 국가와 국가 사이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일어난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강대국은 과거에 약한 나라를 상대로 (제국주의) 전쟁을 했다. 그런데 칠레(피노체트), 캄보디아(폴포트), 한국(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약한 나라들은 자기 나라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했다. 사드는? 박근혜 정부가 자기 나라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자기 나라 국민을 상대로 치르는 ‘전쟁’이다.

‘전쟁’에 관심이 없는가? 전쟁이 정치고 정치가 전쟁이라면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전쟁’이고, 그래서 정치다. 물론 박근혜 정부만 국민에게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도 다른 종류의 전쟁을 하고 있다. 출산 거부, 그래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지금 대다수 국민(이른바 ‘개∙돼지’들)이 ‘헬조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전쟁’이다. 헬조선은 매일매일의 전쟁에서 패배한 ‘개∙돼지’들이 부르는 ‘한국’의 다른 이름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기를 바라는가? 상대가 내 뜻대로 행동하게 하고 싶은가? 그렇게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아도르노의 말처럼,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정치다. 그리고 정치는 곧 전쟁이다.

『전쟁론』은 『전쟁론』에서 다루고 있는 바로 그 주제, 즉 ‘전쟁’으로 한국의 정치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치에 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일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 읽기는 하지만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 그래서 여전히 이해의 ‘미스터리 영역’로 남아 있던 『전쟁론』이 이번에 출간된 『전쟁론』 번역의 전면 개정 완역판과 『전쟁론 강의』를 통해 비로소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클라우제비츠와 현대 사상가들 : 푸코, 네그리, 사카이 다카시

미셸 푸코
“바로 이 순간에 우리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를 뒤집어 정치란 다른 수단에 의해 계속되는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세 가지를 의미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 사회와 같은 사회에서 기능하듯이, 권력관계는 원래 역사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어떤 한 시기에 전쟁 속에서, 또한 전쟁에 의해 확립된 일정한 힘관계에 정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 [둘째는] ‘시민평화’의 내부에서 정치투쟁이나 권력에 관련된, 권력에 대한, 권력을 위한 항쟁이나 한쪽의 증대, 정복 등 힘관계의 변경 같은 모든 것은 하나의 정치체제에 있어서 전쟁의 계속으로 해석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 [세 번째로는] 최종 결정은 전쟁에서, 즉 무기가 최후의 판관이 되는 힘겨루기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34~35쪽)

“사실 저는 정치란 다른 수단에 의해 계속되는 전쟁이라는 원칙이 클라우제비츠보다 훨씬 전에 있었던 원칙이었다고 생각하고, 또한 이 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17세기와 18세기 이후 유통됐던 막연하면서도 동시에 정확하게 존재했던 일종의 테제를 그저 뒤집었을 뿐이라고 말이죠.”(66쪽)
―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김상운 옮김, 34~35, 66쪽

안또니오 네그리 
정치로부터 전쟁의 분리는, 심지어 국제적 사건에서 전쟁의 핵심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현실주의 이론가들에게서조차도, 근대 정치사상과 실천의 근본적 목표였다. 예를 들어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지속이라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주장은 정치와 전쟁이 분리 불가능함을 시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클라우제비츠의 저작 속에서 이 관념은 무엇보다도, 전쟁과 정치가 원리적으로 분리되며 서로 다르다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는 이 분리된 영역들이 어떻게 때때로 상호관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둘째로,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으로, 그에게 ‘정치’는 한 사회 내부의 정치적 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직 국민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갈등만을 지칭한다. 클라우제비츠의 관점에서 전쟁은 국제정치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국가의 무기고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그러므로전쟁은 한 사회의 내부에 존재하는 정치적 투쟁 및 갈등과 전적으로 외적인 관계에 있다.”
― 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다중』, 조정환 외 옮김, 30~31쪽

사카이 다카시
뛰어난 군인이자 철학에도 정통했으며 전쟁이라는 현상을 전쟁 이외의 다양한 현실과의 관계를 통해 고찰했던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은 대단히 풍요로운 것이어서 그로부터 다양한 이론적, 실천적 개념들이 개발되었다. 일테면 다음의 두 노선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나는 절대전쟁-섬멸전 이론이며, 또 하나는 국민전쟁-게릴라전 이론이다. 전자는 루덴도르프, 나치 독일의 계보로 이어지고 후자는 모택동이나 게바라의 계보로 이어진다고 보며, 나폴레옹 전쟁 이후의 전쟁에선 이 두 노선의 대항이 일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사카이 다카시, 『폭력의 철학』, 김은주 옮김, 187~188쪽



『전쟁론 강의』 간략한 소개

『전쟁론』 전3권 완역본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지 10여년 만에 국내 『전쟁론』 연구의 권위자이자 『전쟁론』의 역자인 김만수의 해설서 『전쟁론 강의』가 출판되었다. 『전쟁론』 전면개정완역판 과 동시에 출간되는 이 책에서 저자 김만수는 『전쟁론』에 구조와 핵심 내용을 해부한다. 

이 해설서는 고전에 관한 여느 해설서와 약간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해설서가 해설, 재구성, 관련 논문, 참고 문헌의 4개의 편으로 구성된다. 

