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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


보도자료


역사의 시작

The Beginning of History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역사의 종말(후쿠야마)인가 역사의 시작(데 안젤리스)인가?
신자유주의가 선언하는 ‘역사의 종말’에 맞서 투쟁이 만들어가는 ‘역사의 시작’을 탐구한다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시장경제, 사회적 시장경제, 공유경제를 넘어 공통장으로!
공통장(commons)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필독서



지은이  맛시모 데 안젤리스  |  옮긴이  권범철  |  정가  25,000원  |  쪽수  488쪽

출판일  2019년 3월 18일  |  판형  신국판 무선 (140*215)  |  도서 상태  초판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아우또노미아총서 65

ISBN  97889-6195-201-9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06918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보도자료  역사의시작-보도자료-최종-qr추가.hwp 역사의시작-보도자료-최종-qr추가2.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역사의 시작』은 창조성을 반자본주의 사상의 핵심으로 데려가며, 이를 통해 아나키즘, 사회주의, 코뮤니즘의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지은이

『역사의 시작』은 그 자체로 일종의 지적 혁명이며, 엄밀하면서도 흥미롭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지은이

이 책은 반자본주의 이론의 중대한 성과다. ― 조지 카펜치스, 『피와 불의 문자들』 지은이



『역사의 시작』 간략한 소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를 수용한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통장과 존엄을 위한 다양한 투쟁들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다른 실재를 드러낸다. 이 책은 이 투쟁의 전선을 분석한다. 한편에서는 자본으로 불리는 하나의 사회적 세력이 끝없는 성장과 화폐 가치를 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회적 세력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삶의 망을 재배열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대안지구화 운동이 최근 제기한 대안적인 공동생산 양식들을 다루면서 이 운동들이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열정으로 가득한 이 책은 획기적으로 새로운 비판 정치경제학 이론을 모색하고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 그 이론의 역할을 탐구한다. 이 책은
모든 정치 활동가와 정치 이론 학생들의 필독서다.



『역사의 시작』 상세한 소개


『역사의 시작』은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에 도전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의 이데올로기 진화의 종점”이라고 주장하며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사실상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선언하는 이러한 사고에서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은 자본주의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그것의 불완전한 실행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 우리는 이미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했으므로 그것의 보다 완전하고 광범위한 실행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것은 특정한 가치, 즉 이윤, 경쟁, 무한 축적 등이 보편화되어 사회 곳곳에 스며든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의 종말이라는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역사의 시작이란 “다른 가치들을 상정하는 것이며, 화폐로 부패된 민주주의,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경쟁으로 부패된 사회적 공동생산 그리고 비시장 공통장을 종획하는 구조조정과는 다른 지평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지배적인 가치에 대한 도전과 적대이자, 자본주의를 넘어선 창조의 구성적 과정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의 차원들의 생산, 즉 행위하고 관계 맺는, 가치화하고 판단하는, 살림살이를 공동 생산하는 다른 양식들의 생산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지구 전역에서 자본의 폭력에 맞서 일어나는 다양한 투쟁들이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며 다른 삶을 창조하는 과정이기에 역사는 끝난 적이 없다. 역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역사가 종말을 맞이했다는 생각은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말하지만 데 안젤리스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사회적 관계들의 체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세계는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거대하며, 자본주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것, 즉 사회적 재생산 체계에 속한 하나의 하위체계에 불과하다.” 이 말을 따른다면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체계가 모든 것을 에워싼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체계들의 상호관계로 구성된 세계를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저자는
이 세계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가치 체계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가치’라는 것이 우리가 우선시하는 어떤 것이라면, 가치들은 전체 사고 구조로 함께 결합하여 가치 체계를 낳는다. 따라서 이 가치 체계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개념 격자다. 그것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우리가 무엇을 단념해야 하고, 무엇이 바뀔 수 있는지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정의한다.”

세계를 만드는 ‘가치 실천’

데 안젤리스는 이
가치 체계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가치 실천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 가치 실천은 “가치 체계에 입각해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그것을 (재)생산하는 행동과 과정과 관계망”을 의미한다. 이 가치 실천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개념적으로 그리고 담론적으로 선별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선별에 기초하여 행동함으로써” 특정한 가치 체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가치 체계는 주어져 있다기보다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재)생산되며, 상이한 가치들의 추구가 상이한 ‘사회들’을 (재)생산한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좋은 것’이고 하락은 ‘나쁜 것’이다. 반대로 세입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나쁜 것’이고 하락은 ‘좋은 것’이다. 주택소유자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이른바 혐오 시설의 입주를 저지하며 임대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치화하는 것(임대료 및 주택 가격 상승)을 추구함으로써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를 재생산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부동산 투자는 가치 체계를 넘어 하나의 가치 프로그램이 된다. 저자가 인용하는 맥머트리에 따르면 “하나의 가치 체계 혹은 윤리 체계는 상정된 자신의 가치 구조가 자신을 넘어서는 사고를 배제할 때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다.” 즉 프로그램은 하나의 ‘정상’이 된 사고 체계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 부동산 투자는 화폐를 향한 공통의 욕망 위에서 번성한다.

자본의 외부 : 공통장(commons)

그러나 우리는
임대료와 주택 가격의 상승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 안에서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고 강제 집행에 맞서며 다른 사회를 구성한다. 그러한 일은 필연적으로 지배적인 가치 체계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그렇게 상이한 가치들이 충돌할 때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다른 사회가, 자본의 외부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그렇게
“자본과 다른 것이 되는” 과정, 즉 외부를 공통장(commons)이라고 부른다. 이 공통장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많은 공통장들이 이미 사회 내에 잠재해 있으며, 우리가 우리의 삶과 지식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과 자원의 많은 부분을 공급하는 수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통장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여 다른 사회를 만듦으로써 우리가 자본 외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은 그러한 외부를 자신의 울타리로 에워싸려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종획(enclosure)이다.

자본은 종획한다

자본주의가 하나의 체계라면, 자본은 이 체계를 출현시키는 사회적 세력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세력이란 어떤 지향점을 가진 힘들이 연결된 상태를 가리킨다. 자본의 지향점은 바로 무한한 축적이다. 이것을 지향하는 사회적 세력, 자본은 “인간 및 비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여 스며들기를 열망하며 그 모든 영역을 자신의 행위 양식으로, 따라서 특유의 사회적 관계로, 즉 사물을 가치화하고 그 결과 사물의 질서를 만드는 자신의 방식으로 식민화한다.” 요컨대 자본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을 에워싸려 한다. 즉 종획한다.

전통적인 맑스주의는 종획을 자본주의의 ‘시초’에 일어난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정상적인’ 축적 과정, 즉 ‘자본 논리’를 강조하지만
저자에게 종획이란 ‘자본 논리’의 지속적인 특징이다. 우리가 세계를 객관적인 법칙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실천들 간의 투쟁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자본은 자기 보전과 무한한 증식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세력을 종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의 강조점은 역사를 시작하기 위해 분투하는 세력들이 반대하는 것, 즉 자본주의보다는 그 세력들이 대면하는 것, 즉 자본과 자본의 가치 실천에 맞추어져 있다.

사회 문제를 가치 실천들의 갈등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수많은 문헌들이 신자유주의와 지구화된 시장이 가져온 참담한 효과를 나열한다. 그것을 상이한 가치 실천들 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싸워야 할 ‘적’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가령 ‘빈곤과의 싸움’을 언급하는 이들의 발표자료 속에서 빈자는 무기력한 피해자로만 재현되고, 빈곤은 자본의 세례를 아직 받지 못한 ‘저발전된’ 상태로만 나타난다. 즉 빈자들의 주체적인 실천과 투쟁은 지워지거나 심지어 범죄화되고, ‘역사의 종말’이란 사고를 우리에게 주입시키는 자본은 자신을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실상 그 자신이 그 문제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사회 문제를 가치 실천들의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손쉽게 ‘해결책’,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공통장도 자본으로 흡수될 수 있다.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는 대표적인 예로 보인다.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하는, 혹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는 그 사업들 대부분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업들은 공유, 협력, 나눔 등의 가치를 내세우고 도시민들의 마주침을 조직하여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공통의 부를 전유한다. 그 부를 생산한 공통인들(commoner) 혹은 공동체는 자신들이 생산한 부로부터 배제된다. 따라서 이 소위 공유 사업들은 이름과는 정반대로 새로운 종획의 사례다.

그러나 그 종획의 과정에서 또 다시 투쟁이 일어나고 새로운 전선이 그어진다. 공유경제뿐 아니라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사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 도시는 공통의 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저자는 그 전장에 뛰어든 혹은 뛰어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관점을 이 책을 통해 보여 준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맛시모 데 안젤리스 (Massimo de Angelis, 1960~ )

이스트런던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이며, 웹 저널 『공통인』(The Commoner)을 2001년에 설립하여 현재까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밀라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유타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 이론부터 현대 지구적 자본주의와 위기의 정치경제, 사회 운동과 공통장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최근의 관심사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내포된 다양한 위기 국면 안에서 사회적 체계로서의 공통장과 그것의 설계, 회복력, 지속가능성 및 발전 전략을 탐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과 역학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 운동들이 만들어 낸 무수한 파열과 대안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특히 대안지구화 운동에 주목하면서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대안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공통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만연하게 된 “역사의 종말”이라는 정신에 도전하기 위해 2007년에 『역사의 시작』(갈무리, 2019)을 출간하였다. 이후 10년간 현대 자본주의적 체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유지하면서 그 배경에 있는 공통장을 드러내는 연구에 주력하여 『모든 것은 공통적이다』(2017)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에코페미니즘, 진화생물학, 체계 이론 및 복잡성 이론을 혼합하여 사용하면서 공통장이 단순히 그 속의 자원만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서 기업, 국가, 다른 공통장 및 사회 운동과 같은 다른 체계들과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사회적 체계라고 주장한다. 또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출현을 1920년대 이후 강력한 사회운동의 결과물로 해석한 『케인스주의, 사회 갈등, 그리고 정치경제학』(2000)을 썼다.


옮긴이
권범철 (Kwon Beomchul, 1978~ )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공통계의 생산과 전유」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메트로폴리스의 공간과 예술에 대한 연구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Art of Squat. 점거 매뉴얼북』(오아시스프로젝트, 2007)을 함께 편집했으며,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과 『빚의 마법』(갈무리, 2015), 『로지스틱스』(갈무리, 2017)를 옮겼다.



추천사


『역사의 시작』은 탈근대 자본주의를 “외부”가 없는 총체적인 체계로 바라보는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에 도전한다. 데 안젤리스에게 “외부”는 공유와 공생공락 그리고 공통성의 공간 속에서 건재하다. 이것은 삼림 공유지를 보호하는 제3세계 마을의 여성 농부부터 “자유” 소프트웨어와 “안티카피라이트” 라이선스를 만드는 인터넷 활동가에 이르는 지구 전역의 투쟁들에 의해 계속 창조된다. 『역사의 시작』은 이 창조성을 반자본주의적 사고의 중심으로 가져오며, 이를 통해 아나키즘과 사회주의 그리고 코뮤니즘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저자


맛시모 데 안젤리스는 자율주의 사상가 ― 이 전통은 네그리와 비르노 같은 인물을 배출한 바 있다 ― 의 새로운 세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명성을 쌓았다. 이제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역사의 시작』은 엄밀할 뿐 아니라 흥미진진하며, 그 자체가 일종의 지적 혁명이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 저자


맛시모 데 안젤리스의 『역사의 시작』은 반자본주의 이론에서 큰 발전을 이룬 책이다. 데 안젤리스는 공통장, 종획, 자율, 사회적 재생산 같은 개념들을 그러모아서 자본주의가 자신에 맞선 투쟁에 직면하여 어떻게 살아남고 축적하는지 밝힌다. 이와 동시에 그는 가치, 시초 축적, 자본 같은 맑스주의의 대상화된 개념들을 탈물신화하고 그것들의 살아 있는 정수를 드러낸다. 그는 21세기의 사고와 행동에 유용한 맑스주의 이론을 만들어 낸다. 독자는 반지구화 운동의 슬로건인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에 대한 풍부하고 선명한 비판과 함께 이 책을 덮는다. 데 안젤리스가 다른 세계, 반자본주의적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조지 카펜치스, 『피와 불의 문자들』 저자



책 속에서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나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독재 정권과 저임금에 저항했던 한국의 노동자 및 사회 운동의 투쟁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후 한국은 지구화의 결정적인 마디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쪽


역사의 시작이란 문제계는 역사의 종말이란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 자본주의를 넘어선 실재의 사회적 구성 과정은 창조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의 차원들의 생산, 즉 행위하고 관계 맺는, 가치화하고 판단하는, 살림살이를 공동 생산하는 다른 양식들의 생산일 수밖에 없다.

― 1장 역사의 시작, 23쪽


자본주의가 우리의 세계가 아니라면 그것은 우리의 세계의 부분 집합이다. 실제로 일반 체계 이론은 어떤 체계도 부분적 전체라고 말한다. 이것은, 만일 그 체계 내에서 본다면 그것은 하나의 전체로 나타나고, 외부에서 보면 그것은 더 크고 더 포괄적인 체계의 부분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상이한 규모의 체계들은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 위계 관계 속에 있다.

― 3장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서의 자본, 86쪽


자본과 구별되며, 생산하는 신체의 필요와 욕망에 뿌리를 둔 가치 실천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과 노는 것과 요리를 하는 것은 결혼식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거나 혹은 철로를 까는 일만큼이나 한 ‘공동체’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이 모든 경우에 우리는, 맑스의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자연의 생산을 우리의 욕구에 적응시킨 형태로 전유하고 있다.

― 5장 생산과 재생산, 123쪽


나는 무역이 훈육을 하는 세 가지 상호 연관된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사후 영향을 통해서, 사전 위협을 통해서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주체성의 물질적 기반의 연속적인 재구성 과정으로부터.

― 9장 전 지구적 노동 기계, 241쪽


종획은 상품화 과정에서 출현하지만, 공통장 회복과 상품화 반대 투쟁에 대한 대응으로 출현하기도 한다. 가령 ‘사유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략으로, 혹은 공통장과 공동체를 생산하는 실천 전체에 종획을 다시 씌우는 계급 전략으로 말이다.

― 11장 한계 없는 종획, 274쪽


가치는 사람들이 행동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며 담론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주어진 척도 단위를 사용하여 측정된다. 상품 가치는 이 중요성이 뒤집어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의 생산물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다.

― 13장 자본의 가치화와 측정, 335쪽


사실 역사의 시작은 살아져야 한다. 오직 살아 있는 주체들만이 상호 관계 양식의 구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 특이성들/파편들과 전체 사이의 관계 양식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오직 살아 있는 주체들만이 자본의 가치 실천과 그 훈육 시장 외부로 나가는 것의 의미를 그들 사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

― 17장 공통장, 437쪽



정치철학자 조정환의 『역사의 시작』 소개 유투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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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t.ly/2HpEh2J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
그림 차례 12
표와 상자 차례 12
서문 13

1장 역사의 시작 22
다른 차원들 22
전선과 대안 29
적대의 발현 34
그릇된 양극단들 39
책의 구조 44

1부 방향 설정 : 경합 지형으로서 살림살이의 공동 생산

2장 가치 투쟁들 51
일시적 시공간 공통장 51
하나의 윤리 체계로서의 시장 61
외부를 상정하기 69
가치 투쟁들 75

3장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서의 자본 80
하위체계로서의 자본주의 80
자본 88
텔로스, 충동 그리고 코나투스 90

4장 한계가 없는 98
자본의 무한함 98
전 지구적 M-C-M′ : 고전적 실례 104

5장 생산과 재생산 113
순환 결합 113
임금 노동과 비임금 노동 그리고 비가시적인 것의 영역 122

6장 생산, 재생산 그리고 전 지구적 순환고리 139
전선 : 코나투스들의 절합 139
국제 노동 분업 150

2부 전 지구적 순환고리들 : 현대 노동 기계에 대한 몇 가지 탐구

7장 종획과 훈육적 통합 158
세대와 항상성 158
개념 지도 163
통치성 172

8장 전 지구적 순환고리들 200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200
지구화 211

9장 전 지구적 노동 기계 223
전 지구적 생산 네트워크와 초국적 기업들 223
훈육 무역 229
공간적 대체가능성과 ‘계급 구성’ 240

3부 맥락, 경합, 텍스트 : 담론과 그것의 충돌하는 실천들

10장 맑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종획 252
자본은 종획한다 252
맑스와 종획의 지속적인 성격 259
지속성, 사회적 갈등 그리고 대안들 266

11장 한계 없는 종획 271
전선으로서의 종획 271
종획의 유형 274

12장 ‘가치법칙’, 비물질 노동, 그리고 힘의 ‘중심’ 285
전 지구적 시장과 가치 실천들 285
‘가치법칙’이란 무엇인가? 292
‘가치법칙’에 대한 비판적 접근 297
힘의 ‘중심’ 322

13장 자본의 가치화와 측정 328
측정과 피드백 328
상품 가치 333
측정과 투쟁 354

14장 시장 자유와 감옥 : 하이에크와 벤담 360
방향 설정 360
시장질서 364
파놉티시즘 372
시장과 파놉티시즘 : 중첩되는 두 질서들 381

15장 프랙털 파놉티콘과 편재하는 혁명 393
시장질서와 파놉티시즘 393
파놉티시즘을 넘어서 407

4부 ‘물으면서 걷기’ : 탈구의 문제

16장 ‘외부’ 411
역사의 시작 411
‘외부’ 414
종획, 강탈 그리고 외부 419
제국주의로의 아주 짧은 우회 426
디트리터스-코나투스 429

17장 공통장 434
공통장의 생산 434
자유, 공동체 … 437
… 그리고 공통장 443
아나키즘, 코뮤니즘, 사회주의 445

옮긴이 후기 451
참고문헌 461
다른 웹 문헌 478
인명 찾아보기 479
용어 찾아보기 481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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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8)

1979년에 저자는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세미나실들 안으로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라는 기폭장치를 설치했다. 『자본』 1장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읽음으로써 그는 『자본』이 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해 쓰였으며 우리가 이제 노동자라는 범주를, 주부, 학생, 실업자 그리고 여타의 비임금 노동자들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쌍방, 즉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역사적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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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빠띠스따』(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서창현 옮김, 갈무리, 1998)

북미자유협정(NAFTA)의 발효에 때맞추어 1994년 1월 1일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서 봉기하여 1997년 8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사빠띠스따 투쟁의 성격과 의미, 그리고 그것의 영향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흔히 '원주민 게릴라들'이라고만 알려져 있는 사빠띠스따들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지배하에서 자신들의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어떻게 지키고 또 발전시켜 나가는지, 또 그들이 자신들의 투쟁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기 위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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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불의 문자들』(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칼 맑스는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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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산파 여성들·점쟁이 여성들·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들·여성 마술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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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2019.02.12 |



보도자료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부대낌과 상호작용의 정치



누가, 왜 여성과 소수자를 두려워하며 배제하는가?
어떻게 근대 공론장의 한계를 넘어 부대끼는 몸들의 공통장을 구성해 나갈 것인가?



지은이  권명아  |  정가  24,000원  |  쪽수  464쪽  |  출판일  2019년 2월 11일

판형  사륙판 (130*188)  |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아프꼼총서 5  |  ISBN  978-89-6195-198-2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00620

도서분류  1. 페미니즘 2. 여성학 3. 문학 4. 문학비평 5. 사회학 6. 철학 7.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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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공론장의 주체에게 젠더화된 타자들은 ‘벌레, 홍수, 떼거리’로, 위협적이며 제압하고 다스려야만 하는 존재로 인지되었다. ‘벌레, 홍수, 떼거리’라는 표상은 문화와 지역을 막론하고 근대 체제에서 정동의 힘이 ‘이성적 주체’와 ‘다스림의 주체’에게 인지되고 포획되는 방식이었다. 이광수나 염상섭 같은 근대 공론장 주체에게 근대 도시를 무너뜨리며 범람하는 ‘홍수’는 식민지 토목 권력의 힘을 통해서 혹은 문명개화를 통해서 반드시 다스려져야 하는 ‘미개’와 ‘야만’의 상징이었다.

미투 운동의 도래는 이러한 의식주체의 정신혁명과 대결해온 페미니즘 정치사상과 발본적 유물론의 궤적 속에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정신혁명의 상속과 계승이 ‘혁명’의 자리를 독식하는 바로 이 시점에서 봉기한 미투 운동이야말로 지금까지 한 번도 도래하지 않은 신체의 유물론 정치, 그 발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간략한 소개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는 정동과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의 정동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연구이자, 온 힘을 다해 무언가 ‘다른 삶’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대낀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어펙트에 대한 이론적 탐색과 실천적 개입은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부대껴 만들어내는 힘·마찰·갈등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몸과 사회, 정치의 몸들이 만나 부대끼는 여러 지점들까지, 그리고 이런 현존하는 갈등 너머를 지향하는 ‘대안 공동체’에서도 발생하는 ‘꼬뮌의 질병’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여성, 소수자로서의 신체적 경험은 페미니즘 사상이 출발하고 나아간 가장 큰 기반이었다. 정동 이론이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동 이론은 신체에 대한 새로운 유물론이자, 신체들과 신체들의 연결과 부대낌 즉 사회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다. 그리고 신체에 대한 유물론적 사유와 실천에 거의 유일한 지적 원천은 바로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이다. 또한 젠더 연구는 경험을 신체의 유물론의 차원에서 고찰하는 연구 방법을 축적해왔고, 정동 이론은 젠더 연구의 이러한 경험 연구 역시 이어받고 있다. 정동 연구는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긴 투쟁의 산물이다.

이 책은 정동에 대한 논의의 역사를 따라 18세기까지도 올라가지만, 주요 연구 대상은 박근혜 정권이 성립되던 시점에서 시작해서
세월호 사건, 백남기 님 살해 사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최종적 불가역적인’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페미니즘 운동의 부상, 문화계와 문단 등 <○○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의 부상, 시사인 절독 운동, 메갈리아 파동, 촛불집회, 탄핵, 대통령 선거, 정권 교체, ‘촛불 혁명’ 이후, 그리고 미투 운동을 경유하는 시기의 한국 사회의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상세한 소개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와 같은 속담이 여성차별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런
여성차별적인 표현을 뒤집어 보면 단순한 표현 이면에는 ‘여성의 불가해한 힘’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남자 셋이 모이면 시국과 정치를 논하기는 하지만, 접시를 깰 수는 없다. 시국과 정치에 비해 ‘접시’는 사소한 가정사를 비유하는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여자들은 단지 모이는 것만으로도 접시를 깰 수 있고, 울기만 해도 집안을 망하게 한다.

여성은 모이면 힘이 세지고, 그 힘은 ‘파괴적’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여성은 모이면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부단히 모여서 힘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그 힘은 항상 ‘파괴적’인 것으로 매도되고, 이런 매도와 가치의 전도를 통해 여성의 힘은 평가절하되거나 뿌리 뽑혔다. 이 책은 이렇게 여성의 힘이 ‘파괴적인 것’으로 매도되어온 역사가 현재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공격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한다.

여자떼의 무한한 힘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가치 정립하기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분석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역사적 분석은 바로
여성의 연결과 연결을 통해 발생하는 힘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가치 정립하기 위한 실천적 시도이기도 하다. 여성이 모이면 힘이 세지고, 그 힘이 무언가를 파괴한다고 인류 역사를 통해 반복해서 인식했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여성에게 잠재된 힘이 무한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그 가치가 매도되고 평가절하되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 그 누구도 스스로의 힘을 긍정할 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바로 여성의 힘을 파괴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평가하는 그 가치부여의 체계 그 자체를 전복해야만 한다. 이 책은 여성의 힘을 파괴적으로 매도해온 과정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통해 여성의 힘을 평가하고 가치부여하는 이론적인 전복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타진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페미니즘이 다시 부상한 시대라고 하지만,
‘미투운동’은 음모론, ‘꽃뱀론’으로 여전히 매도된다. 기존 권력 구조의 지배적 카리스마를 비판하는 성폭력 고발운동은 ‘진보 진영’을 파괴하려는 음험한 힘으로 모욕당한다. 여성차별적인 담론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군중 검열’이나 무지몽매한 ‘메뚜기 떼’가 자행하는 ‘지식 테러’라고까지 공격받는다. 평생 ‘위안부’ 문제를 고발하고 전시성폭력을 비판해온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도 유사한 공격이 반복된다.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인 페미니즘 운동, 차별 반대 운동과 이에 대한 공격과 매도를 여성의 힘에 대한 공포가 축적된 역사의 지평에서 해석한다.

여성의 잠재적 힘에 대한 공포는 ‘민주주의’의 근원적 딜레마

여성의 힘에 대한 공포는 인류 역사상 반복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마르크스까지 인간이 함께 모여서(사회적) 힘을 만드는(정치적) 존재라는 것은 인간의 존재 이유라고 논의되었다. 그러나 여성은 모이면 ‘파괴적’이 된다.

