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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출판사 신간 안내

2020.01.23 |


보도자료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Historische Grammatik der bildenden Künste



“미술 창작이란 조화로운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자연과의 경쟁입니다.”

빈 학파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
미술사학이 근대적 분과학문으로 자리매김을 하던
시기에 리글은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을
체계적으로 밝혀내고자 했다.



지은이  알로이스 리글  |  옮긴이  정유경  |  정가  25,000원  |  쪽수  464쪽

출판일  2020년 1월 20일  |  판형  신국판 변형 무선 (145*210)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63

ISBN  978-89-6195-227-9 93600  |  CIP제어번호  CIP2020001335

도서분류  1. 미술사 2. 건축사 3. 미술 4. 예술사 5. 미학

보도자료  조형예술-보도자료-ver.3.hwp 조형예술-보도자료-ver.3.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알로이스 리글과 더불어 빈 학파 저자들이 로마 말기와 비잔틴 시대의 산업을 분석하면서 예술적 실천에 내포된 역능과 사회적 모델의 총체를 해명하고 이것들의 존재론적인 다원결정을 파악할 때 그들의 기여가 중요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들은 예술의지(Kunstwollen), 즉 예술을 실천하려는 특별한 의지, 또 기술을 활용한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모든 기술이 미치는 영향, 혹은 역사적 절차의 한복판에서 생산을 통한 주체와 객체의 중첩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예술의지는 자신의 시대를 혁신하는 지향성입니다. ― 안또니오 네그리

물질적 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새로운 유형의 미술이론의 선구자는 뵐플린이 아닌 리글이다. ― 발터 벤야민

리글의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은 ‘모든 미술사 연구의 어머니’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 벤자민 빈스톡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간략한 소개


이 책은 빈 학파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의 미출간 유고들을 엮어낸 서양미술사학의 고전이다. 조형예술의 언어를 체계적 문법으로 이론화하고자 한 미술사학자의 모험을 엿보게 해준다.

신기원을 이룬 이 단편적 저작에서 알로이스 리글은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미술사의 시기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면을 제시한다. 저자는 회화를 생산하는 목적, 회화의 모티프, 평면과 입체의 본질적 관계를 회화적 재현의 불변하는 기본요소로 판별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과 장소의 표현적 필요에 따라 변화한다. 미술사의 해석자이자 모든 종류의 과학기술적 유물론에 대항하는 이로서 리글이 펼친 견해는
스펭글러, 파노프스키, 들뢰즈, 파이어아벤트, 그리고 무엇보다 벤야민에게 영감을 주게 된다. “역사적 문법”이라는 이 야심찬 기획은 ― 어쩌면 필연적으로 ― 초고로 남아 있지만, 미술을 대하는 새로운 해석적 수단을 제공한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상세한 소개


알로이스 리글과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는 종종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양 인문학의 체계에서 상당히 늦게 분화한 분야이다. 얼마나 늦은 시기인가 하면, 알로이스 리글이 서양미술사학의 시조로 본 인물은 18세기에 활동한 요한 요아힘 빙켈만이었을 정도다.
리글 자신은 이때에 초석이 마련된 미술사학이 근대적 분과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이 체계의 구조를 마련한 세대에 속한다. 그는 오스트리아 미술 공예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경력을 시작해 문화재와 유물 관리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으며, 빈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프란츠 비크호프와 더불어 빈 학파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로 활동했다.

리글의 주요 저작은 서양미술사의 연구 영역 가운데 당시에 상대적으로 변방에 있던 고대와 중세의 장식미술, 로마 후기 공예, 17세기 홀란트 집단초상화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그는
미술사를 거대하고 일관된 발전의 과정으로 서술하는 역사주의적 서사 대신, 모든 시기의 예술작품은 저마다의 고유하고 대등한 예술의지(Kunstwollen)에 따라 창작되었다고 보는 관점을 입증하고자 했다.

서양미술사 전반의 ‘문법’을 정초하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리글의 이와 같은 연구를 집대성하는 가장 큰 기획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서양미술사 전반에 대한 독자적 관점을 수립하고, 이를 하나의 ‘문법’으로서 정초하고자 했다. 그는 1897~98년에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위한 수고를 작성했고, 1899년에는 대학에서 같은 제목의 강의를 개설하면서 이를 위한 강의록을 한 부 남겼다. 그러나 1905년에 저자가 47세로 사망할 때까지 이러한 제목의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리글은 “역사적 문법”이라는 은유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각각의 예술품은 자신의 정해진 예술언어를 말한다. 조형예술의 기본요소가 당연히 언어의 기본요소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예술언어가 존재한다면, 물론 이 또한 비유적 의미이겠지만 예술의 역사적 문법도 존재한다.”(293쪽)

알로이스 리글에 주목한 사상가들 : 벤야민, 들뢰즈, 가타리, 네그리, 하트

1966년에 역시 빈 대학의 교수들이던 카를 마리아 스보보다와 오토 패히트의 편집 작업을 거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리글의 사후 반세기가 흐른 뒤였다. 미술사 방법론으로서 이 책의 시의성은 상당히 빛바랜 시점이었고, 그 사이에 한편에서는 리글의 연구, 특히 예술의지가 정신을 신비화하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 식으로 미술사학의 유물로만 남을 듯했던 그의 연구가
새롭게 조명되고 활발하게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었다. 이 시기에, 일찍이 리글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영향받은 발터 벤야민에 관한 연구가 활발했던 것도 이러한 반전의 한 가지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마이클 하트와 안또니오 네그리 등의 저작에서 리글의 개념들이 전용된 것은 미술사학의 독자적 방법론을 체계화하는 데 골몰한 그가 생전에 상상해보지 못한 여파였을 것이다.

벤야민은 리글의 연구에서 몇 가지 영향을 받았다. 그는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리글의 예술의지 개념을 통해 통상 ‘쇠퇴기’로 치부되는 시기 예술 형식에 대한 정당한 접근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근대 예술과 ‘아우라의 붕괴’라는 주제를 피력할 때는 작품의 시각적 수용과 촉각적 수용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열쇠로 등장한다.

벤야민이 주목한 이 개념들은 좀더 나아간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들뢰즈·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홈 패인 것과 매끈한 것 개념의 미학 모델을 설명할 때 촉각적/촉기적 수용과 시각적 수용의 개념을 리글로부터 전용했다.

또한 안또니오 네그리는 『예술과 다중』에서 리글의
예술의지 개념을 “자신의 시대를 혁신하는 지향성”으로 재해석했다. 예술의지는 하트·네그리의 『공통체』에서 제도화하려는 의지라는 개념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조형예술(bildende Künste)이란?

통상 조형예술로 옮겨지는 bildende Künste는
직역하면 ‘조형하는 예술들’이라는 복수형으로, 이 책에서 다뤄지는 대상인 회화, 조각, 건축 및 공예를 아우른다. 리글의 이 책은 조형예술, 즉 미술의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는 ‘역사적 문법’을 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술의 모든 분야라는 것은 단순히 장르를 망라한다는 의미라고 하기보다는 이른바 고급미술, 또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분야를 함께 가리킨다. 이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문법이 가능한 것은 거기에 역사적 구획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역사적 구획은 앞서 말한 예술의지 개념을 전제하고 있다. 모든 시대에 당대의 예술 활동 전반을 관통하는 예술의지가 있다면, 거꾸로 각 시대의 조형예술에 해당하는 문법, 즉 역사적 문법을 논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를 세계관에 따라 세 시기로 구분하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원고, 즉 단행본용 원고인 제1고와 강의록인 제2고는 모두, 크게
세계관과 조형예술의 기본요소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저자는 서양미술의 역사를 세계관에 따라 세 시기, 즉
자연을 미화하는 시기, 자연을 정신화하는 시기, 미술(예술) 자체를 위해 자연과 경쟁하는 시기로 구분한다. 첫 번째 시기가 고대, 두 번째는 그리스도교 중세, 세 번째는 근대 미술을 가리킨다.

조형예술의 기본요소는 두 개의 원고에서 다소 다르게 구성되는데, 제1고에서는 목적, 모티프, 그리고 입체와 평면이라는 세 항목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 제2고에서는 목적과 모티프, 입체와 평면으로 좀더 단순화된다.

목적은 사용목적과 표상목적, 장식목적으로 구분되며, 이것들이 미술사의 각 시기에 서로 다른 비중으로 경합하며 작품에 반영된다. 예컨대 이집트 피라미드의 벽화는 파라오가 내세의 삶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그려 넣었다는 점에서 사용목적이 강하다면, 그리스도교 미술을 지배하는 것은 종교적 표상이라고 본다. 반면 근대의 미술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모티프란?

모티프란 미술작품이 구현하는 소재로서 이 책에서는 곧 자연을 말한다. 저자는 다시 유기적 모티프와 무기적 모티프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운동과 장소 이동의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동·식물에서 가져온 것, 후자는 불활성의 광물에서 취한 것이다. 무기적 모티프가 일차적으로 결정형을 띠고 부동성, 대칭, 비례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화주의를 추구한다면, 유기적 모티프는 운동과 둥글림을 특징으로 하며 유기주의를 지향한다. 운동의 요소는 덧없는 것, 순간적인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조형예술에서 환영이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모티프가 그것이 구현된 바탕에서 시각적으로 분리될수록 환영의 사실성은 높아지게 된다.

입체와 평면을 다룰 때 리글은 거리에 따른 시각의 범위를 다시 셋으로 분류한다. 그렇게 제시되는 근거리시야, 통상시야, 원거리시야라는 세 가지 개념은 대상에 대한 촉각적 인지와 시각적 인지라는 또 다른 개념과 연관된다. 즉 대상을 근거리시야에서 파악할 때 우리는 하나의 입체가 아니라 그 입체를 구성하는 부분평면들만을 지각하게 되며, 이것은 촉각적 인지에 해당한다.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그것이 하나의 입체로서 인지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시각적 지각과, 과거에 한 그 대상에 대한 경험으로 쌓인 촉각적 지각이 결합된 결과이며, 이러한 지각이 일어나는 범위를 통상시야라고 한다. 통상시야를 벗어나는 거리로까지 대상이 멀어지게 되면 그것은 다시 평면으로 인식되며 이것이 원거리시야이다. 이 세 시야의 구분은 대상의 크기에 따라 변화한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알로이스 리글 (Alois Riegl, 1858~1905)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난 리글은 서양미술사의 학문적 기틀을 놓은 세대의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미술사학자이자 문화재 전문가이다. 빈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 미술사학을 공부했고 1883년 오스트리아 장식미술 박물관을 시작으로 1886년 오스트리아 미술공예 박물관에서 큐레이터 수련을, 1887년 이후 10년간 직물 분과 큐레이터로 재직했다. 1894년 초기 대표작인 Stilfragen으로 빈 대학에서 정원외교수, 1897년에는 정교수가 되었고 프란츠 비크호프와 더불어 미술사의 제1차 빈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들은 당대의 주류 미술사학에서 변방에 위치했던 시대인 로마 후기에 주목했고, 하위 장르로 구분되는 공예 작품들을 진지하게 다루었다. 리글은 미술 작품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들을 탐구하여 조형예술 창작의 목적을 개념적으로 체계화한 Die spätrömische Kunstindustrie nach den Funden in Österreich-Ungarn(1901), 17세기 바로크 초상화로 확장한 연구로 Das holländische Gruppenporträt(1902)을 출간했다. 그 외에 Altorientalische Teppiche(1891), 『기념물의 현대적 숭배 : 그 기원과 특질』(1903), Die Entstehung der Barockkunst in Rom(1908) 등의 저서가 있다.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1966)은 그가 1897~98년, 그리고 1899년에 각각 남긴 수고와 강의록을 정리하여 사후 출간된 저작이다.


옮긴이
정유경 (Chung Yookyung, 1973~ )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2』(2015, 공저), 역서로 질 들뢰즈의 『경험주의와 주체성』(2012, 공역),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건축강의』(2015), 브라이언 마수미의 『가상과 사건』(2016), 윌리엄 제임스의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2018), 알로이스 리글의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2020)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조형예술의 문법을 찾아서


인간의 손은 자연이 자신의 작품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과 꼭 같은 형식법칙에 따라 불활성 물질로 작품을 조형한다.

― I.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 1897/98년 단행본 수고, 27쪽


자연과학적 세계관이 발전했다. … 예술가들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좋든 싫든 고려해야 했다. 뒤러는 이미 이 세계관으로 상당히 충만했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묵시록적 신앙과의 조화 속에 머물러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착오였다.

― 3장 제3기. 무상한 자연의 재창조로서의 미술, 72~73쪽


하지만 근대 시기의 미술은 모든 상황에 비추어 그에 앞선 두 시기에 비해 한 가지가 부족하다. 그것이 소수의 (교양 있는) 계급의 특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는 15세기에 피렌체나 뉘른베르크에서 조형예술이 향유한 대중성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 3장 제3기. 무상한 자연의 재창조로서의 미술, 76쪽


치장욕구는 눈에서 비롯한다. 요컨대 우리는 조형예술이 자연과의 경쟁으로서 미술작품에서 어느 정도로 나타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판단할 때 이 눈이라는 기관을 통해서 그 조형예술을 수용한다. … 예술이 없다면 당연히 치장은 존재하지 않지만, 치장이 되려고 하지 않는 예술은 있다. 치장은 근원적으로 공백의 채움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여백에 대한 공포를 제거하고자 자연과의 경쟁이라는 내적 강제를 이용할 때, 비로소 치장은 예술 작품이 된다.

― 1장 목적, 86쪽


자연을 개선하는 미술은 항상 입체에서 최고도로 표현되었다. 숭배의 가시적 대상은 신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신의 조상이었다. 그러므로 이교도 세계관의 최후까지 3차원의 입체는 그것을 통하여 유기적 자연의 신체적 본질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미술적 매체로 여겨졌다. 새로운 세계관이 신체적인 것을 비본질적인 것으로 선언했을 때, 그것은 동시에 입체에 대한 판결이기도 했다.

― 3장 입체와 평면, 234쪽


이슬람 미술은 유일하게 입체가 비본질적이라고 선언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합법적으로 철폐한 사례이다. 이 미술은 입체를 로마 후기에서와 같이 감내하지도, 비잔틴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필요악으로 선언하지도 않았다. 이슬람 미술은 입체를 유기적 모티프에서 단연코 억제했다.

― 3장 입체와 평면, 252쪽


우리에게 완전한 역사적 명료성을 가지고 나타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세계관은 의인관적 다신론, 즉 인간과 닮은 형상을 가진 여러 신을 숭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계관과 종교는 최초에 전적으로 동시 발생했으며, 따라서 자연스럽게 종교와 예술도 동시 발생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종교는 도덕률과 마찬가지로 자연법칙을 지배합니다. 나는 이것이 그리스도교 중세에도 마찬가지였다는 말을 끼워 넣겠습니다.

― 1부 세계관, 307쪽


그리스인이 고대 오리엔트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그 이상의 조형을 해냈다는 것은 이제 상당히 인정되는 사실입니다. 그리스인은 고급미술의 창조에 대한 최초의 자극을 고대 오리엔트인에게서 받았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인은 시작에 들어가는 노력을 아꼈고, 어쩌면 그들이 발전의 더 고급한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일 것입니다.

― 1장 모티프와 목적, 382쪽


근거리시야에서 통상시야로의 이행, 즉 자연물에 대한 객관적 수용에서 주관적 수용으로의 이행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사물의 척도는 인간이지 예술이 아닙니다. 그에 따라 시간과 공간 역시 승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완성된 것은 고전기 말엽의 일입니다. 그러한 목표에 도달한 뤼시포스는 사실 미술에서 고전기 이후 시기, 다시 말해 헬레니즘기를 열었습니다.

― 2장 입체와 평면, 445쪽



목차


옮긴이 해제   5

I.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 1897/98년 단행본 수고 (제1고)   26
기본명제와 탐구의 계획 (27)

1부 세계관   30  

1장   제1기. 신체의 아름다움을 통한 자연의 개선으로서의 미술    32
1. 형성. 이집트     35
2. 정점. 알렉산드로스 이전 시기 그리스   36
3. 쇠퇴. 헬레니즘 미술과 콘스탄티누스 대제까지의 로마 미술    36

2장   제2기. 정신의 아름다움을 통한 자연의 개선으로서의 미술    43
A. 신체적으로 자연을 개선하는 미술의 계속   45
a. 비잔틴 미술. 러시아 (45)
b. 이슬람 미술 (49)
B. 서양에서 두 번째 시기 본래의 과정   51
서론 : 4, 5세기. 정신적 아름다움의 그릇으로서의 추한 자연 (52)
이탈리아   55
1. 이탈리아에서 자연을 정신화하는 미술의 형성    56
2.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자연을 정신화하는 미술의 정점    58
3. 르네상스 시기 자연을 정신화하는 미술의 쇠퇴    59
게르만 민족     61
1. 게르만 민족에게서 자연을 정신화하는 미술의 형성    61
a. 로마 후기(와 비잔틴) 미술 최초의 영향 아래서의 게르만인,
민족 이동기의 미술 (64)
b. 카롤루스-오토 왕조 미술 (66)
c. 로마네스크 미술의 단계들 (67)
2. 13, 14세기 그리스도교-게르만 미술의 정점. 고딕    69
3. 그리스도교-게르만 미술의 쇠퇴   70

3장   제3기. 무상한 자연의 재창조로서의 미술    72
1.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그의 계승자들, 바로크) 78
2. 알프스 이북 (플랑드르,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미술의 바로크)  81

2부 미술 작품의 기본요소   84

1장   목적     85
제1기. 자연을 개선하는 미술   87
제2기. 자연을 정신화하는 미술   89
제3기. 그 자체를 위하여 자연과 경쟁하는 미술    91
목적들 사이의 관계 (93)

2장   모티프     101
무기적인 모티프와 유기적인 모티프의 상호관계 ― 결정성 (관념주의, 대칭, 비례, 양식화) ― 유기주의 (자연주의) (103) ― (도르도뉴 유적) (104)

제1기. 자연을 미화하는 시기   119
1. 고대 이집트 미술. 이집트 초상의 사실주의    119
2. 알렉산드로스 이전 시기 그리스 미술    124  
3. 알렉산드로스  이후 고대   128

제2기. 자연을 정신화하는 시기   131
이탈리아 미술     135
1. 초기 그리스도교 시기   136
2. 조토풍의 단계     140
3. 르네상스     141
그리스도교-게르만 미술   145
1. 12세기까지의 형성기   145
a. 476~768년 사이의 시초 (146)
b. 카롤루스-오토 왕조 시기 (146)
c. 로마네스크 시기 (147)
2. 그리스도교-게르만 미술의 정점   148
3. 그리스도교-게르만 미술의 쇠퇴   149

