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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


보도자료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비평의 조건은 무엇인가? 비평은 어떤 정치, 사회, 경제적 조건에서 생산되는가?
비평의 대상은 무엇이고 오늘날 비평가라는 주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16편의 인터뷰 :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지은이  고동연·신현진·안진국  |  정가  24,000원  |  쪽수  528쪽

출판일  2019년 10월 28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디알로고스총서 06

ISBN  978-89-6195-219-4 03600   |  CIP제어번호  CIP2019040667

도서분류  1. 미술 2. 미술비평 3. 예술 4. 사회학 5. 인문

보도자료  비평의조건-보도자료-fin-2.hwp 비평의조건-보도자료-fin-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이 책은 현재의 미술계 내부와 미술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 명의 미술비평가가 미술현장과 밀접한 다양한 조건의 미술비평가 16명(팀)을 인터뷰하여 기록한 책이다. 지금 우리는 이미 사멸해버린 세계와 주도적으로 새로운 무엇인가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의 사이에 살고 있다. 모더니즘이 사멸한 토대 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새로운 세계를 잉태하려 했지만 무력함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비평은 어디에 발 딛고 서 있을까? 비평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비평은 어디를 향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해답은 없다. 다만 희미한 형체가 아른거릴 뿐이다.

― 프롤로그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비평의 조건』 간략한 소개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저자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이 여러 현역 미술비평가 및 미술비평 그룹들을 만나 진행한 16편의 인터뷰를 수록하였다. 인터뷰 대상은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등 16인(팀)이다.

비평가가 쓴 평론은 어떠한 구조 안에서 유통되는가? 무엇보다도 비평의 생산과 유통망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했으며, 어떤 미학적, 현실적 선택을 하였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현대미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끊임없이 비평의 성격이나 역할을 둘러싼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비평이 어떠한 사회적 조건 안에서 만들어져 왔는지를 고민하고 물어보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평의 주체나 과정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을 터인데 말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을 바탕으로 전문 비평가들이 미술계의 지형과 현재의 상황, 미술계에서 비평의 역할, 생존을 위하여 고민해온 경로를 16편의 인터뷰로 공유한다.



『비평의 조건』 상세한 소개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

언젠가부터 현대 미술비평은 작업이나 작가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벗어나 철학적 관점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향이 본격화된 이래로
현대 미술비평은 현대미술만큼 어려워졌다. 대중들은 이미 현대미술을 엘리트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비평도 마찬가지로 현실과 동떨어진 선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예술의 기준이 다원화되면서 더 이상 비평가들이 담론으로 주도하는 일은 힘들어졌다. 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푸념이나 경고가 국내 미술계에도 만연해 있다. 비평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2014년 10월 국제미술평론가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의 제목), “비평이란 겨우 … 주례사”(김종길의 2013년 5월 『아트인컬쳐』 칼럼)라는 등 각종 비난이 난무한다.

미술비평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변화했을 뿐이다

물론 미술비평이 애초부터 그렇게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이며 흔히 근대 미술비평의 정초자로 불리는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미술비평이 갈림길에 서 있는 미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기 초, 기존의 비평이 예술작품과 작가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포장함으로써 부르주아 계급의 엘리트 미술 생산방식을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된다고 비판하였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도 비평을 결코 무용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벤야민은 비평을 요청하였다. 이후 “바라보는 자신을 본다”는 모더니즘의 절대적인 언명과, 다원주의 혹은 문화 상대주의의 열풍이 인문학과 미술비평을 휩쓸었지만, 그때도 비평의 중요성이 간과되지는 않았다. 할 포스터(Hal Foster)의 「비평-이후(Post-Critical)」(2012) 같은 글들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비평이 요구된다. 다만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유투버, 국민논객, 깨시민의 시대에 비평의 새로운 자리는 어디일까?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사회 곳곳에서 감지한다. 인문학 열풍, 유튜버, 국민 논객, 깨시민 같은 용어들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하는 시대,
누구나 쉽게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충족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는 이러한 시대에 비평의 태도와 위치에 관한 새로운 출발점, 새로운 자리를 의미한다.

16편의 인터뷰로 현대미술비평의 지형도를 그린다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 등 세 명의 공동저자는 16인(팀)의 현역 비평가의 입을 통해 현재 비평의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이들은 이 책을 기획할 때 특정한 관점을 취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미술계의 전반적인 여건에 다각도로 접근하려 했다고 말한다. 세 명의 저자는 초로(初老)에 있는 베테랑부터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그들이 바라보는 현대미술과 하고 있는 비평의 방식을 묻고 또 물었다. 여기에는 비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언론매체, 출판 관계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비평의 조건』은
비평이 처한 전반적인 조건을 추적하면서 그와 동시에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이 처한 특정한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는 책이다. 돈, 권력, (성)정체성, 예술계의 정치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시대적 조건과, 비평의 생산 및 유통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과연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기준자로 삼아 판단을 내리는가? 어떤 현실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세 명의 저자는 비평가와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비평이 비평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미술계의 공동체적인 여건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하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엘리트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서 일반 대중은 물론이거니와 미술계 내부의 생산자들로부터도 자주 외면받아온 현대미술비평을 다시 되짚으며, 그 역할과 여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그렇기에
비평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평가의 무용담을 다루지는 않는다. 아울러 비평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비평가를 둘러싼,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이들이 처한 사회적, 역사적, 개인적 배경을 둘러본다. 다양한 연령대, 비평계 입문 경로, 글의 형식과 시대적 예술사조에 따라 비평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30여 년에 이르는 비평가들의 활동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현재 미술계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로부터 현대미술비평의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비평의 조건』 책의 구성


이 책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그 안에서 비평가가 어떻게 운신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4부로 나눠 구성했다. 물론 각각의 인터뷰는 독자들이 비평가의 길고 고된 여정을 보다 총체적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활동 전반에 대한 다양한 줄기의 대화로 엮여있다. 그렇다 보니 각각 인터뷰 내용은 해당된 주제에 한정해서 전개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의 주제로 대화가 흘러간다.

1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1부는
새롭게 등장한 주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주체의 면면을 다룬다. 더 이상 주체-객체로 나누는 칸트식의 이분법으로 현재의 사고 체계를 규정하기 어려워졌다. 1부는 이른바 포스트 정체성의 시대에 비평가의 존재와 역할을 조명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결코 진리에 다다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 주체이며, 생존에 골몰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주체는 더 나은 것이 ‘이것이다’라고 발언할 수 있기는커녕, 판단조차 불가능한 전비판적 상태에 있다. 푸코의 비판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대 지식인의 한 표상으로서 비평가는 여느 직업을 가진 전문인과 같이 경제인간이 되어 인적자본으로서 자신의 스펙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고, 전문가적 매너와 소양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주체는 근대적인 주체성을 상실하고 자신이 수행한 바의 총합을 자신의 임시적인 정체성으로 획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2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

2부는 비평가가 생산해내는 글이 유통할 매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그 사회적 형상이 조각되고 의미가 결정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생산, 매개, 향유,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는 미술계의 순환적인 구조는 언론매체, 미술관, 정책기관, 그리고 그들과 연관을 맺고 활동하는 전문적인 미술인 인프라를 통하여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비평가는 어디에 글을 기고하고, 어떠한 역학관계에 따라, 어떤 내용을 누구와 함께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자신의 생산물에 대해서 어떠한 경제적인 보상을 받게 되는가? 비평가의 구체적인 결과물인 전시 서문이나 작가론, 논문은 결국 학술지나, 도록, (그리고 많은 부분) 미술 전문잡지를 통해서 유통된다. 자연스럽게 지면을 생산해내는 사회적 기관은 비평가들에게는 직장이나 다름없다. 갑을관계를 넘어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비평가들은 지면을 만들어내고 지켜내는 미술계 동료와 어떻게 연대하며 어떻게 생존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는가?

3부 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

3부는 미술계의 유기적인 내부 구조도 특정한 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이란 (사실 언제나 그랬지만 지금은 좀 더 깊이) 정치, 경제,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다면체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언이 예술이 자본주의에 잠식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예술에 맞추어 좀 더 구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을 뿐이다. 3부는 이러한 여건의 직접적인 여파를 보여주는 비평의 과정, 비평가가 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조를 보여준다. 이들은 단지 미술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정책을 논하고, 결론이 아니라 차연(差延)을 만드는 수행과정으로서의 비평 행위를 영위해간다.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의 정동이 드러나도록 창작하며, 예술을 향유하면서도 정작 비평에는 타자였던 감상자 및 독자에게 눈을 돌려 미술 애호가들의 취향을 찾아내고, ‘전문가의 현장’이 아닌, 이른바 ‘또 다른 파이’, ‘또 다른 현장’을 만들어간다.

4부 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

우리 시대 미술비평의 소재는 미술관, 화랑 같은 제도 안에 전시된 예술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대상을 사물로까지 확장한다. 4부에서는 그리고 그로 인하여 미술비평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비평적 내용과 글쓰기 스타일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비평가들은 선험적이거나 초월적 지식이 아닌, 자신들이 경험한 감각적인 세계, 특히 작품과 조우하는 순간에 발현된 애정으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간혹 비평가들은 퍼포먼스나 안무에 참여하고 체험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안에서 예술가와 맺는 관계나, 혹은 예술가가 젠더와 젠더를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에서 보이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러면서도 예술가 스스로 전투적인 페미니즘 담론에 함몰되어가는 과정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회화와 같은 예술실천 현상에서 이론을 귀납법으로 도출해보고자 시도하기도 하고, 비평가의 머릿속 사유가 퍼포먼스로 도출되는 과정을 추적하기도 한다. 물론 예술가와 작품이 미술이라는 중앙무대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4부는 비평가가 미학적으로 취하게 되는 머릿속의 인지 과정을 그린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고동연 Dong-Yeon Koh
아트 2021의 공동디렉터(2008~2010), 신도 작가지원프로그램(시냅, 2011~2014)의 한국 심사위원,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및 운영위원, 비평가, 연구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응답하라 작가들 : 우리시대 미술가들은 어떻게 사는가?』(2015), 『Staying Alive : 우리시대 큐레이터들의 생존기』(신현진 공저, 2016),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대중화 전략』(2018)이 있다. 현재 Post-memory Generation in South Korea : Korean Contemporary Arts and Films (Routledge, 근간)를 집필 중이다.

신현진 Hyunjin Shin
쌈지스페이스 제1큐레이터, SAMUSO 전시실장,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예술 센터(Asian American Arts Center)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이 되어 2013년에는 연재소설 『미술계 비련과 음모의 막장드라마』가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발행한 신문에 실렸다. 번역서로 『예술 노동자』(열화당, 근간)가 있다. 「사회적 체계 이론의 맥락에서 본 대안공간과 예술의 사회화 연구」로 2015년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안진국 Jinkook Ahn (Lev Aan)
미술비평가. 동시대에 일어나는 다채로운 사건들의 내면에서 흐르고 있는 사유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동시대인의 보편적인 사유방식을 탐색하고 있다.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제안된 공간에서 제안하는 공간으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비평을 시작했다. 종합인문주의 정치비평지 『말과활』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2016~2017), 월간 『BIZart』 고정 필자(2016.7.~)이기도 하다. 공저로는 『기대감소의 시대와 근시 예술』(2017)이 있으며, 다수의 미술전문지에 미술비평 및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디지털·문화·정책을 연구 중이다.



책 속에서 : 미술비평가 16인(팀)의 인터뷰


저는 비평가가 ‘나는 이 작품 이렇게 본다’, ‘이런 것으로 인해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걸 보다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많이 보고 경험한 시간을 이길 수는 없어요. 보는 안목을 훈련하는 게 중요해요.

― 박영택, 비평가의 안목, 47쪽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무엇보다 그 사람을 다 수용하잖아요? 그래서 작가/작품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81쪽


픽셔널하다고 해서 나의 견해를 감추지는 않습니다. 견해를 직접 말할 수 없어서 우회하기 위해서 픽셔널한 것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글쓰기의 방법론으로서 발명하고자 했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김장언, 분열된 현대적 주체, 105쪽


그런 점에서 제가 눈여겨보았던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한 예술가들의 싸움 가운데 가장 유명한 홍대 두리반 싸움일 겁니다. 거기에 참여한 작가나 미대생들이 그런 예술 파업에 가까운 몸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서동진, 전비판적 주체와 역사적 비판, 134쪽


『미술세계』의 지향점 중 하나는 한국 미술계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 블랙리스트 문제를 지속해서 추적한다던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 피’ 문제의 변화를 담아낸다던가, 대선을 앞두고는 대선후보 전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백지홍, 잡지의 환골탈태, 175쪽


저는 《아트 스타 코리아》가 작가들의 삶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를 들춰내고 미술계 전문가라는 이들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태도에 대한 나름의 흥미로운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 홍경한, 미술잡지와 비평가를 둘러싼 권력의 제국, 197쪽


어떤 작가에 대해 한 번을 쓰든 그 이상을 쓰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은 선입견 없이 작가를 대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무명작가든지 유명작가든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 이선영, 비평가라는 평생직장, 230쪽


글이 어떻게 수행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 제가 리뷰를 썼던 작업들은 제가 여러 번 갔거나, 오래 봤거나, 굉장히 반복해서 봤거나, 했던 작업들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체험하는 시간의 간격을 충분히 벌려 놓는 글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품에 충분히 오래 머물러 있고, 그걸 쓴 결과물이 돼요.

― <옐로우 펜 클럽>, 비평가 공동체, 250쪽


‘비평이 죽었다’는 진술은 저에게 특정 작가나 현상에 의미를 집중시키기 위해 글을 생산하는 비평의 주도권이 시장으로 양도되어 온 현상을 떠올리게 해요. 오늘날 비평은 스스로를 왜곡하면서 신화가 되려는 경향이 있어요

― 심상용, 자본주의와 예술, 295쪽


저는 비평이라는 것이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투적이지 않을 것’, ‘무조건 봉사하지 않을 것’ 작품에 대해서 부가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것을 주장하는 거예요. … 저는 제 글이 작업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 현시원, 포스트-목적론적 시대의 수행적 글쓰기, 328쪽


비평 활동 역시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에 대한 생산적인 상호작용의 누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글을 발표할 곳도 마땅히 없는 신진은 그러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성공도 실패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며 <크리틱-칼>을 만들었죠.

― 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49쪽


미술에 관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미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 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83쪽


예술은 웃음이기도 한 거예요. 저는 계속 웃음 얘기를 해 오는데요. 약자가 자기 연민, 나르시시즘으로 돌아가지 않을 때 자기 경험을 비틀어서 나오는 자기 강함, 즉 “나는 너희들에게 상처를 입었지만 그로 인해서 내 삶이 비참해지지 않았다.”라고 얘기할 때 나오는 게 예술이고 그것은 예민해야 가능해요.

― 양효실, 여성 미술, 차이의 비평, 401쪽


최근의 변화라면 미술 안에서의 ‘페미니즘’에 좀 더 주목해 보려는 게 있어요. 지난 몇 년간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로서 성폭력 문제가 드러났잖아요. 미술계 안에서 여러 가지 사태가 있었고요.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갖는 포괄적인 관심도 있고, 여성인 비평가로서의 제게 주어진 기대도 있는 것 같아요.

― 김정현, 작가와 비평가의 거리, 그 수행적 퍼포먼스, 443쪽


첫째는 공학적인 것이 무척 재미있어요. 제가 최근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엔진의 역사인데요. 사실 엔진 하나에 열역학, 재료공학이 들어가야 하고 구조공학, 유체역학, 연소공학이 들어가거든요. …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풍부한 얘기들인데 저는 거기에다가 의미의 레벨, 가치의 레벨을 더하고 싶다는 거죠.

― 이영준, 기계 덕후 비평가의 항해기, 458쪽


작가들이 근 과거라는 토대 위에서 작업을 매개로 분방하게 움직이는 풍경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유령이라는 정체성은 근 과거로부터 얼마간 이격된 상태에서, 주어진 토대를 상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거죠.

― <집단오찬>, 발견한(할) 미적 경험을 향하여, 512쪽



목차


감사의 말 7
프롤로그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9

1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박영택, 비평가의 안목 28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59
김장언, 분열된 현대적 주체 84
서동진, 전비판적 주체와 역사적 비판 116

2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
백지홍, 잡지의 환골탈태 152
홍경한, 미술잡지와 비평가를 둘러싼 권력의 제국 181
이선영, 비평가라는 평생직장 212
<옐로우 펜 클럽>, 비평가 공동체 243

3부 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
심상용, 자본주의와 예술 273
현시원, 포스트-목적론적 시대의 수행적 글쓰기 304
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32
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59

4부 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
양효실, 여성 미술, 차이의 비평 392
김정현, 작가와 비평가의 거리, 그 수행적 퍼포먼스 424
이영준, 기계 덕후 비평가의 항해기 452
<집단오찬>, 발견한(할) 미적 경험을 향하여 483

에필로그 515
공간 및 기관, 소그룹, 정기간행물, 전시, 웹사이트, 단행본, 아티클 목록 518
인명 찾아보기 523
용어 찾아보기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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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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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기계』(김곡 지음, 갈무리, 2018)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단지 철학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사되고 감상되고 심지어 편집되는 빛의 철학일 수 있을까? <투명기계>는 그 대답이다. 라이프니츠, 니체, 화이트헤드, 맑스 등을 가로지르며, 소비에트,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뉴저먼 시네마 등 영화사의 굵직한 사조들을 아우른다. 장르영화(공포, SF)뿐 아니라 실험영화(애니메이션, 구조주의)도 다룬다. 한국영화도 놓치지 않았다. 유현목과 베르히만, 임권택과 타르코프스키의 비교뿐만 아니라, 한국 뉴웨이브와 신파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접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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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럭서스 예술혁명』(조정환 · 전선자 · 김진호 지음, 갈무리, 2011)

다중지성 총서 첫 번째 책. 플럭서스 예술운동에 대한 한국 최초의 본격연구서이다. 플럭서스는 전통적이고 경직된 재현적 예술체제를 타파하고 예술을 삶과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예술적인 것에 대한 제도적 ․ 전통적 통념을 넘어, 예술과 삶 그리고 존재와 생명의 통일을 실천했던 플럭서스 총체예술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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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서의 삶>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물음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2019.10.01 |


보도자료


초록의 마음

La Verda Koro



“작은 섬, 인류의 절망의 바다에 있는 희망의 섬.”
“그러나 그런 작은 섬마다 전쟁이 끝난 뒤 새로운 힘과 신선한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러 모일 것입니다.”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가인 율리오 바기는 『초록의 마음』을 통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러시아의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여러 도시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지은이  율리오 바기  |  옮긴이  장정렬  |  정가  12,000원  |  쪽수  208쪽

출판일  2019년 9월 30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피닉스문예11

ISBN  978-89-6195-215-6 03890  |  CIP제어번호  CIP2019030276

도서분류  1. 문학 2. 에스페란토

보도자료  초록의마음-보도자료-ver.1.hwp 초록의마음-보도자료-ver.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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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 그런데 엄청 힘들고 불행한 때가 닥쳐왔답니다. 러일 전쟁이 벌어졌지요. 나는 서유럽 쪽의 러시아 땅에 근무하다가 전쟁 때문에 이 먼 만주 근방으로 오게 되었답니다. 내 친구도 우리 연대의 이웃 연대에 배속되었고 우리는 매일 전투에 참가했답니다. 그 당시 처참한 광경을 무수히 겪었지만, 한편으로 그 당시가 내 마음속에 초록색을 받아들인 때이기도 하지요 … 그날, 일본군에 우리의 젊은 신출내기 러시아 군인들이 무참히 침묵의 인간으로 변해버린 그날, 우린 그 군인들을 땅에 묻어야 했지요. 당시 전장에서 살아남은, 적은 수효의 군인들은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갔지요. 불행하게도, 나와 그 친구도 그 포로들 속에 들어 있었답니다. 그 친구는 중상을 입고, 나는 … 나는 … 보다시피 손이 하나만 남게 되었지요.” ― 본문 중에서



에스페란토(Esperanto)란 무엇인가?


에스페란토는 1887년에 폴란드의 안과 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Ludoviko Lazaro Zamenhof, 1859~1917) 박사가 창안한 국제 공용어이다.

에스페란토 창안의 배경

자멘호프는 유럽의 아홉 개 언어에서 공통점과 장점만을 뽑아내 예외와 불규칙이 없는 문법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에스페란토를 창안했다.
에스페란토는 에스페란토 운동이 시작된 초기에 사용했던 자멘호프의 필명으로 ‘희망하는 사람’을 뜻하며, 후일 이 언어의 이름이 되었다. 에스페란토는 ‘1민족 2언어 원칙’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서는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에스페란토 보급과 활용

중국, 바티칸, 폴란드, 오스트리아, 쿠바 등 11개국에서 단파 및 위성방송을 통해 매일 수차례씩 에스페란토 국제 방송을 하고 있다.