근대 민주주의 정치사상은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그리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구성했지만,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사상 그 자체를 통해 여성의 힘에 대한 공포를 합리화했다. 여성이 참정권에 제한을 받고, 여성들의 집합적 행동이 파괴적인 것으로 가치 절하되는 것은 이런 맥락과 관련이 깊다.

근대 체제에 이르러 이런 여성의 잠재적 힘에 대한 공포는 ‘민주주의’의 근원적 딜레마로도 자리 잡는다. 여성이 근대 시민적 이성과 합리성에 미달하는 ‘감정적’ 존재라는 점에서 참정권에 제한을 받았지만 이는 단지 이성과 감성의 대립의 산물만은 아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여성이 지닌 불가해한 힘과 지식, 열정에 대한 공포의 전형적 산물이고 이를 정당화한 것은 종교와 봉건제였다. 반면
근대 민주주의에서 이 공포는 여성의 힘을 ‘광기’(정신의학), ‘범죄’(법학, 사회학, 범죄학, 행동심리학 등)로 규정하는 근대 지식과 ‘문란’을 외치는 근대적 윤리에 의해 합리화되었다.

성찰적인 공론장 주체 vs. 파괴적인 군중

여성의 힘에 대한 공포는 역사적으로 소수집단의 힘을 억압하는 패러다임으로 확산되었다. 부르주아 남성은 모여서 ‘민주주의’를 만들지만, 하층 남성은 모이면 ‘사회질서를 파괴한다’고 매도되었고, 서구의 백인 주류 집단이 모인 광경은 민주주의의 ‘장관’으로 보이지만, 비서구 비백인 집단이 모인 장면은 ‘난장판’이나 잠재적 테러집단의 떼거리로 공포를 자아내는 우려스러운 문제적 현장이 된다.

근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론장은 모여서 힘을 만드는 것이 정당화된 집단에 의해서만 구성 가능한 것이었다. 이성과 성찰의 주체는 모여서 민주주의를 만들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떼거리들은 모여서 파괴적인 ‘군중심리’를 형성할 뿐이다. 성찰적인 공론장 주체와 파괴적인 군중이라는 범주의 차별적 구성은 여성, 하층 남성, 비백인 인종 집단 등 소수 집단의 집합적 힘을 가치 절하하고 근절하는 ‘합리적 근거’가 되었다.


오늘날 페미니즘이 ‘공론장’을 파괴하는 폭도나 ‘극단주의’, 잠재적 범죄자라고 공격하는 논리는 그런 점에서 전혀 새롭지 않은 역사의 반복이다.



지은이 소개


권명아 (Kwon Myoung A)

“삶-연구-글쓰기의 인터페이스” 아프꼼의 래인커머(來人comer)이다.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재직 중이며 젠더 어펙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파시즘과 젠더 정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한국 근현대사와 문화, 문학을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0년대 페미니즘 정치를 다룬 『맞장뜨는 여자들』(2001)은 단독자로서의 여성 주체가 부상하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단독자로서 여성 주체가 부상했던 짧은 정치적 순간은 외환위기로 인해 급격하게 진부한 삶의 양태로 회귀했다.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2000)는 이 퇴행과 반복의 한국사를 다룬 책이다. 이후 젠더 정치로 본 한국 근현대사 3부작인 『역사적 파시즘 : 제국의 판타지와 젠더정치』(2005), 『식민지 이후를 사유하다』(2009), 『음란과 혁명 : 풍기문란의 계보와 정념의 정치학』(2013)을 냈다. 파시즘과 젠더 정치 연구는 매혹, 열광 등 파시즘과 정념의 특별한 관계를 해명하는 일이기도 했다. 『음란과 혁명 : 풍기문란의 계보와 정념의 정치학』이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 한국 사회의 정동을 묻다』(2012)와 짝을 이루는 연구서인 이유다.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 부대낌과 상호작용의 정치』는 이런 필자의 연구 여정의 결과이자, 다른 삶을 향한 발명과 실패의 개인적이고도 집단적인 실험의 결과이다.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화)와 젠더 정치에 대한 후속작과 나란히 읽혀지면 더 좋겠다.



책 속에서 : 부대낌과 상호작용의 정치


불법촬영은 ‘재미, 장난 또는 정신 차려야 할 일’ 정도로 합리화되고, 성적인 노예화가 사랑 혹은 동의에 의한 성관계로 정당화되기를 반복한다. 마찬가지로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은 성폭력을 ‘다시 태어나야 할 일’ 정도로 정당화하고, 권력관계의 위력을 통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을 넘어 애정, 헌신, 보살핌, 전심전력의 수발을 노예적으로 강요한 것을 ‘존경’에 의한 행동으로 합리화했다.

― 1부 1장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의 신체 유물론, 27쪽


페미니즘에 대한 분할 통치와 적폐에서 스스로를 면죄하면서, 국가와 자본의 힘에 편승하여 자신을 확대하는 문단 문학 주체는 종말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문단 문학이 종말을 고하는 시점마다, 문학의 정치성을 새롭게 구축하고 발명한 것은 페미니즘 운동이었다.

― 1부 3장 해시태그의 정동이 재구축한 페미니즘 문학, 85쪽


오늘날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여자떼 공포와 공론장 부재에 대한 위기감은 단지 ‘메갈’이라는 새로운 인종의 탄생에서 비롯된 것도, 그 집단의 실태 조사로 판단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최근 페미니즘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야말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역능을 문란, 퇴폐, 부적절함, 근본주의적 불순분자로 배제하면서 구축된 근대적 주체성과 공론장의 한계를 되돌아보는 ‘근본적’이고도 발본적인 이론의 재구성을 요청하는 사태이다.

― 2부 1장 여자떼 공포와 다스려질 수 없는 자들의 힘, 157쪽


이른바 혁명의 시대가 종지부를 고하고 ‘욕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어떤 선언들은 우리가 마치 갈등과 계급투쟁을 넘어서 욕망이라는 새로운 유토피아라도 발견한 것처럼 떠들어댔다. 그러나 욕망의 시대와 함께 도래한 것은 자유도, 유토피아도 아닌, 새로운 빈곤 사회였다.

― 2부 4장 정치경제학 너머의 빈곤, 209쪽


최근 한국 사회에 나타난 성폭력 생존자들의 해시태그 운동도 온라인 담론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거하면서, 이를 통해 기존의 물질적인 제도(문학 제도, 문화 제도 등)에 저항하는 오큐파이 운동의 한 사례로 자리매김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1992년부터 계속 진행하고 있는 수요 집회 역시 점령당한 신체를 애도하는 저항적 오큐파이 운동의 세계적인 사례이다.

― 3부 2장 증강 현실적 신체를 기반으로 한 반기념 정치 구상, 294쪽


이렇게 홀로 여럿인 주체 양태는 응답을 듣지 못한, 아니 응답에 대한 간절함에 하나이자 유일한 자신조차 상실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무도 응답하지 않으니, 스스로 자신의 삶과 폭력의 경험과 그 모든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 평생 지속된 결과 김복동이라는 한 존재는 묻는 자, 응답을 찾는 자, 자신의 죄를 묻는 자, 살피는 자, 자신을 보살피는 자, 전생의 복동, 이곳저곳의 전장으로 끌려 떠도는 복동, 아이를 꿈꾸던 복동, 전생에 아이를 잃은 복동 … 등으로 여럿으로 나뉘고 자리를 바꾼다.

― 3부 3장 홀로-여럿의 몸을 서로-여럿의 몸이 되도록 하는, 시적인 것의 자리, 301쪽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마주침에서 촉발되는 안심의 정동이란 비참에서, 불안에서 놓여남을 의미한다. 마음을 놓는다는 것은 이러한 놓여남의 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마음을 놓는 과정, 불안에서 안심으로 이행되는 과정은 수동에서 능동으로 변형되는 과정이며, 낭시의 표현을 빌자면 영혼이 펼쳐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 4부 1장 마음을 놓다, 352쪽


문제는 임박한 파국, 혹은 정동적 현실이 전송하는 신호들(불안과 위기, 혹은 특정의 정념들/수동들)을 통해 또다시 소유자로서의 주체라는 위치를 다시 공고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공통적인 것을 발명할 수 있는, 다른 신체들을 사유해 나가는 길일 것이다. 그렇게 구축된 신체에 더 이상 ‘인문학’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해도 그리 슬퍼할 만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 4부 5장 정동적 전환과 인문의 미래, 421쪽



목차


들어가는 말 6

1부 페미니즘의 신체 유물론과 젠더 어펙트 : 몸들과 카리스마의 재구축 23
1장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의 신체 유물론 24
2장 골품제 사회의 적자 재생산 구조와 권력형 성폭력 61
3장 해시태그의 정동이 재구축한 페미니즘 문학 71
4장 소녀의 죽음과 퀸의 미로 : 박근혜와 여성 카리스마의 교착 86

2부 여자떼 공포와 시민성의 경계 : 어펙트, 민주주의, 젠더 정치 117
1장 여자떼 공포와 다스려질 수 없는 자들의 힘 128
2장 정동의 과잉됨과 시민성의 경계 158
3장 사촌과 아이들, 토대 상부 구조론을 질문하다 189
4장 정치경제학 너머의 빈곤 200
5장 정동 네트워크와 정치, 사랑과 환멸의 ‘대중탕’ 211

3부 서로-여럿의 몸들과 ‘기념’을 넘어선 페미니즘 정치 : 증강 현실적 신체와 부대낌의 복잡성 218
1장 전쟁 상태적 신체와 슬픔의 공동체 237
2장 증강 현실적 신체를 기반으로 한 반기념 정치 구상 270
3장 홀로-여럿의 몸을 서로-여럿의 몸이 되도록 하는, 시적인 것의 자리 297
4장 대중 혐오와 부대낌의 복잡성 304

4부 마음을 놓다 : 함께하기의 막장과 앓는 몸의 정치 317
1장 마음을 놓다 323
2장 현장은 낮은 곳이 아니다 354
3장 이행과 해방의 결속체들 : 대안적 인문학 운동의 곤경과 실험들 377
4장 부대낌과 나아감 : 막장의 실험 397
5장 정동적 전환과 인문의 미래 406
6장 무한한 상호작용, 데모 423

나가는 글 439
후주 443



저자 강연회 : “여자가 모이면, 뭐라도 바꾼다!! ― 여자떼, 여성 집단행동의 역사”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출간을 기념하는 저자 강연회를 아래와 같이 개최합니다.

◆ 강연 주제 : 여자가 모이면, 뭐라도 바꾼다!! ― 여자떼, 여성 집단행동의 역사
◆ 강연 : 권명아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지은이,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 일시 : 2019.2.25.(월) 저녁 7시30분
◆ 장소 : 다중지성의 정원 (문의 02-325-2102)
◆ 신청하기 : http://bit.ly/2BzfDY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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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2)

이 책은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와 낙차(落差)를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슬픔, 외로움, 사랑, 위기감, 불안 등 정념의 키워드들을 통해 영화,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들을 넘나들며 조망한다. 더불어서 시대를 초월한 여성 문인들의 삶과 작품들을 새롭게 조명하며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의 ‘정치적인 것’을 둘러싼 변화를 통합적이며 힘 있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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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이론』(멜리사 그레그, 그레고리 J. 시그워스 엮음, 최성희, 김지영, 박혜정 옮김, 갈무리, 2015)

아프 꼼 총서 2권. 정동 연구라는 이제 막 발아하는 분야를 정의하는 시도이자,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그 힘을 다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정동 이론의 주요 이론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정동이란 의식적인 앎의 아래와 곁에 있거나 그것과는 전반적으로 다른 내장[몸]의 힘으로서, 우리를 운동과 사유,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관계의 형태들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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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산파 여성들·점쟁이 여성들·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들·여성 마술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019.01.22 |



보도자료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



대통령, 국회의원 300명, 판사 3,000명이 국가의 핵심 권력인 행정, 입법, 사법권을 독점한다.
내가 아닌 남이 모든 중요한 것을 대신 결정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주인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우리 시민이 진정 이 사회의 주인으로 자유를 누릴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  엄윤진  |  정가  17,000원  |  쪽수  320쪽  |  출판일  2019년 1월 21일

판형  사륙판 (130*188)  |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ISBN  978-89-6195-197-5 03330   |  CIP제어번호  CIP2019000429

도서분류  1. 인문학 2. 사회학 3. 정치학 4. 문화비평

보도자료  거짓자유-보도자료-fin.hwp 거짓자유-보도자료-fin.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과거로부터 이념과 제도에 의해 제약되어 온 자유를 급진적으로 해방시키는 이 저서는 향후 시민의 지식사회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개인의 자유야말로 동서양을 넘어 인간행동의 근원적 가치임이 틀림없다. 그것은 지금 지난 세기말 새로운 자유주의라는 오염으로 인해 인간 간 평등이라는 가치가 더욱 훼손됨으로써 크게 도전받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점점 소외되어 온 세계로부터 탈피할 수 있도록 시민의 자유를 확대해야 하며, 이와 함께 국가에 대한 새로운 구상과 시민참여를 포함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김영규,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시장의 실패 자본의 실패』 지은이


교실 속 정치 교과서에 규정된 문제에서만 답을 선택했던 우리에게, 작가는 ‘여전한’ 귀족정치의 실체와 시스템에 철학적 질문을 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또한 그 질문은 오늘날 불통의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넘는 즐거운 상상과 확장된 답들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 이경주,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기획·연출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간략한 소개


대통령, 국회의원 300명, 판사 3,000명이 국가의 핵심 권력인 행정, 입법, 사법권을 독점한다. 소수 지배 엘리트는 ‘시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대의 민주주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은폐했다. 삼권의 독점은 분명 민주주의가 아니라 지배다. 이들의 뻔뻔한 지배를 감추는 수단이 얼마나 탁월하고 은밀했으면 우리가 이들의 지배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 시민이 헌법과 법률을 스스로 정해야 하며, 법률의 위반 여부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명한 진실을 왜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을까? 내가 낸 세금의 사용처에 대해 일절 발언권도 없는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자신을 공동체의 주인이라고 여겼을까? 내가 아닌 남이 모든 중요한 것을 대신 결정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주인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우리 시민이 진정 이 사회의 주인으로 자유를 누릴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지배체제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두 축임을 1부에서 다룬다. 2부는 이런 소수의 지배를 은폐한 여러 제도의 민낯을 드러낸다. 교육, 사법제도, 자유와 경쟁과 같은 지배 이념이 어떻게 지배를 은폐함과 동시에 민주주의로 둔갑시키는지를 분석한다. 3부는 소수의 지배를 해체하는 방식과 대안을 다룬다. 경제적인 자유와 정치적인 자유를 모든 시민에게 보장하는 개헌의 방향이 3부의 주제이자 이 책의 결론이다.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상세한 소개


삼권 분립은 소수 엘리트가 삼권을 독점한 현실을 교묘히 은폐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현실을 직시해보자고 말한다. 전체 한국인 중의 0.0006%에 속하는 300명이 한국 사회의 규칙인 법률을 만든다. 그리고 이 법을 3천 명의 법관만 해석 권한을 가진다. 우리는 없는 돈에 매년 세금을 내는데 대통령과 관료 집단만 이 돈을 어디다 쓸지를 결정한다. 이런 정치 제도를 삼권 분립이라 한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표현으로 학교에서 달달 외웠다. 오천여 명 즉
전체 인구의 대략 0.01% 내외의 사람들이 공동체의 규칙을 정할 권리, 그 규칙의 위반 여부를 해석할 권리, 그리고 공동체 운영을 위해 필요한 세금을 어디에 쓸지를 결정할 권리를 사실상 독점한다.

입법, 사법, 행정권의 독점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이 책에 따르면, 국회에 탁월한 접근성을 가진
소수 자본 권력이 국회를 접수한 지 오래다. 그래서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밥줄을 끊지만,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법을 만들어도 주권자인 시민은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단식하며 법을 만들어 달라고 사정해도 무시하면 그만인 사회에 살게 되었다. 다른 한편, 판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사장의 손해 배상 청구권을 더 중시해 판결한다. 헌법 정신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뭉개버린다. 최근 전범 기업을 편들어 행정부와 재판 거래를 해온 실체가 드러났는데, 이 책에 따르면 이런 현상도 그동안 권력의 시녀 역할을 충실히 했던 사법부로서는 자연스러운 생존 방식이다. 시민이 이에 분노해 전직 대법원장과 전, 현직 대법관을 구속 수사하자고 하면 법관들은 보란 듯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법의 해석 권한을 위임받은 법관들이 헌법을 위배해도 시민이 이를 징계하거나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시민이 정말 이 사회의 주인이 맞긴 하는가?

우리가 세금으로 낸 돈을 4대강 사업이란 이름으로 대기업에 몰아주는 대통령이 있어도, 대통령이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기업을 소수 대기업에 헐값에 팔아도 그
돈을 낸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냐고 저자는 질문한다. 시민인 우리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고 배워 한 해도 빠짐없이 충실히 세금을 낸다. 그런데 이 사회의 주인인 시민은 세금의 사용 결정 과정에 일절 발언권이 없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우리는 이것이 민주주의라 배웠고 예산 편성과 집행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열심히 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질문한다. 이래도 우리가 이 사회의 주인이 맞는가?

시민들이 이런 삼권분립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실상 귀족주의의 돌연변이 형태인 사실을 깨달아 참정권을 요구할 때면, 권력과 자본은 플라톤의 중우정치 운운하며 민주주의는 사실 많은 위험성을 가진다고 시민을 윽박지르곤 한다. 말이 중우정치지 시민 다수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리석다는 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과 자본은 과학기술 혁신은 무한하다고 하면서 이상하게도 정치제도는 혁신할 수 없는 것처럼
대의 민주제를 유일한 정치제도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 시민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무리인가?

정말 우리는 어리석어서 4년마다 제대로 손 한 번 잡아 보지 못한 남에게 규칙을 정할 권리(입법권)와 내 돈인 세금을 사용할 권리(예산 편성권)를 넘겼을까? 우리 시민은 정말 어리석어 소수의 법관에게만 법률의 해석 권한을 맡겨야 하는가? 저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 후, 아무리 밟아도 짓눌리지 않는 우리의 자존감은
우리가 어리석다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실제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삼권분립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는 귀족제도를 민주주의라 믿고 그동안 속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견제와 균형이란 표현 혹은 직접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라는 말에 속았을까? 핵심적인 입법, 사법, 예산 편성 권한을 합법적인 선거로 소수에게 다 뺏겨 놓고도, 그 권리의 위임으로 사실상 지배당하고 있는데도 우리 시민이 그동안 스스로 주인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었을까? 정말 우리 시민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무리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한 번쯤 물을 수밖에 없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저자의 고민의 결과를 담고 있다.



장별 내용 소개


1부 지배를 위한 최적의 제도

1장 시민의 입법권 요구를 틀어막는 플라톤의 『국가론』 -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 누구나 그 공동체의 규칙 제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단 사실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있을까?

2장 시민을 노예와 바보로 만드는 대의 민주주의 -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바보(idiots)는 사적인 삶에만 관심 있고 공적인 국가의 일에 무관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고대 아테네에서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이렇게 공적인 영역인 정치에 관심이 없었을까?

3장 보이지 않는 제국주의인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 위대한 제국이었다고 부르는 것들의 민낯은 살인과 약탈을 통한 부와 권력의 집중이었다. 소수가 다수가 누릴 정치적인 권리를 독점하게 하는 대의 민주제와 시장에서 강자가 정부의 규제 없이 약자를 무참히 짓밟아 부를 독점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둘 다 제국주의와 닮지 않았는가?

4장 지배와 불의에 대한 저항의 싹을 자르는 공포 정치 - 소수의 지배에 저항하는 시민의 의지를 공권력(사법기관과 경찰력)을 활용해 겁박하는 지배 행태가 공포정치 혹은 국가 테러다. 공권력을 동원해 공공의 안전과 사회의 질서를 지키겠다는 권력자의 속내는 무엇일까?

2부 지배를 숨기는 제도와 방법

5장 지배에 복종하게 하는 교육제도 - 지배당하는 다수 시민이 지배체제에 스스로 동의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학교나 언론을 통해 시민에게 현 제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그것을 외우게 하면 시민의 무의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6장 지배에 스스로 동의하게 하는 사법제도 - 뒤로는 불평등을 유지하고, 앞에서는 그 불평등의 수호를 질서를 지키는 것으로 위장하는 사법부의 이중성과 모순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7장 규칙과 법에 복종하게 하는 이념 -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념이 필요하다. 공산주의 이념은 지난 세기말 종말을 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지키고 작동하게 하는 이념은 사라졌을까? 아니면 지금도 소리 없이 자본주의를 지키고 있을까?

8장 자유와 해방을 스스로 거부하게 하는 대중문화 - 현 제도가 지배를 위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은밀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상식을 시민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지배 이념으로서의 상식의 작동 방식과 이 상식을 대중의 의식에 소리 없이 심는 대중문화의 본성은 무엇일까?

9장 시민이 봐서도, 생각해서도 안 되는 대안 문화 - 다수 시민을 루저로 만드는 획일적 기준을 해체할 대안적 대중문화, 예술은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할까?

10장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 그동안 아무 의심 없이 시민이 소중히 여기며 외쳤던 자유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헌법이 보장한 주거, 교육, 예술 등의 이름뿐인 자유를 진정으로 보장하게 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3부 지배체제를 해체할 제안과 개헌

11장 예수와 맑스가 전하는 시민의 저항 방식 - 다수 시민의 경쟁 상대는 소수 지배 계급이다. 예수와 맑스는 경쟁에 몰두하다 지친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까?

12장 존 듀이가 전하는 시민의 교육철학 - 지배와 갑질에 시민이 저항하게 하고,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지식과 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케 하는 교육 철학은 어떠해야 할까?

13장 불안을 잠재우는 유럽의 다양한 복지 제도 - 사립 중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초등생부터 노후의 절대적 빈곤을 두려워하는 중년의 남성을 포함해 헬조선에 사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불안이 움켜쥐고 있다. 이런 불안을 사라지게 할 복지제도는 정말 공짜인가? 시민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세금으로 공동구매해 저렴하게 이용한다. 그렇다면 왜 대학교육, 의료 서비스, 아파트는 공동구매할 수 없을까?

14장 4차 산업 혁명과 복지국가에 대한 모순된 전망 - 전문가 집단은 과학 기술의 혁신으로 인간은 화성에 거주할 수 있고, 심지어 영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왜 정치 제도의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할까?

15장 기본 소득과 경제적 자유 - 인공지능, 나노공학, 양자 컴퓨터의 융합으로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은 분명 만드는 일자리보다 없애는 일자리가 많을 것이다. 일이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까?

16장 개헌과 정치적인 자유 - 소수 엘리트가 독점한 행정, 입법, 사법부의 권력을 시민이 견제할 방법이 있을까? 소수가 독점한 권력을 시민과 공정하게 나누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지은이 소개


엄윤진 (Eom Yun-Jin)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독일 본 대학에서 ‘예수 운동’에 대한 논문으로 종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2013년부터 2019년 1월 현재까지 인문 학원 <생각공장>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하는 ‘매우 간략한 개론 시리즈’(Very Short Introduction Series)를 주요 텍스트로 인문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자연, 응용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초중고생과 일반인에게 강의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성 소수자, 종교적 소수자, 인종적 소수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 관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책 속에서 : 거짓자유를 고발한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적인 경제적 번영이라는 약속을 이룬다. 이 경제적 번영은 99%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1%인 초고액 자산가만의 경제적인 번영이었다. 그들의 선전과는 다르게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에게 엄청난 소득 불평등을 ‘선물’했다.

― 3장 보이지 않는 제국주의인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60쪽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몰아줬던 권력을 시민과 공정하고 정의롭게 나누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적어도 독점한 권력을 시민이 견제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수단을 개헌안에 포함해야 한다.