1편은 전통적인 해설서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전쟁론』 이해에 도움이 되는 독창적인 표와 그림이 다양하게 수록돼 있다. 저자는 표와 그림을 통해 각 장의 내용을 먼저 전체적으로 개관한 후에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해설하였다. 독자는 『전쟁론』을 읽다가 미로를 헤매지 않게 되었고, 『전쟁론』의 어디에서 무슨 내용을 읽고 있는지 분명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전쟁론』의 125개 장을 150여 개의 표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설명하는 식으로 해설했다. 

2편에서는 1편을 바탕으로 『전쟁론』의 125개 장과 8개 편을 재구성했다. 즉 125개 장의 내적인 연관성을 밝혀서 이를 40개로 재구성했다. 또한 8개의 편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혔다. 1편이 『전쟁론』의 ‘나무’라면 2편의 1~2장은 『전쟁론』의 ‘숲’에 해당한다. 이것으로 『전쟁론』의 ‘나무와 숲’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해설서의 백미는 『전쟁론』 전체의 핵심 내용을 하나의 그림에 담아 서술한 2편의 3장이다. 이 그림의 독창성은 그 그림 하나로 『전쟁론』 전체의 핵심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림의 여러 경우의 수를 상정하게 하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응용하여 여러 형태와 세대의 전쟁을 표현할 수 있게 한 점이다. 삼각형 그림 하나로 『전쟁론』의 난해한 내용을 이해하도록 설명하였으니, 이 부분이 이 해설의 절정에 해당한다. 2편 전체에서 『전쟁론 강의』의 독창성과 탁월함을 잘 느낄 수 있다.

3편에는 네 편의 논문을 실었다. 전쟁론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는 자료이니,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읽어도 되는 부분이다. 4편의 참고 문헌은 전쟁론을 좀 더 폭넓게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전쟁의 핵심 내용을 표현한 독창적인 도표와 그 설명 

“클라우제비츠는 1827년에 쓴 ‘알리는 말’에서 원고를 고칠 뜻을 비쳤다. 원고를 개정할 때는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의 관계와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점은 『전쟁론』 1편 1장, 2편 3장, 8편 2, 3, 6장에 나온다. 우리는 이 관점을 『전쟁론』 1편 1장, 8편 3장 B, 8편 6장 B의 해설에서 삼각형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전쟁론』 전체의 핵심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하나의 그림에 표현한다. 

그림을 이렇게 그리면 전쟁의 정의, 전쟁의 삼중적인 성격,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의 관계,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라는 관점을 하나의 그림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다.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목적이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것은 목표이고, 폭력 행동은 수단이다. 전쟁은 정치성, 개연성, 폭력성의 삼중성을 띤다.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다. 군대에 대한 정부의 우위성의 관점은 정부를 삼각형의 위에 두고, 군대를 삼각형의 아래에 두는 것으로 표현했다.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은 화살표의 방향으로 표현했다. 인민이 전쟁에 많이 참여할수록 전쟁은 절대 전쟁에 가깝게 된다. 인민이 전쟁에서 멀어질수록, 즉 전쟁이 정부와 군대에 의해서만 수행될수록 전쟁은 현실 전쟁에 가깝게 될 것이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 절대 전쟁의 예라면, 프리드리히 대왕의 7년 전쟁은 현실 전쟁의 예이다. 전쟁의 이론은 절대 전쟁뿐만 아니라 현실 전쟁도 포함하는 이론이 되어야 한다.“
― 제2편 3장 「전체의 핵심」 421~423쪽


『전쟁론』과 마르크스, 레닌, 모택동 

* 에티엔 발리바르, 「제4장 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 『전쟁론 강의』에서 발췌

마르크스와 『전쟁론』
클라우제비츠를 감탄하여 읽고 마르크스에게 그 중요성을 조언해 준 사람은 엥겔스이다. (1849년 프로이센 군대와 맞선 혁명 세력의 분견대를 훌륭히 퇴각시킨 후 엥겔스에게 붙여진 별명은 ‘장군’이었고, 그는 항상 군사 문제에 관심을 두었다.) …… 클라우제비츠와 마르크스를 넘어서 ‘인종 전쟁’이라는 초기 관념으로 돌아가는 것은 투쟁 또는 갈등과 동일시되는 정치적인 것의 어떤 순수성 또는 확실성을 부활시키는 것이다.(551~552쪽)

레닌과 『전쟁론』
레닌과 모택동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변증법적 원칙이 전쟁과 정치의 새로운 접합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전략적 결합체에 대한 관념이 국가-군대-인민의 통일체로부터 계급, 인민, 혁명 정당이라는 새로운 통일체로 대체되었다.