매년 유럽과 다른 지역을 번갈아 가면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언어와 인종이 다른 1천 5백~2천여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각 대륙별 대회와 국가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10월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주최로 한국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외국어대학교, 단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록의 마음』 간략한 소개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가 율리오 바기의 대표작. 인류공통어를 통한 평화실현이라는 이상을 품고 만들어진 에스페란토라는 언어가 이 소설의 주요 소재이다. 제목에 “초록”이 들어간 이유는 초록이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초록의 마음』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삶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전쟁 직후 시베리아의 포로수용소에서 이 언어를 학습하고 교육하는 사람들은 민족과 국적을 초월하여 에스페란토가 지향하는 평화와 인류애를 확산시켜 간다. 에스페란토는 마음을 옥죄는 증오의 장벽에 갇힌 사람들이 형제애를 꿈꾸도록 한다.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 헝가리인, 오스트리아인, 독일인, 폴란드인, 미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전후 시베리아의 중소 도시에서 “이 세상으로 새로운 기운이 들어서네 … ”라며 함께 에스페란토 찬가를 부른다.



『초록의 마음』 상세한 소개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의 삶을 생생히 그려낸 작가 율리오 바기의 체험 보고서

『초록의 마음』은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고전이다.
저자 율리오 바기는 헝가리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의 전쟁포로수용소에서 에스페란토로 시를 쓰고 동료 포로들에게 에스페란토를 가르쳤다. 이 작품에서도 에스페란토를 가르치는 사람은 헝가리인 포로이다. 학습에 참가한 이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군인과 그 지역의 학생과 주민들이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전선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과 이별을 힘겹지만 덤덤하게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을 강제로 떠나,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쟁 포로들이 에스페란토를 배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섬, 인류의 절망의 바다에 있는 희망의 섬.”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는 선집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갈무리, 2019)에서, 국제어의 필요성을 의문에 부치는 것은 우편제도가 필요한가, 라고 자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확신은 어디에서 기인했던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전쟁포로들의 에스페란토 학습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태어나 말을 배운다. 누구나 말을 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언어의 세계는 평등하지 않다. 특히 군사력의 대결이 사람들의 삶을 압도하는 전쟁상황에서 약자의 언어가 강자의 언어에 의해 짓밟히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초 시베리아는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러시아 내전 상황에 처해 있었다. 포로수용소에는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수용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누구든지 쉽게 배울 수 있는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를 학습했다.
에스페란토 학습모임은 알음알음 번져, 친목모임, 연극, 시쓰기, 조직의 결성, 단체 여행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에서 에스페란토를 통해 이들은 각자의 모국어와 문화를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서로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우정을 나누며 문화적인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다.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가 배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이 같은 학습과 문화활동들이 환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에스페란토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속에서 “작은 섬, 인류의 절망의 바다에 있는 희망의 섬”이라고 표현된다.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

『초록의 마음』 속 등장인물들은
에스페란토라는 도구를 사용해 자기와 문화가 다른 타인의 삶을 존중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간다. 또 실제로 에스페란토를 다양한 체험에 사용해 보면서, 평화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가 일상생활에서 언어소통의 평등이라는 변화를 거쳐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감각이 그들 고난한 삶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탄의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난민들은 전쟁을 피해 세계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고 죽거나, 다치거나, 배척당한다. 한국사회도 더 나은 삶을 찾아 목숨 걸고 국경에 도착한 사람들을 환대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초록의 마음’을 회복하고 퍼트리려고 애썼던 에스페란토들의 메시지가 커다란 울림을 갖는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율리오 바기 (Julio Baghy, 1891~1967)
헝가리의 연극배우이자 작가, 시인, 에스페란토 교육자. 에스페란토의 ‘내적 사상’에 매료된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의 전쟁포로수용소에서 에스페란토로 시를 쓰고 동료 포로들에게 에스페란토를 가르쳤다. 전후 헝가리로 돌아와 토론 모임과 문학 행사를 조직하며 에스페란토 운동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Preter la Vivo (1922)를 비롯한 여러 권의 시집과 12개 나라의 민속 우화를 시로 재해석한 Cxielarko (1966)를 펴냈다. 작품 Hura! (1930)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Nur HomoViktimoj는 중국어로, 『가을 속의 봄』은 한국어, 프랑스어, 헝가리어, 중국어로 번역되었다. 바기의 『가을 속의 봄』을 번역한 중국 작가 바진(巴金)은 이 책에 대한 화답으로 『봄 속의 가을』을 썼고, 2007년 갈무리 출판사에서 이 두 작품의 한국어판을 발간하였다. 여러 에스페란토 잡지사와 협력했으며 1933년까지 Literatura Mondo의 공동 편집장이었다. 1956년 바기의 노력으로 헝가리의 문교부령에 따라 헝가리 에스페란토 평의회가 창립되었다.


옮긴이
장정렬 (Jang Jeong-Ryeol(Ombro), 1961~ )
경남 창원 출생.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 통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 교육이사, 에스페란토 잡지 La Espero el Koreujo, TERanO, TERanidO 편집위원, 한국에스페란토청년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에스페란토어 작가협회 회원으로 초대되었다. 현재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부산지부 회보 TERanidO의 편집장이며 거제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동부산대학교 외래 교수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봄 속의 가을』, 『산촌』, 『꼬마 구두장이, 흘라피치』, 『마르타』 등이 있다.
suflora@hanmail.net



책 속에서 : 『초록의 마음』과 에스페란토


“예, 선생님은 시베리아 수용소에 사시는 전쟁 포로이고요. 선생님은 집이 없어요.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유럽에 있어요. 아시아에는 없어요. 두 개의 대륙은 서로 다른 세상이고요. 선생님은 유럽 사람이지만, 아시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선생님은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 2. 선생님과 여학생, 26쪽


“아니에요. 지금 나는 미국 군대에 속해 있을 뿐이에요. 나는 시베리아에 주둔하는 미국 군대에 근무하고 있어요. 나는 슬로바키아 사람이에요. 내 고향은 미국이 아니라, 머나먼 헝가리 땅이라고요. 나는 포로로 미군 부대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 3. 작은 시인, 41쪽


온 세상 사람을 주인으로 대접하고 / 온 세상 사람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고, / 배우는 사람의 가슴마다 아름다움과 / 선한 마음 지니게 하는 너, 에스페란토.

― 3. 작은 시인, 45쪽


“그래서 나는 에스페란티스토가 되었어요. 나는 나 스스로 한 인간으로 느끼고, 우리 인간 형제가 나와 같은 민족이든 그렇지 않든 개의치 않고, 똑같은 인간으로 대합니다. 총과 칼이 없어야 인간은 서로 형제가 됩니다. 총칼로는 우리는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이 늙은 러시아 형제가 하는 말을 이해합니까?”

― 4. 공원의 수업, 64쪽


“제1차 대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참석자들은 아, 정말 즐거웠으며, 정말 감동적인 분위기를 느꼈지요! 에스페란토 제1세대가 벌써 결실을 맺고 다음 세대의 에스페란티스토들도 일상생활에서 이 언어를 실제로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 7.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7쪽


“활기 있는 생활이었다. 회원들은 에스페란토만 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가 에스페란토이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던 도서실은 곧 송환될 포로 에스페란티스토들이 기증한 도서들로 풍부해졌다. 우의가 돈독해지자 서로의 마음마저 가까워졌다.”

― 10. 니콜스크 우수리스크 에스페란토 협회, 176쪽



목차


옮긴이 서문 : 『초록의 마음』을 번역하고 5

1. 강습 15
2. 선생님과 여학생 21
3. 작은 시인 33
4. 공원의 수업 51
5. 흥미로운 날 67
6. 친밀한 저녁 85
7.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1
8. 이치오팡의 동화 125
9. 마랴의 일기장 151
10. 니콜스크 우수리스크 에스페란토 협회 173
11. 시베리아여, 안녕! 185

저자 소개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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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2019)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의 주요 사상을 담은 연설문과 논문을 선별하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줄 것이다. 폴란드의 안과의사 자멘호프는 에스페란토를 왜 만들었을까? 창안 당시의 에스페란토 활동은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졌을까? 창안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이 언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멘호프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상가였을까?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사상가 자멘호프와 마침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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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1930년대 격변기 중국 청년세대의 호소와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봄 속의 가을'은, 작가 바진의 나이 28세 때인 1932년에 씌어졌다. 바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율리오 바기의 '가을 속의 봄'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접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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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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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2013)

국제공통어의 이상을 실현하고 인류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폴란드의 라자로 자멘호프에 의해서 1887년에 창안된 에스페란토(Esperanto)의 100여 년의 역사를 객관적 소개와 명확한 문체, 그리고 풍부한 자료들에 근거해 서술한 역작이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패권어의 이상을 지향한 좌우파 세력으로부터 에스페란토는 억압받고 배제당하고 고립되었다. 이러한 에스페란토의 고난과 희망, 그리고 국제공통어 창조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2019.10.01 |


보도자료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Se la homaro havus komunan lingvon



에스페란토 창시자 자멘호프의 인류인주의

“모든 국가는 각자의 언어를 가진다. 인류도 자신만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에스페란토이다.”
― 피델 카스트로

“조선어를 사용하는 것이 큰 범죄 중 하나였던 시기에, 지식인들이 에스페란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전경덕



지은이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  옮긴이  최만원  |  정가  18,000원  |  쪽수  312쪽

출판일  2019년 9월 30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Potentia, 카이로스총서 60

ISBN  978-89-6195-214-9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30308

도서분류  1. 인문 비평 2. 역사 3. 언어 4. 에스페란토

보도자료  인류에게-보도자료-ver.1.hwp 인류에게-보도자료-ver.1.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국제어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은 너무나 순진한 것이어서, 우리가 “우편 제도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 폭소를 터트리는 것처럼 미래 세대의 웃음을 자아낼 것입니다.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 중의 일부가 제시한 유일한 동기는 “국제어가 민족어와 민족들을 파괴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국제어가 민족어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예를 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편 사업이 마치 사람들 간의 직접 대화의 존재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처럼 우스운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해 사용되는 국제어와 모든 사람에게 사용을 강요하는 세계 공용어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우리가 이 둘을 서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 본문 중에서



에스페란토(Esperanto)란 무엇인가?


에스페란토는 1887년에 폴란드의 안과 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Ludoviko Lazaro Zamenhof, 1859~1917) 박사가 창안한 국제 공용어이다.

에스페란토 창안의 배경

자멘호프는 유럽의 아홉 개 언어에서 공통점과 장점만을 뽑아내 예외와 불규칙이 없는 문법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에스페란토를 창안했다.
에스페란토는 에스페란토 운동이 시작된 초기에 사용했던 자멘호프의 필명으로 ‘희망하는 사람’을 뜻하며, 후일 이 언어의 이름이 되었다. 에스페란토는 ‘1민족 2언어 원칙’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서는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에스페란토 보급과 활용

중국, 바티칸, 폴란드, 오스트리아, 쿠바 등 11개국에서 단파 및 위성방송을 통해 매일 수차례씩 에스페란토 국제 방송을 하고 있다.

매년 유럽과 다른 지역을 번갈아 가면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언어와 인종이 다른 1천 5백~2천여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각 대륙별 대회와 국가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10월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주최로 한국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외국어대학교, 단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간략한 소개


이 책에는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의 사상의 정수를 담은 연설문과 논문, 서신들이 수록되어 있다.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내려줄 것이다. 폴란드의 안과의사 자멘호프가 1887년에 에스페란토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자멘호프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상가였을까? 창안 당시의 에스페란토 활동은 어떤 양상을 띠었을까? 창안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이 언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마침내 자멘호프의 사상가적 면모와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자멘호프는 유소년 시절 언어와 종족·문화적 차이로 인한 종족 간의 다툼과 반목을 겪으면서 국제어를 통한 소통과 화해를 꿈꾸게 되었고, 김나지움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에스페란토 창안 작업은 1887년 결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직면한 현실은 냉혹했다. 에스페란토가 발표되기 8년 전 발표된 첫 국제어 볼라퓌크는 바벨탑 이래 공용어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의 호응으로 활화산처럼 타오르다 그 불꽃이 꺼져가고 있었지만 볼라퓌크 지지자들은 두 개의 공용어를 원하지 않았다. 에스페란티스토들은 볼라퓌크보다 간편하고 쉬운 점에 환호하면서도 자멘호프의 추상적 이념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 책에 번역된 자멘호프의 논문, 연설문, 편지 등은 이런 다양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쓰였다.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주장과 내용이 그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제어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오늘날 커다란 설득력을 갖는다.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상세한 소개


언어가 달라 소통하지 못한다는 기막힌 현실

자멘호프는 “지구의 주인이자 세계 지성의 가장 높은 대표자들이면서 또 수천 년 동안 이웃하며 살아온 반신의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웃해 살았다는 사실”을 후세들은 믿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절차와 규격에 따라 온갖 상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며 장애물을 하나하나 제거해가는 시대에, 언어 차이라는 장벽은 어째서 그토록 공고한 것일까? 자멘호프를 따라 질문해보자.

자멘호프의 말처럼 언어가 다른 사람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멘호프에 따르면 “문명화된 다수의 사람을 위해 이미 오래전에 단일한 규칙, 알파벳, 음악 부호들을 도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합의하는 공통의 언어를 상호 교류를 위해 도입하여 어릴적부터 교육한다면, 그리하여 인류 모두가 그 언어에 능통해질 수 있다면, 언어 장벽은 과거의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각종 인터넷 언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듯이 말이다.

공통어, 국제어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창안 당시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에스페란토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멘호프는 마치 후대의 사람들인 우리가 에스페란토에 갖게 될 편견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모든 의문과 비판들에 조목조목 답하고 있다.

자멘호프와 동시대에 살았던 일부 사람들은 “인공적으로 창안된 국제어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보면서 인공적인 국제어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창안 이후 에스페란토의 미래상에 깊이 공감한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이 언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에스페란토로 문학작품들을 쓰고 번역했으며, 각지에서 협회들을 만들고, 여러 차례 국제에스페란토대회를 개최했다. 자멘호프는 당대의 에스페란토들과 호흡하면서 자신이 만든 언어가 실제 소통수단으로 성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에스페란토의 필요성과 성공가능성을 확신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었다.

국제어가 민족어를 말살시킬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어가 민족어를 말살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자멘호프에 따르면 현실은 그와 반대인데,
국제어는 민족어를 말살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민족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 때문에, 자신의 모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19세기 후반 자멘호프의 진단이었다. 마치 모두가 국제패권어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모두
단 하나의, 아주 배우기 쉬운 공용어만을 배운다면 외국어 학습의 필요는 사라지게 된다. 평생을 학습해도 결코 “원어민”과 같은 실력을 갖출 수 없고 영원히 “외국인”이어야 하는 영어와 불어, 일어, 중국어를 배우는 대신, 전 인류가 단 하나의, 매우 배우기 쉬운 국제어만 배우는 것으로 국제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자멘호프의 예상으로는 우선 외국어를 배워야 할 시간에 민족어를 더 풍부하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민족어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하나의 국제어로 모든 국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기후위기 같은 국제적인 이슈를 해결할 때도 지금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번역에 들어가는 모든 노동을 생각해보라!)

그래서 자멘호프는 다음과 같이 자신있게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짧지만 학문은 광범위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배우기 위해 우리의 짧은 삶에서 아주 일부, 즉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를 투자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귀중한 시기의 중요한 부분을 다른 언어를 배우기 위해 비생산적으로 소모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제어 덕분에 현재 언어를 배우려고 비생산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을 실질적이고 실험적인 학문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면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인류 역시 상상할 수 없는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에스페란토는 배우기 쉽다

러시아의 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는 에스페란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스페란토 문법, 사전 그리고 에스페란토로 쓰인 글을 받은 후, 혼자 공부한 지 두 시간이 채 안 돼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자유롭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에스페란토는 배우기 쉬웠다.”

에스페란토는 전체 문법이 16개의 짧은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멘호프에 따르면 문법 규칙을 모두 배우는 데 드는 시간은 30분이다. 또한 에스페란토의 문법은 다른 언어와 달리 예외가 없기 때문에 “원어민”만 아는 예외를 알지 못해 버벅대는 “외국인”이 될 가능성이 원천 제거된다. 또 “에스페란토에서 모든 단어는 전치사 및 다른 모든 단어와 조합할 수 있는 완전하고 무한한 자유”를 갖고 있다. 몇 개의 전치사와 접사만 습득해도 그것을 활용해 여러 개의 단어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좋다(bona)라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 반대의 의미를 갖는 접두사 ‘mal’을 붙여 나쁘다는 뜻의 malbona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 식이다.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사용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에스페란토와 언어의 평등

자멘호프에 따르면, 에스페란토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예컨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과 유치원 때부터 조기교육으로 영어를 배운 한국인이 서로 소통할 때조차도 사라지지 않는
언어적 불평등을 뿌리채 제거하는 것이다. 에스페란토를 통하면 그 누구도 외국인이 되지 않고 서로 평등한 조건 속에서 국제어로 소통할 수 있다. 자멘호프는 “어떤 두 사람의 상호 이해가 실질적으로 두 사람을 연결할 수 있게 하려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평등하다고 느껴야” 한다고 썼다. 오늘날 누가 에스페란토를 배우겠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영어가 국제패권어로서 비영어권 사용자들의 신체통제(혀수술 등)로까지 보이지 않는 칼날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여전히 에스페란토의 평등이라는 이상에 공감하며 에스페란토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언어적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영어만을 국제소통의 유일한 방안으로 여기는 통념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Ludoviko Lazaro Zamenhof, 1859~1917)

국제어 에스페란토 창안자. 폴란드(당시 러시아 제국) 비알리스토크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언어적·정치적 불평등으로 인해 민족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쉽게 배워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국제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878년 김나지움 재학 중 에스페란토의 초기 형태인 린그베우니베르살라를 완성했지만 주위의 반대와 조롱을 우려해 발표를 미루고 모스크바와 바르샤바에서 의학을 공부해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1887년 7월 에스페란토를 완성하고 한 달 후 장인이 될 실베르닉크의 도움을 받아 후일 『제1서』로 불리게 되는 에스페란토 교재를 러시아어로 출판했다. 1901년에는 자신의 철학적·종교적 신념을 체계화하여 “인류인주의”의 초기 형태인 “힐렐주의”를 발표했다. 1905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1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계기로 에스페란토의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저술 및 문학작품 번역에 전력을 기울이다 1917년 바르샤바에서 심장병으로 별세했다. 평생의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클라라와의 사이에 아담, 조피아, 리디아 세 자녀를 두었다. 에스페란토 관련 논문 외에도 “Mia penso”, “La Espero” 등의 에스페란토 창작 시와 셰익스피어의 『햄릿』, 괴테의 『이피게네이아』, 『구약성서』 등 다수의 문학작품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했다.


옮긴이
최만원 (Choi Man-Won, 1965~ )

5·18 광주민중항쟁을 직접 목격한 후 대학생활을 여느 학생들처럼 아스팔트 위에서 보냈고, 그 와중에 에스페란토를 접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특히 토지개혁, 대약진운동 등 정치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귀국 후 광주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와 사회활동을 함께하고 있고, 최근에는 에스페란토를 통한 한-중-일의 국제연대에 관심을 갖고 일하면서 틈틈이 중국과 에스페란토 관련 서적을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오쩌뚱 스탈린과 조선전쟁』(선인, 2010), 『위험한 언어』(갈무리, 2013), 『중국의 신사계급』(갈무리, 2019)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자멘호프와 에스페란토


인류가 생산한 지식 일부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다양한 국제대회를 개최하지만 이런 국제대회는 얼마나 형편없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이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실질적인 유용함을 위해 무엇인가를 듣고 싶은 사람도,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의견 교환을 하려는 사람도 아니며 단지 몇몇 언어로 잡담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뿐 입니다.

― 1장 국제어 이념의 본질과 미래, 25쪽


그 어떠한 물질적·정신적 주인도 없으면서, 모든 사용자의 완전히 자유롭고 평등한 소유물인 이 언어는, 사용자들이 단지 개별적인 야망을 위해 공동의 동의 없이 이 언어를 파괴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것만을 요구합니다.

― 3장 종족과 국제어, 125쪽


만약 우리가 이런 노력을 통해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를 선물할 수 있다면, 우리의 어떤 희생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아주 적은 노력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가치가 있다. 내가 지금 독자 여러분께 제시한 것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헌신의 결과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도 이 제안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이 소책자를 끝까지 주의 깊게 읽어 주길 희망한다.

― 6장 『제1서』 서문, 184쪽


내가 지금 모든 개인적인 특권을 포기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넘겨주는 이유는, 위선적인 겸손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어 사업이 규칙적이고 빠른 속도로 확장하지 못하고, 한 사람에 의지해 항상 그가 저지른 잘못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깊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좋은 것이 나쁜 것을 점점 밀어내는 활력 넘치는 경쟁적인 작업만이 실질적으로 유용하고 생존 가능한 국제어를 만들 수 있다.