― 6장 지배에 스스로 동의하게 하는 사법제도, 121쪽


드라마는 성공한 소수를 항상 승자로 묘사하고, 나머지 다수는 자신을 패자로 느끼게 한다. 이런 드라마는 인간의 존엄 자체를 짓밟는 폭력 그 자체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의 미학을 ‘폭력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 9장 시민이 봐서도, 생각해서도 안 되는 대안 문화, 182쪽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과 현재의 의료보험과 같은 것을 세금으로 공동 구매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러면 고등학교와 대학 등록금,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비, 실업급여, 출산 지원(산후조리원 등), 아파트, 노후 연금도 훨씬 싸게 공동 구매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 13장 불안을 잠재우는 유럽의 다양한 복지 제도, 247쪽


대한민국 대법원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은 안대를 쓰지 않는다. 대놓고 피고와 원고 뒤에 누가 서 있는지를 보겠다는 거다. 힘센 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겠다고 공공연하게 과시한다. 문제는 사법부가 이렇게 안하무인이어도 우리에겐 징계할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 16장 개헌과 정치적인 자유, 300쪽



목차


서문 : 자신의 삶과 사회에서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시민에게 4

1부 지배를 위한 최적의 제도
1장 시민의 입법권 요구를 틀어막는 플라톤의 『국가론』 13
2장 시민을 노예와 바보로 만드는 대의 민주주의 31
3장 보이지 않는 제국주의인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48
4장 지배와 불의에 대한 저항의 싹을 자르는 공포 정치 69

2부 지배를 숨기는 제도와 방법
5장 지배에 복종하게 하는 교육제도 87
6장 지배에 스스로 동의하게 하는 사법제도 113
7장 규칙과 법에 복종하게 하는 이념 129
8장 자유와 해방을 스스로 거부하게 하는 대중문화 146
9장 시민이 봐서도, 생각해서도 안 되는 대안 문화 170
10장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187

3부 지배체제를 해체할 제안과 개헌
11장 예수와 맑스가 전하는 시민의 저항 방식 209
12장 존 듀이가 전하는 시민의 교육철학 224
13장 불안을 잠재우는 유럽의 다양한 복지 제도 237
14장 4차 산업 혁명과 복지국가에 대한 모순된 전망 249
15장 기본 소득과 경제적 자유 268
16장 개헌과 정치적인 자유 284

후기 :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를 마치며 309

후주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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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민주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7)

군주제적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 정치가들이 전유하고 향유해온 정치지대는 다중의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재전유되고 사회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절대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민주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민주화하며, 집회민주주의와 일상민주주의를 민주화하는 힘으로 기능할 것이다. 모든 사람의 절대적 구성역량과 헌법의지에 의한 모든 민주주의의 민주화, 이것이 촛불다중혁명이 가리키는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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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9)

맑스는 철학이나 정치경제학을 역사적 지배 이데올로기로 보면서 『자본』을 ‘철학 비판’을 잇는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저술했다. 제2인터내셔널 이후의 맑스레닌주의와 알튀세르주의 전통은 『자본』을 다시 ‘정치경제학’이나 ‘철학’의 하나로, 즉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거꾸로 읽어 왔다.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쌍방, 즉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역사적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2019.01.02 |



보도자료


깊이 읽는 베르그송

Henri Bergson



이제는 고전이 된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의 대표작!
이 책은 질 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와 더불어 베르그송에 대한 가장 위대한 두 권의 저작 중 하나이다.
장켈레비치는 1923년에 베르그송을 만난 뒤 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1930년에 출판했다.
이 책은 ‘회고성의 착각’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전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며
무(無)의 비판의 중심적인 특성을 알린다.



지은이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  옮긴이  류종렬  |  정가  21,000원

쪽수  400쪽  |  출판일  2018년 12월 28일  |  판형  신국판 무선 (152*225)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54

ISBN  978-89-6195-193-7 93160   |  CIP제어번호  CIP2018041346

도서분류  1. 철학 2. 서양철학 3. 미학

보도자료  깊이읽는베르그송-보도자료.hwp 깊이읽는베르그송-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베르그송주의 전체는, 새롭게 반짝이는 서광 아래서, 그 철학자의 계속된 저술들 속에서, 그리고 마치 플로티노스의 유출설에서 위격들(위상들)이 각 위격을 그리는 것처럼 그려진 것이다. 게다가 똑같은 방식으로 라이프니츠가 자신의 저술들 각각에서 자신의 총체적 철학을 제시했었다 : 모나드들은 각각이 각각의 개별적 관점에서 전 우주를 표현하지 않는가? 전 우주는 단자론의 물방울 속에서도 스스로를 비추지 않는가? 왜냐하면 소우주는 우주의 작은 모형이기 때문이다. 생성 안에 있는 또 다른 철학자인 셸링이 쓰기를 “내가 고려하는 것은 항상 총체성이다.” ― 본문 중에서



『깊이 읽는 베르그송』 간략한 소개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의 대표작. 이 책은 질 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와 더불어 앙리 베르그송에 대해 쓰여진 가장 위대한 두 권의 저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장켈레비치는 1923년에 베르그송을 만난 뒤 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1930년에 출판했다. 이 책은 ‘회고성의 착각’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전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며 무(無)의 비판의 중심적인 특성을 알린다. 베르그송주의는 탐구의 이론들이 탐구 자체와 뒤섞여 있는 매우 드문 철학들 중의 한 철학이다. 지속의 경험은 그것의 진실하고 내재적인 스타일을 규정한다. 그 경험 속에서 우리는 ‘무한히 단순한’ 이미지를 재발견하는데 그 이미지는 진실로 베르그송 명상의 생생한 근원이다.

다발 진화와 직선 진화 사이에 중요한 차이, 그것은 전자 속에는 새로움과 내재성을 동시에 설명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며, 반면에 후자는 목적론적 또는 기계론적 독단주의의 도식들 속에 기입되어 있고, 심지어는 그 계기들의 상호 침투과정을 통하여 잃어버린 예측불가능성을 되찾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생성의 철학은 진실로 서로 조화된 모순들의 만남이다. 마치 이타성이 거기서 이 내용과 더불어 서로 조화를 이루듯이, 새로움은 내재성과 더불어 서로 조화를 이룬다.

베르그송에게 자주 행해졌던 이원론이라는 어리석은 비난에 대해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한 대답이 있다. 지성과 신비적 직관을 부여한 것도 동일한 생명이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도약이 있는데, 그 도약은 자기로 향하면서, 순환적 사회들을 내려놓고, 그리고 공간에 매료된 원을 중단시키고, 영웅주의를 낳는다. 두 가지 실체는 없다. 유일한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명은 운동이며 경향성인데, 앞면에서 또는 뒷면에서 시작한다.



『깊이 읽는 베르그송』 상세한 소개


:: 앙리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 1859~1941)은 누구인가?

1859년 10월 18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고, 어머니는 영국인으로 종교적 신심이 두터운 분이었다. 베르그송은 어려서부터 모든 과목에 뛰어난 성적을 보이며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 했고, 특히 고교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그의 문제 풀이는 이듬해 수학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프랑스 엘리트들의 집합소인 파리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해서는 프랑스 정신주의, 스펜서의 진화론 철학, 과학철학 등에 관심을 갖고 몰두했다. 22세에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30세에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앙제, 클레르몽페랑, 앙리 4세 고등학교 교수를 거쳐, 콜레주 드 프랑스의 철학 교수,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국제연맹 국제협력위원회(유네스코 전신) 의장을 역임하고, 최고의 레지옹 도뇌르 명예 훈장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중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그가 생전에 출간한 저서로는 우선,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자 그의 철학의 요체인 지속 이론을 정초한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1889), 기억의 지속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규명한 『물질과 기억』(1896), 생명의 약동에 의한 창조적 생성의 우주를 그려 보인 『창조적 진화』(1907), 인류의 미래에 대한 준엄한 통찰과 열린 사회로의 도약 가능성을 역설한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1932) 등 그의 핵심 사상을 보여주는 4대 주저가 있다.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와 앙리 베르그송

장켈레비치의 첫째 저술인 이 책은 그가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시절에 썼다. 그리고 이 책이 발간된 때는 베르그송의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1932)과 『사유와 운동자』(1934)가 나오기 전이었다. 또한 장켈레비치는 베르그송의 강의를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베르그송이 강의에서 손 떼고 난 뒤(1921), 국제지식인 협력위원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시기에 베르그송을 만났다(1922).
장켈레비치는 러시아계 유대인 가계에서 태어나, 1922년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여 철학을 공부하였고, 1922년 학계를 은퇴한 베르그송을 1923년에 만나 죽 편지 교환을 했다. 그는 1926년에 철학 교수자격 시험을 1등으로 통과한 수재였다. 1932년 박사학위 논문을 셸링에 관하여 썼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 갓 입학한 젊은 철학도(스무 살)가 예순셋의 노숙한 베르그송을 만나고 편지 교환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을 것이다. 스물여덟에 장켈레비치는 첫 저술로서 베르그송 사상을 옹호하는 글을 낸 것이다. 그는 우선 베르그송 사유에서 총체성, 자유, 기억, 생명에 주목하면서, 주로 수학과 논리 그리고 천문학과 물리학의 공간을 통한 인식은 베르그송의 시간(지속)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베르그송의 철학을 음악의 선율처럼 이해해 보라

『깊이 읽는 베르그송』은 러시아계 출신으로 프랑스 철학자인 장켈레비치가 썼다. 그는
베르그송의 사상의 주요 주제를 ― 긴 연결에서 매듭을 설정하듯이 ― 뽑아내어서, 그 매듭을 중심으로 동심원의 파동을 그리듯이 넓게 확장하며, 음악, 문학, 수학, 과학을 넘나들며 설명하고, 게다가 러시아 문화에서 중요한 개념들을 가져다가 사용하기도 한다. 베르그송의 사상의 다양한 측면을 부각하였는데, 그는 베르그송의 어휘를 다른 표현 문구로 바꾸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베르그송의 사상이 이원론이라기보다 이중성의 강조에 있었듯이, 저자는 개념들이 서로 대립되는 측면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표출하는 방식에 더 주목한 것 같다. 이는 상층과 심층의 대립이 아니라, 심층에서 상층으로 풀려나가는 방식이며, 이런 점에서 그도 베르그송도 유대인의 동적(動的) 사유의 길을 따라간 것으로 읽힌다.

풀려가는 선들 속에서 또는 그물망 속에서 전체와 부분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아서, 서로 연결하여 읽기에 ― 마치
음악에서 음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한 음악의 선율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듯이 ― 주의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설명과 해설들은 베르그송의 주요 주제가 속한 저술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베르그송 사유 전반에서 이리저리 연결하여 설명하고 주를 달았다. 게다가 저자 본인도 자신의 사유에 맞게 여러 어휘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사용하였다. 이러한 점들은 이방인으로서 읽기에 불편함이 있지만, 저자 본인으로서는 자기 조국(러시아)과 민족(유대인)의 애정이 끈끈히 묻어나 있다. 한 가지 덧붙여야 할 것은 아셰키나제 유대인이 초월적 대상에 대한 사고에 더 많이 관여한다면, 세파라드 유대인은 연대와 확장에 더 관심을 표현하는데, 베르그송이 아셰키나제 가계이지만 파리 태생으로 세파라드 유대인이듯이, 저자는 아셰키나제 출신으로 활동을 세파라드 유대인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동류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분할, 분리, 절단이 아닌 측면에서 사유한다는 것

베르그송의 사유의 기본은 지속이다. 그것은 표면의 현상이나 초월의 절대성과 연관이 없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이 오랫동안 거쳐 온 과정에 대해 그리고 인류가 생각을 확장하면서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분할, 분리, 절단이 아닌 측면에서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베르그송의 이런 사유에는 문제제기의 올바름이 필요하고, 그리고 실증적 경험을 통한 정확성이 철학에도 요구된다고 한다.

주지주의적 사고와 유일 신앙의 창조적 관점에는 회고적 시각이 있어서 그 자신들에 맞는 것들만을 관념적으로 또는 논리적 귀결로서 정합적인 것들만을 논리실증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비해 베르그송은 자연의 긴 역사, 생명의 긴 역사에서 생성과 과정, 발전, 특히 진화라는 측면에서 실증적으로 정확히 규명해 보자고 한다. 이때 베르그송은 많은 문제들이 문제제기만 잘해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그리고 올바른 문제제기는 문제-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소에 이르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주는 신들을 만드는 기계다”

기존의 서양 철학사가 주지주의, 초월주의, 절대주의를 중요시하는 사고라면, 베르그송은 역동론과 작동(l’acte)을 강조한다. 자연이 전자의 사고에서는 수동성인 데 비해, 후자의 사유에서는 능동성과 자율성을 지닌다. 인간은 자연(la nature)이라는 자신의 본성(sa nature)을, 지구의 자연 역사 45억 년과 생명 진화 역사 35억 년의 불가분의 과정에서 안으로(내재성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장켈레비치는 ‘내재성’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으며, “안에서부터(dedans)” 철학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그 연속이 잘리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철학을 하자고 한다. 그의 연속의 철학은 그의 소크라테스에 대한 관점이나, 플로티노스에 대한 강의록에서 드러난다. 베르그송에 관한 역자 류종렬의 3부작 중 첫째 번역 『처음 읽는 베르그송』(바르텔미-마돌)이 플라톤주의에서 본 베르그송이라면, 둘째 번역 『깊이 읽는 베르그송』(장켈레비치)은 플로티노스와 연관을 잘 보여 준다. 셋째 책(이후 출간될 류종렬의 저서 『달리 읽는 베르그송』)에서는, ― 스피노자의 견해가 자연 즉 신이라는 관점에서 자연이 수학적으로 접혀 있는 것을 풀어보려고(ex-pliquer) 했듯이 ― 베르그송은 생물학과 심리(영혼)학, 즉 생리심리학을 통해서 자연 즉 신에서부터 생명을 풀어내는 과정(생성)을 설명하려 했다고 본다. 따라서 베르그송은 자신의 마지막 저술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의 마지막 구절에서 “우주는 신들을 만드는 기계”라고 한다. 요컨대, 자연은 신적인 인간들(생명체)을 만드는 도구이며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Vladimir Jankelevitch, 1903~1985)

프랑스 철학자, 음악학자로, 1903년 프랑스 부르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박해를 피해서 프랑스로 왔다. 1922년에 파리고등사범학교(ENS)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그의 스승은 브랑슈비끄(Léon Brunschvicg)다. 1923년에 베르그송을 만나서 편지 교환을 시작하였다. 1926년 교수자격 시험을 1등으로 통과, 다음 해부터 1932년까지 프라하 프랑스연구소에서 강의하며 셸링에 관한 학위 논문 『셸링의 만년의 철학에서 의식의 오디세우스』(L’Odyssée de la conscience dans la dernière philosophie de Schelling, 1933)를 작성했다. 1936년 툴루즈 대학을 거쳐 릴 대학 도덕철학 교수로 강의하였다. 독일 점령하에 비시 정권에서 유대인이란 이유로 파면당했다. 그 후 군에 입대했으나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툴루즈에서 가명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 전후에 릴 대학을 거쳐 1951년에서 1979년까지 소르본에서 도덕철학 교수를 지냈다. 1968년 5월 소르본에서 그는 학생들의 편을 들었다. 많은 저술 가운데, 철학 저술로는 『제1철학 : ‘거의’의 철학 입문』 등이, 음악 저술로는 『음악과 말할 수 없는 것』 등이 있다. 우리말로는 『죽음에 대하여』가 번역되어 있다. 그가 영향을 받은 인물로는 베르그송(H. Bergson), 짐멜(G. Simmel), 체스토프(Léon Chestov), 셸링(Schelling), 플로티노스(Plotin)이며 그가 영향을 준 인물로 제르파뇽(Lucien Jerphagnon), 퐁뜨네(Élisabeth de Fontenay) 등이 있다.


옮긴이

류종렬 (柳鍾烈, 1953~ )

안동 출생. 여러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였다. 베르그송 사상에서 생명을, 즉 ‘불’의 내재성과 들뢰즈의 다양체를 탐구해 왔고, 이 양자를 연결하고자 한다. 학위 논문은 「베르그송 철학에서 인간본성에 관한 연구」이다. 번역으로 『프랑스 철학사』(공역), 『르네의 일기』, 『스피노자』, 『파스칼』(공역), 『처음 읽는 베르그송』 등이 있다. 논문으로「베르그송의 자유, 그리고 들뢰즈의 반복」, 「자아의 근원과 정체성에 관한 고찰」, 「새로운 인간관의 탄생」 등이 있다. 역자의 블로그 : 마실에서 천사흘밤 cafe.daum.net/milletune



책 속에서 : 베르그송 깊이 읽기


베르그송 사유에서 스피노자주의는 실체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사물들에 관한 성찰과 구별되는 방법이 아니라, 그 방법은 오히려 성찰에 내재해 있다. 그 방법은 어느 정도로는 성찰에 대한 일반적 진행방식을 묘사하고 있다. 베르그송은 많은 검토를 거쳐서 이데올로기적인 환영들(유령들)의 무상함에 관해 이전부터 강조했다.

― 제1장 유기적 총체성, 14쪽


자유 행위는, 한 인간이 저자인 모든 저작품들 중에서 그에게 가장 본질적으로 속하는 하나의 저작품이다. 그는 예술가가 자기 예술품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더 잘 스스로를 그 저작품 안에서 인정하고 있고,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깊은 부성父性 이며, 능력 있고 내밀한 공감이다. 자유는 총체적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다.

― 제2장 자유, 108쪽


정신은 자연의 찬양할 만한 변이성에게 자신이 밀어냈던 간략한 노래 부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정신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면서 자기의 고유한 이미지와는 다른 사물을 만나기를 원했으리라.

― 제3장 영혼과 신체, 175쪽


본능은 생명 자체이다. 따라서 본능은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절대적 인식이며 신지학적 방식이다. 생물학자들은 사실상 어떤 쇼펜하우어와 어떤 드리쉬의 형이상학 안에 포함된 본능의 신비에 반대하여 작동하는 경향성을 갖는다.

― 제4장 생명, 204쪽


가차 없이 냉혹한 명철함으로, 베르그송은 합금들을 적발해 내고, 또는 그가 말한 대로, 반대되는 실재성들 사이에서 서로 작동되는 교환들을 알아챈다. 그러나 베르그송주의의 고유함은 합금은 합금이라는, 구체적인 것은 또한 불순한 것이라는 관점을 결코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제5장 영웅주의와 성스러움, 261쪽


그러나 특이한 숙명은, 자기의 크기가 긍정되는 작동 자체 안에서 정신이 자기의 고유한 소멸에 휴식 없이, 작업하기를 원한다. 진화는 이런 비극을 요약한다 : 즉 생명은 온전하게 되기 위하여 가능적인 것으로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실재적인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 제6장 개념들의 무와 정신의 충만, 300쪽


따라서 논리적 계열은 살아왔던 질서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의 시작(l'alpha)은 다른 하나의 끝(l'oméga)에 걸려 있다. 논리학은 생명의 되돌릴 수 없는 질서를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제작과정의 중첩할 수 있는 도식을 자기 위에 다시 포개지도록 전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논리학은 셀 수 없을 정도의 양을 나열하기에도, 소진할 수 없는 양을 소진하는데도, 또 차후에 지속의 무한소의 운동들을 재구성하는 데도, 이르지 못한다.

― 제7장 단순성, 그리고 환희에 대하여, 305쪽


시간론적, 연속론적, 내재론적, 그리고 특히 다원론적 학설은 히브리의 유일신론과 공통점들이 없는가? 베르그송주의와 유대주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들 중에서 몇 가지 차이들은 시간에 관한 것이고, 다른 몇 가지 차이들은 종말론과 초월론에 관한 것이다. 베르그송주의는 근원적으로 윤리적 소명의 철학이 아니었다.

― 부록 1 : 베르그송과 유대주의, 349쪽


유기체주의들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자 : 총체성들만이 있다. [현재로] 있는 모든 것은 꽉 차 있으며, 완전하게 생명적이고 전체적이며, 자기에게 자족한다. 그럼에도 그 충만은 항상 동등하게 꽉 차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경박하고 나쁜 또 보잘것없는 피상적인 인간은 항구적으로 총체화되는 것 같지도 않다. 영혼 전체가 각각의 동기에서 모여질 때, 우리가 다시 반투명하게 되는 것은? 자유로운 작동에서이다.

― 부록 2 : 영혼 전체와 더불어, 372쪽



목차


서문 8

제1장 유기적 총체성 13
제1절 전체와 요소들 15
제2절 회고적 시각과 전미래의 신기루 25

제2장 자유 43
제1절 활동가와 구경꾼 45
제2절 생성 55
제3절 자유로운 현실태[자유 작동] 83

제3장 영혼과 신체 110
제1절 사유와 두뇌 111
제2절 추억과 지각 132
제3절 예지작업 147
제4절 기억과 물질 156

제4장 생명 177
제1절 목적성 178
제2절 본능과 지성 193
제3절 물질과 생명 220

제5장 영웅주의와 성스러움 241
제1절 갑작스러움 244
제2절 닫힘[폐쇄]와 열림[개방] 249
제3절 베르그송의 극단론 254

제6장 개념들의 무와 정신의 충만 265
제1절 제작작업과 유기체작업 : 데미우르고스의 예단[선입견] 266
제2절 가능적인 것에 대하여 285

제7장 단순성, 그리고 환희에 대하여 302
제1절 단순성에 대하여 303
제2절 베르그송의 낙관주의 322

부록 334
부록 1 : 베르그송과 유대주의 335
부록 2 : 영혼 전체와 더불어 372

참고문헌 386
옮긴이 후기 388
인명 찾아보기 393



출간 기념 역자 특강 안내


깊이 읽는 베르그송 출간을 기념하는 역자 특강을 아래와 같이 개최합니다.

◆ 깊이 읽는 베르그송 출간 기념 역자 특강
강연 주제 : 앙리 베르그송과 유대주의
강연 : 류종렬 (옮긴이)
일시 : 2019.2.17.(일) 오후 2시
장소 : 다중지성의 정원 (문의 02-325-2102)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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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황수영 지음, 갈무리, 2014)

현대 프랑스 철학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한 사유의 흐름을 밝은 빛 아래서 조명하는 책이다. 그것은 단순히 각 철학자들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들을 서로 대면시키고 그들이 전력을 다해 씨름한 문제들을 공통의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독자는 이 책에서 베르그손이 20세기 초반 프랑스 철학에 던져 놓은 씨앗이 흩어져 결실을 맺는 과정 혹은 이 결실을 통해 새로운 씨앗이 던져지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사유가 베르그손에게서 나온 가지들을 매개로 서로 접속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2018.12.06 |


보도자료

객토문학 동인 제14집

『봄이 온다』



지은이  객토문학 동인  |  정가  8,000원  |  쪽수  128쪽

출판일  2018년 11월 28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무선철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마이노리티시선 50

ISBN  978-89-6195-189-0 04810

보도자료 봄이온다-보도자료.hwp 봄이온다-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이유도 모른 채 / 죽음의 바다로 끌려간 / 괭이 바다 양민학살사건 / 그 67년의 넋을 기리는데
연극을 잘한다는 것인지 / 아픔을 잘 나타낸다는 것인지 / 지난 세월의 상처와 아픔 / 묻히고 잊히고 사라져가는 / 오늘
그 관객의 “잘한다”는 / 어떤 울림으로 남을까 / 그 어떤 기억으로 남아야 할까

― 이상호, 「잘한다 ― 괭이 바다 연극제에서」 중에서



『봄이 온다』 출간의 의미

 

오십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객토문학> 동인 14집 『봄이 온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동인지에서는 동인들이 마음을 모아 첫발을 내디딘 후 문학을 통해 실천하고자 했던 일들에 대해 돌아보고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동인들이 서 있는 지역의 불행하고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탐방하고 그 결과를 시로 만들어 함께 낭송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김주열과 3.15, 그리고 4.19’라는 제목으로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서 진행된 제1차 객토문학 스토리텔링에서는 3.15와 4.19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김주열’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노민영 시인은 “살벌한 겨울을 물리고/피 끓는 봄이 솟구치는/출렁이는 마산의 거리”는 “3.15가 데리고 온 그 봄”이라고 노래하였다.

나아가 동인들은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전쟁과 평화,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곡안리에서 미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을 되짚어보았다. 그러면서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참모습을 짚어보고, 인간이 전쟁을 핑계로 저질러 놓은 민간인 학살의 아픔을 함께하였다. 박덕선 시인은 “겨우 두세 살의 아기 묘지가 햇살 아래 옹알이하며 뛰어다닐 것 같”다며 “묘비를 쓰다듬으며” 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산에서 3.15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마항쟁’이다. 동인들은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항쟁을 되돌아보고 있다. ‘항쟁, 아래로부터 피어난 핏빛 역사의 꽃’이라는 제목으로 항쟁의 의미와 지역에 남아 있는 기념물 등을 답사하고 기념하였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그냥 온 것이 아니라 기나긴 역사의 아픔이 점층되어 왔음을 최상해 시인은 “하나의 촛불이 두 개의 촛불이 되고/두 개의 촛불이 세 개 네 개의 촛불로/거대한 횃불이” 된 그 뿌리에 대해 적확하게 노래하였다.

이처럼 이번 동인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의 아픈 현대사 속으로 직접 들어감으로써 좀 더 현실감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이제 그 작품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독자들도 동인과 함께 걸으며 역사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치유해 보면 좋겠다.