제3기. 1520년 이후 시기   152
a. 이탈리아 (카라바조, 전성기 바로크) (152)
b. 게르만 혈통의 민족들 (158) : 독일 (뒤러, 미술과 종교개혁, 독일 르네상스) ― 플랑드르 (루벤스) (162) ― 홀란트 (렘브란트) (163) ― 프랑스 (165) ― 스페인 (166) ― 근대, 미술과 자기목적 (170)
미술 전반에서 모티프의 전개 요약 (172)

3장 입체와 평면     175
기본사항 : 근거리시야, 통상시야, 원거리시야 (175) ― 객관적 평면 ― 주관적 평면 (177) ― 입체 (환조), 반입체 (부조), 평면화 (가장 넓은 의미의 회화) (179)
제1기. 자연을 개선하는 미술   180
1. 이집트 (180)
유기적 모티프의 입체와 평면 (모티프와 배경, 색채) (181) ― 무기적 모티프의 색채와 평면 (건축술) (189)
2. 알렉산드로스 이전 시기 그리스 미술 (193)
미케네 미술 (194)
유기적 모티프 (조상, 부조, 회화) (195)
무기적 모티프 (그리스 신전) (203)
3. 알렉산드로스 이후 고대 (207)
유기적 모티프; 반형상(부조)과 평면화(회화) (208)
선원근법 (209)
빛과 그림자 (212)
대기원근법, 색채의 기능 (216), 근거리시야 ― 원거리시야 (219) ― 무기적 모티프(건축술) (226)

제2기. 자연을 정신화하는 미술   237
1. 로마 후기 미술의 변혁   237
유기적 모티프 (조상, 부조, 공예) (238)
무기적 모티프 (건축술, 응집구조, 중앙집중형 건축, 바실리카) (243)
2. 비잔틴 미술     250
3. 이슬람 미술     252
4. 이탈리아 미술     255
4.1. 로마네스크 단계   257
4.2. 조토풍 미술     260
4.3. 르네상스     261

3부   누락된 결론부를 위한 구상   267

1장 고딕   273
2장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278
3장 바로크 건축     281

II. 조형예술의 역사적 문법 : 1899년 강의록 (제2고)   287
일러두기 (288)
미술사의 일관성을 위한 새로운 미학의 필요성 (289)― 조형예술의 기본요소 (292) ― 자연과의 경쟁으로서의 미술 창작 (300) ― 모든 미술창작은 관념적이며 조화에 대한 욕구이다 (302)

1부 세계관     306

1장 제1기. 서기 3세기까지 고대의 의인관적 다신론    310
1절 고대 오리엔트의 다신론. 이집트, 유대    311
2절 헬레니즘기까지 고전적 다신론   318
3절 헬레니즘기     325

2장 제2기. 그리스도교 일신론, 313~1520년   327
1절 동로마 그리스도교의 세계관   331
2절 미술과의 관계에서 서로마의 세계관   335

3장 제3기. 자연과학적 세계관   342

2부 기본요소    346

1장 모티프와 목적    348
무기적-유기적 모티프 (348) ― 대칭, 비례 (348) ―목적의 규정성 (360)
1절 다신론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고대의 모티프   362
1. 고대 오리엔트 미술. 이집트   363
유기적 모티프 (정면성의 법칙, 이집트의 자연주의적 초상, 구성, 식물, 연꽃) (363) ― 무기적 모티프 (건축, 피라미드, 신전) (377)
2. 그리스에서 고대 미술의 정점   380
초기 그리스 미술 (조각상, 장식) (382)
고전 미술 (콘트라포스토, 집단, 평면의 구성 ― 무기적 모티프) (385)
고대 후기 미술 (초상, 구성, 부조 ― 무기적인 것) (393)
로마 후기 미술 (서기 150~350년) (404)

2장 입체와 평면     409
촉각적 또는 객관적 평면; 시각적 또는 주관적 평면 (409)― 근거리시야, 통상시야, 원거리시야 (412)
1절 기원. 이집트   415
조상 (419)
부조 (427)
평면화 (회화, 소묘, 상감) (429)
건축 (430)
2절 그리스 미술의 입체와 평면    432
미케네 미술  (433)
바피오의 잔들 (437)
디퓔론 도기 (441),  신전 (442)
고전기 (445)
헬레니즘 미술 (447)
제정기 로마의 미술 (447)
로마 후기 미술 (451)

도판 차례   454
인명 찾아보기     455
용어 찾아보기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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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다중』(안또니오 네그리 지음, 심세광 옮김, 갈무리, 2010)

<제국>과 <다중>의 저자이자, 코뮤니즘의 정치철학자 안또니오 네그리의 예술론을 담은 책. 이 책을 구성 하고 있는 9편의 서신들은 추상, 포스트모던, 숭고, 집단적인 노동, 아름다움, 구축, 사건, 신체, 삶정치 등 현대예술에 대해 피해갈 수 없는, 아홉 개의 테마들을 다룬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반을 착취하고 있으며, 다중이 새로운 주체성으로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예술은 무엇이며, 또 아름다움이란 무엇일 수 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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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조건』(고동연, 안진국, 신현진 지음, 갈무리, 2019)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저자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이 여러 현역 미술비평가 및 미술비평 그룹들을 만나 진행한 16편의 인터뷰를 수록하였다. 인터뷰 대상은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등 16인(팀)이다. 비평가가 쓴 평론은 어떠한 구조 안에서 유통되는가? 무엇보다도 비평의 생산과 유통망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했으며, 어떤 미학적, 현실적 선택을 하였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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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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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서의 삶>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물음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2019.12.29 |


보도자료


맑스와 정의

Marx and Justice : The Radical Critique of Liberalism



자유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

존 롤스의 『정의론』이 출간된 이후
정의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생각들이
증대했다.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맑스주의적 비판은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제공해주는가?



지은이  앨런 E. 뷰캐넌  |  옮긴이  이종은·조현수  |  정가  24,000원  |  쪽수  448쪽

출판일  2019년 12월 30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62

ISBN  978-89-6195-226-2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51160

도서분류  1. 정치학 2. 철학 3. 사회학 4. 경제학 5. 사회과학

보도자료  맑스와정의-보도자료-ver.2.hwp 맑스와정의-보도자료-ver.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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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테제는 분명하다. 즉 권리의 내용과 기능으로 인해 권리는 전(前)공산주의적 인간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이다. 즉 자신의 동료들을 권리 원칙이 규정한 경계선의 배후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고립된 개인에게만 말이다. 정치적 해방의 한계들에 대한 맑스의 훌륭한 비판은 그가 1843년 『유대인 문제에 대해』를 작성했을 때만큼이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모든 진지한 규범적 정치 이론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목표에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개인이 행사할 권리의 실효에서의 평등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를 다루어야만 한다. 실제로 정치적 평등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공존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자유주의적 가정에 대한 맑스의 도전은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맑스와 정의』 간략한 소개


이 책은 롤스의 『정의론』과 그 이후 제출된 학계의 논의를 맑스주의의 입장과 비교 분석한다. 맑스와 롤스의 이론의 장점과 단점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 있으며, 두 이론을 서로 대결시킬 때 드러나는 논리적 긴장을 추적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저자는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도움이 될 이론적 자원을 식별하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도 ‘정의론’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그런데 정의에 대한 관심은 자유주의 이론가인 존 롤스나 마이클 샌들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다. 착취는 부정의의 한 형태인가? 이 책에 따르면 맑스는 권리나 정의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또 본질적으로 비법률적인 사회, 자유롭고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이상을 표현함으로써 전통적인 도덕, 정치 이론의 개념적 틀에 대해서 급진적인 도전을 이룩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치적 부패로 시름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맑스의 이론이 ‘정의 문제’에 어떤 통찰들을 줄 수 있을까?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의인가? ‘정의’나 그에 기초한 법률적, 도덕적 범주들이 누락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이제까지 한국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새로운 ‘정의관’을 제기하는 이 책은 정의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에게 유익하고도 흥미로울 것이다.



『맑스와 정의』 상세한 소개


우리가 일상에서 탈출하고 도피하기를 꿈꾸는 이유

이른바 “지구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아주 빈번하게 들으면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피곤하고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또는 도피를 꿈꾸곤 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특정한 사회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행복함과 만족감을 가진다면, 사람들은 탈출이나 도피를 상대적으로 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탈출과 도피를 꿈꾸는 생각 속에는 사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 불만으로 인해 사람들은 정의로운 사회상을 각자 나름대로 상상하고 염원하게 된다.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그렇다면 과연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사회를 말하는가?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가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위상이 다르기에 이에 대한 대답도 쉽지가 않다. 맑스는 역사를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계급투쟁의 역사는 곧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싸움이었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역사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싸움이었다. ‘가진 자’는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지 않는다. 역사의 변혁은 항상 ‘가지지 못한 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가지지 못한 자’는 기존의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사회를 변혁하고자 한다. 반면에 ‘가진 자’는 기존의 사회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 전개를 생각해 보면 노예제 사회는 주인과 노예가, 봉건제 사회는 영주와 농노가, 절대주의적 중상주의 사회에서는 왕과 상인이라는 사회계급이 존재하였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사회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형성하였다.

자본주의는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체제인가?

자유주의(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닌,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서 인간은 독립적 행위 주체이며,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은 객체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인간은 자율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존재이다. 분명 자유주의는 인간 역사의 진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 이념은 인간들 사이의 직접적인 예속관계를 해체하고 폐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념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맑스의 자유주의 비판은 단지 ‘자유’와 ‘평등’ 개념에 대한 추상적 차원의 비판이 결코 아니라 ‘특정한 현실적인 체제 속에서 이 이념이 지니는 실질적인 의미’에 대한 것이다. ‘인간 그 자체’로 놓고 볼 때,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맑스에게 ‘인간 그 자체’라는 관념은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볼 때 인간은 ‘특정한 사회 속에서 타인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하는 ‘사회적 존재자’로서의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를 급진적으로 비판한다는 것

뷰캐넌의 책 『
맑스와 정의 : 자유주의 대한 급진적 비판』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실적인 메시지는 바로 맑스의 이러한 인간관에서 출발한다. 부제 “자유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급진적”이라는 표현이다.

사람들은
‘급진적’이라는 용어 속에서 폭력이라는 단어를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폭력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이 단어는 ‘사물의 근본을 파헤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맑스는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본질적인 관계를 비판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유주의가 외치고 있는 ‘자유’와 ‘평등’ 개념의 허구성과, 나아가 이러한 개념들에 기반하고 있는 정의와 권리 개념에 대해 급진적 비판을 시도한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맑스의 모든 저술은 자유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에서의 ‘자유’, ‘평등’ 그리고 ‘정의’ 개념들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각 장의 내용

뷰캐넌은
1장 「헤겔철학적인 뿌리」에서 맑스와 헤겔 철학의 관계를 설명한다. 맑스는 애초에는 사실상 헤겔 철학도였다. 하지만 그는 헤겔 철학이 지니고 있는 관념적인 생각들을 비판한다. 이 비판은 『헤겔 법철학 비판』을 통해 이루어진다. 헤겔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들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전체로서 그 사회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맑스는 전체로서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행한다.

2장 「맑스의 평가적 관점」에서 뷰캐넌은 맑스의 평가적 관점을 인간 본성에 대한 맑스의 초기의 규범적 개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맑스의 유물론적 의식 이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뷰캐넌은 맑스의 평가적 관점이 비법률적이라고 주장한다.

3장 「착취와 소외」에서 뷰캐넌은 맑스의 비판가와 옹호자 모두가 착취와 소외를 별개로 취급하면서 이 둘 간의 상호관련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달리 표현하면, 자본주의의 착취는 임금노동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계들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4장 「정의와 권리에 대한 맑스의 비판」에서 뷰캐넌은 맑스에게 법률적 개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체적인 ‘정의의 여건들’을 고려해 볼 때 자본주의 비판에서 어떤 중요한 비판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5장 「혁명적 동기부여와 합리성」에서 뷰캐넌은 성공적인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동기 부여적 근원들에 대한 비법률적 이론을 건설하고자 하는 맑스의 시도가 상당히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6장 「맑스와 롤스」에서 뷰캐넌은 상당 부분을 롤스의 『정의론』에 관해 정리하면서 롤스에 대한 맑스주의적 비판들이 부분적으로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장인
7장 「발전적인 비판적 결론」에서 뷰캐넌은 맑스의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견해들이 결함 ― 특히 법률적 개념들의 역할에 대한 맑스의 무시 ― 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맑스의 사상은 전통적․현대적 정치철학의 두 교의 ― 정의는 사회제도들의 제1의 덕목이라는 명제와 권리소유자로서의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개인들의 제1의 덕목이라는 명제 ― 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치명적인 도전을 제공해 준다고 결론내린다.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기를 열망한다. 그리고 이 열망 혹은 염원이 구체화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이 실현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기서는 한 가지 점만을 언급하자. 이론적 ․ 학문적 영역에서의 논의가 단지 이 영역에서 그친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학자들의 지적 유희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학문적 영역의 논의가 의미를 지니고자 한다면, 그것은 현실세계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이론의 영역이 현실에서의 실천의 영역과 접목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천의 영역에서 이 실천을 행하는 주체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론은 한낱 이론으로 머물 것이다.

52시간 노동, 10,000원 시급으로는 기업활동을 할 수가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금수저” 또는 “흙수저”라는 말이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회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사실상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필연적 산물일 뿐이다. 21세기에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하고 시급을 10,000원으로 하자고 하니 기업에서는 기업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간단히 말해 한국 사회는 일방적인 기업 위주의 정책에 입각하여 노동자의 착취에 기반하여 자본을 축적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맑스와 정의 : 자유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 지니는 현재적 의미는 “자본주의냐 아니면 사회주의냐”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세계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고, 한국 사회에서도 지배적인 위세를 부리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맑스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고찰하는 데 있다.



추천사


지난 10여 년간 정의 개념을 비롯하여 자유주의적 사회 이론에 기초가 되는 개념들에 관한 맑스의 견해를 둘러싸고 상당한 분량의 문헌이 제출되었다. 그중에서 뷰캐넌의 『맑스와 정의』가 완결된 단행본으로서는 최초이다. 이 책은 자유주의 이론의 가장 눈에 띄는 현대적 형태(즉 존 롤스의 『정의론』과 그에 뒤이어 제출된 글들)와 맑스주의 이론을 비교하면서 일관성 있고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개진한다.

― 앨런 W. 우드, 인디애나 대학교 철학과 교수


뷰캐넌은 맑스에 대한 철학적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는 본보기로 삼을 만한 명료함을 가지고 글을 쓰며, 신중하게 그리고 때로는 매우 독창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무엇보다 그의 논지가 흥미롭다. 뷰캐넌의 주장은 맑스의 작업이 “현대 도덕 철학과 정치철학의 두 교의, 즉 정의가 사회 제도의 제1의 덕목이며, 권리에 대한 존중이 개인의 제1의 덕목이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 데렉 앨런, 토론토 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앨런 E. 뷰캐넌 (Allen E. Buchanan, 1948 ~ )

미국의 철학자, 윤리학자, 생명윤리학자로, 듀크 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이다. 1975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애리조나 대학교,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캠퍼스, 킹스칼리지런던 등에서 가르쳤다. 맑스, 응용윤리(특히 생명의료 윤리), 사회정의, 인권, 국제사법, 국제법의 기초 등에 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썼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 『맑스와 정의』(2019), 『우연에서 선택으로』(공저, 2017), 『인간보다 나은 인간』(2015) 등이 있고, 그밖의 저서로 The Heart of Human Rights (2013), Beyond Humanity? The Ethics of Biomedical Enhancement (2011), Human Rights, Legitimacy, and the Use of Force (2009) 등이 있다. 또한, “Taking International Legality Seriously: A Methodology for Human Rights”(2018), “Institutional legitimacy”(2018)를 비롯하여 정치철학, 국제법 철학, 사회 도덕 인식론, 생명윤리 등을 주제로 하는 수십 편의 논문이 있다. 1983년에는 철학자로서 대통령 산하 의료윤리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였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독립 생명윤리 연구 기관인 헤이스팅스 센터의 연구원이다.


옮긴이
이종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석사.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플라톤, 홉스, 롤스에서의 정치적 의무라는 개념과 그 개념의 상대성」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튀빙겐대학교와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모스크바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 일본의 법정대학교와 오카야마대학교에서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명예교수이며 저서로 『정치와 윤리』, 『평등, 자유, 권리』, 『정의에 대하여』,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조현수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정치이론, 정치경제학을 연구했고 동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국민대학교 연구교수 및 초빙교수 역임. 현재 성균관대학교, 인하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다. 정의로운 공동체 구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회비판이론으로서의 『자본』」, 등이 있고 저서로 『맑스와 사귀기』, 『이기적인 개인과 공감하는 도덕』 등이 있다. 또 『현대정치이론』 등의 역서와 다수의 편저, 공저 등이 있다. 현재 칼 맑스와 로자 룩셈부르크에 관해 집필 중이다.



책 속에서 : 칼 맑스와 존 롤스


이 책의 목적은 이중적이다. 즉 아주 복잡한 맑스의 사상 내에서 정의에 대한 그의 사상을 재구성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재구성된 그의 입장을 정의에 관한 가장 훌륭한 동시대의 생각 가운데 어떤 것에 적용하는 것이다.

― 서문, 9쪽


맑스에게 유일한 대안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법률적 관계들을 필요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는 계급 분할 사회에 특유한 것이고 계급 분할 사회와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 1장 헤겔철학적인 뿌리, 45쪽


착취는 부정의의 한 형태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정의와 권리에 관한 맑스의 어렵고 도발적인 토론들의 체계적인 재구성을 요구할 것이다.

― 3장 착취와 소외, 124쪽


맑스는 국가가 단지 시민사회와 대립하여 존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권리도 단지 차별화된 형태로 인간의 권리들과 대립하여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사회가 존재하는 한에서만 국가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참여 권리는 인간의 권리들이 필요한 곳에서만 필요하게 되고, 가치가 있다.

― 4장 정의와 권리에 대한 맑스의 비판, 159쪽


맑스에 따르면, 정치적 해방은 그 자신의 목표를 이룩하는 데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의 불평등은 법적 채널과 불법적 채널을 통해 해로운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한다. 재산이 법적·정치적 절차들을 타락시킬 수 있는 한, 그리고 사회적 지위의 차이들이 다른 개인들이 그들의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효율성에서의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한에서 정치적 해방은 평등한 시민권이라는 그 자체의 이상에 부합하지 못한다.

― 4장 정의와 권리에 대한 맑스의 비판, 163쪽


맑스는 평등한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이데올로기적인 허튼소리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말뿐인 쓰레기라고 비난한다.