알다시피 레닌은 클라우제비츠를 철저히 읽었고, 1차 세계 대전이 발발되고 제2인터내셔널과 반전 결의안이 붕괴된 후 『전쟁론』에 관한 주석과 논평을 남겼다. 레닌은 “제국주의 전쟁을 혁명적 내전으로”라는 구호를 기초했고, (적어도 자신의 나라에서는) 성공적으로 이행했다. 그 구호는 ‘도덕적 요인’(국제주의적 계급 의식)이 시간이 지남에 따른 ‘대중’ 전쟁(즉 대중으로 구성된 민족 군대가 수행하는 전쟁)에 대한 정치적 공포의 결과라고 설명했다.(557쪽)

모택동과 『전쟁론』
그러나 우리는 모택동의 ‘유격대의 지구전’ 이론에 이르러서야 ‘다른 수단으로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개념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방식의 탈환이자 정치적인 것에 대한 클라우제비츠의 관념에 대한 대안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영속적으로 클라우제비츠를 괴롭혔던 아포리아를 해결하고자 시도한다. 사실 나는 여러 논평자들이 인정했던 것처럼, 모택동이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가장 일관된 클라우제비츠주의자였을 뿐만 아니라 클라우제비츠 이후 가장 일관된 클라우제비츠주의자라고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는 클라우제비츠의 공리 중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모두 재해석했기 때문이다.(557쪽) 


책 속에서 : 『전쟁론』을 해부한다!

클라우제비츠의 정의에 따르면,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다. 적에게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고 관철하는 것, 적이 우리의 의지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다. 적이 우리에게 굴복하게 하고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 적을 쓰러뜨리고 파괴하는 것은 전쟁의 목표이다. 
― 제1편 제2장 「전 3권의 해설」, 23쪽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1790년대에 유럽의 전쟁술에 변혁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때는 모든 책임이 전쟁술에 있는 것처럼, 즉 전쟁술이 좁은 범위의 개념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어느 관찰자들은 이 현상을 지난 몇 백 년 동안 전쟁술에 미친 정치의 해로운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찰자들은 모든 것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영국 등과 같은 나라의 특별한 정치에서 나온 일시적인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제1편 제2장 「전 3권의 해설」, 382쪽

전쟁에서 전투 행동 자체는 주로 전투원과 군대에 의해 수행된다. 인민이 전쟁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걸프 전쟁에서 극명하게 보듯이, 오늘날의 ‘국민 국가’ 단위에서 인민(국민, 시민, 대중)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정부의 전쟁을 지지하거나, 그 전쟁에 무관심해지거나, 그 전쟁을 ‘스포츠로서 관람하도록’ 강요받는다.
― 제2편 제3장 「전체의 핵심」, 429쪽

『전쟁론』의 본래 영역은 정치학이고 군사학이다. 이 때문에 『전쟁론』은 정치가와 군인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영학 분야에서 경영 전략, 마케팅 전략, 리더십 등을 연구하고 설명하는 데도 『전쟁론』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 『전쟁론』은 철학이나 역사학 등 많은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고의 지평을 넓혀 주는 고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 제3편 제1장 「『전쟁론』 완역 후기」 460쪽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만수 (Kim Man Su, 1962~ )
홍익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사회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1987~1999년). 보쿰 대학교 한국학과에서 객원 교수를 지낸(1999~2001년) 후에 귀국하여 고려대, 대전대, 배재대, 홍익대에서 정치경제학과 사회학을 강의했다. 저서로 『리영희 — 살아있는 신화』(나남출판, 2003)와 『실업사회』(갈무리, 2004)를 출간했고, 『전쟁론』 관련 논문을 포함하여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전대학교 군사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서 2003년부터 오로지 『전쟁론』 연구에 전념하여(2003~2016년) 『전쟁론』 번역의 전면 개정 완역판과 그 해설서(『전쟁론 강의』)를 출간했다. 현재 클라우제비츠 연구소 소장으로서 클라우제비츠와 『전쟁론』 연구에 힘쓰고 있다. mansasuwol@hanmail.net



『전쟁론 강의』 차례

제1편 『전쟁론』의 해설 11
제1장 머리말의 해설 13
제2장 전 3권의 해설 21

제2편 『전쟁론』의 재구성 399
제1장 125개 장의 재구성 403
제2장 8개 편의 재구성 417
제3장 전체의 핵심 421

제3편 『전쟁론』 관련 논문 431
제1장 『전쟁론』 완역 후기 435
제2장 수량 표현과 문화의 이해 461
제3장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번역 비교 분석 491
제4장 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 525

제4편 『전쟁론』 관련 참고 문헌 563
제1장 클라우제비츠의 저서와 논문 567
제2장 한국 저자의 문헌 571
제3장 한국어로 번역된 문헌 577
제4장 외국어 문헌과 『전쟁론』 관련 사이트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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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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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전쟁론
Vom Kriege



전면 개정 완역판
국내 최초 독일어 원전 초판 완역



지은이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  |  옮긴이  김만수  |  정가  55,000원  |  쪽수  1128쪽
출판일  2016년 10월 9일  |  판형  신국판(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Virtus, 카이로스총서 41
ISBN  978-89-6195-142-5 9334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이다. 현대의 전쟁에 나타나는 공격과 방어, 전술과 전략의 형태는 200년 전과 크게 달라졌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은 여전히 중요하며 앞으로도 결정적인 요소로 남을 것이다.


또한 『전쟁론』은 ‘전쟁의 전체 모습을 분석하는 정의에 최초로 정치를 포함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정치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전쟁에 관한 불후의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전쟁을 정치의 수단으로 볼 때만 전쟁의 본래 의도와 목적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간파하게 된다. 국가 간의 전쟁에서 그러하듯이, ‘국가 안의 전쟁’에서도 그러하다.