2부에서는 동인들의 다양한 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사는 모습이 다르고 먹고사는 방법이 다를지라도 시라는 하나의 매개를 통해 펼쳐지는 삶의 모습은 서로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동인들의 시를 읽다 보면 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4집을 내며


다시 길을 나서며 신발 끈을 묶는다. 시인에게 운명이 있다면, 그것은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걷는 것이다. 걷다 보면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시인이 가진 운명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손안에 가슴속에 품고는 끝내 가던 길을 멈춘 시인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설사 우리가 이 길에서 우리가 걸으며 실천하고자 했던 일들이 좀 부족하더라도, 그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가 닿지 못할지라도, 그것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 안는 것이 시인의 길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언제나 유효한 일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동인들이 매년 행했던 시화전 대신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불행하고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탐방하고 공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보는 사업을 통해 작은 실천을 해 보았다.

세 번에 걸친 스토리텔링은 첫 번째로 ‘김주열과 3·15, 그리고 4·19’라는 제목으로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서 시를 읽고 3·15와 4·19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김주열’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며, 두 번째로는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전쟁과 평화,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곡안리에서 미군들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을 통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참모습을 짚어보고, 인간이 전쟁을 핑계로 저질러 놓은 민간인 학살에 대해 작은 마음으로나마 추도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세 번째로 우리 지역에서 3·15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마항쟁’일 것이다.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항쟁을 ‘항쟁, 아래로부터 피어난 핏빛 역사의 꽃’이라는 제목으로 항쟁의 의미와 지역에 남아 있는 기념물 등을 답사하고 시 낭송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조금이나마 지역의 굵직한 현대사 속으로 걸어 들어간 시간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처럼 작지만,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객토는 쉬지 않고 걸어갈 것이다.

이번 14집에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결과물을 1부 <함께 걷는 길>과 3부 <객토문학 스토리텔링>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시작 활동을 한 결과물을 2부 <시로 말한다>에 싣는다. 오랜만에 정은호 동인이 신작을 내놓았다. 시인이 시를 버릴 수 없듯, 시인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눈을 약간만 옆으로 돌려 보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이 많다. 또한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의 손이 너무나 허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손을 누가 잡아줄 수 있을까. 시인은 시를 통해 화가는 그림을 통해 가수는 노래를 통해 그들의 삶을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함께 아우르는 세상을 꿈꿔본다. 그런 꿈을 꾸는 게 시인이지 않을까.


2018년 10월
객토문학 동인



객토문학 동인 소개


객토문학 동인은 1990년 경남 마산 창원에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쓰는 모임으로 출발을 하였지만, 아이엠에프 이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임으로 거듭났습니다. 2000년 첫 동인지를 출간하기까지 소책자 『북』을 발행하였으며, 그 후 해마다 동인지를 묶어냈습니다. 또한 시대의 첨예한 현실을 주제로 한두 권의 기획시집을 묶어냈으며, 지역과 지역을 넘어 삶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공통의 주제를 선정하여 동인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생산해 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이 쓴 글이 많아져야 세상이 좀 더 나아지리라 확신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현재 참여하는 동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민영, 박덕선, 배재운, 이규석, 이상호, 정은호, 최상해, 표성배, 허영옥입니다.



대표시 ― 「봄이 온다」(노민영)


짓밟히고 다져진 땅속에
숨 고르던 생명이 일제히
햇살을 향해 싹이 솟구치는 봄날

부정한 것을 부정하다고 외치며
마산의 봄은
독재를 뚫고 3·15에 솟았다.

총부리에 꺾인 3·15가 가라앉고만
마산 앞바다의 4월 11일
참을 수 없는 억울함으로 출렁이다
시퍼렇게 멍든 파도는
돌덩이를 매단 주검의 김주열을
건져 올렸다.

이 망극한 울분을 외치고 외치며
독재와 부정의 항거를 위해
마산은 거센 파도로 솟구쳤다.

마산의 봄은
앞바다에 꽃잎이 떨어지면
시퍼런 파도가 출렁거리며 데리고 온다.

마산 앞바다는 파도는
가라앉힌다고 품을 수 없고
억누른다고 출렁이지 않을 수 없는
혼이 실린 봄을 부르는 바다
죽어서도 용서치 못할
김주열이 시퍼렇게 파도친다.

3·15가 데리고 온 그 봄
꽃샘추위에 잠시 머뭇거릴 뿐
봄은 기어코 온다.



목차


14집을 내며

제1부 함께 걷는 길

<김주열과 3·15, 그리고 4·19>
정은호 마산에는 3·15 국립묘지가 있다 13
노민영 봄이 온다 14 / 죽어서 흙밥이나 될 바에는 16
허영옥 꽃샘추위 17
박덕선 등대, 타오르지 않아도 18
이규석 도화선 20
이상호 바다는 22
최상해 그 이름 김주열 24
표성배 마산 2018년 26 / 자유 27

<전쟁과 평화, 인간의 두 얼굴>
허영옥 없어져야 할 말 29
노민영 대숲 소리 30
박덕선 우리 아기 죄명은 통비분자 32
이규석 아직도 산은 말이 없고 34
이상호 잘한다 36
최상해 1950년 8월 11일 38
표성배 전쟁과 괴물 40 / 악마 42

<항쟁, 아래로부터 피어난 핏빛 역사의 꽃>
표성배 봉화산은 매일매일 45 / 馬山 10·18 그리고 46
노민영 긴급조치시대 멸망의 물결 48
이규석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50
허영옥 장마 52
이상호 아직도 54
최상해 대한민국 56
박덕선 혁명의 흔적 58

제2부 시로 말한다

노민영 배냇저고리 60 / 전생 61 / 은비늘 62 / 수평선 64 / 물고기처럼 사는 법 65
박덕선 하행선 노상매장에 앉아 66 / 백두산 아리랑 68 / 녹색 동지 권혜반 70
배재운 봄날에 73 / 첫선 74 / 빈자리 75 / 환생 76 / 빨간 티이 77
이규석 바가지 78 / 불량 79 / 오십견 80 / 계룡산 82 / 허기 84
이상호 비상 85 / 소록도 86 / 뜬금없이 87 / 창동예술촌에서 88 / 줄 89
정은호 목 백일홍 90 / 하늘같이 91 / 능소화 92 / 촌철살인 94 / 쓸어가라 96
최상해 강아지똥 97 / 모순 98 / 식목일 99 / 사라지다 100 / 안부 101
표성배 봄비 102 / 야외음악회 103 / 불효자 104 / 등 105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는 106
허영옥 유목민 107 / 울란바토르 달동네 108 / 몽골에서 별 헤는 밤 109 / 호상 110 / 변비 걸린 고양이 111

제3부 객토문학 스토리텔링

제1차 객토문학 스토리텔링 114
제2차 객토문학 스토리텔링 118
제3차 객토문학 스토리텔링 122

객토문학 동인지 및 동인의 책 126

2018.12.01 |



보도자료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Reading Capital Politically



정치경제학적 읽기, 철학적 읽기를 넘어 정치적 읽기로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자!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쌍방, 즉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역사적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지은이  해리 클리버  |  옮긴이  조정환  |  정가  21,000원

쪽수  392쪽  |  출판일  2018년 11월 30일  |  판형  신국판 변형 무선 (140*215)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64

ISBN  97889-6195-188-3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34604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보도자료  181202-자본을어떻게읽을것인가-보도자료.hwp 181202-자본을어떻게읽을것인가-보도자료-FINAL.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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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무엇보다 전 지구적 노동기계이며 우리의 삶을 노동에 끝없이 종속시키는 것에 기반한 사회 시스템이다. 여기서 노동은 자본이 우리에게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자본과 권력에 의해 조직된다. 노동의 부과 ― 이것은 항상 임금노동뿐만 아니라 비임금 노동의 부과도 포함한다 ― 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기본 특성으로, 그리고 우리의 대부분의 문제들의 계속적인 근원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들도 노동을 부과하는 자본주의의 능력을 침식하는 우리의 투쟁 능력에 대한 대응으로 사람들에게 노동을 다른 방식으로 재부과하려는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간략한 소개


맑스는 철학이나 정치경제학을 역사적 지배 이데올로기로 보면서 『자본』을 ‘철학 비판’을 잇는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저술했다. 분과 학문으로서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자본』은 자본주의의 위기 및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필연성을 논증하는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얻는다. 그런데 제2인터내셔널 이후의 맑스레닌주의와 알튀세르주의 전통은 『자본』을 다시 ‘정치경제학’이나 ‘철학’의 하나로, 즉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거꾸로 읽어 왔다. 맑스적 ‘비판’의 제거와 실종은 상품, 화폐, 가치, 잉여가치, 이윤, 이자, 지대, 축적 등 『자본』의 여러 범주들을 역사적 범주가 아니라 실증적 범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자본』은 현실 사회주의 체제나 그에 종속된 사회주의 운동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사용되었고 운동과 혁명이 자본주의 사회의 범주들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귀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책은 『자본』 읽기의 이 오랜 전통들을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쌍방, 즉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역사적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상세한 소개


1970년대 후반에 사회운동이 약해졌을 때 맑스에 대한 연구는 마치 그 나름의 생명을 갖는 것처럼 보였다. 구조주의자, 포스트구조주의자, 해체론자 들이 미국과 유럽의 저널과 세미나실에서 꽃피었다. 이 맑스주의자들과 그 해석자들은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 투쟁했고 때로는 맑스를 해석하기 위해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문제는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변혁하는 것이라는 맑스의 금언을 잊어버렸다. 1979년에 해리 클리버는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세미나실들 안으로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라는 기폭장치를 설치했다. 『자본』 1장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읽음으로써 그는, 『자본』이 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해 쓰여졌으며 우리가 이제 노동자라는 범주를, 주부, 학생, 실업자 그리고 여타의 비임금 노동자들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1960년대 유럽의 새로운 사회적 투쟁, 1970년대 이탈리아의 아우또노미아 투쟁, 1990년대 멕시코 사빠띠스따들의 투쟁, 그리고 2000년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투쟁, 2010년대의 전 지구적 반란들 사이의 이론적·역사적 다리를 제공한다. 1장에 배치되어 있으면서 독립성을 갖는 그의 서론은 『자본』이 출판된 이후에 전개된 노동자 계급 투쟁에 대한 훌륭하고 간결한 개요를 제공한다. 각각 2000년, 2012년에 추가된 그의 영어판 서문, 독일어판 서문은 이 책의 핵심적 내용과 역사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2018년에 추가된 한국어판 서문은 촛불혁명 이후의 한국 현실에서 이 책이 갖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의미를 친절하게 역설한다.

한국에서의 맑스의 『자본』의 역사

칼 맑스의 『자본』(Das Kapital)은 150여 년 전인 1867년에 그 첫 권이 출간되었고 2권과 3권은 맑스 사후에 엥겔스의 편집을 거쳐 1885년과 1894년에 각각 출간되었다. 한국에서 『자본』이 우리말로 읽히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해방공간에서 1947년부터 1948년 사이에 최영철, 전석담, 허동 공동번역으로 『자본』(서울출판사)이 2권까지 출간되었지만 분단은 사실상 『자본』을 한국에서 (그리고 북한의 ‘주체’화 이후에는 한반도 전체에서) 추방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에서 『자본』은 오랫동안 ‘읽기’ 이전에 ‘출판’ 그 자체가 과제였던 금지된 도서로 남아 있었다. 완역 출판에 이르는 긴 해금의 과정은 탄압을 피하기 위한 비실명 출판뿐만 아니라 출판사(이론과실천, 백의) 대표들이 투옥을 무릅쓰고 감행한 저항과 투쟁을 포함하는 과정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것의 완간이 1990년 전후 베를린장벽의 붕괴, 소련의 해체, 그리고 맑스레닌주의 퇴조의 시기와 겹쳤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맑스는 『자본』을 노동자들에게 읽힐 목적으로 썼지만 한국에서 『자본』은 대학으로 복귀한 진보지식인들을 매개로 진보적 사상을 뒷받침하는 분과학문(경제학)의 텍스트로 자리 잡아 갔다.

맑스 200주년,『자본』을 “정치적으로” 읽는다는 것

해리 클리버의 책 Reading Capital Politically(2000)는 누구나 알 수 있다시피 알튀세르와 발리바르 등의 책 Reading Capital(『자본론을 읽는다』(두레, 1991), 불어본 1965; 영어본 1970)을 염두에 두고 그것에 ‘Politically’를 덧붙인 제목이다. 후자의 제목이 ‘읽기’ 그 자체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면 전자의 제목은 읽기의 방법, 즉 ‘어떻게’에 강조를 둔 점에서 전자와 차이가 난다. 그런데 방법의 관점에서 볼 때 알튀세르와 발리바르 등의 Reading Capital은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자본』 읽기의 새로운 방법을, 즉 ‘정치경제학적으로 읽기’ 대신 ‘철학적으로 읽기’를 제안한 것이라고 클리버는 해석한다.

해리 클리버는 이론적 실천의 상대적 자율성을 확립하려는 알튀세르의 이 시도가 결과적으로는 경제 결정론을 재추인함과 동시에 계급투쟁을 역사의 중심무대에서 삭제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쓰여진 Reading Capital Politically는 알튀세르가 Reading Capital에서 사용한 ‘철학적으로 읽기’의 방법이 봉착한 한계 지점에서 ‘『자본』 읽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정치적으로 읽기’는 ‘정치경제학적 읽기’와 ‘철학적으로 읽기’와는 다르게, 그것에 대항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자본』 읽기의 방법론으로 제안된다.

이 책은 맑스 탄생 200주년을 맑스에 대한 회의로 맞이하는 청산주의적 시류를 거부하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맑스 청산이 아니라 오히려 맑스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40년, 발행과 번역의 역사

정확히 40년 전인 1978년에 영어로 처음 발행되었던 해리 클리버의 이 책은 역사적 과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한 계기마다 끊임없이 다시 주목되었고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거나 재출간되었으며 2000년에는 영어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이 책의 초판은 스페인어(1981, 멕시코), 한국어(1986)로 번역 출판되었고 개정판은 스웨덴어(2007), 터키어(2008), 폴란드어(2011), 독일어(2012), 그리스어(2017) 등 7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2012년에는 인도에서도 영어로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주목할 것은 초판이 멕시코와 한국과 같은 당대의 제3세계권을 중심으로 출판되었음에 반해 개정판은 중동, 동구, 서아시아, 북유럽, 남유럽 등 세계의 폭넓은 지역에서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출판 초기보다 2000년대 이후에 이 책이 세계인들의 더 광범위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1986년 전두환 독재체제하에서 이 책의 초판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지만(한웅혁 옮김, 풀빛) 정통 맑스레닌주의 전통을 비판하고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흐름을 새롭게 발견하고 구축하려 한 이 책은 두 가지의 장애에 직면했다. 하나는 전두환 정권의 법적 금서 지정이며 또 하나는 당시의 주류 운동이었던 정통 맑스레닌주의 운동과 주체사상이 만들어 낸 정치적 기피다. 이후 1990년대 소련의 해체와 신좌파적 관심의 부상이 이 책을 수용할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을 만들어 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장애가 나타났는바, 책의 절판이 그것이다.

이 책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2000년 영어개정판을 새로이 완역한 후, 특히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이론적 지형 속에서 이 책이 갖는 지위와 의미에 대한 포괄적이고 요약적인 서술을 담은 장편 서문인 독일어판 서문,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등장 속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의 노동가치론)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한국어판 서문을 포함했다. 이로써 한국어는 초판과 개정판을 모두 번역 출판한 첫 번째 언어가 되었다.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우리 삶을 노동에 끝없이 종속시키는 것에 기반한 사회 시스템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칼 맑스의 『자본』 1권 1장에 대한 상세한 연구를 통해 맑스의 가치 분석을 재검토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1장의 추상적 개념들을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투쟁에 관한 맑스의 전반적 분석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가치 분석의 정치적 유용성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클리버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자본』은 이런 방식으로 거의 읽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독해 방식은 거의 무시되었다고 본다. 이 책이 읽힐 때에도, 여러 경향의 맑스주의자들에 의해 정치경제학, 경제사, 사회학, 심지어 철학 분야의 작품으로 간주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정치적 도구라기보다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의 본문은 맑스의 가치 분석을 정치적으로 읽음으로써 『자본』 전체를 정치적으로 읽는 것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 재해석은, 『자본』에서 맑스가 제시한 노동가치론이 자본에 대한 노동의 가치론(a theory of the value of labor to capital)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자본에 대한 노동의 가치란 무엇보다 사회를 조직하고 우리를 통제하는 근본적인 수단으로서의 노동가치임을 강조한다.

* 노동가치론이란?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한 노동이 만들어내고, 가치의 크기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이 결정한다는 학설. 인간의 주관적 만족도가 상품가치의 기준이 된다는 효용가치설과 대립된다. 리카도, 스미스 같은 고전학파의 노동가치론을 맑스가 비판적으로 계승하였다.(나무위키, 두산백과 참조)

노동가치론에 대한 이해는 자본주의에서 모든 것은, 그것이 목표를 성취할 때이건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때이건 간에, 사람들의 삶이 자본주의적 노동에 어느 정도로 종속되고 또 반대로 사람들이 그 종속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데 어느 정도로 성공하는가를 둘러싼 적대적 투쟁의 양상이라는 점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정치경제학적 읽기와 철학적 읽기는 모두 생산대상, 생산수단, 생산물을 3대 요소로 하는 자본주의적 ‘노동’을 모델로 삼는다. 해리 클리버에게 ‘정치’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노동’ 모델에 대한 비판이다. 노동은 전적으로 생산수단 소유자들(즉 자본가들)에 의한 강제의 산물이다.

이 책의 구성과 각 장별 내용

서론은 세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미국에서 나타난 맑스주의에 대한 관심의 놀랄 만한 만개에 대한 간략한 분석이다. 그 만개는 전후 케인스주의 시대를 위기에 던져 넣은 투쟁주기 동안에, 즉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나타났다. 또 하나는 맑스주의 전통의 주류 노선에 대한 해설이다. 그 조류들에는 특히 (알튀세르의 작업을 포함하는) 정통 맑스레닌주의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부터 그것의 더욱 현대적인 표현들에 이르는 비판이론이 포함된다. 저자가 보기에 이 전통들은 자본주의 착취의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면서 노동계급의 자기활동성을 이론화함에 있어서는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 번째 부분은 그러한 일방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했다고 생각되는, 그리고 저자의 작업과 유사성을 갖고 있거나 그의 작업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되는 맑스주의 전통의 자율주의적 흐름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맑스를 읽는 이 여러 접근법들에 포함된 『자본』 읽기를 정치경제학적 읽기, 철학적 읽기, 정치적으로 읽기로 구분한 후 클리버는 정치적 읽기의 방법에 따라 『자본』 1장을 분석한다. 이 책 2장에서는 맑스가 상품 분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 정치적 이유를 논의한다. 왜냐하면 저자가 보기에 상품형태야말로 자본주의적 노동 부과의 기본 형태이고, 따라서 계급투쟁의 기본 형태이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가치의 실체를 자본이 강제한 노동으로 본 맑스의 분석을 해석하고 가치의 척도, 즉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의 근저에 놓여 있는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서 4장에서는 다양한 형태들(단순 형태, 확대 형태, 일반 형태 및 화폐형태)의 가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들을 분석하고 그것들이 노동계급 투쟁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논의한다.

이 책의 세계경제적, 국제정치적 의미

독재 정권의 억압적 정책들에 대한 반란들인 아랍의 봄(2011년)은 금융 붕괴의 부담을 그것을 야기한 사람들(은행, 다른 금융 투기업자, 그리고 정부 정책 입안자들)로부터 금융 위기의 파고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직장, 주택, 저축, 보험 및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잃은 노동 대중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반란으로, 즉 유럽과 미국의 가을로 이어졌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의 아랍 봉기가 아랍 세계 내의 다른 곳에서의 반란을 촉발시켰고 <유럽연합>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의 반란이 아테네에서 스페인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유통된 것처럼, 로어맨해튼에서의 월스트리트 점령도 수 주 내에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유사한 점거를 촉발했다.

비록 이 책은 1970년대에 쓰여졌지만, 저자는 이 책을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첫 10년 동안에 썼다고 밝힌다. 저자가 작업한 맑스주의 이론의 재해석은 부분적으로 그 당시에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새로움이란 ‘발전된 나라들’에서 채택된 자본주의 전략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자본주의 형태(케인스주의)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매우 억압적인 종류의 경제 정책으로 이행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 위기를 영구적으로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화폐와 금융이 필수적인 구성계기인, 사회의 부르주아적 조직화를 폐지하는 것이다. 사회의 부르주아적 조직화를 폐지한다는 것은 삶의 노동에로의 끝없는 종속을 폐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리 클리버는 ‘2012년 독일어판’ 서문에서 이러한 방향의 핵심이 상품화, 화폐, 금융이 지배 하는 공간인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인 공통장(commons)의 발명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내놓는다. 클리버는 기존 사회에서 발견되는 공통장의 사례로 공유지를 보존하고 확보하여 자치적 문화 활동의 기반으로 삼는 투쟁, 공동체 농장이나 사회센터와 같은 자치공간 확보 투쟁, 도시농업이나 수경재배처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자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 인터넷에서의 정보·지식·음악·예술·경험의 자유로운 공유, 공통장을 전유하여 축적의 도구로 삼고 공통장의 성장을 저지하려는 자본의 지적재산권 기획을 무력화하려는 투쟁, 타흐리르 광장이나 주코티 공원에서 벌어진 점거투쟁처럼 인클로저를 역전시키는 작은 공통장들의 창출, 그리고 사빠띠스따들이 보여 주었던 자기가치화 투쟁 등을 예시한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해리 클리버 (Harry Cleaver, 1944~ )

미국의 학자, 맑스주의 이론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 1994년부터 멕시코 치아빠스주의 사빠띠스따 운동과 함께해 왔다. 1962년 안티오크 대학에 입학하여 1967년 경제학 학사를 취득했고, 대학생 시절 미국 시민권 운동으로 정치적 행동주의에 입문했다. 1964~65년 프랑스 몽쁠리에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전국학생연합>(Union Nationale des Étudiants de France) 활동을 했다. 1967년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학생 활동가로서 스탠퍼드연구소와 미국 국방부의 연계 의혹에 항의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활동은 녹색혁명과 사회공학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그의 박사논문으로 이어졌다. 1971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셔부르크 대학 조교수로 임용되었고, 1974년부터 3년간 <새로운 사회연구소>(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경제학과의 방문 조교수로 재직했다. 1976년부터 2012년 퇴임하기 전까지 36년간 텍사스 오스틴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 Rupturing the Dialectic (갈무리, 근간),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갈무리, 2018), 『사빠띠스따』(갈무리, 1998) 등이 있고, “Circuits of Struggle”(2016), “Background: from Zerowork #1 to Zerowork #2”(2014), “Work Refusal and Self-Organization”(2011) 등 수십 편의 논문이 있다.


옮긴이

조정환 (Joe Jeong Hwan, 1956~ )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와 그 후신인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했다. 1986년부터 호서대, 중앙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에서 한국근대 문예비평사와 탈근대사회이론을 강의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 월간 『노동해방문학』 주간을 거쳐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http://daziwon.com]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 『노동해방문학의 논리』, 『지구 제국』, 『21세기 스파르타쿠스』,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 『카이로스의 문학』, 『미네르바의 촛불』, 『공통도시』, 『인지자본주의』, 『예술인간의 탄생』, 『절대민주주의』 등이 있고 수십 권의 공저서, 편저서, 편역서, 번역서가 있다.



책 속에서 :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근 한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것은 모든 한국인들에게 칼 맑스의 생각을 연구할 새로운 이유를 준다. … 문재인 대통령은 과도한 노동이 개인들의 생명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노동이 자신들의 회사의 생산성과 이윤을 침식할 수 있는 여러 방식들에 기업 경영자들이 얼마나 자주 맹목적인가를 인정한다.

― 2018년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쪽

 

산업적 방법들이 체계적으로 적용되어 온 분명한 예는 학교들이다. 학습의 장소라고, 개인적 발전과 시민적 책임의 열쇠라고 떠벌려지고 있지만, 자본가들은 실제로 학교를 공장으로 만들어 자생적으로 호기심에 가득 차 있고 무한한 에너지로 충만한 어린 인간들을, 그들에게 주어지는 도구들을 가지고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가만히 앉아서 매일, 매주, 매년, 시키는 대로 하는 어른들로 변형시키기 위해 개입했다.

― 2018년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3쪽

 

노동계급이 무대에 등장할 때는 언제나, 외부로부터 나타나 방어적 싸움을 치르는 희생자들로 등장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이론들에서 사용되는 맑스주의적 또는 네오맑스주의적 범주들이 ‘물화되었다’(reified)고 규정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 1장 서론, 119~120쪽

 

알튀세르가 독자들에게 “침묵들”과 “비가시성들”의 분석에 관해 강의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알튀세르에게서 노동계급의 실제적 투쟁과 혁명적 시행착오에 대한 전적인 침묵을 발견하게 된다. 알튀세르에게 그러한 역사 같은 것은 없다. 그에게는 오직 “역사의 과학”만이 있다. 역사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알튀세르가 구축하려는 이 “과학”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영묘한 이론적 구조라는 비역사적이고 얼어붙은 개념화의 구축이다. 이는 낡은 교조주의의 재구축이다.