― 4장 정의와 권리에 대한 맑스의 비판, 166쪽


몇몇 좌파 비판가들은 롤스의 저작을 자유주의, 즉 그들이 믿기에 교정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점이 많은 정치 이론의 단순한 변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 몇 가지 두드러진 예들에서 롤스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속박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이들은 롤스의 저작이 기본적인 맑스주의적 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 6장 맑스와 롤스, 363쪽


맑스 이후 분배 정의에 대한 그 어떤 진지한 이론도 분배와 생산의 상호의존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재분배에만 초점을 두는 그 어떤 개혁도 피상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7장 발전적인 비판적 결론, 401쪽



목차


7     감사의 말
9     서문

17    1장 헤겔철학적인 뿌리
46    2장 맑스의 평가적 관점
95    3장 착취와 소외
125   4장 정의와 권리에 대한 맑스의 비판
204   5장 혁명적 동기 부여와 합리성
240   6장 맑스와 롤스
365   7장 발전적인 비판적 결론

402   옮긴이 후기
411   후주
436   참고문헌
441   인명 찾아보기
443   용어 찾아보기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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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한국사회, 성장과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맑스코뮤날레 지음, 갈무리, 2019)

맑스코뮤날레는 지난 몇 차례의 대회를 통해 ‘녹보적(혹은 보녹적, 적녹보) 연대’를 화두로 제출하였다. 맑스코뮤날레는 ‘맑스(Marx)+코뮤니스트(communist)+비엔날레(biennale)’의 합성어로서, 2003년 5월에 출범하여 2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한국 최대의 진보좌파 학술문화 행사이다. 제9회 대회는 “전환기의 한국사회, 성장과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를 주제로 2019년 5월 24(금)~26일(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열린다. 이 책에는 3개의 메인세션과 2개의 집행위원회 특별세션의 발표문 총 13편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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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9)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를 수용한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통장과 존엄을 위한 다양한 투쟁들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다른 실재를 드러낸다. 이 책은 이 투쟁의 전선을 분석한다. 한편에서는 자본으로 불리는 하나의 사회적 세력이 끝없는 성장과 화폐 가치를 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회적 세력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삶의 망을 재배열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대안지구화 운동이 최근 제기한 대안적인 공동생산 양식들을 다루면서 이 운동들이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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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정치경제학적 읽기, 철학적 읽기를 넘어 정치적 읽기로』(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8)

제2인터내셔널 이후의 맑스레닌주의와 알튀세르주의 전통은 『자본』을 다시 ‘정치경제학’이나 ‘철학’의 하나로, 즉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거꾸로 읽어 왔다. 그 결과 『자본』은 현실 사회주의 체제나 그에 종속된 사회주의 운동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사용되었고 운동과 혁명이 자본주의 사회의 범주들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귀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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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불의 문자들 : 노동, 기계, 화폐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오늘날의 정치적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 맑스의 사유를 주의 깊게 다시 읽고 해석한다. 원래 지난 30년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을 둘러싼 논쟁들에 기여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카펜치스의 저작들을 공통의 미래로 이행하는 이 시기의 투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2019.12.02 |



보도자료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Fifteen Questions on ‘What is Cinema?’



영화가 동굴을 탈출하지 못한 게 아니다.
그는 동굴에 머물기를 스스로 선택했다.
그에게 동굴 안은 이미 이 세계의 일부가 아닌
또 다른 세계 전체로서, 탈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닫음의 예술이다. 동시에 개체화의 예술이다.



지은이  김곡  |  정가  18,000원  |  쪽수  328쪽

출판일  2019년 11월 29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61

ISBN  978-89-6195-220-0 03680   |  CIP제어번호  CIP2019040667

도서분류  1. 영화 2. 철학 3. 미학 4. 예술 5. 정치

보도자료  영화란무엇인가-보도자료-ver.1.hwp 영화란무엇인가-보도자료-ver.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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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투명기계』의 보론처럼 의도되었다. 거기서 동원되는 세부사항들에 비해 그 대전제에 대한 논의는 인색했다는 나름의 판단에서였다. 그만큼 이 책은 영화의 태생적인 근본전제를 다루며, 그에 대한 질문이자 답변이다. 심히 근본적이어서 우리가 종종 잊는, 혹은 다 알고 있다고 종종 착각하는 ‘영화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 말이다.
영화에 관한 많은 편견은 저 질문의 공백에서 자라난다. 영화는 다른 예술의 종합이라느니, 영화는 개인의 표현이란 점에선 예술이고 대중의 수요충족이란 점에선 상업이라느니, 한술 더 떠서 예술영화는 진실을 추구하는 반면 상업영화는 환영을 추구한다느니 하는 편견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들을 면밀히 뜯어보면 거기엔 <송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 오래된 전제가 숨어있음을 발견하게 되며, 이는 이 책이 밝히려고 하는, 또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오늘도 극장에서 몸소 경험하고 있는 영화의 존재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간략한 소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영화는 문학, 사진, 미술과 어떻게 다르기에, 관객은 책상 앞이나 갤러리 안에서 비명을 지르진 않아도, 스크린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일까? 이에 대답하기 위해 이 책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보다 구체적이고 촉각적인 문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영화의 몸무게는 몇 kg인가?’ ‘영화의 나이는 몇 살인가?’ ‘영화의 살은 몇 겹인가?’ 같은 엉뚱하지만, 실질적인 질문들 말이다. 작가의 전작 『투명기계』를 위한 보론 같은 책이다.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아직 프레디 크루거나 T-1000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가 그 무대를 무한히 연장시키기로 마음먹는다면, 우리 공주님은 무한한 변신을 거듭하여, 진화론을 부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드리 크루거나 A-1000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영화는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미디어학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대한 영화의 응답은 이것이다. 영화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 이미 그 자신이 미래 시제이기 때문이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상세한 소개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불편한 질문

영화란 무엇인가? 이 오래된 화두는 사실 불편하다. 그 대답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반대로 너무 많은 대답이 이미 나와 있고, 또 그들 중 몇몇은 정답처럼 굳어져서 더는 질문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영화감독이자 철학자인 김곡에 따르면, 영화에 대한 많은 편견은 바로 그런 질문의 공백에서 자라난다. 영화는 사진, 문학, 연극 같은 타예술을 종합한 종합예술이라느니, 예술영화는 진실을 추구하는 반면 상업영화는 환영을 추구한다느니 하는 말들은 저자에 따르면 영화에 대한 편견들이다.

이 책은 이런 편견들이 모두 영화의 본질을 간과한 소산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영화의 본질을 ‘연장성’(extensiveness)이라는 화이트헤드의 개념에서 찾는다. 이에 따르면 영화의 본성은 ‘연장적’이며, 고로 영화는 ‘나눠지기 위해서만 이어지고 이어지기 위해서만 나눠진다.’는 본성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종합예술’이기는커녕 ‘분석예술’이다. 또한 ‘환영’을 추구하기는커녕 ‘분위기’를 추구하는 예술이다.

영화는 분위기를 추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분위기는 단지 환영이나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연장성에 대한 느낌으로서, 극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얼마든지 나눠지고 또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예감이자 감각이다. 그것은 사진, 문학, 연극, 미술 등의 다른 예술매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추구해오던 어떤 것이나, 영화가 유독 잘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이 책이 실증적 사례로 드는 예가 흥미롭다. 유독
영화에서만 관객이 비명을 지른다는 것이다. 사진, 문학, 연극, 미술, TV에서 관객은 아무리 감동을 해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사진, 문학, 연극, 미술, TV가 영화만큼 강렬한 분위기로 관객을 옥죄진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컷만으로도 사진, 연극, 미술보다 갑절의 분위기를 단숨에 형성해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20세기 태동기부터 오늘날 멀티플렉스까지도 영화가 간직해왔던 그만의 특출난 재주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송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 플라톤주의적 구도

그렇다면
우린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느니, 진실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느니 하는 식의 그릇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런 편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공통전제에 입각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스크린 뒤에 송신자가 있고, 매체는 메시지이며, 관객은 그 수신자가 된다는 ‘송신자-메시지-수신자’의 구도다. 분명 그 주범은 동굴의 우화를 말했던 플라톤이지만, 2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린 ‘송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 플라톤주의적 구도를 은근슬쩍 교육받고, 또 아무런 의심 없이 남용하면서, 영화를 체험해야 할 분위기보다는 해석해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이러한 사고법은 이미지를 관객 스스로 뛰어드는 또 하나의 실재보다는 비평가나 전문가가 대신 해석해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숨은 메시지로 만든다.

영화는 옹알이를 반데카르트적으로 했고, 걸음마는 반플라톤적으로 했다. 그러나 결국 그를 다시 플라톤주의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모세를 참칭하며 송신자의 메시지를 별점으로 채점하고 또 심판하려는 비평의 언어였다고 이 책은 쓰고 있다.

영화는 몇 kg인가, 영화는 몇 살인가

그렇다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분위기라는 본성을 고려하여 좀 더 실질적이고 체감적인 질문으로 바꾸어 다시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숨어있던 몇 가지 질문들을 ‘분위기’를 촉매제로 해서 추출해내고, 그것을 각 챕터의 제목으로 삼는다. 가령 ‘영화의 몸무게는 몇 kg인가?’, ‘영화의 나이는 몇 살인가?’, ‘영화의 살은 몇 겹인가?’, ‘영화의 밥상은 몇 그릇인가?’ 등등의 질문이 그것이다.

영화의 몸무게를 묻거나, 영화의 나이를 묻는 질문들은 일견 엉뚱해 보인다. 그러나 ‘분위기’라는 영화의 본성을 고려할 때 엄정한 질문들이 된다. 분위기는 이미지를 동굴 안의 실재로 만들면서, 그 안에 위치한 육체를 촉구하고 압박하는 가능성이나 힘 자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몇 kg인가, 영화는 몇 살인가, 영화는 몇 겹인가, 영화는 몇 그릇인가 등의 엉뚱한 질문들을 분위기의 질량, 분위기의 시간성, 분위기의 다원성, 분위기의 일원성을 묻는 질문들로 전환하면서,
이 책은 영화는 ‘군중의 예술’이라고 결론 짓는다. 왜냐하면 영화는 그 분위기의 질량을 군중의 무게로부터 빌려오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많은 철학자나 영화이론가들의 개념을 동원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이론서가 아닌 것은, 이처럼 영화를 하나의 감각이자 질량감으로 사유하는/느끼는 방식 때문이다.



유운성 영화평론가의 추천사


김곡은 흡사 영화를 보는/만드는 것처럼 영화와 더불어 사유한다. 이는 영화에 ‘대해’ 사유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영화라는 분위기에 그저 한껏 몸을 담그는 행위로서의 사유. 이 책에는 여러 이름과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도 이론서나 비평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는 좋은 비평을 위해서는 이 책이 하지 않은 것만 골라서 하면 된다고 솔직하게 충고하기까지 한다. 이것은 이론과 비평이 얼마간 거리를 두고 다루어 왔던 영화에 대한 온갖 종류의 사유들을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몽타주하고 있는 ‘영화-책’이다. 물론 그 방식은 김곡 자신이 영화의 독특한 본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리를 연장하기 위해서만 나누고, 또 나누기 위해서만 연장하는 능력”을 모방하고 있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라는 김곡의 주장은 자신의 책에 대해서도 타당하다. 이 책은 읽기보다는 겪기를 요구한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곡 (Kim Gok)
본업은 영화감독이다. 공동작업자 김선과 함께 ‘곡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고갈> <방독피> 등으로 베니스영화제, 부산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상업영화로는 <화이트> <앰뷸런스> <보이스> 같은 장르영화들을 연출하고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자가당착>으로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와 소송 투쟁하기도 했다. 『투명기계』(갈무리, 2018)를 썼다.



책 속에서 : 영화란 무엇인가?


1장 영화는 빛나는가? (10쪽)
영화에 대한 오해 중 가장 으뜸은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생각이다. “본다”는 것의 외연을 아무리 청각과 공감각, 3D와 4D로 확장한들 이 오해는 쉽사리 타협되거나 해소되진 않을 터인데, 왜냐하면 영화를 본다는 저 생각은 보여지는 것과 보는 자, 나타나는 대상과 인식하는 주체 사이의 거리를 전제하며, 무엇보다도 그 둘 사이에 가로놓여져야 할 매개로서의 빛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장 영화는 문학인가? (31쪽)
가장 오래된 예술형태인 문학을 영화는 거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00살도 안 된 신참에게 너무 먼 선배는 존경보다는 무시가 더 쉬운 대처일 테니까. 그래서 영화가 편집술을 완성하자마자 문학을 기꺼이 초빙했을 때, 그것은 존경심보다는 이기심의 발로였다. 영화는 문학을 전적으로 실용적인 수준에서만 수용한다.

5장 영화는 TV인가? (67쪽)
영화는 사진에 신세 졌고, 문학을 질투했고, 연극과는 경쟁했다. 비록 태동기에 있던 일들이나, 이것이 여전히 사실이라면 오늘날 영화가 경쟁하는 것은 사진도, 문학도, 연극도 아니라 TV일 것이다. 왜냐하면 TV야말로 현대 매체 중 가장 지독한 연극성으로 무장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6장 영화감독은 실재하는가? (90쪽)
영화감독의 이름은 고유명사가 될 수 없다. 그때 그곳에서 접촉했던 모든 것을 지시하는 대명사가 되는 능력 말고는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브랜드네임이 빵을 맛있게 하는 게 아니라 빵이 맛있으니 브랜드네임이 있는 것이다. 영화는 무수한 제빵사를 갖는다.

9장 멀티플렉스에도 비가 오는가? (156쪽)
영화는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미디어학자들의 이 짓궂은 질문에 대한 영화의 응답은 이것이다. 영화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 이미 그의 분위기가 미래 시제이기 때문이다. 여중생이 지하철에서도 비명을 지른 것은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휴대용 극장 안에 있었음을 의미하지, 결코 극장의 폐업을 의미하진 않는다.

11장 영화는 몇 kg인가? (207쪽)
네그리는 개인적 필요노동의 감축이 집단적 필요노동의 확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굴 안의 죄수와 분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터다. 관객이 움직일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집단적 공개체화의 필요는 불어난다. 그렇게 관객은 기꺼이 분위기에 감금되어 변신노동의 자발적 죄수가 된다.

13장 영화는 몇 겹인가? (235쪽)
위장은 영화의 특성이고 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위장이 없는 문학은 있다(내적 독백이 심한 경우). 위장이 없는 연극도 있다(추상화가 심한 경우). 위장 없는 사진도 있다(보도사진의 경우). 위장이 없는 회화도 있다(색면회화의 경우). 그러나 위장이 없는 영화란 없다. 모든 영화는 위장한다. 심지어 실험영화도, 다큐멘터리도 예외는 아니다.

15장 영화는 영원한가? (305쪽)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장르영화나 작가영화, 극영화와 실험영화, 진보적인 영화와 고전적인 영화, 때깔 나는 영화와 후진영화, 재미있는 영화와 지루한 영화, 이들 모두는 평등하다. 그 과정이 곧 그 자신의 실재가 된다는 점에선 동등한 변신기계들이다. 당신 또한 카메라를 드는 순간 이 시민권을 바로 발부받는다.



목차


서문 6

1장 영화는 빛나는가? 8
2장 영화는 사진인가? 17
3장 영화는 문학인가? 30
4장 영화는 연극인가? 48
5장 영화는 TV인가? 66
6장 영화감독은 실재하는가? 81
7장 스크린은 평평한가? 95
8장 관음증자는 누가 죽였나? 116
9장 멀티플렉스에도 비가 오는가? 132
10장 영화는 땅인가, 바다인가, 하늘인가? 158
11장 영화는 몇 kg인가? 183
12장 영화는 몇 살인가? 212
13장 영화는 몇 겹인가? 234
14장 영화는 몇 그릇인가? 또는 “삼켜도 삼키는 자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닌가?” 264
15장 영화는 영원한가? 293

참고문헌 316
인명 찾아보기 318
영화 찾아보기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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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기계』(김곡 지음, 갈무리, 2018)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단지 철학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사되고 감상되고 심지어 편집되는 빛의 철학일 수 있을까? <투명기계>는 그 대답이다. 라이프니츠, 니체, 화이트헤드, 맑스 등을 가로지르며, 소비에트,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뉴저먼 시네마 등 영화사의 굵직한 사조들을 아우른다. 장르영화(공포, SF)뿐 아니라 실험영화(애니메이션, 구조주의)도 다룬다. 한국영화도 놓치지 않았다. 유현목과 베르히만, 임권택과 타르코프스키의 비교뿐만 아니라, 한국 뉴웨이브와 신파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접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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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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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공간 ― 동시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미학적 실천』(이승민 지음, 갈무리, 2017)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공간’을 키워드로 하여 비평하고 재편성하였다. 이 책은 ‘왜 공간이 부상하기 시작했을까?’에 대한 거시적 물음에서부터 ‘재개발 투쟁과 은폐된 역사를 파헤치는 비판 정신에서 출발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공간은 지금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라는 로컬적 질문까지 아우르면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역사를 공간으로 재편성하는 동시에 2010년 이후 부상한 영화의 공간(들)을 정리해서 공간의 의미를 펼치며 다양한 함의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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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의 영화 천만 표의 정치』(정병기 지음, 갈무리, 2016)

대선에서 경쟁력 있는 제3후보가 적어도 한 명이라도 출마한다면, 1,000만이라는 숫자는 유효 투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해 당선 확정에 근사한 수치다. 2005년 이후 천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들은 권력과 관련되는 내용을 다루었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사회 부조리와 관련된 이슈들을 주로 다루었다.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한국 사회의 정치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문화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2019.11.28 |



보도자료


볼셰비키의 친구

김명환 산문집 : 젊은 날의 시인에게 2



볼셰비키의 친구,
삐라의 추억으로 남다

철도노조 활동가들이
퇴직하는 동지에게 헌정한 산문집

김명환 지음



지은이  김명환  |  정가  10,000원  |  쪽수  168쪽  |  출판일  2019년 11월 25일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무선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Cupiditas, 피닉스문예12

ISBN  978-89-6195-217-0 03810  |  CIP제어번호  CIP2019039730

도서분류  1. 문학 2. 한국문학 3. 산문집 4. 사회운동

보도자료  볼셰비키의친구_보도자료.hwp 볼셰비키의친구_보도자료-fin.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1993년 철도에 들어오자마자 ‘서울지역운수노동자회’ 기관지 『자갈』 편집장을 맡았다. 2019년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위원을 끝으로 철도를 떠난다. 철도 27년, 입사부터 퇴직까지, 선전활동가로 살았다.

선전활동가로 살아오는 동안 나는, 27년 전의 나를 지키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다. “그건 틀렸어!”라고 공허하게 외쳤을 뿐, 메아리를 조직하지 못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다. 조직하지 않는 선전은 선전이 아니다.

선전은 원고를 취합해 편집하고 제작하는 기능이 아니다. 선전은 지도부와 조직원을 연결하는 “조직자”다. 선전을 통해 조직은 정세와 전망, 투쟁방침과 임무를 공유한다. 정세와 전망과 투쟁방침과 임무에 대한 논의를 조직하는 “선도자”, 논의의 결과를 조직원이 공유하게 하는 “연결자”가 선전이다.

선전이 노동조합의 소식과 지침 전달로 스스로의 임무를 축소하면, 노동조합은 “고민하지 않는 노동운동 관료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축소”와 “전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운동의 후퇴선”에 철도노조 선전은 서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선전활동가의 “임무방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중자애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빈다.


