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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



보도자료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



우리는 어떻게 공유지를 지향하는 성숙한 협력 경제 생산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자본의 코뮤니즘을 넘어 공유지를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인가?
두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실천들로부터 지구적 공유지 지향 정치경제로 가기 위한
이행 계획을 길어 올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지은이  미셸 바우웬스·바실리스 코스타키스  |  옮긴이  윤자형·황규환  |  정가  16,000원

쪽수  288쪽  |  출판일  2018년 9월 20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Virtus, 아우또노미아총서 63

ISBN  978-89-6195-187-6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29031

도서분류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사회학 4. 문화이론 5. 경제학 6. 정치학

보도자료  190920-NETWORK-보도자료.hwp 190920-NETWORK-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P2P 생산은 자본주의 내부의 사회적 진보이지만 보호하고 강화하고 자극하고 진보적인 사회운동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다양한 탈자본주의적 측면과 함께 보아야 한다. 전환점의 한가운데서, 마침 우리가 지지했던 지속가능한 대안이 자본주의적 기회주의의 족쇄를 깨부수고 인간 정신의 더 훌륭한 측면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경제의 도래를 알릴 때가 무르익었다. 자본의 축적을 공유지의 완전한 순환으로 대체해야 할 때이다. ― 본문 중에서



들어가기 : 공유지(Commons)와 현대 사회
(Commons는 한국 사회에서 공통장, 커먼즈, 커먼스, 공유지, 공유재 등 다양하게 번역되어 왔다.)


시장 논리(사적 영역)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공적 영역에 의존하는 대안들이 많은 경우 부패 때문에 주저앉거나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온 역사를 거쳐, 인류는 이제 사적인 것도 공적인 것도 아닌 Commons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Commons가 세계인의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문학, 건축, 예술,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Commons를 활용하는 사례를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2017년 가을 계간 <창작과 비평>의 특집은 ‘커먼즈와 공공성 : 공동의 삶을 위하여’였다.(http://bit.ly/2NmzRNj) 공덕역 인근에 있는 경의선 공유지에서는 “공덕 경의선 부지에 있었던 늘장(2013년 여름~2015년 겨울까지 운영된,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모여 보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자했던 시민들의 장터)이 마포구와 철도시설공단 측의 일방적인 계약 만료에 따라 활동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대안적인 공동체”인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구성되어 새로운 자치구를 선언하고 3년째 활동 중이다.(http://bit.ly/2MLw0nW, http://bit.ly/2ppjFww) 이들이 2016년 11월 27일에 발표한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문」에 따르면 “우리는 쫓겨났다. / 그들은 우리의 오랜 가게가, 집이, 거리가, 세상이 / 자신들의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오늘부터 명령하고 빼앗던 어제의 서울과 작별”하고 “ ‘26번째 자치구’ 만세!”를 외친다.(http://bit.ly/2Oz5JLg)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창작 활동을 가로막는 약탈적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같은 대안 저작권 형태들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 정신을 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온라인 플랫폼”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은 크레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무료 전자책을 공개하고 있다.(http://bit.ly/2Oz6cNw)

블록체인, 오픈소스, 위키, 우버, 에이비엔비 등 Commons와 공유경제가 얽히고설킨 새로운 경제현상들도 우리가 Commons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ommons를 이해해야만 한다.

Q. 이 책에서 말하는 공유지(Commons)란 무엇인가?

A. 공유지의 영역에는 자연자원(수자원, 토지, 물고기 등)뿐만 아니라 정보, 지식, 코드 등의 ‘비물질’ 자원도 포함된다. 심지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규범이나 문화 같은 것들도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유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자원,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 공유지의 순환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용 가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규칙이 그것이다. 즉 공유지는 단순히 아무나 접근하도록 내버려 둔 자원 또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에 의해 순환되고, 관리되는 자원 또는 공간이다.

Q.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공유지(Commons)를 지향하는 협력 경제는 어떻게 다른가?

A.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선의로 베풀던 사회적 행위를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게 하고, 수수료 형태로 가치를 추출해 간다.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은 공유지(Commons)를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공동체적 활동을 상품화한다. 그런 점에서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공유경제를 가리켜, 공유가 없는 경제라고 지적했다.

Q. 한국사회와 공유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A. 저자들은 산업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일어났던 인클로저(울타리치기) 운동과 현대의 사회현상들을 비교하면서, 오늘날 인지자본주의는 모든 공유지(Commons)의 박멸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있고 공유지가 소멸해 가는 속도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다. 물론 그 반대 방향으로 마을 공동체 운동, 도시 공유지 운동,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를 통해 새로운 공유지를 형성하거나 공유지를 복원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공유지 소멸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그 범위도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생존하기 위한 자원과 인간답게 살기 위한 문화대부분을 시장에서 충족시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거나, 있다고 해도 불안정하기에 시장을 통한 자원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부/빈곤의 양극화가 아주 심한 사회에 속한다. 어쩌면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가 말하는 ‘가치의 위기’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지역 커뮤니티와 호혜적인 공동체의 문화를 모두 뿌리 뽑아 가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와 ‘성장’만을 외쳐온 탓이다. 따라서 ‘탈성장’을 넘어 ‘대안 성장’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들의 협력 경제로의 이행 계획이 한국 사회에 지금 반드시 필요하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간략한 소개


오늘날 세 개의 가치 모델이 경쟁 중이다. 노동 가치와 재산권에 기초한 산업자본주의,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그 안에는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인지자본주의, 새롭게 부상 중이지만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행 계획을 필요로 하는 P2P 생산 모델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공유지를 지향하는 성숙한 P2P 생산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자본의 코뮤니즘이 아닌 공유지(Commons)를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인가? P2P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두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실천들로부터 지구적 공유지 지향 정치경제로 가기 위한 이행 계획을 길어 올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P2P 생산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출현한 진보이지만, 진보적인 사회운동에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탈자본주의적 측면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지배 시스템은 지속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에 처했다.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선 우리는, 자본의 축적을 반드시 공유지의 순환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상세한 소개


출구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 생태 위기와 가치 위기의 시대

저자들은 오늘날 생태 위기와 가치의 위기를 야기하면서 지속가능성 자체를 의심 받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협력 경제’를 제시하고 있다. 생태 위기는 산업자본주의 정치경제가 전제로 삼고 있는 두 가지 역설적인 가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구는 자원과 생태적 수용능력이 한정되어 있는 행성임에도 우리는 마치 지구가 무한정 풍요로운 곳인 것처럼 생각하며 개발과 경제 성장에만 치중해 왔다. 그 결과로 지구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태 위기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은 지식과 정보가 마치 희소한 자원인 것처럼 여기며 거기에 울타리를 치는 지적재산권에 의해 저지되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한편 가치의 위기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에서 기인한다. 디지털 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무보수 기여 활동에서 교환 가치를 뽑아내면서도 가치의 직접적 생산자인 사용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기다. 네이버, 다음, 유투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곳들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P2P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지만, 플랫폼을 구성하는 기술적 층위에서는 사람들이 생산한 콘텐츠나 주목(attention)을 돈으로 바꿔낸다. 또한, 이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자 플랫폼의 설계를 통해 어떤 행동은 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특정한 행위는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모델이 현재 부상 중이다

P2P란 Peer-to-peer의 줄임말로 직역하면 “동료(또래)에서 동료(또래)로”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흔히 인터넷 기반 파일 공유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초기 인터넷이 P2P 형태를 취했다. 저자에 따르면 “P2P는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두 당사자가 서로 동일한 능력을 갖는 의사소통 네트워크로 정의”할 수 있고, “분산형 네트워크에서 출현하는 관계 역학”이다. 요차이 벤클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공유지 기반 P2P 생산이 시장의 부속물 같은 것으로 출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주목한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의 저자들은 생태 위기와 가치 위기를 가져온 산업자본주의인지자본주의의 가치 모델과 경쟁하면서 새로운 생산양식으로서 지배력을 갖기 위해 부상 중인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모델(CBPP)”에 주목한다. 이 책은 P2P 생산이 점점 더 생산의 일반적인 양식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P2P 생산이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에 포섭되지 않고 공유지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P2P 생산의 기술적, 법적, 문화적 인프라를 활용해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이 될 ‘협력 경제’로 이행하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계획을 제안하는 것이다. P2P 생산은 자본주의 경제 내에서 출현한 현상이므로, 저자들은 이를 “자본주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행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2018년 3월 15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페이스북의 이익은 누구 몫이어야 할까?」(번역 박형준)에 의하면, P2P 생산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P2P가 가능케 한 관계는 ‘커먼스 기반 P2P 생산(commons based peer production)’의 출현을 일으켰다. 이 표현은 법학자인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만들었는데,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리킨다. P2P 인프라는 개인들이 소통하고 자율적으로 조직하며, 그 결과로서 디지털 커먼스 형태로 지식,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비경합적 사용가치를 공동으로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그리고 리눅스, 아파치 서버, 모질라 파이어폭스, 워드프레스와 같은 무료 및 오픈 소스 프로젝트와 위키하우스, 렙랩(RepRap), 팜핵(Farm Hack)과 같은 개방형 디자인 커뮤니티를 생각해 보면 된다.”

P2P 생산 라이선스와 파트너 국가에 주목하라

저자들은 기술 낙관론자들과 달리 P2P 기술이 이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P2P 생산이 기존 소유권 체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성과가 개인이나 소수에게 귀속되고 결국 자본의 회로에 갇히는 일은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IBM이라는 거대 기업의 성장을 도운 리눅스가 그 사례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히 긴급한 것은 오늘날 그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기존의 독점적인 지적재산권법 및 저작권법을 대체할 P2P적 소유권 체계라고 강조한다. P2P적 소유권 체계란 공유지에 기여하는 사람 또는 공유지에 기여하는 기업은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P2P 생산 라이선스와 같은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P2P 생산 라이선스는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의 저자 드미트리 클라이너가 제안한 것으로, “상업적 이용은 허용하지만, 그 근간에는 호혜성에 대한 요구가 깔려 있다.” 다시 말해서 “해당 라이선스 및 공유지에 기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기여하지 않고 사용하기만 하려는 영리 기업들에는 라이선스 비용을 청구한다.”(264쪽)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가치 모델을 위한 미시적 조건이 P2P 생산 라이선스 같은 제도라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저자들은 ‘파트너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는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국가’와 대조적이다. 파트너 국가는 공유지의 영역을 보호하고, 공유지를 지향하는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주도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단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 가치를 획득하는 플랫폼 기업 vs. 점점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는 우리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는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은 책임에도 새로운 생산양식과 가치 모델로 이행하기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요소 대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맑스주의와 슘페터리안의 시각을 통합하여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중반부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IBM, 에어비앤비, 킥스타터 등의 잘 알려진 플랫폼 기업들이 어떤 가치 모델을 따르고 있는지를 한눈에 그려 보이면서, 이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 내부의 대안적 가능성까지 짚어내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저자들이 제시하는 이행 계획은 앞으로 새로운 가치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굵직한 요소들을 짚어주고 있다. 특히 공유지를 지향하는 P2P 생산 가치 모델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복탄력성 공동체와 지식, 코드, 디자인 등을 주 대상으로 삼는 인터넷상의 지구적 공유지를 함께 다루는 것이 이 책의 특별한 점이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와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의 모순을 고스란히 안은 채, 지금은 다시 4차 산업혁명 담론과 함께 새로운 기술적 국면을 맞고 있다. 언론은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보틱스 등의 기술이 일자리의 대부분을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매개로 한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단지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 디자이너, 콘텐츠 생산자들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획득하는 중이다. 이런 한국의 상황에서 미셸 바우웬스와 바실리스 코스타키스의 이행 계획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라기보다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조언이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추천사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미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새로운 생산양식(‘P2P 생산’)의 씨앗 형태인 커먼즈(commons, 공유지)의 확대 및 개화를 통해 탈자본주의로, 대안근대로 나아가는 길을 탐색·제시하고 있다. 이 길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그 핵심 원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근대를 구성하는 두 체제인 국가(‘공적인 것’)나 자본(‘사적인 것’)의 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3의 길이다. 이 길은 그것이 인간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인 동시에 자본과 국가가 망쳐놓은 지구의 삶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이기에 지금 우리에게 더없이 절실하다.

― 정남영(독립연구자, 커먼즈 번역 네트워크)


현재의 기술혁명이 20세기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형태의 경제 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일이다. P2P 생산과 커먼즈 경제 형태를 오래도록 이론적 실천적으로 발전시켜온 저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유토피아와 과도한 비관론이 난무하는 현재의 어지러운 담론장에서 분명한 등대의 역할을 한다. 그 등대가 영구히 정박할 수 있는 항구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우리 배의 방향타를 맞추어야 할 곳임은 확신한다.

―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이 책은 오늘날 야만의 자본주의 체제에 심대한 파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그리고 궁극에는 공생공락의 범지구적 삶의 협력적 비전 구상이 가능할 수 있음을 설파한다. 저자들이 언급하는 공유지 구상의 힘은 무엇보다 물질-정보-지식 자원 간 상호 관계성을 강조하는 데, 그리고 공동체 조합주의적 전망을 넘어서서 보편사회적 전망을 제시한 데 있다.

― 이광석 (『데이터 사회 비판』 지은이,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미셸 바우웬스 (Michel Bauwens, 1958~ )

P2P 재단의 창립자, 대표, P2P 이론가. 기술과 문화, 사회혁신을 탐구하는 연구자, 저술가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P2P 생산과 거버넌스, 재산권에 대해 연구한다. 2014년 에콰도르 정부의 공유지 이행 계획을 개발한 FLOK 소사이어티 연구 책임자였다. P2P와 공유지를 새롭게 출현하는 패러다임이자 탈자본주의적 세계로 가기 위한 기회로 보면서 워크숍과 강연을 계속해 왔다. 현재 태국 치앙마이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갈무리, 2018), 『탈자본주의를 위한 P2P로 세상을 구하라』(공저, 2013) 등이 있고 P2P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바실리스 코스타키스(Vasilis Kostakis, 1985~ )

P2P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P2P Foundation의 핵심 멤버다. 2016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디지털 커뮤니티 부문 골든니카상(Golden Nica for Digital Communities)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유럽 연구위원회로부터 디지털 공유지와 지역 제조업 기술의 융합에 대한 4년 연구 보조금을 수여했다. 학자, 활동가, 사회 혁신가 등으로 구성된 학제간 연구팀과 함께 디지털 기술로 상호 연결된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에 관해 연구중이다. P2P 생산과 데스크톱 제조업, 디지털 공유지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옮긴이

윤자형(Yun, Jahyong)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에서 공유지와 제작문화에 관한 전공수업을 듣고 흥미를 느껴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한국의 정보화 과정, 디지털 플랫폼과 노동의 새로운 형태 등을 탐구 중이다.


황규환 (Hwang, Kyuhwan)

글로벌 기업 및 산업의 기술혁신 활동 과정과 정부의 기술산업 정책을 통한 주권 행사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 박사과정에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 정책을 연구 중이다.



책 속에서 :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한국은 현재 지구상에서 디지털로 가장 촘촘히 서로 얽혀 있는 국가이자, 동시에 독재 권력에 저항해 온 역사를 지닌 나라이기에 우리의 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다는 점은 특별히 기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2쪽


비트코인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코드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통화들이 겪는 문제를 전혀 겪지 않는 “무당파적인 통화”(Varoufakis, 2013)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에 새롭게 떠오르는 거버넌스 구조의 징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비트코인의 전체 논리가 다른 통화들의 주요 규칙을 따르는 것 역시 볼 수 있다.

― 5장 분산형 자본주의, 68쪽


전통적인 소유권의 이해와 대조되는 공유지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누구도 어떤 특정한 자원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통제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Benkler, 2006).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부분의 것들과 달리, 공유지는 전통적 의미에서 사적이지도 공적이지도 않다(The Ecologist, 1994, p. 109).

― 3부 성숙한 P2P 생산의 가설적 모델, 81쪽


맑스(Marx, 1979)가 상업 자본주의와 공장 자본주의의 초기 형태가 봉건 질서 내부에서 발전했다고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 생산 양식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발전 중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변화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즉 ‘사회주의적’ 대안이 아닌 공유지 기반의 방식으로 다시 의제에 오른다.

― 8장 지구적 공유지, 105쪽


P2P 생산 라이선스와 같은 공유지에 기반한 호혜주의적 라이선스가 단지 가치의 재분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생산양식의 변화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는 일은 중요하다. … 과거의 이행과 마찬가지로, 최초 대항 경제의 존재와 대항 헤게모니 세력들에게 할당할 자원의 존재는 분명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변화에 필수적이다.

― 9장 공유지를 지향하는 경제와 사회를 향한 이행 제안, 135쪽


보편적 기본 소득과 같이 임금 노동과는 독립적인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P2P를 통해 사용가치를 생성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 기본 소득은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인간 공동체에 중요한 것이 되어줄 새로운 사용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유용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 1. P2P 생산의 정치경제학, 197~198쪽


노예제에서 봉건제로의 이행과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동 사이에서는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가지 체계 모두 압축 성장의 위기에 직면한다. 즉 전자의 경우 로마 제국의 확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었으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체계는 환경과 자원 위기에 직면해 있다.

― 2. P2P 생산 속 계급과 자본, 247쪽


현재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완전한 공유를 허용하는 공개 라이선스는 자본의 코뮤니즘을 창출한다. 이는 개방된 지식, 코드, 디자인이 속한 영역이며, 현존하는 지배적 정치 경제에 포괄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영역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P2P 생산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자율적인 P2P 생산의 영역이다.

― 3. 개방형 협력주의를 향하여, 277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표 차례 11
약어표 12

서문 13

1부 이론적 프레임 15
1장 창조적 파괴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 16
2장 역사의 종언을 넘어서 : 경쟁 중인 세 가지 가치 모델 29
3장 P2P 인프라 : 두 개의 축과 네 개의 사분면 38

2부 인지자본주의 46
4장 넷위계형 자본주의 51
5장 분산형 자본주의 64
6장 신봉건적 인지자본주의 혼합 모델의 사회적 역학 73

3부 성숙한 P2P 생산의 가설적 모델 : 공유지 지향 경제와 사회를 향하여 79
7장 회복탄력성 공동체 94
8장 지구적 공유지 103
9장 공유지를 지향하는 경제와 사회를 향한 이행 제안 123

결론 144

참고문헌 151

보론 : P2P와 공유지 기반 협력 경제 163

1. P2P 생산의 정치경제학 164
P2P와 시장 : P2P의 내재적 성격 대 초월적 성격 184

2. P2P 생산 속 계급과 자본 202
서론 203
정의 204
P2P 생산의 내재적 측면과 초월적 측면 207
P2P 생산과 자본 234
P2P 생산에서의 계급 투쟁 241
P2P와 사회 변화 245
참고문헌 관련 노트 : 유용한 서적들 250

3. 개방형 협력주의를 향하여 256
1. 역설 259
2. 대안 263
3. 논의 270
4. 결론 277

감사의 말 280
옮긴이 후기 282
찾아보기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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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새로운 공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공유인을 위한 안내서』(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배수현 옮김, 갈무리, 2015)

우리 주변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공유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공유 사례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공유의 역사와 현재의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서, 삶의 방식으로서 공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공유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우리가 공유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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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역사가 E. P. 톰슨의 제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대표작.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제(專制)를 제한해 온 방책들 ― 인신보호영장, 배심재판, 법의 적정 절차, 고문 금지 그리고 커먼즈(the commons) ― 이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역사 속에서 잊힌 <삼림헌장>을 복원함으로써 커머닝의 역사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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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2018.09.05 |



보도자료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반영에서 회절로

저자 민경숙 교수의 24년 도리스 레싱 연구의 결산!
20세기의 인간을 ‘폭력의 후예’로 규정하면서 ‘억압된 여성의 현실과 그에 대한 저항을
잔인하지만 다정하게 그려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이
21세기에 들어서서 인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지은이  민경숙  |  정가  23,000원  |  쪽수  408쪽

출판일  2018년 8월 31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2

ISBN  978-89-6195-185-2 03800   |  CIP제어번호  CIP2018027085

도서분류  1. 문학 2. 영문학 3. 문학비평 4. 작가론 5. 철학 6. 미학 7. 페미니즘

보도자료  도리스레싱-보도자료-20180911.hwp 도리스레싱-보도자료-20180911.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레싱은 현대생물학이나 현대물리학을 이용하여 인문사회학적 개념들을 보강하면서 인문사회학적 연구와 과학적 연구가 융합된 사고를 하도록 제안한다. 그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유사한 상들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소설에서 벗어나 현실 뒤에 숨겨진 이질적인 상들을 가시화하는 회절 방식의 사변소설로 나아간다.



들어가기 :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19호실로 가다』는 2017년 가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도리스 레싱의 책이다. 이 책은 정희진, 이다혜, 최은영 등의 학자, 비평가, 소설가 들이 추천한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집이다. 1919년 페르시아(현 이란)에서 태어나 2013년 타계한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은 『19호실로 가다』를 비롯하여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억압을 그린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단편 「19호실로 가다」는 1963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1970년대 이후 좀더 보편적이 될 페미니즘적 사유들을 한발 앞서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호실로 가다」와 같은 작품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레싱이 1960년대에 발표한 작품 속에서 포착한 삶의 불안, 특히 여성의 불안하고 억압된 삶의 조건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레싱의 작품 중에는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독해가 가능한 작품들이 많기는 하지만, 후기의 레싱은 우주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은 여러 편의 과학소설 및 판타지 소설을 썼고, 제국주의, 식민주의 문제와 오늘날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한 차별, 특히 자신과 같은 여성 노인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열정적으로 탐험했던 작가이다. 그녀가 작품 속에서 다룬 주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곧은 지성의 힘이 느껴진다. 오늘날까지 레싱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유, 또 나아가 2007년에 레싱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간략한 소개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은 영문학 연구자이자 용인대학교 전임교수인 저자 민경숙이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저자 민경숙은 2004년에 10여 년간 도리스 레싱의 전기(前期) 작품을 연구하여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동문선, 2004)이라는 첫 비평서를 출간하였다. 그리고 14년 후 도리스 레싱의 후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이번에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갈무리, 2018)을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수십 년간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를 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1919~2013)은 영국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작사가, 전기 작가, 단편소설 작가로,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올해 7월 그의 단편선 『19호실로 가다』(문예출판사)가 출간되어 여성의 억압된 일상을 그린 작품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1980년대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레싱 읽기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에는 『황금 노트북』이라는 작품의 독특한 구조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주목받으면서 레싱은 선풍적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레싱 자신은 ‘페미니스트’라는 특정한 정체성으로 분류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레싱은 남성/여성, 백인종/유색인종, 등등 이항대립을 통한 억압관계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제2, 3, 4지대의 결혼』에서 주인공이 페미니즘의 이상향이라고 볼 수 있는 제3지대를 버리고 남성, 여성의 구분이 없는 제2지대로 가는 것에서 레싱의 이런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저자 민경숙에 의하면, 이 비평집은 레싱의 의도를 좇아 레싱이 그리는 이상적인 삶의 태도, 작가의 소명, 세계관에 초점을 맞추어 레싱의 작품을 읽으려 한다. 레싱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재현하는 사실주의적 작품을 쓰도록 요구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과감히 저버리고 현실 뒤에 감추어진 여러 가능성을 캐내어 보여주는 사변소설을 끝까지 추구하였다. 이 저서는 레싱의 후기 작품들이 어떤 점에서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지를 보여주려는,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의 열렬한 독자이자 충실한 연구자인 저자 민경숙 교수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이 주목한 도리스 레싱의 얼굴들


도리스 레싱과 우주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들의 목록을 잠시 훑어보더라도 우리는 우주를 소재로 하거나 판타지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재의 고갈’ 때문일까? ‘오늘날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기’ 때문일까? 도리스 레싱은 일찍이 소설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벽 속 공간’에 무의식 세계가 있다고 상상하여 그 속에 들어가 청소하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 우주에 세 제국이 있고 지구는 그 제국의 식민행성이라고 설정하면서 지구가 오늘날 멸망 직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복잡한 관계를 사유한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유럽 즉 서양문명이 멸망한 미래를 무대로 각양각색의 아프리카인들이 다민족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라와 댄』 연작, 먼 과거로 돌아가 태초에 여성만이 존재했고 후에 남성이 태어나 여성이 남성에게 주도권을 양도하게 되는 과정을 상상한 『클레프트』, 이렇듯 레싱의 후기(後期) 작품들의 상상력은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사유를 선물한다. 그러나 독자들과 비평가들은 레싱이 사실주의 작품에서 판타지나 과학소설로 전향했다고 그녀를 비난하였고, 레싱은 다시 사실주의 작품을 썼다. 하지만 레싱은 그 작품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와 『노인이 할 수 있다면』을 이번에는 ‘제인 소머즈’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여 그 작품이 레싱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출판계와 비평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소위 ‘제인 소머즈 스캔들’이다.

도리스 레싱과 다양한 관계성

우리에게는 모두 부모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한 자식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집안마다 상세한 내용은 다르더라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엉켜진 실타래인 경우가 많다. 도리스 레싱과 어머니의 관계, 레싱과 자식 간의 관계가 그런 경우이다. 전기 작품들보다는 덜하지만 후기 작품들에도 그러한 관계로 인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어머니와의 관계를 레싱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결과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에서는 그것을 노인들, 특히 초고령 여성들에 대한 이해로 확장시키고 있다. 『다섯째 아이』와 『세상 속의 벤』은 어느 가정에 태어난 ‘못난 아이’ 그래서 ‘버려진 아이’ 벤의 삶을 추적하면서 비정한 현대 사회를 폭로한다. 사실 레싱은 자신을 ‘못난 아이’ 그래서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싱은 비평가들로부터 위대한 페미니스트 작가로 평가되어 왔지만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과 『클레프트』를 읽어보면 레싱이 여성/남성이라는 이항대립을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사유를 전개하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레싱에게 남자와 여자는 다른 존재이며 둘 다 부족하므로 서로 돕고 보완해야 할 존재이다.

도리스 레싱과 사변소설

레싱은 정규 교육을 마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죽음과 인종의 멸종, 환생 등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원자물리학과 사회생물학 등 현대 과학과 연결 지어 풀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지리학이라는 학문의 단편성을 꼬집고 역사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모든 지식이 상황적 지식임을 증명한다. 레싱의 작품은 이처럼 ‘포스트모던’ 성격을 짙게 보여준다.