― 1장 서론, 132쪽

 

계급투쟁은 자본가계급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품형태를 강제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벌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상품형태를 강제하기 위해 자본가계급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존을 유지하고 또 사회적 부에 대한 약간의 접근권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삶[생명활동]의 일부를 상품 노동력으로 팔도록 강제한다.

― 2장 상품형태, 196쪽

 

우리는 ‘멋진’ 집을 갖거나 ‘훌륭한’ 교육을 받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에게 이익이 된다는 자본의 선전의 이면에서, 삶을 노동력으로 재생산하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을 보아야 한다.… 가사노동과 학업은 둘 다 노동력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데 기여하도록 의도되어 있다. 가정에서 여성들이 더 많은 일을 할수록 노동자들이 일정한 수준으로 자신을 재생산하기 위해 자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가치는 줄어든다.

― 3장 가치의 실체와 크기 : 1장 1절, 196쪽

 

주부들이 자본으로부터 직접 임금을 요구할 때 그들은 자본이 강제하려고 하는 남성의 매개를 우회하면서 직접 K―W를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또는, 학생들이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기 위해 또는 예산삭감 반대를 요구하기 위해 대학 본부를 기습할 때, 그들은 교수들의 매개를 우회하면서 A―S, 즉 그들 자신과 자본 사이의 직접적 대치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 5장 가치형태 : 1장 3절, 331쪽

 

임금에 대한 요구는 임금과 비임금이라는 자본주의적 분할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며 모든 노동자들을 대등하게 만들어서 모든 사람이 노동에 반대하는 소득(income against work)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6장 결론, 346쪽



목차


2018년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
2000년 영어 개정판 지은이 서문 18
2012년 독일어판 지은이 서문 43

1장 서론 77
『자본』을 정치경제학으로 읽기 94
맑스를 철학적으로 읽기 125
『자본』을 정치적으로 읽기 149
1장 읽기 188

2장 상품형태 194

3장 가치의 실체와 크기 : 1장 1절 221

4장 노동의 이중성 : 1장 2절 284

5장 가치형태 : 1장 3절 298

6장 결론 344

감사의 말 349
옮긴이 해제 351
참고문헌 365
인터넷 자료 377
해리 클리버 연보 380
인명 찾아보기 382
용어 찾아보기 385



출간 기념 역자 특강 안내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출간을 기념하는 역자 특강을 아래와 같이 개최합니다.

◆ 맑스 탄생 200주년,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출간 기념 역자 특강
강연 주제 : 자본/권력은 다중지성 공통장을 왜, 그리고 어떻게 범죄화하는가?
             ―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시각에서 본 미네르바, 홍가혜, 드루킹, 그리고 08_hkkim 정의를 위하여
강연 : 조정환 (옮긴이,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일시 : 2018.12.15.(토) 오후 3시
장소 : 다중지성의 정원 (문의 02-325-2102, 참여신청 http://bit.ly/2KP7RN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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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빠띠스따』(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서창현 옮김, 갈무리, 1998)

북미자유협정(NAFTA)의 발효에 때맞추어 1994년 1월 1일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서 봉기하여 1997년 8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사빠띠스따 투쟁의 성격과 의미, 그리고 그것의 영향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흔히 '원주민 게릴라들'이라고만 알려져 있는 사빠띠스따들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지배하에서 자신들의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어떻게 지키고 또 발전시켜 나가는지, 또 그들이 자신들의 투쟁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기 위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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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불의 문자들』(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칼 맑스는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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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정치의 정치학』(워너 본펠드 지음, 해리 클리버 외 지음, 김의연 옮김, 갈무리, 2014)

‘전복적 이성’의 저자 워너 본펠드가 편집하고 안또니오 네그리, 존 홀러웨이, 해리 클리버 등 9명의 자율주의 저자들이 참여한 탈정치의 정치학에는 사회민주주의와 맑스레닌주의라는 20세기의 두 가지 거대한 실정적 기획을 넘어서 ‘공통적인 것’의 발명으로 나아가려는 저자들이 열망이 담겨 있다. 필자들은 출현하고 있는 전지구적 투쟁들을, ‘잠재적인 것’의 형태로 실재하는 ‘공통적인 것’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하는 혁명적 코뮤니즘의 산 실험장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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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2018.10.29 |



보도자료 


투명기계

Transparent Machine



화이트헤드와 영화의 소멸

이 책은 영화의 밀림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이정표다.
투명하다는 것, 그것은 단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합생과 변환의 과정 이외엔 더 숨길 것도, 더 보여줄 것도 없다는 의미다. 예술영화든, 상업영화든, 공포영화든, SF영화든, 실험영화든, 신파영화든 상관없다. 모든 영화는 투명하다. 변신 이외에 다른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  김곡  |  정가  45,000원

쪽수  840쪽  |  출판일  2018년 10월 26일  |  판형  신국판 무선 (152*225)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3

ISBN  978-89-6195-186-9 93680   |  CIP제어번호  CIP2018028527

도서분류  1. 영화 2. 철학 3. 미학 4. 예술 5. 정치

보도자료  181029-투명기계-보도자료-fin.hwp 181029-투명기계-보도자료-fin.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화염병처럼 쓰여졌다. 이 책을 쓴 김곡은, 아마도, 아마도 틀림없이, 집어던지는 심정으로 썼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당신의 책상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 영화는 세계를 다시 한 번 시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김곡은 망설이지 않고 맞받아칠 것이다. 물론이죠. 믿지 않는 당신을 향해서 이 책은 달려든다.” ― 정성일 (영화평론가)



『투명기계』 간략한 소개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단지 철학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사되고 감상되고 심지어 편집되는 빛의 철학일 수 있을까? 『투명기계』는 그 대답이다. 라이프니츠, 니체, 화이트헤드, 맑스 등을 가로지르며, 소비에트,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뉴저먼 시네마 등 영화사의 굵직한 사조들을 아우른다. 장르영화(공포, SF)뿐 아니라 실험영화(애니메이션, 구조주의)도 다룬다. 한국영화도 놓치지 않았다. 유현목과 베르히만, 임권택과 타르코프스키의 비교뿐만 아니라, 한국 뉴웨이브와 신파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접근. 영화의 세기에 영화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던 사람들이 애타게 찾고 있던 책이 드디어 출판되었다. 이제부터 이 책을 읽지 않고 영화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투명기계』 상세한 소개


이 책은 아주 구체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영화를 본다’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일뿐더러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체험하는 상황이다. 스크린 앞에 앉아보라. 막이 오르고, 이미지가 투사되면, 내 온몸과 정신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내 신체와 내가 속한 세계가 잠시 잊히는 것과 같이, 나의 시간은 소멸되어 영화의 시간 속으로 그야말로 ‘빨려들어 간다.’ 혹은 ‘흡수된다.’ 이 ‘빨려들어 간다’는 사태를 지시하기 위해 우리는 ‘분위기’라는 아주 좋은 단어를 이미 가지고 있다. 분위기는 스크린에 풍경을 실질적으로 펼쳐냄으로써, 다른 예술장르(문학, 연극, TV … )와는 차별화되어, 영화만이 가지는, 진정 영화적인 요소다. 이 책은 바로 저 사태로부터 영화사를 다시 한번 읽어내려는 시도다.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단지 철학적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영사되고 감상되고 심지어 우리 머릿속에서, 혹은 우리의 몸과 함께 편집되는 빛의 철학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

저 질문에 답해왔던 책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 질문에 좀 더 엄격하게 답해보려 한다면, 영화의 철학은 매우 비본질주의적 철학이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에서는 시간마저 편집되며, (그것이 샷이든, 몽타주든) 순수한 관계만으로 직조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때문에 ‘시간은 지속이다’라는 익숙한 정식을 버리고(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시간을 실체로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소멸이다’라는 정식으로부터 영화를 다시 읽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화이트헤드의 철학에 호소하는 이유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이야말로 세계에 어떤 실체도 남기지 않으려는, 순수한 관계의 철학, 비본질주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헤드의 시간론 : 시간은 소멸이다.

‘시간은 소멸이다’라는 화이트헤드의 시간론은 다른 어떤 시간론보다도 영화의 시간성을 가장 잘 해명한다. 영화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필름스트립이 바로 ‘시간=소멸’의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표면과 표면이 부딪혀서 운동을 창발해내는 메커니즘으로서, 최소한 근대 이후엔 원자론이란 이유만으로 탄압당해 온 시간의 구도다.

이 책은 그것을 영화에서 다시 찾으려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영화를 하나의 원자론으로 다시 읽으려는 책이기도 하다. 단, 원자론의 정수가 ‘시간=소멸’과 동의적인 ‘원자들에는 마지막 원자가 없다’라는 비본질주의적 정식이라는 한에서 말이다.

최소한 베르그송의 사상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이제껏 영화의 시간을 지속으로 사유해 왔다. 이 사유습관에 비추어 보면 영화의 몸통이 필름스트립이란 이유만으로 영화사를 원자론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며, 심지어 불쾌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식이 사실보다 앞설 순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그동안 열광했고 또 투쟁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얼마나 원자론적이었나, 우리가 느꼈던 그 흥분과 비애는 또 얼마나 ‘시간=소멸’이라는 정식에 입각해 있었나를 분석해 보려고 한다.

영화사를 수놓았던 표현들에 이름을 붙인다

이 책은 영화사를 수놓았던 수많은 표면들에 이름을 하나씩 붙여보고자 한다. 또 가능하다면, 그 유형들을 분류하여 시간의 상이한 회로들을 분류해보고, 또 그 각각 안에서 유사하거나 대립하는 작가들을 다시 분류해 보고자 한다. 이 분류법이 또 다시 어색할 순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간의 네 가지 회로다(과거, 현재, 미래, 영원). 우리는 영화의 시간을 네 가지 회로들(폐쇄, 스트로크, 병렬, 변신)로 나누었고, 영화사를 각각의 회로에 대응하는 사조나 장르로 분류하고, 또 그 안에서 세부분류될 수 있는 작가나 작가군으로 재차 분류하였다. 각각의 회로는 특유의 표면양태(각각 퇴행, 모방, 평행, 변신)를 가질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주되는 일반적 문법(각각 풋티징, 플릭커, 프린팅, 이멀전) 또한 가진다. 반대로 각 영화는 각자만의 존재론적 회로와 그 고유한 기법들로 각기 상이한 시간의 실현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평론집이 아니라, 유형학 혹은 계통학에 가깝다. 단 그것은 원자론적 유형학이다.

변신은 모든 영화의 공통패턴이며, 영화철학은 연극철학으로 귀결된다

아마도 이 네 가지 회로가 공통적으로 지시하는 구체적 사태는 아마도 ‘시간=지속’보다는 ‘시간=소멸’로서 더 잘 해명되는 ‘변신’이라는 사태일 것이다. 변신은 모든 영화의 공통패턴으로서, 비록 그것이 기억, 위장, 전이, 변형 등 상이한 양태로 나타날 손 치더라도, 어떤 영화의 어떤 회로도 직조하는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속성이다. 비록 4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겠으나, 변신은 우리가 고전 몽타주에서도 그 흔적과 징후를 찾을 수 있으며, 또 그것이 어떻게 고전몽타주에서 현대몽타주로, 그리고 네 가지 회로들을 횡단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변신이라는 테마가 이르는 영화적 결론은, 불행히도 영화적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이라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결론 중 하나다. 왜냐하면 변신은 배역과 무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영화철학이 끝내 연극철학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또 다시 어색하고 불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스크린이 상상과 실재, 이미지와 세계, 배우와 관객, 결국 순간과 지속을 나누는 차단막이라는 본질주의적 구도에 익숙하기 때문이지, 결코 영화의 본성이 연극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반대로 영화는 연극적일 때, 그의 시간을 가장 잘 소멸시킨다. 그때 가장 잘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 변신을 지시하기 위해 우리가 택한 단어가, 화이트헤드가 자신의 가능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썼던 그, “투명”이란 개념이다.

모든 영화는 투명하다

모든 원자가 투명한 것처럼, 모든 영화는 투명하다. 변신을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투명하다는 것, 그것은 단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합생과 변환의 과정 이외엔 더 숨길 것도, 더 보여줄 것도 없다는 의미다. 변신 이외에 다른 정체성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로라면, 심지어 우리가 으레 경멸조로 말하는 신파영화마저 투명하다.

편집되고 미장센 되는 과정으로서의 시간의 회로 안에서, 그것이 펼쳐내는 투명성 안에서 잘난 영화와 못난 영화의 구분 따위는 없다. 소위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상업영화와 실험영화도 최대한 포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어떤 측면에서도 서구영화들에 결코 뒤지지 않을, 동양의 영화들도 최대한 포괄하려고 했다(특히 한국 : 유현목, 김수용, 김기영, 임권택, 이원세, 이유섭, 박윤교, 변장호, 심우섭, 남기남, 하길종, 이장호, 배창호, 장길수, 이명세, 정지영 … ).

큰 틀에서 이 책은 리얼리즘에 반대하고, 연극학에 동의한다. 또한 모더니즘 비평에 반대하고 무속학에 동의한다. 후자 쪽이 네 가지 회로의 공통목표인 ‘변신’을 더 잘 해명하기 때문이다. 고로 이 책의 부대목표는 영화와 함께 화이트헤드 철학이 얼마나 현대 퍼포먼스 인류학에 가까웠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 인터뷰


Q. ‘투명기계’라는 제목이 강렬하고 인상적인데 그것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계’란 말은 이제 익숙합니다.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를 가로지르거나, 그 둘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문제는 ‘투명’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투명이란 말은 단지 안 보인다는 그런 통례적 용법으로 쓰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투명은, 항구적 변신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변함이라는 사태 이외엔 어떤 다른 정체성을 지니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화이트헤드는 이 개념을 가능태의 실현방식에 관련해서 사용했는데요, 이 책에선 그것을 가능태의 한 속성처럼 업그레이드해서 쓰고 있습니다.) 영화는 너무 투명합니다. 변신을 너무 잘하기 때문이죠. 영화는 투명기계입니다.

Q. 책이 목차만 훑어보아도 대작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영화세계에 관해 거의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영화가 단지 철학적 대상이 아닌,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많은 저자들과 책들이 대답해 온 건 사실입니다. 허나 대부분이 ‘시간=지속’이라는 구도 속에서 그런 생각들을 전개하였습니다. 이 책은 반대로 ‘시간=소멸’이라는 구도로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러한 시간관이 변신이라는 사태를 더 잘 해명하기 때문입니다. 변신은 이전의 정체성을 소멸시키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매우 운명적인 사태입니다. 영화는 그걸 너무 잘합니다.

Q. 영화를 투명기계로 사유하는 이 책을 접하거나 읽는 독자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책은 들뢰즈의 『시네마』일 것 같습니다. 들뢰즈의 『시네마』는 각 장마다 베르그송을 전유하고 응용하면서 스크린을 불투명한 것으로, 우주의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불투명한 막으로 사유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께서는 이 책에서 화이트헤드를 주요한 준거로 삼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며 들뢰즈 『시네마』와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영화의 시간은 지속되기 전에 편집되기 때문입니다. 변신하기 위해섭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베르그송적이기 전에 화이트헤드적입니다. 영화의 몸통을 이루는 필름스트립은 정확히 그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여러 장의 스냅사진들이 운동을 창발하는 형식으로. 영화의 본성이 지속이고 그 고유함이 베르그송적이라고 말하려면, 영화의 이 물질적 조건을 사상한 뒤 출발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그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불쾌한 유물론의 혐의를 뒤집어쓰더라도.

분명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굴뚝의 구조에 따라 연기의 색깔이 달라지지, 결코 그 역이 아닙니다.

Q. 국내외에서 출간된 다른 영화 서적들과 비교할 때 이 책 『투명기계』가 갖는 차별점, 이 책의 특이성과 고유함도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쎄요. 이 책이 지시하고자 하는 영화의 본성, 투명성에 거의 예외가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외 없음은 단지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이 아닌, 우리가 단지 실용적이거나 때로는 권력적인 목적을 위해서 작위적으로 나누어놓은 범주들(리얼리즘/판타스틱, 예술영화/상업영화, 극영화/실험영화 … )의 경계선을 무력화시킴을 의미합니다.

이 책이 소비에트 영화, 독일 표현주의부터, 미국건국영화들(서부극, 느와르 … )과 현대 할리우드 영화들(SF, 공포, 액션 … ), 반대로 종교적이거나 금욕적인 예술영화로부터 도발적이고 혁명적인 실험영화까지 모두를, 같은 식으로 서양영화뿐만 동양영화까지 아우르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모든 영화가 평등한 투명기계임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만이 우리 스스로 영화에 대해서 양산해내는 편견과 경멸, 먹물 먹고 맴맴 하는 자의식 엘리트주의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경멸조로 말하곤 하는 신파영화조차, 그것이 영화로서는, 르느와르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만큼 똑같이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의 투명성, 이 앞에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 극영화와 실험영화, 리얼리즘영화와 장르영화의 구분 따위는 없습니다. 그건 영화가 불투명하다고 쉽게 가정해버리는 이들의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사태입니다.

이 책은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책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들은 무조건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양영화에 너무 매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섣불리 오리엔탈리즘으로 도망치지 않으려 분투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그 둘 중 어느 것으로도 작동되지 않으며, 단지 우리의 펜촉과 뇌세포, 그리고 입버릇이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뿐입니다.

또 하나, 영화의 본성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해오던 영화적이란 개념과는 너무나 다름을, 심지어 그것은 연극적임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극학의 도움은 필수적이었고, 특히 통일성을 피하면서도 이야기를 직조하는 현대적 몽타주의 경향에 주석을 위해선 동양연극학, 특히 한국민속극의 참조가 불가피했습니다. 일례로, 다시 오리엔탈리즘에 회귀하는 일 없이도 펠리니의 영화가 어찌 마당극적이라 말할 수 없을지요?

또 하나, 영화의 가장 기본적 본성 중 하나인 변신을 설명하기 위해 인류학과 무속학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빙의는 단지 귀신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영화엔 빙의가 있으며, 반대로 빙의가 없는 영화는 없습니다. (어떤 영화도 선험적인 공포영화라는 테제는 바로 이 빙의 개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같은 까닭으로 빙의는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또 하나, 예술영화와 상업영화, 극영화와 실험영화, 리얼리즘영화와 장르영화의 선재적 구분들에 저항하려고 했습니다. 그러한 범주들은 우리의 머릿속에나, 혹은 권력으로 점철된 지식의 강단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투명성으로서의 영화는 어떤 장르, 어떤 형식, 어떤 스타일, 어떤 예산규모를 편애하지 않습니다. 그것의 역사는 어떤 조건이 주어져도 아름답게 생존해내는 생물의 진화과정과 같습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추천사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화염병처럼 쓰여졌다. 이 책을 쓴 김곡은, 아마도, 아마도 틀림없이, 집어던지는 심정으로 썼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당신의 책상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영화에 바쳤던 자신의 청춘에 대한 가책과 원한, 분노로 가득한 행간들. 그런 다음 김곡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승리를 향해 밀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어떤 승리? 이 책의 마지막 문장. “다시 한 번, Da Capo!” 영화는 세계를 다시 한 번 시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김곡은 망설이지 않고 맞받아칠 것이다. 물론이죠. 믿지 않는 당신을 향해서 이 책은 달려든다. 얼핏 보면 지식의 도구상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면 안 된다. 누구보다도 화이트헤드. 영화라는 ‘과정’, 세계라는 ‘실재’. 그 둘 사이를 오가는 ‘느낌’의 명제들. 아니, 차라리 선언들. 김곡은 자유자재로 수많은 영화 장면들을 ‘등위적 분할’ 하고 난 다음 스크린이라는 ‘평탄한 장소’ 위에서 흥미진진하게 ‘연장적 결합’을 한다. 그러면 거기서 달려드는 수많은 영화제목들이, 정말 많은 이름들이, 끝도 없이 등장하는 개념들이, 영화에 관한 거의 모든 용어들이, 마치 드릴처럼 당신의 뇌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맙소사! 그러니 이 책을 붙잡기 전에 주의하기 바란다. 행여 여기서 어떤 지식도 훔쳐갈 생각을 하지 마라. 김곡은 이 책을 당신에게 집어던지기 전에 웅변하는 것만 같다. 나는 이제 동굴을 떠납니다. 미래를 밝히는 화염병, 그림자와의 격투. 부디 이 책을 한밤중에 읽지 마시길. 당신은 퇴각로를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적이라는 친구를 곁에 두어야 한다” 니체의 그 유명한 말. 이 책은 그 말을 훔칠 자격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은이 소개


김곡 (Kim Gok)

본업은 영화감독이다. 공동작업자 김선과 함께 ‘곡사’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한다. <자본당 선언>, <고갈>, <방독피> 등으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밴쿠버 영화제, 부산 영화제, 모스크바 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으며, 상업영화로는 <화이트>, <앰뷸런스>, <기계령>(<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같은 공포영화들을 연출하였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에 참가하였으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자가당착>(2010)으로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와 소송 투쟁하기도 했다. 현재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포함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공은 철학이다.



책 속에서 : 『투명기계』와 영화의 투명성


실상 영화는 단지 우리 눈앞에서만 일어나는 사태가 아니다. 그건 우리 눈 뒤에서도, 뇌 안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며, 엄밀히 말해선 스크린에 견주어도 하나도 꿀릴 것 없는 우리의 망막, 피부, 필름과 나 사이의 그 간극,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충만한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내부와 외부 어디에도 독점적으로 속하지 않음으로써 그 둘을 접붙이는 그들의 공통경계로서의 표면에서.

― 들어가기, 6쪽


반대로 베르그송은 영화를 혐오했다. 원자론을 혐오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개념에 있어서건 이미지에 있어서건 “영화적 환영”을 준다는 점에서 원자론과 영화는 그렇게 한통속처럼 보였다. 반면 “지속”은 원자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 1부 1장 소멸의 원자론 : 화이트헤드, 베르그송, 필름, 27쪽


브루스 엘더는 에이젠슈테인 체계에서 러시아 상징주의, 중세 신비주의, 심지어 오컬티즘의 흔적까지 찾아서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에이젠슈테인이 과학을 포기하고 신비주의자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보다는, 외려 그가 가장 유물론적 수준으로부터 가장 우주론적 수준으로까지 연역과 종합의 논리를 창출해냈음을 의미할 터다. 다른 소비에트 작가들과 견주어봤을 때 에이젠슈테인의 독창성은 여기에 있다.

― 1부 3장 표면의 초기 형태들, 67쪽


신화는 바보들의 놀잇감이다. 그것은 사소한 승패에 열중할 때의 흥겨움, 편을 나누고 역할을 교대하는 도취감, 내기해 놓고 기다릴 때의 설렘으로만 존재하는 대상이다. 하길종은 완벽한 장면을 보여준다. 신문팔이 소년이 거스름돈을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오는지 내기 걸어보는 믿음 놀이가 그것이다(<바보들의 … >). 이밖에도 달리기 놀이(<병태와 영자>), 이장호의 보쌈놀이(<바보선언>)가 있을 수 있고, 배창호의 시간멈추기 놀이(<고래사냥 2>)가 있을 수 있다.

― 1부 8장 역사의 신화, 179쪽


다큐멘터리 영화야말로 모방의 장르에 속한다. 그것은 세상을 더욱 엄격하게 모방하기 때문이다. 베르토프가 한편으로는 소비에트의 거시적 몽타주와 거리를 두었다면 그가 다큐멘터리 전통에 속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이후의 다큐멘터리 작가들과 이론가들이 그에게 이끌렸다면 그가 매우 엄밀한 개념을 통해서 다큐멘터리의 존재론을 정의하고 또 실천해 보였기 때문이다.

― 2부 3장 다큐멘터리, 242쪽


히치콕은 뉴턴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신과 사물 사이에 편재하는 절대공간(vacuum)처럼, 관객은 연출자와 등장인물 사이에서 “신의 감각중추”(sensorium Dei)가 되므로 그는 물리적 용량이 더 허용되는 만큼 도덕적 책무를 더 져야 하는 셈이다.

― 2부 6장 화이트헤드의 두 번째 모험 : 프레이밍 이론, 305쪽


갱스터 영화보다 2틈 위상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장르는 없다. 갱스터는 쌍곡선(과장hyperbole)의 인간이기 때문이다(권세 확장, 부의 축적, 힘의 과시 등). 그 불법성은 도시와의 계약을 문제로 삼을 뿐 여기엔 아직 그 평면의 반전이 포함되어 있진 않다. 반전은 그 과장된 행동선들이 꺾이고 또 함입해서 주체 자신을 향할 때 일어난다. 갱스터 장르의 2틈은 ‘배신’이다.