― 옮긴이 김만수



『전쟁론』, 『전쟁론 강의』 동시 출간의 의의 

사드와 『전쟁론』

올 여름 살인적인 무더위에 일어난 ‘사드 논란’이 한반도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해야 한다는 (그리고 배치 장소를 계속 바꾸는) 박근혜 정부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 사이의 전쟁. 그렇다, 그것은 ‘전쟁’이다.

『전쟁론』에서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라고.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자기 나라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미국의 의지를 한국 땅에 실현하고 관철하려고 미국을 대신하여 자국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한국의 안전 보장은 미국의 사드 배치 목적에 들어있지 않다. 또한 사드 배치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은 남한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중국은 남한에 보복을 예고하고 실행하고 있으니 한국의 안보는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사드 전쟁’의 승리자는 손 안 대고 코 푸는(한국 주둔 미군과 미군 시설의 안전을 약간 높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2차 승리자는 안보 불안을 조성하여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박근혜 정부, 1차 패배자는 북한과 중국, 최종 패배자는 한국 국민이 될 것이다. 한국 국민은 사드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레이더 전자파에 노출되고, 안보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사드는 미국과 한국의 ‘국내용’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박근혜 정부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관철하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무력에서 나온다. 경찰과 검찰의 공권력에서, 물대포나 최루탄의 힘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군대의 총부리에서, 즉 폭력에서 나온다. ‘자기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상대에게 굴복하는 폭력 행동’을 하는 것이 전쟁이니 박근혜 정부는 자국 국민에게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민이 갖고 있는 힘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인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불순세력’과 ‘불법’으로 규정한다. 즉 국민의 힘이 정부의 힘보다 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힘이 국민의 힘을 누르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정부의 의지(미국의 의지)를 ‘안보’라는 이름으로 왜곡하여 한국 땅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다.

『전쟁론』의 역사적 배경 (발리바르, 「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 『전쟁론 강의』 4장, 546~547쪽에서 발췌)

“18세기 절대 왕정 시기에 정부 간의 전쟁(Kabinettskriege)은 군사 카스트[특권 계급]의 지휘 하에 용병, 직업 군인, [모병된] 신병에 의해 강압적으로 수행되었고, 그것의 목적은 이른바 ‘유럽의 균형’ 내부에서 세력 균형을 바꾸고 적대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심지어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동반하더라도 정의상 제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과 함께 개시된 ‘새로운 전쟁’(Volkskriege)은 절대 전쟁이었고, 규모와 폭력의 측면에서 극단으로의 상승을 동반했다. 새로운 전쟁은 인민 봉기에서 처음 나타난 ‘민족의 무장’을 동반했고, 나폴레옹은 이를 대륙의 헤게모니를 위한 제국주의 도구로 변형했다. 그 후 무장한 민족들은 서로 경쟁하고 싸웠으며, 각자는 민족주의적 비책을 계발했으며, 그들은 자신의 실존이라고 믿는 것을 위하여 싸웠다. 이러한 전개는 전쟁의 세계사에 대한 클라우제비츠의 비범한 설명이 담겨 있는 8편에 약술되어 있고, 이것은 뒤따른 시도들의 모형이 되었다. … 그리고 클라우제비츠의 질문은 명백하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 이러한 전개가 비가역적이고 역사는 ‘전쟁의 절대화’를 향한 방향으로 전개한다고 믿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어떤 가능성에 의거해 이러한 경향에 저항해야만 하는가? 이런 경향은 민족과 국가의 실존을 위태롭게 하고, 모든 정치적 문제들 중에서 전쟁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게 하며, 결국 정치의 도구인 전쟁에 대한 정치의 최우선권을 파기한다. 여기에서 클라우제비츠 개인이 누구였는지 회고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는 불안한 귀족 가문 출신의 프로이센 장교로서 (주로 칸트적인) 철학 교육을 받았고, 대적(大敵) 프랑스와 계속 싸우기 위하여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위험을 무릅썼고 직접적인 외교적 조정보다는 애국적인 관심을 우선시했다. 그는 인민 징병제에 기초해서 19~20세기에 이르러 거대한 군대로 발전할 것을 창안함으로써 프로이센 군대가 민족 군대로 변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개가 군사 카스트와 국가 관료로부터 정치적 결정의 완전한 독점권을 박탈할 가능성에 대해 그가 우려한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빨치산이나 게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궁극적인 무기이지만, 그들을 활용할 때 사회적 위험성이 동반된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도 명백하다.)”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다(클라우제비츠), 정치는 전쟁의 수단이다(푸코)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수단’이라고 했고, 클라우제비츠를 전복한 미셸 푸코는 ‘정치를 전쟁의 수단’이라고 했다. 이들의 인식으로 이제 우리는 정치는 전쟁이고, 전쟁은 정치라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전쟁은 국가와 국가 사이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일어난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강대국은 과거에 약한 나라를 상대로 (제국주의) 전쟁을 했다. 그런데 칠레(피노체트), 캄보디아(폴포트), 한국(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약한 나라들은 자기 나라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했다. 사드는? 박근혜 정부가 자기 나라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자기 나라 국민을 상대로 치르는 ‘전쟁’이다.