― 7장 『제2서』에 대한 보충, 201쪽


나는 어려서 비아위스토크에 살면서,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서로 분열시킨 이질성을 고통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좋아질 것을 꿈꿨습니다.

― 9장 <제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34쪽


나는 모든 사람을 오로지 (평등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모든 사람을 그 사람의 개인적 가치와 행동으로 판단한다. 나와 다른 종족이나 언어, 종교 또는 다른 사회 계급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탄압하고 공격한다면, 나는 그러한 행위들이 야만적이라고 판단한다.

― 부록 2. 인류인주의 선언, 289쪽



목차


1장 국제어 이념의 본질과 미래 7
2장 보로프코 씨에게 보낸 편지 92
3장 종족과 국제어 107
4장 미쇼 씨에게 보낸 편지 128
5장 에스페란토와 볼라퓌크 138
6장 『제1서』 서문 180
7장 『제2서』 에 대한 보충 190
8장 <제1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15
9장 <제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31
10장 <제3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46
11장 자멘호프의 마지막 회고 264

부록 : 인류인주의에 대한 자멘호프의 문헌들
1. 힐렐주의 교리 269
2. 인류인주의 선언 286
3. 에스페란토주의의 본질에 대한 선언 298

옮긴이 후기 302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연보 309
수록 글 출처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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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1930년대 격변기 중국 청년세대의 호소와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봄 속의 가을'은, 작가 바진의 나이 28세 때인 1932년에 씌어졌다. 바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의 '가을 속의 봄'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접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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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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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2013)

국제공통어의 이상을 실현하고 인류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폴란드의 라자로 자멘호프에 의해서 1887년에 창안된 에스페란토(Esperanto)의 100여 년의 역사를 객관적 소개와 명확한 문체, 그리고 풍부한 자료들에 근거해 서술한 역작이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패권어의 이상을 지향한 좌우파 세력으로부터 에스페란토는 억압받고 배제당하고 고립되었다. 이러한 에스페란토의 고난과 희망, 그리고 국제공통어 창조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2019.08.26 |


보도자료


중국의 신사계급

China’s Gentry : Essays on Rural-Urban Relations



고대에서 근대까지 권력자와 민중 사이에 기생했던 계급

중국 사회학과 인류학의 거장 페이샤오퉁의 대표작

수천 년의 봉건제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후
중국 지식인들이 고민한 새로운 시대는 어떤 것이었는가?

중국 사회의 하층 통치계급으로서 적극적인 정치적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신사(绅士, Gentry)에 대한 비판적 고찰



지은이  페이샤오퉁  |  옮긴이  최만원  |  정가  16,000원  |  쪽수  264쪽

출판일  2019년 8월 26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Potentia, 카이로스총서 59

ISBN  978-89-6195-213-2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30219

도서분류  1. 사회학 2. 인류학 3. 중국문화 4. 중국사 5. 역사

보도자료  중국의신사계급-보도자료-ver.2.hwp 중국의신사계급-보도자료-ver.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신사는 하나의 특권계층으로서 절대로 혁명적이지 않으며, 질서와 안전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그들은 스스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대신 황제의 자비에 복종함으로써 안전을 보장받았으며, 동시에 황제가 요구한 부담을 비교적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는 중산계급이 선두에서 이끌었는데, 중국과 서구가 교류를 시작할 때 중국의 중산계급은 보수적인 신사였다. 그들에게 생산은 농민들의 몫이고, 그것은 저급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신사들의 적극성은 오랜 기간 동안 억제되었다.



『중국의 신사계급』 간략한 소개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사회 인류학자이자 중국 사회학의 비조인 페이샤오퉁(費孝通, 1910~2005)은 『중국의 신사계급』에서, 중국에서 중앙집권제가 설립된 기원전 3세기부터 민국시대 초기까지 ‘지식’이라는 특수한 기능을 독점한 신사계층의 역할과 그 변천 과정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페이샤오퉁이 보기에 신사 계급은 지식인이면서 하급 관리로서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럽에서 신사계층이 사회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것과는 반대로 절대 권력자와 민중 사이에서 오로지 자신과 그 일족의 안녕과 부를 지키기 위해 기생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이 책에서는 자기 주변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급급할 따름이었던 신사계급에 대한 저자의 통렬한 비판과 애증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신사계급』 상세한 소개


신사(gentry, 紳士)

‘신사’는 중국에서 고대부터 중화민국 초기에 이르는 시기까지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지주나 퇴직 관리를 지칭한다. 신사계급은 경우에 따라서는 사대부(士大夫)로 불리기도 했고 일부는 관리나 학자가 되기도 했던 사람들이다.

이 책의
1장 「신사와 황권」은 중국 전통사회의 정치구조 속에서 신사의 지위가 어떠했는지를 분석한다. 페이샤오퉁은 중국의 ‘전통사회’를, “봉건제도가 붕괴한 후부터 기원전 200년 직전까지, 중앙집권적 군주의 권력 아래 제국이 통일된 시기”로 정의한다. 중국 전통사회에서는 일가족이나 친족집단이 구성원 중 한 명이 과거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가 관료가 되면 모든 가족이 그에게 의지하는 일이 흔했다. 따라서 관료들의 커다란 역할 중 하나는 조정에 들어가 특권과 부를 획득하여 자기 친척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이었다. 친족 집단에 대한 책임을 완수한 후에는 퇴직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지주로서 경제권력을 행사하면서 “통통하게 살이 쪄서 안락한 생활을 즐기는 것”(43쪽)이 그들의 최상의 목표였다고 페이샤오퉁은 쓴다. 이런 사람들이 페이샤오퉁이 말하는 신사이다.

중국에서는 왜 중간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없었을까?

페이샤오퉁은
2장 「학자, 관리가 되다」에서 서구의 정치사를 염두에 두는 듯하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봉건체제에서는 귀족계급이 통치권을 갖고 있었고, 군주제에서는 황제가 통치권을 갖고 있었다. … 왜 중국에서는 귀족계급이 부활하지 못했을까? 또는 자산(資産) 계급인 중간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왜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신사계급의 정치의식에 있다고 저자는 본다.

신사계급의 정치의식을 이해하려면 “중국의 군주제에 가장 적합한 사상이었던” 유가 사상의 발전 과정에 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특히 전제 군주에 대한 신사계급의 태도를 설명해 주는 중국의 중요한 정치철학 개념으로 저자는
‘도통’(道統)을 든다. 그러면서 후대 학자들에 의해서 도통 개념에 공자의 이름이 붙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추적한다. 도통은 유가사상의 계보에 대한 학설인데, 저자가 보기에 이 개념의 발전은 ‘학자-지식인’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출현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국 전통사회에서 ‘학자-지식인’들은 정치권력은 없지만 윤리체계를 제시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권력을 제한하려고 했다.

도통 체계는 신사계급의 정치활동의 규범으로서 그들의 윤리체계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 신사들은 공자를 ‘도’의 창시자로서 영웅화하였는데 공자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들을 윤리적 권위를 지닌 신성한 권력자로 만들고 싶어 했다. 저자는 공자에 대한 전설에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변화를 ‘윤리권력과 정치권력의 분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자의 후예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윤리권력을 적극 행사하여 “신의 권능으로 군주를 통제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였다. 군주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스스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황제에게 투항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역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학자들은 황제들을 옹호하는 어용이 되어갔다. 그래서 페이샤오퉁에 따르면 “전통 중국의 권력 구조에서 확실히 신사는 투쟁적이지 않은 구성 요소였다.”

20세기 초 중국의 사회적 혼란과 빈부격차

이 책은 크게 보아
두 개의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지식인과 전통 중국의 신사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과 도시의 관계이다. 이 책의 4~7장과 보론 「농민과 신사」는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서구와의 접촉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사회의 전통적인 경제구조가 해체되는 과정이 보론에서 자세히 분석된다. 농민들의 생존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던 전통 수공업이 산업화와 더불어 쇠퇴하면서 농민들의 생활은 속수무책으로 점점 더 비참해져 간다. 그 와중에도 소작료를 받으면서 “한가한” 명망과 특권을 누리고 사는 신사들의 생활상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 전통사회의 지식인 계층인 신사계급은 명예와 특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변화의 동력이 되기보다는
사회변화를 저지하는 안전판으로 기능했다고 저자는 책의 여러 곳에서 힘주어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은 누구인가? ‘지식’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사회의 미래지향적이고 보편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지식인이 되고 또 어떻게 지식을 활용할 것인가? 이는 페이샤오퉁의 책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이기도 하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페이샤오퉁 (費孝通 , 1910~2005)

중국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민족학자. 중국 동부 양쯔강 하류의 장쑤성에서 태어났다. 의예과에 입학했으나 인간의 질병보다 사회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빈곤이 더 큰 고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베이징대학의 전신인 옌징대학에서 사회학을 다시 공부한 후 1936년부터 1938년까지 영국의 런던정경대학에서 중국 농민의 생활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윈난대학, 옌징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중국의 사회학 및 인류학의 학문적 기초를 세우는 데 매진하면서, 동시에 국민당과 공산당의 권력투쟁으로 혼란스러운 중국사회의 통합을 위해 중국민주동맹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반우파운동 과정에서 학계의 우파로 비판받아 한때 고초를 겪었지만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복권되어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 연구소장, 중국민주동맹주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부주석,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광시 지역 현지조사 과정에서 사고로 첫 부인과 사별한 후, 귀국 후 1939년 재혼한 멍인과 평생을 함께했다. 대표작인 『중국의 신사계급』(갈무리, 2019), 『鄕土中國』(1948), 『中華民族多元一體格局』(1989) 등을 비롯해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다. 2005년 94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베이징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옮긴이
최만원 (Choi Man-Won, 1965~ )

5·18 광주민중항쟁을 직접 목격한 후 여느 학생들처럼 대학생활을 아스팔트 위에서 보냈고, 그 와중에 에스페란토를 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특히 토지개혁, 대약진운동 등 정치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귀국 후 광주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와 사회활동을 함께하고 있고, 최근에는 에스페란토를 통한 한-중-일의 국제연대에 관심을 갖고 일하면서 틈틈이 중국과 에스페란토 관련 서적을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오쩌뚱 스탈린과 조선전쟁』(선인, 2010), 『위험한 언어』(갈무리, 2013)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중국 전통사회와 신사계급의 실제


“중국은 새로운 지도자와 개혁을 원한다.” 이것이 이 책 『중국의 신사계급』의 결론이다.

― 중국어판 옮긴이 서문, 21쪽


봉건체제에서는 귀족계급이 통치권을 갖고 있었고, 군주제에서는 황제가 통치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왜 중국에서는 귀족계급이 부활하지 못했을까? 또는 자산 계급인 중간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왜 존재하지 않았을까?

― 2장 학자, 관리가 되다, 57쪽


현재 전통 중국 사회에서 하나의 계급으로서의 지식인은 기술 지식을 갖지 못한 계급이다. 그들은 역사에 대한 지혜, 문학적 소일(消遣) 및 자신의 예술적 재능의 표출에 기초해 권력을 독점했다.

― 3장 신사와 기술지식, 106쪽


중국의 전통 정치과정을 살펴보면 한편으로는 윤리이념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통제를 시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체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중앙정부의 권력이 기층 민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겉돌게 하는 것이었다.

― 4장 중국 농촌의 기본 권력구조, 113쪽


대외통상항구에서 발전한 중국의 근대도시는 전통적인 도읍, 즉 시장이 서거나 군대가 주둔한 도읍 등의 유형과 다를 뿐 아니라 서양의 근대적 대도시와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중국의 도시화를 주창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시로서의 상하이가 뉴욕이나 런던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도시와 서구의 대도시 사이에는 실제적이면서도 매우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은 커다란 오해에 불과하다.

― 5장 시골, 읍, 도시, 145쪽


신사들의 이상은 관청의 비호 아래 한가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생산은 농민들의 몫이고, 그것은 저급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신사들의 적극성은 오랜 기간 억제되었다.

― 보론 : 농민과 신사, 236쪽



목차


한국어판 옮긴이 서문 6
중국어판 옮긴이 서문 10

1장 신사와 황권 25
2장 학자, 관리가 되다 45
3장 신사와 기술지식 86
4장 중국 농촌의 기본 권력구조 108
5장 시골, 읍, 도시 128
6장 농촌의 생계수단 : 농업과 가내수공업 150
7장 농촌 지역사회의 사회적 부식 172

보론 : 농민과 신사 ─ 중국의 사회구조와 그 변화 195
페이샤오퉁 연보 257
인명 찾아보기 259
용어 찾아보기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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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1930년대 격변기 중국 청년세대의 호소와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봄 속의 가을'은, 작가 바진의 나이 28세 때인 1932년에 씌어졌다. 바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율리오 바기의 '가을 속의 봄'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접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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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2019.07.21 |


보도자료


네트워크의 군주

Prince of Networks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현대 철학의 ‘사변적 전회’를 선도한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만나는 풍경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

브뤼노 라투르를 현대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설득력 있게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화를 넘어서는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인류세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철학으로 제시한다.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  옮긴이  김효진  |  정가  27,000원  |  쪽수  512쪽

출판일  2019년 7월 22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58

ISBN  978-89-6195-211-8 93100  |  CIP제어번호  CIP2019025631

도서분류  1. 철학 2. 과학 3. 인문학 4. 과학철학

보도자료  네트워크의군주-보도자료-최종.hwp 네트워크의군주-보도자료-최종.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라투르는 우리가 수많은 복잡한 기술적 객체에 관해 언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리고 G. W. 라이프니츠 같은 그의 주요한 후예들의 중대한 한계를 넘어서는 실재론을 위한 도구를 제공합니다. 이런 이전의 실재론적 철학자들은 실재적 객체의 탄생지로서의 “자연”에 너무 매료되었던 한편, 그들(특히 라이프니츠)은 인간의 기술을 거쳐 구성되는 기계 같은 객체들을 사이비객체 또는 한낱 집합체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라투르는 비행기와 슈퍼컴퓨터, 지구의 기후 같은 객체들을 다룰 수 있는 철학적 실재론, 즉 인간들이 점점 더 대처할 수밖에 없는 기묘한 새로운 객체들을 고려하면 절실히 필요한 개선책에 대한 희망을 제공합니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중에서



『네트워크의 군주』 간략한 소개


『네트워크의 군주』는 브뤼노 라투르를 명확히 철학자로 여기면서 고찰하는 첫 번째 저작이다. 1부는 형이상학에 대한 기여도가 과소평가된 라투르의 공헌을 드러내는 네 권의 핵심 저작, 즉 『비환원』과 『과학의 실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판도라의 희망』을 다룬다. 하먼은 라투르가 현대철학의 중심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라투르의 대단히 독창적인 존재론을 행위소와 비환원, 번역, 동맹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2부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요약하면서 그에게 최초의 ‘세속적 기회원인론자’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적’ 시각에 따라 라투르가 행위소의 불가해한 자율적 실재를 희생하고서 그것의 관계적 특질에 집중한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하먼과 그의 공모자들이 구상한 사변적 실재론이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만나는 놀라운 접점을 형성한다. 이 책은 오래 이어진 탈근대주의적 시기 이후 인문학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추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것이다.

* 라투르 철학에서 번역(translation)이란 어떤 의미인가?

“한 사물을 다른 한 사물과 연결하는 수단은 번역이다. 스탈린과 주코프가 스탈린그라드에서 포위 작전을 명령할 때, 이 명령은 온 공간에 널리 알려지고 참여 행위자들이 투명하게 복종하는 순수한 지시가 아니다. 오히려 방대한 매개 작업이 일어난다. 참모들이 대축척 지도들을 보면서 나중에 국지적 층위에서 별개의 소대 명령들로 번역될 세부 계획들을 수립한다. 그다음에 장교들이 그 명령들을 전달하는데, 이때 각각의 장교는 독자적인 수사적 표현과 자신이 병사들과 맺고 있는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최종적으로 번역하려고 각각의 병사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자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매개자는 자기 주인에게 야자수 잎으로 부채질하는 아첨꾼 내시가 아니라, 언제나 독자적인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여 실재의 한 지점에서 그다음 지점으로 힘을 번역한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라투르의 지침이 되는 격률은 티끌만 한 하찮은 실재에도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네트워크의 군주』, 29~30쪽)



『네트워크의 군주』 상세한 소개


인류세 시대, 근대화에서 생태화로 의제를 전환해야 한다.

현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 시대, 라투르의 표현을 빌리면 ‘새로운 기후 체제’는 이른바 ‘가이아의 복수’로 인한 인류 문명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묵시록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비극적 체제 전환의 표층적 원인은 서구에서 태동하여 지구화를 이룬 ‘화석 자본주의’임이 틀림없지만, 라투르가 보기에, 이 사태에 대한 심층적 원인은 ‘자연의 이분화’ 관념, 즉 세상을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로 분할하는 관념에 기반을 둔 서양의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세계상이다. 이렇듯 서구 근대화 모형이 자체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이 국면에, 애초에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고 어디까지나 세계는 인간 행위자들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얽힌 행위자-네트워크라는 라투르의 생태(관계)적 통찰이 비근대적 세계상을 구성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네트워크의 군주』의 저자인 하먼은 포착한다. 라투르는 근대주의자가 아닌데, 그렇다고 전근대주의자도 아니고 탈근대주의자도 아니며, 차라리 비근대주의자다. 이 책은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세계 모형이 함축하는 생태적이고 혁신적인 형이상학적 체계를 탈인간중심적인 비근대주의적 관점에서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관계를 맺으면 서로 ‘번역’할 수밖에 없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 ‘부각’하는 ‘객체들의 민주주의’라는 라투르의 구상은 하나의 정합적이고 생태적인 세계상을 낳는다.

행위자-네트워크 모형은 ‘객체들의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 제1원리는 ‘비환원의 원리’“아무것도, 저절로, 무언가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환원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행위자 또는 객체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추고 있기에 존재론적으로 평등한 ‘객체들의 민주주의’라는 세계상이 제시된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그렇듯, 모든 객체가 똑같이 강한 것은 아닌데, 객체의 강함은 ‘동맹’ 관계를 맺음으로써 향상된다. 여기서, 『네트워크의 군주』라는 이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마키아벨리가 즉시 연상되겠지만, 라투르가 마키아벨리주의자가 아닌 이유는 ‘동맹의 원리’를 인간의 권역을 넘어 비인간 행위자들을 포함하는 세계 전체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라투르는 인간 객체들과 비인간 객체들에 모두 같은 자격을 부여하면서 각각의 객체는 다른 객체들과 맺은 관계의 네트워크라고 주장함으로써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것은, 나중에 라투르가 ‘좌익-우익’이라는 인간본위적인 근대적 정치 틀 대신에 ‘상익-하익’이라는 생태본위적인 정치 틀을 제시하면서 생태화를 지향하는 독자적인 정치철학을 전개하는 근거가 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객체지향 철학은 관념론에 반대한다.

그레이엄
하먼은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현대 철학의 신흥 운동을 선도한 네 명의 철학자1) 중 한 사람이다. 각기 다른 세계상을 제시하는 이 철학자들을 함께 묶는 끈은 이들이 모두 세계는 인간의 마음과 관련하여 존재할 뿐이라는 관념론의 일종인 ‘상관주의’에 반대하는 실재론을 견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하먼은 인간과 객체의 관계에서 인간에게 현시되는 ‘감각적 객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실재적 객체’를 분리함으로써 객체의 실재성을 긍정한다. 다시 말해서, 지도는 영토가 아니고, 영토는 지도와 별개로 존재한다. 더욱이 하먼은 인간-객체의 관계 양상을 객체-객체의 관계 양상으로 확대하여 보편함으로써 객체지향 철학의 일반 원리를 제시한다. 이처럼 세계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춘 객체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실재적 객체는 다른 객체들의 네트워크 또는 조립체라는 세계상을 레비 브라이언트가 객체지향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 OOO)으로 지칭한 이후에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OOO로 공표하게 된다. 그리하여 실재적 객체로서의 지구는 인간과 독립적인 감응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인간 활동에 의한 자극이 어떤 임계를 넘어서면 가까스로 유지된 생태(관계)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제어할 수 없는 파국적인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바로 인류세 시대에 객체지향 철학이 갖는 의의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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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 브라지에, 이에인 해밀턴 그랜트, 그레이엄 하먼, 퀑탱 메이야수.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명칭은 2007년 4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연원한다. (참조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peculative_realism)



각 장의 핵심 내용


이 책은 두 가지 작업을 한 권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부 「라투르의 형이상학」에서 하먼은, 부제목이 밝히는 대로 라투르의 초기 저작 네 권을 행위자-네트워크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읽어내면서 브뤼노 라투르를 ‘객체들의 민주주의’와 ‘세속적 기회원인론’을 표방하는 형이상학 철학자로 제시한다.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2부 「객체와 관계」에서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배경으로 삼고서 라투르의 관계주의적 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모형을 경유하여 하먼 자신의 실재론적 형이상학을 소개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브뤼노 라투르를 형이상학 철학자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와 더불어 라투르를 경유하여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공히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1장 「비환원」에서는 『프랑스의 파스퇴르화』라는 저서에 별개의 부록으로 붙은 『비환원』이라는 소책자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 철학적 원리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읽어낸다. 여기서 라투르 형이상학의 네 가지 근본적인 개념, 즉 행위자와 비환원, 번역, 동맹이 종합적으로 논의된다. 요컨대, 세계는 행위자들의 긴 목록이고,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이며, 게다가 각각의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로 환원될 수 없기에 객체들의 관계는 번역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객체의 강함은 동맹의 구성에 의존한다는 점이 제시된다.