― 3부 2장 내러티브의 비유클리드적 변형, 385쪽


모든 것은 <E.T.>와 함께 달라졌다. 스필버그는 더 이상 외부에 낯설게 남아있지 않고, 인간과 친구가 되고 소통하는 외계인을 보여준다. 또한 외계인은 초대되거나 이미 여기에 와있고(<미지와의 조우>), 인간의 연인이자 친구이다(카펜터 <스타맨>, 로빈스 <8 번가의 기적>). 테크놀로지 역시 더 이상 인간을 위협하는 외부가 아니라 온전히 인간 공동체의 역사를 이루며(트럼벌 <사일런트 러닝>, 와이즈 <스타 트렉>), 미래 역시 낯선 시대가 아니라 친숙한 것들의 잡종짬뽕이다(리들리 스콧 <블레이드 러너>).

― 3부 3장 미래의 내러티브, 461쪽


자유간접화법은 신학적인 동시에 정치적 문제다. 모든 말들을 신의 간접화법으로 전락시키는 로고스의 체계는 교회뿐만 아니라 가부장제와 파시즘에 들어앉아 모든 궁핍을 정신 탓으로 돌리며 정작 그 자신은 육체를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파졸리니가 ‘미메시스’를 말한다면 이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 4부 2장 영원과 육체, 567쪽


공포영화를 정의하는 단 하나의 술어, 그것은 전염(contagion)이다. 원한, 살의, 광기, 트라우마, 무엇보다도 그 고통이 전염된다. 물론 전염을 항상 물질적인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러나 전염이 정신적인 양상을 띨 때조차 공포영화의 전염은 육체적이다. 전염은 이물異物 과의 접촉이기 때문이다.

― 4부 3장 공포영화, 595쪽


김기영이 결국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맑스주의의 용어법 그대로 소멸충동과 불멸충동의 공존이라는 “모순적 법칙”과 그 “내적 모순들의 전개”다. 하녀들은 독점자본주의 그 자체다. 그리고 축적이 한계에 다다라 과농축된 불멸소의 무게 자체가 장애물이 될 때, 하녀는 마지막 소멸을 결단해서 불멸을 보존해야 한다.

― 4부 5장 김기영, 667쪽


영화에서 데모스의 이상적인 형태는 투명기계다. 샤먼기계 혹은 리미노이드 기계. 친구와 적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변신 이외에 다른 현존방식을 모르는 변신바보다. 그는 개헌밖에는 자신의 재현법을 모르는 입법바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다시 ‘절차의 투명성’과 같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의미하진 않는다. 이때 투명성은 지식과 행정의 투명성이 아니라 권력과 변전의 투명성이기 때문이다.

― 4부 9장 결론, 776쪽



목차


들어가기 6

1부 과거와 소멸 : 표면과 몽타주에 대하여

1. 소멸의 원자론 : 화이트헤드, 베르그송, 필름 17
1-1. 화이트헤드와 필름스트립 17
1-2. 베르그송과 필름스트립 27
1-3. 연장적 연속체 : 원자적 연극, 가분적 음악, 이행적 사진 34

2. 프레임, 샷, 몽타주 43
2-1. 프레임 43
2-2. 샷 45
2-3. 몽타주와 플랑세캉스 49

3. 표면의 초기 형태들 55
3-1. 그리피스와 에이젠슈테인 55
3-2. 독일 표현주의와 블랙홀 67
3-3. 프랑스 유체역학파와 순간 72

4. 기억상실의 대륙 80
4-1. 지표면 : 서부극 80
4-2. 지층면 : 맨키비츠 87
4-3. 시층면 : 웰스 90

5. 운동과 소멸 97
5-1. 네오리얼리즘 : 로셀리니, 데 시카, 안토니오니, 펠리니 97
5-2. 오즈 야스지로, 여백의 예법 105
5-3. 여백의 변주들 : 미조구치와 구로사와 110

6. 화이트헤드의 첫 번째 모험 : 이중노출 이론 121
6-1. 잔상과 잠상의 구분 : 트래블링이란 무엇인가 121
6-2. 고고학자들 : 르느와르, 오퓔스, 레네 127
6-3. 폐쇄회로 : 얇기와 퇴접 134

7. 퇴행영화 139
7-1. 파편화와 물신화 : 비더, 로지 139
7-2. 미국 언더그라운드 : 데렌, 앵거, 스미스, 마르코풀로스 등 145
7-3. 군중과 신화 151

8. 역사의 신화 157
8-1. 신화변주의 네 가지 테제들 : 지버베르크, 워홀, 얀초, 매딘 157
8-2. 역사의 세 가지 평면화 : 폴란드 유파 164
8-3. 미시군중의 세 가지 행동 : 남미와 한국, 하길종, 이장호, 배창호 173

9. 파운드 푸티지 188
9-1. 법의학 : 시체와 검시 188
9-2. 정치학 : 바이러스와 임계깊이 194
9-3. 연금술 : 유령과 플릭커 203

2부 현재와 속도 : 틈새와 프레이밍에 대하여

1. 몽타주의 급변 209
1-1. 고전 몽타주의 전제들 209
1-2. 네오 몽타주의 초기증상들 : 카게무샤, 스파게티, 페킨파 211
1-3. 절단면에서 반사면으로 : 네오웨스턴의 두 가지 과장법 219

2. 마리오네트 224
2-1. 모방의 형상 : 채플린 224
2-2. 전반사 : 맑스 형제들, 스크루볼, 타티 등 230
2-3. 난반사 : 고다르 236

3. 다큐멘터리 242
3-1. 모방의 체험 : 베르토프, 플래허티, 그리어슨 242
3-2. 네 가지 간격 : 이벤스, 민족지영화, 일본 풍경론, 콜라주
다큐멘터리 등 245
3-3. 허주(虛主)의 윤리학 252

4. 모방과 소유 257
4-1. 스톱모션 : 체코 애니메이션과 스반크마예르 257
4-2. 플래시 몽타주 : 네 가지 틈집법(闖輯法) 265
4-3. 스톱-몽타주 : 라이프니츠, 타르드, 두 가지 동시성 276

5. 막간 285
5-1. 땅 : 로크와 소유 285
5-2. 바다 : 칸트와 약탈 287
5-3. 하늘 : 러셀과 테러 292

6. 화이트헤드의 두 번째 모험 : 프레이밍 이론 297
6-1. 두 속도의 구분 : 클로즈업이란 무엇인가 297
6-2. 해석학자들 : 히치콕, 드 팔마, 이명세 303
6-3. 스트로크 회로 : 넓이와 탈접 318

7. 폭탄 영화 323
7-1. 탄도 영화 : 키튼, 로이드 323
7-2. EMX 영화 : 플릭커 영화, 일본 핑크영화들 327
7-3. 폭탄극 영화 : 데라야마, 큐브릭, 크로넨버그, 코엔 형제 330

8. 구조 영화 338
8-1. 미국 구조주의 : 기어, 스노우, 샤릿츠, 프램튼 등 338
8-2. 영국 구조주의 343
8-3. 메타 프레이밍 352

9. 시간의 몰락 356
9-1. 완전영화와 무한영화 356
9-2. 바깥의 증상 359
9-3. 내러티브의 분기 362

3부 미래와 평행 : 풍경과 내러티브에 대하여

1. 내러티브의 평행성 366
1-1. 3틈 구조 : 표면에서 평행면으로 366
1-2. 닫힌계 : 기계신, 아리스토텔레스, 그레마스 368
1-3. 디제시스의 문제 372

2. 내러티브의 비유클리드적 변형 374
2-1. [S∪O] ≃ [Dr∪O∪Dre], 표준렌즈와 멜로드라마 374
2-2. [Dr∪Dre] ≃ [S∪O], 광각렌즈와 슈퍼히어로 382
2-3. [Dr∩S∩Dre] ≃ [Dr∩O∩Dre], 망원렌즈와 토니 스콧 391

3. 옵티컬 프린팅 406
3-1. 평행의 형상: 리히터, 피싱어, 매클래런 406
3-2. 옵티컬 프린터 : 오닐, 아놀트, 이토 409
3-3. 옵티컬 내러티브 : 퀘이 형제, 보카노프스키, 마투시카,
체르카스키 421

4. 다이렉트 시네마 432
4-1. 평행의 체험 : 루쉬, 페로, 하라 카즈오 432
4-2. 다이렉트 극 : 클라크, 키아로스타미, 코스타, 도이치 437
4-3. 카사베티스와 배우 자신 445

5. 미래의 내러티브 453
5-1. 초현실주의 : 하스, 보로브치크, 조도로프스키, 버튼 453
5-2. SF 영화 : ILM, 프로그램, 사이보그 459
5-3. 미래의 자율성: 터미네이터, 미래주의, 네그리 474

6. 화이트헤드의 세 번째 모험: 평행우주론 480
6-1. 잠재성과 영원성의 구분 : 초점화란 무엇인가 480
6-2. 평행현실주의자들 : 부뉴엘, 알트만, 린치 488
6-3. 병렬회로 : 두께와 병접 498

7. 파라시네마 502
7-1. 미시군중과 병렬군중 502
7-2. 반사의 세 가지 변주: 드니, 하네케, 키에슬롭스키 506
7-3. 흡수의 세 가지 변주: 카우리스마키, 차이밍량, 홍상수 512

8. 풍경의 무게 519
8-1. 서사에 있어서 풍경의 기능 519
8-2. 역사의 무게 : 허우샤오시엔, 이창동, 지아장커, 봉준호 520
8-3. 버텨냄의 예법 : 에드워드 양 527

9. 개체화의 풍경 530
9-1. 풍경과 배우 530
9-2. 개체화 연기술 : 현, 과잉지속, 솔라리제이션 532
9-3. 성장영화 : 뿌리, 먹구름, 빗방울 537

4부 영원과 변신 : 막과 무대에 대하여

1. 아브라함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 547
1-1. 영원성의 고전적 표상 : 드레이어, 드밀 547
1-2. 종교개혁 : 타르코프스키, 앙겔로풀로스, 소쿠로프 550
1-3. 상징에서 지표로 558

2. 영원과 육체 565
2-1. 신의 실어증 : 자유간접화법, 파졸리니, 장선우 565
2-2. 자유간접화법의 육체적 변주 : 뉴 저먼 시네마와 미국 B 무비 577
2-3. 시간의 환지통 : 마카베예프, 쿠스트리차, 페라라, 비글로우 586

3. 공포영화 594
3-1. 피부와 내장 : 브라우닝, 피셔, 고어, 시체성애 594
3-2. 자가면역과 자가전염 : 좀비, 여귀, 태국유물론 605
3-3. 뇌와 척추 : 비체화, 아르젠토, 카펜터 620

4. 제헌환과 끌개 629
4-1. 삶의 피드백 : 나루세 미키오, 한국 신파, 김수용, 이원세 등 629
4-2. 죽음의 피드백 : 오시마와 이마무라 638
4-3. 죽음충동 비판 : 남기남과 변신교습법 642

5. 김기영 647
5-1. 정충의 잉여가치론 : c + v + s 647
5-2. 계약의 정치경제학 : s / c + v 654
5-3. 공멸의 공황론 : s/v / (c/v + 1) 663

6. 화이트헤드의 네 번째 모험 : 투명막 이론 671
6-1. 표면과 막의 구분 : 흡수란 무엇인가 671
6-2. 합생학자들: 막의 계보학 678
6-3. 변신회로 : 결과 잉접 688

7. 영화의 살결 694
7-1. 점탄성 : 가야코, 사르트르, 마른 공간과 젖은 공간 694
7-2. 색깔 : 괴테, 바바, 퇴색공간과 탈색공간 701
7-3. 할라이드 : 레블, 브래키지, 브라운, 이행준, 분자충동과
분자지성 707

8. 영화의 연극성 724
8-1. 배역과 무대 724
8-2. 무대의 원자화 : 확장영화, 즉흥, 보이지 않는 방 735
8-3. 배우공동체 : 올리베이라, 이오셀리아니, 초인은 하나인가
여럿인가? 741

9. 결론 757
9-1. 원뿔의 합생 : 네 가지 회로 757
9-2. 연극과 영화 : 마늘장아찌와 대표제 민주주의 758
9-3. 영화와 민주주의 773

부록
참고문헌 778
용어표 800
인명 찾아보기 808
영화 찾아보기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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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공간 ― 동시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미학적 실천』(이승민 지음, 갈무리, 2017)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공간’을 키워드로 하여 비평하고 재편성하였다. 이 책은 ‘왜 공간이 부상하기 시작했을까?’에 대한 거시적 물음에서부터 ‘재개발 투쟁과 은폐된 역사를 파헤치는 비판 정신에서 출발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공간은 지금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라는 로컬적 질문까지 아우르면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역사를 공간으로 재편성하는 동시에 2010년 이후 부상한 영화의 공간(들)을 정리해서 공간의 의미를 펼치며 다양한 함의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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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의 영화 천만 표의 정치』(정병기 지음, 갈무리, 2016)

대선에서 경쟁력 있는 제3후보가 적어도 한 명이라도 출마한다면, 1,000만이라는 숫자는 유효 투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해 당선 확정에 근사한 수치다. 2005년 이후 천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들은 권력과 관련되는 내용을 다루었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사회 부조리와 관련된 이슈들을 주로 다루었다.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한국 사회의 정치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문화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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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조성훈 지음, 갈무리, 2012)

씨네마톨로지란 영화(cinema)와 증후학(symptomatology)의 합성어로 들뢰즈가 <시네마> 1권, 2권에서 제시한 이미지 분류학을 말한다. 이미지를 질적 차이에 따라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그러한 분류학은 우리 삶에 어떤 함의를 가질까? 이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2018.09.20 |



보도자료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



우리는 어떻게 공유지를 지향하는 성숙한 협력 경제 생산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자본의 코뮤니즘을 넘어 공유지를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인가?
두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실천들로부터 지구적 공유지 지향 정치경제로 가기 위한
이행 계획을 길어 올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지은이  미셸 바우웬스·바실리스 코스타키스  |  옮긴이  윤자형·황규환  |  정가  16,000원

쪽수  288쪽  |  출판일  2018년 9월 20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Virtus, 아우또노미아총서 63

ISBN  978-89-6195-187-6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29031

도서분류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사회학 4. 문화이론 5. 경제학 6. 정치학

보도자료  190920-NETWORK-보도자료.hwp 190920-NETWORK-보도자료.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P2P 생산은 자본주의 내부의 사회적 진보이지만 보호하고 강화하고 자극하고 진보적인 사회운동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다양한 탈자본주의적 측면과 함께 보아야 한다. 전환점의 한가운데서, 마침 우리가 지지했던 지속가능한 대안이 자본주의적 기회주의의 족쇄를 깨부수고 인간 정신의 더 훌륭한 측면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경제의 도래를 알릴 때가 무르익었다. 자본의 축적을 공유지의 완전한 순환으로 대체해야 할 때이다. ― 본문 중에서



들어가기 : 공유지(Commons)와 현대 사회
(Commons는 한국 사회에서 공통장, 커먼즈, 커먼스, 공유지, 공유재 등 다양하게 번역되어 왔다.)


시장 논리(사적 영역)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공적 영역에 의존하는 대안들이 많은 경우 부패 때문에 주저앉거나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온 역사를 거쳐, 인류는 이제 사적인 것도 공적인 것도 아닌 Commons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Commons가 세계인의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문학, 건축, 예술,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Commons를 활용하는 사례를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2017년 가을 계간 <창작과 비평>의 특집은 ‘커먼즈와 공공성 : 공동의 삶을 위하여’였다.(http://bit.ly/2NmzRNj) 공덕역 인근에 있는 경의선 공유지에서는 “공덕 경의선 부지에 있었던 늘장(2013년 여름~2015년 겨울까지 운영된,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모여 보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자했던 시민들의 장터)이 마포구와 철도시설공단 측의 일방적인 계약 만료에 따라 활동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대안적인 공동체”인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구성되어 새로운 자치구를 선언하고 3년째 활동 중이다.(http://bit.ly/2MLw0nW, http://bit.ly/2ppjFww) 이들이 2016년 11월 27일에 발표한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문」에 따르면 “우리는 쫓겨났다. / 그들은 우리의 오랜 가게가, 집이, 거리가, 세상이 / 자신들의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오늘부터 명령하고 빼앗던 어제의 서울과 작별”하고 “ ‘26번째 자치구’ 만세!”를 외친다.(http://bit.ly/2Oz5JLg)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창작 활동을 가로막는 약탈적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같은 대안 저작권 형태들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 정신을 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온라인 플랫폼”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은 크레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무료 전자책을 공개하고 있다.(http://bit.ly/2Oz6cNw)

블록체인, 오픈소스, 위키, 우버, 에이비엔비 등 Commons와 공유경제가 얽히고설킨 새로운 경제현상들도 우리가 Commons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ommons를 이해해야만 한다.

Q. 이 책에서 말하는 공유지(Commons)란 무엇인가?

A. 공유지의 영역에는 자연자원(수자원, 토지, 물고기 등)뿐만 아니라 정보, 지식, 코드 등의 ‘비물질’ 자원도 포함된다. 심지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규범이나 문화 같은 것들도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유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자원,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 공유지의 순환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용 가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규칙이 그것이다. 즉 공유지는 단순히 아무나 접근하도록 내버려 둔 자원 또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에 의해 순환되고, 관리되는 자원 또는 공간이다.

Q.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공유지(Commons)를 지향하는 협력 경제는 어떻게 다른가?

A.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선의로 베풀던 사회적 행위를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게 하고, 수수료 형태로 가치를 추출해 간다.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은 공유지(Commons)를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공동체적 활동을 상품화한다. 그런 점에서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공유경제를 가리켜, 공유가 없는 경제라고 지적했다.

Q. 한국사회와 공유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A. 저자들은 산업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일어났던 인클로저(울타리치기) 운동과 현대의 사회현상들을 비교하면서, 오늘날 인지자본주의는 모든 공유지(Commons)의 박멸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있고 공유지가 소멸해 가는 속도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다. 물론 그 반대 방향으로 마을 공동체 운동, 도시 공유지 운동,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를 통해 새로운 공유지를 형성하거나 공유지를 복원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공유지 소멸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그 범위도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생존하기 위한 자원과 인간답게 살기 위한 문화대부분을 시장에서 충족시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거나, 있다고 해도 불안정하기에 시장을 통한 자원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부/빈곤의 양극화가 아주 심한 사회에 속한다. 어쩌면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가 말하는 ‘가치의 위기’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지역 커뮤니티와 호혜적인 공동체의 문화를 모두 뿌리 뽑아 가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와 ‘성장’만을 외쳐온 탓이다. 따라서 ‘탈성장’을 넘어 ‘대안 성장’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들의 협력 경제로의 이행 계획이 한국 사회에 지금 반드시 필요하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간략한 소개


오늘날 세 개의 가치 모델이 경쟁 중이다. 노동 가치와 재산권에 기초한 산업자본주의,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그 안에는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인지자본주의, 새롭게 부상 중이지만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행 계획을 필요로 하는 P2P 생산 모델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공유지를 지향하는 성숙한 P2P 생산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자본의 코뮤니즘이 아닌 공유지(Commons)를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인가? P2P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두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실천들로부터 지구적 공유지 지향 정치경제로 가기 위한 이행 계획을 길어 올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P2P 생산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출현한 진보이지만, 진보적인 사회운동에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탈자본주의적 측면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지배 시스템은 지속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에 처했다.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선 우리는, 자본의 축적을 반드시 공유지의 순환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상세한 소개


출구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 생태 위기와 가치 위기의 시대

저자들은 오늘날 생태 위기와 가치의 위기를 야기하면서 지속가능성 자체를 의심 받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협력 경제’를 제시하고 있다. 생태 위기는 산업자본주의 정치경제가 전제로 삼고 있는 두 가지 역설적인 가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구는 자원과 생태적 수용능력이 한정되어 있는 행성임에도 우리는 마치 지구가 무한정 풍요로운 곳인 것처럼 생각하며 개발과 경제 성장에만 치중해 왔다. 그 결과로 지구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태 위기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은 지식과 정보가 마치 희소한 자원인 것처럼 여기며 거기에 울타리를 치는 지적재산권에 의해 저지되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한편 가치의 위기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에서 기인한다. 디지털 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무보수 기여 활동에서 교환 가치를 뽑아내면서도 가치의 직접적 생산자인 사용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기다. 네이버, 다음, 유투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곳들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P2P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지만, 플랫폼을 구성하는 기술적 층위에서는 사람들이 생산한 콘텐츠나 주목(attention)을 돈으로 바꿔낸다. 또한, 이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자 플랫폼의 설계를 통해 어떤 행동은 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특정한 행위는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모델이 현재 부상 중이다

P2P란 Peer-to-peer의 줄임말로 직역하면 “동료(또래)에서 동료(또래)로”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흔히 인터넷 기반 파일 공유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초기 인터넷이 P2P 형태를 취했다. 저자에 따르면 “P2P는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두 당사자가 서로 동일한 능력을 갖는 의사소통 네트워크로 정의”할 수 있고, “분산형 네트워크에서 출현하는 관계 역학”이다. 요차이 벤클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공유지 기반 P2P 생산이 시장의 부속물 같은 것으로 출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주목한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의 저자들은 생태 위기와 가치 위기를 가져온 산업자본주의인지자본주의의 가치 모델과 경쟁하면서 새로운 생산양식으로서 지배력을 갖기 위해 부상 중인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모델(CBPP)”에 주목한다. 이 책은 P2P 생산이 점점 더 생산의 일반적인 양식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P2P 생산이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에 포섭되지 않고 공유지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P2P 생산의 기술적, 법적, 문화적 인프라를 활용해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이 될 ‘협력 경제’로 이행하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계획을 제안하는 것이다. P2P 생산은 자본주의 경제 내에서 출현한 현상이므로, 저자들은 이를 “자본주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행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2018년 3월 15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페이스북의 이익은 누구 몫이어야 할까?」(번역 박형준)에 의하면, P2P 생산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P2P가 가능케 한 관계는 ‘커먼스 기반 P2P 생산(commons based peer production)’의 출현을 일으켰다. 이 표현은 법학자인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만들었는데,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리킨다. P2P 인프라는 개인들이 소통하고 자율적으로 조직하며, 그 결과로서 디지털 커먼스 형태로 지식,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비경합적 사용가치를 공동으로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그리고 리눅스, 아파치 서버, 모질라 파이어폭스, 워드프레스와 같은 무료 및 오픈 소스 프로젝트와 위키하우스, 렙랩(RepRap), 팜핵(Farm Hack)과 같은 개방형 디자인 커뮤니티를 생각해 보면 된다.”

P2P 생산 라이선스와 파트너 국가에 주목하라

저자들은 기술 낙관론자들과 달리 P2P 기술이 이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P2P 생산이 기존 소유권 체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성과가 개인이나 소수에게 귀속되고 결국 자본의 회로에 갇히는 일은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IBM이라는 거대 기업의 성장을 도운 리눅스가 그 사례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히 긴급한 것은 오늘날 그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기존의 독점적인 지적재산권법 및 저작권법을 대체할 P2P적 소유권 체계라고 강조한다. P2P적 소유권 체계란 공유지에 기여하는 사람 또는 공유지에 기여하는 기업은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P2P 생산 라이선스와 같은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P2P 생산 라이선스는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의 저자 드미트리 클라이너가 제안한 것으로, “상업적 이용은 허용하지만, 그 근간에는 호혜성에 대한 요구가 깔려 있다.” 다시 말해서 “해당 라이선스 및 공유지에 기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기여하지 않고 사용하기만 하려는 영리 기업들에는 라이선스 비용을 청구한다.”(264쪽)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가치 모델을 위한 미시적 조건이 P2P 생산 라이선스 같은 제도라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저자들은 ‘파트너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는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국가’와 대조적이다. 파트너 국가는 공유지의 영역을 보호하고, 공유지를 지향하는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주도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단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 가치를 획득하는 플랫폼 기업 vs. 점점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는 우리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는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은 책임에도 새로운 생산양식과 가치 모델로 이행하기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요소 대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맑스주의와 슘페터리안의 시각을 통합하여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중반부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IBM, 에어비앤비, 킥스타터 등의 잘 알려진 플랫폼 기업들이 어떤 가치 모델을 따르고 있는지를 한눈에 그려 보이면서, 이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 내부의 대안적 가능성까지 짚어내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저자들이 제시하는 이행 계획은 앞으로 새로운 가치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굵직한 요소들을 짚어주고 있다. 특히 공유지를 지향하는 P2P 생산 가치 모델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복탄력성 공동체와 지식, 코드, 디자인 등을 주 대상으로 삼는 인터넷상의 지구적 공유지를 함께 다루는 것이 이 책의 특별한 점이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와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의 모순을 고스란히 안은 채, 지금은 다시 4차 산업혁명 담론과 함께 새로운 기술적 국면을 맞고 있다. 언론은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보틱스 등의 기술이 일자리의 대부분을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매개로 한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단지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 디자이너, 콘텐츠 생산자들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획득하는 중이다. 이런 한국의 상황에서 미셸 바우웬스와 바실리스 코스타키스의 이행 계획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라기보다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조언이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추천사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미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새로운 생산양식(‘P2P 생산’)의 씨앗 형태인 커먼즈(commons, 공유지)의 확대 및 개화를 통해 탈자본주의로, 대안근대로 나아가는 길을 탐색·제시하고 있다. 이 길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그 핵심 원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근대를 구성하는 두 체제인 국가(‘공적인 것’)나 자본(‘사적인 것’)의 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3의 길이다. 이 길은 그것이 인간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인 동시에 자본과 국가가 망쳐놓은 지구의 삶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이기에 지금 우리에게 더없이 절실하다.