‘전쟁’에 관심이 없는가? 전쟁이 정치고 정치가 전쟁이라면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전쟁’이고, 그래서 정치다. 물론 박근혜 정부만 국민에게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도 다른 종류의 전쟁을 하고 있다. 출산 거부, 그래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지금 대다수 국민(이른바 ‘개∙돼지’들)이 ‘헬조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전쟁’이다. 헬조선은 매일매일의 전쟁에서 패배한 ‘개∙돼지’들이 부르는 ‘한국’의 다른 이름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기를 바라는가? 상대가 내 뜻대로 행동하게 하고 싶은가? 그렇게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아도르노의 말처럼,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정치다. 그리고 정치는 곧 전쟁이다.

『전쟁론』은 『전쟁론』에서 다루고 있는 바로 그 주제, 즉 ‘전쟁’으로 한국의 정치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치에 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일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 읽기는 하지만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 그래서 여전히 이해의 ‘미스터리 영역’로 남아 있던 『전쟁론』이 이번에 출간된 『전쟁론』 번역의 전면 개정 완역판과 『전쟁론 강의』를 통해 비로소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클라우제비츠와 현대 사상가들 : 푸코, 네그리, 사카이 다카시

미셸 푸코
“바로 이 순간에 우리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를 뒤집어 정치란 다른 수단에 의해 계속되는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세 가지를 의미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 사회와 같은 사회에서 기능하듯이, 권력관계는 원래 역사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어떤 한 시기에 전쟁 속에서, 또한 전쟁에 의해 확립된 일정한 힘관계에 정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 [둘째는] ‘시민평화’의 내부에서 정치투쟁이나 권력에 관련된, 권력에 대한, 권력을 위한 항쟁이나 한쪽의 증대, 정복 등 힘관계의 변경 같은 모든 것은 하나의 정치체제에 있어서 전쟁의 계속으로 해석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 [세 번째로는] 최종 결정은 전쟁에서, 즉 무기가 최후의 판관이 되는 힘겨루기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34~35쪽)

“사실 저는 정치란 다른 수단에 의해 계속되는 전쟁이라는 원칙이 클라우제비츠보다 훨씬 전에 있었던 원칙이었다고 생각하고, 또한 이 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17세기와 18세기 이후 유통됐던 막연하면서도 동시에 정확하게 존재했던 일종의 테제를 그저 뒤집었을 뿐이라고 말이죠.”(66쪽)
―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김상운 옮김, 34~35, 66쪽

안또니오 네그리 
정치로부터 전쟁의 분리는, 심지어 국제적 사건에서 전쟁의 핵심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현실주의 이론가들에게서조차도, 근대 정치사상과 실천의 근본적 목표였다. 예를 들어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지속이라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주장은 정치와 전쟁이 분리 불가능함을 시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클라우제비츠의 저작 속에서 이 관념은 무엇보다도, 전쟁과 정치가 원리적으로 분리되며 서로 다르다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는 이 분리된 영역들이 어떻게 때때로 상호관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둘째로,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으로, 그에게 ‘정치’는 한 사회 내부의 정치적 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직 국민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갈등만을 지칭한다. 클라우제비츠의 관점에서 전쟁은 국제정치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국가의 무기고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그러므로 전쟁은 한 사회의 내부에 존재하는 정치적 투쟁 및 갈등과 전적으로 외적인 관계에 있다.”
― 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다중』, 조정환 외 옮김, 30~31쪽

사카이 다카시
뛰어난 군인이자 철학에도 정통했으며 전쟁이라는 현상을 전쟁 이외의 다양한 현실과의 관계를 통해 고찰했던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은 대단히 풍요로운 것이어서 그로부터 다양한 이론적, 실천적 개념들이 개발되었다. 일테면 다음의 두 노선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나는 절대전쟁-섬멸전 이론이며, 또 하나는 국민전쟁-게릴라전 이론이다. 전자는 루덴도르프, 나치 독일의 계보로 이어지고 후자는 모택동이나 게바라의 계보로 이어진다고 보며, 나폴레옹 전쟁 이후의 전쟁에선 이 두 노선의 대항이 일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사카이 다카시, 『폭력의 철학』, 김은주 옮김, 187~188쪽



『전쟁론』 간략한 소개

『전쟁론』은 프로이센의 전쟁 이론가인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으로 1832~1834년에 세 권으로 출판되었다. 서양의 정치사상, 국제정치, 전쟁철학, 군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이다. 현대의 전쟁에 나타나는 공격과 방어, 전술과 전략의 형태는 200년 전과 크게 달라졌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은 여전히 중요하며 앞으로도 결정적인 요소로 남을 것이다.

옮긴이 김만수는 『전쟁론』 독일어 원전 제1권을 2006년에, 제2권과 제3권을 2009년에 국내 최초로 완역하였다. 그 이후 10여년 만에 해설서 『전쟁론 강의』와 함께 『전쟁론』 번역의 전면 개정 완역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번 개정판에서 옮긴이는 『전쟁론』 초판을 텍스트로 삼아 원전 텍스트에 더욱 충실하게 번역했다. 또한 초판 번역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고 해설을 전부 삭제하고 찾아보기를 크게 개선했다. 그림과 지도 등의 자료도 많이 실었다.