본 저서는 고령의 레싱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고령에 이른 작가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야가 넓고 길다. 또한 작가로서의 소명의식에 대한 생각도 깊다. 레싱에 따르면 작가란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하며, 특히 동시대의 문제를 폭로하고 경고해야 한다. 레싱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상상력으로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저자 인터뷰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깊이 읽기


Q. 선생님께서는 2004년에 출간한 첫 도리스 레싱 연구서인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을 위해 연구하신 기간을 포함하여 이번에 출간하는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총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도리스 레싱을 연구하게 되셨는지, 도리스 레싱 연구를 계속해 오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 박사 논문은 조셉 콘래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콜로니얼리즘, 특히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소설 강의를 하던 중 레싱의 첫 작품 『풀잎은 노래한다』를 가르치게 되었고, 레싱의 강력한 저항의지, 반항심, 아프리카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인해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레싱을 놓지 않은 이유는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 등 여성인권,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레싱은 1960년대 질풍노도의 영국을 목격한 사람입니다. 이때에는 오늘날의 한국처럼 영국이 이념대립, 핵무기반대운동, 세대 간의 대립, 여성해방운동, 환경운동으로 거리가 매일 시끄러웠던 시기입니다. 누구보다도 저항심, 반항의식이 컸던 레싱이지만 영국의 소요사태를 겪으면서 저항심과 반항의식을 초월하게 된 듯이 보이며 인간의 기초적인 것, 즉 마음의 평형,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조화 등 다소 동양적인 사상으로 서양의 이항대립적 사고를 뛰어넘으려 하였습니다. 레싱은 이기적인이고 개인적인 자기주장보다는 전체 속에서 부분을 보는 전체론적 사고, 입장을 바꾸어 놓고 사고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Q.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은 아직 국내에 많이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골라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그 작품을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다음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대문의 도시』 는 사실주의 작품에서 사변소설로 진입하는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며 레싱의 전체 사상을 보여줍니다.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은 남녀관계에 대한 레싱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제8행성의 대표만들기』에서는 죽음과 멸종에 관한 레싱의 동양적 사고와 현대 과학의 만남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 초고령인들을 위한 복지문제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클레프트』는 태초에 여성만 있었고 후에 돌연변이로 남성이 태어났다는 의식 전환의 발상으로 남녀관계를 파헤치고 있으며 신화/역사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전복시킵니다.

Q. 레싱이 우주, 과학소설 같은 테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아프리카에서 밤하늘을 주시하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면서 하늘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는 어떤 존재를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사고 또한 이때 갖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레싱이 어렸을 때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제국주의적 국가였습니다. 여기에서 사고를 확장하여 지구를 식민행성으로 두고 있는 카노푸스 제국을 상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짐바브웨라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식민자라는 갑의 입장으로 살다가 영국으로 귀화하면서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 것 또한 역지사지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서 좀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사변소설이란 작가가 갖고 있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변증법적 사고를 갖고 있던 레싱이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에서 제3지대와 제4지대를 결합시키고 그 후 제4지대와 제5지대를 결합시킨 후 각각의 결과를 다시 결합시키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념소설과 다른 점은 여기에 판타지, 과학소설 등의 상상적 요소가 첨가된다는 것입니다. 판타지나 과학소설은 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만 결국에는 현 세계를 비판하고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구상된 세계입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민경숙 (Minn Kyung-Sook)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전공)과 불어불문학(부전공)을 수학한 후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비교문학(영문학과 불문학)으로 DEA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다가, 1995년 용인대학교에 전임강사로 위촉되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박사 논문은 「콘라드, 플로베르와 모파쌍: 문학적 영향과 실제」이며, 주요 역서로는 『해체비평』(크리스토퍼 노리스, 한신문화사), 『과학과 젠더』(이블린 폭스 켈러, 동문선),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다나 해러웨이, 동문선), 『한 장의 잎사귀처럼』(다나 해러웨이, 갈무리), 『겸손한_목격자@제2의_천년.여성인간ⓒ_앙코마우스TM를_만나다』(다나 해러웨이, 갈무리)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조셉 콘라드』(건국대학교출판부), 『도리스 레싱: 20세기 여성의 초상』(동문선)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2007년 레싱은 페미니즘적 과학소설인 『클레프트』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페미니즘 학계에서 혹평을 받고 과학소설계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레싱은 인간의 최초의 선조가 여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이었던 인간의 선조가 어떻게 양성兩性 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설로 구성하였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소설가인 어술라 르귄은 《가디언 리뷰》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남성성의 충격 때문에 깨어나 점점 의식이 고양되는 지각없는 여성들의 이야기, 즉 잠자는 공주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혹평하였다.

― 1장 서론, 49쪽


레싱은 무엇보다도 판타지와 과학소설이라는 비현실적인 장치를 이용하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유아 시절부터 초로의 여인의 모습까지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담아내는 성공적인 자서전을 쓸 수 있었다. 『폭력의 아이들』의 다섯 권에서 다루었던 넓은 시간대를 한 권에 담으면서도 각 시간대의 문제와 토론거리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 2장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 93쪽


고령에 다다른 레싱은 이제 개개인이 아닌 종으로서의 인간을 보다 멀리서 보다 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선한 하나님을 포함한 선한 권위를 인정하는 듯이 보이며, 3차 세계대전을 겪을 지경에까지 이른 지구인 전체에게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자신들을 우주 밖에서 보듯이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인간의 운명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듯이 보인다.

― 3장 『시카스타 : 식민화된 제5행성에 관하여』, 133쪽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의 양극성을 겪은 후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궁극적으로는 젠더를 초월하는, 혹은 젠더에서 해방되어 제2지대로 나아가는 여주인공을 상상하였다. 또한 정신세계의 나태함이 동식물계의 전반적인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정하여 몸과 정신세계가 떨어질 수 없는 하나임도 주장하였다. … 궁극적으로 레싱의 여성적 비전은 모든 인간을 위한 비전이자 동식물 더 나아가 무생물까지 아우르는 우주적 비전이다.

― 4장 『제3, 4, 5지대 간의 결혼』, 158쪽


레싱은 2008년 정확히 89세의 나이에 『알프레드와 에밀리』의 출간을 끝으로 소설 쓰기를 중단하였다. 과학소설 연작을 발표하고도 25년간 글을 쓴 뒤의 일이다. … 레싱이 과학소설 연작을 끝마치고 제인 소머즈라는 필명으로 쓴 두 개의 소설도 ‘노년’을 주제로 삼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도전인 과학소설 연작을 집필한 후 엄청난 비판에 맞서게 된 이 작가는 이제 또 고령의 사람들 특히 ‘타자 중의 타자’인 노년의 여성이 사회에서 얼마나 “쓰레기”처럼 대접받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또 하나의 도전을 감행한다.

― 7장 과학소설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244쪽


이 작품에서 제인은 젊은 세대들을 교육시키는 과제에 도전하면서 초고령 여성들의 문제와 십 대의 문제들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나 인간은 탄생, 유년시절, 청년시절, 중년시절, 그리고 노년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연속체’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은이와 노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면서 서로 차별하고 비난한다. 레싱은 중년의 제인을 모디, 애니, 일라이자의 노년층과 두 조카 질과 케이트 등 십 대들 간의 연결고리로 만들 생각이었고, 이 세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삶을 ‘연속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보도록 제시할 생각이었다.

― 8장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277쪽


이제 어느덧 80세라는 고령에 이른 레싱은 다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과거의 지구가 아닌 수천 년이 흐른 뒤 다시 빙하기가 찾아온 미래의 지구, 특히 오늘날의 유럽인 예럽이 얼음으로 뒤덮여 인간의 서식지가 이프릭/아프리카로 제한된 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아프리카의 마혼디족의 어린 여자아이 마라와 남동생 댄의 시각으로 세상을 조명한다. 즉, 아프리카인의 시점에서 이 작품을 쓰고 있다.

― 10장 『마라와 댄』과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317쪽


레싱은 『우리가 살기로 선택한 감옥』에서 작가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역사가처럼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대를 평가해야 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른 눈’으로, 즉 우리 자신을 초연한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작가적 소명의식을 피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해러웨이가 설명하는 회절 개념의 실천적 적용이다.

― 12장 결론, 373쪽



목차


감사의 글 4
약어표 15

1장 서론 : 60년간의 비평적 수용을 통해 본 레싱의 노벨상 수상의 의미 16
1. 들어가면서 16
2. 1969년까지의 비평적 수용 : 모더니즘의 권위와 그에 대한 반발 18
3. 1970년대의 비평적 수용 : 진화하는 비평과 여과되는 독자 26
4. 1980년대의 비평적 수용 : 레싱의 반격과 비평계의 수모 32
5. 1990년대의 비평적 수용 : 오독의 책임에 관한 공방 41
6. 오늘날의 비평적 수용 : 레싱 연구의 부활 가능성 47
7. 나가면서 : 이 시대의 위대한 무당에 대한 마지막 예우 53

1부 벽 속 공간으로 상상력을 확장하다 62

2장 『어느 생존자 의 비망록』 : 차이, 변화, 해방의 모색 66
1. 들어가면서 66
2. 차이의 공간으로서의 판타지 71
3. 변화의 공간으로서의 과학소설 79
4. 판타지의 또 하나의 역할 : 해방의 공간 만들기 86
5. 나가면서 92

2부 우주인의 시각으로 지구를 바라보다 95

3장 『시카스타 : 식민화된 제5행성에 관하여』 : 레싱의 ‘실낙원’과 ‘복낙원’ 102
1. 들어가기 102
2. 과학적 우주관을 통한 인류 탄생 및 타락 신화의 탈신화 작업 108
3. 대안 역사 형식을 통한 오늘날의 병폐현상 진단 119
4. 유토피아 소설 형식을 통한 복낙원 124
5. 나가기 130

4장 『제3, 4, 5지대 간의 결혼』 : 레싱이 제안하는 여성적 비전 134
1. 들어가기 134
2. 경계 짓기 : 여성성 대 남성성 137
3. 경계 허물기 : 성의 변증법 147
4. 레싱의 여성적 비전 154

5장 『시리우스 제국의 실험』에 나타난 진화에 관한 시각 159
1. 들어가기 159
2. 세 제국의 사회생물학 실험 165
3. 시리우스 제국의 영적 진화 178
4. 나가기 186

6장 『제8행성의 대표 만들기』 : 현대 과학을 이용한 ‘죽음’과 ‘멸종’에 관한 해석 190
1. 서론 190
2. 현대 생물학 : 의식이나 정보 유전의 과학적 근거 194
3. 현대 물리학 : 육화 혹은 환생의 과학적 근거 205
4. 결론 212

7장 과학소설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 도리스 레싱의 문학적 도약 217
1. 들어가기 217
2. 개인을 넘어서다 220
3.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227
4. 의식을 확장하다 234
5. 나가면서 242

3부 사회의 약자에게 눈을 돌리다 245

8장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 현대 사회의 소수자 그룹, 초고령 여성 251
1. 들어가기 251
2. 노인 여성과 초고령 여성 254
3. 초고령 여성과 가정 261
4. 여성 노인, 사회, 그리고 사회복지 267
5. 나가기 274

9장 도리스 레싱의 ‘그로테스크’ : 『다섯째 아이』와 『세상 속의 벤』을 중심으로 278
1. 들어가기 278
2. 『다섯째 아이』 : 억압된 ‘내부의 타자’의 이미지로서의 그로테스크 281
3. 『세상 속의 벤』 : 배척당하는 ‘외부의 타자’의 이미지로서의 그로테스크 292
4. 나가기 304

4부 먼 미래와 먼 과거에서 오늘을 조명하다 308

10장 『마라와 댄』과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 포스트콜로니얼 사변소설과 ‘유목적 주체’의 형상화 314
1. 들어가기 314
2. 『마라와 댄』 : ‘유목적 주체’로서의 공간 이동 319
3.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 과거 역사의 보존 및 기술에 관한 시각의 진화 329
4. 나가기 337

11장 『클레프트』 : 신화와 역사 사이의 흐린 경계지대 341
1. 들어가기 341
2. 주체에서 타자로의 전환 : 주체성의 상실인가 혹은 양도인가? 343
3. 그녀의 신화에서 그의 역사로의 전환 360
4. 나가기 366

12장 결론 : 반영에서 회절로 비상하다 370

출처 375
도리스 레싱 연보 376
참고문헌 379
찾아보기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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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잎사귀처럼 - <사이보그 선언문>의 저자 다나 J. 해러웨이의 지적 탐험』(다나 해러웨이 외 지음, 민경숙 옮김, 갈무리, 2005)

동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 문화비평가로 널리 알려진 다나 J. 해러웨이와 예술비평가이자 해러웨이의 제자인 사이어자 니콜스 구디브의 대담집이다. 199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Fleshfactor'에 실린 것을 책으로 출간했다. 영장류학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 사이보그 페미니즘 이론 창시,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화비평 등으로 페미니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해러웨이의 이론이 나오게 된 전기적 배경을 대담을 통해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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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노동자』(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 이영주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2018.08.17 |



보도자료 


피와 불의 문자들

In Letters of Blood and Fire



노동, 기계, 화폐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노동, 기술, 화폐의 양상들을 맑스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피와 불의 문자들을 다시 불러오고 있는 21세기 자본주의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지은이  조지 카펜치스  |  옮긴이  서창현  |  정가  27,000원  |  쪽수  480쪽

출판일  2018년 8월 16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45*210)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62

ISBN  978-89-6195-183-8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23141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보도자료  180815-피와불의문자들-보도자료.hwp 180817-피와불의문자들-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시의적절하게 출판된 조지 카펜치스의 이 책은 지난 30년간의 자본의 변형에 대한 날카롭고도 단호한 분석을 제공해 주고,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고전적 작품들을 재독해한다. 그것들은 가치 투쟁의 전선(前線)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부단한 경계심을 일깨워준다.
맛시모 데 안젤리스, 『역사의 시작』의 저자, 웹저널 『공통인들』의 편집자

조지 카펜치스는, 1960년대의 미국 시민권 운동에서 1970년대 유럽 자율주의 운동에 이르는, 1980년대 석유 호황기 나이지리아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1990년대 사빠띠스따의 엔꾸엔뜨로[대륙간회의]에 이르는,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공통장들을 위한 프레카리아트의 투쟁에 이르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정치 철학자다. 우리 시대의 역사가인 카펜치스는 20세기의 정치적 지혜를 21세기로 가지고 온다. 여기에 우리 시대에 딱 맞는 자본주의 비판과 프롤레타리아트 이론이 있다.
피터 라인보우, 『마그나카르타 선언』의 저자, 『히드라』의 공저자



『피와 불의 문자들』 간략한 소개


칼 맑스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정보 테크놀로지, 비물질적 생산, 금융화, 세계화가 자본주의의 폭력적 기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를 개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의 시기는 사회경제적 새로움의 단계를 보여주기는커녕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에 대한 피와 불로의 회귀의 시대를 보여준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전쟁과 위기의 주제들은 이 책을 관통하며, 저자는 그것들에 특별한 강조점을 둔다. 이 책은 자본이 세계적 규모로 폭력을 영속화하고 비참함을 증식하는 특수한 방법이 무엇인지 상세히 보여준다. 이 책은 오늘날의 정치적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 맑스의 사유를 주의 깊게 다시 읽고 해석한다. 원래 지난 30년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을 둘러싼 논쟁들에 기여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카펜치스의 저작들을 공통의 미래로 이행하는 이 시기의 투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피와 불의 문자들』 출간의 의미


조지 카펜치스와 『피와 불의 문자들』

조지 카펜치스는 1945년 그리스 남부 라코니아 지역 출신의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미국 서던메인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물리학 전공으로 학업을 시작한 그는 역사와 과학철학으로 연구의 초점을 바꾸어 프린스턴 대학에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베트남 전쟁 반대 투쟁이 활발했었는데, 카펜치스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구상하면서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 이론과 실천의 융합을 좀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면서 카펜치스는 경제학에서 ‘대항강의’를 개설할 필요성으로 인해 맑스의 『자본론』 등 ‘대항경제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이렇게 카펜치스는 연구자, 활동가, 교수, 투사로 1960년대부터 미국의 다양한 사회운동에 결합해온 실천가이면서 물리학, 경제학, 역사, 철학에 두루 정통한 학자이다. 카펜치스의 이러한 풍부한 연구 배경과 사회적 활동은 『피와 불의 문자들』의 모든 페이지에 담긴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통찰들에서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미 『탈정치의 정치학』(갈무리, 2014),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갈무리, 2012) 같은 책을 통해서 카펜치스가 쓴 몇 편의 논문이 한국 사회에 소개되었다.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In Letters of Blood and Fire)은 국내에 번역되는 그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이다. 이 책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카펜치스가 쓴 글들을 일관된 체계로 엮은 선집으로 영어판은 2013년에 발간되었다. 이 책을 집필한 30년간의 시기를 카펜치스는 ‘에너지’ 위기에서 ‘금융’ 위기에 이르는 부단한 자본주의의 위기의 시기였다고 진단하는데, 실제로 이 시기 많은 논평가들은 자본주의가 끝났다는 선언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곤 했다.

‘에너지’ 위기를 ‘노동/에너지 위기’로 불러야 한다

카펜치스의 독특한 관점은 자본주의에 대한 미디어나 정책 결정자, 주류 경제학자들의 통상적인 서술에 대한 그의 비판적 개입에서 잘 드러난다. 예컨대 석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강으로 표현되었던 ‘에너지’ 위기라는 용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카펜치스는 위기의 시대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사람들이 ‘에너지’나 ‘금융’ 같은 추상적인 표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체계에 대한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카펜치스는 이 책에 수록된 첫 번째 글 「노동/에너지 위기와 종말론」에서 ‘에너지 위기’를 ‘노동/에너지 위기’로 바꿔 부름으로써 예컨대 1980년대의 위기가 ‘에너지’를 둘러싼 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의 위기였다는 것, 그리고 그 통제를 회복하기 위해 에너지 상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당시 문제로 되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미드나잇 노츠 콜렉티브>(Midnight Notes Collective)와 조지 카펜치스

조지 카펜치스가 창립 멤버로서 함께하며 30년간 잡지 발행 등의 활동을 해온 <미드나잇 노츠 콜렉티브>는 1979년에 보스턴과 뉴욕에서 창립되었다. 이 연구자/사회운동 집단은 자신들의 기획을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하였다 : “<미드나잇 노츠> = 사회운동들 + 노동계급 범주들”. 이 집단에 영향을 미친 주된 이론가 집단을 살펴보는 것은 카펜치스의 사상과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집단은 국내에 『집안의 노동자』(갈무리, 2017)로 잘 알려진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와 셀마 제임스 같은 여성주의 이론가, 활동가 등이 개진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국제 캠페인 이론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또 마리오 뜨론띠, 페루치오 감비노, 세르지오 볼로냐나 『제국』(세종서적, 2001)의 공저자로 유명한 안또니오 네그리 같은 이탈리아의 자율주의적 사상가들과 활동가들의 맑스주의 확장도 받아들였다. 또한, 17~18세기의 계급투쟁을 연구했던 E. P. 톰슨과 그의 동료 역사가들의 영향도 받았다. 카펜치스는 이러한 이론적 흐름들에 영향을 받은 연구자이자 활동가다.

만물 속에 ‘노동거부’가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 「노동과 노동거부」에서는 카펜치스가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갖게 된 ‘노동거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개진된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통념과는 달리 노동이라는 다층적인 인간 활동은 대부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임금을 받는 것만이 노동일까? 아니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보이지 않고 인식되지 않는 노동이 훨씬 많다. 예컨대 가사노동이 그러하다. 또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노예나 감옥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노동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카펜치스는 노동을 ‘다양체’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카펜치스는 노동에 대한 자신의 관점 변화가, 몇백 년 전 만류인력 개념이 많은 사람에게 가한 충격과 비슷한 것이었다고 쓴다. “사과의 낙하와 달의 운동이 단일한 힘으로 설명되었던 것처럼” 카펜치스는 “노동에 반대하는 투쟁에 대한 대응의 징후들을” 일상적으로, 모든 곳에서, 모든 사물에서 발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 세계 전체에 노동거부가 새겨져 있어서 예컨대 노동거부의 가시적인 폭발인 ‘파업’은 노동거부의 유일한 사례가 아니라 “매일 매일의 수많은 미시적인 거부들의 결과”라는 것이다. 1부에 실린 글들은 노동과 노동거부에 대한 이러한 통찰들을 담고 있다.

기계 때문에 우리는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인가?

이 책의 2부 「기계들」은 자본주의와 기계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과거 어느 때보다 각종 과학기술과 기계들에 둘러싸여 사는 모든 현대인에게 특히 미디어에 의해서 흔히 제기되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기계 때문에 우리는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인가?’ 대단히 현재성을 띠는 이 질문을 둘러싸고 제출된 긍정과 부정의 다양한 입장들을 카펜치스는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카펜치스는 기계가 노동과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증기기관, 지렛대, 도르래의 시기로 돌아가서 역사적인 고찰을 진행한다. 그러면서 상품생산에 지렛대 같은 기계들이 도입되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로봇, 자기-재생산적 자동기계가 더해진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노동에 대한 욕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맑스주의와 기계에 대해서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두 개의 주장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20세기에 도입된 새로운 기계인 튜링 기계가 맑스주의의 자본주의 이론을 위기에 빠뜨린다는 주장이다. 물리학 전공자이면서 과학철학자, 역사가인 카펜치스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기계와 노동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기계는 특정한 인간 노동을 “추상화하고 분석하고 측정한다.” 지렛대는 “덩어리를 옮기고 기계적인 힘들을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변형하는 특정한 종류의 노동”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 증기기관은 “열의 운동을 모방하는 기계적인 힘으로 열에너지를 변형한다”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튜링 기계 이론은 계산 노동을 모델로 하며, “우리에게 (두뇌의) 이러한 노동을 추상화하고 분석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로 튜링 기계 이론의 초기 해설서에 따르면 “컴퓨터”는 사무직 노동자였다고 한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맑스는 지렛대 같은 단순한 기계와 증기기관에 친숙했지만, 튜링 기계처럼 현대에 더 중요한 기계들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이것이 맑스주의의 자본주의의 분석에서 중요한 공백이라고 지적한다.

둘째로 이 책은 기계가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는 논쟁적인 주장을 변호한다. 자동화된 공장, 로봇, 미사일, 인공지능의 시대에 기계가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니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2부에서 카펜치스는 이 질문에 응답하면서, 그에 대한 답은 ‘노동거부’에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가치 창출 노동이 되기 위해서는 그 노동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이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거부될 수 없다면, 그것은 생산과정의 일부인 ‘가치 창출’이 아니라 ‘가치 이전’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카펜치스의 주장이다.

자본주의는 왜 전쟁으로 점철되는가?

3부 「위기와 전쟁」에서 카펜치스는 위기와 전쟁을 계급갈등과 연관지어 분석한다. 카펜치스에게 위기는 채무불이행이나 파산과 연관된 좁은 개념이 아니다. 카펜치스는 ‘위기’라는 말을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라는 말로 확장하고자 한다. 전쟁, 기근, 임신 거부, 기아의 증가, 빈곤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사회적 재생산에 위기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자기 삶을 재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 그것은 당연히 경제학의 지표로 파악되는 상품생산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 자본주의에서 부단히 반복되고 쉼 없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카펜치스는 말한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조지 카펜치스 (George Caffentzis, 1945~ )

조지 카펜치스는 화폐에 관한 저명한 연구자이자 자율주의 운동의 지도적 사상가이다. 1960년대 초 시민권 시대에 연좌운동으로 체포된 이후 무수한 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70년대와 80년대 이후 특히 원자력 반대 운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행동주의를 이어오고 있다. 1974년 『제로워크』 잡지를 공동 편집했고, 1978년에는 <미드나잇 노츠 콜렉티브>를 공동 창설한 이후 30년 동안 이 단체의 잡지를 발간했다. 1983년부터 나이지리아 정유 센터에 인접한 칼라바르 대학의 종교철학부에서 논리학, 철학, 과학사를 가르치면서,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내재해 있는 “뉴인클로저”와 석유 정치학에 대해 연구했다. 현재 미국 서던 메인 대학에서 철학과와 상급 코스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펜치스는 사형 제도, 재생산하는 자동 기계, 석유생산 정점, 아프리카의 지식 인클로저, 화폐 철학에 이르는 주제들에 관해 다수의 책과 논문을 썼다. 그의 저작은 반핵, 반전, 사형 반대, 대안 세계화, 사빠띠스따 옹호, 공통장의 옹호 등 일관된 주제를 다루었다. 수년간 국제반자본주의 운동에 바친 그의 독창적이고 강력한 기여는 가사노동을 위한 임금의 페미니즘적 경험들, 이탈리아 노동자주의 사상가들과 투사들의 통찰들, E. P. 톰슨과 그의 동료들의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 개념들을 확장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그의 저작들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피와 불의 문자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첫 책이다. 이 밖의 저서로는 Clipped Coins, Abused Words, and Civil Government (1989); Exciting the Industry of Mankind (2013) 등이 있다. 공저로는 Midnight Oil (1992); Auroras of the Zapatistas (2001); A Thousand Flowers (2000) 등이 있다.


옮긴이

서창현 (Seo Chang Hyeon, 1966~ )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논문으로「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연구」(석사)가 있고 역서로 『있음에서 함으로』(2006), 『사빠띠스따의 진화』(2009), 『네그리의 제국 강의』(2010), 『전복적 이성』(2011), 『노동하는 영혼』(2012), 『자본과 언어』(2013), 『동물혼』(2013), 『자본과 정동』(2014), 공역서로 『서유럽 사회주의의 역사』(1995), 『사빠띠스따』(1998), 『비물질노동과 다중』(2005), 『다중』(2008),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2012) 등이 있다.