2장 「과학의 실천」에서는 『과학의 실천』이라는 저서에 담긴 철학적 함의가 블랙박스와 원격작용이라는 두 가지 형이상학적 개념을 통해서 분석된다. 여기서, 이 두 개념의 문자적 의미가 나타내는 대로, 행위자 또는 객체들은 모두 서로에게 외부적이고 자율적이라고 여기는 세계상, 즉 ‘객체들의 민주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투르의 존재론이 도출된다.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라투르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이고 어쩌면 그의 가장 뛰어난 저작”인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를 근대성과 준객체라는 개념에 비추어 읽어낸다. “우리가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는 이유는 우리가 결코 인간과 세계를 정화하는 이분화를 실행한 적이 정말로 없기 때문이다”라는 라투르의 주장이 실재론적 통찰로 이어진다. 만약, ‘자연의 이분화’라는 근대적 이념을 받아들인다면, 근대 세계는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혼성물, 즉 준객체가 넘쳐나는 기묘한 세상일 것이다.

4장 「판도라의 희망」에서는 순환 준거라는 개념과 관계의 실재론이 다루어지고, 라투르와 소크라테스 사이의 유사성이 논의된다. 하먼의 독법에 따르면, “라투르의 민주주의에 대한 옹호는 플라톤의 분명한 반민주주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가 구현하는 것과 같은 유형의 유식한 무지를 옹호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5장 「라투르의 공헌」에서는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함축하는 형이상학적 입장이 현대 철학에 기여한 공헌이 검토된다. 하먼이 보기에, 라투르는 서로 물러서 있는 객체들이 관계를 맺으려면 그 관계를 매개하는 매체로서 특정한 객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속적 기회원인론자’이고, 이른바 ‘대리적 인과관계’를 정초하는 철학자다.

6장 「의문들」과 7장 「객체지향 철학」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형이상학을 발판으로 삼으면서 라투르의 철저한 관계주의를 의문시하고 수정함으로써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전개한다. 여기서 하먼은 라투르를 직접 비판하는 대신에 ‘과장법적 독법’을 통해서 라투르의 철학적 풍경에서 빠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검토한다. 마침내 하먼은, 세상은 ‘실재적 객체’와 ‘감각적 객체’, ‘실재적 성질’과 ‘감각적 성질’ 사이에 맺어지는 긴장 관계가 펼치는 파노라마라는 ‘네겹 객체’ 모형을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으로 소개한다. 더욱이, 상관주의를 다룬 『유한성 이후』라는 책으로 유명한 퀑탱 메이야수의 견해를 라투르와 하먼 자신의 관점들과 관련지어 상세히 논의하는 부분뿐 아니라 철학적 글쓰기 스타일을 다룬 부분도 꽤 흥미롭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Graham Harman, 1968~ )

미합중국 아이오와 출신의 철학자이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남가주 건축대학교(SCI-Arc) 철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에 시카고의 드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00년부터 최근까지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현대 철학의 사변적 실재론 운동을 선도한 핵심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데거와 라투르를 기반으로 하여 객체의 형이상학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발전시킨 객체지향 존재론(OOO) 덕분에 『아트 리뷰』(Art Review)에 의해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도구-존재: 하이데거와 객체의 형이상학』(Tool-Being: Heidegger and the Metaphysics of Objects, 2002), 『네트워크의 군주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Prince of Networks: Bruno Latour and Metaphysics, 2009; 갈무리, 2019), 『네겹 객체』(The Quadruple Object, 2011), 『기이한 실재론: 러브크래프트와 철학』(Weird Realism: Lovecraft and Philosophy, 2012), 『브뤼노 라투르: 정치적인 것의 재조립』(Bruno Latour: Reassembling the Political, 2014), 『비유물론: 객체와 사회 이론』(Immaterialism: Objects and Social Theory, 2016), 『객체지향 존재론: 새로운 만물 이론』(Object-Oriented Ontology: A New Theory of Everything, 2018), 『사변적 실재론 입문』(Speculative Realism: An Introduction, 2018) 등이 있다.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다. 『사물의 풍경』이라는 블로그에 관련 글을 소개하고 있다.



추천사


『네트워크의 군주』는 라투르의 작업의 형이상학적 토대를 놀랍도록 유창하게 해설하는 책이다. 이 책은 라투르 입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라투르의 작업에 대하여 능숙하고 날카로운 해석뿐 아니라 예리한 하이데거적 비판도 제시한다. 마침내 누군가가 라투르를 깊이 고찰하고 비판하였다. 나는 라투르의 작업에 대한 토대를 이 책보다 더 강력하고 예리하며 명쾌하게 분석하는 책을 상상할 수 없다.

― 루카스 D. 인트로나 (랭커스터 대학 교수)


하먼은 들뢰즈가 푸코에 대해서 한 일을 브뤼노 라투르에 대해서 한다. 하먼은 라투르의 인상적인 사회학적 분석을 상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철학자로서의 라투르에게 접근하면서 당대의 사상을 다음 세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제시한다. 그다음에 대단히 독창적이고 대담하며 창조적인 두 명의 철학자가 견지하는, 객체지향 철학의 동조적이지만 경쟁적인 성향들을 둘러싸고 생생하고 생산적인 논쟁이 벌어진다. 요컨대 하먼은 현대의 철학적 사유에 큰 영향을 미칠 운명에 있는 텍스트를 제공한다.

― 레비 R. 브라이언트 (콜린 칼리지 교수)



책 속에서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한쪽에는 베르그송과 들뢰즈 같은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일반화된 생성이 특정한 존재자로의 어떤 결정화보다도 선행한다. 다른 한쪽에는 화이트헤드와 라투르 같은 저자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존재자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것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존재자는 즉시 사라진다.

― 서문, 18쪽


패자는 인간 동맹자, 자연적 동맹자, 인공적 동맹자, 논리적 동맹자, 생명 없는 동맹자를 자신이 승리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할 만큼 충분히 모으지 못한 행위자다. 행위소는 더 많이 연결되면 될수록 더 실재적인 것이 되고, 더 적게 연결되면 될수록 덜 실재적인 것이 된다.

― 1장 비환원, 40쪽


현재 우리는 두 종류의 물리학, 즉 지상에 대한 물리학과 천상에 대한 물리학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실재, 즉 엄연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실재와 임의적인 사회적 힘에 대한 실재를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 현존하는 것은 오로지 행위소들뿐인데, 이를테면 자동차, 지하철, 카누 칠감, 싸우는 부부, 천체, 과학자는 모두 동등한 형이상학적 지위를 갖는다.

― 1장 비환원, 48쪽


라투르는 ‘과학철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철학 어법으로 작업하는 형이상학자다. 행위소라는 낱말이 즉시 시사하는 대로 행위소가 행하는 것은 행위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이 명제는 행위소가 매번 우연히 관계를 맺는 기성의 본질이 아님을 뜻한다. 행위소는 항상 위기와 논쟁에서 생겨나는데, 그것이 세계 속에 발판을 확립하는 데 성공할 때에만 우리는 탄생의 고난을 무시하면서 마침내 행위소를 매끄러운 블랙박스로 취급한다.

― 2장 과학의 실천, 78쪽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인간을 철학의 중심에 놓고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불가지적 객체들의 집합으로 환원했다면, 라투르가 권하는 것은 반혁명이다. 자연과 문화가 ‘풀릴 수 없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두 개의 각기 다른 영역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128쪽


라투르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독특하고 나쁜 간극을 강화했다고 비난하는 철학들 가운데 하나는 현상학이다. 라투르가 현상학파에 거의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현상학이 오로지 인간-의식에-대한-세계를 다룰 뿐”이기 때문이다.

― 4장 판도라의 희망, 165쪽


라투르 철학의 가장 전형적인 특색은 그것이 모든 크기와 모든 유형의 행위자에게 존엄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중성자는 행위자이고 블랙홀도 행위자이고, 게다가 건물·도시·인간·개·암석·허구적 인물·묘약·부두교 인형도 행위자다.

― 5장 라투르의 공헌, 217쪽


라투르의 물질 비판은 현상학에 대한 하이데거의 공격과 닮았다. 둘 다 경쟁자들이 사물을 그것에 대한 우리의 관념으로 환원한다고 비난하면서 그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라투르와 하이데거 둘 다의 직감은 단단한 객체 모형을 호혜적으로 연결된 사물들의 체계, 즉 네트워크, 도구-체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 6장 의문들, 308쪽


사실상 분석철학자들 중에 명료한 작가는 셀 수 없이 많더라도 훌륭한 작가는 깜짝 놀랄 정도로 거의 없다. 명료성이 곧 생생함은 아니다. 간디를 정확히 복제한 밀랍상이 인도를 제국에서 해방할 수는 없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380쪽


객체는 자신의 내부 부분들과 자신의 외부 영향들 사이에 있는 투명한 철도 교차로의 일종이다. 객체는 기이한 것인데, 요컨대 객체는 성질이나 영향들의 총합으로 결코 교체될 수 없다. 객체는 세계와 맺고 있는 모든 외부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부분들과 맺고 있는 모든 내부 관계와도 따로 있는 실재적 사물이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408쪽


‘형이상학’이라는 낱말의 뜻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 나는 ‘형이상학’이라는 낱말을 포용하기로 선택했다. 이 결정은 실재 자체에 대한 성찰을 지지하고, 따라서 인간-세계 또는 현존재-존재 상관물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여행을 함축한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482쪽



목차


약어표 6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

서론
런던정경대학 행사 12
서문 15

1부 라투르의 형이상학
1장 비환원 20
2장 과학의 실천 71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123
4장 판도라의 희망 150

2부 객체와 관계
5장 라투르의 공헌 210
6장 의문들 252
7장 객체지향 철학 324

참고문헌 499
찾아보기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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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브뤼노 라투르 지음, 홍철기 옮김, 갈무리, 2009)

이 책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근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던지는 독특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탈근대주의의 근대성 비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라투르가 말하는 근대인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다. ‘하이브리드’의 이해를 통해서만 사회와 자연, 정치와 과학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현재의 정치·사회적 위기와 환경·기술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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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을 향하여』(스콧 프리켈 외 엮음, 김동광 · 김명진 · 김병윤 옮김, 갈무리, 2013)

21세기 들어 과학지식의 생산과 활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고, 상업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또 참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이해하는 것은 과학자나 비과학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는 지적 작업과 지적 재산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도전하고 있으며, 법률적 · 전문직업적 경계를 재구성하고 연구의 실천을 변형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들이 의존하고 있는 권력과 불평등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인간의 건강, 민주주의 사회, 환경에 던지는 함의를 탐색한다.

2019.06.24 |



보도자료


열정과 망상

Passion and Paranoia



학계의 감정문화

통제, 권위로 덮인 학계라는 조직에서 작동되는 여러 감정,
내부자가 되기 위해 따르고 익혀야 하는 느낌 규칙과 감정 관리,
그 속에서 확인되는 구성원들의 관계와 감정의 미시정치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

이 책은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은이  샤를로테 블로크  |  옮긴이  김미덕  |  정가  19,000원  |  쪽수  336쪽

출판일  2019년 6월 21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7

ISBN  978-89-6195-210-1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23771

도서분류  1. 사회학 2. 인문학 3. 정치학

보도자료  열정과망상-보도자료-f-2.hwp 열정과망상-보도자료-f-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이 책은 구조, 감정, 감정 문화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감정 사회학’ 분과에 바탕을 두었다. 학계 생활의 사회-감정적 세계는 상이한 국가적·역사적 뿌리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 세계의 학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대학 기반의 근대 연구 기관의 구조와 문화적 개념을 공유한다. 나는 한국 학계의 감정 문화를 잘 모른다. 그러나 그 공유된 구조와 가치가 유사한 사회-감정적 과정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학계의 감정 문화와 한국의 감정 문화 양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비교·탐구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중에서



『열정과 망상』 간략한 소개


학계 조직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감정 관리를 분석한 책. 저자 샤를로테 블로크는 감정사회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며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의 명예 부교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에 대한 관심이 조직 동학의 중요한 면을 살펴보는 데 얼마나 큰 통찰을 주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덴마크 학계 위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이 사회적 유대와 권력 관계 및 위계, 미시정치와 학계 경력의 편입과 배제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열정과 망상』 상세한 소개


학계는 감정과 무관한 공간일까?

이 책은
“학계는 감정 문화가 부재한 공간인가”라는 질문과 대결한다. 현대 사회에서 학계 또는 대학사회에 대한 통념은, 훈련된 합리적 연구자들로 가득 차 있고, 중립적 시선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뛰어난 학문적 연구성과를 창출해 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50여 명을 인터뷰하여 분석한 학계의 모습은 다르다.
학계에는 자부심, 기쁨, 화, 수치심,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웃음, 시기,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박사과정생들은 지도 교수의 ‘지배력 전시’에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학계에서는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생명줄”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를 두려워한다.(박사과정생의 감정을 다룬 3장의 제목이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이다.) 또 조교수 사회의 감정관리 전략으로 저자는 친하기 정치, 속이기 게임, 복화술 등 세 가지를 언급한다. 조교수는 ‘친하기 정치’를 통해 모든 이와 우호적으로 지내고자 노력하고, ‘속이기 게임’을 통해 마음속의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고 통제와 권위를 전시하고자 하며, ‘복화술’을 사용해 자부심 표현 금지라는 학계의 금기를 우회하면서 자신의 자부심을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포장한다.

학계 구성원들은, 오늘날 어떤 사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듯이 경쟁 속에서 온갖 불안함과 감정에 휩싸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숨기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의 의미

저자가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는
학계의 모습은 “불유쾌하고 독살스러운 직장”이다. 그러나 많은 학계 성원들이 학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학계에 여러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분노, 실망감, 체념, 시기, 슬픔, 좌절감과 함께 연구와 협력에서 나오는 열정, 기쁨, 만족감 등이 있는 것이다.

학계 구성원들은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유머를 활용하고, 동료들과 유머를 공유하며 함께 웃는 순간을 즐거운 순간들로 묘사한다. 또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 동료와의 교우, 학문적인 환경이 주는 영감 등이 학계 생활의 풍요로운 요소라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은 “여러 느낌의 공존”이라는 학계의 감정적 톤을 묘사하는 것이다.

증언자의 시대, 대학사회 내부의 증언모음집이 출간되다

바야흐로 증언자의 시대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는 윤지오, 김용장, 한서희 등이, 해외에서는 줄리언 어산지, 첼시 매닝, 에드워드 스노우든 등의 증언자,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의 용감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은 대학사회 내부의 증언 모음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학계 밖의 사람들은 학계 사람들이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생한 모습들과 갈등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언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김용장은 5.18 광주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폭로하였다. 윤지오와 한서희는 엘리트 권력층과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었다. 줄리언 어산지, 에드워드 스우든과 첼시 매닝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들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이면을 고발하였다. 이 책
『열정과 망상』은 학계에서 다양한 감정이 표현되는 여러 장면을 있는 그대로 우리 눈앞에 상연함으로써 학계가 감정과 느낌으로 흘러넘치는 곳임을 알려준다.

경쟁이 만들어내는 ‘열정과 망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저자에 따르면 최근 전통적인 대학에서 대학의 “현대화” 요구가 급증했는데 그 과정의 “핵심어는 경쟁과 양이다.” 그런데 “모든 수위에서 나타나는
경쟁은 전 영역에서 경쟁적 투쟁을 증가시킨다.”(310~311쪽) 한국의 학계에서는 강사법 개정 후 “강화된 경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강화된 경쟁은 학계 구성원만의 조건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후 오늘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학계 구성원들이 사회,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 타인과 동료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갖게 되는
부정적 감정들은 익숙하게 느껴진다.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또 동료들과 협력하여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은, 부단한 감정노동을 하도록 강요되는 인지자본주의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과 망상’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살아가고 변화시킬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열정과 망상』 각 장의 내용 소개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서론’은 책의 구성과 각 장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고 있다.

2장 ‘이론과 실증자료’는 이 책이 활용한 이론 틀, 이 책이 참조한 자료와 연구 방법을 설명하고 있고, 도시와 지방의 연구 환경이라는 지역 차이가 이 책에서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은 학계의 신입인 박사과정생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감정적 어려움을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다.

4장 ‘가시성의 질서’는 조교수에 관한 장인데, 조교수들이 인정과 경력 쌓기 싸움에서 ‘친하기 정치’, ‘속이기 게임’, ‘복화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장 ‘동료평가의 양면’은 동료평가라는 학계의 주요한 관행을 둘러싸고 부교수와 정교수들의 감정 문화를 살펴본다. 동료평가의 잔인한 특징, 동료평가 때문에 생기는 모욕감, 불신, 시기 등과 그런 모든 감정을 동료들로부터 감추려는 노력 등이 그려진다.

6장 ‘웃음의 정치’는 학계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이 웃음과 유머로 상쇄되는 과정을 그린다. 물론 웃음과 유머 속에서도 경쟁이 살아있다.

7장 ‘구내식당’은 식사를 사회적 형태로 이해하는 게오르그 짐멜의 이론을 참조하여 점심식사 환경이 동료애와 연대감을 낳는 방식을 살펴본다.

8장 ‘학계의 사회적 유대’와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는 감정과 관련한 메타이론을 설명하는 장이다. 8장에서는 미국 사회학자 토마스 쉐프를 비롯한 이론가들을 참조하며, 9장에서는 미국 사회학자 캔디스 클락의 이론을 소개한다.

10장 ‘결론과 주장’은 책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고 책의 의의를 밝히는 장이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샤를로테 블로크 (Charlotte Bloch, 1942~ )

덴마크의 사회학자로서 현재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의 문화사회학과 명예 부교수다. 1972년부터 1976년까지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 조교수로,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부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는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덴마크의 ‘과학연구 부정행위 위원회’의 위원이었다. 2013부터 2014년까지는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 ‘감정포럼’(Emotions forum)의 발기인이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감정 사회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관련 논문과 저서를 발표해왔다. 연구의 초점은 구조, 문화, 감정, 사회관계 등의 복잡한 연관성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일상생활의 순조로움과 스트레스에 따른 삶의 질, 학계 내 감정과 감정 문화, 직장 내 괴롭힘 과정 등을 연구해왔다. 저서로 『열정과 망상』(갈무리, 2019)이 있고, 논문으로 「알콜 중독자 가족의 공감과 고통」(Sympathy and misery in families with drinking problems, 2017), 「가해자들이 직장 괴롭힘을 경험하는 방식」(How do perpetrators experience bullying at the workplace, 2012), 「부정적 행위와 괴롭힘」(Negative Acts and Bullying, 2010) 등이 있다. 최근에 여러 동료와 함께 길거리 폭력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서 「폭력적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관자의 여러 형태와 집단 돌봄」(Caring collectives and other forms of bystander helping behavior in violent situations, 2018)을 발표했다.


옮긴이
김미덕 (Miduk Kim)

정치학자. 미국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에서 젠더정치, 정치사상, 비교정치·정치인류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2016)이 있고, 역서로 『공간 침입자 : 중심을 교란하는 낯선 신체들』(2017)과 『열정과 망상』(2019)이 있다. 최근 연구논문으로 「베트남의 미국 전쟁, 여성, 그리고 ‘기념’」(2018), 「무지의 인식론」(2017), 「특권과 차별에 대한 한 고찰」(2017) 등이 있다.