『전쟁론』 상세한 소개

개정판의 특징 

옮긴이는 이번 개정판에서 『전쟁론』 초판을 텍스트로 삼아 원전 텍스트에 더욱 충실하게 번역했다. 또한 초판 번역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고 해설을 전부 삭제하고 찾아보기를 크게 개선했다. 그림과 지도 등의 자료도 많이 실었다.

개정판에서는 번역 초판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다. 문장이 불분명하거나 어색한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되도록 수정하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문장이 점잖고 중후하게 되었다. 또한 이번 개정판은 문장의 길이와 호흡을 원문과 비슷하게 했고, 클라우제비츠의 문체, 비유, “유머에 가까운” 표현을 살리는데 신경을 썼다. 『전쟁론』을 읽는 것이 어렵든 쉽든, 이번 개정판은 『전쟁론』의 독일어 원문을 (우리말로) 읽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개정판은 번역 초판에 있던 해설을 전부 삭제하였다. 그래서 원문을 읽다가 역자의 해설을 읽는 번거로움을 피하게 되었다. 이는 이번에 해설서를 번역과 독립적으로 출간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책 말미의 찾아보기는 그 자체로 『전쟁론』에 관한 하나의 작은 용어집이라고 할 만하다. 찾아보기가 인명, 지명, 용어, 전쟁, 연도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전쟁론』을 통독하는 것이 어렵다면 용어의 찾아보기를 참고하여 해당 부분을 발췌하여 읽는 것도 『전쟁론』 독서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전쟁과 전투 등을 연도별로 정리하여 체계적이고 깔끔하다. 『전쟁론』에 나오는 모든 연도를 찾아보기에 넣은 것도 독창적인 발상이다.

『전쟁론』에 나오는 인물, 『전쟁론』과 관련되는 내용, 18~19세기 유럽의 정치 상황, 유럽의 지리를 좀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그림과 지도를 60여 개 실은 것도 이번 개정판의 특징이다.

『전쟁론』 각 부분의 핵심 내용 요약

『전쟁론』의 방대한 분량에서 전쟁의 본질,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 전쟁과 정치의 관계에 주로 관심이 있다면, 제1권 제1편과 제3권 제8편을 먼저 읽을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이론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의 이론이 그전의 이론과 어떻게 다른지, 그의 이론이 왜 혁명적인지 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제1권 제1편~제3편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과 전투에서 인간의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했는데, 이는 제1권의 제1편과 제3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와 19세기의 전쟁, 프리드리히 대왕과 나폴레옹 시대의 전투의 모습, 즉 전쟁의 역사적인 측면에 관심이 있다면, 주로 제1권 제4편과 제2권 제5편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이 외에도 『전쟁론』의 모든 곳에서 그 당시의 전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격과 방어의 본질, 방어가 공격보다 우세하다는 (역설처럼 보이는) 명제에 대해서는 제2권 제6편의 앞부분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그리고 특히 제6편 뒷부분에서 모택동의 대장정과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이론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과 방어의 본질과 차이에 대해서는 제2권 제6편의 앞부분과 제3권 제7편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셸 푸코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를 전복하여 정치를 전쟁의 수단이라고 했는데, 『전쟁론』에서 오늘날의 전쟁과 정치를 통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주로 제1권 제1편과 제3권 제8편에서, 그리고 『전쟁론』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촌철살인의 풍자, 비유, 유머, 지혜에서, 그리고 이를 이해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독자의 역량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김만수 선생의 완역에 의해 『전쟁론』은 비로소 불후의 고전이 되었다.   
― 김준호 대전대 교수, 경제사

그 사람 상식이 있고 그 유머에 끝이 없네.  
 ― 카알 마르크스

『전쟁론』은 독특한 방식의 전쟁 철학으로서 그 본질상 매우 훌륭하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 문제에서 제일 깊이 있는 저술가 중의 한 사람이다. 『전쟁론』에서 제일 중요한 장은 제3권 제8편 제6장이다.   
― 블라디미르 레닌

클라우제비츠 이후 제일 일관된 클라우제비츠주의자는 모택동이다.   
― 많은 전문가들의 논평, 에티엔 발리바르의 강연에서

내 견해로 클라우제비츠는 코페르니쿠스, 뉴턴, 다윈의 수준이다.
― J. F. C. 풀러



 책 속에서 :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철학

전쟁은 말 그대로 카멜레온과 같다. …… 삼중성은 다음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로 증오와 적대감이라는 원시적인 폭력성인데, 이것은 맹목적인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개연성과 우연의 도박인데, 이것은 전쟁을 자유로운 정신 활동으로 만든다. 셋째로 정치의 수단이라는 종속적인 성질인데, 이 때문에 전쟁은 순수한 지성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 제1권 제1편 제1장 「전쟁이란 무엇인가?」, 83쪽