― 정남영(독립연구자, 커먼즈 번역 네트워크)


현재의 기술혁명이 20세기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형태의 경제 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일이다. P2P 생산과 커먼즈 경제 형태를 오래도록 이론적 실천적으로 발전시켜온 저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유토피아와 과도한 비관론이 난무하는 현재의 어지러운 담론장에서 분명한 등대의 역할을 한다. 그 등대가 영구히 정박할 수 있는 항구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우리 배의 방향타를 맞추어야 할 곳임은 확신한다.

―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이 책은 오늘날 야만의 자본주의 체제에 심대한 파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그리고 궁극에는 공생공락의 범지구적 삶의 협력적 비전 구상이 가능할 수 있음을 설파한다. 저자들이 언급하는 공유지 구상의 힘은 무엇보다 물질-정보-지식 자원 간 상호 관계성을 강조하는 데, 그리고 공동체 조합주의적 전망을 넘어서서 보편사회적 전망을 제시한 데 있다.

― 이광석 (『데이터 사회 비판』 지은이,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미셸 바우웬스 (Michel Bauwens, 1958~ )

P2P 재단의 창립자, 대표, P2P 이론가. 기술과 문화, 사회혁신을 탐구하는 연구자, 저술가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P2P 생산과 거버넌스, 재산권에 대해 연구한다. 2014년 에콰도르 정부의 공유지 이행 계획을 개발한 FLOK 소사이어티 연구 책임자였다. P2P와 공유지를 새롭게 출현하는 패러다임이자 탈자본주의적 세계로 가기 위한 기회로 보면서 워크숍과 강연을 계속해 왔다. 현재 태국 치앙마이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갈무리, 2018), 『탈자본주의를 위한 P2P로 세상을 구하라』(공저, 2013) 등이 있고 P2P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바실리스 코스타키스(Vasilis Kostakis, 1985~ )

P2P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P2P Foundation의 핵심 멤버다. 2016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디지털 커뮤니티 부문 골든니카상(Golden Nica for Digital Communities)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유럽 연구위원회로부터 디지털 공유지와 지역 제조업 기술의 융합에 대한 4년 연구 보조금을 수여했다. 학자, 활동가, 사회 혁신가 등으로 구성된 학제간 연구팀과 함께 디지털 기술로 상호 연결된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에 관해 연구중이다. P2P 생산과 데스크톱 제조업, 디지털 공유지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옮긴이

윤자형(Yun, Jahyong)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에서 공유지와 제작문화에 관한 전공수업을 듣고 흥미를 느껴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한국의 정보화 과정, 디지털 플랫폼과 노동의 새로운 형태 등을 탐구 중이다.


황규환 (Hwang, Kyuhwan)

글로벌 기업 및 산업의 기술혁신 활동 과정과 정부의 기술산업 정책을 통한 주권 행사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 박사과정에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 정책을 연구 중이다.



책 속에서 :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한국은 현재 지구상에서 디지털로 가장 촘촘히 서로 얽혀 있는 국가이자, 동시에 독재 권력에 저항해 온 역사를 지닌 나라이기에 우리의 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다는 점은 특별히 기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2쪽


비트코인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코드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통화들이 겪는 문제를 전혀 겪지 않는 “무당파적인 통화”(Varoufakis, 2013)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에 새롭게 떠오르는 거버넌스 구조의 징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비트코인의 전체 논리가 다른 통화들의 주요 규칙을 따르는 것 역시 볼 수 있다.

― 5장 분산형 자본주의, 68쪽


전통적인 소유권의 이해와 대조되는 공유지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누구도 어떤 특정한 자원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통제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Benkler, 2006).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부분의 것들과 달리, 공유지는 전통적 의미에서 사적이지도 공적이지도 않다(The Ecologist, 1994, p. 109).

― 3부 성숙한 P2P 생산의 가설적 모델, 81쪽


맑스(Marx, 1979)가 상업 자본주의와 공장 자본주의의 초기 형태가 봉건 질서 내부에서 발전했다고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 생산 양식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발전 중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변화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즉 ‘사회주의적’ 대안이 아닌 공유지 기반의 방식으로 다시 의제에 오른다.

― 8장 지구적 공유지, 105쪽


P2P 생산 라이선스와 같은 공유지에 기반한 호혜주의적 라이선스가 단지 가치의 재분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생산양식의 변화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는 일은 중요하다. … 과거의 이행과 마찬가지로, 최초 대항 경제의 존재와 대항 헤게모니 세력들에게 할당할 자원의 존재는 분명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변화에 필수적이다.

― 9장 공유지를 지향하는 경제와 사회를 향한 이행 제안, 135쪽


보편적 기본 소득과 같이 임금 노동과는 독립적인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P2P를 통해 사용가치를 생성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 기본 소득은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인간 공동체에 중요한 것이 되어줄 새로운 사용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유용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 1. P2P 생산의 정치경제학, 197~198쪽


노예제에서 봉건제로의 이행과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동 사이에서는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가지 체계 모두 압축 성장의 위기에 직면한다. 즉 전자의 경우 로마 제국의 확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었으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체계는 환경과 자원 위기에 직면해 있다.

― 2. P2P 생산 속 계급과 자본, 247쪽


현재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완전한 공유를 허용하는 공개 라이선스는 자본의 코뮤니즘을 창출한다. 이는 개방된 지식, 코드, 디자인이 속한 영역이며, 현존하는 지배적 정치 경제에 포괄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영역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P2P 생산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자율적인 P2P 생산의 영역이다.

― 3. 개방형 협력주의를 향하여, 277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표 차례 11
약어표 12

서문 13

1부 이론적 프레임 15
1장 창조적 파괴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 16
2장 역사의 종언을 넘어서 : 경쟁 중인 세 가지 가치 모델 29
3장 P2P 인프라 : 두 개의 축과 네 개의 사분면 38

2부 인지자본주의 46
4장 넷위계형 자본주의 51
5장 분산형 자본주의 64
6장 신봉건적 인지자본주의 혼합 모델의 사회적 역학 73

3부 성숙한 P2P 생산의 가설적 모델 : 공유지 지향 경제와 사회를 향하여 79
7장 회복탄력성 공동체 94
8장 지구적 공유지 103
9장 공유지를 지향하는 경제와 사회를 향한 이행 제안 123

결론 144

참고문헌 151

보론 : P2P와 공유지 기반 협력 경제 163

1. P2P 생산의 정치경제학 164
P2P와 시장 : P2P의 내재적 성격 대 초월적 성격 184

2. P2P 생산 속 계급과 자본 202
서론 203
정의 204
P2P 생산의 내재적 측면과 초월적 측면 207
P2P 생산과 자본 234
P2P 생산에서의 계급 투쟁 241
P2P와 사회 변화 245
참고문헌 관련 노트 : 유용한 서적들 250

3. 개방형 협력주의를 향하여 256
1. 역설 259
2. 대안 263
3. 논의 270
4. 결론 277

감사의 말 280
옮긴이 후기 282
찾아보기 286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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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새로운 공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공유인을 위한 안내서』(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배수현 옮김, 갈무리, 2015)

우리 주변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공유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공유 사례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공유의 역사와 현재의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서, 삶의 방식으로서 공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공유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우리가 공유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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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코뮤니스트 선언』(드미트리 클라이너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4)

저자는 벤처 코뮤니즘의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자본주의 내로 문화를 포획하려 하는, 자유소프트웨어와 자유문화에 대한 기존의 자유주의적 관점과 카피라이트(copyright) 체제에 대해 비판한다. 클라이너는 카피파레프트(copyfarleft)를 제안하면서, 또래생산 라이선스의 유용한 모델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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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카르타 선언 ― 모두를 위한 자유권들과 커먼즈』(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2012)

저명한 역사가 E. P. 톰슨의 제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대표작.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제(專制)를 제한해 온 방책들 ― 인신보호영장, 배심재판, 법의 적정 절차, 고문 금지 그리고 커먼즈(the commons) ― 이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역사 속에서 잊힌 <삼림헌장>을 복원함으로써 커머닝의 역사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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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2018.09.05 |



보도자료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반영에서 회절로

저자 민경숙 교수의 24년 도리스 레싱 연구의 결산!
20세기의 인간을 ‘폭력의 후예’로 규정하면서 ‘억압된 여성의 현실과 그에 대한 저항을
잔인하지만 다정하게 그려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이
21세기에 들어서서 인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지은이  민경숙  |  정가  23,000원  |  쪽수  408쪽

출판일  2018년 8월 31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2

ISBN  978-89-6195-185-2 03800   |  CIP제어번호  CIP2018027085

도서분류  1. 문학 2. 영문학 3. 문학비평 4. 작가론 5. 철학 6. 미학 7. 페미니즘

보도자료  도리스레싱-보도자료-20180911.hwp 도리스레싱-보도자료-20180911.pdf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레싱은 현대생물학이나 현대물리학을 이용하여 인문사회학적 개념들을 보강하면서 인문사회학적 연구와 과학적 연구가 융합된 사고를 하도록 제안한다. 그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유사한 상들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소설에서 벗어나 현실 뒤에 숨겨진 이질적인 상들을 가시화하는 회절 방식의 사변소설로 나아간다.



들어가기 :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19호실로 가다』는 2017년 가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도리스 레싱의 책이다. 이 책은 정희진, 이다혜, 최은영 등의 학자, 비평가, 소설가 들이 추천한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집이다. 1919년 페르시아(현 이란)에서 태어나 2013년 타계한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은 『19호실로 가다』를 비롯하여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억압을 그린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단편 「19호실로 가다」는 1963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1970년대 이후 좀더 보편적이 될 페미니즘적 사유들을 한발 앞서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호실로 가다」와 같은 작품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레싱이 1960년대에 발표한 작품 속에서 포착한 삶의 불안, 특히 여성의 불안하고 억압된 삶의 조건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레싱의 작품 중에는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독해가 가능한 작품들이 많기는 하지만, 후기의 레싱은 우주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은 여러 편의 과학소설 및 판타지 소설을 썼고, 제국주의, 식민주의 문제와 오늘날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한 차별, 특히 자신과 같은 여성 노인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열정적으로 탐험했던 작가이다. 그녀가 작품 속에서 다룬 주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곧은 지성의 힘이 느껴진다. 오늘날까지 레싱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유, 또 나아가 2007년에 레싱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간략한 소개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은 영문학 연구자이자 용인대학교 전임교수인 저자 민경숙이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저자 민경숙은 2004년에 10여 년간 도리스 레싱의 전기(前期) 작품을 연구하여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동문선, 2004)이라는 첫 비평서를 출간하였다. 그리고 14년 후 도리스 레싱의 후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이번에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갈무리, 2018)을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수십 년간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를 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1919~2013)은 영국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작사가, 전기 작가, 단편소설 작가로,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올해 7월 그의 단편선 『19호실로 가다』(문예출판사)가 출간되어 여성의 억압된 일상을 그린 작품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1980년대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레싱 읽기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에는 『황금 노트북』이라는 작품의 독특한 구조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주목받으면서 레싱은 선풍적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레싱 자신은 ‘페미니스트’라는 특정한 정체성으로 분류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레싱은 남성/여성, 백인종/유색인종, 등등 이항대립을 통한 억압관계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제2, 3, 4지대의 결혼』에서 주인공이 페미니즘의 이상향이라고 볼 수 있는 제3지대를 버리고 남성, 여성의 구분이 없는 제2지대로 가는 것에서 레싱의 이런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저자 민경숙에 의하면, 이 비평집은 레싱의 의도를 좇아 레싱이 그리는 이상적인 삶의 태도, 작가의 소명, 세계관에 초점을 맞추어 레싱의 작품을 읽으려 한다. 레싱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재현하는 사실주의적 작품을 쓰도록 요구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과감히 저버리고 현실 뒤에 감추어진 여러 가능성을 캐내어 보여주는 사변소설을 끝까지 추구하였다. 이 저서는 레싱의 후기 작품들이 어떤 점에서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지를 보여주려는,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의 열렬한 독자이자 충실한 연구자인 저자 민경숙 교수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이 주목한 도리스 레싱의 얼굴들


도리스 레싱과 우주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들의 목록을 잠시 훑어보더라도 우리는 우주를 소재로 하거나 판타지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재의 고갈’ 때문일까? ‘오늘날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기’ 때문일까? 도리스 레싱은 일찍이 소설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벽 속 공간’에 무의식 세계가 있다고 상상하여 그 속에 들어가 청소하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 우주에 세 제국이 있고 지구는 그 제국의 식민행성이라고 설정하면서 지구가 오늘날 멸망 직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복잡한 관계를 사유한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유럽 즉 서양문명이 멸망한 미래를 무대로 각양각색의 아프리카인들이 다민족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라와 댄』 연작, 먼 과거로 돌아가 태초에 여성만이 존재했고 후에 남성이 태어나 여성이 남성에게 주도권을 양도하게 되는 과정을 상상한 『클레프트』, 이렇듯 레싱의 후기(後期) 작품들의 상상력은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사유를 선물한다. 그러나 독자들과 비평가들은 레싱이 사실주의 작품에서 판타지나 과학소설로 전향했다고 그녀를 비난하였고, 레싱은 다시 사실주의 작품을 썼다. 하지만 레싱은 그 작품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와 『노인이 할 수 있다면』을 이번에는 ‘제인 소머즈’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여 그 작품이 레싱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출판계와 비평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소위 ‘제인 소머즈 스캔들’이다.

도리스 레싱과 다양한 관계성

우리에게는 모두 부모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한 자식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집안마다 상세한 내용은 다르더라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엉켜진 실타래인 경우가 많다. 도리스 레싱과 어머니의 관계, 레싱과 자식 간의 관계가 그런 경우이다. 전기 작품들보다는 덜하지만 후기 작품들에도 그러한 관계로 인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어머니와의 관계를 레싱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결과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에서는 그것을 노인들, 특히 초고령 여성들에 대한 이해로 확장시키고 있다. 『다섯째 아이』와 『세상 속의 벤』은 어느 가정에 태어난 ‘못난 아이’ 그래서 ‘버려진 아이’ 벤의 삶을 추적하면서 비정한 현대 사회를 폭로한다. 사실 레싱은 자신을 ‘못난 아이’ 그래서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싱은 비평가들로부터 위대한 페미니스트 작가로 평가되어 왔지만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과 『클레프트』를 읽어보면 레싱이 여성/남성이라는 이항대립을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사유를 전개하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레싱에게 남자와 여자는 다른 존재이며 둘 다 부족하므로 서로 돕고 보완해야 할 존재이다.

도리스 레싱과 사변소설

레싱은 정규 교육을 마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죽음과 인종의 멸종, 환생 등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원자물리학과 사회생물학 등 현대 과학과 연결 지어 풀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지리학이라는 학문의 단편성을 꼬집고 역사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모든 지식이 상황적 지식임을 증명한다. 레싱의 작품은 이처럼 ‘포스트모던’ 성격을 짙게 보여준다.

본 저서는 고령의 레싱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고령에 이른 작가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야가 넓고 길다. 또한 작가로서의 소명의식에 대한 생각도 깊다. 레싱에 따르면 작가란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하며, 특히 동시대의 문제를 폭로하고 경고해야 한다. 레싱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상상력으로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저자 인터뷰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깊이 읽기


Q. 선생님께서는 2004년에 출간한 첫 도리스 레싱 연구서인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을 위해 연구하신 기간을 포함하여 이번에 출간하는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총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도리스 레싱을 연구하게 되셨는지, 도리스 레싱 연구를 계속해 오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 박사 논문은 조셉 콘래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콜로니얼리즘, 특히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소설 강의를 하던 중 레싱의 첫 작품 『풀잎은 노래한다』를 가르치게 되었고, 레싱의 강력한 저항의지, 반항심, 아프리카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인해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레싱을 놓지 않은 이유는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 등 여성인권,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레싱은 1960년대 질풍노도의 영국을 목격한 사람입니다. 이때에는 오늘날의 한국처럼 영국이 이념대립, 핵무기반대운동, 세대 간의 대립, 여성해방운동, 환경운동으로 거리가 매일 시끄러웠던 시기입니다. 누구보다도 저항심, 반항의식이 컸던 레싱이지만 영국의 소요사태를 겪으면서 저항심과 반항의식을 초월하게 된 듯이 보이며 인간의 기초적인 것, 즉 마음의 평형,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조화 등 다소 동양적인 사상으로 서양의 이항대립적 사고를 뛰어넘으려 하였습니다. 레싱은 이기적인이고 개인적인 자기주장보다는 전체 속에서 부분을 보는 전체론적 사고, 입장을 바꾸어 놓고 사고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Q.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은 아직 국내에 많이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골라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그 작품을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다음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대문의 도시』 는 사실주의 작품에서 사변소설로 진입하는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며 레싱의 전체 사상을 보여줍니다.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은 남녀관계에 대한 레싱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제8행성의 대표만들기』에서는 죽음과 멸종에 관한 레싱의 동양적 사고와 현대 과학의 만남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 초고령인들을 위한 복지문제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클레프트』는 태초에 여성만 있었고 후에 돌연변이로 남성이 태어났다는 의식 전환의 발상으로 남녀관계를 파헤치고 있으며 신화/역사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전복시킵니다.

Q. 레싱이 우주, 과학소설 같은 테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아프리카에서 밤하늘을 주시하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면서 하늘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는 어떤 존재를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사고 또한 이때 갖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레싱이 어렸을 때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제국주의적 국가였습니다. 여기에서 사고를 확장하여 지구를 식민행성으로 두고 있는 카노푸스 제국을 상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짐바브웨라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식민자라는 갑의 입장으로 살다가 영국으로 귀화하면서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 것 또한 역지사지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서 좀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사변소설이란 작가가 갖고 있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변증법적 사고를 갖고 있던 레싱이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에서 제3지대와 제4지대를 결합시키고 그 후 제4지대와 제5지대를 결합시킨 후 각각의 결과를 다시 결합시키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념소설과 다른 점은 여기에 판타지, 과학소설 등의 상상적 요소가 첨가된다는 것입니다. 판타지나 과학소설은 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만 결국에는 현 세계를 비판하고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구상된 세계입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민경숙 (Minn Kyung-Sook)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전공)과 불어불문학(부전공)을 수학한 후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비교문학(영문학과 불문학)으로 DEA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다가, 1995년 용인대학교에 전임강사로 위촉되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박사 논문은 「콘라드, 플로베르와 모파쌍: 문학적 영향과 실제」이며, 주요 역서로는 『해체비평』(크리스토퍼 노리스, 한신문화사), 『과학과 젠더』(이블린 폭스 켈러, 동문선),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다나 해러웨이, 동문선), 『한 장의 잎사귀처럼』(다나 해러웨이, 갈무리), 『겸손한_목격자@제2의_천년.여성인간ⓒ_앙코마우스TM를_만나다』(다나 해러웨이, 갈무리)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조셉 콘라드』(건국대학교출판부), 『도리스 레싱: 20세기 여성의 초상』(동문선)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2007년 레싱은 페미니즘적 과학소설인 『클레프트』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페미니즘 학계에서 혹평을 받고 과학소설계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레싱은 인간의 최초의 선조가 여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이었던 인간의 선조가 어떻게 양성兩性 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설로 구성하였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소설가인 어술라 르귄은 《가디언 리뷰》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남성성의 충격 때문에 깨어나 점점 의식이 고양되는 지각없는 여성들의 이야기, 즉 잠자는 공주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혹평하였다.

― 1장 서론, 49쪽


레싱은 무엇보다도 판타지와 과학소설이라는 비현실적인 장치를 이용하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유아 시절부터 초로의 여인의 모습까지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담아내는 성공적인 자서전을 쓸 수 있었다. 『폭력의 아이들』의 다섯 권에서 다루었던 넓은 시간대를 한 권에 담으면서도 각 시간대의 문제와 토론거리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 2장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 93쪽


고령에 다다른 레싱은 이제 개개인이 아닌 종으로서의 인간을 보다 멀리서 보다 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선한 하나님을 포함한 선한 권위를 인정하는 듯이 보이며, 3차 세계대전을 겪을 지경에까지 이른 지구인 전체에게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자신들을 우주 밖에서 보듯이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인간의 운명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듯이 보인다.

― 3장 『시카스타 : 식민화된 제5행성에 관하여』, 133쪽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의 양극성을 겪은 후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궁극적으로는 젠더를 초월하는, 혹은 젠더에서 해방되어 제2지대로 나아가는 여주인공을 상상하였다. 또한 정신세계의 나태함이 동식물계의 전반적인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정하여 몸과 정신세계가 떨어질 수 없는 하나임도 주장하였다. … 궁극적으로 레싱의 여성적 비전은 모든 인간을 위한 비전이자 동식물 더 나아가 무생물까지 아우르는 우주적 비전이다.

― 4장 『제3, 4, 5지대 간의 결혼』, 158쪽


레싱은 2008년 정확히 89세의 나이에 『알프레드와 에밀리』의 출간을 끝으로 소설 쓰기를 중단하였다. 과학소설 연작을 발표하고도 25년간 글을 쓴 뒤의 일이다. … 레싱이 과학소설 연작을 끝마치고 제인 소머즈라는 필명으로 쓴 두 개의 소설도 ‘노년’을 주제로 삼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도전인 과학소설 연작을 집필한 후 엄청난 비판에 맞서게 된 이 작가는 이제 또 고령의 사람들 특히 ‘타자 중의 타자’인 노년의 여성이 사회에서 얼마나 “쓰레기”처럼 대접받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또 하나의 도전을 감행한다.

― 7장 과학소설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244쪽


이 작품에서 제인은 젊은 세대들을 교육시키는 과제에 도전하면서 초고령 여성들의 문제와 십 대의 문제들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나 인간은 탄생, 유년시절, 청년시절, 중년시절, 그리고 노년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연속체’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은이와 노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면서 서로 차별하고 비난한다. 레싱은 중년의 제인을 모디, 애니, 일라이자의 노년층과 두 조카 질과 케이트 등 십 대들 간의 연결고리로 만들 생각이었고, 이 세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삶을 ‘연속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보도록 제시할 생각이었다.

― 8장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277쪽


이제 어느덧 80세라는 고령에 이른 레싱은 다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과거의 지구가 아닌 수천 년이 흐른 뒤 다시 빙하기가 찾아온 미래의 지구, 특히 오늘날의 유럽인 예럽이 얼음으로 뒤덮여 인간의 서식지가 이프릭/아프리카로 제한된 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아프리카의 마혼디족의 어린 여자아이 마라와 남동생 댄의 시각으로 세상을 조명한다. 즉, 아프리카인의 시점에서 이 작품을 쓰고 있다.

― 10장 『마라와 댄』과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317쪽


레싱은 『우리가 살기로 선택한 감옥』에서 작가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역사가처럼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대를 평가해야 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른 눈’으로, 즉 우리 자신을 초연한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작가적 소명의식을 피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해러웨이가 설명하는 회절 개념의 실천적 적용이다.