추천사


저자는 자신이 수행한 인터뷰 자료와 능숙한 논거를 적절하게 적용해, ― 감정이 부재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생각되어온 ― 핵심적인 학문 실천들에서 감정이 어떻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해묵은 관습을 뒤엎고 새로운 관습을 만들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독자는 마땅한 놀라움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 잭 바바렛, 홍콩 침례교 대학


대학 내부에 대한 흥미진진한 관찰. 대학 교수자들과의 인터뷰는 그들 또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냥 그런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아마도 그들이 더 감정에 얽매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등 교육의 전율과 오싹함을 매우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학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와 어떻게 곤경에 빠져있는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느린 과정까지도 설명한다. 특히 조직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토마스 쉐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산타 바바라) 명예교수


깔끔한 형식과 풍부한 인용을 담은 이 책은 학계의 경력 사다리와 내부의 전형적인 상황들로 독자를 안내하면서 사회과학의 감정적 내부를 드러내고 있다. 왜 박사과정생들이 감정을 숨기는지, 왜 여성은 유머 공동체에서 배제되는지, 왜 남성은 공격적이 되고 화를 내는지 밝힌다.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이, 이 탁월한 책을 읽는다면 학자로서의 열정이 왜 그토록 어마어마한 감정적 고충을 낳는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 헬레나 플램,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책 속에서 1 : 학계 내부의 목소리


남보다 한 발 앞서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내가 몇 차례 저널에 글을 실었는데, 다른 동료보다 훨씬 많은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렇지만 점심시간에 가만 앉아서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런 걸 삼가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학계에서는 즉각 행복에 빠져들어서는 안 돼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 상황을 신경 써야 해요.

―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78쪽


금세 퇴사하는 임시직 직원은 임시직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부심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요. 개인적인 카리스마가 넘치는 예외적인 사람들은 빼고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아주 많은 임시적 직원이 있어요.

― 4장 가시성의 질서, 121~122쪽


질투와 시기는 비슷한 데가 있죠. 온통 여기저기 없는 데가 없어요. 한 동료가 갑자기 저명한 출판사에서 책 출판을 하면 뒤처진 느낌이 들죠. 종종 보게 되는 동학이지요. 어느 정도 경쟁심이 있어서겠죠.

―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51쪽


식당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완벽한 장소죠! 당신도 틀림없이 전에 들었을 거예요. 거기서 사람들이 연구위원회나 교육부, 다른 연구자들에 대해 비꼬는 논평을 들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고 긴장을 푸는 즐거운 대화의 일부죠.

― 7장 구내식당, 195쪽


… 내가 여성이니까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이죠. 아, 이 환경에서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잘못이에요. 사람들이 그걸 기꺼이 믿고, 만약 내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하면 그 사람들은 내가 뭘 많이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할 틈을 안 줘요. 여긴 남성을 위한 직장이고 약점을 보이면 안 되니까. 그래서 나도 내 약점을 안 보입니다.

―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 264쪽



책 속에서 2 : 증언들이 학계에 대해 알려주는 것


대학은 반드시 뛰어난 연구를 생산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그 조직 구조에는 평범한 인간이 가득 차 있어서 동료 관계, 연구 행위, 연구 환경, 개인의 자존감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감정이 작동한다.

― 1장 서론, 12쪽


박사과정생은 외부 세계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방관자’로 남은 채 정서적 중립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계의 감정 문화는 방관자 이상이 되기를 요구한다. 학계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성공의 필수 조건은 출세와 가시성에 도움 되도록 자기 자신을 잘 연출하는 수완이다.

―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82~83쪽


공식적으로 학계는 가장 높은 과학적 레벨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장이다. 그러나 실상 학계의 삶은, 그곳에 적당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 4장 가시성의 질서, 122쪽


칼은 상대방을 쳐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는 데 사용된다. 이 투쟁의 톤은 생생한 날것 그 자체이다. 외국인 부교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덴마크 동료들을 설명했다. “전쟁 치르는 사람들 같죠, 공격적이고 대부분은 모순적인 태도. 여기서 일 시작하기 전에 전임자가 여기 사람들이 다소 사악하더라도 너무 역정 내지 말라고 일러줬어요, 대부분이 그런 종류라고.”

―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28쪽


이 책의 목적은 감정 이론의 시각에서, 고전적 형태의 대학을 포함한 학계의 구조와 문화 속에 내재된 모순과 함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분석은 소위 말하는 대학의 현대화 추세가 십중팔구 그 경향을 가속하고, 특히 연구에 대한 자기-초월적 감정을 희생시키고 자기-단언적 감정을 양산함을 제시하고 있다.

― 10장 결론과 주장, 312쪽



목차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6
영어판 서문 8

1장 서론 10
2장 이론과 실증 자료 21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39
4장 가시성의 질서 84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24
6장 웃음의 정치 157
7장 구내식당 187
8장 학계의 사회적 유대 216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 252
10장 결론과 주장 300

옮긴이 해제 : 학계, 하얀 질서의 양상 — 이전투구와 탐구 316
참고문헌 328
찾아보기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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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이론』(멜리사 그레그, 그레고리 J. 시그워스 엮음, 최성희, 김지영, 박혜정 옮김, 갈무리, 2015)

아프 꼼 총서 2권. 정동 연구라는 이제 막 발아하는 분야를 정의하는 시도이자,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그 힘을 다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정동 이론의 주요 이론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정동이란 의식적인 앎의 아래와 곁에 있거나 그것과는 전반적으로 다른 내장[몸]의 힘으로서, 우리를 운동과 사유,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관계의 형태들로 인도한다. 정동을 인식하는 것이 어떻게 인류학.문화연구.지리학.심리학은 물론이고, 철학.퀴어 연구.사회학에 이르는 분과학문들에서 흥미진진하고도 새로운 통찰력을 열어 주는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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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의 힘』(이토 마모루 지음, 김미정 옮김, 갈무리, 2016)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와 글로벌화의 진행 과정에서 이렇듯 다양한 특이성을 띤 미조직 노동주체들이 존재한다. 이 새로운 집합적인 주체는 종래의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틀로는 포섭되지 않는, 제도적 틀을 넘어서 존재하는 사회적 주체이다. 그들은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이라고 부른 특이한 사회적 주체와 겹쳐볼 수 있는 존재이다. 지금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 속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정동, 감정, 의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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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정치』(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조성훈 옮김, 갈무리, 2018)

정동(affect)은 지난 수년간 인문학계의 핵심적 키워드이자 치열한 논쟁의 주제다. 우리 시대에 정동 개념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동의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브라이언 마수미가 2001~2014년 사이에 동료 학자, 활동가, 비평가, 예술가 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모은 대담집이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마수미는 정동 개념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며, 이해하기 쉬운 생활 속 사례를 들어 정동 개념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정동(affect) 개념에 대해서 모호하다고 느껴왔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불분명함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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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9)

정동과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의 정동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연구이자, 온 힘을 다해 무언가 '다른 삶'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대낀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어펙트에 대한 이론적 탐색과 실천적 개입은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부대껴 만들어내는 힘, 마찰, 갈등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몸과 사회, 정치의 몸들이 만나 부대끼는 여러 지점들까지, 그리고 이런 현존하는 갈등 너머를 지향하는 '대안 공동체'에서도 발생하는 '꼬뮌의 질병'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2019.05.16 |


보도자료


전환기의 한국사회,
성장과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



제9회 맑스코뮤날레가 2019.5.24.(금)~26.(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다.
이 책은 ‘녹-보-적 연대’의 교착상태에 숨구멍을 내기 위한 집단적 모색이다.



지은이  맑스코뮤날레  |  정가  23,000원  |  쪽수  432쪽  |  출판일  2019년 5월 18일

판형  신국판 무선 (152*225)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56

ISBN  978-89-6195-206-4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11587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보도자료  전환기-보도자료-ver.3.hwp 전환기-보도자료-ver.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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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한국사회, 성장과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는 맑스코뮤니스트가 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한번 묻고 ‘녹보적 연대’의 교착상태에 숨구멍을 내기 위한 모색의 자리임을 공표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향후 맑스코뮤날레가 그런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의 더 많은 자발적 참여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다. 자본의 지배를 철폐하고 가부장체제를 넘어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아름다운 이들, 모든 착취·수탈·차별·배제에 반대하여 투쟁하는 이들의 연대와 우애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실현 정도에 따라 전환기에 처한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지구화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평화 또한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 「발간사」 중에서



『전환기의 한국사회, 성장과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 간략한 소개


한국사회는 ‘전환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둘러싸고 남-북, 북-미 사이에 일련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반공분단체제가 균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협상의 주역들이 이 땅의 안팎에서 착취, 수탈, 차별, 배제의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을 포괄하는 그 어떤 평화의 밑그림을 디자인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역사상 그 어떤 권력도 더 많은 평화를 대중에게 자발적으로 준 적이 없다. 지구화 시대에 평화의 구체화는 자기통치적인 자유-평등의 관계들이 기존 국경들을 가로지르며 더 확대, 심화되는 것에 조응한다.

이 사회의 평화를 담보할 내용들은 이미 도래해 있다. ‘미투-위드유 운동’은 성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던 여성들 스스로가 더 이상 그런 구조, 관계들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적인 선언, 그에 대한 연대라는 점에서 이 사회가 그 어떤 변화의 지점에 들어섰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제출된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공약’을 둘러싼 논란 이후 환경생태 문제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이슈를 삶의 긴급한 문제로 제기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맑스코뮤니스트 정치는 기존의 비대칭적이고 불균등한 질서들에 맞서 싸울 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미래의 질서, 따라서 ‘현재-미래의 자유-평등한 질서’의 구축을 고민, 실천하는 것이다.

맑스코뮤날레는 지난 몇 차례의 대회를 통해 ‘녹보적(혹은 보녹적, 적녹보) 연대’를 화두로 제출하였다.
맑스코뮤날레는 ‘맑스(Marx)+코뮤니스트(communist)+비엔날레(biennale)’의 합성어로서, 2003년 5월에 출범하여 2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한국 최대의 진보좌파 학술문화 행사이다. 제9회 대회는 “전환기의 한국사회, 성장과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를 주제로 2019년 5월 24(금)~26일(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열린다. 이 책에는 3개의 메인세션과 2개의 집행위원회 특별세션의 발표문 총 13편을 수록하였다. http://marxcommunnale.net/



책 속 문장으로 톺아보는 “전환기의 한국사회”


1부 녹색자본주의인가, 적색성장주의인가? ―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시대의 변혁전략

경제성장주의와의 결별 없이 대안이 가능한가? (하승우, 더 이음 연구위원)

스웨덴의 청소년 활동가
그레타 튄버그(Greta Thunberg)는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며 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그레타는 2018년 12월 12일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회의> 회의장에서 “여러분은 그 무엇보다도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그들의 미래를 눈앞에서 도둑질하고 있습니다.”라고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것은 전지구적인 노력과 국가적인 노력,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노력을 함께 요구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과 탈성장 전략을 접목하는 것은 향후 한국사회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계급 정치로 분석한 기후변화의 쟁점들 (김민정,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지구 생태계는 이상기후로 갈수록 격하게 요동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할 뿐 아니라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운동은 아직은 광범위한 사회운동으로 부상하지 않은 한국의 기후운동에 시사점을 전달해준다. 기후변화 해결책이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요구하는 운동과 결합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몰계급적 해결 방안이 아닌 노동운동과 함께 진전시킬 수 있는 기후 쟁점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에너지전환, 수동혁명인가 체제 전환의 진지전인가?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에너지전환은 핵에너지와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기술적으로 바꾸는 것뿐 아니라,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소비의 방식과 주체를 바꾸고, 또 이를 위한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과 상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차원적 전환은 그것에 결부된 경제와 정치 체제의 전환을 요구하고 사회적 긴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민주주의의 급진화, 사회경제적 민주화라는 경로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걸쳐있는 과제다. 결국 더 큰 사회경제적 체제 전환의 경로 속에 에너지전환의 진지전이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2부 노동정치인가, 코뮤니즘 정치인가 ― 노동운동은 ‘자본의 파트너’를 넘어설 수 있는가

코뮤니즘의 모색,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을 둘러싼 논쟁의 새로운 모색을 위하여  ( 박영균,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코뮤니즘은 원래 노동자계급이 만들어낸 이념이 아니다. 코뮤니즘은 맑스-엥겔스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따라서 그 역사적 형태들도 매우 다양했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상호부조의 원칙과 우두머리 없는 평등한 세상에 대한 염원이라는 정서가 공통적으로 존재했다.
코뮤니즘의 정치는 이미 해체되어 버린 ‘자본 대 노동’이라는 적대의 선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다양해지고 중층화된 사회운동들의 접합을 통해서 ‘적-녹-보라’에 근거한 민주주의의 급진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문제와 한국자본주의 종속성  (김정호,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법학 박사)

학계와 사회운동진영에서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현실 문제를 단순히 신자유주의 일반의 문제로 돌릴 수만은 없다. 같은 신자유주의의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각국의 사정에 따라 그 피해 정도는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기술발전을 가로막음으로써 경제잉여의 대량 유출을 낳게 만드는 것은 ‘종속성’이며, 여전히 그것을 탈피하는 것이 한국경제와 한국사회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종속성의 구현체이자 구조화 요인인 재벌체제에 대한 근본 개혁은 바로 지금 시기 한국 변혁운동의 핵심과제이다. 이는 또한 한국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이후 자본축적 : 수탈을 중심으로   (홍석만, 민중언론 참세상 발행인)

구호처럼 외쳐지는 4차 산업혁명은 포화상태에 달한 자본주의 생산체제 내에서 ‘생산성 향상 없는 산업혁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자본축적의 경향은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을 넘어 노동자의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을 수탈하고 노동관계의 약화 및 해체로까지 몰아붙여 노동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생산의 불안정성도 증폭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정치체제의 변화 ― 비주류의 부상, 브렉시트, FTA 등 세계화의 약화, 미중 간 대결 심화 ― 는 이러한 불안정의 정치적 표현으로 현상하고 있다. 더불어 약화된 노동조합운동의 현실과 해체되고 있는 노동관계 속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재구성과 조직화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나타난다.

3부 한국사회와 포퓰리즘

막다른 길의 포퓰리즘, 하지만 새로운 사회적 투쟁의 출발점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부교수)

좌파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좌파적’으로 드러난 목소리만이 아니다. 극우적 선동에 휘둘리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를 외치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소란스럽게 하는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불만과 좌절을 읽지 못한다면, 그들의 고통과 접속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진보란, 사회주의란 무엇이란 말인가? 과거의 협소하고 고정된 계급정치를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불만과 좌절을 불규칙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증발시키지 않을 수 있는, 즉 다양한 위치와 장소에서 체험되고 있는 충족되지 않은 필요들(needs)이 결코 지금의 체계와 공존할 수 없다는 자각이 모아져 ‘그들’에 맞서 ‘우리’가 정치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사회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뉴미디어와 포퓰리즘 : 포스트트루스 시대 소셜 미디어의 반격  (김상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새로운 미디어 포퓰리즘에 기반한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시대에 대중들의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 참여에의 의지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강화될 수 있을까? 투표장에 직접 나가 자신들을 대신해 정치를 실현할 대리인들을 선출하는 근대적 대의민주주의의 방식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이미 자동화된 정치 봇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자동화된 여론 조작의 수단들이 인간의 실질적인 정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이들에 대한 제도와 규제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할까? 알고리즘이 대중들의 감정과 무의식의 패턴을 발견하고 정치에 반영하지만 포퓰리즘으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형식의 민주주의가 과연 가능할까? 새로운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제기되는 새로운 포퓰리즘의 문제들은 아직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치 : 신자유주의 포퓰리즘인가 신자유주의 대의 정치-포스트포퓰리즘 균열인가  (정병기,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포퓰리즘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 시작해 크게 회자되다가 한동안 잠잠했지만 선거철마다 거르지 않고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포퓰리즘은 신자유주의와 함께 강화되었다. 신자유주의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외환위기를 전후해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엘리트 대의 정치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정치가 양대 정당을 통해 보편화되면서 그 한계는 신자유주의 대의 정치의 한계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다른 제약 조건들이 약화됨에 따라 포스트포퓰리즘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은
근대 대의 정치를 지속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엘리트주의와 대중 직접 정치를 추구하는 포스트포퓰리즘의 대립이라는 새로운 사회 균열이 새로운 정치 균열과 정당 균열로 등장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4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미래

한반도의 평화 : 6·12 싱가포르선언 이후 북미협상의 교착과 한국외교  (이삼성, 한림대학교 교수)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 그리고 6월 12일 북미 정상 간의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평화협정체제의 구성을 통한 북한 비핵화 구현”이라는 방법론에 한국과 미국의 정상들이 각각 공식 동의한 문서였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이제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북미협상의 본질이 평화협정 협상의 본격화 여부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하여 명분과 전략적 불가피성을 당당하게 밝히며 설득하는 더 적극적인 외교의 시급성을 더욱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핵심은 미국이 ‘막무가내식 빅딜’을 내세울 때, 한국은 포괄적이면서도 단계적 동시 행동의 일정표를 담은 일괄타결인 평화조약 형태의 ‘합리적인 빅딜’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

‘내 품 안’의 개방된 북한 : 미중 협조체제와 중국의 한반도 전략  (박홍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 박사)

향후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정에 있어 중국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려는 행태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가 주장하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최종 목적은 결국 한반도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 한반도 문제를 해석하고 접근하는 데 있어 경직된 국가주의적 시각은 이러한 근본적인 목적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시각은 극단적으로 국가이익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불사하려는 국가권력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정책결정자들은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아니,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강력히 요구하고 저항해야 한다.

북한의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 평화 : ‘비가시적 공간’의 전략을 중심으로  (차문석, 통일교육원 교수)

현시기 북한의 동북아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개이다.
하나는 미국이며 다른 하나는 핵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를 전제하고, 서로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비전이 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남북 평화협정보다는 북미 평화협정에 치중하고 있다. 북한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남북기본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은 남북한 당사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한국은 북한과 미국/일본이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매개해야 한다. 주변국의 역할과 관련하여 2005년의 9·19 공동성명과 2007년의 2·13 합의문을 상기하는 것이 좋다.

5부 페미니즘의 전환과 적녹보라패러다임

페미니즘의 전환과 적녹보라패러다임 : M/W 젠더체계와 페미니즘의 변혁 전략  (고정갑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가부장제나 자본주의가 아니라 가부장체제로 현재의 문제를 설정하고 가부장체제를 성종계급체계, 자본군사제국주의체계 그리고 지구지역체계로 정의한 이유는 적녹보라 패러다임에 입각한 사회운동이 사회 변혁을 향해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체계만이 아니라 성종계급 체계를 페미니즘 진영도, 마르크스주의 진영도, 생태주의 진영도 함께 논의한다면 지구지역적 가부장체제의 변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은 성종계급체계와 자본군사제국주의체계 그리고 지구지역체계를 고려하고, 사회주의 운동 또한 이 세 가지 체계로 이름지어진 가부장체제의 변혁을 목표로 간주하고, 생태환경운동 또한 이와 같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각각의 운동이 본래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은이 소개


맑스코뮤날레


‘마르크스’ + ‘코뮤니스트’ + ‘비엔날레’의 합성어로, 2003년 5월 이후 격년으로 개최되어온 한국 최대 규모의 좌파 연합학술문화제이다.