추천사


시의적절하게 출판된 카펜치스의 이 책은 지난 30년간의 자본의 변형에 대한 날카롭고도 단호한 분석을 제공하며, 이 시대의 관점에서 고전적 작품들을 재독해한다. 책은 가치 투쟁의 전선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부단한 경계심을 일깨워준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다. 우리가 현재 위기의 의미를 전복하고 이 위기를 해방을 위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투쟁 시기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의 안전과 공동체의 안전에 본질적인, 그리고 거짓 신화를 위안으로 삼지 않는 경각심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자본의 야수는 여전히 야수이며, 우리를 사회정의와 평화로 인도해줄 과학기술이나 특권적인 노동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맛시모 데 안젤리스, 『공통인들』의 편집자, 『역사의 시작』의 저자

카펜치스는, 1960년대의 미국 시민권 운동에서 1970년대 유럽 자율주의 운동에 이르는, 1980년대 석유 호황기 나이지리아 노동자 투쟁에서 1990년대 사빠띠스따의 엔꾸엔뜨로 [대륙간회의]에 이르는,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공통장들을 위한 프레카리아트의 투쟁에 이르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정치철학자다. 경제학과 물리학을 두루 섭렵한 그는 화폐·시간·노동·에너지·가치 같은 근본적인 범주들을, 혁명적 맑스주의 그리고 변화하는 운동의 역학과 맺는 연관 속에서 재고찰했다. 이 시대의 역사가인 그는 20세기의 정치적 지혜를 21세기로 가져온다. 활발하면서도 집요한 논객인 그는 오만한 맑스 연구가들을 에워싸고 원무를 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사유는 더 깊어지며, 더 즐겁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그가 세계를 전복하는 지렛대는 깃털처럼 가벼우며, 그 지렛목은 주부·학생·농민·학생 들처럼 견실하다. 여기 이 시대에 걸맞은 자본주의 비판과 프롤레타리아트 이론이 있다. 그는 브루클린, 메인, 영국,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그리스, 또는 인도네시아에 정통하며, 고대의 이솝과 디오게네스, 중상주의 시대 화폐에 대한 영국 경험주의 철학자들, 또는 미국 학계를 지배한 유럽의 다양한 근대성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역시 정통하다. ― 피터 라인보우, 『마그나카르타 선언』의 저자

이 글들은 21세기의 시초축적의 피와 불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이 야만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을 로봇 이코르, 실리콘 칩, 유전자 코드로 새겨진 새로운 형태의 미래주의적 강탈에 연결하는 불가피한 결합들 역시 밝혀준다. 카펜치스는 오랫동안, 이론적으로 매우 심오하고 철저하게 역사적이며, 아주 독창적이고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변화무쌍한 계급투쟁의 전선에 항상 연결된 현대 맑스주의를 창조해 왔다. 오늘날 그의 저작들은 전 세계에서 다시 폭발하는 전 지구적 봉기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 닉 다이어-위데포드, 『사이버-맑스』의 저자, 『제국의 게임』의 공저자



책 속에서 : 『피와 불의 문자들』로 쓰여지는 자본주의


나는 70년 이상의 인생 대부분을 계급투쟁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지내왔다. 그러나 나의 계급투쟁 개념은 적어도 세 번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 자본주의 이해에서 일어난 두 번째 개념적 혁명은 내가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을 소개한 1973~74년에 또한 시작되었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셀마 제임스, 실비아 페데리치가 그들인데, 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관점을 발전시켰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0~14쪽


내가 보기에 계급투쟁은 대규모의 파업, 노동자 반란, 혁명적 강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계급투쟁의 심장은, 결국에는 (역사책에 기록되는) 파업들, 반란들, 헌장들이 되는 노동과 노동거부 사이의 미시투쟁들(micro-struggles)이다.

― 머리말, 24쪽


왜냐하면 물리학은 단지 대자연에 대한 학문에 그치거나 과학기술에 응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노동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그 핵심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자본을 위한 궁극적인 자연이 인간 자연이라면, 과학기술의 결정적인 요소는 노동이다. 예를 들어 열역학의 제1법칙은, …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구상을 자극했다.

― 노동/에너지 위기와 종말론, 37쪽


결국, (간단히 말해, 열 또는 튜링) 기계들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노동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노동의 가치 창출 역량(capacities)은 그것의 부정적 능력(capability), 즉 노동이기를 거부할 수 있는 그것의 역량 속에 존재해야 한다. 이 자기 성찰적 부정성은 맑스 이론의 극히 적은 모델들이 포착할 수 있는 노동의 현실성의 요소다.

― 왜 기계들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가, 265쪽


단순 기계와 열기관이 육체노동을 위한 분명한 모델이었다면, 튜링 기계의 작동들은 정신노동으로서의 사유를 위한 모델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모델은 부르주아와 사유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이룬다.

― 맑스, 튜링 기계 그리고 사유의 노동, 271쪽


전쟁이 노동계급의 창출, 양, 질의 유일한 필수조건인 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은 노동조직의 새로운 형식을 위한 연구실, 실험장, 공장이었다. … 결국, 군대와 경찰은 노동관계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이고 반생산적인 노동자들을 절멸시킨다.

― 운동을 동결하기 그리고 맑스주의적 전쟁론, 355쪽


노동계급 대부분의 역사에서,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은, 임금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지위와 무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통장들이나 공유재의 현존에 토대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임금투쟁”이 오랜 공통장들을 보존하고 새로운 공통장들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금융위기에 대한 메모, 395쪽


가사노동의 비가시성은 모든 자본주의적 삶의 비밀을 은폐한다. 사회적 잉여의 원천 ― 비임금노동 ― 은 박탈되고 자연화되고 체제의 주변부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것의 생산자들이 더욱 쉽게 통제되고 착취될 수 있다. 맑스는 19세기 유럽의 임금 소득 프롤레타리아의 경우에서 이러한 현상을 인식했다.

―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개념에 대하여, 425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0
머리말 21

1부 노동/거부
노동/에너지 위기와 종말론 33
누군가의 종말은 다른 누군가의 유토피아다 42
종말론을 해독하기 48
케인스주의의 위기 55
가격과 가치 57
“에너지 위기”라는 연역법 : 이론적 간주곡 65
노동의 다양성 : 재생산 79
노동의 다양성 : 정보로서의 반엔트로피 90
노동의 다양성 : 똥으로서의 반엔트로피 104
종말론의 종말 109

공간 속의 모르몬교도들(실비아 페데리치와 공동 집필) 112

노동의 종말인가 노예제의 부활인가 : 리프킨과 네그리에 대한 비판 126
서론 126
일자리와 노동의 다양성 127
노동의 종말 130
네그리와 가치법칙의 종말 138
결론 147

계급투쟁의 세 가지 시간적 차원 149
서론 149
자본주의에서의 시간의 세 형식과 시간 파괴 150
결론 167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169
서론 169
인지자본주의의 계보학 : 자본주의 = 합리성 : 베버, 짐멜, 하이에크 … 그 사이에 케인스는 없고 맑스가 있는 170
OECD와 세계은행 174
반자본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본 인지자본주의 177
종결부 185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186
결론 : 전 지구적 투쟁들에 대한 개략적 시각을 찾아서 207

2부 기계들
아프리카와 ‘자기를 재생산하는 자동기계들’에 대해 211
왜 기계들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가 : 맑스의 기계론 230
맑스의 이론과 19세기 중반의 열역학 234
열역학과 가치 237
제로워크 역설 246
맑스 기계론의 전략 249
맑스와 튜링 기계 258
노동의 자기부정성 264

맑스, 튜링기계 그리고 사유의 노동 268
서론 268
정신/육체 구분에 관한 짧은 역사 269
맑스와 정신노동 273
연산과 노동과정 277
정신적 숙련의 자기방어 279

결정들과 분석 엔진들 : 새로운 기계론을 위한 역사적이고 개념적인 예비들 286
서론 287
1부 개념적 예비 : 맑스의 기계론은 일관성이 있는가? 292
2부 역사적 예비 : 유어 대 배비지 305
결론 : 새로운 기계론인가 낡은 자본주의론인가 ― 아니면 둘 다인가? 319

3부 화폐, 전쟁 그리고 위기
운동을 동결하기 그리고 맑스주의적 전쟁론 324
애가 325
평화의 여름에 대한 성찰들 326
평화 운동의 구성, 조직 그리고 분화들 328
평화 운동과 1970년대 미국의 계급 전쟁 333
전쟁의 순수 이론 336
“가볍게, 값싸게, 많이”/ “수출만이 살길이다” : 새로운 전투적 사유와 재산업화 356
징병대 : 가변자본과 모비 딕 364
핵전략 :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가? 367
종결 : 이론과 실천 375

화폐의 권력 : 부채와 인클로저 376

금융위기에 대한 메모 : 주가 폭락에서 동결까지 383

사회적 재생산 위기 개념에 대하여 : 이론적 개관 400
사회적 재생산 : 계보학과 위기, 맑스주의적 시각 403
맑스의 사회적 재생산 이론의 위기 408
상품 형태의 전체화 : 시장이 전부다 411
일반화된 교환 416
일반화된 생산과정 423

감사의 글 429
옮긴이 후기 432
후주 434
참고문헌 462
찾아보기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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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정치의 정치학』(워너 본펠드 지음, 조지 카펜치스 외 지음, 김의연 옮김, 갈무리, 2014)

‘전복적 이성’의 저자 워너 본펠드가 편집하고 안또니오 네그리, 존 홀러웨이, 해리 클리버 등 9명의 자율주의 저자들이 참여한 『탈정치의 정치학』에는 사회민주주의와 맑스레닌주의라는 20세기의 두 가지 거대한 실정적 기획을 넘어서 ‘공통적인 것’의 발명으로 나아가려는 저자들이 열망이 담겨 있다. 필자들은 출현하고 있는 전지구적 투쟁들을, ‘잠재적인 것’의 형태로 실재하는 ‘공통적인 것’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하는 혁명적 코뮤니즘의 산 실험장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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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조정환 엮음, 조지 카펜치스 외 지음, 윤인로 외 옮김, 갈무리, 2012)

이 책은 후쿠시마에서 부는 감응의 바람, 비판의 바람, 모색의 바람 등 세 가지 바람을 전달한다. 이 바람들이 전 지구적 핵권력이 몰고 오는 재앙의 바람을 혁명의 바람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우리가 후쿠시마에서 죽어간 뭇 생명들에 애도를 표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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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노동자』(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 이영주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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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갈무리, 2012)

『혁명의 영점』은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최신작이다. 저자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필수불가결한 사건으로 분석하며 여성의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혁명의 영점』에서는 여성의 관점에서 현실 사회운동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우리 시대 운동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2018.07.06 |




보도자료 


배반당한 혁명

The Revolution Betrayed



소련은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10월 혁명의 조직가이자 붉은 군대의 창설자인 뜨로츠키의 저서 『배반당한 혁명』은
소련에서 스딸린주의가 권력을 공고히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소련 관료제의 내부 동역학을 면밀히 검토한다.



2018년 전면 개정판

지은이  레온 뜨로츠키  |  옮긴이  김성훈  |  정가  22,000원  |  쪽수  384쪽

출판일  2018년 7월 1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51

ISBN  978-89-86114-09-6 03920

도서분류  1. 사회과학 2. 정치학 3. 사회학 4. 문화이론 5. 경제학 6. 역사학 7. 철학 8. 사회사상

보도자료  180705-배반당한혁명-보도자료-fin.hwp 180705-배반당한혁명-보도자료-fin.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붉은 군대를 지도했던 다작(多作)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읽기 쉽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흥미로운 책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뜨로츠키의 놀라울 정도로 꾸준한 영향력의 비밀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배반당한 혁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뉴욕 헤럴드 트리뷴 북스』

스딸린에 반대했던 인물들 가운데 오직 뜨로츠키만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비판을 생산해냈다. 『배반당한 혁명』에서 뜨로츠키는 그 비판의 최종판을 제출했다. 이 책은 기묘한 방식으로 이 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들 중 한 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에 수록된 사유의 일부는 뜨로츠키의 풍성한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먹고살았던 많은 작가들에 의해 널리 대중화되었다. 『배반당한 혁명』은 맑스주의 문헌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 아이작 도이처,『 뉴스테이츠먼』



『배반당한 혁명』 간략한 소개


10월 혁명의 조직가이자 붉은 군대의 창설자인 뜨로츠키의 저서 『배반당한 혁명』은 소련에서 스딸린주의가 권력을 공고히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소련 관료제의 내부 동역학을 면밀히 검토한다. 뜨로츠키는 중대한 역사적 전개의 원인을 “개인숭배”에서 찾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세계 최초 노동자 국가의 권력을 찬탈한 소련 관료제의 본질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해부한다. 현재까지도 이 고전은 소련 관료제의 기원에 대한 가장 완전한 연구서로 남아 있다. 「왜 스딸린은 승리했는가」, 「관료집단이 지배계급인가?」, 「소비에트와 민주주의」 등이 수록되어 있다.



『배반당한 혁명』 상세한 소개 (「역자 후기」 중에서)


『배반당한 혁명』은 저자 서문과 일국사회주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 논평이 담긴 보론을 제외하면 총 1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저작은 당시 스딸린주의 관료집단이 지배하고 있던 소련의 실상을 혁명적 맑스주의의 이론적 전통에 기초하여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체제의 시초가 된 러시아 혁명 직후의 상황들 역시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서술은 그가 소련에서 추방당할 때까지 혁명 지도부의 일원이었으며 이후 스딸린 관료집단에 대항한 투쟁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의해 가능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저작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대외정책이나 군사 문제에 대해서 관심 있는 독자들은 제8장을, 그리고 사회문화 일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은 제7장을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배반당한 혁명』의 핵심 : 소련 체제의 성격 규정과 그 전망

이 저작의 핵심적인 내용은 뜨로츠키 자신이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저작의 부제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소련 체제의 성격 규정과 그 전망에 있다. 실제로 이 저작을 통해 뜨로츠키는 소련 스딸린주의 체제에 대한 이론을 완결했다. 이 저작 전체에 걸쳐서 뜨로츠키는 스딸린 정권의 “완벽하고도 되돌릴 수 없는 사회주의 체제의 승리”에 대한 선전을 낱낱이 비판하고 있다. 우선 그는 이 책의 3장에서 소련을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이행기 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저서는 곳곳에서 소련의 노동생산성이 선진 자본주의국가들보다 뒤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서방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좋은 기계를 도입했으나 이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들이 없다 ; 기계는 너무나 자주 고장을 일으켜서 수리비용이 생산성 증가분을 앞지르고 있다 ; 아직도 많은 수의 농민들은 신발이 없이 맨발로 생활하고 있다 ; 혁명 직후 볼셰비키당은 여성의 사회적 해방을 앞당기기 위해 탁아소, 유치원, 공공식당 등을 대대적으로 설립하는 일에 착수하였다 ; 그러나 이 영웅적인 노력도 자원의 부족과 문화 수준의 낙후 상태로 인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등등.

소련 체제의 이중적 성격

이러한 구체적인 현실을 거론한 후 뜨로츠키는 맑스, 엥겔스, 레닌의 저서들을 인용하면서 당대 자본주의 최고의 생산력을 구비하고 있지 못한 소련이 사회적 소유형태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본주의의 분배 규범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생산력을 구비한 미국조차도 사회혁명이 성공된 후 즉시 인민들의 요구를 원하는 대로 충족시킬 정도의 생산력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한 노동생산성을 높이도록 장려, 고무하는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그는 소련 체제가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련이라는 노동자국가는 왜 관료집단을 필요로 하는가?

뜨로츠키는 이 질문에 대해서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인용하면서 답한다. 생산력의 불충분한 수준 때문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표현되는 개인적 생존투쟁은 여전히 현실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라는 억압기구와 이 기구의 기능을 수행하는 관료집단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노동자국가는 관료집단 즉 국가기구의 사멸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10월 혁명이 승리한 직후 볼셰비키당의 정책을 예로 들면서 스딸린 정권의 반사회주의적 정책을 비판한다. 그는 10월 혁명이 있기 바로 전 레닌이 『국가와 혁명』이란 저술을 통해 (1) 선거와 피선출자의 소환이 언제나 가능해야 한다, (2) 관리들은 노동자와 같은 수준의 봉급을 받는다, (3) 사회 성원 모두가 사회통제와 감독기능을 수행하여 모두가 잠시 ‘관료’가 되어서 어느 누구도 그야말로 ‘관료’가 되지 않을 체제로 즉시 이행해야 한다 등 프롤레타리아 독재 체제의 혁명적 원칙을 제창한 바 있으며 이것이 곧 볼셰비키당의 정책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점점 더 비대해지는 소련의 관료기구

그러나 뜨로츠키가 보기에 당시 소련 관료기구는 사멸의 길을 걷고 있기는커녕 말로는 사회주의가 완성되었다고 하면서 더욱더 비대해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관료집단에 대해서 도덕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관료기구의 증대가 어떤 객관적인 요인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었는지를 논증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성취한 소련의 국가권력이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관료집단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이유를 국제적 계급투쟁의 상황 및 러시아 국내 상황으로 설명한다. 우선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국제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소련은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서 포위되어 국내외 반혁명 세력과 내전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결과 소련의 경제적 토대는 무너졌으며 노동자계급은 전멸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와 중국에서 전개되었던 1918∼28년의 혁명적 상황이 노동자계급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러시아 인민은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혁명에 대한 열정을 간직할 수 없었다. 더욱이 그나마 내전에서 살아남았던 혁명적 노동자들은 국가기구의 행정적 필요를 담당하면서 대중과 멀어지게 되었다. 이제 러시아에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양대 계급 중 어느 쪽도 사회를 지배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틈을 타서 과거 짜르 체제의 관료, 전문가, 장교 등 중간계급이 농촌의 부농(쿨락)과 결탁하면서 이 공백을 비집고 들어와 사회의 지배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회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국가를 경영할 관료집단과 지도자가 필요했다. 이 역할은 스딸린과 그의 하수인들에 의해 수행된다.

소련 체제의 성격 :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간에 위치한 모순적인 사회체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으로 집단적 소유가 정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국가권력은 집단적 소유형태에 걸맞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기생적 관료집단이 장악하였다. 뜨로츠키는 이러한 모순적 현실을 사회주의 강령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소련 체제의 성격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간에 위치한 모순적인 사회체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뜨로츠키는 소련의 노동자계급이 정치혁명을 수행하여 관료집단을 타도하지 못할 경우 노동자 민주주의에 의해서만 온전히 운영될 수 있는 집단적 계획경제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계획경제 체제가 붕괴한 사회는 산업과 문화가 대규모로 쇠퇴하는 자본주의 복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였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레온 뜨로츠키 (Leon Trotsky, 1879~1940)

본명은 레프 다비도비치 브론시타인이며 1870년 우크라이나의 유태인 가정에서 출생하였다. 1898년에 혁명가로 체포되어 시베리아에 유형되었으나 탈출하여 1902년 런던에서 레닌과 합류했다. 러시아사회민주당의 분열과정에서 그는 볼셰비키와 멘셰비키의 주장을 화해시키기 위해 이 양측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1905년에 러시아로 돌아와 수도에 있는 제1소비에트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두 번째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졌고 또다시 탈출하였다. 1917년 2월 혁명이 발발하였을 때 뉴욕에 있었으나 5월에는 페뜨로그라드로 돌아왔고 10월에는 페뜨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이 되었다. 그는 외무인민위원이 되었고 탁월한 논쟁술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협약의 조인을 지연시켰다.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전쟁위원으로 임명되어 적군(赤軍)을 창설하였다. 레닌 사후 스딸린에 의해 직책에서 쫓겨났고 1927년에는 출당되었다. 1929년에는 터키로 추방되었지만 거기에서 『러시아 혁명사』를 집필하였다. 이후에 프랑스, 노르웨이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했으며 마지막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1940년 8월에 스딸린이 보낸 암살자에 의해 살해되었다.


옮긴이

김성훈

1966년 출생. 1989년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 『배반당한 혁명』과 소련 체제


소련 정부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소련의 “친구들”이라고 인정되고 있는 인사들의 대다수는 소련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적대감은 소련 체제의 허약함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소련에 대한 자신들의 공감이 허약하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두려움과 경고를 모두 차분한 마음으로 무시할 것이다. 사태를 결정짓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는 가면이 아니라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

― 서문, 52쪽


현재 소련은 서방의 기술적·문화적 성과들을 수입하고 빌리고 도용하는 가운데 사회주의체제 건설의 준비 단계를 경과하고 있다. … 자본주의 체제가 완전하게 정체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리는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이 준비 단계는 아직도 역사적 시기 전체를 소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앞으로 연구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아주 중요한 첫 번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 1장 그동안 무엇이 성취되었는가, 71쪽


러시아는 자본주의의 가장 강한 고리이기는커녕 가장 약한 고리였다. 현재 소련은 세계의 경제수준을 능가하고 있기는커녕 자본주의 국가들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당대에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의 생산력을 사회화한 기반에서 형성될 사회를 맑스가 공산주의의 가장 낮은 단계 즉 사회주의라고 불렀다면 이것은 명백히 소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 3장 사회주의 체제와 국가, 103쪽


노동자계급 내에 존재하는 반동의 물결은 도시와 농촌의 쁘띠부르주아 계층에게 커다란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들은 이미 신경제정책을 통해 분기하고 있었는데 이제 더욱더 대담해졌다. 젊은 관료집단은 처음에는 노동자계급의 대표로 등장했으나 이제 계급 간의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스스로 담당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관료집단의 독립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 5장 소련에서의 테르미도르 반동, 153


임금의 아주 뻔뻔스러운 격차와 자의적인 특전을 통해 관료집단은 노동자계급 내에 날카로운 적대감을 심어놓는 데 성공했다. 스타하노프 운동에 대한 기록은 때때로 소규모 내전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 6장 불평등과 사회적 적대관계의 증대, 195쪽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노예로 만들었는가, 착취자가 이 양자를 어떻게 모두 지배했는가, 근로인민이 피의 대가를 지불하고 노예상태에서 자신을 해방하려고 시도했으나 어떻게 해서 하나의 쇠사슬이 다른 쇠사슬로 바뀌었을 뿐인가 … 그러면 어떻게 현실에서 아동, 여성, 인간이 스스로를 해방할 것인가? … 과거의 모든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은 대중이 통제하지 않는 억압체제의 수호자들과 모든 특권층에 대해서 근로인민이 결코 지워지지 않는 불신으로 무장할 것을 요구한다.

― 7장 소련의 가족, 청년, 문화, 229쪽


생산수단 소유의 관점에서 보면 사령관과 가정부 소녀, 복합기업 책임자와 일용 노동자, 인민위원의 아들과 집 없는 아동 사이의 차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자는 호화 아파트에 살면서 나라의 여러 곳에 여름 별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으며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자기 구두 닦는 법을 이미 오래전에 잊어 먹었다. 후자는 칸막이도 없는 나무로 된 막사에서 반 기아상태에서 살면서 맨발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구두를 닦을 필요가 없다. 관료들에게는 이 차이가 아무런 관심거리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용 노동자에게 이 차이는 당연하게도 매우 중요하다.

― 9장 소련의 사회적 관계, 319쪽



목차


역자 서문 : 뜨로츠키와 노동자국가 7
서문 48

1장 그동안 무엇이 성취되었는가? 53
1. 공업 성장의 주요 지수들 54
2. 소련이 이룩한 업적에 대한 비교 평가 58
3. 인구 일인당 생산량 66

2장 경제성장과 당 지도부의 좌충우돌 72
1. “전시 공산주의”, “신경제정책”, 쿨락에 대한 정책 73
2. 급선회 : “4년 내에 5개년 계획을 완수하자”와 “완벽한 집단화” 86

3장 사회주의 체제와 국가 100
1. 이행기 체제 101
2. 강령과 현실 106
3. 노동자국가의 이중적 성격 109
4. “일반화된 결핍”과 경찰기구 113
5.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강화” 118

4장 노동생산성을 향한 투쟁 124
1. 화폐와 계획 125
2. “사회주의적” 인플레 129
3. 루블화의 복권 136
4. 스타하노프 운동 140

5장 소련에서의 테르미도르 반동 148
1. 왜 스딸린은 승리했는가 149
2. 볼셰비키당의 퇴보 158
3. 테르미도르 반동의 사회적 기반 170

6장 불평등과 사회적 적대관계의 증대 181
1. 궁핍, 사치, 투기 182
2. 노동자계급의 계층적 분화 190
3. 집단화 농촌의 사회적 모순 197
4. 관료 지배층의 사회적 외관 203

7장 소련의 가족, 청년, 문화 212
1. 가족 내부의 테르미도르 반동 213
2. 청년에 대한 관료집단의 억압 229
3. 민족과 문화 241

8장 소련의 대외정책과 군대 260
1. “세계혁명”에서 “현상유지”로 261
2. 국제연맹과 코민테른 269
3. 적군과 그 군사이론 282
4. 민병대의 해체와 장교계급의 부활 293
5. 전쟁 상황의 소련 303

9장 소련의 사회적 관계 313
1. 소련이 국가자본주의 체제인가? 325
2. 관료집단이 지배계급인가? 329
3. 소련의 사회 성격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333

10장 새로운 헌법을 통해서 바라본 소련 338
1. “능력에 따른” 일과 개인 재산 339
2. 소비에트와 민주주의 342
3. 민주주의와 당 348

11장 소련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357
1. 보나파르트 체제 : 정치적 위기의 산물 358
2. “계급의 적”에 대한 관료집단의 투쟁 365
3. 새로운 혁명의 불가피성 371

보론 “일국 사회주의” 이론 379
후기 400
뜨로츠키 연보 405
찾아보기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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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의 계급투쟁 : 1945~1983』(크리스 하먼 지음, 김형주 옮김, 갈무리, 1994)

1945∼1983년에 걸쳐 스딸린주의 관료정권에 대항하는 동유럽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역사서. 1989년 이후 동유럽을 휩쓴 혁명적 물결과 스딸린주의 정권들의 붕괴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면면히 이어져 온노동자투쟁의 산물임을 설득력 있게 밝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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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크리스 하먼 지음, 이원영 옮김, 갈무리, 1995)

소련 해체 과정의 저변에서 작용하고 있는 사회적 동력을 분석하고 그 이후 동유럽 사회가 처해 있는 심각한 위기와 그 성격을 해부한 역사 분석서. 필자들은 이미 실패로 끝난 뻬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국가자본주의 소련의 기저에 흐르고 있던 사회적 모순의 폭발과 그에 대한 관료 지배계급의 대응방식으로 설명한 후, 소련 해체 이후 동유럽 사회들에 지속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기를 국가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된 결과로 분석한다. 다른 한편 그들은 이 위기를, 사회를 재편하여 통제하려는 사회 상층부의 움직임과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이라는 두 갈래 흐름의 화해할 수 없는 충돌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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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새로운 공간』(안또니오 네그리, 펠릭스 가타리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07)

1995년에 한국어로 첫 출판되어 사람들로부터 '다시 쓴 공산당 선언'이라는 세평을 얻었던 책. 당대 최고의 지성 안또니오 네그리와 펠릭스 가따리가 만나, 연합의 새로운 분자적 노선을 창안하여 코뮤니즘의 이념을 새롭게 구출하자는 주장을 펼친다. 1968년에 시작된 혁명의 의미를 새로운 주체성들의 탄생에서 찾으면서 이 새로운 집단적 주체에게 조응하는 새로운 혁명적 정치학을 재구성한다. 지은이 안또니오 네그리와 펠릭스 가따리는 레닌주의적 당 개념, 그리고 그것의 중앙집권주의를 극단화시켜 출현한 초중앙주의적 테러리즘을 기각하면서 이를 자본주의적 노동강제의 계획화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기각과 결부시킨다.