― ‘서면인터뷰’ 부분



『볼셰비키의 친구』 간략한 소개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명환 시인의 산문집 『볼셰비키의 친구』(갈무리, 2019)가 나왔다. 김명환 시인은 철도에 입사하던 1993년 ‘서울지역운수노동자회’ 기관지 『자갈』 편집장을 시작으로 철도를 퇴직하는 2019년 『철도노동자』 편집위원까지 꼬박 27년을 선전활동가로 살았다.

『볼셰비키의 친구』는
문학소년이 문예선전활동가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쓴 자전적 산문들과, 김명환의 친구들이 그에 대한 추억을 쓴 산문들로 엮어졌다. “볼셰비키의 친구”는 김명환의 시 「첫사랑」에서 따온 제목으로, 김명환은 책 뒤에 실린 서면인터뷰에서 “운동일선에 설 용기가 없으니, 2선에서 1선을 지지 지원 엄호 구원 구호하는 친구로 살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직, 멋진 삐라를 만들지 못했다. 그 삐라는 아직, 내 가슴 속에 있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어디선가 삐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볼셰비키의 친구』 추천사


소위 삐라 만드는 일이라면 어디든 끼지 않는 곳이 없다.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판이라 하더라도 도움을 청하든 하지 않든 꼽사리 끼기를 마다치 않는다. 특히 파업이라도 벌어지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골골이가 팔팔이로 변한다. 운동한다는 놈들이 허구한 날 패거리 지어 쌈박질을 해대는 판에서도 삐라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 지영근 / 철도노조 구로승무지부. 2018년 퇴직


형의 치열함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신문은 대략 보름에 한 번 발행됐다. 우리는 신문이 나올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전국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단 한 명이 근무하는 곳도 빠트리지 않고 방문하여 신문으로 희망을 전달했다. 신문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고 자부심과 용기를 가슴에 심어 주었다. 우리의 의지는 신문을 통해 더 강해지고 단단해졌다.

― 이영익 /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선배는 비문은 물론 오자 하나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판을 엎었고, 밤을 새우더라도 바로 잡았으며 선전의 생명인 시기·시간과 타협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화두를 던져 문제의식을 키웠고, 전망을 제시하는 선전을 원했습니다. 현장중심, 조직 선전을 강조했습니다.

― 백남희 / 철도노조 용산고속열차지부



지은이 소개


김명환
김명환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사화집 『시여 무기여』에 시 「봄」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장, 2000년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 2007년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같은 제목의 시집과 산문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가 있다.



『볼셰비키의 친구』 책 속에서


삼촌은 인터넷에 떠도는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를 읽었다며, 처음으로 나를, 시인으로 대해줬다. 그 시를 쓰기 전까지 나는, 글쟁이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소설가의 조카”라고 소개됐다. 그런데 그 시를 쓰고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를 쓴 시인”이라고 소개됐다. 나는 등단 22년을 소설가의 조카로 산 시인의 비애를 말했다.

― 커다란 나무, 23쪽


2006년에 철도노조 기관지 창간을 준비하며, 기관지 깃발을 미리 만들었다. 사회주의 몸통에 아나키스트 심장을 가진 깃발! 깃발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혁명 전야의 고요 속에 고고하게 나부끼는 깃발! 나는 꼭 그런 삐라를 만들고 싶었다. 정확하고 아름답고 멋진! 메이데이집회에 들고 나갔다.

― 깃발, 43쪽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여섯 번의 철도 파업 기간에 중앙 선전팀에서 일했다. 글쟁이는 글로, 삐라쟁이는 삐라로 투쟁에 복무하는 거라고 나는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 나는 철도노동자다, 64쪽


09시 정각, 통일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서울역을 떠났다. 디젤기관차에 객차 두 마리, 화차 세 마리, 발전차 한 마리를 달았다. 10시 15분, 통일열차는 분단역에 도착했다. 이제 남쪽 기관차를 떼고 북쪽 기관차를 달면 통일열차는 신의주까지 달리며 선로상태와 신호체계를 점검할 것이다.

― 대가리를 붙여라, 96쪽


어느 날 난데없이 지부 사무실로 찾아온 젊은 동지가 한 명 있었으니 운수분야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 분산사업장에 조합 활동하는 움직임만 보이면 전출 인사로 보복하던 시절이었으니 노조사무실을 찾아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당돌하게 달려들던 동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바로 김명환이었다.

― 녹슨 펜(임도창), 116쪽


파업 돌입 선언에 맞춰 전국의 농성장과 현장에 뿌려질 ‘총파업신문’이 사전 제작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면을 장식할 ‘총파업선언문’이 필요했다. 철도노동자의 역사적인 총파업 현장을 역사에 올곧이 보여줄 선언문. 멈춰진 열차, 노동자의 힘, 철도 현장의 열악함, 국민을 위한 철도, 정의와 평등을 향한 철도노동자의 전진, 타락한 자본과 권력의 실체 … … , 모든 것이 이 선언문에 담겨져야 했다. 결국 그 몫은 명환형에게 갔다. 당시 교선실장이었던 난 그 짐을 지고 며칠째 끙끙댔지만 형은 단 한 번에 써 내려갔다.

― ‘첫’파업의 아름다운 선언문(백성곤), 137쪽


내가 정책간부 출신이다 보니 김 선배는 파업 때마다 귀찮을 정도로 철도노동자신문이나 대국민 선전물에 기고를 요청하셨는데 그 열정에 밀려 내가 한 번도 거부하질 못했다. 신문광고 제목을 뽑을 때는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였는데 김명환 선배의 탁월한 감각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 우리는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조상수), 156쪽



목차


제1부 시간여행
작별 10
극작가와 꼬마시인 14
커다란 나무 19
시간여행 29
비애 34
행복 38

제2부 깃발
깃발 42
보고 싶다 찬복아 46
15년의 세월 51
진검승부 55
나는 철도노동자다 64
쉬파리의 비애 67
무명용사를 위하여 71

제3부 우리 아빠 철도 다녀요
말복 76
대가리를 붙여라 95
우리 아빠 철도 다녀요 100

제4부 볼셰비키의 친구
나는 형이 삐라쟁인 게 싫었다 108
친구가 맞다 112
녹슨 펜 116
성질 까칠했던 편집장 119
고요한 돈강 124
『바꿔야 산다』 편집장 128
우리들의 선배에게 131
‘첫’파업의 아름다운 선언문 135
볼셰비키의 친구 140
화낼 줄도 짜증낼 줄도 모르는 사람 144
배려 148
자전거 152
우리는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155

만화 낭만자객 159
서면인터뷰 조직하지 않는 선전은 선전이 아니다 160

2019.10.27 |


보도자료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비평의 조건은 무엇인가? 비평은 어떤 정치, 사회, 경제적 조건에서 생산되는가?
비평의 대상은 무엇이고 오늘날 비평가라는 주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16편의 인터뷰 :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지은이  고동연·신현진·안진국  |  정가  24,000원  |  쪽수  528쪽

출판일  2019년 10월 28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디알로고스총서 06

ISBN  978-89-6195-219-4 03600   |  CIP제어번호  CIP2019040667

도서분류  1. 미술 2. 미술비평 3. 예술 4. 사회학 5. 인문

보도자료  비평의조건-보도자료-fin-2.hwp 비평의조건-보도자료-fin-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이 책은 현재의 미술계 내부와 미술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 명의 미술비평가가 미술현장과 밀접한 다양한 조건의 미술비평가 16명(팀)을 인터뷰하여 기록한 책이다. 지금 우리는 이미 사멸해버린 세계와 주도적으로 새로운 무엇인가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의 사이에 살고 있다. 모더니즘이 사멸한 토대 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새로운 세계를 잉태하려 했지만 무력함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비평은 어디에 발 딛고 서 있을까? 비평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비평은 어디를 향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해답은 없다. 다만 희미한 형체가 아른거릴 뿐이다.

― 프롤로그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비평의 조건』 간략한 소개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저자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이 여러 현역 미술비평가 및 미술비평 그룹들을 만나 진행한 16편의 인터뷰를 수록하였다. 인터뷰 대상은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등 16인(팀)이다.

비평가가 쓴 평론은 어떠한 구조 안에서 유통되는가? 무엇보다도 비평의 생산과 유통망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했으며, 어떤 미학적, 현실적 선택을 하였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현대미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끊임없이 비평의 성격이나 역할을 둘러싼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비평이 어떠한 사회적 조건 안에서 만들어져 왔는지를 고민하고 물어보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평의 주체나 과정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을 터인데 말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을 바탕으로 전문 비평가들이 미술계의 지형과 현재의 상황, 미술계에서 비평의 역할, 생존을 위하여 고민해온 경로를 16편의 인터뷰로 공유한다.



『비평의 조건』 상세한 소개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

언젠가부터 현대 미술비평은 작업이나 작가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벗어나 철학적 관점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향이 본격화된 이래로
현대 미술비평은 현대미술만큼 어려워졌다. 대중들은 이미 현대미술을 엘리트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비평도 마찬가지로 현실과 동떨어진 선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예술의 기준이 다원화되면서 더 이상 비평가들이 담론으로 주도하는 일은 힘들어졌다. 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푸념이나 경고가 국내 미술계에도 만연해 있다. 비평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2014년 10월 국제미술평론가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의 제목), “비평이란 겨우 … 주례사”(김종길의 2013년 5월 『아트인컬쳐』 칼럼)라는 등 각종 비난이 난무한다.

미술비평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변화했을 뿐이다

물론 미술비평이 애초부터 그렇게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이며 흔히 근대 미술비평의 정초자로 불리는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미술비평이 갈림길에 서 있는 미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기 초, 기존의 비평이 예술작품과 작가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포장함으로써 부르주아 계급의 엘리트 미술 생산방식을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된다고 비판하였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도 비평을 결코 무용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벤야민은 비평을 요청하였다. 이후 “바라보는 자신을 본다”는 모더니즘의 절대적인 언명과, 다원주의 혹은 문화 상대주의의 열풍이 인문학과 미술비평을 휩쓸었지만, 그때도 비평의 중요성이 간과되지는 않았다. 할 포스터(Hal Foster)의 「비평-이후(Post-Critical)」(2012) 같은 글들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비평이 요구된다. 다만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유투버, 국민논객, 깨시민의 시대에 비평의 새로운 자리는 어디일까?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사회 곳곳에서 감지한다. 인문학 열풍, 유튜버, 국민 논객, 깨시민 같은 용어들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하는 시대,
누구나 쉽게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충족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는 이러한 시대에 비평의 태도와 위치에 관한 새로운 출발점, 새로운 자리를 의미한다.

16편의 인터뷰로 현대미술비평의 지형도를 그린다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 등 세 명의 공동저자는 16인(팀)의 현역 비평가의 입을 통해 현재 비평의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이들은 이 책을 기획할 때 특정한 관점을 취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미술계의 전반적인 여건에 다각도로 접근하려 했다고 말한다. 세 명의 저자는 초로(初老)에 있는 베테랑부터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그들이 바라보는 현대미술과 하고 있는 비평의 방식을 묻고 또 물었다. 여기에는 비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언론매체, 출판 관계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비평의 조건』은
비평이 처한 전반적인 조건을 추적하면서 그와 동시에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이 처한 특정한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는 책이다. 돈, 권력, (성)정체성, 예술계의 정치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시대적 조건과, 비평의 생산 및 유통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과연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기준자로 삼아 판단을 내리는가? 어떤 현실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세 명의 저자는 비평가와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비평이 비평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미술계의 공동체적인 여건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하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엘리트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서 일반 대중은 물론이거니와 미술계 내부의 생산자들로부터도 자주 외면받아온 현대미술비평을 다시 되짚으며, 그 역할과 여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그렇기에
비평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평가의 무용담을 다루지는 않는다. 아울러 비평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비평가를 둘러싼,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이들이 처한 사회적, 역사적, 개인적 배경을 둘러본다. 다양한 연령대, 비평계 입문 경로, 글의 형식과 시대적 예술사조에 따라 비평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30여 년에 이르는 비평가들의 활동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현재 미술계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로부터 현대미술비평의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비평의 조건』 책의 구성


이 책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그 안에서 비평가가 어떻게 운신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4부로 나눠 구성했다. 물론 각각의 인터뷰는 독자들이 비평가의 길고 고된 여정을 보다 총체적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활동 전반에 대한 다양한 줄기의 대화로 엮여있다. 그렇다 보니 각각 인터뷰 내용은 해당된 주제에 한정해서 전개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의 주제로 대화가 흘러간다.

1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1부는
새롭게 등장한 주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주체의 면면을 다룬다. 더 이상 주체-객체로 나누는 칸트식의 이분법으로 현재의 사고 체계를 규정하기 어려워졌다. 1부는 이른바 포스트 정체성의 시대에 비평가의 존재와 역할을 조명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결코 진리에 다다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 주체이며, 생존에 골몰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주체는 더 나은 것이 ‘이것이다’라고 발언할 수 있기는커녕, 판단조차 불가능한 전비판적 상태에 있다. 푸코의 비판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대 지식인의 한 표상으로서 비평가는 여느 직업을 가진 전문인과 같이 경제인간이 되어 인적자본으로서 자신의 스펙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고, 전문가적 매너와 소양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주체는 근대적인 주체성을 상실하고 자신이 수행한 바의 총합을 자신의 임시적인 정체성으로 획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2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

2부는 비평가가 생산해내는 글이 유통할 매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그 사회적 형상이 조각되고 의미가 결정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생산, 매개, 향유,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는 미술계의 순환적인 구조는 언론매체, 미술관, 정책기관, 그리고 그들과 연관을 맺고 활동하는 전문적인 미술인 인프라를 통하여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비평가는 어디에 글을 기고하고, 어떠한 역학관계에 따라, 어떤 내용을 누구와 함께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자신의 생산물에 대해서 어떠한 경제적인 보상을 받게 되는가? 비평가의 구체적인 결과물인 전시 서문이나 작가론, 논문은 결국 학술지나, 도록, (그리고 많은 부분) 미술 전문잡지를 통해서 유통된다. 자연스럽게 지면을 생산해내는 사회적 기관은 비평가들에게는 직장이나 다름없다. 갑을관계를 넘어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비평가들은 지면을 만들어내고 지켜내는 미술계 동료와 어떻게 연대하며 어떻게 생존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는가?

3부 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

3부는 미술계의 유기적인 내부 구조도 특정한 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이란 (사실 언제나 그랬지만 지금은 좀 더 깊이) 정치, 경제,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다면체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언이 예술이 자본주의에 잠식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예술에 맞추어 좀 더 구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을 뿐이다. 3부는 이러한 여건의 직접적인 여파를 보여주는 비평의 과정, 비평가가 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조를 보여준다. 이들은 단지 미술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정책을 논하고, 결론이 아니라 차연(差延)을 만드는 수행과정으로서의 비평 행위를 영위해간다.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의 정동이 드러나도록 창작하며, 예술을 향유하면서도 정작 비평에는 타자였던 감상자 및 독자에게 눈을 돌려 미술 애호가들의 취향을 찾아내고, ‘전문가의 현장’이 아닌, 이른바 ‘또 다른 파이’, ‘또 다른 현장’을 만들어간다.

4부 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

우리 시대 미술비평의 소재는 미술관, 화랑 같은 제도 안에 전시된 예술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대상을 사물로까지 확장한다. 4부에서는 그리고 그로 인하여 미술비평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비평적 내용과 글쓰기 스타일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비평가들은 선험적이거나 초월적 지식이 아닌, 자신들이 경험한 감각적인 세계, 특히 작품과 조우하는 순간에 발현된 애정으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간혹 비평가들은 퍼포먼스나 안무에 참여하고 체험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안에서 예술가와 맺는 관계나, 혹은 예술가가 젠더와 젠더를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에서 보이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러면서도 예술가 스스로 전투적인 페미니즘 담론에 함몰되어가는 과정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회화와 같은 예술실천 현상에서 이론을 귀납법으로 도출해보고자 시도하기도 하고, 비평가의 머릿속 사유가 퍼포먼스로 도출되는 과정을 추적하기도 한다. 물론 예술가와 작품이 미술이라는 중앙무대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4부는 비평가가 미학적으로 취하게 되는 머릿속의 인지 과정을 그린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고동연 Dong-Yeon Koh
아트 2021의 공동디렉터(2008~2010), 신도 작가지원프로그램(시냅, 2011~2014)의 한국 심사위원,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및 운영위원, 비평가, 연구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응답하라 작가들 : 우리시대 미술가들은 어떻게 사는가?』(2015), 『Staying Alive : 우리시대 큐레이터들의 생존기』(신현진 공저, 2016),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대중화 전략』(2018)이 있다. 현재 Post-memory Generation in South Korea : Korean Contemporary Arts and Films (Routledge, 근간)를 집필 중이다.

신현진 Hyunjin Shin
쌈지스페이스 제1큐레이터, SAMUSO 전시실장,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예술 센터(Asian American Arts Center)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이 되어 2013년에는 연재소설 『미술계 비련과 음모의 막장드라마』가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발행한 신문에 실렸다. 번역서로 『예술 노동자』(열화당, 근간)가 있다. 「사회적 체계 이론의 맥락에서 본 대안공간과 예술의 사회화 연구」로 2015년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안진국 Jinkook Ahn (Lev Aan)
미술비평가. 동시대에 일어나는 다채로운 사건들의 내면에서 흐르고 있는 사유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동시대인의 보편적인 사유방식을 탐색하고 있다.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제안된 공간에서 제안하는 공간으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비평을 시작했다. 종합인문주의 정치비평지 『말과활』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2016~2017), 월간 『BIZart』 고정 필자(2016.7.~)이기도 하다. 공저로는 『기대감소의 시대와 근시 예술』(2017)이 있으며, 다수의 미술전문지에 미술비평 및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디지털·문화·정책을 연구 중이다.



책 속에서 : 미술비평가 16인(팀)의 인터뷰


저는 비평가가 ‘나는 이 작품 이렇게 본다’, ‘이런 것으로 인해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걸 보다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많이 보고 경험한 시간을 이길 수는 없어요. 보는 안목을 훈련하는 게 중요해요.