고정갑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김민정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김상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김정호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법학 박사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영균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및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교수
박홍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 박사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이삼성 한림대학교 교수
정병기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차문석 통일교육원 교수
하승우 더 이음 연구위원
홍석만 민중언론 참세상 발행인



목차


발간사 6

1부 녹색자본주의인가, 적색성장주의인가? ―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시대의 변혁전략
경제성장주의와의 결별 없이 대안이 가능한가? / 하승우 17
계급 정치로 분석한 기후변화의 쟁점들 / 김민정 46
에너지전환, 수동혁명인가 체제 전환의 진지전인가? / 김현우 80

2부 노동정치인가, 코뮤니즘 정치인가 ― 노동운동은 ‘자본의 파트너’를 넘어설 수 있는가
코뮤니즘의 모색,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을 둘러싼 논쟁의 새로운 모색을 위하여 / 박영균 113
비정규직문제와 한국자본주의 종속성 / 김정호 144
신자유주의 이후 자본축적 : 수탈을 중심으로 / 홍석만 178

3부 한국사회와 포퓰리즘
막다른 길의 포퓰리즘, 하지만 새로운 사회적 투쟁의 출발점 / 서영표 221
뉴미디어와 포퓰리즘 : 포스트트루스 시대 소셜 미디어의 반격 / 김상민 249
한국 정치 : 신자유주의 포퓰리즘인가 신자유주의 대의 정치-포스트포퓰리즘 균열인가 / 정병기 278

4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미래
한반도의 평화 : 6·12 싱가포르선언 이후 북미협상의 교착과 한국외교 / 이삼성 307
‘내 품 안’의 개방된 북한 : 미중 협조체제와 중국의 한반도 전략 / 박홍서 342
북한의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 평화 : ‘비가시적 공간’의 전략을 중심으로 / 차문석 369

5부 페미니즘의 전환과 적녹보라패러다임
페미니즘의 전환과 적녹보라패러다임 : M/W 젠더체계와 페미니즘의 변혁 전략 / 고정갑희 407

저자 소개 431



제9회 맑스코뮤날레 <다중지성의 정원> 세션 소개


■ 주제 : 페미니즘, 정동정치, 그리고 공통장
■ 일시 : 2019년 5월 25일 토요일 오후 1시
■ 장소 : 서강대 정하상관
■ 문의 : 02-325-2102, 010-8408-5263
■  프로그램
- 사회자 : 이수영 (미술 작가)

- 발표와 토론
발표 1 : 공통장 감수성의 징후들과 예술인간-예술체제의 동선 (조정환, 『절대민주주의』 지은이)
토론 1 : 이성혁 (문학평론가, 『미래의 시를 향하여』 지은이)

발표 2 : 여자떼 공포, 여성혐오와 인종 차별의 복합성과 역사적 전개 (권명아,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지은이)
토론 2 : 이임하 (성공회대학교, 『조선의 페미니스트』 지은이)

발표 3 : 움직이는 별자리들 : 포스트 대의제의 현장과 문학들 (김미정, 『움직이는 별자리들』 지은이)
토론 3 : 김대성 (생활예술모임 ‘곳간’, 『대피소의 문학』 지은이)

발표 4 : 공통성 없는 자들의 연루:차질, 응축된 반작용, 취약성 (신지영, 『마이너리티 코뮌』 지은이)
토론 4 : 손보미 (다중지성의 정원)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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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불의 문자들』(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칼 맑스는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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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의 현실성』(브루노 보스틸스 지음, 염인수 옮김, 갈무리, 2014)

공산주의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사적인 전유를 거부하는 모든 순간과 집단적 재전유의 모든 실행 가운데 이미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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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 지음, 갈무리, 2014)

『에코페미니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의 저자로 알려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고전적 저작. 가사노동, 비공식 영역의 노동, 식민지에서의 노동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생산(물)이 경제의 수면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 5백년 동안 여성, 자연, 식민지는 문명사회 외부로 축출되고, 가려져 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이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왜 가려졌는지, 이 부분의 가치와 비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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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주의의 폭력』(크리스티안 마라찌 지음, 심성보 옮김, 갈무리, 2013)

자율주의의 핵심 사상가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마라찌의 최근작. 이 책에서 마라찌는 금융자본과 그 논리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경제에서 전지구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위기를 포스트포드주의와 생명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그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적 부채를 통한 성장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적 투자를 통해 공통적인 것을 창조하고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9.05.05 |


보도자료


움직이는 별자리들

잠재성, 운동, 사건, 삶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시론



불안정함과 허약함이라는 오늘날 인간의 조건을 다르게 재전유하여
냉소하지 않고 이 시대를 건너기 위한 방법론
여성을 정체성 이전에 함께 만들어갈 공통장으로 이해하기



지은이  김미정  |  정가  24,000원  |  쪽수  496쪽  |  출판일  2019년 5월 1일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아우또노미아총서 66

ISBN  978-89-6195-207-1 03800   |  CIP제어번호  CIP2019013547

도서분류  1. 문학 2. 문학비평 3. 문화비평 4. 철학 5. 사회운동 6. 인문학

보도자료  움직이는별자리들-보도자료-final.hwp 움직이는별자리들-보도자료-final.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삶예술은 생명정치의 시대에 상응하는 듯 보이고, 포스트 대의제는 민주주의에의 열망, 우파 포퓰리즘 모두가 혼재되는 현장인 듯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계는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예술)은 늘 주어진 세계에 구속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를 다시 구축하는 존재다. 우리 시대에는 불안정함, 취약함이 사람들의 상례화된 조건이지만 거기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모이고 항의할 조건을 발견하듯, 그리고 생명정치의 조건을 재전유하여 삶예술로 전환시키는 현장들이 그러하듯, 요컨대 주어진 조건에 구속되면서 한편으로 그것을 재조정, 극복하는 존재가 인간, 예술이다. “움직이는 별자리”는 바로 그러한 인간, 그러한 예술을 위해 예비한 말이다.



『움직이는 별자리들』 간략한 소개


이 책은 정동, 페미니즘, 공통장의 문제의식을 통해 한국문학사의 여러 장면들을 읽어가며 근대적 개인의 신화를 질문에 부치고, 포스트 개인(post individual)의 사유를 전개한다. 이 사유는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조건과 인간을 말할 때 유용하다. 이 책은 거기에서 나아가, 본래 인간이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과, 오늘날 인간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시대적 조건을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거기에서 발견되는 연결·연대의 조건들이자,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을 잠재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에서 정동적 모먼트로 언급되는 2014년 세월호, 2016~17년 촛불, 2016년 강남역 이후는 모두, 주어진 조건들을 사람들 스스로 전유하고 다른 것으로 만들어가는 장면들이다. 이 책이 문학을 통해 사유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 안의 잠재성, 사건의 계기들이다.

이 책은
문학이 당대의 문제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있는 현장의 기록이다. 특히 문학만의 고유한 언어를 넘어서, 철학, 사회학 등 분과를 넘나드는 문제의식과 언어를 교차시킨다. 분과적으로 조밀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인문학의 현장에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최근 수년간 한국사회를 뒤흔든 중요한 변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 한국에서의 문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그 추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 모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움직이는 별자리들』 상세한 소개


‘움직이는 별자리들’이라는 제목

‘별자리’라는 용어가 미학과 철학의 술어로 의미 있게 다가오게 시작한 것은 두 사람의 철학자, 미학자 덕분일 것이다. 먼저 헝가리의 사상가 게오르그 루카치(1885~1971)는 『소설의 이론』이라는 소책자의 서두에서 그리스 시대를 상상하면서, 하늘의 별자리의 인도를 받아 살아갔던 시대의 사람들은 행복했을 것이라고 썼다. 루카치는 자신의 시대(1920년대)를 대단한 격변기로, 반대로 그리스 시대 사람들은 상당히 안정되었던 시대의 사람들로서 인식했다. 루카치의 별자리는 고정된 별자리, 안정을 가져다주는 별자리, 불변성의 이미지를 가졌다. 루카치와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사상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은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별자리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벤야민은 별자리라는 말을 철학에서의 관념과 대상의 관계에 적용하면서, 별자리를 관념으로, 철학적 관념의 대상을 실재로 보았다. 벤야민에게서 실재로서의 대상이 변치 않을 때에도 별자리 즉 관념체계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루카치의 별자리와 달리 벤야민의 별자리는 가변적이고 이동하는, 움직이는 성격을 갖는다.

김미정의 평론집에서 별자리는 벤야민의 별자리와 유사하게 변동하고, 변화하는 별자리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이 책에서 별자리의 움직임은 관념상에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현실적 대상세계 그 자체의 움직임도 지시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을 이해함에 있어서 별자리의 움직임을 사고하기 위해서 관념상에서의 변화와 현실세계 그 자체의 변화를 동시에 추적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

포스트 대의제 시대의 문학 ― 문단이라는 대의제 장치의 위기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지자본주의 시대, 신자유주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등의 용어는 무엇을 우리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보기에
우리 시대는 포스트 대의제 시대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정치 시스템 속에 지배적인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 대의제, 대표제에 대한 비판을 사고의 중심에 놓고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 2016~17년의 ‘촛불’에서 시민들은 위임받았으나 대의하지 않는 정치의 정당성을 질문하며 자신의 주권을 직접 표현하고 항의하는 모임을 이어갔고 ‘사건’을 발생시켰다.

이 책은 주로 문학과 문화를 다루기 때문에 대의 정치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시대 규정의 핵심으로 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문단이라 불리는 하나의 제도적 문학장을 정치권과 유비시킨다. 그러면서 문학이라는 장 속에서 하나의 대의제적 특징들이 어떻게 나타났고, 어떤 식으로 포스트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주안점을 둔다. 포스트 대의제 시대의 문학이라는 말은 문단이 주도적으로 수행해온 문필작업이 사람들의 감성, 감수성, 감각, 정동, 정서 등을 담기에 충분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현재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다중의 욕망과 정동이, 문단을 바꾸고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현장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교양이라는 프레임의 비밀 : 교양은 ‘성숙한 남성’ 만들기의 서사였다

교양소설을 뜻하는 독일어 Bildungsroman에서 Bildung은 교육, 형성 등을 의미한다. 저자가 보기에 ‘교양소설’이라는 말에서 교양은 젠더, 언어문화권, 계층 등등의 위계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이문열, 루이제 린저, 은희경 등을 언급한다. 이문열의 교양주의는 한국문학장의 보편을 향한 욕망의 결정체였다. 또한 ‘작품’이 문학장의 어떤 회로 속에서 탄생하는지 그 역학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동시에 한국문학이 욕망하던 교양이 누구의, 무엇의 교양이었는지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여성 교양문학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루이제 린저는 좀더 복잡한 맥락을 가진다. 한국에서 루이제 린저는 문예공론장의 언어에서 배제되는 존재였지만, 여성대중독자의 욕망과 정동이 투영된 존재였다. 교양은 남성젠더화된 말이었기에 ‘여성교양소설’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독자들은 ‘여성교양소설의 불가능성’을 파열시킨다. 그녀의 소설은 교양소설로 불려도/불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나아가 이 책은 루이제 린저가, 한국에서의 표상에 갇히지 않고 냉전의 상황에서 종횡무진하던 존재임을 밝혀낸다.

『움직이는 별자리』 각 부의 내용 소개

1부 ‘2010년대의 정동적 이행과 사건-문학들’은 2014년 세월호, 2015년 문학장의 스캔들, 2016~17년의 촛불, 2016년 강남역 이후의 문학을 둘러싼 현장과 담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논의들이다. 1부에는 특히 촛불과 강남역 이후의 문제의식이 문학과 우리 삶과 사회를 바꾸어간 기록이 충실히 기록되어있다. ①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프레임의 함정, ② 페미니즘의 정동이 한국문학을 바꾸어가는 구체적 장면, ③ 대중의 다양한 면모와 자기구성의 중요성 등에 대한 무게감 있는 논의는 이후에도 치열하게 주고받아야 할 주제들이다.

2부 ‘공통장을 이야기하기 위한 예비 작업 : ‘포스트 개인’의 사유를 중심으로’‘개인’의 신화를 질문한다. ‘개인’은 근대 세계의 기본 단위이자, 궁극적으로 추구할 과제로 여겨져 왔다. 이런 문제의식은 테크놀로지의 조건과 인간을 말할 때 유용하지만, 이 책은 나아가, 본래 인간이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과, 오늘날 인간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시대적 조건을 연결시킨다. 궁극적으로 2부가 강조하는 것은, 개인을 질문하면서 발견하는 연결·연대의 조건들이다. 또한 어두워 보이는 세계 너머에 실낱같더라도 숨어 있을 밝음에 대한 믿음이다.

3부 ‘문학장의 회로와 잠재성들 : 문학을 만드는 장소, 문학이 만드는 장소’문학이 문학장이라는 조건의 산물이자, 나아가 그 조건에 갇히지 않는 창조력을 가진 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문학장은 젠더, 학력, 지역, 언어, 계층 등의 역학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학이 그런 구체적 조건 속의 교섭의 산물이라는 점은, 이문열이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를 통해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3부가 강조하는 것은 그런 조건들을 파열시키면서 등장하는 작품이나 문학현상이다.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루이제 린저 같은 작가와 그녀를 둘러싼 한국독자들의 호응도 단적인 사례다. 3부는 문학사회학의 방법을 연상시킬지 모르지만, 이전 시대의 문학사회학이 가지지 못한 잠재성의 사유를 설득력 있게 제안하고 있다.



지은이 소개


김미정

2004년 문학동네 신인평론상을 받으며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창비에서 발행하는 <문학3>을 함께 만들며, 광운대, 숭실대, 서울예대 등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과 배움을 주고받고 있다. 제도 밖 장소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이들과 고민을 나누고 공부하며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2006)을 공저했고, 여러 연구자와 함께 『민주주의, 증언, 인문학』(2018),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2018)을 썼다. 한편, 도쿄에서 수학하고 생활한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살게 해줘!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2011, 2017)을 한국어로 옮긴 이래로, 『전후라는 이데올로기』(2013), 『정동의 힘』(2016), 『군도의 역사사회학』(2017)을 번역했다. 인간, 테크놀로지, 만들어갈 공통장에 대한 관심 속에서 현재 정동 관련 저작을 옮기고 있다.



책 속에서 : 잠재성, 운동, 사건, 삶으로서의 문학


페미니즘과 정동의 사유는 내게 근대적 ‘개인’의 신화를 질문하게 했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취약한(vulnerable) 존재라는 사실에까지 도달하게 했다. 더구나 오늘날 시대의 조건은 그런 인간을 더욱 취약하게 몰고 간다. 사람들은 시대의 불안정함과 취약함 속에서 서로 빈번하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결정적일 때 다시 서로를 돌보고 연결하고 관계를 구성한다.

― 서문, 16쪽


처음 글을 익혀 일기를 쓰고 시를 쓰는 순천할매, 칠곡할매의 글쓰기를 괄호 치고 문학을 생각할 수 있을까. 글쓰기와 문학에의 열망을 노인이 되어 수줍게 실현하는 작은 모임의 딜레탕트들을 괄호 치고 문학을 말할 수 있을까. 우리를 미학적으로 감화, 훈련시킨 재현예술의 산물과 그 인류적 유산 못지않게, 그것에 미달/초과하는 무수한 쓰기와 예술의 현장 역시 나란한 사건들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 움직이는 별자리들, 46쪽


문학장을 향해 직접 자신을 발화하고 욕망을 주장하기 원하는 새로운 독자들은, 문학의 여러 제도나 관념과 교섭하기 원할 것이며 실제로 문학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학의 양식, 범주, 관념에는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끼리의’ 이야기로 축소하면서 지킬 것은 무엇일까. 발밑의 동요를 듣지 않고 ‘정치적 올바름’ 혹은 ‘자율성’ 등의 논의에 매여서 기존의 미학적 언술을 반복해서 주고받는 사이, 문학은 전문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 흔들리는 재현·대의의 시간, 80쪽


벤치의 온기를 기억하는 그녀들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나 ‘같이’ 존재하고, 행동하고,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물리적 마주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정함’, ‘허약함’은 오히려 결정적일 때 그녀들을 만나게 할 것이다. 이때 ‘그녀’들은 ‘정체성’으로서의 여성, 소녀, 사회적 약자만은 아니다. ‘그녀’들은 우리가 잇고 만들어가야 할 무언가/누군가이기도 한 것이다.

― 벤치와 소녀들, 196쪽


살아있는 인간이 세상 모든 만물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존재하는 이상, 인간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묻는 것은 어쩌면 부차적이다. … 그 본질을 질문하고 정의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인 것이다. …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문명사적으로 더는 잘 작동하지 않는 맹목적 희망과 선에의 의지보다, 놓여 있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배치를 바꾸며, 어떤 신체를 이룰 것인지를 사유하는 것인지 모른다. 『소년이 온다』에서 궁극적으로 의미를 찾고 싶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 소년은 왜 ‘꽃 핀 쪽’으로 가라고 말하는가, 273쪽


독자의 손, 눈 등의 신체는, 책이라는 물질성과 활자(活字) 너머의 신체들과 접촉한다. 그리고 그 활력과 마주친 독자의 신체는 다시 제3, 제4의 또 다른 활력으로 이행한다. 정서는 어떤 상태에 고착되어 있지 않다. 고착된 것은 그 정서의 ‘관념’뿐이다. 정서는 늘 유동하고 이행하고 있다. 이 기쁨의 정동은 위의 인용들에서 저자가 말한 “연대의 쾌락”과 연결될 뿐 아니라, 실제로 글을 쓰고 읽는 저자와 독자의 눈, 손, 감각, 감정 등 신체들의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힘인 것이다.

― 현장-신체-정동, 다른 미적 체험의 가능성을 묻는다, 325쪽


이문열이 훗날 “내가 번역된 내 책을 그 나라의 서점 판매대에서 살 수 있는 형태로 번역출판하게 된” 때에 대해 감상적으로 회고하는 것은, 곧 ‘이문열’을 탄생시킨 당시 한국문학장의 소회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것이 또한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문학에 내재되었던 운명이자 1990년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이곳에 도래한 사건이었음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황제를 위하여」와 Pour l’empereur! 사이, 401쪽


확실히 ‘우리’라는 주어는 1990년대 초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소위 포스트(post) 접두어가 붙는 시대를 맞으면서, 과거 ‘좋았던 시절’의 주어로 이야기되어 왔다. 그리고 그때까지 억압된 측면이 있던 ‘나’를 구출해내기. 말하자면 이것이 1990년대 한국문학이 골몰한 바의 하나이고, 배수아 소설이 출발한 지점의 한 곳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길, 우연성, 편지, 487쪽



목차


서문 ― 이행의 기록 6

1부 2010년대의 정동적 이행과 사건-문학들
움직이는 별자리들 : 포스트 대의제의 현장과 문학들 20
흔들리는 재현·대의의 시간 : 2017년 한국소설의 안팎 49
‘쓰기’의 존재론 : ‘나-우리’라는 주어와 만들어갈 공통장 83
운동과 문학 : 다시 여성주의라는 의제와 감수성을 통과하며 99
아르키메데스의 점에 대한 상상 : 2015년, 한국문학, 인간의 조건에 대한 9개의 메모 128
불안은 어떻게 분노가 되어 갔는가 : 감수성의 이행으로 읽는 김유진의 소설들 155

2부 공통장을 이야기하기 위한 예비 작업 : ‘포스트 개인’의 사유를 중심으로
벤치와 소녀들 :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넘어서 179
회로 속의 인간, 회로를 만드는 인간 : 사건, 주체, 역사, 인간에 대해 생각하며 199
마지막 인간의 상상 : ‘개인’의 신화를 질문하며 225
소년은 왜 ‘꽃 핀 쪽’으로 가라고 말하는가 : ‘기억-정동’ 전쟁의 시대, 『소년이 온다』가 놓인 자리 240
수다와 고양이와 지팡이 : 행복을 해방시키기 275
신자유주의 시대에 생각하는 미적 아나키즘 : 구라카즈 시게루의 『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에 대한 단상 293
현장-신체-정동, 다른 미적 체험의 가능성을 묻는다 : ‘장르 피라미드’를 넘어서 읽는 한 권의 책 313

3부 문학장의 회로와 잠재성들 : 문학을 만드는 장소, 문학이 만드는 장소
‘한국-루이제 린저’와 여성교양소설의 불/가능성 : 1960~1970년대 문예공론장과 ‘교양’의 젠더 339
「황제를 위하여」와 Pour l’empereur! 사이 : 문학장의 역학과 ‘작품’의 탄생 372
한 시절의 문학소녀들의 기묘한 성장에 부쳐 : 2010년대에 다시 읽는 은희경의 소설들 405
무서워하는 소녀, 무섭게 하는 소녀 :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의 트릭과 전략 433
문제는 휴머니즘이 아니다 : 윤이형 소설 읽기 443
보론 — 십 년 후, 프롤로그 : 윤이형의 「큰 늑대 파랑」 465
다시, ‘미적 체험’에 관하여 473
길, 우연성, 편지 : 한국문학의 주어 변화와 배수아의 소설들 483



『움직이는 별자리들』에 대한 정치철학자 조정환의 유튜브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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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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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의 힘』(이토 마모루 지음, 김미정 옮김, 갈무리, 2016)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와 글로벌화의 진행 과정에서 이렇듯 다양한 특이성을 띤 미조직 노동주체들이 존재한다. 이 새로운 집합적인 주체는 종래의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틀로는 포섭되지 않는, 제도적 틀을 넘어서 존재하는 사회적 주체이다. 그들은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이라고 부른 특이한 사회적 주체와 겹쳐볼 수 있는 존재이다. 지금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 속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정동, 감정, 의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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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조정환·김미정 외 지음, 갈무리, 2006)

오늘날 민중의 소멸이 근대문학의 종언, 근대문학의 불가능성을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학의 종언으로 될 것인가? 지난 20년간의 문학의 진화에 대한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의 검토는 우리로 하여금, 문학이 다중의 생성 및 진화의 흐름에 합류하여 그것의 정신적 힘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 한에서, 근대문학의 종언은 오히려 문학 진화의 새로운 계기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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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의 문학』(김대성 지음, 갈무리, 2019)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로 평가받는 문학평론가 김대성의 두 번째 비평집. 저자는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줄 수 있는 대피소라고 주장한다. 대피소에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 한 잔의 물, 한마디의 말, 몸을 덮어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 한 자락.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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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9)

정동과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의 정동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연구이자, 온 힘을 다해 무언가 '다른 삶'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대낀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어펙트에 대한 이론적 탐색과 실천적 개입은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부대껴 만들어내는 힘.마찰.갈등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몸과 사회, 정치의 몸들이 만나 부대끼는 여러 지점들까지, 그리고 이런 현존하는 갈등 너머를 지향하는 '대안 공동체'에서도 발생하는 '꼬뮌의 질병'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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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들)』(전성욱 지음, 갈무리, 2017)

이 비평집은 근래에 나온 한국 소설들을 집중적으로 독해함으로써, 문학의 그 질적인 변화에서 역사적 전환의 기미를 포착하고 있다. 비평집의 제목과 목차의 체제는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을 차용하고 변형하였다. 영화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때, 그는 이 영화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에게 영화의 쇠퇴는 단지 한 예술 장르의 퇴락이 아니라, 개인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거나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저자는 소설의 쇠락을 목도하며 고다르의 역사적 사색을 떠올린 것이다.