2018.07.03 |




보도자료 


정동정치

Politics of Affect



정동(affect)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정동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즉 정동이 본질적으로 개인적 경험의 친밀성의 문제라는 생각을 바로잡으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정동의 이론가 브라이언 마수미가 정동에 대한 모든 질문과 오해에 답한다.



지은이  브라이언 마수미  |  옮긴이  조성훈  |  정가  22,000원  |  쪽수  384쪽

출판일  2018년 6월 29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디알로고스총서05

ISBN  978-89-6195-182-1 93100  |  CIP제어번호  CIP2018017454

도서분류  1. 철학 2. 정치학 3. 경제학 4. 문화비평 5. 예술 6. 미학

보도자료  180629-정동정치-보도자료-fin.hwp 180629-정동정치-보도자료-fin.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정동정치. 우리가 정동에 흠뻑 젖어있음을 고려하면, 이 정동정치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까? 스피노자와 들뢰즈는 우리를 저 특별한 바닷속으로 강제로 떠밀어 넣는다. 마수미는 우리에게 그 바다에서 헤엄치는 방법을 세심하게 가르쳐준다. 정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정동의 실행 즉 삶의 형식에 대해서까지. ― 안또니오 네그리, 『제국』,『다중』,『공통체』의 공저자

브라이언 마수미는 정동의 수많은 역할들을 강조함으로써 삶의 진지한 유희에 대해 쓰고 싶어 한다. 이 대담집에서 그는 이 프로젝트를 아주 상세하게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정동에 대한 제정적 지도 그리기가 상당한 개념적 배당금을 지불해 준다는 것에 대한 더 많은 증거들을 덧붙인다. ― 나이절 스리프트, 워릭 대학교



『정동정치』 간략한 소개


정동(affect)은 지난 수년간 인문학계의 핵심적 키워드이자 치열한 논쟁의 주제다. 우리 시대에 정동 개념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동의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브라이언 마수미가 2001~2014년 사이에 동료 학자, 활동가, 비평가, 예술가 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모은 대담집이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마수미는 정동 개념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며, 이해하기 쉬운 생활 속 사례를 들어 정동 개념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정동”(affect) 개념에 대해서 “알 듯 모를 듯하다”라거나 “모호하다”고 느껴왔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불분명함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마수미와 동료들의 대화를 차분히 따라간다면, 독자는 “정동 이론”이라는 유용한 도구상자를 탑재하게 될 것이다.

정동이란 경험의 살이고 실체이다. 생명이 외부와 직접 대면하는 사건 속에서 형성하고 이행하는 힘과 질의 자태이다. 몸체들이 생각하고 느끼면서 즉흥적으로 창조하는 관계의 다이어그램이 그려지는 것은 이 이행과 열림의 한복판에서이다. 철학이 개념의 창조이고 예술이 공명의 창조라면, 정동정치란 바로 그 사유와 느낌의 중첩으로 충혈되어 부글거리는 정동들의 내재적 관계의 창조이자 그 창조의 테크놀로지이다. 이 방대한 내용의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마수미는 철학, 정치 이론, 일상적 삶들을 엮어 가면서 이 발생적 정동정치를 탐색한다. 토론들은 ‘횡단적으로’ 진행된다 : 주체/객체, 몸/정신, 자연/문화 등 사유를 방해하는 그 지겨운 대립들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개념들이 하나둘씩 소개되면서 발생의 정치를 위해 관계와 마주침의 복잡성이 재매핑된다. ‘미분적·정동적 조율’, ‘집단적 개별화’, ‘미시정치학’, ‘생각하기-느끼기’, ‘존재력’, ‘내재적 비판’ 등이 그것이다. 이 개념들은 확고한 해법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개념들은 더 멀리까지 탐색하기 위해, 정동이 제기하는 정치적 문제들의 탐구를 계속하기 위해 설계된다.



『정동정치』 출간의 의미


브라이언 마수미와 정동(affect)

『정동정치』는 『가상계』, 『가상과 사건』의 저자 브라이언 마수미가 그동안 교류해 왔던 비평가, 작가, 예술가, 활동가들과 토론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인터뷰라는 형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가 써왔던 다른 책들보다는 덜 사변적이며, 정동과 잠재성을 실천적 관점에서 논의한다. 마수미에 따르면 정동정치는 두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하나는 권력이 미시적이고 정동화되고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다른 하나는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정치는 그러한 미시적 권력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수미가 출발점으로 삼은 정동은 스피노자로부터 가져온 개념이다. 정동이란 신체의 질적 변이이며, 그 변이들 속에서 나타나는 양태들의 관계가 마수미의 정동정치가 주목하는 것이다. 스피노자가 윤리학을 정동적 관계들의 위상학으로 규정한 것과 평행하여, 마수미는 정동정치의 의미가 세력과 계급의 정치가 아니라 정동적 관계를 토대로 하는 관계의 정치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총체적이고 단일한 문법이나 진부한 습관으로 이루어진 규약들에서 벗어나, 긴장과 갈등과 불일치를 공존하게 하면서, 사건들로부터 나오는 그러한 긴장을 다수의 방식으로 유지하고 강렬화하고, 상황에 따라 그 해법을 새로 설정하는 것에 열려 있는 유연함과 다양한 전략들을 필요로 한다.

현대 세계와 정동

최근 몇 년 사이 “정동”(affect) 개념이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북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동 이론가들의 글을 엮은 『정동 이론』(갈무리)의 한국어판이 2015년 12월에 번역,출간되었고, 2016년 초에는 일본 와세다 대학 이토 마모루 교수의 『정동의 힘』(갈무리)의 한국어판이 번역,출간되었다. 브라이언 마수미는 1995년 논문 「정동의 자율성」(The Autonomy of Affect)을 발표하였는데, 『정동 이론』의 저자들에 따르면 이 책은 “정동 이론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 불붙인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고 한다.(『정동 이론』 22~23쪽 참조) 그 밖에도 여러 학술서적, 대중서적, 논문과 기사들에서 “정동”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정동 이론이 소개된 후 국내외에서 이 개념과 이 개념을 도구로 이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대해서 정동은 개인적이고 비정치적인 개념이라는 비판, 파시즘과 연관되어 있다는 비판, 개인적 친밀성 문제에 불과하다는 비판 등 여러 관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 책은 이런 비판과 오해에 답하면서 독자들에게 정동 개념이란 어떤 지형 속에 위치한 개념인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이다.

정동에 대한 오해 1 : 정동은 감정과 같은 것이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정동을 감정과 같은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마수미는 “감정은 정동의 아주 부분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정동의 아주 부분적인 표현입니다. 감정은 단지 기억들 중에서 제한된 선택만을 이끌어낼 뿐입니다. 예컨대 특정한 반성이나 경향성을 활성화할 뿐이죠. ‘경험하기의 경험하기’가 가지는 모든 깊이와 폭을 그 누구의 감정 상태도 포괄할 수 없습니다 ― 우리의 경험은 시종일관 그 스스로 이중화됩니다. 의식적인 사유 역시 이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특정한 사유를 생각할 때,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올 수 있었던 다른 모든 기억, 습관, 경향들은 어디로 가버렸겠습니까? 또한 정동하기와 정동되기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몸의 능력들은 어디로 가버렸겠습니까? 어떠한 지점이 주어지든 그 모든 능력들이 실제로 표현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완전히 부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다음 단계에서 틀림없이 새로운 다른 선택이 나올 테니까요. 그들은 여전히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적으로 ― 즉 잠재태 안에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전체로서의 정동은 잠재태들의 가상적 공존이라 할 수 있습니다.(『정동정치』, 26쪽~27쪽)

정동에 대한 오해 2 : 정동정치학은 본질적으로 파시스트적이지 않나요?

마수미는 “정동정치학”이 파시스트적이라는 오해는 정동을 원초적인 자극-반응 체계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면서, 정동을 인과 구조와는 다른 ‘기폭작용’과 연결지음으로써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정동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정동을 원초적인 자극-반응 체계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대신에 저는 그것을 ‘기폭작용’(priming)과 연결시킵니다. 기폭은 자극-반응이라고 하는 선형적인 인-과 구조가 아닙니다. 조율과 연관이 있습니다. 조율은 간섭하고 공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선형적입니다. 자극-반응은 제한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반사운동이 되어, 조정 능력, 변주 능력, 미래의 힘을 상실하여, 세상에 대해 조금도 놀라지 않는 습관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반복의 힘만큼이나 작용인이 거의 될 뻔했던 권태로운 습관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인과관계 안에서 ‘흡사’(quasi)를 놓아버렸습니다. 또한 정동정치를 파시스트로 비판할 때, 거기에는 비의식적 과정을 사유의 부재로 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비의식적 과정은 사유의 탄생이라는 들뢰즈와 가따리의 말을 저는 믿습니다. 그것은 배아적 사유로서, 다가오는 행위 속에서 존재의 역량을 표현하는 시간의 강요에 의해 움직입니다.(『정동정치』, 108쪽~109쪽)

정동에 대한 오해 3 : 정동은 개인적인 문제 아닌가요? 어떻게 “정동정치”를 말할 수 있나요?

마수미는 정동은 항상 관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동은 언제나 정치적이라고 답한다.

정동하고 정동되기’의 공식은 또한 원-정치적이다. 그 정의 안에는 관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동하고 정동되기는 세계로 열리는 것이며, 세계 안에서 적극적[능동적]이 되는 것이며, 세계의 귀환 활동을 견디는 것이다. 이 개방성 또한 기본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변화의 선봉이다. 형성-중-인-사물들이 변형을 시작하는 것은 이 개방성을 통해서이다. 마주침들 속에서, 다시 말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정동하고 정동된다. 정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건이 된다는 것이다.(『정동정치』, 13쪽)

“철학은 살아 있는 실천일 수 있다.”(Philosophy Can Be a Living Practice.)
마수미와 <감각실험실>(SenseLab) : 예술, 정치, 철학의 교차점에서


브라이언 마수미의 작업을 설명할 때 그와 (이 책의 대담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에린 매닝을 비롯한 예술가, 활동가, 연구자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는 캐나다의 <감각실험실>(SenseLab)을 빼놓을 수 없다. 브라이언 마수미와 에린 매닝이 2014년 9월에 한 Tedx 강연(https://www.youtube.com/watch?v=D2yHtYdI4bE&t=72s)에서 에린 매닝은 2004년에 <감각실험실>을 처음 만들 때 “도래할 정치를 다시 상상하기 위해서, 예술과 철학의 교차점에서 공동체와 대학의 구성원들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감각실험실>을 ‘행위-중인-사유’를 창안하는 실험실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브라이언 마수미는 “저는 항상 철학이 실험적 실천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이 책 『정동정치』에서도 마수미는 <감각실험실>의 활동에 대해 여러 곳에서 설명한다. <감각실험실>은 “예술과 학문 제도”(119쪽)가 서로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마수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학문 측에서 예술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정교한 언어표현을 추구하는 경향이나 성향입니다. 예술 쪽에서는 어떤 대상이나 체계나 상호작용에 철저하게 언어를 초과하는, 적어도 언어의 표준화된 외연이나 지시적 사용을 초과하는 강렬도를 투자합니다. 우리는 그 두 경향을 결합하고 싶었습니다 : 개념들을 정교한 언어 표현으로 가져오기, 그리고 지각과 경험을 강렬화하기.”(119쪽) <감각실험실>에서 마수미와 동료들은 예술과 철학, 정치를 넘나들고 뒤섞는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정동정치를 실험한다. 이 책 『정동정치』의 곳곳에 소개된 <감각실험실>의 활동 내용은 예술, 정치, 철학의 다양한 혼합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감각실험실>의 활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senselab.ca/wp2/에서 볼 수 있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브라이언 마수미 (Brian Massumi, 1956~ )

1987년에 프랑스 문학으로 예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몬트리올 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직 중이다. 코넬 대학, 유러피안 대학원, 캘리포니아 대학, 런던 대학 등에서도 강의했다. 감각론과 미학, 정치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학제 연구를 해 왔으며, 몬트리올에서 결성된 <감각실험실>(SenseLab)을 거점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 저자들과의 공동 작업도 활발하다. The Power at the End of the Economy (Duke University Press, 2014), What Animals Teach Us about Politics (Duke University Press, 2014), Ontopower : War, Powers, and the State of Perception (갈무리, 근간), Politics of Affect (Polity, 2015); 『정동정치』(갈무리, 2018), Semblance and Event (MIT Press, 2011); 『가상과 사건』(갈무리, 2016), Parables for the Virtual : Movement, Affect, Sensation (Duke University Press, 2002); 『가상계』(갈무리, 2011), A User’s Guide to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 Deviations from Deleuze and Guattari (MIT Press, 1992); 『천개의 고원 ― 사용자 가이드』(접힘펼침, 2005) 등의 단독 저서들과 다수의 공저가 있다. 프랑스 저서의 영역자로서도 활동했으며, Jacques Attali, Noise : The Political Economy of Music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5), Gilles Deleuze·Felix Guattari, A Thousand Plateau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7) 등의 역서가 있다.


옮긴이

조성훈 (Jo Sung Huun)

문학박사(영문학). 문예비평가. 계간문예비평지 『비평』(2001)에 예술론인 「문학(예술)에서의 본질과 표현 : 전체성의 새로운 모델」로 비평계에 입문을 하였고, 그 후로 학술·문화 관련 논문과 평론들을 잡지에 기고하면서 번역·저작 활동과 아울러, 현재는 들뢰즈의 영화와 예술 그리고 미디어론에 관한 강의와 저술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갈무리, 2012), 『들뢰즈의 잠재론』(갈무리, 2010)과 아울러 다수의 발표 논문들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프레드릭 제이미슨의 『지정학적 미학』(현대미학사, 2007), 브라이언 마수미의 『가상계 : 운동, 정동, 감각의 아쌍블라주』(갈무리, 2011)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정동정치』가 그리는 정동의 지도


정동은 우리 인간의 중력장 같은 겁니다. … 젠더라고 하는 문화적 ‘법칙’은 우리의 존재를 만드는 일부이고, 우리를 개체로 생산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젠더 정체성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젠더를 반전시킬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이 개체적인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개체들 간의 간섭과 공명 패턴을 비틀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은 관계적인 문제입니다.

― 1장 항해 운동, 27쪽


자본주의는 정동을 심화하고 다양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잉여-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자본주의는 가능한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 정동을 납치합니다. 말 그대로 정동을 가치화하는 것이죠.

― 1장 항해 운동, 48쪽


권력은 정동적입니다. 여기서는 미디어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정치권력, 국가권력은 더 이상 국가 이성을 통해 합법화되지 않습니다. 정부 판단을 제대로 적용한다고 합법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정동적인 경로를 통해야 합니다.

― 1장 항해 운동, 61쪽


정동은 사건입니다. 또는 모든 사건의 어떤 차원입니다. 그 개념에서 제가 흥미를 가진 것은, 우리가 그것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떤 의문의 장, 문제의 장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곳은 주체성이나 생성이나 정치적인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습관적인 구분들이 대체로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표시됩니다.

― 2장 미시지각과 미시정치학, 83쪽


이데올로기의 개념이 단순히 정동의 개념들을 묵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정동의 개념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동원합니다. 정동은 기본적으로 망상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

― 3장 이데올로기와 탈출, 135쪽


우리가 정동 안에 있는 것이지, 정동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적 삶의 주관적 내용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의 장에서 느껴지는 질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이상’입니다.

― 4장 파국 장에서의 정동적 조율, 187쪽


정동을 스피노자처럼 정의하면, 즉 정동적 영향을 주거나 정동적 영향을 받는 능력으로 정의하면, 그것이 모든 활동성의 차원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활동성을 주관적으로 분류하든 객관적으로 분류하든 말이지요. 언어에 정동적 차원이 존재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정동은 이미 접시 위에 있습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지성적인 식단이 어떠하든 말이죠.

― 5장 즉접, 221쪽


정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잠재의 생태학의 차원에서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다양화하는 사건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돌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바꿉니다. 우리가 진짜로 돌보고 있는 것은 우리의 분리된 자아가 아닙니다. 다른 개체들도 아닙니다. 우리는 사건을 돌봄으로써 그 둘 모두를 돌봅니다.

― 6장 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88쪽


정동은 본성상 초개체적이다. 그러나, ‘초개체적’은 군중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적’과 동의어가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서로 관계하는 차이화의 운동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 결론을 대신하여, 293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
서문 10

1장 항해 운동 21
메리 주나지와의 인터뷰

2장 미시지각과 미시정치학 81
조엘 맥킴과의 인터뷰

3장 이데올로기와 탈출 132
유브라지 아리알과의 인터뷰

4장 파국 장에서의 정동적 조율 170
에린 매닝과 함께
요나스 프리치와 보딜 마리 스태브닝 톰슨과의 인터뷰

5장 즉접 215
에린 매닝과 함께
크리스토프 브루너와의 인터뷰

6장 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55
아르노 뵐러와의 인터뷰

결론을 대신하여 290

옮긴이 해제 ― 정동과 정동정치에 관한 몇 가지 노트들 304
인명 찾아보기 379
용어 찾아보기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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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사건 ― 활동주의 철학과 사건발생적 예술』(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정유경 옮김, 갈무리, 2016)

사건은 늘 지나간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지나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현실적으로 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금-존재했던 것과 곧-존재하려고-하는-것을 포괄하는 경험을 지각하는가? <가상과 사건>에서 브라이언 마수미는 윌리엄 제임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질 들뢰즈 등의 저작에 의존하여 ‘가상’이라는 개념을 이 물음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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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계 ― 운동, 정동, 감각의 아쌍블라주』(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조성훈 옮김, 갈무리, 2011)

윌리엄 제임스의 급진적 경험주의와 앙리 베르그송의 지각에 관한 철학을 들뢰즈, 가타리, 그리고 푸코와 같은 전후 프랑스 철학의 여과를 통해 재개하고 평가하면서, 마수미는 운동, 정동, 그리고 감각의 문제와 변형의 문화논리를 연결시킨다. 운동과 정동 그리고 감각의 개념들이 기호와 의미작용만큼이나 근본적인 것이라면, 새로운 이론적 문제설정이 출현한다. 또한 그 개념들과 아울러 과학과 문화이론의 새로운 잠재적 가능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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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이론』(멜리사 그레그, 그레고리 J. 시그워스 엮음, 최성희 외 옮김, 갈무리, 2015)

이 선집은 정동 연구라는 이제 막 발아하는 분야를 정의하는 시도이자,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그 힘을 다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글쓴이들은 정동 이론의 주요 이론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정동이란 의식적인 앎의 아래와 곁에 있거나 그것과는 전반적으로 다른 내장[몸]의 힘으로서, 우리를 운동과 사유,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관계의 형태들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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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의 힘 ― 미디어와 공진(共振)하는 신체』(이토 마모루 지음, 갈무리, 2016)

전자미디어가 창출하는 네트워크가 인간사회의 기본적 환경의 하나가 되면서 생기는 사회현상 및 인간의 지각이나 감각의 변용을 이론적으로 고찰하는 책이다.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는 정보서비스 산업을 확대시켰고, 지식이나 커뮤니케이션, 감정 등을 자본축적의 자원으로 활용했으며, 한편 불안정한 노동자층을 글로벌하게 양산했다.

2018.05.25 |




보도자료 


전쟁이란 무엇인가

What Is War?



모든 싸움은 적대감의 표현이고, 적대감은 본능적으로 싸움으로 넘어간다.
제일 거친 인간에게도 이 적대감의 충동은 순수한 본능이 아니다.
깊이 생각하는 지성이 덧붙여지고, 의도하지 않은 본능에서 의도한 행동이 된다.
이런 식으로 감성의 힘은 지성에 종속된다.



지은이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  |  옮김·해설  김만수  |  정가  20,000원  |  쪽수  352쪽

출판일  2018년 5월 25일  |  판형  신국판 (152*225)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Virtus, 카이로스총서 50

ISBN  978-89-6195-181-4 93340  |  CIP제어번호  CIP2018014656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군사학 4. 외교학

보도자료  180525-전쟁이란무엇인가-보도자료-final.pdf 180525-전쟁이란무엇인가-보도자료-final.hwp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오늘날의 전쟁술에서는 에네르기와 인내심을 갖고 크고 결정적인 목적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추구하다가 성공하지 못하면 위험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목적을 희생하면서 더 신중해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고 잘못된 신중함이고 전쟁의 본질에 어긋납니다. 전쟁의 본질은 전쟁에서 큰 목적을 이루려면 큰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폴레옹은 결코 신중함 때문에 무서워하면서 절반의 발걸음으로 큰 목적을 추구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위대한 감정이 최고 지휘관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그런 감정에 전하의 마음을 여십시오. 계획을 세울 때는 대담하고 주도면밀하게, 행동할 때는 확고하고 끈기 있게, 영광스러운 패배를 찾을 만큼 단호하게 행동하십시오. 그러면 운명이 전하의 젊은 머리 위에 빛나는 왕관을 씌울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전쟁이란 무엇인가』 간략한 소개


『전쟁이란 무엇인가』는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독일어 원전 초판 제3권의 뒷부분에 있는 ‘부록’ 전체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것이다. 이로써 이 책의 역자 김만수와 갈무리 출판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세 권뿐만 아니라 『저작집』 세 권의 독일어 원전 초판을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저작집』은 총 10권이다.) 이 책은 클라우제비츠가 프로이센의 왕세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1795~1861)에게 한 강의이며, 전쟁, 전략, 전술의 핵심과 정수만 모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의 오해와는 달리 『전쟁론』의 요약이 아니다. 이 책은 『전쟁론』과 다른 독립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전쟁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클라우제비츠 부인의 말처럼 이 책은 『전쟁론』의 맹아를 담고 있다. 또한, 전쟁술의 핵심, 전쟁의 원칙, 전투 이론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전쟁이란 무엇인가』와 『전쟁론』을 통해 30세의 클라우제비츠와 50세의 클라우제비츠, ‘그 둘’의 전쟁 이론에서 보이는 일관성, 발전 과정,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출간의 의미


한반도에는 평화가, 한국에는 ‘전쟁’이 …

올해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남북 표준시를 통일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중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후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또 이를 평화협정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한반도에 냉전이 끝나고 평화가 정착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에는 ‘전쟁’의 계절이 다가온 듯하다.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선거전쟁.’ 지방선거가 약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경제를 통째로 포기하시겠습니까.” 이번 선거에 자유한국당이 내세운 ‘전쟁’ 슬로건이다. 유권자들은 이 슬로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전쟁에서 어느 당이 승리할까?

선거전쟁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선거전쟁은 내전을 방불케 하고, 이미 남북으로 갈린 나라를 전라도와 경상도, 진보와 보수, 청년과 노인, 남자와 여자로 나누고 있다. 선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모든 전술과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총소리 나지 않는 이 전쟁에서 지난 몇 주간 위장평화쇼, 사회주의, 색깔론, 이념전쟁, 종북몰이, 빨갱이, 드루킹, 별들의 전쟁, 올드 보이의 귀환 등 온갖 ‘말전쟁’이 난무하고 있다. 전쟁이 정치의 수단인 것처럼, 말전쟁도 정치의 수단이고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다.

‘빨갱이’가 홍준표 대표의 말처럼 ‘반대만 하는 사람을 농담으로 일컫는 말’이라면, 해방 이후 한국에서는 단지 ‘농담’ 때문에 무수한 사람이 죽고 고문을 당했다는 말이 된다. 언어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우리는 언어의 모든 규칙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 말로 홍 대표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남한의 반공정책이 위장안보쇼임을 반증했다. 한반도에 불안을 조장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남북갈등을 획책하면서 정치권력에만 목매는 자유한국당의 전략전술, 이것이 유권자에게 통할까?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면 절망이 용기 있는 자에게 주는 정신력의 우세함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한다. 최고의 대담성을 최고의 지혜라고 여겨야 한다. 그런데도 승산이 보이지 않으면 명예로운 패배를 받아들이고 나중에 부활할 권리를 찾아야 한다.”
(『전쟁론』)

“계획을 세울 때는 대담하고 주도면밀하게, 행동할 때는 확고하고 끈기 있게, 영광스러운 패배를 받아들일 만큼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전쟁이란 무엇인가』)

자유한국당은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게 싸우고 있다. 빨갱이가 존재해야만 선거할 수 있고 선거전쟁을 치를 수 있고 집권할 수 있는 정당. 유권자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200년 전에 출간된 『전쟁론』과 『전쟁이란 무엇인가』는 국가 간의 전쟁뿐만 아니라 ‘국가 안의 전쟁’에서도 유효하다.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더 나은 선거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그 실마리를 이 책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전쟁이란 무엇인가』의 구성


제1부
제1부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론』 부록”에는 『전쟁론』의 부록에 있는 5개의 글이 실려 있다. 『전쟁이란 무엇인가』에는 클라우제비츠가 왕세자께 한 강의가 들어있기 때문에 왕세자께 한 존댓말의 느낌을 살려서 번역했다. 그래서 공손한 말투와 30세의 강한 문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그러면서 『전쟁론』과 공통점은 물론 차이점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2부
제2부 “『전쟁이란 무엇인가』 해설”은 부록에 대한 ‘해설’이다. 부록에 있는 5개의 글 중에 ‘3. 전술 계획 또는 전투 이론 계획의 초안’을 제외한 4개의 글에 대한 해설이다. 내용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전개하여 체계를 확립하는 클라우제비츠의 서술 방식(클라우제비츠가 자기의 ‘천성’이라고 말한 것), 얼마 안 되는 내용이 그 자체로 긴밀한 논리적인 연결을 이루고 있는 점, 이것을 눈으로 쓱 읽으면 내용을 놓치기 쉽다는 점 등이 해설을 요구했다. 특히 ‘전쟁 수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과 ‘전술 연구 또는 전투 이론 연구의 길잡이’의 두 글이 그러했다.