― 박영택, 비평가의 안목, 47쪽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무엇보다 그 사람을 다 수용하잖아요? 그래서 작가/작품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81쪽


픽셔널하다고 해서 나의 견해를 감추지는 않습니다. 견해를 직접 말할 수 없어서 우회하기 위해서 픽셔널한 것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글쓰기의 방법론으로서 발명하고자 했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김장언, 분열된 현대적 주체, 105쪽


그런 점에서 제가 눈여겨보았던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한 예술가들의 싸움 가운데 가장 유명한 홍대 두리반 싸움일 겁니다. 거기에 참여한 작가나 미대생들이 그런 예술 파업에 가까운 몸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서동진, 전비판적 주체와 역사적 비판, 134쪽


『미술세계』의 지향점 중 하나는 한국 미술계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 블랙리스트 문제를 지속해서 추적한다던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 피’ 문제의 변화를 담아낸다던가, 대선을 앞두고는 대선후보 전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백지홍, 잡지의 환골탈태, 175쪽


저는 《아트 스타 코리아》가 작가들의 삶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를 들춰내고 미술계 전문가라는 이들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태도에 대한 나름의 흥미로운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 홍경한, 미술잡지와 비평가를 둘러싼 권력의 제국, 197쪽


어떤 작가에 대해 한 번을 쓰든 그 이상을 쓰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은 선입견 없이 작가를 대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무명작가든지 유명작가든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 이선영, 비평가라는 평생직장, 230쪽


글이 어떻게 수행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 제가 리뷰를 썼던 작업들은 제가 여러 번 갔거나, 오래 봤거나, 굉장히 반복해서 봤거나, 했던 작업들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체험하는 시간의 간격을 충분히 벌려 놓는 글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품에 충분히 오래 머물러 있고, 그걸 쓴 결과물이 돼요.

― <옐로우 펜 클럽>, 비평가 공동체, 250쪽


‘비평이 죽었다’는 진술은 저에게 특정 작가나 현상에 의미를 집중시키기 위해 글을 생산하는 비평의 주도권이 시장으로 양도되어 온 현상을 떠올리게 해요. 오늘날 비평은 스스로를 왜곡하면서 신화가 되려는 경향이 있어요

― 심상용, 자본주의와 예술, 295쪽


저는 비평이라는 것이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투적이지 않을 것’, ‘무조건 봉사하지 않을 것’ 작품에 대해서 부가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것을 주장하는 거예요. … 저는 제 글이 작업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 현시원, 포스트-목적론적 시대의 수행적 글쓰기, 328쪽


비평 활동 역시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에 대한 생산적인 상호작용의 누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글을 발표할 곳도 마땅히 없는 신진은 그러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성공도 실패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며 <크리틱-칼>을 만들었죠.

― 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49쪽


미술에 관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미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 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83쪽


예술은 웃음이기도 한 거예요. 저는 계속 웃음 얘기를 해 오는데요. 약자가 자기 연민, 나르시시즘으로 돌아가지 않을 때 자기 경험을 비틀어서 나오는 자기 강함, 즉 “나는 너희들에게 상처를 입었지만 그로 인해서 내 삶이 비참해지지 않았다.”라고 얘기할 때 나오는 게 예술이고 그것은 예민해야 가능해요.

― 양효실, 여성 미술, 차이의 비평, 401쪽


최근의 변화라면 미술 안에서의 ‘페미니즘’에 좀 더 주목해 보려는 게 있어요. 지난 몇 년간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로서 성폭력 문제가 드러났잖아요. 미술계 안에서 여러 가지 사태가 있었고요.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갖는 포괄적인 관심도 있고, 여성인 비평가로서의 제게 주어진 기대도 있는 것 같아요.

― 김정현, 작가와 비평가의 거리, 그 수행적 퍼포먼스, 443쪽


첫째는 공학적인 것이 무척 재미있어요. 제가 최근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엔진의 역사인데요. 사실 엔진 하나에 열역학, 재료공학이 들어가야 하고 구조공학, 유체역학, 연소공학이 들어가거든요. …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풍부한 얘기들인데 저는 거기에다가 의미의 레벨, 가치의 레벨을 더하고 싶다는 거죠.

― 이영준, 기계 덕후 비평가의 항해기, 458쪽


작가들이 근 과거라는 토대 위에서 작업을 매개로 분방하게 움직이는 풍경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유령이라는 정체성은 근 과거로부터 얼마간 이격된 상태에서, 주어진 토대를 상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거죠.

― <집단오찬>, 발견한(할) 미적 경험을 향하여, 512쪽



목차


감사의 말 7
프롤로그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9

1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박영택, 비평가의 안목 28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59
김장언, 분열된 현대적 주체 84
서동진, 전비판적 주체와 역사적 비판 116

2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
백지홍, 잡지의 환골탈태 152
홍경한, 미술잡지와 비평가를 둘러싼 권력의 제국 181
이선영, 비평가라는 평생직장 212
<옐로우 펜 클럽>, 비평가 공동체 243

3부 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
심상용, 자본주의와 예술 273
현시원, 포스트-목적론적 시대의 수행적 글쓰기 304
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32
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59

4부 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
양효실, 여성 미술, 차이의 비평 392
김정현, 작가와 비평가의 거리, 그 수행적 퍼포먼스 424
이영준, 기계 덕후 비평가의 항해기 452
<집단오찬>, 발견한(할) 미적 경험을 향하여 483

에필로그 515
공간 및 기관, 소그룹, 정기간행물, 전시, 웹사이트, 단행본, 아티클 목록 518
인명 찾아보기 523
용어 찾아보기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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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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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기계』(김곡 지음, 갈무리, 2018)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단지 철학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사되고 감상되고 심지어 편집되는 빛의 철학일 수 있을까? <투명기계>는 그 대답이다. 라이프니츠, 니체, 화이트헤드, 맑스 등을 가로지르며, 소비에트,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뉴저먼 시네마 등 영화사의 굵직한 사조들을 아우른다. 장르영화(공포, SF)뿐 아니라 실험영화(애니메이션, 구조주의)도 다룬다. 한국영화도 놓치지 않았다. 유현목과 베르히만, 임권택과 타르코프스키의 비교뿐만 아니라, 한국 뉴웨이브와 신파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접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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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럭서스 예술혁명』(조정환 · 전선자 · 김진호 지음, 갈무리, 2011)

다중지성 총서 첫 번째 책. 플럭서스 예술운동에 대한 한국 최초의 본격연구서이다. 플럭서스는 전통적이고 경직된 재현적 예술체제를 타파하고 예술을 삶과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예술적인 것에 대한 제도적 ․ 전통적 통념을 넘어, 예술과 삶 그리고 존재와 생명의 통일을 실천했던 플럭서스 총체예술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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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서의 삶>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물음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2019.10.01 |


보도자료


초록의 마음

La Verda Koro



“작은 섬, 인류의 절망의 바다에 있는 희망의 섬.”
“그러나 그런 작은 섬마다 전쟁이 끝난 뒤 새로운 힘과 신선한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러 모일 것입니다.”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가인 율리오 바기는 『초록의 마음』을 통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러시아의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여러 도시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지은이  율리오 바기  |  옮긴이  장정렬  |  정가  12,000원  |  쪽수  208쪽

출판일  2019년 9월 30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피닉스문예11

ISBN  978-89-6195-215-6 03890  |  CIP제어번호  CIP2019030276

도서분류  1. 문학 2. 에스페란토

보도자료  초록의마음-보도자료-ver.1.hwp 초록의마음-보도자료-ver.1.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그런데 … 그런데 엄청 힘들고 불행한 때가 닥쳐왔답니다. 러일 전쟁이 벌어졌지요. 나는 서유럽 쪽의 러시아 땅에 근무하다가 전쟁 때문에 이 먼 만주 근방으로 오게 되었답니다. 내 친구도 우리 연대의 이웃 연대에 배속되었고 우리는 매일 전투에 참가했답니다. 그 당시 처참한 광경을 무수히 겪었지만, 한편으로 그 당시가 내 마음속에 초록색을 받아들인 때이기도 하지요 … 그날, 일본군에 우리의 젊은 신출내기 러시아 군인들이 무참히 침묵의 인간으로 변해버린 그날, 우린 그 군인들을 땅에 묻어야 했지요. 당시 전장에서 살아남은, 적은 수효의 군인들은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갔지요. 불행하게도, 나와 그 친구도 그 포로들 속에 들어 있었답니다. 그 친구는 중상을 입고, 나는 … 나는 … 보다시피 손이 하나만 남게 되었지요.” ― 본문 중에서



에스페란토(Esperanto)란 무엇인가?


에스페란토는 1887년에 폴란드의 안과 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Ludoviko Lazaro Zamenhof, 1859~1917) 박사가 창안한 국제 공용어이다.

에스페란토 창안의 배경

자멘호프는 유럽의 아홉 개 언어에서 공통점과 장점만을 뽑아내 예외와 불규칙이 없는 문법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에스페란토를 창안했다.
에스페란토는 에스페란토 운동이 시작된 초기에 사용했던 자멘호프의 필명으로 ‘희망하는 사람’을 뜻하며, 후일 이 언어의 이름이 되었다. 에스페란토는 ‘1민족 2언어 원칙’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서는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에스페란토 보급과 활용

중국, 바티칸, 폴란드, 오스트리아, 쿠바 등 11개국에서 단파 및 위성방송을 통해 매일 수차례씩 에스페란토 국제 방송을 하고 있다.

매년 유럽과 다른 지역을 번갈아 가면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언어와 인종이 다른 1천 5백~2천여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각 대륙별 대회와 국가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10월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주최로 한국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외국어대학교, 단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록의 마음』 간략한 소개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가 율리오 바기의 대표작. 인류공통어를 통한 평화실현이라는 이상을 품고 만들어진 에스페란토라는 언어가 이 소설의 주요 소재이다. 제목에 “초록”이 들어간 이유는 초록이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초록의 마음』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삶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전쟁 직후 시베리아의 포로수용소에서 이 언어를 학습하고 교육하는 사람들은 민족과 국적을 초월하여 에스페란토가 지향하는 평화와 인류애를 확산시켜 간다. 에스페란토는 마음을 옥죄는 증오의 장벽에 갇힌 사람들이 형제애를 꿈꾸도록 한다.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 헝가리인, 오스트리아인, 독일인, 폴란드인, 미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전후 시베리아의 중소 도시에서 “이 세상으로 새로운 기운이 들어서네 … ”라며 함께 에스페란토 찬가를 부른다.



『초록의 마음』 상세한 소개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의 삶을 생생히 그려낸 작가 율리오 바기의 체험 보고서

『초록의 마음』은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고전이다.
저자 율리오 바기는 헝가리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의 전쟁포로수용소에서 에스페란토로 시를 쓰고 동료 포로들에게 에스페란토를 가르쳤다. 이 작품에서도 에스페란토를 가르치는 사람은 헝가리인 포로이다. 학습에 참가한 이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군인과 그 지역의 학생과 주민들이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전선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과 이별을 힘겹지만 덤덤하게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을 강제로 떠나,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쟁 포로들이 에스페란토를 배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섬, 인류의 절망의 바다에 있는 희망의 섬.”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는 선집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갈무리, 2019)에서, 국제어의 필요성을 의문에 부치는 것은 우편제도가 필요한가, 라고 자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확신은 어디에서 기인했던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전쟁포로들의 에스페란토 학습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태어나 말을 배운다. 누구나 말을 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언어의 세계는 평등하지 않다. 특히 군사력의 대결이 사람들의 삶을 압도하는 전쟁상황에서 약자의 언어가 강자의 언어에 의해 짓밟히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초 시베리아는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러시아 내전 상황에 처해 있었다. 포로수용소에는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수용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누구든지 쉽게 배울 수 있는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를 학습했다.
에스페란토 학습모임은 알음알음 번져, 친목모임, 연극, 시쓰기, 조직의 결성, 단체 여행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에서 에스페란토를 통해 이들은 각자의 모국어와 문화를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서로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우정을 나누며 문화적인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다.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가 배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이 같은 학습과 문화활동들이 환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에스페란토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속에서 “작은 섬, 인류의 절망의 바다에 있는 희망의 섬”이라고 표현된다.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

『초록의 마음』 속 등장인물들은
에스페란토라는 도구를 사용해 자기와 문화가 다른 타인의 삶을 존중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간다. 또 실제로 에스페란토를 다양한 체험에 사용해 보면서, 평화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가 일상생활에서 언어소통의 평등이라는 변화를 거쳐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감각이 그들 고난한 삶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탄의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난민들은 전쟁을 피해 세계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고 죽거나, 다치거나, 배척당한다. 한국사회도 더 나은 삶을 찾아 목숨 걸고 국경에 도착한 사람들을 환대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초록의 마음’을 회복하고 퍼트리려고 애썼던 에스페란토들의 메시지가 커다란 울림을 갖는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율리오 바기 (Julio Baghy, 1891~1967)
헝가리의 연극배우이자 작가, 시인, 에스페란토 교육자. 에스페란토의 ‘내적 사상’에 매료된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의 전쟁포로수용소에서 에스페란토로 시를 쓰고 동료 포로들에게 에스페란토를 가르쳤다. 전후 헝가리로 돌아와 토론 모임과 문학 행사를 조직하며 에스페란토 운동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Preter la Vivo (1922)를 비롯한 여러 권의 시집과 12개 나라의 민속 우화를 시로 재해석한 Cxielarko (1966)를 펴냈다. 작품 Hura! (1930)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Nur HomoViktimoj는 중국어로, 『가을 속의 봄』은 한국어, 프랑스어, 헝가리어, 중국어로 번역되었다. 바기의 『가을 속의 봄』을 번역한 중국 작가 바진(巴金)은 이 책에 대한 화답으로 『봄 속의 가을』을 썼고, 2007년 갈무리 출판사에서 이 두 작품의 한국어판을 발간하였다. 여러 에스페란토 잡지사와 협력했으며 1933년까지 Literatura Mondo의 공동 편집장이었다. 1956년 바기의 노력으로 헝가리의 문교부령에 따라 헝가리 에스페란토 평의회가 창립되었다.


옮긴이
장정렬 (Jang Jeong-Ryeol(Ombro), 1961~ )
경남 창원 출생.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 통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 교육이사, 에스페란토 잡지 La Espero el Koreujo, TERanO, TERanidO 편집위원, 한국에스페란토청년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에스페란토어 작가협회 회원으로 초대되었다. 현재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부산지부 회보 TERanidO의 편집장이며 거제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동부산대학교 외래 교수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봄 속의 가을』, 『산촌』, 『꼬마 구두장이, 흘라피치』, 『마르타』 등이 있다.
suflora@hanmail.net



책 속에서 : 『초록의 마음』과 에스페란토


“예, 선생님은 시베리아 수용소에 사시는 전쟁 포로이고요. 선생님은 집이 없어요.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유럽에 있어요. 아시아에는 없어요. 두 개의 대륙은 서로 다른 세상이고요. 선생님은 유럽 사람이지만, 아시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선생님은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 2. 선생님과 여학생, 26쪽


“아니에요. 지금 나는 미국 군대에 속해 있을 뿐이에요. 나는 시베리아에 주둔하는 미국 군대에 근무하고 있어요. 나는 슬로바키아 사람이에요. 내 고향은 미국이 아니라, 머나먼 헝가리 땅이라고요. 나는 포로로 미군 부대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 3. 작은 시인, 41쪽


온 세상 사람을 주인으로 대접하고 / 온 세상 사람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고, / 배우는 사람의 가슴마다 아름다움과 / 선한 마음 지니게 하는 너, 에스페란토.

― 3. 작은 시인, 45쪽


“그래서 나는 에스페란티스토가 되었어요. 나는 나 스스로 한 인간으로 느끼고, 우리 인간 형제가 나와 같은 민족이든 그렇지 않든 개의치 않고, 똑같은 인간으로 대합니다. 총과 칼이 없어야 인간은 서로 형제가 됩니다. 총칼로는 우리는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이 늙은 러시아 형제가 하는 말을 이해합니까?”

― 4. 공원의 수업, 64쪽


“제1차 대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참석자들은 아, 정말 즐거웠으며, 정말 감동적인 분위기를 느꼈지요! 에스페란토 제1세대가 벌써 결실을 맺고 다음 세대의 에스페란티스토들도 일상생활에서 이 언어를 실제로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 7.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7쪽


“활기 있는 생활이었다. 회원들은 에스페란토만 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가 에스페란토이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던 도서실은 곧 송환될 포로 에스페란티스토들이 기증한 도서들로 풍부해졌다. 우의가 돈독해지자 서로의 마음마저 가까워졌다.”

― 10. 니콜스크 우수리스크 에스페란토 협회, 176쪽



목차


옮긴이 서문 : 『초록의 마음』을 번역하고 5

1. 강습 15
2. 선생님과 여학생 21
3. 작은 시인 33
4. 공원의 수업 51
5. 흥미로운 날 67
6. 친밀한 저녁 85
7.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1
8. 이치오팡의 동화 125
9. 마랴의 일기장 151
10. 니콜스크 우수리스크 에스페란토 협회 173
11. 시베리아여, 안녕! 185

저자 소개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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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2019)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의 주요 사상을 담은 연설문과 논문을 선별하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줄 것이다. 폴란드의 안과의사 자멘호프는 에스페란토를 왜 만들었을까? 창안 당시의 에스페란토 활동은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졌을까? 창안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이 언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멘호프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상가였을까?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사상가 자멘호프와 마침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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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1930년대 격변기 중국 청년세대의 호소와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봄 속의 가을'은, 작가 바진의 나이 28세 때인 1932년에 씌어졌다. 바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율리오 바기의 '가을 속의 봄'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접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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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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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2013)

국제공통어의 이상을 실현하고 인류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폴란드의 라자로 자멘호프에 의해서 1887년에 창안된 에스페란토(Esperanto)의 100여 년의 역사를 객관적 소개와 명확한 문체, 그리고 풍부한 자료들에 근거해 서술한 역작이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패권어의 이상을 지향한 좌우파 세력으로부터 에스페란토는 억압받고 배제당하고 고립되었다. 이러한 에스페란토의 고난과 희망, 그리고 국제공통어 창조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2019.10.01 |


보도자료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Se la homaro havus komunan lingvon



에스페란토 창시자 자멘호프의 인류인주의

“모든 국가는 각자의 언어를 가진다. 인류도 자신만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에스페란토이다.”
― 피델 카스트로

“조선어를 사용하는 것이 큰 범죄 중 하나였던 시기에, 지식인들이 에스페란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전경덕



지은이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  옮긴이  최만원  |  정가  18,000원  |  쪽수  312쪽

출판일  2019년 9월 30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Potentia, 카이로스총서 60

ISBN  978-89-6195-214-9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30308

도서분류  1. 인문 비평 2. 역사 3. 언어 4. 에스페란토

보도자료  인류에게-보도자료-ver.1.hwp 인류에게-보도자료-ver.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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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어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은 너무나 순진한 것이어서, 우리가 “우편 제도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 폭소를 터트리는 것처럼 미래 세대의 웃음을 자아낼 것입니다.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 중의 일부가 제시한 유일한 동기는 “국제어가 민족어와 민족들을 파괴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국제어가 민족어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예를 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편 사업이 마치 사람들 간의 직접 대화의 존재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처럼 우스운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해 사용되는 국제어와 모든 사람에게 사용을 강요하는 세계 공용어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우리가 이 둘을 서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 본문 중에서



에스페란토(Esperanto)란 무엇인가?


에스페란토는 1887년에 폴란드의 안과 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Ludoviko Lazaro Zamenhof, 1859~1917) 박사가 창안한 국제 공용어이다.