2019.04.15 |


보도자료


대피소의 문학

구조 요청의 동역학



‘생명’이 ‘생존’으로 기우는 세계에 불침번을 서는 일, 관棺을 문門으로 바꾸려는 두드림의 문학.
‘하나’만 허락되는 참혹한 세계에서 대피소를 찾고 대피소를 짓는 사람들이 일구는 다른 문학의 별자리



지은이  김대성  |  정가  18,000원  |  쪽수  336쪽  |  출판일  2019년 4월 16일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Potentia, 카이로스총서 55

ISBN  978-89-6195-196-8 03800   |  CIP제어번호  CIP2018042583

도서분류  1. 문학 2. 문학비평 3. 문화비평 4. 철학 5. 사회운동 6. 인문학

보도자료  대피소의문학-보도자료.hwp 대피소의문학-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이거나 또는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일 김대성의 글들로부터 퇴행과 재난의 시대로부터 겨우 헤어 나온 이 세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 천정환 (성균관대)

생존 이외의 것을 말할 여력조차 없는 대피소의 문학, 생활로 실행되는 예술운동과 증언되고 기록되는 발화된 말로 세운 ‘만나고 나누는’ 공동체야말로 미래와 희망이 도취적 기만이거나 헛된 망상인 이곳에서 가장 적실한 아니 유일한 가능세계이지 않을까. ― 소영현 (문학평론가)

제 생각에 문학은 구원입니다. 김대성 씨의 문門학을 통해서 이것을 느낍니다. ― 한받 (자립음악가)



『대피소의 문학』 간략한 소개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로 평가받는 문학평론가 김대성의 두 번째 비평집. 저자는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줄 수 있는 대피소라고 주장한다. 대피소에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 한 잔의 물, 한마디의 말, 몸을 덮어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 한 자락.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대피소의 희미한 불빛은 회복하는 존재들의 몸(flesh)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발열에 가깝다. 누군가의 작은 ‘두드림’만으로도 금세 깨어나는 힘들이 서로를 붙들 때 그 맞잡음이 온기가 되어 대피소를 데운다. 세상의 모든 대피소는 오늘의 폐허를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회복하는 세계를 비추는 등대이기 때문이다.



『대피소의 문학』 상세한 소개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생명’이 있어야 할 자리를 ‘생존’이 대체했다. 『대피소의 문학』은 존재의 고유한 삶이 아닌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재난의 일상화라는 상황 인식 속에서 출발한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지만 누구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무력감 속에서 읽고 쓰는 문법도 파괴되어 간다. 이제 문학은 현실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구해내는 것을 통해 재발명되어야 한다. 『대피소의 문학』은 제도화된 문학장만이 아니라 참사의 현장에서,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생활의 현장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길어올려지고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곳곳의 현장에서 사력을 다해 지켜내고 있는 사람의 말, 그 목소리에 잠재되어 있는 힘이야말로 새로운 문학의 역능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발현되는 문학과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목소리들

『대피소의 문학』은 참사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구조 요청’이 가까스로 지켜지고 있는 희망의 목소리임을 문학 내외부 텍스트를 넘나들며 발굴해내고 있다.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현실과의 낙차라는 심연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기왕의 문학과 달리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수많은 기록과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목소리에서 누군가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학적인 것’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또 발명해낸다.

현장에서 발현되는 문학은 작가라는 개별적인 정체성이 아닌 집단적인 기록 노동의 모습으로, 마치 여럿의 목소리가 합창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울려 퍼지며 진동한다. 이 책의
1부즉각적인 응답을 위해 쓰이는 ‘순간 문학’인 르포적인 글쓰기를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르포적인 글쓰기는 장르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문학장 내부에서도 진동하고 있다. 용산참사 이후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김애란뿐만 아니라 윤이형, 김이설, 이주란, 조해진 등의 소설에서도 참사 이후 기왕의 문학적 질서로는 말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해나가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대피소의 문학』은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문학이 어떤 형질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또 어떤 새로운 문학이 요청되는지를 삶의 현장과 문학 내부를 오가며 구체화한다.

한국문학 내부의 ‘추방과 생존’의 구조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그저 살아남는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버린 삶의 조건은 문학의 영역 또한 그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책의
2부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한국문학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추방과 생존’의 구조를 비평가의 실존적 목소리를 통해 선명하게 구현해낸다. 자신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작품을 통해서만 겨우 말할 수 있는 기왕의 비평적 글쓰기와 달리 문학성(文學性)이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치하는 장치로 기능하는 구조를 전면화하고 있다.

개별적인 목소리를 지워야만 들어갈 수 있는 문학성(文學城)이 아닌 각자의 고유성을 지켜내면서 현재와 다른 삶으로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과감하게 탐색하고 있는 글들은 그 자체로 용기 있는 비평적 시도이기도 하다. ‘주니어 시스템’이나 ‘쪽글’과 같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은 문학제도의 내부적 문제를 가시화하고 이종격투기와 오디션 프로그램, 사무라이 영화, 1인칭 시점의 영화 및 게임과 같은 동시대의 문화적 환경을 접속시키며, 점점 더 왜소해지고 무용한 것이 되어가는 비평 영역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비평적 모색은 다른 삶을 요구하고 욕망하는 삶-문학의 실천적 사례로 읽을 수 있다.

부산의 대피소들에서 길어올린 것

이 책의 백미로 읽힐 수 있는
3부재난의 현장에서 발현되는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재해유토피아’(리베카 솔닛)의 구체적인 사례인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활동해온 부산에서 오랜 시간 다종한 현장을 누비며 만나고 함께 작업해온 생활예술에 관한 생생한 보고는 1부에서 주목한 르포적인 글쓰기의 실제적인 사례이자 새로운 비평의 언어를 예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글이다. 전문가가 아닌 생활 속에서 익힌 고유한 이력을 무상으로 나누며 이루어지는 만남과 사귐의 순간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그 현장 속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비평적 언어로 길어올리고 있는 글에서 우리는 ‘대피소’가 ‘곳간’이라는 공통장으로 재발견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3부에 수록된 글엔 퇴거 명령을 받은 재개발 지구에서 한 달간 이어진 재(능)계발의 축제가, 함께 책을 읽고 쓴 문장이 주거지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현장에서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울타리로, 사소해보일 수 있는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 전시장에서 고유한 작품으로 재탄생하며, 주거지가 콘서트 현장으로, 각자가 일구고 있는 생활이라는 텃밭이 모두가 자유롭게 어울려 사귐과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마당으로 변화한 이력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피소와 곳간이라는 공통장의 테크놀로지

미래나 희망이 아닌 오늘을 지킬 수 있는 대피소의 필요성을 전면화하고 있는 이 책은 자격을 가진 특정한 이가 아닌 누구나 드나들 수 있고, 드나드는 이가 많을수록 풍족해지는
‘곳간’이라는 이미-도착해 있는 공통장을 발굴하고 또 발명해냄으로써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있다. ‘대피소’는 도피를 위한 장소라기보다 그곳에 사람이 있으며 주고받음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표다. 대피소가 존재하는 것은 그곳에 여전히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 곁으로 다가서려는 애씀과 사람 곁을 떠나지 않고 버텨내려는 안간힘으로 대피소는 구축된다.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와해되는 곳, 몫의 재분배와 자리바꿈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기에 대피소는 분명 정치의 장소다. 바리케이드도, 문턱도, 경계도 없는 대피소엔 생생한 삶과 유동하는 에너지가 있다. 곁(beside)이라는 관계성의 장소가 대피소와 곳간의 결(texture)을 만든다. 이 대피소와 곳간이라는 공통장의 테크놀로지는 문학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저자 인터뷰


1) 문학의 역할이나 소명에 대한 기대가 회의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대피소’라는 긴급한 장소와 ‘문학’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왜 ‘대피소의 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는지요?

저뿐만 아니라 참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무기력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한동안 ‘구조 요청’에 누구도 응답하지 못했다는 부채감 속에서 지냈습니다. 참사의 사회적 의미나 현실을 진단하는 것이 아닌 참사 현장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으면서 ‘현실’과 ‘현장’의 온도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깥을 향해 도움을 구했던 이들이 외려 또 다른 누군가를 구해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가령, 유가족들의 투쟁이나 참사 현장에 관한 증언)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는 무기력이야말로 재난 시스템이 재생산되는 구조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2013년부터 부산을 거점으로 생활예술모임 <곳간>이라는 모임을 열면서 만나고 사귀었던 제도 바깥의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어려웠는데, 일상과 생활이라는 낮은 자리에서 발현되는 힘들이 기왕의 것과는 다른 장소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격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기거할 수 있는 ‘대피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기왕의 문학 또한 대피소라는 공통장 속에서 새롭게 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피소의 문학’은 곳곳에 편재한 참사의 현장(아울러 생활예술의 현장)에 이미 도착해 있는 모두의 역량을 가리키는 이름이었습니다.

2) 대피소의 문학은 어떤 작가들에게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요?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는 누구이며 어떤 작품인가요?

이 책에선 김애란, 윤이형, 김이설, 이주란, 조해진, 조갑상, 가수 김윤아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대피소의 문학’은 작가라는 정체성보다는 익명의 목소리들로부터 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구조 요청’을 했던 이들의 목소리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했는가라는 물음 앞에 서야 하겠습니다. 한 명도 구하지 못한 ‘416세월호’ 이후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여전히 ‘구조 요청’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도움을 구했던 이들이 먼저 도왔기 때문입니다.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서 그들은 외침에 응답하며 누군가를 구했습니다. 유가족 또한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면서 침몰하는 한국 사회를 구했습니다. 자신의 언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기록 노동자들 또한 ‘대피소의 문학’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작가 중에선 『비행운』(2012)부터 애도의 글쓰기로 이행하는 김애란 소설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 이후 김애란의 소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 없는 존재들을 부르는 목소리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사 이후를 살아내는 소설가들은 소설이라는 양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작가의 발언과 같은 절대적인 목소리를 신뢰하지도 않습니다. 잡다한 기록이나 상념을 분산적으로 늘어놓는 이주란의 소설이 어떻게 변모해가는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3) 책의 3부에는 대피소의 지도들이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는데 부산만의 현상인가요,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경향들이 있나요?

지도라고 하셨지만 걷고 있을 때만 나타나는 길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언제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공간과는 다르다 하겠습니다. 모임도 생명과 같아서 누군가가 돌보지 않으면 수명을 다합니다. 물질적인 기반이 충분하지 않거나 제도적인 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대부분의 모임은 그곳에서 오랫동안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임 또한 부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생각합니다. 그곳에 입회하지 않는 한 영영 알 수 없는 ‘대피소’가 곳곳에서 명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부산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겠지요. 이미 사라진 모임도 많지만 그것이 실패인 것만이 아니라 먼 곳에서 도착하는 별빛처럼 여전히 이곳을 향해 오고 있고, 어두운 이곳을 비추는 희미한 빛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요즘은 규모가 작은 모임조차 ‘지원사업’이라는 후원 없이 운영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국가행정 시스템이 일상적인 현장까지 침투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눔과 증여의 가치가 활성화되었던 자리를 교환과 성과라는 지표가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이런 현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4) 생활예술모임 <곳간>에서 열고 있는 ‘문학의 곳간’이라는 모임 형식은 ‘대피소의 문학’으로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문학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혜안이나 전문가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살아온 이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읽고, 작품을 경유해 자신의 생활과 삶의 가치를 발굴해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문학의 곳간’을 열 때 품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문학은 누군가가 독점하는 특권적인 영역이 아니라 저마다의 생활 속에서 길어올린 삶의 이력이 쟁여져 있는 보고이기에 모두가 나눠야 할 ‘공통적인 것’임을 모임을 통해 증명해나가고 싶었습니다. 문학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으며, 자물쇠를 채워 독점해야 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읽고 쓸 수 있는 권리는 언제라도,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권리와 이어져 있습니다. 문학을 ‘읽기’의 대상이 아닌 ‘잇기’의 매개로 삼을 때 떨어져 있는 것들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만이 아니라 제한되고 감금된 현실의 장벽을 뚫어내는 ‘굴착기’로 급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라시나요?

각자의 현장을 보살피며 지켜내고 있는 이들이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속박과 핍박받는 이들, 결별과 추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립하며 살고자 하는 이들, 축적이 아니 나눔의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닿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자립하는 살 수 있는 삶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낯선 이들과도 기꺼이 만나 우정의 장소를 일구는 놀이의 현장과 운동의 현장에서, 또 축제와 투쟁의 현장에서 잠깐의 보금자리로, 대피소로, 곳간으로 자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은이 소개


김대성 (Kim Daeseong)

1980년 부산 출생. 2007년 계간 『작가세계』 평론부분에 「DJ, 래퍼, 소설가 그리고 소설」이라는 글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한국 노동자 글쓰기에 대한 박사학위논문을 쓰며 동아대와 한국해양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2013년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열어 활동하면서 제도 바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대끼며 사는 삶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생활글을 근간으로 <회복하는 글쓰기> 모임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으며 구성원들과 함께 『문이야, 무늬야』(chaaak, 2016)를 함께 썼다. 문화이론계간지 『문화/과학』의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생활예술모임 <곳간>과 모임 <회복하는 글쓰기>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무한한 하나』(산지니, 2016)가 있다. 블로그 : https://transone.tistory.com / E-Mail : smellsound@empas.com



추천사


세계에 대한 비극적 인식은 오늘날 문학의 숙명인 듯하다. “없앨 수도 없고 기왕의 쓸모를 회복할 수도 없는” 문학이라는 것으로, 여전히 외롭게, 그러나 누구보다 명징하게 사유하여 문학의 공동성을 지키려는 젊은 비평정신이 있다.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이거나 또는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일 김대성의 글들로부터 퇴행과 재난의 시대로부터 겨우 헤어 나온 이 세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무엇이 위선이나 낡은 것이었는지, 또 어디에서부터 새 세대가 나아가려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분투에 경의를 표한다.

― 천정환 (성균관대)


대피소 바깥은 없다. 비평-하는 김대성은 이 인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대피소의 문학을 말한다. 문학의 궁극의 임무인 공동체를 상상한다. 대피소는 아토포스로서의 도래할 유토피아가 아니다.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가까스로의 연명을 위한 응급조치의 장소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컨대 생존 이외의 것을 말할 여력조차 없는 대피소의 문학, 생활로 실행되는 예술운동과 증언되고 기록되는 발화된 말로 세운 ‘만나고 나누는’ 공동체야말로 미래와 희망이 도취적 기만이거나 헛된 망상인 이곳에서 가장 적실한 아니 유일한 가능세계이지 않을까.

― 소영현 (문학평론가)


제 생각에 문학은 구원입니다. 김대성 씨의 문門학을 통해서 이것을 느낍니다. 맞습니다. 수차례의 망치질로 깨부수어야 할 재개발의 ‘관’이 아니라 손잡이를 돌리고 / 열어서 / 드나들어야 할 ‘문’의 학문으로 서의 ‘문門학’ 말입니다.

― 한받 (자립음악가)



책 속에서 : 구조 요청의 동역학


대피소는 사회적 구속(조건)에서 해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오늘날의 사회적 구속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명령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생명’이 ‘생존’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닌 ‘홀로 살아남는 것’이 삶의 기본값으로 설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죽음의 도미노가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것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망이다.

― 머리말, 12쪽


구조 요청에 대한 긴급한 응답은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흩어지지 않도록 옮겨 쓰는 일을 통해 성립한다. 지금 누군가가 듣지 않으면 이 목소리와 이 이야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긴급함으로 쓰는 일,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 그렇게 곁을 지키는 일, 줄여 말해 문제를 함께 살아내는 일. 그러기 위해선 쓴다는 행위의 자의식을 내려놓고 우선 타인의 목소리가 기거할 수 있는 장소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르포에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라는 물음이 앞서 있는 이유다.

― 바스러져 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것, 44쪽


누구도 구하지 못했다는 무능과 함께 그 누구도 임박한 미래의 우리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런데 구조 요청은 무기력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4월 16일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의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은 구조 요청이 응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응답을 발명하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에 의해 구조 요청은 다른 문법을 가지게 되었다.

― 불구의 마디, 텅 빈 장소의 문학, 65쪽


만약 한국문학의 해체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나는 우선 사적·공적 관계망을 독점함으로써 개별자들을 엿장수 마음대로, 입맛 따라 선별하며 거덜 내고 있는 문단의 다단계적 구조의 해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연한 배제 장치인 ‘주니어 시스템’이 아닌 자생과 연대의 생태를 구축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적어도 종말과 죽음 선고보다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한국문학의 ‘주니어 시스템’을 넘어, 124쪽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요청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삶’이자 ‘다양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요구는 ‘공통적인 것’을 회복하고 ‘우리’의 잠재적 능력을 발명하는 것이다. 자본제적 체계가 공고히 하는 사적 소유를 신화화하는 시스템을 기각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예컨대 저작권(copyright)을 공유권(copyleft)으로 바꾸는 것, 사적 소유가 아닌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발명하는 것 … .

― 잡다한 우애의 생태학, 172쪽


도시엔 수많은 종류의 은둔자와 도망자로 넘쳐나지만 정작 숨은 건 도시 그 자신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며 다른 공간을 상상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겠지만 ‘도주’와 ‘추격’이 아닌 방식으로 이곳을 걸어내는 일은 해볼 만한 일이다. 아무리 도시가 제 살을 갉아먹으며 파괴와 증식의 이중주로 미쳐 날뛴다 해도 도시의 욕망 바깥으로 외출해보는 ‘산책’이라는 삶의 양식은 고장 난 세상을 고장 난 상태로 걷는 것을 지속하는 일상적 실천의 하나다.

― 고장 난 기계, 268쪽


『이창근의 해고일기』(오월의 봄, 2015)를 읽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싸움과 투쟁의 현장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다급하고 절박한 현장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글을 쓰는 일은 무력감과 절망의 증표가 아니다. 싸움과 투쟁의 현장에서 ‘쓴다는 것’은 ‘아직’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을’들의 잠재성, 310~311쪽


속박과 핍박받는 이들의 회복을 돕는 장소, 결별과 추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이 흘러드는 곳,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지는 않지만 지금 머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곳. 지금까지 옭아매왔던 사회적 구속이나 제한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될 수 있는 곳에 대한 염원이 만들어낸 장소가 ‘대피소’다.

― 나가는 글, 330쪽



목차


머리말 7
들어가는 글 : 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 15

1부 대피소의 건축술 : 구조 요청의 동역학
바스러져 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것 28
익사하는 세계, 구조하는 소설 46
불구의 마디, 텅 빈 장소의 문학 64
아무도 아닌 단 한 사람 73
거인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83
‘두 번’의 이야기 : 발포하는 국가, 장전하는 시민 92
“괴물이 나타났다, 인간이 변해라!” 106

2부 대피소 너머 : 추방과 생존
한국문학의 ‘주니어 시스템’을 넘어 113
‘쪽글’의 생태학 : 비평가의 시민권 126
생존의 비용, 글쓰기의 비용 : 우리 시대의 ‘작가’에 관하여 148
잡다한 우애의 생태학 169
아직 소화되지 않은 피사체를 향해 쏘아라 : 1인칭 Shot, 리얼리티 쇼와 전장의 스펙터클 177
박카스와 핫식스 197

3부 대피소의 별자리 : 이 모든 곳의 곳간
세상의 모든 곳간(들) 206
Hello stranger? Hello stranger! : 새로운 우정의 물결, 코뮌을 향한 열정 233
이야기한다는 것,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른다는 것 250
고장 난 기계 261
텃밭과 마당 270
모두가 마음을 놓고 빛/빚을 내던 곳에서 : <생각다방 산책극장>을 기리며 278
발견하고 나누고 기록하는 실험의 순간들 :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경유하여 284
2가 아닌 3으로 292
곳간의 사전, 대피소의 사전 301
‘을’들의 잠재성 : <데모:북> 1회를 열며 310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우리들의 존재 : <데모:북> 2회를 열며 315

나가는 글 ― 대피소 : 떠나온 이들의 주소지 327
김대성의 구원의 문(門)학에 부쳐 _ 한받(자립음악가) 332
수록글 출처 335



『대피소의 문학』에 대한 정치철학자 조정환의 유튜브 동영상


      http://bit.ly/2IksbbB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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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문학』(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6)

문학이 '객관현실'의 관념에 묶이지 않으면서도 삶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지은이는 민족문학, 민중문학, 노동문학, 노동해방문학의 삶문학(bioliterature)으로의 재구성, 리얼리즘의 해독제로서의 버추얼리즘(virtualism)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문학장의 핵심 쟁점(리얼리즘-(포스트)모더니즘 논쟁, 분단체제 논쟁, 민족문학 논쟁, 문학권력 논쟁, 문학 위기 논쟁 등)에 비판적으로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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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9)

정동과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의 정동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연구이자, 온 힘을 다해 무언가 '다른 삶'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대낀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어펙트에 대한 이론적 탐색과 실천적 개입은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부대껴 만들어내는 힘.마찰.갈등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몸과 사회, 정치의 몸들이 만나 부대끼는 여러 지점들까지, 그리고 이런 현존하는 갈등 너머를 지향하는 '대안 공동체'에서도 발생하는 '꼬뮌의 질병'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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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2)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와 낙차(落差)를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슬픔, 외로움, 사랑, 위기감, 불안 등 정념의 키워드들을 통해 영화,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들을 넘나들며 조망한다. 더불어서 시대를 초월한 여성 문인들의 삶과 작품들을 새롭게 조명하며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의 ‘정치적인 것’을 둘러싼 변화를 통합적이며 힘 있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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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시를 향하여』(이성혁 지음, 갈무리, 2013)

저자는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문학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탐구하며 활발한 평론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평론집에서 아방가르드 예술운동과 노동시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며 우리 시대의 시, 문학, 예술과 혁명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평론집 제목인 '미래의 시를 향하여'는 "19세기의 사회 혁명은 과거로부터는 그 시를 얻을 수 없고 오직 미래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라는 맑스의 말에서 빌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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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들)』(전성욱 지음, 갈무리, 2017)

이 비평집은 근래에 나온 한국 소설들을 집중적으로 독해함으로써, 문학의 그 질적인 변화에서 역사적 전환의 기미를 포착하고 있다. 비평집의 제목과 목차의 체제는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을 차용하고 변형하였다. 영화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때, 그는 이 영화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에게 영화의 쇠퇴는 단지 한 예술 장르의 퇴락이 아니라, 개인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거나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저자는 소설의 쇠락을 목도하며 고다르의 역사적 사색을 떠올린 것이다.