제3부
제3부에는 『전쟁론』의 핵심 내용과 관련되는 논문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논문은 김만수의 논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의 삼중성과 4세대 전쟁 이론」이고, 클라우제비츠의 삼중성 이론에 대한 해석에서 오늘날의 1~4세대 전쟁 개념을 추론한 글이다. 두 번째 논문은 에티엔 발리바르의 논문 「마르크스주의와 전쟁」이고,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본 전쟁에 관한 글이다.



전쟁이란 무엇인가』의 핵심 내용


‘전쟁 수행의 원칙’의 핵심

I. 전쟁의 원칙 일반
전쟁에서는 늘 대담성과 신중함 사이에 선택할 수 있는데, 신중함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다. 결단력 있는 것 또는 대담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대담성 없이는 위대한 최고 지휘관이 될 수 없다.

II. A. 전술적 방어의 일반 원칙
제일 중요한 원칙은 결코 완전히 수동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적이 아군을 공격하는 동안에도 정면과 측면에서 적에게 반격을 하는 것이다. 방어 계획에서 큰 목적을 세웠다면 이를 최고의 에너지로 마지막 힘까지 소모해서 추구해야 한다.
이 두 원칙을 결합하면 오늘날의 전쟁술에서 승리의 첫 번째 원인으로 간주해야 하는 원칙이 나온다. 즉 “에네르기와 인내심을 갖고 크고 결정적인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

II. B. 전술적 공격의 일반 원칙
에네르기와 대담성에서 방어자를 앞설 것, 부대가 독립성을 갖고 적을 찾아 헌신적으로 공격할 것, 적에 대해 기습을 할 것이다.

III. 전략의 일반 원칙
전쟁 수행의 중요한 목적은 a) 적의 무장 병력을 무찌르고 섬멸하는 것, b) 적의 군대의 죽은 전투력과 다른 자원을 점령하는 것, c) 여론을 얻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최고의 노력으로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주요 공격 지점에 병력을 최대한 집결하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즉 신속하게 행동하고), 아군의 성공을 최고의 에너지로 이용해야 (즉 적을 추격해야) 한다.

III. A. 전략적 방어의 일반 원칙
방어 전쟁은 정치적으로 독립을 지키려고 수행하는 전쟁을 말한다. 전략적으로는 아군이 적과 싸울 목적으로 준비한 전쟁터에서 아군의 행동을 적과 싸우는 것으로 제한하는 원정을 말한다.
전략적인 방어는 주로 적이 우세할 때 선택한다. 또한 아군의 전쟁터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이 식량 조달 문제 때문에 작전을 특히 어렵게 하는 경우, 적이 전쟁 수행에서 아군보다 우세한 경우에도 방어 전쟁을 선택한다.

III. B. 전략적 공격의 일반 원칙
전략적인 공격은 전쟁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따르고 직접적으로 적의 전투력의 파괴로 향하는 반면에, 전략적인 방어는 이 목적을 부분적으로 간접적으로만 이루려고 한다.
1. 병력과 무기를 끊임없이 보충해야 한다. 공격자는 신병을 징집, 무기를 수송해야 한다.
2. 공격자는 크게 불리한 경우를 당할 가능성을 예상해야 한다. 타격을 받은 군대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

IV. 전쟁에서 원칙의 준수
전쟁술의 원칙은 극히 단순하고 상식에 매우 가깝다. 하지만 전쟁 수행 자체는 매우 어렵다. 그 어려움은 전쟁 수행의 원칙을 이해하는 특별한 박식함이나 위대한 천재성이 필요할 것이라는데 있지 않고, 자기가 만든 원칙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있다.
위대한 감정(명예심, 적에 대한 증오심, 영광스러운 패배에 대한 자부심)이 최고 지휘관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대담하고 주도면밀하게, 행동할 때는 확고하고 끈기 있게, 영광스러운 패배를 찾을 만큼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전술 또는 전투이론’의 핵심

방어자의 적은 병력을 정면에서 돌파하든지 날개에서 포위하려고 한다. 각각의 배후에 예비대를 두는데, 대개 방어자의 예비 병력이 공격자의 예비 병력보다 많다.

전투 방식에는 두 가지 차이만 있다. 하나는 적극적인 의도와 소극적인 의도에서 비롯되고 공격과 방어를 낳는다. 다른 하나는 무기의 본질에서 비롯되고 화력전과 백병전을 낳는다. 공격자는 행동을 (전투를) 원하고 불러일으키지만, 방어자는 그것을 기다린다. 결전을 막으려고 하는 곳에서는 방어적으로 행동하고, 결전을 하려고 하는 곳에서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대체로 공격자는 강자이고 많은 병력을 갖고 있고, 방어자는 약자이고 적은 병력을 갖고 있다. 전자는 적을 몰아내려고(추방) 하고, 후자는 유지하려고 한다. 유지하는 것은 적극적인 반작용에 달려 있고, 이 반작용은 공격하는 전투력의 파괴이다. 그래서 공격과 방어의 대립을 순수한 안티테제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약하고 조심스러운 쪽은 병력의 점차적인 사용에서, 강하고 대담한 쪽은 병력의 동시적인 사용에서 유리함을 얻어야 한다. 대개 공격자가 더 강하거나 대담하다.

백병전은 본래 공격의 요소이지만 백병전만 사용하면 불리하다. 공격도 필요한 만큼 화력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화력전은 방어자에게 자연스러운 요소이다. 부분 전투에서는 화력전을 파괴 행동으로, 백병전을 결전 행동으로 간주해야 한다. 파괴 원리를 띠는 화력전과 추방 원리를 띠는 백병전에서 파괴 행동과 결전 행동이 나온다.

파괴 행동에서는 병력을 최대한 절약하는 것이 중요하고, 결전 행동에서는 병력의 수로 적을 압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 행동에서는 인내심, 완강함, 냉정함이 중요하고, 결전 행동에서는 대담성과 열정이 중요하다.

전체 전투에서는 공간 결정이 방어에만 속하고, 시간 결정이 공격에만 속한다. 하지만 부분 전투에서는 공격 전투의 계획뿐만 아니라 방어 전투의 계획도 둘 모두를 결정해야 한다.

포위하는 자는 병력을 최대한 동시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이는 공격자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포위되는 형태는 병력을 최대한 점차적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그래서 방어의 자연스러운 형태이다. 포위하는 자는 신속한 결전을 하려는 경향이 있고, 포위되는 자는 시간을 벌려는 경향이 있다.

방어자는 병력을 앞뒤로 길게 배치하려고 한다. 이 배치의 제일 중요한 유리함 중의 하나는 지형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공격자는 병력을 좌우로 넓게 배치하려고 한다.

미리 주어져야 하고 미리 주어질 수 있는 결정은 본래 의미의 계획이고, 그 순간이 낳는 결정은 지휘라고 할 수 있다. 계획으로는 시작만 밝혀지고, 과정은 상황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결정과 명령, 즉 지휘를 통해 밝혀진다. 계획 행동은 위험의 영역 밖에서 완전한 여유를 갖고 하고, 지휘 행동은 늘 그 순간의 압박 속에 놓여 있다. 계획의 결정은 상급 부대에 더 잘 맞고, 지휘의 결정은 하급 부대에 더 잘 맞는다.



추천사


클라우제비츠는 순간을 생각해서 쓰는 저술가가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완전을 추구했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것은 피하고 모든 것을 전쟁술의 핵심으로 환원하여 설명했다. 이는 이 글이 왕세자에게 한 강의이기 때문에, 그리고 왕세자는 나중에 왕이 되었을 때 변화된 조건에서 클라우제비츠의 강의를 응용할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이런 독특한 상황이 ‘부록’에 영원한 고전이라는 도장을 찍게 했다.

― 블레송 Johann Ludwig Urban Blesson, 1790~1861, 클라우제비츠의 친구이자 탁월한 군사 저술가


클라우제비츠는 ‘부록’에 자기의 지적인 체험과 전문가적인 연구의 핵심을 간결하게 담았다. 그는 이 생각을 이미 이전에 갖고 있었고 전쟁 이론을 더 깊이 연구했다. 그리고 전쟁 이론의 내적인 필연성을 천재적인 확신을 갖고 부록에 제시한 것이다. 부록은 클라우제비츠의 직관, 추상적인 사상가로서 갖고 있는 열정, 군사·정치적인 에네르기를 과학의 형태로 완성한 첫 번째 종합이다.

― 로트펠스 Hans Rothfels, 1891~1976, 독일 근대역사가이자 탁월한 클라우제비츠 연구자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Carl Philipp Gottlieb von Clausewitz, 1780~1831)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Carl Philipp Gottlieb von Clausewitz)는 1780년 6월 1일에 막데부르크 근처의 부르크(Burg)에서 태어났고 1831년 11월 16일에 브레슬라우에서 사망했다.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군사 개혁가로서 전쟁에 관한 불멸의 고전 『전쟁론』을 남겼다.
12살까지는 부르크의 라틴어 학교에서 약간의 학교 교육만 받았다. 7년 전쟁에 장교로 참전한 아버지가 프로이센 장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아들은 12살에 군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13살에 마인츠에서 처음 전투를 경험했고, 그 후 몇 년 동안 라인 강의 전투에 참전했다. 클라우제비츠의 부대가 노이루핀(Neuruppin)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1796~1801년에 공부할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혁명, 군대, 정치에 관한 책을 읽고, 논리와 윤리에 관한 강의도 들었다.
좋은 추천서 덕분에 1801년 가을에 샤른호스트가 설립한 베를린의 군사 학교에 입학하여 평생의 스승이자 ‘정신적인 아버지’인 샤른호스트를 만나게 되었다. 1804년에 군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1806년에 아우구스트 왕자의 부관으로 예나와 아우어슈테트 전투에 참전하여 프랑스의 포로가 되었다. 1년 동안 프랑스에 있으면서 프로이센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였다. 1807년 11월에 프로이센으로 돌아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샤른호스트와 함께 4년 동안 프로이센 군대의 개혁 문제를 다루고 저술 활동을 했다. 1812년에는 프랑스에 대항하려고 프로이센을 떠나 러시아의 군대에 들어갔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에 3년 동안 그나이제나우의 참모장으로 코블렌츠에서 근무했고, 1818~1830년의 12년 동안 베를린의 일반 군사 학교의 교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복고 시대의 개혁가로서 군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었고, 교장으로 있는 동안 전투 부대로 보내달라는 모든 신청을 거부당했다. 교장이라는 한직에 있는 동안 자신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전쟁사와 전쟁 이론을 섭렵하여 『전쟁론』을 집필했다.
1830년에 비로소 포병 부대의 감독관으로 발령받았지만, 정신적인 고통에 따른 신경 쇠약과 1831년의 콜레라로 11월 16일에 브레슬라우에서 5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클라우제비츠와 그의 부인의 유해는 1971년에 폴란드의 브레슬라우에서 동독의 부르크의 묘지로 옮겨졌다. 비문의 글은 다음과 같다. “Amara Mors Amorem non separat.”(쓰라린 죽음도 사랑을 떼어 놓지 못한다.)


옮김·해설

김만수 (Kim Man Su, 1962~ )

홍익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사회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1987~1999년). 보쿰대학교 한국학과에서 객원 교수를 지낸(1999~2001년) 후에 귀국하여 고려대, 대전대, 배재대, 홍익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학, 군사학을 강의했다. 저서로 『리영희 ─ 살아있는 신화』(나남출판, 2003)와 『실업사회』(갈무리, 2004)를 출간했고, 『전쟁론』 관련 논문을 포함하여 20여 편의 논문을 우리말과 독일어로 발표했다. 대전대학교 군사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서 2003년부터 오로지 『전쟁론』 연구에 전념하여 『전쟁론』 번역 초판을 출간했고(2006~2009년), 2016년에 『전쟁론』 번역의 전면 개정판과 그 해설서(『전쟁론 강의』)를 출간했다. 현재 클라우제비츠연구소 소장 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의 클라우제비츠 연구 60년’을 결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mansasuwol@hanmail.net



책 속에서 : 『전쟁이란 무엇인가』


제가 전쟁술에 대해 왕세자 전하께 드리는 것은 일시적인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전하께서 최근의 전쟁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제게는 특히 다음과 같은 것이 중요합니다. 즉 왕세자께 전쟁에 관해 분명한 개념을 드리는 것, 그것도 너무 장황하지 않고 왕세자의 능력을 너무 많이 요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 가우디 장군에게 제출한 초안, 17쪽


전쟁 이론은 결정적인 지점에서 어떻게 물리적인 힘과 유리함의 우세를 얻을 수 있는지 하는 것을 주로 다룹니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면 이론은 정신적인 요소, 즉 적이 저지를 법한 실수, 대담한 행동이 만드는 인상, 심지어 아군 자신의 절망감 등을 계산하는 것도 가르칩니다. … 이런 상황 중에 제일 위험한 상황을 제일 자주 생각해야 하고, 그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면 이성에 근거한 영웅적인 결단에 이르게 되고, 그 어떤 냉혹한 궤변가도 그 이성을 흔들 수 없습니다.

― 전쟁 수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 24쪽


부대의 선을 길게 연결하는 것은 모두 피해야 합니다. 그것은 평행 공격을 할 때만 쓸 텐데, 그 공격은 오늘날 더 이상 목적에 맞지 않습니다. 하나하나의 사단은 상급 부대의 결정에 따르고 그 부대와 조화를 이루지만 개별적으로 공격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1개 사단은 (8000명에서 10,000명) 결코 하나의 소규모 전투가 아니라 2개나 3개, 심지어 4개의 소규모 전투를 하도록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미 여기에서 길게 연결된 선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전쟁 수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 37쪽


기습은 전술보다 전략에서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승리를 얻는 제일 효과적인 원리입니다. 프랑스 황제, 프리드리히 2세, 구스타브 아돌프, 카이사르, 한니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최고로 빛나는 명성을 누리는 것은 그들의 신속성 덕분입니다.

― 전쟁 수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 55~56쪽


부분의 수가 많을수록 최고 지휘권의 권력과 전체 집단의 민첩함은 그만큼 커진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기회가 허락하는 만큼 전체를 되도록 많이 나눌 동기를 갖게 된다. 군대를 지휘하는 사령부처럼 큰 사령부는 1개 군단이나 1개 사단의 좀 더 제한되어 있는 참모 본부보다 명령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단을 훨씬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군대는 일반적인 근거에 의해 8개보다 적은 부분으로 분할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 전투력의 유기적인 분할, 89쪽



목차


서론 9

제1부 전쟁이란 무엇인가 ― 『전쟁론』 부록 13
1. 저자가 1810년, 1811년, 1812년에 왕세자 전하께 한 군사 강의 개요 15
가우디 장군에게 제출한 초안 17
전쟁 수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 ― 왕세자 전하께 한 강의의 보완 23
2. 전투력의 유기적인 분할 81
3. 전술 계획 또는 전투 이론 계획의 초안 93
전술 연구 또는 전투 이론 연구의 길잡이 101

제2부 『전쟁이란 무엇인가』 해설 / 김만수 197
제1장 가우디 장군에게 제출한 초안 201
제2장 전쟁 수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 203
제3장 전투력의 유기적인 분할 221
제4장 전술 연구 또는 전투 이론 연구의 길잡이 225

제3부 『전쟁론』 관련 논문 271
제1장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의 삼중성과 4세대 전쟁 이론 / 김만수 275
제2장 마르크스주의와 전쟁 / 에티엔 발리바르·임필수 303

찾아보기 331
후기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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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 전면개정판(카알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김만수 옮김, 갈무리, 2016)

『전쟁론』은 프로이센의 전쟁 이론가인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으로 1832~1834년에 세 권으로 출판되었다. 서양의 정치사상, 국제정치, 전쟁철학, 군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 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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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 강의』(김만수 지음, 갈무리, 2016)

『전쟁론』의 역자인 김만수가 『전쟁론』의 구조와 핵심 내용을 해부하는 책이다. 150여 개의 그림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해설하고 있으며, 125개 장의 내적인 연관성을 밝힌다. 『전쟁론』 여덟 개 편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히고 전체의 핵심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설명한다. 또한 여러 논문을 통해 『전쟁론』에 관한 이해의 외연을 확장시킨다. 해설, 재구성, 관련 논문, 참고 문헌의 4개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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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전쟁 주식회사』(솔로몬 휴즈 지음, 김정연‧이도훈 옮김, 갈무리, 2016)

현대 전쟁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전반부는 대테러전쟁의 발단 단계로서 주로 민간 업체들이 정치인들을 설득해 국가의 군사 및 안보 영역을 사영화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안보산업복합체의 출현을 보면서, 테러 방지, 국민 보호, 공공 안전 수호, 안보 자주권 같은 허울 좋은 문구들 이면에 어떤 이해관계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예감할 수 있다. 테러에 대한 전쟁의 기원을 밝히고 그것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

2018.04.30 |




보도자료 


정치 실험

Expérimentations politiques



신자유주의 시대 권력관계들의 군도와 정치적인 것의 실험적 재구성

바로 삶과 예술의 이 간격에서부터, 즉 삶과 예술 사이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주체성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예술가는 주체성의 재전환을 일으키는 요인이거나 그것의 실행자다.
예술가는 주체성의 출현을 촉발하고, 주체성의 생성과 구성을 북돋는 기술들을 발명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  옮긴이  주형일  |  정가  18,000원  |  쪽수  304쪽

출판일  2018년 4월 28일  |  판형  신국판 변형(139x20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61

ISBN  978-89-6195-180-7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11643

도서분류  1. 사회과학 2. 사회학 3. 경제학 4. 정치학 5. 철학

보도자료  정치실험-보도자료-20180430.hwp 정치실험-보도자료-2018043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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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 사회와는 달리, 안전 사회에서는 부자들과 빈자들이 정보, 광고, 텔레비전, 예술, 문화의 동일한 기호체계들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에서 “동일한 세상”에 거주한다. 예술은 이제 새로운 주체들(새로운 공중들)과 새로운 “대상들”(예술적 기술들과 절차들)을 사회에 도입하면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관건이 된다.
투쟁 중인 예술가들과 기술자들은 우리가 이미 언급한 것들을 넘어서 세 가지 근본적 질문들을 내세웠다. 예술가/지식인의 새로운 형상에 대한 질문, 시간/돈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신자유주의 사회 안의 소유권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 본문 중에서



들어가는 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에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급여 제도(엥떼르미땅)”의 도입 추진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집에서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급여 제도(앵테르미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예술인을 고용보험의 범주 내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공약에 따라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의 예술인 고용보험 편입 공약은 많은 예술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 4월에는 전국 각지 예술인들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 출범 후 9월 27일 이용득·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주관한 예술인 고용보험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도 예술인들은 정부가 올 7월 예술인을 포함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세부적으로는 개정안이 ‘앵테미르탕’을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백철 기자, 「가입하기엔 너무 먼 예술인 고용보험」, 『주간경향』 1247호, 2017.10.17.)


극소수의 엘리트를 제외한 대다수 예술노동자의 생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프랑스의 엥떼르미땅 제도는 예술노동자의 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여러 차례 조명되었다. 예컨대 2018년 4월 14일자 YTN 기사의 제목은 “배고픈 예술가가 없는 프랑스, 그 비결은?”이다. 정말 프랑스에는 배고픈 예술가가 없을까?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한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책 『정치 실험』이 출간되었다. 마우리치오 랏자라또는 부채가 어떻게 현대인을 노예화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한 『부채인간』(메디치미디어, 2012), 그리고 『부채 통치』(갈무리, 2018) 등 부채 2부작의 저자이자 ‘부채이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갈무리 출판사는 『비물질노동과 다중』(갈무리, 2005)에서 마우리치오 랏자랏또의 영향력 있는 논문 「비물질노동」(조정환 옮김)을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했다. 이번에 출간된 『정치 실험』은 지난 1년간 갈무리 출판사에서 펴낸 ‘랏자라또 집중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이 시리즈의 1차 완결도서다. 지난 1년간 갈무리 출판사에서는 랏자라또의 기계론을 다룬 『기호와 기계』(2017년 7월), 랏자라또 고유의 사건의 철학을 다룬 『사건의 정치』(2017년 10월), 랏자라또의 부채론의 완결판인 『부채 통치』(2018년 2월) 등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주저들을 연이어 출판하였다. 이번에 출간된 『정치 실험』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권력관계들의 군도 속에서 정치적인 것의 실험적 재구성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마우리치오 랏자랏또의 예술정치론을 다룬다.



『정치 실험』 간략한 소개


오늘날 어떤 ‘정치 실험’을 상상하고 감행하는 것이 필요할까?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기간제, 비정규직, 파트타임, 불안정노동 등 노동의 형태가 셀 수 없이 많은 유형으로 다양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 기간과 고용 부재 기간이 뒤얽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예컨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고용이 부재한 기간에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교육, 실습, 무보수 협동작업, 지식 유통 같은 노동 활동을 해야 한다.

저자는 고용, 노동, 실업 같은 종래의 사회경제적 분석 틀이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사회경제적 분석은 너무 많은 것을 놓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작동하는 임금제도와 복지국가 메커니즘, 학자와 전문가의 역할, 미디어의 권력효과,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고유한 특징, 통치받기를 거부하는 움직임과 정치적 주체화 과정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이 분석하는 구체적인 사례는 프랑스 공연계 불안정 노동자들인 ‘엥떼르미땅’들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온 사회적 분쟁이다. 엥떼르미땅들은 <엥떼르미땅과 임시직 연합> 같은 새로운 유형의 단체를 만들어서 실업보험 체제 개혁과 신자유주의적 통치에 맞선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표현하는 새로움을 포착하기 위해서 저자는 미셸 푸코,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등이 1960~70년대에 제출한 접근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 시대는 “예술인간”이라는 주체성이 보편성(누구나의 예술가화와 모든 것의 예술작품화)을 띠는 시대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시대에 프랑스 엥떼르미땅들의 사회적 투쟁은 새로운 정치를 고안하고자 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과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치 실험』 출간의 의미


이전 저서들에서 마우리치오 랏자라또프랑스 공연계 불안정 노동자들인 엥떼르미땅 분쟁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을 제시하는 데 몰두했다. 그것은 그 분쟁이 가진 현대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에 대한 급진적 비판과 전복의 잠재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사회경제적 분석틀로는 필연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 책에서 그는 그 분쟁을 분석하기 위한 다른 접근방식을 적용한다. 사회적 비판은 이 접근 방식이 가진 정치적 적절성과 발견에 도움이 되는 비옥함을 아직은 잘 측정해 본 적이 없다. 그것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셸 푸코,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또는 미셸 드 세르토에 의해 고안된 방식들일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것의 새로운 분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에 대한 마르셀 뒤샹과 프란츠 카프카의 직관들과 예측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는 자본과 노동, 경제와 정치적인 것이라는 거대한 이원체계에 기반을 둔 분석과 조직 양식들을 다양체의 논리에 따라 은밀히 횡단하여 이 이중체계의 옆에서 움직이는, 1968년부터 실험된 분석과 조직 양식들에 연결하는 일이 갖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책은 이 어려움으로부터 유래하는 무력함과 정치적 난관을 치유할 몇 개의 실마리들을 묘사하고 만드는 데 기여한다.

엥떼르미땅 제도 : 프랑스 문화예술계 불안정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생계 수당

프랑스의 문화예술계 비정규직들을 위한 엥떼르미땅 제도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의 문화예술인들(엥떼르미땅)이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제도로 한국에 알려져 있다. 이 제도는 간단히 말해, 정규직으로 안정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문화예술계 엥떼르미땅들 중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에게 매달 생계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돈은 일반 노동자들의 납입금을 기반으로 조성된 실업 기금에서 나온다. 결국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낸 돈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는 상호부조 제도로 사회적 연대 의식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제도이다.

기업가들은 ‘상호부조’를 폐지하고 ‘자유경쟁’을 일반화하기를 원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실업 기금의 적자 문제가 크게 대두되자 정부에서는 엥떼르미땅 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다. 2003년 <프랑스 기업 연합회>가 주축이 돼 마련한 엥떼르미땅 제도의 개혁안이 발표되자 엥떼르미땅들은 이에 반대하는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 『정치 실험』에서 랏자라또는 이 투쟁의 진행 과정을 조사하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 통제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런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랏자라또가 보기에, <프랑스 기업 연합회>가 엥떼르미땅 제도를 문제 삼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실업 기금의 적자를 유발하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가들은 엥떼르미땅 제도가 상호부조의 형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기업가들은 실업 보험이란 일반적인 개인 보험처럼 자신이 낸 보험료를 실업 상황에서 되돌려 받는 구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노동자가 만일의 실업 상황에 대비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가들이 보기에 그것이야말로 경쟁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는 자유 시장에 적합한 제도이다.

모두가 자기 경영자, 자기 기업가가 되기를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통치

이런 주장은 노동자도 이제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하는 기업가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랏자라또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사회가 바로 이런 생각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면서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자본이자 기업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사람이다. 그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해 교육, 인간관계, 인성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삶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등 사람들을 끊임없이 세분화해 나누고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과다한 경쟁을 조장한다.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의 생활은 불안정해진다. 삶이 불안정해질수록 사람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한다.

신자유주의의 품행통치에 맞서 대항품행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사회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경영자가 돼 경쟁에서 승리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품행을 통치한다. 신자유주의 사회가 사람들의 품행을 통치하는 데 이용하는 대표적인 장치가 빚이다.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주택 자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생애의 각 단계에서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죄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체계에 순종하는 노예가 된다. 랏자라또는 엥떼르미땅들의 투쟁에서 이와 같은 통제사회의 주체화에 대해 저항하면서 대항품행을 만들어 가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주체화 과정을 발견한다. 그 투쟁은 권력의 수많은 통치 장치들만큼이나 다양한 전략들, 기술들, 실천들로 구성돼 있다. 랏자라또는 주체의 욕망, 역사의 조건들을 초월하는 사건, 모든 영역을 가로지르는 창조적 잠재성이 그런 전략과 실천들로 이뤄진 자율적인 주체화 과정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 속에서 : 『정치 실험』이 삶과 예술, 정치에 던지는 물음


푸코의 제자이자 푸코가 남긴 원고들을 편집한 프랑수아 에발드는 <프랑스기업연합회>의 전직 이인자인 드니 케슬레르와 함께 사장단 계획의 주창자이자 지적인 보증인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푸코의 강의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분명히 영감을 얻는다.

― 1장 불평등의 통치 ― 신자유주의적 불안전에 대한 비판, 16쪽


품행의 통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혁명적 정치”, 즉 이 불평등들을 “노동자들”과 “자본가들” 사이의 “사생결단”의 전투로 뒤엎을 수 있었던 혁명적 정치를 무력화하고 탈정치화하기 위한 기술들의 총체이다.