에스페란토 창안의 배경

자멘호프는 유럽의 아홉 개 언어에서 공통점과 장점만을 뽑아내 예외와 불규칙이 없는 문법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에스페란토를 창안했다.
에스페란토는 에스페란토 운동이 시작된 초기에 사용했던 자멘호프의 필명으로 ‘희망하는 사람’을 뜻하며, 후일 이 언어의 이름이 되었다. 에스페란토는 ‘1민족 2언어 원칙’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서는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에스페란토 보급과 활용

중국, 바티칸, 폴란드, 오스트리아, 쿠바 등 11개국에서 단파 및 위성방송을 통해 매일 수차례씩 에스페란토 국제 방송을 하고 있다.

매년 유럽과 다른 지역을 번갈아 가면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언어와 인종이 다른 1천 5백~2천여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각 대륙별 대회와 국가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10월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주최로 한국에스페란토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외국어대학교, 단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간략한 소개


이 책에는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의 사상의 정수를 담은 연설문과 논문, 서신들이 수록되어 있다.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내려줄 것이다. 폴란드의 안과의사 자멘호프가 1887년에 에스페란토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자멘호프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상가였을까? 창안 당시의 에스페란토 활동은 어떤 양상을 띠었을까? 창안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이 언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마침내 자멘호프의 사상가적 면모와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자멘호프는 유소년 시절 언어와 종족·문화적 차이로 인한 종족 간의 다툼과 반목을 겪으면서 국제어를 통한 소통과 화해를 꿈꾸게 되었고, 김나지움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에스페란토 창안 작업은 1887년 결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직면한 현실은 냉혹했다. 에스페란토가 발표되기 8년 전 발표된 첫 국제어 볼라퓌크는 바벨탑 이래 공용어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의 호응으로 활화산처럼 타오르다 그 불꽃이 꺼져가고 있었지만 볼라퓌크 지지자들은 두 개의 공용어를 원하지 않았다. 에스페란티스토들은 볼라퓌크보다 간편하고 쉬운 점에 환호하면서도 자멘호프의 추상적 이념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 책에 번역된 자멘호프의 논문, 연설문, 편지 등은 이런 다양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쓰였다.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주장과 내용이 그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제어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오늘날 커다란 설득력을 갖는다.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가 있다면』 상세한 소개


언어가 달라 소통하지 못한다는 기막힌 현실

자멘호프는 “지구의 주인이자 세계 지성의 가장 높은 대표자들이면서 또 수천 년 동안 이웃하며 살아온 반신의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웃해 살았다는 사실”을 후세들은 믿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절차와 규격에 따라 온갖 상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며 장애물을 하나하나 제거해가는 시대에, 언어 차이라는 장벽은 어째서 그토록 공고한 것일까? 자멘호프를 따라 질문해보자.

자멘호프의 말처럼 언어가 다른 사람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멘호프에 따르면 “문명화된 다수의 사람을 위해 이미 오래전에 단일한 규칙, 알파벳, 음악 부호들을 도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합의하는 공통의 언어를 상호 교류를 위해 도입하여 어릴적부터 교육한다면, 그리하여 인류 모두가 그 언어에 능통해질 수 있다면, 언어 장벽은 과거의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각종 인터넷 언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듯이 말이다.

공통어, 국제어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창안 당시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에스페란토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멘호프는 마치 후대의 사람들인 우리가 에스페란토에 갖게 될 편견을 예상이라도 하듯이 모든 의문과 비판들에 조목조목 답하고 있다.

자멘호프와 동시대에 살았던 일부 사람들은 “인공적으로 창안된 국제어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보면서 인공적인 국제어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창안 이후 에스페란토의 미래상에 깊이 공감한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이 언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에스페란토로 문학작품들을 쓰고 번역했으며, 각지에서 협회들을 만들고, 여러 차례 국제에스페란토대회를 개최했다. 자멘호프는 당대의 에스페란토들과 호흡하면서 자신이 만든 언어가 실제 소통수단으로 성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에스페란토의 필요성과 성공가능성을 확신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었다.

국제어가 민족어를 말살시킬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어가 민족어를 말살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자멘호프에 따르면 현실은 그와 반대인데,
국제어는 민족어를 말살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민족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 때문에, 자신의 모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19세기 후반 자멘호프의 진단이었다. 마치 모두가 국제패권어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모두
단 하나의, 아주 배우기 쉬운 공용어만을 배운다면 외국어 학습의 필요는 사라지게 된다. 평생을 학습해도 결코 “원어민”과 같은 실력을 갖출 수 없고 영원히 “외국인”이어야 하는 영어와 불어, 일어, 중국어를 배우는 대신, 전 인류가 단 하나의, 매우 배우기 쉬운 국제어만 배우는 것으로 국제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자멘호프의 예상으로는 우선 외국어를 배워야 할 시간에 민족어를 더 풍부하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민족어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하나의 국제어로 모든 국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기후위기 같은 국제적인 이슈를 해결할 때도 지금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번역에 들어가는 모든 노동을 생각해보라!)

그래서 자멘호프는 다음과 같이 자신있게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짧지만 학문은 광범위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배우기 위해 우리의 짧은 삶에서 아주 일부, 즉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를 투자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귀중한 시기의 중요한 부분을 다른 언어를 배우기 위해 비생산적으로 소모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제어 덕분에 현재 언어를 배우려고 비생산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을 실질적이고 실험적인 학문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면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인류 역시 상상할 수 없는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에스페란토는 배우기 쉽다

러시아의 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는 에스페란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스페란토 문법, 사전 그리고 에스페란토로 쓰인 글을 받은 후, 혼자 공부한 지 두 시간이 채 안 돼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자유롭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에스페란토는 배우기 쉬웠다.”

에스페란토는 전체 문법이 16개의 짧은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멘호프에 따르면 문법 규칙을 모두 배우는 데 드는 시간은 30분이다. 또한 에스페란토의 문법은 다른 언어와 달리 예외가 없기 때문에 “원어민”만 아는 예외를 알지 못해 버벅대는 “외국인”이 될 가능성이 원천 제거된다. 또 “에스페란토에서 모든 단어는 전치사 및 다른 모든 단어와 조합할 수 있는 완전하고 무한한 자유”를 갖고 있다. 몇 개의 전치사와 접사만 습득해도 그것을 활용해 여러 개의 단어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좋다(bona)라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 반대의 의미를 갖는 접두사 ‘mal’을 붙여 나쁘다는 뜻의 malbona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 식이다.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사용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에스페란토와 언어의 평등

자멘호프에 따르면, 에스페란토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예컨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과 유치원 때부터 조기교육으로 영어를 배운 한국인이 서로 소통할 때조차도 사라지지 않는
언어적 불평등을 뿌리채 제거하는 것이다. 에스페란토를 통하면 그 누구도 외국인이 되지 않고 서로 평등한 조건 속에서 국제어로 소통할 수 있다. 자멘호프는 “어떤 두 사람의 상호 이해가 실질적으로 두 사람을 연결할 수 있게 하려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평등하다고 느껴야” 한다고 썼다. 오늘날 누가 에스페란토를 배우겠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영어가 국제패권어로서 비영어권 사용자들의 신체통제(혀수술 등)로까지 보이지 않는 칼날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여전히 에스페란토의 평등이라는 이상에 공감하며 에스페란토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언어적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영어만을 국제소통의 유일한 방안으로 여기는 통념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Ludoviko Lazaro Zamenhof, 1859~1917)

국제어 에스페란토 창안자. 폴란드(당시 러시아 제국) 비알리스토크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언어적·정치적 불평등으로 인해 민족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쉽게 배워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국제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878년 김나지움 재학 중 에스페란토의 초기 형태인 린그베우니베르살라를 완성했지만 주위의 반대와 조롱을 우려해 발표를 미루고 모스크바와 바르샤바에서 의학을 공부해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1887년 7월 에스페란토를 완성하고 한 달 후 장인이 될 실베르닉크의 도움을 받아 후일 『제1서』로 불리게 되는 에스페란토 교재를 러시아어로 출판했다. 1901년에는 자신의 철학적·종교적 신념을 체계화하여 “인류인주의”의 초기 형태인 “힐렐주의”를 발표했다. 1905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1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계기로 에스페란토의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저술 및 문학작품 번역에 전력을 기울이다 1917년 바르샤바에서 심장병으로 별세했다. 평생의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클라라와의 사이에 아담, 조피아, 리디아 세 자녀를 두었다. 에스페란토 관련 논문 외에도 “Mia penso”, “La Espero” 등의 에스페란토 창작 시와 셰익스피어의 『햄릿』, 괴테의 『이피게네이아』, 『구약성서』 등 다수의 문학작품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했다.


옮긴이
최만원 (Choi Man-Won, 1965~ )

5·18 광주민중항쟁을 직접 목격한 후 대학생활을 여느 학생들처럼 아스팔트 위에서 보냈고, 그 와중에 에스페란토를 접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특히 토지개혁, 대약진운동 등 정치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귀국 후 광주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와 사회활동을 함께하고 있고, 최근에는 에스페란토를 통한 한-중-일의 국제연대에 관심을 갖고 일하면서 틈틈이 중국과 에스페란토 관련 서적을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오쩌뚱 스탈린과 조선전쟁』(선인, 2010), 『위험한 언어』(갈무리, 2013), 『중국의 신사계급』(갈무리, 2019)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자멘호프와 에스페란토


인류가 생산한 지식 일부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다양한 국제대회를 개최하지만 이런 국제대회는 얼마나 형편없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이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실질적인 유용함을 위해 무엇인가를 듣고 싶은 사람도,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의견 교환을 하려는 사람도 아니며 단지 몇몇 언어로 잡담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뿐 입니다.

― 1장 국제어 이념의 본질과 미래, 25쪽


그 어떠한 물질적·정신적 주인도 없으면서, 모든 사용자의 완전히 자유롭고 평등한 소유물인 이 언어는, 사용자들이 단지 개별적인 야망을 위해 공동의 동의 없이 이 언어를 파괴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것만을 요구합니다.

― 3장 종족과 국제어, 125쪽


만약 우리가 이런 노력을 통해 인류에게 공통의 언어를 선물할 수 있다면, 우리의 어떤 희생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아주 적은 노력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가치가 있다. 내가 지금 독자 여러분께 제시한 것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헌신의 결과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도 이 제안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이 소책자를 끝까지 주의 깊게 읽어 주길 희망한다.

― 6장 『제1서』 서문, 184쪽


내가 지금 모든 개인적인 특권을 포기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넘겨주는 이유는, 위선적인 겸손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어 사업이 규칙적이고 빠른 속도로 확장하지 못하고, 한 사람에 의지해 항상 그가 저지른 잘못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깊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좋은 것이 나쁜 것을 점점 밀어내는 활력 넘치는 경쟁적인 작업만이 실질적으로 유용하고 생존 가능한 국제어를 만들 수 있다.

― 7장 『제2서』에 대한 보충, 201쪽


나는 어려서 비아위스토크에 살면서,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서로 분열시킨 이질성을 고통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좋아질 것을 꿈꿨습니다.

― 9장 <제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34쪽


나는 모든 사람을 오로지 (평등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모든 사람을 그 사람의 개인적 가치와 행동으로 판단한다. 나와 다른 종족이나 언어, 종교 또는 다른 사회 계급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탄압하고 공격한다면, 나는 그러한 행위들이 야만적이라고 판단한다.

― 부록 2. 인류인주의 선언, 289쪽



목차


1장 국제어 이념의 본질과 미래 7
2장 보로프코 씨에게 보낸 편지 92
3장 종족과 국제어 107
4장 미쇼 씨에게 보낸 편지 128
5장 에스페란토와 볼라퓌크 138
6장 『제1서』 서문 180
7장 『제2서』 에 대한 보충 190
8장 <제1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15
9장 <제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31
10장 <제3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연설문 246
11장 자멘호프의 마지막 회고 264

부록 : 인류인주의에 대한 자멘호프의 문헌들
1. 힐렐주의 교리 269
2. 인류인주의 선언 286
3. 에스페란토주의의 본질에 대한 선언 298

옮긴이 후기 302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연보 309
수록 글 출처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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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1930년대 격변기 중국 청년세대의 호소와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봄 속의 가을'은, 작가 바진의 나이 28세 때인 1932년에 씌어졌다. 바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의 '가을 속의 봄'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접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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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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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2013)

국제공통어의 이상을 실현하고 인류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폴란드의 라자로 자멘호프에 의해서 1887년에 창안된 에스페란토(Esperanto)의 100여 년의 역사를 객관적 소개와 명확한 문체, 그리고 풍부한 자료들에 근거해 서술한 역작이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패권어의 이상을 지향한 좌우파 세력으로부터 에스페란토는 억압받고 배제당하고 고립되었다. 이러한 에스페란토의 고난과 희망, 그리고 국제공통어 창조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2019.08.26 |


보도자료


중국의 신사계급

China’s Gentry : Essays on Rural-Urban Relations



고대에서 근대까지 권력자와 민중 사이에 기생했던 계급

중국 사회학과 인류학의 거장 페이샤오퉁의 대표작

수천 년의 봉건제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후
중국 지식인들이 고민한 새로운 시대는 어떤 것이었는가?

중국 사회의 하층 통치계급으로서 적극적인 정치적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신사(绅士, Gentry)에 대한 비판적 고찰



지은이  페이샤오퉁  |  옮긴이  최만원  |  정가  16,000원  |  쪽수  264쪽

출판일  2019년 8월 26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Potentia, 카이로스총서 59

ISBN  978-89-6195-213-2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30219

도서분류  1. 사회학 2. 인류학 3. 중국문화 4. 중국사 5. 역사

보도자료  중국의신사계급-보도자료-ver.2.hwp 중국의신사계급-보도자료-ver.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신사는 하나의 특권계층으로서 절대로 혁명적이지 않으며, 질서와 안전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그들은 스스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대신 황제의 자비에 복종함으로써 안전을 보장받았으며, 동시에 황제가 요구한 부담을 비교적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는 중산계급이 선두에서 이끌었는데, 중국과 서구가 교류를 시작할 때 중국의 중산계급은 보수적인 신사였다. 그들에게 생산은 농민들의 몫이고, 그것은 저급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신사들의 적극성은 오랜 기간 동안 억제되었다.



『중국의 신사계급』 간략한 소개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사회 인류학자이자 중국 사회학의 비조인 페이샤오퉁(費孝通, 1910~2005)은 『중국의 신사계급』에서, 중국에서 중앙집권제가 설립된 기원전 3세기부터 민국시대 초기까지 ‘지식’이라는 특수한 기능을 독점한 신사계층의 역할과 그 변천 과정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페이샤오퉁이 보기에 신사 계급은 지식인이면서 하급 관리로서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럽에서 신사계층이 사회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것과는 반대로 절대 권력자와 민중 사이에서 오로지 자신과 그 일족의 안녕과 부를 지키기 위해 기생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이 책에서는 자기 주변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급급할 따름이었던 신사계급에 대한 저자의 통렬한 비판과 애증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신사계급』 상세한 소개


신사(gentry, 紳士)

‘신사’는 중국에서 고대부터 중화민국 초기에 이르는 시기까지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지주나 퇴직 관리를 지칭한다. 신사계급은 경우에 따라서는 사대부(士大夫)로 불리기도 했고 일부는 관리나 학자가 되기도 했던 사람들이다.

이 책의
1장 「신사와 황권」은 중국 전통사회의 정치구조 속에서 신사의 지위가 어떠했는지를 분석한다. 페이샤오퉁은 중국의 ‘전통사회’를, “봉건제도가 붕괴한 후부터 기원전 200년 직전까지, 중앙집권적 군주의 권력 아래 제국이 통일된 시기”로 정의한다. 중국 전통사회에서는 일가족이나 친족집단이 구성원 중 한 명이 과거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가 관료가 되면 모든 가족이 그에게 의지하는 일이 흔했다. 따라서 관료들의 커다란 역할 중 하나는 조정에 들어가 특권과 부를 획득하여 자기 친척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이었다. 친족 집단에 대한 책임을 완수한 후에는 퇴직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지주로서 경제권력을 행사하면서 “통통하게 살이 쪄서 안락한 생활을 즐기는 것”(43쪽)이 그들의 최상의 목표였다고 페이샤오퉁은 쓴다. 이런 사람들이 페이샤오퉁이 말하는 신사이다.

중국에서는 왜 중간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없었을까?

페이샤오퉁은
2장 「학자, 관리가 되다」에서 서구의 정치사를 염두에 두는 듯하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봉건체제에서는 귀족계급이 통치권을 갖고 있었고, 군주제에서는 황제가 통치권을 갖고 있었다. … 왜 중국에서는 귀족계급이 부활하지 못했을까? 또는 자산(資産) 계급인 중간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왜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신사계급의 정치의식에 있다고 저자는 본다.

신사계급의 정치의식을 이해하려면 “중국의 군주제에 가장 적합한 사상이었던” 유가 사상의 발전 과정에 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특히 전제 군주에 대한 신사계급의 태도를 설명해 주는 중국의 중요한 정치철학 개념으로 저자는
‘도통’(道統)을 든다. 그러면서 후대 학자들에 의해서 도통 개념에 공자의 이름이 붙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추적한다. 도통은 유가사상의 계보에 대한 학설인데, 저자가 보기에 이 개념의 발전은 ‘학자-지식인’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출현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국 전통사회에서 ‘학자-지식인’들은 정치권력은 없지만 윤리체계를 제시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권력을 제한하려고 했다.

도통 체계는 신사계급의 정치활동의 규범으로서 그들의 윤리체계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 신사들은 공자를 ‘도’의 창시자로서 영웅화하였는데 공자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들을 윤리적 권위를 지닌 신성한 권력자로 만들고 싶어 했다. 저자는 공자에 대한 전설에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변화를 ‘윤리권력과 정치권력의 분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자의 후예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윤리권력을 적극 행사하여 “신의 권능으로 군주를 통제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였다. 군주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스스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황제에게 투항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역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학자들은 황제들을 옹호하는 어용이 되어갔다. 그래서 페이샤오퉁에 따르면 “전통 중국의 권력 구조에서 확실히 신사는 투쟁적이지 않은 구성 요소였다.”