2019.03.18 |


보도자료


역사의 시작

The Beginning of History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역사의 종말(후쿠야마)인가 역사의 시작(데 안젤리스)인가?
신자유주의가 선언하는 ‘역사의 종말’에 맞서 투쟁이 만들어가는 ‘역사의 시작’을 탐구한다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시장경제, 사회적 시장경제, 공유경제를 넘어 공통장으로!
공통장(commons)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필독서



지은이  맛시모 데 안젤리스  |  옮긴이  권범철  |  정가  25,000원  |  쪽수  488쪽

출판일  2019년 3월 18일  |  판형  신국판 무선 (140*215)  |  도서 상태  초판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65

ISBN  97889-6195-201-9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06918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보도자료  역사의시작-보도자료-최종-qr추가.hwp 역사의시작-보도자료-최종-qr추가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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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은 창조성을 반자본주의 사상의 핵심으로 데려가며, 이를 통해 아나키즘, 사회주의, 코뮤니즘의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지은이

『역사의 시작』은 그 자체로 일종의 지적 혁명이며, 엄밀하면서도 흥미롭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지은이

이 책은 반자본주의 이론의 중대한 성과다. ― 조지 카펜치스, 『피와 불의 문자들』 지은이



『역사의 시작』 간략한 소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를 수용한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통장과 존엄을 위한 다양한 투쟁들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다른 실재를 드러낸다. 이 책은 이 투쟁의 전선을 분석한다. 한편에서는 자본으로 불리는 하나의 사회적 세력이 끝없는 성장과 화폐 가치를 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회적 세력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삶의 망을 재배열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대안지구화 운동이 최근 제기한 대안적인 공동생산 양식들을 다루면서 이 운동들이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열정으로 가득한 이 책은 획기적으로 새로운 비판 정치경제학 이론을 모색하고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 그 이론의 역할을 탐구한다. 이 책은
모든 정치 활동가와 정치 이론 학생들의 필독서다.



『역사의 시작』 상세한 소개


『역사의 시작』은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에 도전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의 이데올로기 진화의 종점”이라고 주장하며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사실상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선언하는 이러한 사고에서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은 자본주의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그것의 불완전한 실행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 우리는 이미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했으므로 그것의 보다 완전하고 광범위한 실행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것은 특정한 가치, 즉 이윤, 경쟁, 무한 축적 등이 보편화되어 사회 곳곳에 스며든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의 종말이라는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역사의 시작이란 “다른 가치들을 상정하는 것이며, 화폐로 부패된 민주주의,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경쟁으로 부패된 사회적 공동생산 그리고 비시장 공통장을 종획하는 구조조정과는 다른 지평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지배적인 가치에 대한 도전과 적대이자, 자본주의를 넘어선 창조의 구성적 과정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의 차원들의 생산, 즉 행위하고 관계 맺는, 가치화하고 판단하는, 살림살이를 공동 생산하는 다른 양식들의 생산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지구 전역에서 자본의 폭력에 맞서 일어나는 다양한 투쟁들이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며 다른 삶을 창조하는 과정이기에 역사는 끝난 적이 없다. 역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역사가 종말을 맞이했다는 생각은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말하지만 데 안젤리스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사회적 관계들의 체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세계는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거대하며, 자본주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것, 즉 사회적 재생산 체계에 속한 하나의 하위체계에 불과하다.” 이 말을 따른다면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체계가 모든 것을 에워싼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체계들의 상호관계로 구성된 세계를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저자는
이 세계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가치 체계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가치’라는 것이 우리가 우선시하는 어떤 것이라면, 가치들은 전체 사고 구조로 함께 결합하여 가치 체계를 낳는다. 따라서 이 가치 체계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개념 격자다. 그것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우리가 무엇을 단념해야 하고, 무엇이 바뀔 수 있는지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정의한다.”

세계를 만드는 ‘가치 실천’

데 안젤리스는 이
가치 체계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가치 실천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 가치 실천은 “가치 체계에 입각해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그것을 (재)생산하는 행동과 과정과 관계망”을 의미한다. 이 가치 실천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개념적으로 그리고 담론적으로 선별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선별에 기초하여 행동함으로써” 특정한 가치 체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가치 체계는 주어져 있다기보다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재)생산되며, 상이한 가치들의 추구가 상이한 ‘사회들’을 (재)생산한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좋은 것’이고 하락은 ‘나쁜 것’이다. 반대로 세입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나쁜 것’이고 하락은 ‘좋은 것’이다. 주택소유자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이른바 혐오 시설의 입주를 저지하며 임대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치화하는 것(임대료 및 주택 가격 상승)을 추구함으로써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를 재생산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부동산 투자는 가치 체계를 넘어 하나의 가치 프로그램이 된다. 저자가 인용하는 맥머트리에 따르면 “하나의 가치 체계 혹은 윤리 체계는 상정된 자신의 가치 구조가 자신을 넘어서는 사고를 배제할 때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다.” 즉 프로그램은 하나의 ‘정상’이 된 사고 체계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 부동산 투자는 화폐를 향한 공통의 욕망 위에서 번성한다.

자본의 외부 : 공통장(commons)

그러나 우리는
임대료와 주택 가격의 상승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 안에서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고 강제 집행에 맞서며 다른 사회를 구성한다. 그러한 일은 필연적으로 지배적인 가치 체계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그렇게 상이한 가치들이 충돌할 때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다른 사회가, 자본의 외부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그렇게
“자본과 다른 것이 되는” 과정, 즉 외부를 공통장(commons)이라고 부른다. 이 공통장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많은 공통장들이 이미 사회 내에 잠재해 있으며, 우리가 우리의 삶과 지식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과 자원의 많은 부분을 공급하는 수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통장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여 다른 사회를 만듦으로써 우리가 자본 외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은 그러한 외부를 자신의 울타리로 에워싸려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종획(enclosure)이다.

자본은 종획한다

자본주의가 하나의 체계라면, 자본은 이 체계를 출현시키는 사회적 세력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세력이란 어떤 지향점을 가진 힘들이 연결된 상태를 가리킨다. 자본의 지향점은 바로 무한한 축적이다. 이것을 지향하는 사회적 세력, 자본은 “인간 및 비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여 스며들기를 열망하며 그 모든 영역을 자신의 행위 양식으로, 따라서 특유의 사회적 관계로, 즉 사물을 가치화하고 그 결과 사물의 질서를 만드는 자신의 방식으로 식민화한다.” 요컨대 자본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을 에워싸려 한다. 즉 종획한다.

전통적인 맑스주의는 종획을 자본주의의 ‘시초’에 일어난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정상적인’ 축적 과정, 즉 ‘자본 논리’를 강조하지만
저자에게 종획이란 ‘자본 논리’의 지속적인 특징이다. 우리가 세계를 객관적인 법칙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실천들 간의 투쟁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자본은 자기 보전과 무한한 증식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세력을 종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의 강조점은 역사를 시작하기 위해 분투하는 세력들이 반대하는 것, 즉 자본주의보다는 그 세력들이 대면하는 것, 즉 자본과 자본의 가치 실천에 맞추어져 있다.

사회 문제를 가치 실천들의 갈등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수많은 문헌들이 신자유주의와 지구화된 시장이 가져온 참담한 효과를 나열한다. 그것을 상이한 가치 실천들 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싸워야 할 ‘적’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가령 ‘빈곤과의 싸움’을 언급하는 이들의 발표자료 속에서 빈자는 무기력한 피해자로만 재현되고, 빈곤은 자본의 세례를 아직 받지 못한 ‘저발전된’ 상태로만 나타난다. 즉 빈자들의 주체적인 실천과 투쟁은 지워지거나 심지어 범죄화되고, ‘역사의 종말’이란 사고를 우리에게 주입시키는 자본은 자신을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실상 그 자신이 그 문제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사회 문제를 가치 실천들의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손쉽게 ‘해결책’,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공통장도 자본으로 흡수될 수 있다.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는 대표적인 예로 보인다.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하는, 혹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는 그 사업들 대부분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업들은 공유, 협력, 나눔 등의 가치를 내세우고 도시민들의 마주침을 조직하여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공통의 부를 전유한다. 그 부를 생산한 공통인들(commoner) 혹은 공동체는 자신들이 생산한 부로부터 배제된다. 따라서 이 소위 공유 사업들은 이름과는 정반대로 새로운 종획의 사례다.

그러나 그 종획의 과정에서 또 다시 투쟁이 일어나고 새로운 전선이 그어진다. 공유경제뿐 아니라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사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 도시는 공통의 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저자는 그 전장에 뛰어든 혹은 뛰어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관점을 이 책을 통해 보여 준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맛시모 데 안젤리스 (Massimo de Angelis, 1960~ )

이스트런던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이며, 웹 저널 『공통인』(The Commoner)을 2001년에 설립하여 현재까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밀라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유타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 이론부터 현대 지구적 자본주의와 위기의 정치경제, 사회 운동과 공통장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최근의 관심사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내포된 다양한 위기 국면 안에서 사회적 체계로서의 공통장과 그것의 설계, 회복력, 지속가능성 및 발전 전략을 탐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과 역학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 운동들이 만들어 낸 무수한 파열과 대안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특히 대안지구화 운동에 주목하면서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대안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공통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만연하게 된 “역사의 종말”이라는 정신에 도전하기 위해 2007년에 『역사의 시작』(갈무리, 2019)을 출간하였다. 이후 10년간 현대 자본주의적 체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유지하면서 그 배경에 있는 공통장을 드러내는 연구에 주력하여 『모든 것은 공통적이다』(2017)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에코페미니즘, 진화생물학, 체계 이론 및 복잡성 이론을 혼합하여 사용하면서 공통장이 단순히 그 속의 자원만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서 기업, 국가, 다른 공통장 및 사회 운동과 같은 다른 체계들과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사회적 체계라고 주장한다. 또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출현을 1920년대 이후 강력한 사회운동의 결과물로 해석한 『케인스주의, 사회 갈등, 그리고 정치경제학』(2000)을 썼다.


옮긴이
권범철 (Kwon Beomchul, 1978~ )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공통계의 생산과 전유」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메트로폴리스의 공간과 예술에 대한 연구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Art of Squat. 점거 매뉴얼북』(오아시스프로젝트, 2007)을 함께 편집했으며,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과 『빚의 마법』(갈무리, 2015), 『로지스틱스』(갈무리, 2017)를 옮겼다.



추천사


『역사의 시작』은 탈근대 자본주의를 “외부”가 없는 총체적인 체계로 바라보는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에 도전한다. 데 안젤리스에게 “외부”는 공유와 공생공락 그리고 공통성의 공간 속에서 건재하다. 이것은 삼림 공유지를 보호하는 제3세계 마을의 여성 농부부터 “자유” 소프트웨어와 “안티카피라이트” 라이선스를 만드는 인터넷 활동가에 이르는 지구 전역의 투쟁들에 의해 계속 창조된다. 『역사의 시작』은 이 창조성을 반자본주의적 사고의 중심으로 가져오며, 이를 통해 아나키즘과 사회주의 그리고 코뮤니즘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저자


맛시모 데 안젤리스는 자율주의 사상가 ― 이 전통은 네그리와 비르노 같은 인물을 배출한 바 있다 ― 의 새로운 세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명성을 쌓았다. 이제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역사의 시작』은 엄밀할 뿐 아니라 흥미진진하며, 그 자체가 일종의 지적 혁명이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저자


맛시모 데 안젤리스의 『역사의 시작』은 반자본주의 이론에서 큰 발전을 이룬 책이다. 데 안젤리스는 공통장, 종획, 자율, 사회적 재생산 같은 개념들을 그러모아서 자본주의가 자신에 맞선 투쟁에 직면하여 어떻게 살아남고 축적하는지 밝힌다. 이와 동시에 그는 가치, 시초 축적, 자본 같은 맑스주의의 대상화된 개념들을 탈물신화하고 그것들의 살아 있는 정수를 드러낸다. 그는 21세기의 사고와 행동에 유용한 맑스주의 이론을 만들어 낸다. 독자는 반지구화 운동의 슬로건인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에 대한 풍부하고 선명한 비판과 함께 이 책을 덮는다. 데 안젤리스가 다른 세계, 반자본주의적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조지 카펜치스, 『피와 불의 문자들』 저자



책 속에서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나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독재 정권과 저임금에 저항했던 한국의 노동자 및 사회 운동의 투쟁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후 한국은 지구화의 결정적인 마디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쪽


역사의 시작이란 문제계는 역사의 종말이란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 자본주의를 넘어선 실재의 사회적 구성 과정은 창조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의 차원들의 생산, 즉 행위하고 관계 맺는, 가치화하고 판단하는, 살림살이를 공동 생산하는 다른 양식들의 생산일 수밖에 없다.

― 1장 역사의 시작, 23쪽


자본주의가 우리의 세계가 아니라면 그것은 우리의 세계의 부분 집합이다. 실제로 일반 체계 이론은 어떤 체계도 부분적 전체라고 말한다. 이것은, 만일 그 체계 내에서 본다면 그것은 하나의 전체로 나타나고, 외부에서 보면 그것은 더 크고 더 포괄적인 체계의 부분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상이한 규모의 체계들은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 위계 관계 속에 있다.

― 3장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서의 자본, 86쪽


자본과 구별되며, 생산하는 신체의 필요와 욕망에 뿌리를 둔 가치 실천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과 노는 것과 요리를 하는 것은 결혼식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거나 혹은 철로를 까는 일만큼이나 한 ‘공동체’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이 모든 경우에 우리는, 맑스의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자연의 생산을 우리의 욕구에 적응시킨 형태로 전유하고 있다.

― 5장 생산과 재생산, 123쪽


나는 무역이 훈육을 하는 세 가지 상호 연관된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사후 영향을 통해서, 사전 위협을 통해서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주체성의 물질적 기반의 연속적인 재구성 과정으로부터.

― 9장 전 지구적 노동 기계, 241쪽


종획은 상품화 과정에서 출현하지만, 공통장 회복과 상품화 반대 투쟁에 대한 대응으로 출현하기도 한다. 가령 ‘사유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략으로, 혹은 공통장과 공동체를 생산하는 실천 전체에 종획을 다시 씌우는 계급 전략으로 말이다.

― 11장 한계 없는 종획, 274쪽


가치는 사람들이 행동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며 담론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주어진 척도 단위를 사용하여 측정된다. 상품 가치는 이 중요성이 뒤집어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의 생산물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다.

― 13장 자본의 가치화와 측정, 335쪽


사실 역사의 시작은 살아져야 한다. 오직 살아 있는 주체들만이 상호 관계 양식의 구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 특이성들/파편들과 전체 사이의 관계 양식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오직 살아 있는 주체들만이 자본의 가치 실천과 그 훈육 시장 외부로 나가는 것의 의미를 그들 사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

― 17장 공통장, 437쪽



정치철학자 조정환의 『역사의 시작』 소개 유투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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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
그림 차례 12
표와 상자 차례 12
서문 13

1장 역사의 시작 22
다른 차원들 22
전선과 대안 29
적대의 발현 34
그릇된 양극단들 39
책의 구조 44

1부 방향 설정 : 경합 지형으로서 살림살이의 공동 생산

2장 가치 투쟁들 51
일시적 시공간 공통장 51
하나의 윤리 체계로서의 시장 61
외부를 상정하기 69
가치 투쟁들 75

3장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서의 자본 80
하위체계로서의 자본주의 80
자본 88
텔로스, 충동 그리고 코나투스 90

4장 한계가 없는 98
자본의 무한함 98
전 지구적 M-C-M′ : 고전적 실례 104

5장 생산과 재생산 113
순환 결합 113
임금 노동과 비임금 노동 그리고 비가시적인 것의 영역 122

6장 생산, 재생산 그리고 전 지구적 순환고리 139
전선 : 코나투스들의 절합 139
국제 노동 분업 150

2부 전 지구적 순환고리들 : 현대 노동 기계에 대한 몇 가지 탐구

7장 종획과 훈육적 통합 158
세대와 항상성 158
개념 지도 163
통치성 172

8장 전 지구적 순환고리들 200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200
지구화 211

9장 전 지구적 노동 기계 223
전 지구적 생산 네트워크와 초국적 기업들 223
훈육 무역 229
공간적 대체가능성과 ‘계급 구성’ 240

3부 맥락, 경합, 텍스트 : 담론과 그것의 충돌하는 실천들

10장 맑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종획 252
자본은 종획한다 252
맑스와 종획의 지속적인 성격 259
지속성, 사회적 갈등 그리고 대안들 266

11장 한계 없는 종획 271
전선으로서의 종획 271
종획의 유형 274

12장 ‘가치법칙’, 비물질 노동, 그리고 힘의 ‘중심’ 285
전 지구적 시장과 가치 실천들 285
‘가치법칙’이란 무엇인가? 292
‘가치법칙’에 대한 비판적 접근 297
힘의 ‘중심’ 322

13장 자본의 가치화와 측정 328
측정과 피드백 328
상품 가치 333
측정과 투쟁 354

14장 시장 자유와 감옥 : 하이에크와 벤담 360
방향 설정 360
시장질서 364
파놉티시즘 372
시장과 파놉티시즘 : 중첩되는 두 질서들 381

15장 프랙털 파놉티콘과 편재하는 혁명 393
시장질서와 파놉티시즘 393
파놉티시즘을 넘어서 407

4부 ‘물으면서 걷기’ : 탈구의 문제

16장 ‘외부’ 411
역사의 시작 411
‘외부’ 414
종획, 강탈 그리고 외부 419
제국주의로의 아주 짧은 우회 426
디트리터스-코나투스 429

17장 공통장 434
공통장의 생산 434
자유, 공동체 … 437
… 그리고 공통장 443
아나키즘, 코뮤니즘, 사회주의 445

옮긴이 후기 451
참고문헌 461
다른 웹 문헌 478
인명 찾아보기 479
용어 찾아보기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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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8)

1979년에 저자는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세미나실들 안으로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라는 기폭장치를 설치했다. 『자본』 1장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읽음으로써 그는 『자본』이 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해 쓰였으며 우리가 이제 노동자라는 범주를, 주부, 학생, 실업자 그리고 여타의 비임금 노동자들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쌍방, 즉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역사적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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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빠띠스따』(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서창현 옮김, 갈무리, 1998)

북미자유협정(NAFTA)의 발효에 때맞추어 1994년 1월 1일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서 봉기하여 1997년 8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사빠띠스따 투쟁의 성격과 의미, 그리고 그것의 영향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흔히 '원주민 게릴라들'이라고만 알려져 있는 사빠띠스따들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지배하에서 자신들의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어떻게 지키고 또 발전시켜 나가는지, 또 그들이 자신들의 투쟁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기 위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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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불의 문자들』(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칼 맑스는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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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산파 여성들·점쟁이 여성들·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들·여성 마술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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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