― 1장 불평등의 통치 ― 신자유주의적 불안전에 대한 비판, 33쪽


신자유주의 정책은 한마디로 뉴딜에 대한 복수이다. “자본을 가진 자”들이 “내전”과 1929년 공황 이후 자본주의의 돌이킬 수 없는 공황이라는 위협을 받고서 비소유자 계급들과 맺을 수밖에 없었던 타협에 대한 복수이다.

― 1장 불평등의 통치 ― 신자유주의적 불안전에 대한 비판, 45쪽


정치적 사건은 우리에게 세계와 주체성을 되돌려준다. 그것은 세계에 그것의 진정한 속성을 되돌려준다. 세계가 사건에 의해 열리고 찢기자마자, 세계는 자신이 단지 존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것 그리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 2장 정치적 사건의 역동성 ― 주체화와 미시정치의 과정, 126쪽


아마도 투쟁이 자본주의 기계의 예속과 노예화로부터 가장 중요하게 빼내게 되는 것은 시간일 것이다.

― 2장 정치적 사건의 역동성 ― 주체화와 미시정치의 과정, 181쪽


미시정치는 이질적인 것에서부터 바탕을 만들고 움직이는 능력 안에 있다. 바로 이런 조건이라면, 정치적 행동의 여러 자락들을 붙잡으면서 사람들은 현대의 정치적 행동에 없는 세력과 세력관계들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 2장 정치적 사건의 역동성 ― 주체화와 미시정치의 과정, 187쪽


이렇게 한편에는 문화와 상품, 예술과 비예술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는 텔레비전과 문화산업의 하이퍼모더니티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다시 예술과 비예술을 분리하는 탁월함, 전문직업화, 국가 문화의 기준들을 복구하는 문화부와 문화 기구들의 네오아카이즘이 있다. 탁월함의 “미적” 정책들은 고용시장에 도착하는 증가하는 “예술가들”을 좋은 고용과 실업 조건들을 가진 돈 잘 버는 “엘리트”와 매우 불안정한 예술가 대중으로 나누는 경제적 정책들과 함께 간다.

― 3장 신자유주의 안의 경제적 빈곤화와 주체적 빈곤화, 211쪽


예술가는 창조의 행위를 완수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다. 왜냐하면, 관객이 작품을 해독하고 해석하면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수립하고, 그것을 통해 창조적 과정에 자신의 고유한 기여를 덧붙이기 때문이다.

― 3장 신자유주의 안의 경제적 빈곤화와 주체적 빈곤화, 230쪽


미적 패러다임은 예술가를 참조한다. 그러나 미적 패러다임은 창조성이 항상 집단적 배치의 결과라고 확언한다. 주체성과 자기 변형 과정은 항상 언술과 행동의 집단적 배치로부터 나온다. 이 집단적 배치는 개인적 주체와 정치적 주체의 단일체를 폭발시키고 “다양한 개인-집단-기계-교환”의 복합체를 가리킨다.

― 3장 신자유주의 안의 경제적 빈곤화와 주체적 빈곤화, 254쪽


예술의 지위와 노동의 지위라는 두 개의 지위 모두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것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이고 미적인 새로운 체계의 발명을 초래할 것이다. 그 체계의 조건들은 완전 고용의 이론적 틀 안에서는 고려될 수조차 없다.

― 부록 2 : 카프카, 예술, 작품, 예술가 그리고 공중, 283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Maurizio Lazzarato, 1955~ )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1980년대 초에 프랑스로 망명, 파리 제8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 정보기술, 비물질노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율주의 잡지 『뮐띠뛰드』(Multitudes)지의 창간 발기인이자 편집위원이다. 비물질노동, 임금노동의 종말, ‘포스트사회주의’ 운동, 인지자본주의와 그 한계, 생명정치·생명경제 개념 등이 연구 주제이다. 저서 『부채인간』(메디치미디어, 2012)은 한국어를 포함하여 11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3년 서울 일민미술관의 <애니미즘> 전시회에 시각예술가 안젤라 멜리토풀로스와 함께 작업한 영상 작품 <배치>와 <입자들의 삶>이 전시되었고 작품 소개를 위해 방한하기도 하였다. 저서로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기호와 기계』(갈무리, 2017), 『사건의 정치』(갈무리, 2017), 『부채통치』(갈무리, 2018), 『정치 실험』(갈무리, 2018), 『발명의 힘』(Puissances de l’invention, 2002), 『불평등의 정부』(Le gouvernement des inégalités, 2008), 『전쟁과 자본』(공저, Guerres et capital, 2016) 등이 있다.


옮긴이

주형일 (Joo Hyoungil, 1968~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5대학, 1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사진: 매체의 윤리학, 기호의 미학』(2006), 『영상매체와 사회』(2009),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읽기』(2012), 『문화연구와 나』(2014), 『이미지가 아직도 이미지로 보이니?』(2015), 『자크 랑시에르와 해방된 주체』(2016) 등이 있고 역서로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2002), 『미학 안의 불편함』(2008),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환자』(2013), 『문화의 세계화』(2014), 『일상생활의 혁명』(2017), 『정치 실험』(2018) 등이 있다.



목차


서론 9

1장 불평등의 통치 ― 신자유주의적 불안전에 대한 비판 13
엥떼르미땅들의 분쟁과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변형의 한복판에 선 미셸 푸코 15
“사회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16
신자유주의자들이 보는 시장 19
문화부문 고용시장 안의 불평등과 경쟁 21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의미 23
규율기술과 안전기술의 혼합 25
경제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쟁점 26
탈정치화로서의 개인화 29
“인간자본” 경영자들의 작은 제조소 33
신자유주의에 대한 푸코의 분석의 한계들에 대한 몇 가지 지적 (1) : 위험, 보호, 금융화 39
신자유주의에 대한 푸코의 분석의 한계들에 대한 몇 가지 지적 (2) : 사적 소유 44
신자유주의에 대한 푸코의 분석의 한계들에 대한 몇 가지 지적 (3) : 연기금의 “조용한 혁명” 48
주체화, 책임, 워크페어 51
화폐의 권력효과 : “인간자본”의 “책임의식”(죄의식)을 만드는 조련 기술로서의 빚 55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임시성의 용인 가능한 균형 58
국가의 선구자 역할 61
분쟁의 관리 63
문화 정책 65
“예술적 비판”에 대한, 문화 부문 고용에 대한 비판의 불행들 70
“예술적 비판” 개념의 정치적 한계 73
사회학적 관점 76
평등과 자유, 복지국가 안의 “사회적 비판”과 “예술적 비판” 81
통치성의 새로운 형태들 84
영혼들에 대한 통치에서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통치로 95
권력관계들의 군도와 정치적인 것의 정의 102
새로운 유형의 “실업자”의 생산과 통제 107

2장 정치적 사건의 역동성 ― 주체화와 미시정치의 과정 112
“혁명적 정치”의 전통적 형태들의 권리 소멸 113
사건과 역사 : 이상주의에 맞서 117
오늘날의 정치 실험 122
사건, 세계 그리고 주체성 126
대항품행들 128
분자단위 대항품행들의 “모호성들”과 “잠재성들” 130
푸코의 윤리적 전환점 138
사건의 현실화와 몰단위 대항품행들 (1) : 행위들의 전투 151
사건의 현실화와 몰단위 대항품행들 (2) : 말들의 전투 154
지식의 전투 158
전략들 : 몰단위와 분자단위, 거시와 미시 167
권력 장치들의 몰단위와 분자단위 기술들에 맞선 투쟁들 169
미시정치 안의 몰단위와 분자단위 175
미시정치는 구성주의다 183
프랑스에서 연합체들의 경험 188

3장 신자유주의 안의 경제적 빈곤화와 주체적 빈곤화 193
감각적인 것의 새로운 분할 202
자연의 평등, 힘의 평등 205
주체성의 통치 기술로서의 예술과 문화 207
예술, 시장, 제도, 그리고 공중의 통치 211
예술과 산업 : “교차된 가치들”의 경험 217
저항과 창조 222
주체화 과정으로서의 예술적 행위와 영매로서의 예술가 229
단절과 주체화의 비변증법적 기술들 233
주체성과 신앙 236
미적 패러다임 250
언술의 확장 258
실존적 기능 260

부록1 카프카와 죄의식의 생산 268
부록2 카프카, 예술, 작품, 예술가 그리고 공중 274

옮긴이 후기 285 / 참고문헌 294 / 인명 찾아보기 299 /용어 찾아보기 301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한국어판 저서들과 논문들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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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노동과 다중』(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외 지음, 조정환 외 옮김,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2부에 마우리찌오 랏짜라또 영향력 있는 논문 「비물질노동」이 조정환의 번역으로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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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와 기계』(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신병현‧심성보 옮김, 갈무리, 2017)

들뢰즈와 가따리의 기호론으로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빠올로 비르노, 주디스 버틀러,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에까지 걸쳐 있는 언어중심적 정치이론을 비판하면서 물질적 흐름과 기계들의 흐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기호들을 분석한다. “자본은 기호로 움직인다.”는 가따리의 주장에 근거하여 “오늘날 비판이론은 언어와 재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고 있는가?”, “오늘날 기호들이 정치, 경제, 주체성의 생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고 이로부터 자본주의 비판을 위한 새로운 이론과 비재현적 주체 이론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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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정치』(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이성혁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랏자라또는 현대 사상의 급진적 정치성을 되살리면서 현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권력에 저항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길을 모색한다. 그는 들뢰즈/가타리와 푸코 등의 급진적인 현대사상을 바탕으로 바흐친과 빠졸리니, 라이프니츠와 타르드와 같은 이들의 사상을 재평가하고 ‘구제’하며 현실화한다. 가능성의 발명으로부터 정치의 가능성을 사고하고 있는 『사건의 정치』는, 현대의 저항 정치가 가지고 있는 시적이고 예술적인 성격을 적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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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통치』(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허경 옮김, 갈무리, 2018)

『부채인간』의 저자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부채론 2부작의 완결판! 부채가 현대 자본주의의 공리계가 되어 통치 원리로 기능한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서술하고 있는 책. 자본주의에서의 부채는 결코 경제적·재정적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늘 예속화·종속화로 귀결되는 하나의 정치적 관계이다. 부채는 무한한 것, 상환 불가능한 것, 결국 조절 불가능한 것이 되어, 사람들을 길들이고 구조개혁을 강요하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도구, 달리 말해 자본의 이익을 따르는 ‘기술적 통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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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저자는 『인지자본주의』에서 “축적을 위한 인지의 전용이 아니라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혁명이 필요한 때”라는 말로 우리 시대의 대안적 경로와 실천적 과제에 대한 생각을 제시했다. 『인지자본주의』가 논리적 방법으로 권력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예술인간이라는 주체성의 형성을 중심으로 인지혁명의 계보학적 가능성을 더듬어 나가면서, 역량의 지도, 활력의 지도, 주체성의 지도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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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서의 삶』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물음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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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다중』(안또니오 네그리 지음, 심세광 옮김, 갈무리, 2010)

<제국>과 <다중>의 저자이자, 코뮤니즘의 정치철학자 안또니오 네그리의 예술론을 담은 책. 이 책을 구성 하고 있는 9편의 서신들은 추상, 포스트모던, 숭고, 집단적인 노동, 아름다움, 구축, 사건, 신체, 삶정치 등 현대예술에 대해 피해갈 수 없는, 아홉 개의 테마들을 다룬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반을 착취하고 있으며, 다중이 새로운 주체성으로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예술은 무엇이며, 또 아름다움이란 무엇일 수 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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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럭서스 예술혁명』(조정환·전선자·김진호 지음, 갈무리, 2011)

다중지성 총서 첫 번째 책. 플럭서스 예술운동에 대한 한국 최초의 본격연구서이다. 플럭서스는 전통적이고 경직된 재현적 예술체제를 타파하고 예술을 삶과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예술적인 것에 대한 제도적 ․ 전통적 통념을 넘어, 예술과 삶 그리고 존재와 생명의 통일을 실천했던 플럭서스 총체예술을 분석한다.

2018.04.03 |




보도자료 


노예선

The Slave Ship



인간의 역사

조지 워싱턴 북 프라이즈, 미국 역사가협회 멀 커티 어워드,
미국 역사학회 제임스 A. 라울리 프라이즈 등을 수상한 “빛나는 걸작”


대서양의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연구하는,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가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에 승선했던 아프리카 노예, 선원, 선장의 이름과 사연을 풍부한 사료를 토대로 상연함으로써
노예선을 자본주의의 테러와 아래로부터의 연대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구체적인 인간극의 현장으로 그려낸다.
“노예선은 현대적 의식의 첨단을 항해하는 유령선이다.”



지은이  마커스 레디커  |  옮긴이  박지순  |  정가  26,000원  |  쪽수  488쪽

출판일  2018년 3월 30일  |  판형  신국판(152x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Potentia, 아우또노미아총서 60

ISBN  978-89-6195-179-1 03900  |  CIP제어번호  CIP2018008555

도서분류  1. 인문학 2. 역사 3. 세계사 4. 인류학

보도자료  180408-노예선-보도자료.hwp 180408-노예선-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노예선』은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정서적 충격을 주었다. … 모든 아메리카인과 더불어 서양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제로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예무역의 끝없는 야만성을 통해 이득을 얻었거나 고통을 받았으며, 이 책은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중간항로를 견디고 살아남아 불굴의 영혼과 광휘를 신세계로 옮겨온 존경하는 선조인 아프리카인들에게 백인, 서양인, 부유한 사람들이 행한 끔찍한 현실을 이해하고 논의하지 않고는 우리의 세상에 균형을 가져올 수 없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공동의 해답을 내어놓기 위해서 필요한 단 하나의 질문이다.

― 앨리스 워커, 『더 컬러 퍼플』의 저자



『노예선』 간략한 소개


노예선은 아프리카 해안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싣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그들을 신세계로 데려갔다. 노예무역과 미국 농장체제에 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졌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노예선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뛰어난 수상 경력의 역사학자인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에서 해양기록에 관한 30년간의 연구를 정리하여 이 전례 없는 함선에 관한 역사를 만들어 냈으며 함선의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격동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는 상어를 꼬리처럼 끌고 다니는 “떠다니는 지하 감옥”에 타고 있는 선장, 선원, 노예의 삶과 죽음 그리고 공포를 냉혹하게 재구성했다.

마을에서 납치되어 이웃 부족에 의해 노예상에게 팔린 젊은 아프리카인에서부터 노예선 선원이 되었다가 자신이 본 악마에 의해 겁에 질려 성직자가 되려고 했던 사람, 그리고 “스스로 만든 지옥”에 흡족해하는 선장까지, 그는 역사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이 이야기는 비극과 공포의 이야기이지만, 회복과 생존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의 창조를 다루는 서사이다. 여기에서 저자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을, 농장과 더불어 노예제도가 형성된 장소로, 그리고 인종과 계급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가 탄생한 심오한 역사의 장소로 다룬다.



『노예선』 출간의 의미


자본주의 탄생의 숨은 주역, 노예선을 함께 탔던 노예, 선원, 선장의 이야기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마커스 레디커가 쓴 이 책은 1700년대부터 1800년대 초반 사이에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사이를 항해한 노예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노예선의 여정은 아프리카의 육지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해안과 중간항로를 거쳐 아메리카의 대농장에 도착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신대륙으로 끌려와 대농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세계 자본주의 부상의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노예제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예의 모습을 보아왔다. 고난을 겪는 노예와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노예 주인의 모습은 많은 매체에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클리셰(cliché)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클리셰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노예와 노예제도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노예, 선원, 선장 그리고 노예무역상인들의 이야기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으며 윌버포스나 존 뉴턴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노예와 노예제도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승리자”들의 이야기만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승리자”의 이야기에서 “패배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훼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마커스 레디커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생존자”의 이야기는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수치(數値)와 추상의 폭력이 감추어온 역사에 구체적인 표정을 부여하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인이 노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노예선에서 겪은 테러를 이해함으로써 고향을 떠나 징용과 착취에 시달리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예와 선원의 관계, 선장과 선원의 관계, 노예와 노예의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도시 자본가와 노예무역 폐지론자들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대서양 노예무역을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을 “검은 황금”과 같은 상품으로 대하며 노예 공장, 노예 거래소를 거쳐 노예선이라는 “떠다니는 감옥”에 가두어버린 자본주의의 횡포,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을 연결하는 삼각무역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노예무역 상인들의 욕망, 낯선 곳에서 질병과 외로움 그리고 폭력을 견디며 목숨을 걸었던 선원들의 고난, 뱃동지로서 공통의 언어와 문화를 이룩하고 함께 저항한 노예들 간의 얽힌 운명, 노예들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선장과 선원의 테러가 모두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노예선이라는 장엄한 연극이 현대인에게 남긴 숙제는 무엇인가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 마커스 레디커의 업적은 마치 ‘책 사냥꾼’과 같은 모습이다. 그는 노예무역 “생존자”들이 남긴 수많은 “일차적 기록”을 수집하고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가족과 민족의 이별에서부터 새로운 문화의 탄생에 이르는 긴 여정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러한 긴 여정의 끝에서 이 책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이야기의 “악당과 선인”이 누구이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자본주의가 정착된 이 시대에 노예들이 제공했던 노동력에 빚을 지고 사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이 겪은 고난과 테러를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질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질문은 모두 쉽게 답하기 힘든 문제이다.

저자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돈의 셈법이 아닌 인류애와 정의를 강조한다. 노예무역을 창조했던 게임의 규칙인 자본주의적인 해답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카리브해에서 병들고 죽어가던 선원을 보살펴준 노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가득 담겨있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노예선의 “장엄한 연극”에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며 이 이야기를 마친다.



저자 마커스 레디커가 말하는 이 책의 집필동기와 핵심주장
* 아래 인터뷰는 다음 링크에 실린 2013년 12월 12일의 인터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 http://www.booksandideas.net/On-Board-The-Slave-Ship.html )


질문 : 어떻게 노예선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까?

레디커 : 제가 이 책을 처음 착상한 것은 한 사형수를 만나면서였습니다. 저는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수년 동안 계속해왔고, 정부가 시민을 죽일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사형제와 교정체제는 매우 인종화되어 있습니다. 수감된 인구와 사형수 중에서 소수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뜻입니다.

(프랑스에는 매우 잘 알려져 있고 저와 수년간 작업을 함께해온) 사형수 무미아 아부-자말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가 사형집행영장을 처음 받은 날, 자신이 죽게 될 날짜가 찍힌 종이 한 장을 처음 받은 그날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인종과 테러가 연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블랙팬서당 당원인 아부-자말은 수년간 필라델피아 경찰의 박해를 받았습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를 정말로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인종과 테러의 연결의 기원을 연구할 수 있겠구나, 인종과 테러의 관계는 노예선에서 시작되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연구에 실제로 착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저에게 너무도 벅찬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 책은 펜실베니아의 한 사형수와의 만남에서 실제로 기원합니다.

많은 수감자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펜실베니아의 감옥들의 수감자들로부터 이 책을 시설 내 도서관에 기부해 달라는 편지 여러 통을 받았고 저는 언제나 기꺼이 그렇게 했습니다.

코넬 대학 방문교수로 있을 때 어번 교도소에서 “교정시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해적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러 갔는데 행사가 끝나갈 때쯤 수감자 중에서 선배이면서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한 사람이 ‘다시 한번 방문해서 노예선에 대해서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해줄 수 있는지’를 묻더군요. 저는 “물론입니다”라고 답했지만 실제로 다시 가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른 수감자 한 명이 제게 다가와서 “그거 아세요. 우리는 이곳이 현대판 노예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역사의 연속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강연을 하기까지 몇 번의 제재가 있었고(몇몇 수감자들은 강연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제재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80명 정도에게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한 수감자가 질문을 했는데, 제가 지금껏 들어본 질문 중에서 가장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질문자는 소위 “백인 수감자”였는데 이렇게 물었습니다. “좋아요. 그래요. 폭력적인 강제수용이 미국의 서사에서 핵심이라는 점은 잘 알겠습니다. 노예선에서부터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어번 교도소까지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이게 미국사에 어떤 의미를 갖나요?”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이 주제를 가지고 토론했고 그건 분명 제가 경험했던 최고의 토론 중 하나였습니다.

질문 : 15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1,400만 명이 노예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500만 명 정도가 아프리카에서의 징발 과정, 중간항로, 그리고 아메리카로 온 첫 해에 사망했습니다. 정말 참혹한 비극입니다만, 책의 초반에 쓰셨듯이 통계는 납치, 노예화, 고문, 조사(早死) 등의 폭력을 지워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선에 대한 선생님의 민족지가 있는 것이고 선생님이 쓰신 “인간의 역사”가 있는 것이겠죠. 선생님은 수치와 그래프로 비인간화된 역사의 인간성을 되살리고자 하셨나요? 선생님이 서술한 폭력이 “추상성의 폭력”이라는 또 다른 폭력에 대한 해독제인가요?

레디커 : 아프리카에서 노예가 된 1,400만 명의 사람들 중에서 중간항로에서 500만 명 정도가 사망했고 산 채로 아메리카로 배송된 숫자는 900만 명에서 1,000만 명 정도입니다. 이것은 근대사의 핵심에 있는 엄청난 잔인성과 폭력의 사건입니다. 따라서 질문은 다음과 같이 제기될 것입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노예무역이라는 이 엄청난 주제에 통계적 접근을 하는 것은 인간적 비극에 가면을 씌움으로써,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일종의) 위생화로서 그 폭력에 참여하는가?”

제가 『노예선』에서 내린 답은 “그렇다, 통계적 접근은 그렇게 하고 있고 그렇게 해왔다”입니다. 흥미롭게도, 현대적인 통계 수단들은 용적 톤수와 화물을 계산했던 상인들의 시대의 통계에서 기원합니다. 상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잔혹행위들로부터 스스로 격리되기 위해서 통계를 활용했습니다. 저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노예무역의 인간적 결과들과 투쟁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역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서구의 모든 나라들에서, 그리고 분명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에서, 노예무역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했던 모든 나라들에서 노예무역의 결과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문 : 노예제가 폭력, 모욕, 테러의 세계를 열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노예선』에서 아프리카인들이 노예선의 갑판에 발을 내딛자마자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보여주셨습니다. “채찍”, 엄지손가락 나비나사, 수갑, 배를 둘러싸고 헤엄치는 상어가 폭력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러나 노예들은 봉기하기도 했습니다. 배에서의 끔찍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노예들은 어떤 종류라도 주체성(agency)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레디커 : 노예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과 테러에 기초하였다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아프리카에서 처음 노예가 되는 순간에서부터, 노예선 위에서, 항해 도중, 그리고 농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예선 선장과 선원이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을 신세계로 싣고 오면서 극한의 폭력을 사용했습니다. 폭력의 형태는 구교묘 채찍, 엄지손가락 나사, 그 밖의 각종 고문 도구들, 수갑, 족쇄, 목에 두르는 사슬, 제가 “속박의 도구”라 부른 것들이었습니다. 이것들은 모든 노예선의 운용에서 매우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책이 밝힌 사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렇게 계산된 테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조건 속에서도 하갑판의 아프리카인들이 저항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노예선이라는 비극에서 이 점이 유일한 만회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를 쫓는 상어들에게 매일같이 시체를 던지는 등 온갖 테러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들의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와 투지를 실제로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봉기를 해서 설사 배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아프리카인들은 배를 항해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계속 투쟁했습니다. 이들은 혼령이라도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집단 자살을 하기도 했습니다. 포로로 잡힌 모든 이를 지배하려는 이 극단적인 폭력과 테러의 논리에 맞서서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주체성(agency)의 표현이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 우리가 알지 못했던 『노예선』의 표정들


저는 이 책을 읽는 한국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피로 얼룩진 자본주의의 부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이에 대항한 용감하고 다면적인 저항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노예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항해 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미국과 대서양 연안의 수많은 지역에서 우리는 여전히 노예무역과 노예제도의 결과를 안고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1쪽


배는 심오한 일련의 경제적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자본주의의 융성에 필수적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영토의 장악, 수백만 명의 징용과 경제적 성장 시장으로의 재배치, 금과 은의 채굴과 담배와 사탕수수의 재배, 장거리 상거래 시장의 동반 상승, 마지막으로 세상 누구도 본 적 없던 자본과 부의 계획적 축적을 모두 이루어 냈다. 느리고 변덕스러우며 평탄하지 않지만 의심할 여지없는 저력으로 세계 시장과 국제적 자본주의 체제가 등장했다.

― 2장 노예선의 진화, 62쪽


기나긴 중간항로는 크게 두 개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아프리카 내륙이나 수로(이 사례에서는 부속선이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카누)를 통해 이동하며 해안의 노예선으로 향하는 것이다. … 두 번째 단계아프리카 항구에서 아메리카의 어느 곳으로 중간항로 항해를 하는 해상의 노예선 안에서 발생한다. 이 두 단계를 합쳐서 그들은 대서양 한편에서의 징용을 다른 편에서의 착취와 연결했다. … 일부 선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노예는 일단 아프리카를 떠나는 항해를 시작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었다.

― 3장 중간항로를 향한 아프리카적 행로, 97쪽


올라우다 에퀴아노라는 이름은 노예선에서 빼앗겨버렸고 이 이름을 되찾는 데 35년이 걸렸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스노우급 함선을 탔을 때 나는 마이클이라고 불렸다”고 기록했다. 다음의 버지니아로 향하던 슬루프급 함선에서 그의 이름은 제이콥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한 꿀벌호에 승선했을 때 그의 새로운 주인 파스칼 선장은 그에게 구스타부스 바사라는 네 번째 이름을 주었다.

― 4장 올라우다 에퀴아노 : 놀라움과 공포, 155쪽


그중에 가장 야만적이고 포악한 영혼은 나무 세계의 통치자이자 “절대적인 명령권을 가진” 선장에게 깃들었다. 노예무역을 “보면서 자란” 이들은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 마음마저 함께 담금질했다. 뉴턴은 “많은 선장이 이 사업을 보며 자랐고 노예선의 주인이 되기 전에 견습 선원에서 평선원과 항해사라는 몇 단계를 겪으면서 무역에 관한 지식과 함께 점점 잔인한 성향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잔인함을 습득하는 것은 무역 자체를 배우는 것의 본질과도 같았다.