20세기 초 중국의 사회적 혼란과 빈부격차

이 책은 크게 보아
두 개의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지식인과 전통 중국의 신사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과 도시의 관계이다. 이 책의 4~7장과 보론 「농민과 신사」는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서구와의 접촉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사회의 전통적인 경제구조가 해체되는 과정이 보론에서 자세히 분석된다. 농민들의 생존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던 전통 수공업이 산업화와 더불어 쇠퇴하면서 농민들의 생활은 속수무책으로 점점 더 비참해져 간다. 그 와중에도 소작료를 받으면서 “한가한” 명망과 특권을 누리고 사는 신사들의 생활상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 전통사회의 지식인 계층인 신사계급은 명예와 특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변화의 동력이 되기보다는
사회변화를 저지하는 안전판으로 기능했다고 저자는 책의 여러 곳에서 힘주어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은 누구인가? ‘지식’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사회의 미래지향적이고 보편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지식인이 되고 또 어떻게 지식을 활용할 것인가? 이는 페이샤오퉁의 책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이기도 하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페이샤오퉁 (費孝通 , 1910~2005)

중국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민족학자. 중국 동부 양쯔강 하류의 장쑤성에서 태어났다. 의예과에 입학했으나 인간의 질병보다 사회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빈곤이 더 큰 고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베이징대학의 전신인 옌징대학에서 사회학을 다시 공부한 후 1936년부터 1938년까지 영국의 런던정경대학에서 중국 농민의 생활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윈난대학, 옌징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중국의 사회학 및 인류학의 학문적 기초를 세우는 데 매진하면서, 동시에 국민당과 공산당의 권력투쟁으로 혼란스러운 중국사회의 통합을 위해 중국민주동맹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반우파운동 과정에서 학계의 우파로 비판받아 한때 고초를 겪었지만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복권되어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 연구소장, 중국민주동맹주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부주석,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광시 지역 현지조사 과정에서 사고로 첫 부인과 사별한 후, 귀국 후 1939년 재혼한 멍인과 평생을 함께했다. 대표작인 『중국의 신사계급』(갈무리, 2019), 『鄕土中國』(1948), 『中華民族多元一體格局』(1989) 등을 비롯해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다. 2005년 94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베이징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옮긴이
최만원 (Choi Man-Won, 1965~ )

5·18 광주민중항쟁을 직접 목격한 후 여느 학생들처럼 대학생활을 아스팔트 위에서 보냈고, 그 와중에 에스페란토를 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특히 토지개혁, 대약진운동 등 정치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귀국 후 광주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와 사회활동을 함께하고 있고, 최근에는 에스페란토를 통한 한-중-일의 국제연대에 관심을 갖고 일하면서 틈틈이 중국과 에스페란토 관련 서적을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오쩌뚱 스탈린과 조선전쟁』(선인, 2010), 『위험한 언어』(갈무리, 2013)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중국 전통사회와 신사계급의 실제


“중국은 새로운 지도자와 개혁을 원한다.” 이것이 이 책 『중국의 신사계급』의 결론이다.

― 중국어판 옮긴이 서문, 21쪽


봉건체제에서는 귀족계급이 통치권을 갖고 있었고, 군주제에서는 황제가 통치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왜 중국에서는 귀족계급이 부활하지 못했을까? 또는 자산 계급인 중간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가 왜 존재하지 않았을까?

― 2장 학자, 관리가 되다, 57쪽


현재 전통 중국 사회에서 하나의 계급으로서의 지식인은 기술 지식을 갖지 못한 계급이다. 그들은 역사에 대한 지혜, 문학적 소일(消遣) 및 자신의 예술적 재능의 표출에 기초해 권력을 독점했다.

― 3장 신사와 기술지식, 106쪽


중국의 전통 정치과정을 살펴보면 한편으로는 윤리이념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통제를 시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체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중앙정부의 권력이 기층 민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겉돌게 하는 것이었다.

― 4장 중국 농촌의 기본 권력구조, 113쪽


대외통상항구에서 발전한 중국의 근대도시는 전통적인 도읍, 즉 시장이 서거나 군대가 주둔한 도읍 등의 유형과 다를 뿐 아니라 서양의 근대적 대도시와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중국의 도시화를 주창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시로서의 상하이가 뉴욕이나 런던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도시와 서구의 대도시 사이에는 실제적이면서도 매우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은 커다란 오해에 불과하다.

― 5장 시골, 읍, 도시, 145쪽


신사들의 이상은 관청의 비호 아래 한가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생산은 농민들의 몫이고, 그것은 저급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신사들의 적극성은 오랜 기간 억제되었다.

― 보론 : 농민과 신사, 236쪽



목차


한국어판 옮긴이 서문 6
중국어판 옮긴이 서문 10

1장 신사와 황권 25
2장 학자, 관리가 되다 45
3장 신사와 기술지식 86
4장 중국 농촌의 기본 권력구조 108
5장 시골, 읍, 도시 128
6장 농촌의 생계수단 : 농업과 가내수공업 150
7장 농촌 지역사회의 사회적 부식 172

보론 : 농민과 신사 ─ 중국의 사회구조와 그 변화 195
페이샤오퉁 연보 257
인명 찾아보기 259
용어 찾아보기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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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1930년대 격변기 중국 청년세대의 호소와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봄 속의 가을'은, 작가 바진의 나이 28세 때인 1932년에 씌어졌다. 바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율리오 바기의 '가을 속의 봄'은 1931년에 발표되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접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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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2019.07.21 |


보도자료


네트워크의 군주

Prince of Networks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현대 철학의 ‘사변적 전회’를 선도한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만나는 풍경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

브뤼노 라투르를 현대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설득력 있게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화를 넘어서는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인류세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철학으로 제시한다.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  옮긴이  김효진  |  정가  27,000원  |  쪽수  512쪽

출판일  2019년 7월 22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58

ISBN  978-89-6195-211-8 93100  |  CIP제어번호  CIP2019025631

도서분류  1. 철학 2. 과학 3. 인문학 4. 과학철학

보도자료  네트워크의군주-보도자료-최종.hwp 네트워크의군주-보도자료-최종.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라투르는 우리가 수많은 복잡한 기술적 객체에 관해 언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리고 G. W. 라이프니츠 같은 그의 주요한 후예들의 중대한 한계를 넘어서는 실재론을 위한 도구를 제공합니다. 이런 이전의 실재론적 철학자들은 실재적 객체의 탄생지로서의 “자연”에 너무 매료되었던 한편, 그들(특히 라이프니츠)은 인간의 기술을 거쳐 구성되는 기계 같은 객체들을 사이비객체 또는 한낱 집합체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라투르는 비행기와 슈퍼컴퓨터, 지구의 기후 같은 객체들을 다룰 수 있는 철학적 실재론, 즉 인간들이 점점 더 대처할 수밖에 없는 기묘한 새로운 객체들을 고려하면 절실히 필요한 개선책에 대한 희망을 제공합니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중에서



『네트워크의 군주』 간략한 소개


『네트워크의 군주』는 브뤼노 라투르를 명확히 철학자로 여기면서 고찰하는 첫 번째 저작이다. 1부는 형이상학에 대한 기여도가 과소평가된 라투르의 공헌을 드러내는 네 권의 핵심 저작, 즉 『비환원』과 『과학의 실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판도라의 희망』을 다룬다. 하먼은 라투르가 현대철학의 중심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라투르의 대단히 독창적인 존재론을 행위소와 비환원, 번역, 동맹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2부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통찰을 요약하면서 그에게 최초의 ‘세속적 기회원인론자’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적’ 시각에 따라 라투르가 행위소의 불가해한 자율적 실재를 희생하고서 그것의 관계적 특질에 집중한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하먼과 그의 공모자들이 구상한 사변적 실재론이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만나는 놀라운 접점을 형성한다. 이 책은 오래 이어진 탈근대주의적 시기 이후 인문학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추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것이다.

* 라투르 철학에서 번역(translation)이란 어떤 의미인가?

“한 사물을 다른 한 사물과 연결하는 수단은 번역이다. 스탈린과 주코프가 스탈린그라드에서 포위 작전을 명령할 때, 이 명령은 온 공간에 널리 알려지고 참여 행위자들이 투명하게 복종하는 순수한 지시가 아니다. 오히려 방대한 매개 작업이 일어난다. 참모들이 대축척 지도들을 보면서 나중에 국지적 층위에서 별개의 소대 명령들로 번역될 세부 계획들을 수립한다. 그다음에 장교들이 그 명령들을 전달하는데, 이때 각각의 장교는 독자적인 수사적 표현과 자신이 병사들과 맺고 있는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최종적으로 번역하려고 각각의 병사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자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매개자는 자기 주인에게 야자수 잎으로 부채질하는 아첨꾼 내시가 아니라, 언제나 독자적인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여 실재의 한 지점에서 그다음 지점으로 힘을 번역한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라투르의 지침이 되는 격률은 티끌만 한 하찮은 실재에도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네트워크의 군주』, 29~30쪽)



『네트워크의 군주』 상세한 소개


인류세 시대, 근대화에서 생태화로 의제를 전환해야 한다.

현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 시대, 라투르의 표현을 빌리면 ‘새로운 기후 체제’는 이른바 ‘가이아의 복수’로 인한 인류 문명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묵시록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비극적 체제 전환의 표층적 원인은 서구에서 태동하여 지구화를 이룬 ‘화석 자본주의’임이 틀림없지만, 라투르가 보기에, 이 사태에 대한 심층적 원인은 ‘자연의 이분화’ 관념, 즉 세상을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로 분할하는 관념에 기반을 둔 서양의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세계상이다. 이렇듯 서구 근대화 모형이 자체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이 국면에, 애초에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고 어디까지나 세계는 인간 행위자들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얽힌 행위자-네트워크라는 라투르의 생태(관계)적 통찰이 비근대적 세계상을 구성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네트워크의 군주』의 저자인 하먼은 포착한다. 라투르는 근대주의자가 아닌데, 그렇다고 전근대주의자도 아니고 탈근대주의자도 아니며, 차라리 비근대주의자다. 이 책은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세계 모형이 함축하는 생태적이고 혁신적인 형이상학적 체계를 탈인간중심적인 비근대주의적 관점에서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관계를 맺으면 서로 ‘번역’할 수밖에 없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 ‘부각’하는 ‘객체들의 민주주의’라는 라투르의 구상은 하나의 정합적이고 생태적인 세계상을 낳는다.

행위자-네트워크 모형은 ‘객체들의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 제1원리는 ‘비환원의 원리’“아무것도, 저절로, 무언가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환원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행위자 또는 객체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추고 있기에 존재론적으로 평등한 ‘객체들의 민주주의’라는 세계상이 제시된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그렇듯, 모든 객체가 똑같이 강한 것은 아닌데, 객체의 강함은 ‘동맹’ 관계를 맺음으로써 향상된다. 여기서, 『네트워크의 군주』라는 이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마키아벨리가 즉시 연상되겠지만, 라투르가 마키아벨리주의자가 아닌 이유는 ‘동맹의 원리’를 인간의 권역을 넘어 비인간 행위자들을 포함하는 세계 전체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라투르는 인간 객체들과 비인간 객체들에 모두 같은 자격을 부여하면서 각각의 객체는 다른 객체들과 맺은 관계의 네트워크라고 주장함으로써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것은, 나중에 라투르가 ‘좌익-우익’이라는 인간본위적인 근대적 정치 틀 대신에 ‘상익-하익’이라는 생태본위적인 정치 틀을 제시하면서 생태화를 지향하는 독자적인 정치철학을 전개하는 근거가 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객체지향 철학은 관념론에 반대한다.

그레이엄
하먼은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현대 철학의 신흥 운동을 선도한 네 명의 철학자1) 중 한 사람이다. 각기 다른 세계상을 제시하는 이 철학자들을 함께 묶는 끈은 이들이 모두 세계는 인간의 마음과 관련하여 존재할 뿐이라는 관념론의 일종인 ‘상관주의’에 반대하는 실재론을 견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하먼은 인간과 객체의 관계에서 인간에게 현시되는 ‘감각적 객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실재적 객체’를 분리함으로써 객체의 실재성을 긍정한다. 다시 말해서, 지도는 영토가 아니고, 영토는 지도와 별개로 존재한다. 더욱이 하먼은 인간-객체의 관계 양상을 객체-객체의 관계 양상으로 확대하여 보편함으로써 객체지향 철학의 일반 원리를 제시한다. 이처럼 세계는 자율적인 실재성을 갖춘 객체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실재적 객체는 다른 객체들의 네트워크 또는 조립체라는 세계상을 레비 브라이언트가 객체지향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 OOO)으로 지칭한 이후에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OOO로 공표하게 된다. 그리하여 실재적 객체로서의 지구는 인간과 독립적인 감응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인간 활동에 의한 자극이 어떤 임계를 넘어서면 가까스로 유지된 생태(관계)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제어할 수 없는 파국적인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바로 인류세 시대에 객체지향 철학이 갖는 의의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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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 브라지에, 이에인 해밀턴 그랜트, 그레이엄 하먼, 퀑탱 메이야수.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명칭은 2007년 4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연원한다. (참조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Speculative_realism)



각 장의 핵심 내용


이 책은 두 가지 작업을 한 권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부 「라투르의 형이상학」에서 하먼은, 부제목이 밝히는 대로 라투르의 초기 저작 네 권을 행위자-네트워크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읽어내면서 브뤼노 라투르를 ‘객체들의 민주주의’와 ‘세속적 기회원인론’을 표방하는 형이상학 철학자로 제시한다.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2부 「객체와 관계」에서 하먼은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배경으로 삼고서 라투르의 관계주의적 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모형을 경유하여 하먼 자신의 실재론적 형이상학을 소개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브뤼노 라투르를 형이상학 철학자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와 더불어 라투르를 경유하여 하먼의 객체지향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공히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1장 「비환원」에서는 『프랑스의 파스퇴르화』라는 저서에 별개의 부록으로 붙은 『비환원』이라는 소책자를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 철학적 원리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읽어낸다. 여기서 라투르 형이상학의 네 가지 근본적인 개념, 즉 행위자와 비환원, 번역, 동맹이 종합적으로 논의된다. 요컨대, 세계는 행위자들의 긴 목록이고,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이며, 게다가 각각의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로 환원될 수 없기에 객체들의 관계는 번역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객체의 강함은 동맹의 구성에 의존한다는 점이 제시된다.

2장 「과학의 실천」에서는 『과학의 실천』이라는 저서에 담긴 철학적 함의가 블랙박스와 원격작용이라는 두 가지 형이상학적 개념을 통해서 분석된다. 여기서, 이 두 개념의 문자적 의미가 나타내는 대로, 행위자 또는 객체들은 모두 서로에게 외부적이고 자율적이라고 여기는 세계상, 즉 ‘객체들의 민주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투르의 존재론이 도출된다.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라투르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이고 어쩌면 그의 가장 뛰어난 저작”인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를 근대성과 준객체라는 개념에 비추어 읽어낸다. “우리가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는 이유는 우리가 결코 인간과 세계를 정화하는 이분화를 실행한 적이 정말로 없기 때문이다”라는 라투르의 주장이 실재론적 통찰로 이어진다. 만약, ‘자연의 이분화’라는 근대적 이념을 받아들인다면, 근대 세계는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혼성물, 즉 준객체가 넘쳐나는 기묘한 세상일 것이다.

4장 「판도라의 희망」에서는 순환 준거라는 개념과 관계의 실재론이 다루어지고, 라투르와 소크라테스 사이의 유사성이 논의된다. 하먼의 독법에 따르면, “라투르의 민주주의에 대한 옹호는 플라톤의 분명한 반민주주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가 구현하는 것과 같은 유형의 유식한 무지를 옹호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5장 「라투르의 공헌」에서는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함축하는 형이상학적 입장이 현대 철학에 기여한 공헌이 검토된다. 하먼이 보기에, 라투르는 서로 물러서 있는 객체들이 관계를 맺으려면 그 관계를 매개하는 매체로서 특정한 객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속적 기회원인론자’이고, 이른바 ‘대리적 인과관계’를 정초하는 철학자다.

6장 「의문들」과 7장 「객체지향 철학」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형이상학을 발판으로 삼으면서 라투르의 철저한 관계주의를 의문시하고 수정함으로써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을 전개한다. 여기서 하먼은 라투르를 직접 비판하는 대신에 ‘과장법적 독법’을 통해서 라투르의 철학적 풍경에서 빠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검토한다. 마침내 하먼은, 세상은 ‘실재적 객체’와 ‘감각적 객체’, ‘실재적 성질’과 ‘감각적 성질’ 사이에 맺어지는 긴장 관계가 펼치는 파노라마라는 ‘네겹 객체’ 모형을 자신의 객체지향 철학으로 소개한다. 더욱이, 상관주의를 다룬 『유한성 이후』라는 책으로 유명한 퀑탱 메이야수의 견해를 라투르와 하먼 자신의 관점들과 관련지어 상세히 논의하는 부분뿐 아니라 철학적 글쓰기 스타일을 다룬 부분도 꽤 흥미롭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Graham Harman, 1968~ )

미합중국 아이오와 출신의 철학자이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남가주 건축대학교(SCI-Arc) 철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에 시카고의 드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00년부터 최근까지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현대 철학의 사변적 실재론 운동을 선도한 핵심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데거와 라투르를 기반으로 하여 객체의 형이상학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발전시킨 객체지향 존재론(OOO) 덕분에 『아트 리뷰』(Art Review)에 의해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도구-존재: 하이데거와 객체의 형이상학』(Tool-Being: Heidegger and the Metaphysics of Objects, 2002), 『네트워크의 군주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Prince of Networks: Bruno Latour and Metaphysics, 2009; 갈무리, 2019), 『네겹 객체』(The Quadruple Object, 2011), 『기이한 실재론: 러브크래프트와 철학』(Weird Realism: Lovecraft and Philosophy, 2012), 『브뤼노 라투르: 정치적인 것의 재조립』(Bruno Latour: Reassembling the Political, 2014), 『비유물론: 객체와 사회 이론』(Immaterialism: Objects and Social Theory, 2016), 『객체지향 존재론: 새로운 만물 이론』(Object-Oriented Ontology: A New Theory of Everything, 2018), 『사변적 실재론 입문』(Speculative Realism: An Introduction, 2018) 등이 있다.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다. 『사물의 풍경』이라는 블로그에 관련 글을 소개하고 있다.



추천사


『네트워크의 군주』는 라투르의 작업의 형이상학적 토대를 놀랍도록 유창하게 해설하는 책이다. 이 책은 라투르 입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라투르의 작업에 대하여 능숙하고 날카로운 해석뿐 아니라 예리한 하이데거적 비판도 제시한다. 마침내 누군가가 라투르를 깊이 고찰하고 비판하였다. 나는 라투르의 작업에 대한 토대를 이 책보다 더 강력하고 예리하며 명쾌하게 분석하는 책을 상상할 수 없다.

― 루카스 D. 인트로나 (랭커스터 대학 교수)


하먼은 들뢰즈가 푸코에 대해서 한 일을 브뤼노 라투르에 대해서 한다. 하먼은 라투르의 인상적인 사회학적 분석을 상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철학자로서의 라투르에게 접근하면서 당대의 사상을 다음 세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실재론적 객체지향 형이상학을 제시한다. 그다음에 대단히 독창적이고 대담하며 창조적인 두 명의 철학자가 견지하는, 객체지향 철학의 동조적이지만 경쟁적인 성향들을 둘러싸고 생생하고 생산적인 논쟁이 벌어진다. 요컨대 하먼은 현대의 철학적 사유에 큰 영향을 미칠 운명에 있는 텍스트를 제공한다.