오늘날의 전쟁술에서 사영은 또다시 없어서는 안 되게 되었다. 천막도 완벽한 수송 부대도 군대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 1812년의 러시아 원정은 군대가 매우 험한 기후에도 6개월에 걸친 전 행군 동안에 사영을 전혀 하지 않은 드문 예에 속한다. 하지만 그 고통의 결과가 어떤 것이었다고 해도 그런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모하다는 말은 그런 행동을 계획한 정치적인 의도에 훨씬 잘 어울릴 것이다.
― 제2권 제5편 제13장 「사영」, 501쪽

보나파르트의 행동에는 때로 미치광이 같은 극단적인 모험을 하는 열광적인 도박꾼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것도 말할 수 있다. 즉 그와 그에 앞선 프랑스 혁명 전쟁 때의 최고 지휘관들은 식량 조달과 관련된 문제에서 거대한 편견을 깨뜨렸고, 식량 조달은 단지 하나의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목적이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 제2권 제5편 제14장 「식량 조달」, 526쪽

정치는 전쟁을 수단으로 쓴다. 그래서 정치는 전쟁의 성질에서 나오는 모든 엄밀한 결론에서 벗어나고, 전쟁이 끝난 먼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해 별로 묻지 않고, 단지 바로 다음에 일어나는 것의 개연성을 충실히 따른다. 이 때문에 모든 행동에 심한 불확실성이 생긴다. 그래서 전쟁이 일종의 도박이 되면, 모든 정부의 정치는 이 도박에서 노련함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적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 제3권 제8편 제6장 B.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다」, 995~996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Carl Philipp Gottlieb von Clausewitz, 1780~1831)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Carl Philipp Gottlieb von Clausewitz)는 1780년 6월 1일에 막데부르크 근처의 부르크(Burg)에서 태어났고 1831년 11월 16일에 브레슬라우에서 사망했다.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군사 개혁가로서 전쟁에 관한 불멸의 고전 『전쟁론』을 남겼다. 
12살까지는 부르크의 라틴어 학교에서 약간의 학교 교육만 받았다. 7년 전쟁에 장교로 참전한 아버지가 프로이센 장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아들은 12살에 군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13살에 마인츠에서 처음 전투를 경험했고, 그 후 몇 년 동안 라인 강의 전투에 참전했다. 클라우제비츠의 부대가 노이루핀(Neuruppin)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1796~1801년에 공부할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혁명, 군대, 정치에 관한 책을 읽고, 논리와 윤리에 관한 강의도 들었다.
좋은 추천서 덕분에 1801년 가을에 샤른호스트가 설립한 베를린의 군사 학교에 입학하여 평생의 스승이자 ‘정신적인 아버지’인 샤른호스트를 만나게 되었다. 1804년에 군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1806년에 아우구스트 왕자의 부관으로 예나와 아우어슈테트 전투에 참전하여 프랑스의 포로가 되었다. 1년 동안 프랑스에 있으면서 프로이센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였다. 1807년 11월에 프로이센으로 돌아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샤른호스트와 함께 4년 동안 프로이센 군대의 개혁 문제를 다루고 저술 활동을 했다. 1812년에는 프랑스에 대항하려고 프로이센을 떠나 러시아의 군대에 들어갔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에 3년 동안 그나이제나우의 참모장으로 코블렌츠에서 근무했고, 1818~1830년의 12년 동안 베를린의 일반 군사 학교의 교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복고 시대의 개혁가로서 군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었고, 교장으로 있는 동안 전투부대로 보내달라는 모든 신청을 거부당했다. 교장이라는 한직에 있는 동안 자신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전쟁사와 전쟁 이론을 섭렵하여 『전쟁론』을 집필했다.
1830년에 비로소 포병 부대의 감독관으로 발령받았지만, 정신적인 고통에 따른 신경 쇠약과 1831년의 콜레라로 11월 16일에 브레슬라우에서 5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클라우제비츠와 그의 부인의 유해는 1971년에 폴란드의 브레슬라우에서 동독의 부르크의 묘지로 옮겨졌다. 비문의 글은 다음과 같다. “Amara Mors Amorem non separat.”(쓰라린 죽음도 사랑을 떼어 놓지 못한다.)

옮긴이
김만수 (Kim Man Su, 1962~ )
홍익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사회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1987~1999년). 보쿰 대학교 한국학과에서 객원 교수를 지낸(1999~2001년) 후에 귀국하여 고려대, 대전대, 배재대, 홍익대에서 정치경제학과 사회학을 강의했다. 저서로 『리영희 — 살아있는 신화』(나남출판, 2003)와 『실업사회』(갈무리, 2004)를 출간했고, 『전쟁론』 관련 논문을 포함하여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전대학교 군사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서 2003년부터 오로지 『전쟁론』 연구에 전념하여(2003~2016년) 『전쟁론』 번역의 전면 개정 완역판과 그 해설서(『전쟁론 강의』)를 출간했다. 현재 클라우제비츠 연구소 소장으로서 클라우제비츠와 『전쟁론』 연구에 힘쓰고 있다. mansasuwol@hanmail.net



전 3권의 차례

머리말의 차례

부인의 제1권 머리말    35
부인의 제3권 머리말    859
알리는 말    44
짧은 논설    47
저자의 말    50
저자의 머리말    52