― 7장 선장이 만든 지옥, 256쪽


불가사의했던 노예선은 이제 그들 스스로 “검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발견한 이들이 창의적인 저항을 이어가는 곳이 되었다. 막강한 권력의 변증법을 통해 노예선에 승선하여 고통받는 인간의 공동체는 도전적이고 탄력적이며 단연코 생명이 넘치는 아프리카계 아메리칸 문화 그리고 범아프리칸 문화의 탄생을 낳았다.

― 9장 노예에서 뱃동지로, 365쪽


노예선의 갑판에서 진행된 이 연극은 노예선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의 자본과 권력으로 인해 시연 가능했던 것이며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것이 계획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노예선에 승선했던 선장과 선원 그리고 아프리카 노예들이 그려낸 연극은 사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자본주의의 부상과 발전이라는 더 큰 연극의 일부에 불과했다.

― 후기 : 끝없는 항해, 415쪽



추천사


3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노예선은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을 납치하여 대서양을 건너왔다. “나무로 만든 세계”에서 선원과 노예들은 모두 함께 난파와 전염병 그리고 굶주린 상어에 대한 공포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전쟁과 상업을 위한 잔인한 도구인 노예선은 서구 사회의 형성을 도왔지만, 아직도 그 실상은 비밀에 묻혀 있다. 마커스 레디커는 18세기에 물 위를 “떠다니는 지하 감옥”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밝히면서 그 생생한 고통과 생존의 이야기를 통해 바다 위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 문화를 그려 내고 있다.

― 『LA 타임스』 북 리뷰


저자는 이 기념비적인 업적을 통해 노예제도의 유산 중 사라진 것과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시기적절하고도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 『더 네이션』 지


레디커는 온 힘과 열정을 다해 네 개의 노예선 드라마를 완성했다. … 그는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근대 의식의 첨단을 항해하는 유령선’을 통해 인종과 계급 그리고 노예제도의 유산을 탐구했다.

― 『볼티모어 썬』


절묘하고 기괴한 이야기

― 『뉴욕 썬』


마커스 레디커는 선장과 선원 그리고 노예가 남긴 글을 풍부하게 발굴하여 ‘추상성의 폭력’을 피해 노예선의 역사를 그릴 수 있었다.

― 『시카고 트리뷴』


노예선은 근대성을 완성시킨 기계였다. 노예선이 대서양을 건너가면서 세상은 변하였고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들이 연합하였다. 이에 따라 막대한 부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이 생겨났으며 이 지옥의 항해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서양 해양사에 관한 걸출한 역사가인 마커스 레디커는 물질적 변화와 그에 따른 도덕적 불화에 관한 놀라운 지식으로 역사를 풀어냈다. 『노예선』은 깊이 연구되었고 훌륭하게 공식화되었으며 도덕적으로 잘 갖추어진 최고의 역사이다.

― 아이라 벌린, 메릴랜드 대학교 종신교수


이 책에 대한 나의 존경심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기관과 밧줄 그리고 돛으로 채워진 테러의 도구, 노예선이 있다. 이 어둠의 중심에서 마커스 레디커는 4세기에 걸친 시기와 세 개의 대륙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헌신적인 연구와 깊은 인류에 관한 염려 그리고 높은 수준의 서사적 힘을 결합하여 자신의 과업을 완성했다. 그는 개인 경험의 현실성을 강조함으로써 공포에서 벗어나 추상성의 편안함에 머무르려는 인간의 경향성을 이겨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점에서 그에게 큰 빚을 진 것이다. 광범위한 내용과 인간성을 다루는 그의 태도로 볼 때 대서양 노예무역에 관한 이 책의 내용은 쉽게 대신할 자료를 찾기 힘들 것이다.

― 배리 언스워스, 『신성한 굶주림』의 저자


『노예선』은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정서적 충격을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4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노예선을 타고 끌려왔던 나의 아프리카 선조와의 끊을 수 없고 변화하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용기와 지성, 자긍심 그리고 자유를 향한 격한 몸부림(또한, 잔인하게 얽매인 채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노력)에 나는 오랫동안 깊이 감동해서 침대에서 책을 놓을 수도 없었다. 나는 탐욕의 광기와 사슬에 얽매인 존재에게 절대적인 위력을 휘두르는 가학성 그리고 선천적인 자유를 지배하고 점유하고자 하는 폭력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모든 아메리카인과 더불어 서양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제로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예무역의 끝없는 야만성을 통해 이득을 얻었거나 고통을 받았으며, 이 책은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중간항로를 견디고 살아남아 불굴의 영혼과 광휘를 신세계로 옮겨온 존경하는 선조인 아프리카인들에게 백인, 서양인, 부유한 사람들이 행한 끔찍한 현실을 이해하고 논의하지 않고는 우리의 세상에 균형을 가져올 수 없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공동의 해답을 내어놓기 위해서 필요한 단 하나의 질문이다.

― 앨리스 워커, 『더 컬러 퍼플』의 저자


『노예선』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 주오』라는 책처럼 우리가 역사와 우리 자신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이 놀라운 작품에서 마커스 레디커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이루어 냈다. 그는 우리가 수세기에 걸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잔인함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한, 그는 우리가 노예제도의 폐지를 이끈 저항에 관해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자서전을 통해 중간항로 항해의 시련을 기록한 노예 올라우다 에퀴아노와 반-노예제도적 태도를 가진 선원이자 시인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 노예선 선장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작곡한 폐지론자로 변모한 존 뉴턴과 같은 잊지 못할 인물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레디커는 학자의 섬세함과 시인의 눈 그리고 반란군의 심장으로 글을 썼다. 그는 괴물 같은 불의의 이야기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였다.

― 마틴 에스파다, 『시의 공화국』의 저자


『노예선』은 진정 장엄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책이다. 혼란스러움의 이유는 단지 이 책이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자유 시장의 폭력과 야만성을 자세히 그렸기 때문만이 아니라 노예선 선원을 포함해서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실제 인간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선』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과거에 노예선을 타고 항해를 떠난 수백만 명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 우리가 근대와 인종주의 그리고 세계화된 경제가 어떠한 착취를 배경으로 형성되었는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역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로빈 D. G. 켈리, 『자유의 꿈 ― 흑인에 관한 급진적인 상상』의 저자


『노예선』은 노예무역의 현실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하는 역작이다. 나는 사람들이 근대 세계의 탄생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하는 한 이 책은 계속해서 읽힐 것이라고 확신한다.

― 로빈 블랙번, 『신세계 노예제도의 탄생』의 저자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이고 철저하게 연구된 이 책은 노예선이라고 알려진 특별한 형태의 지옥에 함께 모인 선장과 선원 그리고 노예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초상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대서양 역사이다.

― 로버트 함스, 『근면』의 저자


마커스 레디커는 18세기 대서양 세계에 관한 가장 저명한 역사가 중 한 사람이며 노예선을 통해 해상 노동자에 관한 탁월한 지식과 자본주의 부상에서 노예무역의 역할에 관한 깊은 이론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스티븐 한, 퓰리처 상을 수상한 『발아래의 국가』의 저자


이 대서양의 서사는 노예선이 인간 화물을 노예선으로 변모시키는 ‘거대한 기계’라는 점을 훌륭하게 밝혀내고 다양한 아프리카인의 삶에서 자유인과 노예, 선택과 절박한 투쟁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 패트릭 매닝, 『노예제도와 아프리카인의 삶』의 저자


마커스 레디커는 기존에 견줄 데 없었던 허먼 멜빌과 같이 대항해 시대에 대양을 항해하던 비좁은 함선에서 일어나는 삶의 당면한 인간극과 세계적인 맥락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진기한 능력을 활용해 우리를 노예선의 하갑판으로 초대했으며 중간항로의 비인간적인 고난을 겪는 인간의 표정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 피터 H. 우드, 『새롭고 이상한 땅 ― 식민지 아메리카의 아프리카인』의 저자


대서양의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가의 수작이 탄생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과 상실의 신음, 반란의 함성을 들을 수 있다. 마침내 노예였던 사람들이 버려진 선원들에게 놀라운 은총을 베푸는 장면에 이르면 이 감명 깊은 책에서 정의와 회복에 대한 요청이 터져 나온다.

― 피터 라인보우, 『마그나카르타 선언』의 저자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마커스 레디커 (Marcus Rediker, 1951~ )

미국의 교수이자, 역사가, 활동가이다. 반더빌트 대학을 자퇴하고 3년 동안 공장 노동을 했으며 1976년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서 공부했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피츠버그 대학 역사학과에서 대서양사 강의를 하고 있다. 아메리카 초기의 역사, 대서양사, 해양사, 해적의 역사, 사회사와 문화사 이론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냈다. 2001년 『히드라』(갈무리)로 국제노동사협회의 국제노동사 상과 1988년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까치)로 존 호프 프랭클린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Villains of All Nations(2005), The Amistad Rebellion(2012), Outlaws of the Atlantic(2014), The Fearless Benjamin Lay(2017), 『노예선 : 인간의 역사』(갈무리, 2018) 등이 있고, 공저로 Who Built America?(2007), Many Middle Passages(2007), Mutiny and Maritime Radicalism in the Age of Revolution(2013) 등이 있다. 2014년에는 영화제작자 토니 버바와 함께 저서 The Amistad Rebellion을 기초로 한, 시에라리온의 여행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미스타드의 유령>을 제작했다. 그는 아미스타드호의 아프리카인들을 배에 싣고 신세계로 출항했던 노예무역 공장 롬보코의 잊혀진 폐허와 관련된 지역의 조사를 진행하고 기억에 관해 마을 원로들을 인터뷰하였다. www.marcusrediker.com


옮긴이

박지순 (Park Ji Soon, 1983~ )

대구대학교에서 재활심리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애인을 위한 차별금지 및 심리적 지원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BK21사업단의 연구교수로 일하며 장애인과 빈곤가정 학생의 교육적 평등에 관한 국제적 쟁점을 다루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인종과 지역, 성별, 장애와 같은 다양한 차별 요소와 관련된 주제의 글을 주로 번역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9
서막 17

1장 삶과 죽음 그리고 공포의 노예무역 31
톰바 대장 32
“갑판장” 34
무명 34
“사라” 36
사환 사무엘 로빈슨 38
선원에서 해적으로, 바솔로뮤 로버츠 40
선원에서 하찮은 무역상으로, 니콜라스 오웬 41
윌리엄 스넬그레이브 선장 43
윌리엄 왓킨스 선장 45
제임스 프레이저 선장 47
선장에서 상인으로, 로버트 노리스 49
상인 험프리 모리스 51
상인 헨리 로렌스 54
“탐욕스러운 강도” 56

2장 노예선의 진화 60
말라키 퍼슬스웨이트 : 노예무역의 정치산술, 1745년 65
조셉 마네스티 : 노예선 건조, 1745년 69
안소니 폭스 선장 : 노예선의 선원, 1748년 76
토마스 클락슨 : 노예무역 함선의 다양성, 1787년 82
존 릴랜드 : 노예선에 대한 묘사, 1801년 87

3장 중간항로를 향한 아프리카적 행로 94
아프리카에서의 노예무역 97
세네감비아 100
시에라리온과 바람막이 해안 104
황금 해안 107
베냉만 110
비아프라만 113
서부 중앙아프리카 117
포로의 사회적 초상 121
대약탈 : 루이스 아사-아사 125
납치 : 우콰소우 그로니오소우 127
돌아올 수 없는 시점 129

4장 올라우다 에퀴아노 : 놀라움과 공포 131
에퀴아노의 고향 133
납치 137
미지의 선상에서 141
중간항로 144
바베이도스 147
긴 항해 149
흑과 백의 공포 152

5장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와 떠다니는 지하 감옥 157
영국의 뱃사람이 된다는 것 159
사슬 엮기 162
야만적인 규율 집행 167
잔인한 악마 169
“자랑스러운 베냉”에서 171
중간항로 175
어느 끔찍한 비명 180
진정한 계몽 181

6장 존 뉴턴과 평화의 왕국 185
반란 선원에서 기독교인 선장으로 188
첫 항해, 1750년~1751년 193
두 번째 항해, 1752년~1753년 204
세 번째 항해, 1753년~1754년 211
길을 잃은 자와 찾은 자 215

7장 선장이 만든 지옥 218
배에 이르는 길 220
상인 자본 222
“노예선의 의장” 232
깡패 짓 236
장사꾼 240
형제 선장 244
교도관 247
노예무역의 야만적 영혼 252

8장 거대한 선원 집단 273
항구에서 배로 277
일반 선원의 문화 282
뱃일 284
선원, 노예 그리고 폭력 292
사망자 명단 297
반란과 탈주 301
항해의 끝 304
폭동 : 리버풀, 1755년 307
춤추던 선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313

9장 노예에서 뱃동지로 317
승선 320
작업 323
싸움 326
죽음 329
바벨탑 쌓기 332
하갑판의 의사소통 335
노래 338
저항 : 음식 거부 340
배 밖으로 뛰어내리기 344
폭동 348
아프리카로의 귀향 358
결속 361

10장 노예선 브룩스호의 긴 항해 366
왜 브룩스호였을까? 368
첫 번째 그림 : 플리머스 370
전이 : 필라델피아와 뉴욕 373
개량된 그림 : 런던 376
“일차적 해양 지식” 378
브룩스호에 관한 논쟁 386
새로운 논쟁 391
충돌 395
마지막 항구 401

후기 : 끝없는 항해 404
“가장 장엄한 연극” 재고 409
아래로부터의 화해 412
죽음의 셈법 414

감사의 말 419
옮긴이의 말 423
후주 425
그림 출처 477
인명 찾아보기 479
용어 찾아보기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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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 : 제국과 다중의 역사적 기원』(마커스 레디커, 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손지태 옮김, 갈무리, 2008)

제국주의 초기 식민지 건설과 노예제 상황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밝혀낸 역사서이다. 공식적인 역사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장작 패고 물 긷는 사람들’, 흑인 하녀들, 혁명적인 해적 선장, 아프리카 노예들, 진정한 아메리카 혁명의 주역인 잡색 부대 등을 만날 수 있다. 히드라는 ‘헤라클레스 신봉자’들에게 맞서 싸운 선원들, 노예들, 평민들 즉 다중(multitude)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17세기 초 영국 식민지 확장의 시작부터 19세기 초 도시중심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지배자들은 점점 세계화·지구화되는 노동체계에 질서를 부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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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카르타 선언 : 모두를 위한 자유권들과 커먼즈』(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2012)

저명한 역사가 E. P. 톰슨의 제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대표작.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제(專制)를 제한해 온 방책들 ― 인신보호영장, 배심재판, 법의 적정 절차, 고문 금지 그리고 커먼즈(the commons) ― 이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215년 이후 이러한 방책들의 원천인 마그나카르타의 역사적 궤적을 제시하면서, 사유화의 탐욕, 권력욕, 제국의 야망이 국가를 사로잡을 때마다 예의 오래된 권리들이 어떻게 무시되는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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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산파 여성들·점쟁이 여성들·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들·여성 마술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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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틱스 -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데보라 코웬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7)

로지스틱스(logistics)는 비즈니스의 물류와 전쟁의 병참을 가리키는 말이다. 로지스틱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서도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이 책은 유통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술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인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하며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2018.02.27 |




보도자료 


부채 통치

Gouverner par la dette



현대 자본주의의 공리계

『부채인간』의 저자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부채론 2부작의 완결판!
부채가 현대 자본주의의 공리계가 되어 통치 원리로 기능한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서술하고 있는 책

위기의 시기에 빚을 진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그의 주된 활동은 무엇인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는 빚을 갚는다.
자본주의에서 부채는 무한하고 상환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예속과 종속이라는 정치적 관계를 표현한다.



지은이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  옮긴이  허경  |  정가  18,000원  |  쪽수  304쪽

출판일  2018년 2월 23일  |  판형  신국판 변형(139x20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59

ISBN  978-89-6195-178-4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05324

도서분류  1. 사회과학 2. 사회학 3. 경제학 4. 정치학 5. 철학

보도자료  180308-부채통치-보도자료.hwp 180308-부채통치-보도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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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통치』에서 랏자라또는 질 들뢰즈, 펠릭스 과타리, 안또니오 네그리, 미셸 푸코에서부터 데이비드 그레이버, 칼 슈미트에 이르는 광범한 분야의 사상가들과 대면하면서, 극도로 비참한 현 상황에 대한 집단적 거부를 하기 위해 우리가 연합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부채 통치』 간략한 소개


모든 전문가, 정치가, 언론인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단언이다. 부채가 공적 재정을 파탄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며, 실업을 야기한다! 시장을 살리고 번영을 구가하고 싶은 국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진단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부채는 결코 경제적·재정적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늘 예속화·종속화로 귀결되는 하나의 정치적 관계이다. 부채는 무한한 것, 상환 불가능한 것, 결국 조절 불가능한 것이 되어, 사람들을 길들이고 구조개혁을 강요하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도구, 달리 말해 자본의 이익을 따르는 ‘기술적 통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2008년의 경제 위기는 조세 정책을 통한 사회적 부의 거대한 몰수 행위를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국가 자본주의’의 형성을 촉진했을 뿐이다. 양차 대전 직전의 불안한 상황으로 복귀하는 듯이 보이는 오늘의 상황에서, 실로 모든 것은 ― 교육의 경우처럼 ― 이제까지는 상대적 자율성을 누리던 영역마저도 삼켜버리며 자신을 삶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데에 이른 금융 자본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오늘날 눈앞에 가시화되는 위기와 재앙에 직면한 우리에게 자본주의적 가치화 그 자체로부터의 근본적 일탈이 긴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우리의 삶, 실존, 기술을 다시금 우리의 것으로 되돌리기 위해, 거부의 가능한 전선을 재구축하기 위해, 실로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부채 통치』 출간의 의미


하느님에 대한 죄(부채)와 은행에 대한 죄(부채)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부채통치』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잇는 책이다. 니체는 무엇을 말했는가? 니체는 중세의 하느님에 대한 죄(부채)가 근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에 대한 죄(부채)가 되었다가, 오늘날 은행에 대한 부채(죄)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중세의 인간은 하느님의 은혜로 태어나서 살다가 ‘어리석게도’ 죄를 짓는다. 죄를 지었으니 갚아야 한다. 그것이 벌이다. 그는 생전 지상의 온갖 불행을 겪고 사후의 지옥을 가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없는 근대의 인간은 사회의 은혜로 태어나 살다가 ‘악하게도’ 죄를 짓는다. 모두가 다 같이 잘 살고자 만들어놓은 사회의 규칙을 어떤 개인이 어기는 죄를 범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기만 잘 살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려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니 악한 것이다. 따라서 악한 인간은 공공의 적이다. 공공의 적은 사회 외부의 적과 마찬가지로 사회를 파괴하고 공격하는 자이다. 우리가 사회 외부의 적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듯이 우리는 사회 내부의 적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사회 내부의 적인 악한 개인들은 모두가 합의한 사회계약의 위반이라는 가장 큰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는 감옥에 가게 되거나 또는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중세의 신과 근대의 사회계약을 모두 부정한 니체 이후, 오늘날 사람들이 죄(부채)를 짓는 대상, 따라서 죄(부채)를 갚아야 할 대상은 은행이다. 오늘날 죄를 지은 자들, 곧 부채를 가진 자들은 어리석은 자들이자, 악한 인간이자, 그 무엇보다도 ‘한심한’ 인간이다. 한심한 인간인 오늘의 개인 곧 채무자는 은행 곧 채권자에 대해 자신의 죗값, 곧 빚을 갚아야 하는 한심한 인간이다. 그가 한심한 이유는 오늘날 현대세계의 은행이 가정하는 인간, 곧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 달리 말해 스스로와 타인, 그리고 세계를 관리하는 인간, 합리적 인간이 되지 못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부채를 진 자, 곧 채무자는 경제적 인간, 곧 관리하는 인간이자 합리적 인간이어야만 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이다.

죄인을 만드는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자

이제 빚을 진 자에게는 온갖 종류의 비난이 쏟아진다. 자기 돈, 자기 씀씀이도 관리하지 못한 자, 자기 관리도 못하면서 그저 자기 욕망의 즉물적 충족에 눈이 먼 자, 욕망의 노예, 아직 정신 못 차린 자, 현실을 모르는 자, 따라서 그는 어리석은 자이자, 부도덕한 자, 한마디로, 여러 모로 한심한 놈이다.

그러나 니체를 따라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니, 이런 질문을 스스로, 그러니까 나의 힘으로, 던져 보자. 나는 신의 자식인가, 나를 신이 창조한 것이 맞나? 신이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제 계급의 장치라면? 나는 나를 착취하는 자들의 신을 믿고 그들에 의해 원죄를 지었다고 심판받고 결국은 그들의 신 앞에서 벌까지 받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원죄를 짓긴 지었나? 나는 따라서 벌을 받아야 하나? 아니 하느님이란 게 확실히 있긴 있나? 이렇게 말하는 자는 사회의 평범한 정상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근대의 사회계약론에서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을 보는 고3처럼 질문을 던져 보자. 내가 계약을 한 적이 있나? 그 계약은 누가 했나? 내가 북한에 태어났으면 나는 그 사회의 계약을 믿고 준수하고 따라야만 하는가? 질문을 던지면 왜 안 되나? 그러나 여기는 남한이니 그렇게 세뇌된 조작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합의한 것이므로 경우가 다른가? 그런데, 그건 누가 정했나?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정해진 걸까? 실은 사회계약이 신 없는 사회의 자기 정당화 장치가 아닐까? 진실과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의 독점, 자연과 당연에 대한 해석의 독점이야말로 민주주의적이지도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이미 정해져 내게 부과되는 것이 아닐까? 민주주의에 대하여 나와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으면 민주주의자가 아닐까?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면 사랑하는 게 아닐까? 민주주의와 사랑에 대하여, 자유와 정의와 평등에 대하여, 너는 나와 다른 정의를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빚진 자에 대한 비난은 정당한가?

오늘날 은행에 대하여 부채를 진 자들은 어떨까? 상환능력이 한 달에 500만 원인 사람에게 1000만 원의 한도를 갖는 카드를 발급해주고 1년 후 결국 이 사람이 카드 값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그가 경제적 인간, 합리적 인간이 못되어서만 그런 것일까? 또는 이 사람이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에 장기 대출, 카드론 대출을 받아 일단 위기를 넘기고 향후 상당기간 동안, 오로지, 엄청난 이자가 붙는 이 카드론 대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온전히 이 사람만의 책임일까? 또는, 그 결과를 정확히 모른 채, 이 사람이 자기 아파트를 사기 위해, 또는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다니기 위해, 졸업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 졸업을 하고 10년 동안 그 빚을 갚는 것은 남의 돈을 썼으니 갚아야 하는 것, 그러니까 당연한 일일까? 혹은 이 똑 같은 사람이 부모님과 자식이 아프고 정말 급한 돈이 당장 필요하여 다급한 심정, 그러니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아 평생을 그늘에서 살며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조폭들에게 쫓기며 산다면, ‘주제 파악도 못하고’ 대학을 간 이 사람, ‘자기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고’ 미리미리 충분한 저축을 못해 놓은 이 사람은 다만 어리석고 한심한 판단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99%가 빚쟁이인 사회의 구조적 원인은 무엇일까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확장 버전이다. 신자유주의는 삶의 일부인 경제적 부분의 가치를 삶의 여타 영역 모두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 기준으로 격상시킨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논리가 성립한다. 오늘 네가 경제적 안정을 갖지 못했다면, 너는 비합리적인 삶을 살아왔다. 또는 너는 비합리적 인간이다.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것은 현실 감각이 없다는 것이고, 현실감각의 결여는 이 경우 경제적 합리성, 나아가 합리성 자체의 결여와 같은 말이다. 너는 비합리적이다. 그러므로 너는 할 말이 없다. 네 죄는 네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므로 온전히 네가 갚아야 한다. 아무도 너에게 그런 일을 강요하지 않았다. 네가 한 일은 온전히 네가 한 일이다. 소비도 네가 한 것이고, 대출도 네가 받은 것이다. 너는 자유고 네가 한 모든 일은 너의 책임이다. 그러니 네게 일어난 모든 일, 너의 현실은 온전히 오롯이 너의 책임, 너만의 책임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말인가? 조금 야박하기는 하지만, 그럼 자기가 자기 소비 규모를 관리를 못하는 자, 자기 수입 이상의 돈을 쓴 자, 갚을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돈을 먼저 빌려 써놓고 갚지 못하는 자를 어쩌란 말인가? 그것이 신의 책임인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인가, 그것도 아니면 은행의 책임인가? 결국 당사자의 책임이 아닌가? 이러한 합리적 질문에 대해 랏자랏또는 이렇게 말한다. 좋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신용불량자가 한 사회의 1% 또는 5%가 아니라, 20%, 30%, 50%, 나아가 대다수라면, 그래도 이것이 오직 개인의 문제인가? 가난한 가족은 일을 안 하고 놀기만 해서 가난한가? 가난한 나라는 일을 열심히 안 하고 놀아서 못 사는가? 이미 수십,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쌓여 온 사회와 국가 내부의, 또는 국가들 사이의 구조적 문제는 아닌가?

은행과 부자의 안위를 최우선하는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자

은행이 가장 좋아하는 고객은 돈을 빌리지 않는 고객이 아니라, 돈을 많이 빌리고 (원금은 물론이고, 특히, 이자를, 이자까지) 착실히 갚는 고객이다. 그러나 실은 갚지 못하더라도 좋다. 가령 단기 대출, 현금 서비스를 갚지 못하는 고객은 돈을 갚지 않을 수 없으므로, 다른 데서 체면을 구겨가며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카드에서 고리의 장기대출, 카드론 대출을 받아 단기 대출 현금서비스를 갚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은행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국가 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독일 은행에 대한 빚을 갚아주기 위해 스페인과 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는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국민들은 독일 국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도, 그들이 버는 돈은 자신들의 복지가 아니라 독일의 은행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당연한가? 그런데, 사실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덜 일하는 자가 열심히 일하는 자보다 여유롭고 풍족하게 사는가? 어떻게 해서 덜 일하는 자,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잘 사는 집안, 잘사는 나라에 태어난 자, 한마디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자, 더 열심히 일하는 자보다 더 여유롭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가? 대안도 없으면서 이런 책을 쓰는 저자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은 이 세계의 변화 불가능한 ‘필연적’ 운행법칙, 또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본의 운동법칙인가?