― 레비 R. 브라이언트 (콜린 칼리지 교수)



책 속에서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한쪽에는 베르그송과 들뢰즈 같은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일반화된 생성이 특정한 존재자로의 어떤 결정화보다도 선행한다. 다른 한쪽에는 화이트헤드와 라투르 같은 저자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존재자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것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존재자는 즉시 사라진다.

― 서문, 18쪽


패자는 인간 동맹자, 자연적 동맹자, 인공적 동맹자, 논리적 동맹자, 생명 없는 동맹자를 자신이 승리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할 만큼 충분히 모으지 못한 행위자다. 행위소는 더 많이 연결되면 될수록 더 실재적인 것이 되고, 더 적게 연결되면 될수록 덜 실재적인 것이 된다.

― 1장 비환원, 40쪽


현재 우리는 두 종류의 물리학, 즉 지상에 대한 물리학과 천상에 대한 물리학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실재, 즉 엄연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실재와 임의적인 사회적 힘에 대한 실재를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 현존하는 것은 오로지 행위소들뿐인데, 이를테면 자동차, 지하철, 카누 칠감, 싸우는 부부, 천체, 과학자는 모두 동등한 형이상학적 지위를 갖는다.

― 1장 비환원, 48쪽


라투르는 ‘과학철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철학 어법으로 작업하는 형이상학자다. 행위소라는 낱말이 즉시 시사하는 대로 행위소가 행하는 것은 행위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이 명제는 행위소가 매번 우연히 관계를 맺는 기성의 본질이 아님을 뜻한다. 행위소는 항상 위기와 논쟁에서 생겨나는데, 그것이 세계 속에 발판을 확립하는 데 성공할 때에만 우리는 탄생의 고난을 무시하면서 마침내 행위소를 매끄러운 블랙박스로 취급한다.

― 2장 과학의 실천, 78쪽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인간을 철학의 중심에 놓고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불가지적 객체들의 집합으로 환원했다면, 라투르가 권하는 것은 반혁명이다. 자연과 문화가 ‘풀릴 수 없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두 개의 각기 다른 영역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128쪽


라투르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독특하고 나쁜 간극을 강화했다고 비난하는 철학들 가운데 하나는 현상학이다. 라투르가 현상학파에 거의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현상학이 오로지 인간-의식에-대한-세계를 다룰 뿐”이기 때문이다.

― 4장 판도라의 희망, 165쪽


라투르 철학의 가장 전형적인 특색은 그것이 모든 크기와 모든 유형의 행위자에게 존엄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중성자는 행위자이고 블랙홀도 행위자이고, 게다가 건물·도시·인간·개·암석·허구적 인물·묘약·부두교 인형도 행위자다.

― 5장 라투르의 공헌, 217쪽


라투르의 물질 비판은 현상학에 대한 하이데거의 공격과 닮았다. 둘 다 경쟁자들이 사물을 그것에 대한 우리의 관념으로 환원한다고 비난하면서 그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라투르와 하이데거 둘 다의 직감은 단단한 객체 모형을 호혜적으로 연결된 사물들의 체계, 즉 네트워크, 도구-체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 6장 의문들, 308쪽


사실상 분석철학자들 중에 명료한 작가는 셀 수 없이 많더라도 훌륭한 작가는 깜짝 놀랄 정도로 거의 없다. 명료성이 곧 생생함은 아니다. 간디를 정확히 복제한 밀랍상이 인도를 제국에서 해방할 수는 없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380쪽


객체는 자신의 내부 부분들과 자신의 외부 영향들 사이에 있는 투명한 철도 교차로의 일종이다. 객체는 기이한 것인데, 요컨대 객체는 성질이나 영향들의 총합으로 결코 교체될 수 없다. 객체는 세계와 맺고 있는 모든 외부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부분들과 맺고 있는 모든 내부 관계와도 따로 있는 실재적 사물이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408쪽


‘형이상학’이라는 낱말의 뜻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 나는 ‘형이상학’이라는 낱말을 포용하기로 선택했다. 이 결정은 실재 자체에 대한 성찰을 지지하고, 따라서 인간-세계 또는 현존재-존재 상관물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여행을 함축한다.

― 7장 객체지향 철학, 482쪽



목차


약어표 6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

서론
런던정경대학 행사 12
서문 15

1부 라투르의 형이상학
1장 비환원 20
2장 과학의 실천 71
3장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123
4장 판도라의 희망 150

2부 객체와 관계
5장 라투르의 공헌 210
6장 의문들 252
7장 객체지향 철학 324

참고문헌 499
찾아보기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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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브뤼노 라투르 지음, 홍철기 옮김, 갈무리, 2009)

이 책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근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던지는 독특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탈근대주의의 근대성 비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라투르가 말하는 근대인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다. ‘하이브리드’의 이해를 통해서만 사회와 자연, 정치와 과학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현재의 정치·사회적 위기와 환경·기술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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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을 향하여』(스콧 프리켈 외 엮음, 김동광 · 김명진 · 김병윤 옮김, 갈무리, 2013)

21세기 들어 과학지식의 생산과 활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고, 상업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또 참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이해하는 것은 과학자나 비과학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는 지적 작업과 지적 재산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도전하고 있으며, 법률적 · 전문직업적 경계를 재구성하고 연구의 실천을 변형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들이 의존하고 있는 권력과 불평등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인간의 건강, 민주주의 사회, 환경에 던지는 함의를 탐색한다.

2019.06.24 |



보도자료


열정과 망상

Passion and Paranoia



학계의 감정문화

통제, 권위로 덮인 학계라는 조직에서 작동되는 여러 감정,
내부자가 되기 위해 따르고 익혀야 하는 느낌 규칙과 감정 관리,
그 속에서 확인되는 구성원들의 관계와 감정의 미시정치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

이 책은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은이  샤를로테 블로크  |  옮긴이  김미덕  |  정가  19,000원  |  쪽수  336쪽

출판일  2019년 6월 21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7

ISBN  978-89-6195-210-1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23771

도서분류  1. 사회학 2. 인문학 3. 정치학

보도자료  열정과망상-보도자료-f-2.hwp 열정과망상-보도자료-f-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이 책은 구조, 감정, 감정 문화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감정 사회학’ 분과에 바탕을 두었다. 학계 생활의 사회-감정적 세계는 상이한 국가적·역사적 뿌리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 세계의 학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대학 기반의 근대 연구 기관의 구조와 문화적 개념을 공유한다. 나는 한국 학계의 감정 문화를 잘 모른다. 그러나 그 공유된 구조와 가치가 유사한 사회-감정적 과정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학계의 감정 문화와 한국의 감정 문화 양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비교·탐구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중에서



『열정과 망상』 간략한 소개


학계 조직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감정 관리를 분석한 책. 저자 샤를로테 블로크는 감정사회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며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의 명예 부교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에 대한 관심이 조직 동학의 중요한 면을 살펴보는 데 얼마나 큰 통찰을 주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덴마크 학계 위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이 사회적 유대와 권력 관계 및 위계, 미시정치와 학계 경력의 편입과 배제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열정과 망상』 상세한 소개


학계는 감정과 무관한 공간일까?

이 책은
“학계는 감정 문화가 부재한 공간인가”라는 질문과 대결한다. 현대 사회에서 학계 또는 대학사회에 대한 통념은, 훈련된 합리적 연구자들로 가득 차 있고, 중립적 시선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뛰어난 학문적 연구성과를 창출해 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50여 명을 인터뷰하여 분석한 학계의 모습은 다르다.
학계에는 자부심, 기쁨, 화, 수치심,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웃음, 시기,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박사과정생들은 지도 교수의 ‘지배력 전시’에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학계에서는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생명줄”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를 두려워한다.(박사과정생의 감정을 다룬 3장의 제목이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이다.) 또 조교수 사회의 감정관리 전략으로 저자는 친하기 정치, 속이기 게임, 복화술 등 세 가지를 언급한다. 조교수는 ‘친하기 정치’를 통해 모든 이와 우호적으로 지내고자 노력하고, ‘속이기 게임’을 통해 마음속의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고 통제와 권위를 전시하고자 하며, ‘복화술’을 사용해 자부심 표현 금지라는 학계의 금기를 우회하면서 자신의 자부심을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포장한다.

학계 구성원들은, 오늘날 어떤 사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듯이 경쟁 속에서 온갖 불안함과 감정에 휩싸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숨기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의 의미

저자가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는
학계의 모습은 “불유쾌하고 독살스러운 직장”이다. 그러나 많은 학계 성원들이 학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학계에 여러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분노, 실망감, 체념, 시기, 슬픔, 좌절감과 함께 연구와 협력에서 나오는 열정, 기쁨, 만족감 등이 있는 것이다.

학계 구성원들은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유머를 활용하고, 동료들과 유머를 공유하며 함께 웃는 순간을 즐거운 순간들로 묘사한다. 또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 동료와의 교우, 학문적인 환경이 주는 영감 등이 학계 생활의 풍요로운 요소라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은 “여러 느낌의 공존”이라는 학계의 감정적 톤을 묘사하는 것이다.

증언자의 시대, 대학사회 내부의 증언모음집이 출간되다

바야흐로 증언자의 시대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는 윤지오, 김용장, 한서희 등이, 해외에서는 줄리언 어산지, 첼시 매닝, 에드워드 스노우든 등의 증언자,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의 용감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은 대학사회 내부의 증언 모음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학계 밖의 사람들은 학계 사람들이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생한 모습들과 갈등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언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김용장은 5.18 광주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폭로하였다. 윤지오와 한서희는 엘리트 권력층과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었다. 줄리언 어산지, 에드워드 스우든과 첼시 매닝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들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이면을 고발하였다. 이 책
『열정과 망상』은 학계에서 다양한 감정이 표현되는 여러 장면을 있는 그대로 우리 눈앞에 상연함으로써 학계가 감정과 느낌으로 흘러넘치는 곳임을 알려준다.

경쟁이 만들어내는 ‘열정과 망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저자에 따르면 최근 전통적인 대학에서 대학의 “현대화” 요구가 급증했는데 그 과정의 “핵심어는 경쟁과 양이다.” 그런데 “모든 수위에서 나타나는
경쟁은 전 영역에서 경쟁적 투쟁을 증가시킨다.”(310~311쪽) 한국의 학계에서는 강사법 개정 후 “강화된 경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강화된 경쟁은 학계 구성원만의 조건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후 오늘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학계 구성원들이 사회,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 타인과 동료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갖게 되는
부정적 감정들은 익숙하게 느껴진다.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또 동료들과 협력하여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은, 부단한 감정노동을 하도록 강요되는 인지자본주의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과 망상’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살아가고 변화시킬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열정과 망상』 각 장의 내용 소개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서론’은 책의 구성과 각 장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고 있다.

2장 ‘이론과 실증자료’는 이 책이 활용한 이론 틀, 이 책이 참조한 자료와 연구 방법을 설명하고 있고, 도시와 지방의 연구 환경이라는 지역 차이가 이 책에서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은 학계의 신입인 박사과정생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감정적 어려움을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다.

4장 ‘가시성의 질서’는 조교수에 관한 장인데, 조교수들이 인정과 경력 쌓기 싸움에서 ‘친하기 정치’, ‘속이기 게임’, ‘복화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장 ‘동료평가의 양면’은 동료평가라는 학계의 주요한 관행을 둘러싸고 부교수와 정교수들의 감정 문화를 살펴본다. 동료평가의 잔인한 특징, 동료평가 때문에 생기는 모욕감, 불신, 시기 등과 그런 모든 감정을 동료들로부터 감추려는 노력 등이 그려진다.

6장 ‘웃음의 정치’는 학계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이 웃음과 유머로 상쇄되는 과정을 그린다. 물론 웃음과 유머 속에서도 경쟁이 살아있다.

7장 ‘구내식당’은 식사를 사회적 형태로 이해하는 게오르그 짐멜의 이론을 참조하여 점심식사 환경이 동료애와 연대감을 낳는 방식을 살펴본다.

8장 ‘학계의 사회적 유대’와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는 감정과 관련한 메타이론을 설명하는 장이다. 8장에서는 미국 사회학자 토마스 쉐프를 비롯한 이론가들을 참조하며, 9장에서는 미국 사회학자 캔디스 클락의 이론을 소개한다.

10장 ‘결론과 주장’은 책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고 책의 의의를 밝히는 장이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샤를로테 블로크 (Charlotte Bloch, 1942~ )

덴마크의 사회학자로서 현재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의 문화사회학과 명예 부교수다. 1972년부터 1976년까지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 조교수로,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부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는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덴마크의 ‘과학연구 부정행위 위원회’의 위원이었다. 2013부터 2014년까지는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 ‘감정포럼’(Emotions forum)의 발기인이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감정 사회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관련 논문과 저서를 발표해왔다. 연구의 초점은 구조, 문화, 감정, 사회관계 등의 복잡한 연관성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일상생활의 순조로움과 스트레스에 따른 삶의 질, 학계 내 감정과 감정 문화, 직장 내 괴롭힘 과정 등을 연구해왔다. 저서로 『열정과 망상』(갈무리, 2019)이 있고, 논문으로 「알콜 중독자 가족의 공감과 고통」(Sympathy and misery in families with drinking problems, 2017), 「가해자들이 직장 괴롭힘을 경험하는 방식」(How do perpetrators experience bullying at the workplace, 2012), 「부정적 행위와 괴롭힘」(Negative Acts and Bullying, 2010) 등이 있다. 최근에 여러 동료와 함께 길거리 폭력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서 「폭력적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관자의 여러 형태와 집단 돌봄」(Caring collectives and other forms of bystander helping behavior in violent situations, 2018)을 발표했다.


옮긴이
김미덕 (Miduk Kim)

정치학자. 미국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에서 젠더정치, 정치사상, 비교정치·정치인류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2016)이 있고, 역서로 『공간 침입자 : 중심을 교란하는 낯선 신체들』(2017)과 『열정과 망상』(2019)이 있다. 최근 연구논문으로 「베트남의 미국 전쟁, 여성, 그리고 ‘기념’」(2018), 「무지의 인식론」(2017), 「특권과 차별에 대한 한 고찰」(2017) 등이 있다.



추천사


저자는 자신이 수행한 인터뷰 자료와 능숙한 논거를 적절하게 적용해, ― 감정이 부재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생각되어온 ― 핵심적인 학문 실천들에서 감정이 어떻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해묵은 관습을 뒤엎고 새로운 관습을 만들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독자는 마땅한 놀라움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 잭 바바렛, 홍콩 침례교 대학


대학 내부에 대한 흥미진진한 관찰. 대학 교수자들과의 인터뷰는 그들 또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냥 그런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아마도 그들이 더 감정에 얽매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등 교육의 전율과 오싹함을 매우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학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와 어떻게 곤경에 빠져있는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느린 과정까지도 설명한다. 특히 조직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토마스 쉐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산타 바바라) 명예교수


깔끔한 형식과 풍부한 인용을 담은 이 책은 학계의 경력 사다리와 내부의 전형적인 상황들로 독자를 안내하면서 사회과학의 감정적 내부를 드러내고 있다. 왜 박사과정생들이 감정을 숨기는지, 왜 여성은 유머 공동체에서 배제되는지, 왜 남성은 공격적이 되고 화를 내는지 밝힌다.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이, 이 탁월한 책을 읽는다면 학자로서의 열정이 왜 그토록 어마어마한 감정적 고충을 낳는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 헬레나 플램,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책 속에서 1 : 학계 내부의 목소리


남보다 한 발 앞서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내가 몇 차례 저널에 글을 실었는데, 다른 동료보다 훨씬 많은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렇지만 점심시간에 가만 앉아서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런 걸 삼가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학계에서는 즉각 행복에 빠져들어서는 안 돼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 상황을 신경 써야 해요.

―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78쪽


금세 퇴사하는 임시직 직원은 임시직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부심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요. 개인적인 카리스마가 넘치는 예외적인 사람들은 빼고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아주 많은 임시적 직원이 있어요.

― 4장 가시성의 질서, 121~122쪽


질투와 시기는 비슷한 데가 있죠. 온통 여기저기 없는 데가 없어요. 한 동료가 갑자기 저명한 출판사에서 책 출판을 하면 뒤처진 느낌이 들죠. 종종 보게 되는 동학이지요. 어느 정도 경쟁심이 있어서겠죠.

―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51쪽


식당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완벽한 장소죠! 당신도 틀림없이 전에 들었을 거예요. 거기서 사람들이 연구위원회나 교육부, 다른 연구자들에 대해 비꼬는 논평을 들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고 긴장을 푸는 즐거운 대화의 일부죠.

― 7장 구내식당, 195쪽


… 내가 여성이니까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이죠. 아, 이 환경에서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잘못이에요. 사람들이 그걸 기꺼이 믿고, 만약 내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하면 그 사람들은 내가 뭘 많이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할 틈을 안 줘요. 여긴 남성을 위한 직장이고 약점을 보이면 안 되니까. 그래서 나도 내 약점을 안 보입니다.

―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 264쪽



책 속에서 2 : 증언들이 학계에 대해 알려주는 것


대학은 반드시 뛰어난 연구를 생산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그 조직 구조에는 평범한 인간이 가득 차 있어서 동료 관계, 연구 행위, 연구 환경, 개인의 자존감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감정이 작동한다.

― 1장 서론, 12쪽


박사과정생은 외부 세계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방관자’로 남은 채 정서적 중립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계의 감정 문화는 방관자 이상이 되기를 요구한다. 학계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성공의 필수 조건은 출세와 가시성에 도움 되도록 자기 자신을 잘 연출하는 수완이다.

―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82~83쪽


공식적으로 학계는 가장 높은 과학적 레벨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장이다. 그러나 실상 학계의 삶은, 그곳에 적당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 4장 가시성의 질서, 122쪽


칼은 상대방을 쳐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는 데 사용된다. 이 투쟁의 톤은 생생한 날것 그 자체이다. 외국인 부교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덴마크 동료들을 설명했다. “전쟁 치르는 사람들 같죠, 공격적이고 대부분은 모순적인 태도. 여기서 일 시작하기 전에 전임자가 여기 사람들이 다소 사악하더라도 너무 역정 내지 말라고 일러줬어요, 대부분이 그런 종류라고.”

―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28쪽


이 책의 목적은 감정 이론의 시각에서, 고전적 형태의 대학을 포함한 학계의 구조와 문화 속에 내재된 모순과 함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분석은 소위 말하는 대학의 현대화 추세가 십중팔구 그 경향을 가속하고, 특히 연구에 대한 자기-초월적 감정을 희생시키고 자기-단언적 감정을 양산함을 제시하고 있다.

― 10장 결론과 주장, 312쪽



목차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6
영어판 서문 8

1장 서론 10
2장 이론과 실증 자료 21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39
4장 가시성의 질서 84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24
6장 웃음의 정치 157
7장 구내식당 187
8장 학계의 사회적 유대 216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 252
10장 결론과 주장 300

옮긴이 해제 : 학계, 하얀 질서의 양상 — 이전투구와 탐구 316
참고문헌 328
찾아보기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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