편의 차례

제1권      
제1편  전쟁의 본질    57
제2편  전쟁의 이론    143
제3편  전략 일반    235
제4편  전투    325

제2권      
제5편  전투력    417
제6편  방어    553

제3권      
제7편  공격(초안)    861
제8편  전쟁 계획    947

장의 차례

제1편  전쟁의 본질    57
제1장  전쟁이란 무엇인가?    59
제2장  전쟁의 목적과 수단    84
제3장  전쟁 천재    103
제4장  전쟁에 따르는 위험    128
제5장  전쟁에서 겪는 육체적인 고통    131
제6장  전쟁에서 얻는 정보    134
제7장  전쟁에서 겪는 마찰    137
제8장  제1편의 결론    141

제2편  전쟁의 이론    143
제1장  전쟁술의 분류    145
제2장  전쟁 이론    155
제3장  전쟁술 또는 전쟁학    179
제4장  방법론    183
제5장  비판    191
제6장  사례    224

제3편  전략 일반    235
제1장  전략    237
제2장  전략의 요소    251
제3장  정신적인 요소    253
제4장  중요한 정신력    256
제5장  군대의 무덕    258
제6장  대담성    264
제7장  인내심    270
제8장  수의 우세    272
제9장  기습    281
제10장  책략    290
제11장  병력의 공간적인 집결    293
제12장  병력의 시간적인 집결    294
제13장  전략적인 예비 병력    302
제14장  병력의 절약    306
제15장  기하학적인 요소    308
제16장  전쟁 행동의 중지    311
제17장  오늘날의 전쟁의 성격    319
제18장  긴장과 휴식    321

제4편  전투    325
제1장  개요    327
제2장  오늘날의 전투의 성격    328
제3장  전투 일반    330
제4장  계속    335
제5장  전투의 의의    346
제6장  전투의 지속 시간    349
제7장  전투의 승패의 결정    351
제8장  전투에 대한 양쪽의 합의    360
제9장  주력 전투    366
제10장  계속    374
제11장  계속    381
제12장  승리를 이용하는 전략적인 수단    389
제13장  전투에서 패배한 후의 후퇴    403
제14장  야간 전투    408

제5편  전투력    417
제1장  개요    419
제2장  군대, 전쟁터, 원정    420
제3장  병력의 비율    424
제4장  병과의 비율    429
제5장  군대의 전투 대형    442
제6장  군대의 일반적인 배치    450
제7장  전위와 전초    459
제8장  전진 부대의 행동 방식    470
제9장  야영    476
제10장  행군    479
제11장  계속    489
제12장  계속    495
제13장  사영    500
제14장  식량 조달    509
제15장  작전 기지    531
제16장  병참선    537
제17장  지형    542
제18장  고지    548

제6편  방어    553
제1장  공격과 방어    555
제2장  전술에서 공격과 방어의 관계    560
제3장  전략에서 공격과 방어의 관계    566
제4장  공격의 집중성과 방어의 분산성    572
제5장  전략적인 방어의 성격    577
제6장  방어 수단의 범위    580
제7장  공격과 방어의 상호 작용    591
제8장  저항의 유형    594
제9장  방어 전투    614
제10장  요새    620
제11장  앞 장의 계속    633
제12장  방어 진지    641
제13장  요새 진지와 보루 진지    648
제14장  측면 진지    659
제15장  산악 방어    665
제16장  계속    675
제17장  계속    690
제18장  하천 방어    697
제19장  계속    719
제20장  A. 습지 방어    723
            B. 범람지    727
제21장  삼림 방어    736
제22장  초병선    738
제23장  나라의 관문    743
제24장  측면 행동    749
제25장  나라 안으로 하는 후퇴    769
제26장  인민 무장 투쟁    786
제27장  전쟁터의 방어    794
제28장  계속    800
제29장  계속. 점차적인 저항    818
제30장  계속. 결전을 하지 않는 경우에 전쟁터의 
            방어    822

제7편  공격(초안)    861
제1장  방어와 갖는 관계에서 본 공격    863
제2장  전략적인 공격의 성질    865
제3장  전략적인 공격의 대상    869
제4장  공격력의 감소    871
제5장  공격의 정점    873
제6장  적의 전투력의 파괴    875
제7장  공격 전투    877
제8장  도하    880
제9장  방어 진지의 공격    884
제10장  보루 진지의 공격    886
제11장  산악 공격    888
제12장  초병선의 공격    892
제13장  기동    894
제14장  습지, 범람지, 숲의 공격    898
제15장  결전을 하는 경우에 전쟁터의 공격    901
제16장   결전을 하지 않는 경우에 전쟁터의 공격    906
제17장  요새의 공격    911
제18장  수송대에 대한 공격    917
제19장  사영에 있는 적군의 공격    921
제20장  견제    929
제21장  침략    934
승리의 정점    935

제8편  전쟁 계획    947
제1장  머리말    949
제2장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    952
제3장  A. 전쟁의 내부적인 연관성    957
          B. 전쟁의 목적과 노력의 정도    962
제4장  전쟁 목표의 자세한 정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    978
제5장  계속. 제한된 목표    988
제6장  A. 전쟁의 목표에 미치는 정치적인 목적의 영향    991
         B.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다    994
제7장  제한된 목표. 공격 전쟁    1004
제8장  제한된 목표. 방어    1008
제9장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쟁 계획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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