그렇다. 정말 ‘대안’은 없는 것일까? 원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없는 것일까?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부채통치』는 그 대안이 ‘원래’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아직’ 없을 뿐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은 그 대안을 사유하려는 책, 세계의 지금과는 다른 운동법칙을 사유하려는 책,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未-來)를 사유하려는 책이다.



책 속에서 : 『부채 통치』와 현대 자본주의의 공리계


부채인간의 통치에 사용되는 주요한 무기는 세금이다. … 통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세금은 상업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기원을 가질 뿐이다.

― 1장 들어가면서 ― 주요 개념들, 15쪽


신문을 읽고 전문가들이나 정치가들의 말을 듣다 보면, (노동자, 은퇴자, 실업자, 환자, 사회보장 대상자 등) 모든 사람이 유죄이다. 오직 금융업자들 그리고 은행들만을 제외하고!

― 2장 이윤·금리·세금, 세 가지 포획 기구, 54쪽


미국의 대학생들은 금융 사회의 이상을 표상한다. 이 사회적 집단은 다수의 채무자들과, 소수의 부유한 채권자 자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의 공장에서, 계급 분할은 더 이상 자본가와 임금노동자 사이의 대립이 아닌,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구별 짓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자본주의 엘리트들이 사회 전체에 확산시키고 싶어 하는 모델이다.

― 3장 부채사회의 모델로서의 미국 대학, 80쪽


질서자유주의는 통치성 기술의 새로운 구성 과정을 열어젖힌다. 질서자유주의적 통치성은 국가를 제조해 내야 하고, 국가는 측정 및 ‘포획 장치’로서의 시장이 존재하고 또 기능할 수 있도록 사회를 제조해 내야 한다. (푸코가 말하는) ‘경제’ 국가와 ‘사회의 경제화’라는 이중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시장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시장의 자율성과 자발성은 생산되는 것으로, 그것들은 대부분 국가의 개입과 그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 4장 통치성 비판 1 ― 자유주의적 통치성은 과연 존재했는가?, 128쪽


금융의 공리계는 한편으로는 세계화된 경제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나 (학교, 복지, TV 등과 같은) 집단적 장치 혹은 대량소비만이 아니라, 종교적 전통주의, 인종주의, 국수주의, 성차별주의 및 애국주의 등 다양한 형태의 신 -복고주의를 포함하는 (재영토화의) 현실화 모델들에 의해 구축된다.

― 5장 통치성 비판 2 ― 자본과 흐름의 자본주의, 174쪽


신경증은 발달한 자본주의의 병리학이다. 21세기의 ‘질병’은 ‘우울증’ 안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우울증은 행동할 수 없는 무기력, 결정 장애, 계획을 수행할 수 없는 무기력을 보인다. 우울증은 일반적인 동원, 능동적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명령,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명령에 대한 수동적이고 개인적인 저항이다.

― 6장 통치성 비판 3 ― 누가 누구를,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통치하는가?, 218쪽


레닌은 이 ‘새로운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핵심적인 정치적 지점들을 적절히 포착한다. 레닌의 눈에 비친 제국주의의 단계에서 자본은 이윤율의 추락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지도 그 동력을 제공받지도 못하고 있다. … 이 한계를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은 고정자본·가변자본(노동력)과 사회의 대량 파괴, 인구와 그들이 살고 있는 ‘자연적’ 환경의 대량 파괴이다. 위기와 전쟁을 향한 경향은 A-A’에 각인되어 있다. 자본의 발전은 결코 평화롭지 않다.

― 7장 레닌을 다시 읽으며 ― 금융자본주의의 어제와 오늘, 263쪽


노동, 생산, 생산자는 공산주의 전통의 힘인 동시에 약점이었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또는 노동을 통한 해방? 출구 없는 모순. 어떤 의미이든, 노동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오직 노동의 거부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8장 시작을 위한 결론 ― 노동의 거부에서 다시 출발하자, 282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Maurizio Lazzarato, 1955~ )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1980년대 초에 프랑스로 망명, 파리 제8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 정보기술, 비물질노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율주의 잡지 『뮐띠뛰드』(Multitudes)지의 창간 발기인이자 편집위원이다. 비물질노동, 임금노동의 종말, ‘포스트사회주의’ 운동, 인지자본주의와 그 한계, 생명정치·생명경제 개념 등이 연구 주제이다. 저서 『부채인간』(메디치미디어, 2012)은 한국어를 포함하여 11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3년 서울 일민미술관의 <애니미즘> 전시회에 시각예술가 안젤라 멜리토풀로스와 함께 작업한 영상 작품 <배치>와 <입자들의 삶>이 전시되었고 작품 소개를 위해 방한하기도 하였다. 저서로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기호와 기계』(갈무리, 2017), 『사건의 정치』(갈무리, 2017), 『부채통치』(Gouverner par la dette, 갈무리, 근간), 『정치의 실험들』(Expérimentations politiques, 갈무리, 근간), 『발명의 힘』(Puissances de l’invention, 2002), 『불평등의 정부』(Le gouvernement des inégalités, 2008), 『전쟁과 자본』(공저, Guerres et capital, 2016) 등이 있다.


옮긴이

허경 (HUH Kyung, 1965~ )

고려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미셸 푸코의 ‘윤리의 계보학’에 대한 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마르크 블로흐대학교에서 철학과에서 논문 「미셸 푸코와 근대성」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 및 철학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질 들뢰즈의 『푸코』, 미셸 푸코의 『문학의 고고학』, 마우리치오 랏자라또의 『부채인간』, 『부채 통치』 등이 있으며,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읽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등의 저작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해제 / 김재준 9

1장 들어가면서 ― 주요 개념들 14

2장 이윤·금리·세금, 세 가지 포획 기구 37
생산 개념에 대한 첫 번째 재정의 41
화폐는 세금으로부터 탄생하는가? 44
위기 포획 기구들 48
불가능한 개혁주의 (그리고 불가능한 ‘뉴딜’) 52
위기의 주체적 생산 55
가치평가와 척도 56
칼 슈미트 59
‘내전’과 사회국가 64
생산 개념의 확장 70

3장 부채사회의 모델로서의 미국 대학 74
지식 제조는 하나의 금융 기업이다 78
채권자와 채무자 80
학생 부채 버블현상 82
통제·주체성·시간 84
전자칩 속에 새겨진 신용 관계 87
포획 기구로서의 부채 88
화폐와 부채 90
비주류 경제학의 부채 이론 93
희생의 인류학 98
『도덕의 계보』와 ‘무한한’ 부채 103

4장 통치성 비판 1 ― 자유주의적 통치성은 과연 존재했는가? 113
경제국가 120
신자유주의적 전회 124
사회통치로서의 사회국가 127
유로, 독일의 화폐 135
국가와 화폐 137
‘아나키스트’ 이론에 대해, 또는 어떻게
자본과 자본주의 없이 화폐를 다룰 것인가? 146
새로운 국가자본주의 152

5장 통치성 비판 2 ― 자본과 흐름의 자본주의 156
자본의 ‘개념’ 162
자본으로서의 화폐 167
생산에서의 무한한 것 169
흐름의 연결접속 171
공리계와 공리들 173
현대 자본주의의 공리계 178
현실화 모델로서의 국가 185
공리계는 자동적 혹은 초월적 기계가 아니다 193
부채의 통치성 196

6장 통치성 비판 3 ― 누가 누구를,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통치하는가? 207
기계화 210
개인화의 극단 216
분할 가능한 것들과 새로운 종속화 218
자본은 하나의 기호학적 조작이다 220
지표화 과정 223
분할 가능한 것, 곧 개인의 탈영토화 224
신체의 제조 230
기술혐오와 기술선호 234
위기 시기의 사회적 예속화와 기계적 종속화 239

7장 레닌을 다시 읽으며 ― 금융자본주의의 어제와 오늘 245
금융자본주의로서의 제국주의 248
소유 250
금리생활자와 집단자본주의 251
자본주의의 시대 구분 253
자본수출과 식민주의 257
시장, 자유경쟁 그리고 노동계급의 통합 262
세계시장의 구축 268
전쟁? 275

8장 시작을 위한 결론 ― 노동의 거부에서 다시 출발하자 280

옮긴이 후기 : 내우외환 292
참고문헌 293
인명 찾아보기 297
용어 찾아보기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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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와 기계』(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신병현‧심성보 옮김, 갈무리, 2017)

들뢰즈와 가따리의 기호론으로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빠올로 비르노, 주디스 버틀러,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에까지 걸쳐 있는 언어중심적 정치이론을 비판하면서 물질적 흐름과 기계들의 흐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기호들을 분석한다. “자본은 기호로 움직인다.”는 가따리의 주장에 근거하여 “오늘날 비판이론은 언어와 재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고 있는가?”, “오늘날 기호들이 정치, 경제, 주체성의 생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고 이로부터 자본주의 비판을 위한 새로운 이론과 비재현적 주체 이론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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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정치』(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이성혁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랏자라또는 현대 사상의 급진적 정치성을 되살리면서 현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권력에 저항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길을 모색한다. 그는 들뢰즈/가타리와 푸코 등의 급진적인 현대사상을 바탕으로 바흐친과 빠졸리니, 라이프니츠와 타르드와 같은 이들의 사상을 재평가하고 ‘구제’하며 현실화한다. 가능성의 발명으로부터 정치의 가능성을 사고하고 있는 『사건의 정치』는, 현대의 저항 정치가 가지고 있는 시적이고 예술적인 성격을 적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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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2018.02.02 |




보도자료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

Essays in Radical Empiricism



‘순수경험’의 개념을 통해 ‘합리론’과 ‘실재론’의 한계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합리적 경험론’과 ‘일반적 경험론’의 문제를 ‘근본적 경험론’으로의 전환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윌리엄 제임스의 최후 유고작!

실용주의 철학과 기능주의 심리학을 주도한 윌리엄 제임스의 이 책은
베르그손의 철학과 깊게 공명하면서 현상학을 비롯한 후대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은이  윌리엄 제임스  |  옮긴이  정유경  |  정가  18,000원  |  쪽수  304쪽

출판일  2018년 1월 31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49

ISBN  978-89-6195-174-6 93130  |  CIP제어번호  CIP2018001600

도서분류  1. 철학 2. 서양철학

보도자료  180319-근본적경험론에관한시론-보도자료.hwp 180319-근본적경험론에관한시론-보도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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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 실재에 대한 천착과 형이상학적 체계로의 전환이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의 중심 주제다.
윌리엄 제임스는 경험을 궁극적 실재로 선언하면서 관계의 문제에 대한 경험의 적용, 경험에서 느낌의 역할, 진리의 본성을 탐구한다. 그는 경험이 사물과 사건의 관계를 결정하는 절대적 힘에 준하여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다원론적 우주를 옹호하는 입장을 편다.
관계는 그것이 사물들을 함께 취하든 따로 취하든 사물들 자체와 마찬가지로 실재적이다 — 관계의 기능은 실재적이며, 생명의 조화와 불화에 책임이 있는 숨겨진 요소는 없다.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 간략한 소개


윌리엄 제임스는 자신의 “철학적 태도”에 “근본적 경험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것[제임스 자신의 철학적 태도]이 사실에 관한 가장 확실한 결론들을 미래의 경험이 펼쳐지면서 수정되기 쉬운 가정들로 여기는 데 만족하기 때문에 나는 ‘경험론’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일원론의 학설 자체를 하나의 가정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또한, 실증주의라거나 불가지론, 과학적 자연주의 등으로 불리는 저 많은 어중간한 경험론과는 달리, 근본적 경험론은 일원론을 모든 경험이 부합해야 하는 것으로 교조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술한 “경험론”은 학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철학적 태도” 또는 정신의 기질이며, 제임스의 모든 저작의 특성을 나타낸다. 그것은 이 책의 열두 번째 시론에서 제시된다.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 출간의 의미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에 대하여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은 1912년, 즉 저자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의 편집자인 랠프 바튼 페리는 제임스의 제자이고 동료였으며, 나중에 제임스의 전기를 남기기도 한 인물이다. 페리가 밝히는 바에 의하면 ‘근본적 경험론’은 제임스가 자신의 글들을 모아둔 어느 서류철에 써놓은 표제였다고 한다. 여기에 포함된 시론들 중에는 제임스 생전에 각기 다른 지면을 통해 이미 발표된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를 추리고 기존에 들어 있지 않던 글들을 추가하여 현재 상태의 단행본이 나왔다.

‘근본적 경험론’이란 제임스가 자신의 사상을 철학사적으로 규정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명칭 자체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그는 경험론의 전통을 계승하되 이를 근본적(radical)으로 검토함으로써 그가 생각하는 경험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러한 경향은 그의 초기 저작에서 이미 감지된다. 이를테면 그는 첫 번째 저작인 『심리학의 원리』(1890)에서 유명한 ‘사고의 흐름’(stream of thought) 개념을 제시하면서, 사고가 분리된 독립적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 흄의 교의를 비판했다. 우리의 사고가 고정된 관념들의 연쇄가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이라는 이러한 관점은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쳐 의식의 흐름 기법을 출현시키기도 했다.

어쨌든 이 관념은 제임스의 저작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개되었고, 마침내 ‘근본적 경험론’이라는 명칭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믿음의 의지』(1896) 서문에서 처음 등장하며, 그 뒤에는 『진리의 의미』(1909) 서문에서 거론된다. 앞서 말한 ‘근본적 경험론’이라는 표지의 글 묶음은 시간적으로는 이 두 개의 서문 사이, 즉 190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출간을 목적으로 한 사전 작업이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든 근본적 경험론 개념이 제임스 사상의 중요한 사상적 틀이고 지향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근본적 경험론 ― 우리는 관계 자체를 경험한다

근본적 경험론은 경험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이원론적 방식, 즉 주체가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 경험이라는 관점을 벗어나고자 관계 자체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관계를 형성하는 항들인 주체와 대상, 의식과 내용, 주관과 객관 등을 구분하기 이전에 관계 자체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험론에서 존재는 경험된 것이므로, 관계 또한 존재라고 제임스는 주장한다. 아울러 그 관계를 이루는 항들은 언제나 현재적 사건으로서의 경험이 발생한 후에 비로소 구별되는 일종의 ‘기능적 속성’으로 설명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파도의 예를 든다. 요컨대 우리는 언제나 전진하는 파고점의 앞쪽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특정한 파도에 대한 지적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은 이미 그 파도가 소멸된 후, 새로운 파도에 실려 있을 때라는 것이다. 제임스는 이처럼 관계의 항들을 관계 자체로 아우르는 경험을 ‘순수경험’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현재적 사건의 장’으로서 아직 내용으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의 경험이기 때문에 ‘무엇’(what)이라 말할 수 없는 ‘저것’(that)이라고도 불린다.

근본적 경험론의 철학사적 위치

전체로서의 경험은 이러한 부분 경험들이 저마다 이행하고 교차하는 시간적 장이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경험의 주관과 객관은 고정된 것일 수 없다. 자연스럽게 근본적 경험론은 다원론적 세계관이 된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것이 제임스의 사상이 종종 베르그손의 철학과 함께 거론되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생전에 이 두 사람 사이에는 교류가 있었으며, 둘의 관점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전통 철학이 ‘시간을 공간화하는’ 점에 대해 지적한 베르그손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철학사에서 제임스의 사상을 계승한 것은 주로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현상학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이나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의 분석철학이다. 특히 러셀은 『정신의 분석』(1921)에서 ‘순수경험’ 개념을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또한 넬슨 굿맨(Nelson Goodman, 1906~1998),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1931~2007),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 1926~2016) 등으로 대표되는 ‘신실용주의’에서도 물론 제임스 철학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상적 흐름은 종종 산업 혁명 이후 유럽의 시대정신이라는 관점에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를 아는 것은 동시대의 예술이 보여준 다양한 혁명적 시도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버지니아 울프나 프루스트, 그들 이전에 물론 헨리 제임스의 소설에서 도입된 의식의 흐름 기법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임스의 사상은 시지각의 문제에 천착한 인상주의 미술가들과, 이후로 조형예술에서 시간과 경험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계속된 다양한 시도들에 접근할 때도 참조할 만하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 브라이언 마수미(Brian Massumi, 1956~ )의 저서 『가상과 사건』(갈무리, 2016)을 들 수 있다. 마수미는 제임스의 근본적 경험론을 지렛대 삼아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등의 사상을 ‘활동주의 철학’이라는 범주로 묶어 읽으려 시도한다. 특히 순수경험 개념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이 논의에서 마수미는 다양한 분야의 현대 예술 작품들을 가지고 경험과 지각작용이라는 문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한 편집자 랠프 버튼 페리의 설명(「편집자 서문」 7쪽)


편집자는 이 책을 준비할 때 두 가지 동기에 지배되었다. 한 가지는 제임스 교수의 여타 저작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중요한 글들을 보존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1, 2, 4, 8, 9, 10, 11장의 시론들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독립적이고 일관되며 기본적인 하나의 학설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일련의 시론들을 한 권의책으 로 묶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초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다른 책들에 발췌 출간된 세 편(3, 6, 7 장)의 시론과, 최초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7장의 시론을 이 책에 함께 묶는 것이 최상이라 여겨졌다. 3, 6, 7장의 시론은 시리즈의 연속성을 위해 불가결하고, 나머지 시론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연구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7장의 시론은 저자의 일반적 “경험론”을 조명하는 데 중요하며, “근본적 경험론”과 저자의 여타 학설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요컨대 이 책은 논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전체가 한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 이 책은 제임스 교수의 철학을 연구 하는 학자뿐 아니라, 형이상학과 지식 이론 연구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근본적 경험론”의 학설을 짧은 분량 안에서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


윌리엄 제임스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헤겔 철학을 바닷가 하숙집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인가?

― 버트란드 러셀, 『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포기했는가』


참으로 근본적인 명제는, 관계가 관념들에 외재적이라는 것이다. … 이를 테면 윌리엄 제임스가 자신을 다원론자라고 말할 때 그는 원리상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버트란드 러셀이 자신을 실재론자라고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 질 들뢰즈, 『경험주의와 주체성』


윌리엄 제임스 특유의 활동주의 철학 … 근본적 경험론의 기본 교의는 경험된 모든 것은 어떤 점에서 실재적이며 실재적인 모든 것은 어떤 점에서 경험된다는 것이다. “변화가 일어남”이 정말로 세계의 기본적인 사태라면 근본적 경험주의자는 “변화 자체가 … … 직접 경험된다”고 여겨야 한다. 제임스는 변화의 경험을 관계로 논한다.

― 브라이언 마수미, 『가상과 사건』



책 속에서 : 근본적 경험론이란 어떤 것인가


내 말은 물질적 대상들을 구성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사고를 구성하는 시원적 재료(stuff)나 존재의 성질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험에는 기능이 있으며, 사고가 그것을 수행하고, 그것의 수행을 위해 존재의 이러한 성질이 환기된다. 그 기능은 앎(knowing)이다.

― 1장 “의식”은 존재하는가? 19쪽


하나의 경험론이 근본적이려면, 그것을 구축할 때 직접 경험되지 않은 어떤 요소도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직접 경험된 어떠한 요소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 … 요소들은 실로 재분배될 수 있고, 사물들 원래의 위치 선정은 수정될 수 있지만, 최종적인 철학적 배치에서 항이든 관계든 모든 종류의 경험된 것의 실재적 위치가 발견되어야 한다.

― 2장 순수경험의 세계 54~55쪽


우리는 전진하는 파고점의 앞쪽에 산다. 그리고 앞으로 떨어지는 분명한 방향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우리 경로의 미래에 관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전부이다.

― 2장 순수경험의 세계 79쪽


관계는 순수경험의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상식과 내가 근본적 경험론이라고 부르는 것이 관계가 객관적이라는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합리론과 통상적인 경험론은 모두 관계란 다만 “마음의 작품” ― 여기서 마음이란 경우에 따라 유한한 마음일 수도 있고, 절대정신일 수도 있다 ― 이라고 주장한다.

― 5장 순수경험의 세계에서 감정적 사실들의 위치 155쪽


우리는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중임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활동을 긍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보았을 때 무엇인가 일어나는 중임에 대한 포착은 활동성에 대한 어떤 경험입니다. … “변화가 일어남”은 경험 특유의 내용이며, 근본적 경험론이 그토록 열렬하게 재활시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저 “연접적” 대상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 6장 활동성이라는 경험 167쪽


인본주의의 본질적 공헌은, 우리 경험의 한 부분은 저것이 고려될 수 있는 몇 가지 측면 중 어느 한 측면에서 저것을 현존재로 만들기 위해 다른 부분에 의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체로서의 경험은 자족적이고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7장 인본주의의 본질 200쪽


내가 파악한 바로는, 인본주의를 향한 운동은 하나의 정밀한 공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럼으로써 즉시 논리의 꼬챙이에 꿰어질 수 있는 특수한 발견이나 원리에 근거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너무 충만하여 소리도 물거품도 없는” 조수에 실려 와 하룻밤 새 대중의 의견과 조우하는 세속의 변화들 가운데 하나에 훨씬 가깝다.

― 11장 거듭하여, 인본주의와 진리 247쪽


‘경험론’이 ‘절대론’과 벌이고 있는 한 가지 기본적 논쟁은, 철학의 구축에서 사적이고 미적인 요인들에 대한 절대론의 이러한 거부에 관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론은 매우 확실하게 느낀다. 그들이 우리가 가진 다른 어떤 것에 못지않게 진리를 예견하고 예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다른 것들 이상으로 그러하다는 점은 도저히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절대론이, 이 공통의 기반 위에서 토론하려고 하지 않는 한, 또 절대론이, 모든 철학은 논리적이고 정서적인 우리의 모든 능력의 도움을 받는 가설이고, 그중 가장 참된 가설은, 사물들의 최종적 통합에서 전체에 대한 최고의 점술적 능력을 가진 사람의 수중에서 발견되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의견들을 조화시키고 합의에 이를 희망이 있겠는가?

― 12장 절대론과 경험론 281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 1842~1910)

19세기와 20세기의 전환기에 미국 사상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1839~1914)와 더불어 실용주의 철학을 정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분트(Wilhelm Wundt, 1832~1920)와 함께 실험심리학의 선구자로도 꼽힌다. 철학과 종교학, 심리학과 생리학을 넘나드는 그의 연구는 현상학과 분석철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그 밖에도 후대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의 부친 헨리는 스베덴보리 사상에 심취한 종교학자이고 문필가였다. 그는 슬하에 3남매를 두었는데, 윌리엄이 장남, 차남은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이고, 막내 앨리스는 일기가 출간되어 있다. 부친은 자녀들을 거의 학교에 보내지 않고 사교육으로 가르쳤으며, 이들은 제네바와 파리, 불로뉴쉬르메르 등 유럽 각지를 오가며 성장기를 보냈다. 한편 제임스는 십대 후반에 화가를 지망하여 1858년부터 3년가량 윌리엄 헌트(William Morris Hunt, 1824~1879)에게 그림을 배우기도 했으나 스스로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단념했다.
제임스는 1861년에 하버드 이과 대학에 입학하였다가 1864년에 하버드 의대로 전과했다. 1865년에 그는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 1807~1873)의 아마존 탐사 팀에 동행했다가 천연두를 앓았다. 이듬해 의대에 복귀한 뒤로도 안질, 척추 질환, 자살 충동 등에 시달렸다. 그는 1869년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임상실습은 하지 않았다. 1873년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해부학과 생리학 강의를 제안 받았고, 1875~76년에는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미국 최초의 심리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1880년에는 하버드 철학과 조교수에 임명되었다. 1907년에 교수직을 사임한 후로도 저작과 강연 활동을 했다.

주요 저서
『심리학의 원리』(The Principles of Psychology, 1890)
『믿음의 의지』(The Will to Believe, 1897)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 1902)
『실용주의』(Pragmatism, 1907; 아카넷, 2008)
『다원론적 우주』(A Pluralistic Universe, 1909)
『진리의 의미』(Meaning of Truth, 1909)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Essays in Radical Empiricism, 1912) 등


옮긴이

정유경 (Chung Yookyung, 1973~ )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2』 (길, 2015, 공저), 역서로 질 들뢰즈의 『경험주의와 주체성』(난장, 2012, 공역),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건축강의』(아카넷, 2015), 브라이언 마수미의 『가상과 사건』(갈무리, 2016), 윌리엄 제임스의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갈무리, 2018) 등이 있다.



목차


편집자 서문 5

1장 “의식”은 존재하는가? 16
I 20 II 24 III 29 IV 39
V 40 VI 41 VII 47 VIII 49

2장 순수경험의 세계 51
I 근본적 경험론 54
II 연접적 관계 56
III 인지적 관계 63
IV 대체 72
V 객관적 참조란 무엇인가 77
VI 서로 다른 마음이 동일한계를 가짐 85
VII 결론 95

3장 사물과 그 관계들 100
I 102 II 104 III 109 IV 114
V 117 VI 125

4장 두 마음은 어떻게 하나의 사물을 알 수 있는가 131
I 133 II 136 III 139 IV 142

5장 순수경험의 세계에서 감정적 사실들의 위치 144

6장 활동성이라는 경험 161

7장 인본주의의 본질 196
I 200 II 202 III 205 IV 208

8장 의식의 개념 211

9장 근본적 경험론은 유아론적인가? 235

10장 “근본적 경험론”에 대한 피트킨 씨의 논박 242

11장 거듭하여, 인본주의와 진리 247

12장 절대론과 경험론 267

옮긴이 후기 282
윌리엄 제임스 저작 목록 294
인명 찾아보기 296
용어 찾아보기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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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사건』(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정유경 옮김, 갈무리, 2016)

사건은 늘 지나간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지나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현실적으로 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금-존재했던 것과 곧-존재하려고-하는-것을 포괄하는 경험을 지각하는가? <가상과 사건>에서 브라이언 마수미는 윌리엄 제임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질 들뢰즈 등의 저작에 의존하여 ‘가상’이라는 개념을 이 물음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전개한다.

 


『가상계』(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조성훈 옮김, 갈무리, 2011)

윌리엄 제임스의 급진적 경험주의와 앙리 베르그송의 지각에 관한 철학을 들뢰즈, 가타리, 그리고 푸코와 같은 전후 프랑스 철학의 여과를 통해 재개하고 평가하면서, 마수미는 운동, 정동, 그리고 감각의 문제와 변형의 문화논리를 연결시킨다. 운동과 정동 그리고 감각의 개념들이 기호와 의미작용 만큼이나 근본적인 것이라면, 새로운 이론적 문제설정이 출현한다. 또한 그 개념들과 아울러 과학과 문화이론의 새로운 잠재적 가능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