― 12장 결론, 373쪽



목차


감사의 글 4
약어표 15

1장 서론 : 60년간의 비평적 수용을 통해 본 레싱의 노벨상 수상의 의미 16
1. 들어가면서 16
2. 1969년까지의 비평적 수용 : 모더니즘의 권위와 그에 대한 반발 18
3. 1970년대의 비평적 수용 : 진화하는 비평과 여과되는 독자 26
4. 1980년대의 비평적 수용 : 레싱의 반격과 비평계의 수모 32
5. 1990년대의 비평적 수용 : 오독의 책임에 관한 공방 41
6. 오늘날의 비평적 수용 : 레싱 연구의 부활 가능성 47
7. 나가면서 : 이 시대의 위대한 무당에 대한 마지막 예우 53

1부 벽 속 공간으로 상상력을 확장하다 62

2장 『어느 생존자 의 비망록』 : 차이, 변화, 해방의 모색 66
1. 들어가면서 66
2. 차이의 공간으로서의 판타지 71
3. 변화의 공간으로서의 과학소설 79
4. 판타지의 또 하나의 역할 : 해방의 공간 만들기 86
5. 나가면서 92

2부 우주인의 시각으로 지구를 바라보다 95

3장 『시카스타 : 식민화된 제5행성에 관하여』 : 레싱의 ‘실낙원’과 ‘복낙원’ 102
1. 들어가기 102
2. 과학적 우주관을 통한 인류 탄생 및 타락 신화의 탈신화 작업 108
3. 대안 역사 형식을 통한 오늘날의 병폐현상 진단 119
4. 유토피아 소설 형식을 통한 복낙원 124
5. 나가기 130

4장 『제3, 4, 5지대 간의 결혼』 : 레싱이 제안하는 여성적 비전 134
1. 들어가기 134
2. 경계 짓기 : 여성성 대 남성성 137
3. 경계 허물기 : 성의 변증법 147
4. 레싱의 여성적 비전 154

5장 『시리우스 제국의 실험』에 나타난 진화에 관한 시각 159
1. 들어가기 159
2. 세 제국의 사회생물학 실험 165
3. 시리우스 제국의 영적 진화 178
4. 나가기 186

6장 『제8행성의 대표 만들기』 : 현대 과학을 이용한 ‘죽음’과 ‘멸종’에 관한 해석 190
1. 서론 190
2. 현대 생물학 : 의식이나 정보 유전의 과학적 근거 194
3. 현대 물리학 : 육화 혹은 환생의 과학적 근거 205
4. 결론 212

7장 과학소설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 도리스 레싱의 문학적 도약 217
1. 들어가기 217
2. 개인을 넘어서다 220
3.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227
4. 의식을 확장하다 234
5. 나가면서 242

3부 사회의 약자에게 눈을 돌리다 245

8장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 현대 사회의 소수자 그룹, 초고령 여성 251
1. 들어가기 251
2. 노인 여성과 초고령 여성 254
3. 초고령 여성과 가정 261
4. 여성 노인, 사회, 그리고 사회복지 267
5. 나가기 274

9장 도리스 레싱의 ‘그로테스크’ : 『다섯째 아이』와 『세상 속의 벤』을 중심으로 278
1. 들어가기 278
2. 『다섯째 아이』 : 억압된 ‘내부의 타자’의 이미지로서의 그로테스크 281
3. 『세상 속의 벤』 : 배척당하는 ‘외부의 타자’의 이미지로서의 그로테스크 292
4. 나가기 304

4부 먼 미래와 먼 과거에서 오늘을 조명하다 308

10장 『마라와 댄』과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 포스트콜로니얼 사변소설과 ‘유목적 주체’의 형상화 314
1. 들어가기 314
2. 『마라와 댄』 : ‘유목적 주체’로서의 공간 이동 319
3.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 과거 역사의 보존 및 기술에 관한 시각의 진화 329
4. 나가기 337

11장 『클레프트』 : 신화와 역사 사이의 흐린 경계지대 341
1. 들어가기 341
2. 주체에서 타자로의 전환 : 주체성의 상실인가 혹은 양도인가? 343
3. 그녀의 신화에서 그의 역사로의 전환 360
4. 나가기 366

12장 결론 : 반영에서 회절로 비상하다 370

출처 375
도리스 레싱 연보 376
참고문헌 379
찾아보기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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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잎사귀처럼 - <사이보그 선언문>의 저자 다나 J. 해러웨이의 지적 탐험』(다나 해러웨이 외 지음, 민경숙 옮김, 갈무리, 2005)

동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 문화비평가로 널리 알려진 다나 J. 해러웨이와 예술비평가이자 해러웨이의 제자인 사이어자 니콜스 구디브의 대담집이다. 199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Fleshfactor'에 실린 것을 책으로 출간했다. 영장류학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 사이보그 페미니즘 이론 창시,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화비평 등으로 페미니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해러웨이의 이론이 나오게 된 전기적 배경을 대담을 통해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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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노동자』(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 이영주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2018.08.17 |



보도자료 


피와 불의 문자들

In Letters of Blood and Fire



노동, 기계, 화폐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노동, 기술, 화폐의 양상들을 맑스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피와 불의 문자들을 다시 불러오고 있는 21세기 자본주의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지은이  조지 카펜치스  |  옮긴이  서창현  |  정가  27,000원  |  쪽수  480쪽

출판일  2018년 8월 16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45*210)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62

ISBN  978-89-6195-183-8 9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23141

도서분류  1. 정치학 2. 경제학 3. 철학 4. 문화비평 5. 사회운동 6. 정치사상

보도자료  180815-피와불의문자들-보도자료.hwp 180817-피와불의문자들-보도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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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하게 출판된 조지 카펜치스의 이 책은 지난 30년간의 자본의 변형에 대한 날카롭고도 단호한 분석을 제공해 주고,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고전적 작품들을 재독해한다. 그것들은 가치 투쟁의 전선(前線)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부단한 경계심을 일깨워준다.
맛시모 데 안젤리스, 『역사의 시작』의 저자, 웹저널 『공통인들』의 편집자

조지 카펜치스는, 1960년대의 미국 시민권 운동에서 1970년대 유럽 자율주의 운동에 이르는, 1980년대 석유 호황기 나이지리아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1990년대 사빠띠스따의 엔꾸엔뜨로[대륙간회의]에 이르는,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공통장들을 위한 프레카리아트의 투쟁에 이르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정치 철학자다. 우리 시대의 역사가인 카펜치스는 20세기의 정치적 지혜를 21세기로 가지고 온다. 여기에 우리 시대에 딱 맞는 자본주의 비판과 프롤레타리아트 이론이 있다.
피터 라인보우, 『마그나카르타 선언』의 저자, 『히드라』의 공저자



『피와 불의 문자들』 간략한 소개


칼 맑스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16세기에 공통의 것이었던 토지, 숲, 물로부터 내쫓기 위해 사용된 ‘피와 불의 문자들’ 속에 있다고 말했다. 카펜치스는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서, 21세기의 자본주의 연대기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정보 테크놀로지, 비물질적 생산, 금융화, 세계화가 자본주의의 폭력적 기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를 개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의 시기는 사회경제적 새로움의 단계를 보여주기는커녕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에 대한 피와 불로의 회귀의 시대를 보여준다.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전쟁과 위기의 주제들은 이 책을 관통하며, 저자는 그것들에 특별한 강조점을 둔다. 이 책은 자본이 세계적 규모로 폭력을 영속화하고 비참함을 증식하는 특수한 방법이 무엇인지 상세히 보여준다. 이 책은 오늘날의 정치적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 맑스의 사유를 주의 깊게 다시 읽고 해석한다. 원래 지난 30년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을 둘러싼 논쟁들에 기여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카펜치스의 저작들을 공통의 미래로 이행하는 이 시기의 투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피와 불의 문자들』 출간의 의미


조지 카펜치스와 『피와 불의 문자들』

조지 카펜치스는 1945년 그리스 남부 라코니아 지역 출신의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미국 서던메인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물리학 전공으로 학업을 시작한 그는 역사와 과학철학으로 연구의 초점을 바꾸어 프린스턴 대학에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베트남 전쟁 반대 투쟁이 활발했었는데, 카펜치스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구상하면서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 이론과 실천의 융합을 좀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면서 카펜치스는 경제학에서 ‘대항강의’를 개설할 필요성으로 인해 맑스의 『자본론』 등 ‘대항경제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이렇게 카펜치스는 연구자, 활동가, 교수, 투사로 1960년대부터 미국의 다양한 사회운동에 결합해온 실천가이면서 물리학, 경제학, 역사, 철학에 두루 정통한 학자이다. 카펜치스의 이러한 풍부한 연구 배경과 사회적 활동은 『피와 불의 문자들』의 모든 페이지에 담긴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통찰들에서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미 『탈정치의 정치학』(갈무리, 2014),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갈무리, 2012) 같은 책을 통해서 카펜치스가 쓴 몇 편의 논문이 한국 사회에 소개되었다. 이 책 『피와 불의 문자들』(In Letters of Blood and Fire)은 국내에 번역되는 그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이다. 이 책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카펜치스가 쓴 글들을 일관된 체계로 엮은 선집으로 영어판은 2013년에 발간되었다. 이 책을 집필한 30년간의 시기를 카펜치스는 ‘에너지’ 위기에서 ‘금융’ 위기에 이르는 부단한 자본주의의 위기의 시기였다고 진단하는데, 실제로 이 시기 많은 논평가들은 자본주의가 끝났다는 선언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곤 했다.

‘에너지’ 위기를 ‘노동/에너지 위기’로 불러야 한다

카펜치스의 독특한 관점은 자본주의에 대한 미디어나 정책 결정자, 주류 경제학자들의 통상적인 서술에 대한 그의 비판적 개입에서 잘 드러난다. 예컨대 석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강으로 표현되었던 ‘에너지’ 위기라는 용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카펜치스는 위기의 시대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사람들이 ‘에너지’나 ‘금융’ 같은 추상적인 표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체계에 대한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카펜치스는 이 책에 수록된 첫 번째 글 「노동/에너지 위기와 종말론」에서 ‘에너지 위기’를 ‘노동/에너지 위기’로 바꿔 부름으로써 예컨대 1980년대의 위기가 ‘에너지’를 둘러싼 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의 위기였다는 것, 그리고 그 통제를 회복하기 위해 에너지 상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당시 문제로 되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미드나잇 노츠 콜렉티브>(Midnight Notes Collective)와 조지 카펜치스

조지 카펜치스가 창립 멤버로서 함께하며 30년간 잡지 발행 등의 활동을 해온 <미드나잇 노츠 콜렉티브>는 1979년에 보스턴과 뉴욕에서 창립되었다. 이 연구자/사회운동 집단은 자신들의 기획을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하였다 : “<미드나잇 노츠> = 사회운동들 + 노동계급 범주들”. 이 집단에 영향을 미친 주된 이론가 집단을 살펴보는 것은 카펜치스의 사상과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집단은 국내에 『집안의 노동자』(갈무리, 2017)로 잘 알려진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와 셀마 제임스 같은 여성주의 이론가, 활동가 등이 개진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국제 캠페인 이론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또 마리오 뜨론띠, 페루치오 감비노, 세르지오 볼로냐나 『제국』(세종서적, 2001)의 공저자로 유명한 안또니오 네그리 같은 이탈리아의 자율주의적 사상가들과 활동가들의 맑스주의 확장도 받아들였다. 또한, 17~18세기의 계급투쟁을 연구했던 E. P. 톰슨과 그의 동료 역사가들의 영향도 받았다. 카펜치스는 이러한 이론적 흐름들에 영향을 받은 연구자이자 활동가다.

만물 속에 ‘노동거부’가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 「노동과 노동거부」에서는 카펜치스가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갖게 된 ‘노동거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개진된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통념과는 달리 노동이라는 다층적인 인간 활동은 대부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임금을 받는 것만이 노동일까? 아니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보이지 않고 인식되지 않는 노동이 훨씬 많다. 예컨대 가사노동이 그러하다. 또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노예나 감옥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노동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카펜치스는 노동을 ‘다양체’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카펜치스는 노동에 대한 자신의 관점 변화가, 몇백 년 전 만류인력 개념이 많은 사람에게 가한 충격과 비슷한 것이었다고 쓴다. “사과의 낙하와 달의 운동이 단일한 힘으로 설명되었던 것처럼” 카펜치스는 “노동에 반대하는 투쟁에 대한 대응의 징후들을” 일상적으로, 모든 곳에서, 모든 사물에서 발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 세계 전체에 노동거부가 새겨져 있어서 예컨대 노동거부의 가시적인 폭발인 ‘파업’은 노동거부의 유일한 사례가 아니라 “매일 매일의 수많은 미시적인 거부들의 결과”라는 것이다. 1부에 실린 글들은 노동과 노동거부에 대한 이러한 통찰들을 담고 있다.

기계 때문에 우리는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인가?

이 책의 2부 「기계들」은 자본주의와 기계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과거 어느 때보다 각종 과학기술과 기계들에 둘러싸여 사는 모든 현대인에게 특히 미디어에 의해서 흔히 제기되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기계 때문에 우리는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인가?’ 대단히 현재성을 띠는 이 질문을 둘러싸고 제출된 긍정과 부정의 다양한 입장들을 카펜치스는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카펜치스는 기계가 노동과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증기기관, 지렛대, 도르래의 시기로 돌아가서 역사적인 고찰을 진행한다. 그러면서 상품생산에 지렛대 같은 기계들이 도입되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로봇, 자기-재생산적 자동기계가 더해진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노동에 대한 욕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맑스주의와 기계에 대해서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두 개의 주장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20세기에 도입된 새로운 기계인 튜링 기계가 맑스주의의 자본주의 이론을 위기에 빠뜨린다는 주장이다. 물리학 전공자이면서 과학철학자, 역사가인 카펜치스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기계와 노동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기계는 특정한 인간 노동을 “추상화하고 분석하고 측정한다.” 지렛대는 “덩어리를 옮기고 기계적인 힘들을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변형하는 특정한 종류의 노동”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 증기기관은 “열의 운동을 모방하는 기계적인 힘으로 열에너지를 변형한다”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튜링 기계 이론은 계산 노동을 모델로 하며, “우리에게 (두뇌의) 이러한 노동을 추상화하고 분석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로 튜링 기계 이론의 초기 해설서에 따르면 “컴퓨터”는 사무직 노동자였다고 한다. 카펜치스에 따르면 맑스는 지렛대 같은 단순한 기계와 증기기관에 친숙했지만, 튜링 기계처럼 현대에 더 중요한 기계들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이것이 맑스주의의 자본주의의 분석에서 중요한 공백이라고 지적한다.

둘째로 이 책은 기계가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는 논쟁적인 주장을 변호한다. 자동화된 공장, 로봇, 미사일, 인공지능의 시대에 기계가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니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2부에서 카펜치스는 이 질문에 응답하면서, 그에 대한 답은 ‘노동거부’에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가치 창출 노동이 되기 위해서는 그 노동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이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거부될 수 없다면, 그것은 생산과정의 일부인 ‘가치 창출’이 아니라 ‘가치 이전’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카펜치스의 주장이다.

자본주의는 왜 전쟁으로 점철되는가?

3부 「위기와 전쟁」에서 카펜치스는 위기와 전쟁을 계급갈등과 연관지어 분석한다. 카펜치스에게 위기는 채무불이행이나 파산과 연관된 좁은 개념이 아니다. 카펜치스는 ‘위기’라는 말을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라는 말로 확장하고자 한다. 전쟁, 기근, 임신 거부, 기아의 증가, 빈곤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사회적 재생산에 위기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자기 삶을 재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 그것은 당연히 경제학의 지표로 파악되는 상품생산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 자본주의에서 부단히 반복되고 쉼 없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카펜치스는 말한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조지 카펜치스 (George Caffentzis, 1945~ )

조지 카펜치스는 화폐에 관한 저명한 연구자이자 자율주의 운동의 지도적 사상가이다. 1960년대 초 시민권 시대에 연좌운동으로 체포된 이후 무수한 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70년대와 80년대 이후 특히 원자력 반대 운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행동주의를 이어오고 있다. 1974년 『제로워크』 잡지를 공동 편집했고, 1978년에는 <미드나잇 노츠 콜렉티브>를 공동 창설한 이후 30년 동안 이 단체의 잡지를 발간했다. 1983년부터 나이지리아 정유 센터에 인접한 칼라바르 대학의 종교철학부에서 논리학, 철학, 과학사를 가르치면서,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내재해 있는 “뉴인클로저”와 석유 정치학에 대해 연구했다. 현재 미국 서던 메인 대학에서 철학과와 상급 코스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펜치스는 사형 제도, 재생산하는 자동 기계, 석유생산 정점, 아프리카의 지식 인클로저, 화폐 철학에 이르는 주제들에 관해 다수의 책과 논문을 썼다. 그의 저작은 반핵, 반전, 사형 반대, 대안 세계화, 사빠띠스따 옹호, 공통장의 옹호 등 일관된 주제를 다루었다. 수년간 국제반자본주의 운동에 바친 그의 독창적이고 강력한 기여는 가사노동을 위한 임금의 페미니즘적 경험들, 이탈리아 노동자주의 사상가들과 투사들의 통찰들, E. P. 톰슨과 그의 동료들의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 개념들을 확장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그의 저작들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피와 불의 문자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첫 책이다. 이 밖의 저서로는 Clipped Coins, Abused Words, and Civil Government (1989); Exciting the Industry of Mankind (2013) 등이 있다. 공저로는 Midnight Oil (1992); Auroras of the Zapatistas (2001); A Thousand Flowers (2000) 등이 있다.


옮긴이

서창현 (Seo Chang Hyeon, 1966~ )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논문으로「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연구」(석사)가 있고 역서로 『있음에서 함으로』(2006), 『사빠띠스따의 진화』(2009), 『네그리의 제국 강의』(2010), 『전복적 이성』(2011), 『노동하는 영혼』(2012), 『자본과 언어』(2013), 『동물혼』(2013), 『자본과 정동』(2014), 공역서로 『서유럽 사회주의의 역사』(1995), 『사빠띠스따』(1998), 『비물질노동과 다중』(2005), 『다중』(2008),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2012) 등이 있다.



추천사


시의적절하게 출판된 카펜치스의 이 책은 지난 30년간의 자본의 변형에 대한 날카롭고도 단호한 분석을 제공하며, 이 시대의 관점에서 고전적 작품들을 재독해한다. 책은 가치 투쟁의 전선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하는 부단한 경계심을 일깨워준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다. 우리가 현재 위기의 의미를 전복하고 이 위기를 해방을 위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투쟁 시기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의 안전과 공동체의 안전에 본질적인, 그리고 거짓 신화를 위안으로 삼지 않는 경각심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자본의 야수는 여전히 야수이며, 우리를 사회정의와 평화로 인도해줄 과학기술이나 특권적인 노동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맛시모 데 안젤리스, 『공통인들』의 편집자, 『역사의 시작』의 저자

카펜치스는, 1960년대의 미국 시민권 운동에서 1970년대 유럽 자율주의 운동에 이르는, 1980년대 석유 호황기 나이지리아 노동자 투쟁에서 1990년대 사빠띠스따의 엔꾸엔뜨로 [대륙간회의]에 이르는,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공통장들을 위한 프레카리아트의 투쟁에 이르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정치철학자다. 경제학과 물리학을 두루 섭렵한 그는 화폐·시간·노동·에너지·가치 같은 근본적인 범주들을, 혁명적 맑스주의 그리고 변화하는 운동의 역학과 맺는 연관 속에서 재고찰했다. 이 시대의 역사가인 그는 20세기의 정치적 지혜를 21세기로 가져온다. 활발하면서도 집요한 논객인 그는 오만한 맑스 연구가들을 에워싸고 원무를 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사유는 더 깊어지며, 더 즐겁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그가 세계를 전복하는 지렛대는 깃털처럼 가벼우며, 그 지렛목은 주부·학생·농민·학생 들처럼 견실하다. 여기 이 시대에 걸맞은 자본주의 비판과 프롤레타리아트 이론이 있다. 그는 브루클린, 메인, 영국,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그리스, 또는 인도네시아에 정통하며, 고대의 이솝과 디오게네스, 중상주의 시대 화폐에 대한 영국 경험주의 철학자들, 또는 미국 학계를 지배한 유럽의 다양한 근대성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역시 정통하다. ― 피터 라인보우, 『마그나카르타 선언』의 저자

이 글들은 21세기의 시초축적의 피와 불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이 야만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을 로봇 이코르, 실리콘 칩, 유전자 코드로 새겨진 새로운 형태의 미래주의적 강탈에 연결하는 불가피한 결합들 역시 밝혀준다. 카펜치스는 오랫동안, 이론적으로 매우 심오하고 철저하게 역사적이며, 아주 독창적이고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변화무쌍한 계급투쟁의 전선에 항상 연결된 현대 맑스주의를 창조해 왔다. 오늘날 그의 저작들은 전 세계에서 다시 폭발하는 전 지구적 봉기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 닉 다이어-위데포드, 『사이버-맑스』의 저자, 『제국의 게임』의 공저자



책 속에서 : 『피와 불의 문자들』로 쓰여지는 자본주의


나는 70년 이상의 인생 대부분을 계급투쟁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지내왔다. 그러나 나의 계급투쟁 개념은 적어도 세 번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 자본주의 이해에서 일어난 두 번째 개념적 혁명은 내가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을 소개한 1973~74년에 또한 시작되었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셀마 제임스, 실비아 페데리치가 그들인데, 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관점을 발전시켰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0~14쪽


내가 보기에 계급투쟁은 대규모의 파업, 노동자 반란, 혁명적 강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계급투쟁의 심장은, 결국에는 (역사책에 기록되는) 파업들, 반란들, 헌장들이 되는 노동과 노동거부 사이의 미시투쟁들(micro-struggles)이다.

― 머리말, 24쪽


왜냐하면 물리학은 단지 대자연에 대한 학문에 그치거나 과학기술에 응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노동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그 핵심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자본을 위한 궁극적인 자연이 인간 자연이라면, 과학기술의 결정적인 요소는 노동이다. 예를 들어 열역학의 제1법칙은, …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구상을 자극했다.

― 노동/에너지 위기와 종말론, 37쪽


결국, (간단히 말해, 열 또는 튜링) 기계들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노동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노동의 가치 창출 역량(capacities)은 그것의 부정적 능력(capability), 즉 노동이기를 거부할 수 있는 그것의 역량 속에 존재해야 한다. 이 자기 성찰적 부정성은 맑스 이론의 극히 적은 모델들이 포착할 수 있는 노동의 현실성의 요소다.

― 왜 기계들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가, 265쪽


단순 기계와 열기관이 육체노동을 위한 분명한 모델이었다면, 튜링 기계의 작동들은 정신노동으로서의 사유를 위한 모델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모델은 부르주아와 사유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이룬다.

― 맑스, 튜링 기계 그리고 사유의 노동, 271쪽


전쟁이 노동계급의 창출, 양, 질의 유일한 필수조건인 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은 노동조직의 새로운 형식을 위한 연구실, 실험장, 공장이었다. … 결국, 군대와 경찰은 노동관계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이고 반생산적인 노동자들을 절멸시킨다.

― 운동을 동결하기 그리고 맑스주의적 전쟁론, 355쪽


노동계급 대부분의 역사에서,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은, 임금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지위와 무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통장들이나 공유재의 현존에 토대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임금투쟁”이 오랜 공통장들을 보존하고 새로운 공통장들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금융위기에 대한 메모, 395쪽


가사노동의 비가시성은 모든 자본주의적 삶의 비밀을 은폐한다. 사회적 잉여의 원천 ― 비임금노동 ― 은 박탈되고 자연화되고 체제의 주변부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것의 생산자들이 더욱 쉽게 통제되고 착취될 수 있다. 맑스는 19세기 유럽의 임금 소득 프롤레타리아의 경우에서 이러한 현상을 인식했다.

―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개념에 대하여, 425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0
머리말 21

1부 노동/거부
노동/에너지 위기와 종말론 33
누군가의 종말은 다른 누군가의 유토피아다 42
종말론을 해독하기 48
케인스주의의 위기 55
가격과 가치 57
“에너지 위기”라는 연역법 : 이론적 간주곡 65
노동의 다양성 : 재생산 79
노동의 다양성 : 정보로서의 반엔트로피 90
노동의 다양성 : 똥으로서의 반엔트로피 104
종말론의 종말 109

공간 속의 모르몬교도들(실비아 페데리치와 공동 집필) 112

노동의 종말인가 노예제의 부활인가 : 리프킨과 네그리에 대한 비판 126
서론 126
일자리와 노동의 다양성 127
노동의 종말 130
네그리와 가치법칙의 종말 138
결론 147

계급투쟁의 세 가지 시간적 차원 149
서론 149
자본주의에서의 시간의 세 형식과 시간 파괴 150
결론 167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169
서론 169
인지자본주의의 계보학 : 자본주의 = 합리성 : 베버, 짐멜, 하이에크 … 그 사이에 케인스는 없고 맑스가 있는 170
OECD와 세계은행 174
반자본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본 인지자본주의 177
종결부 185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186
결론 : 전 지구적 투쟁들에 대한 개략적 시각을 찾아서 207

2부 기계들
아프리카와 ‘자기를 재생산하는 자동기계들’에 대해 211
왜 기계들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가 : 맑스의 기계론 230
맑스의 이론과 19세기 중반의 열역학 234
열역학과 가치 237
제로워크 역설 246
맑스 기계론의 전략 249
맑스와 튜링 기계 258
노동의 자기부정성 264

맑스, 튜링기계 그리고 사유의 노동 268
서론 268
정신/육체 구분에 관한 짧은 역사 269
맑스와 정신노동 273
연산과 노동과정 277
정신적 숙련의 자기방어 279

결정들과 분석 엔진들 : 새로운 기계론을 위한 역사적이고 개념적인 예비들 286
서론 287
1부 개념적 예비 : 맑스의 기계론은 일관성이 있는가? 292
2부 역사적 예비 : 유어 대 배비지 305
결론 : 새로운 기계론인가 낡은 자본주의론인가 ― 아니면 둘 다인가? 319

3부 화폐, 전쟁 그리고 위기
운동을 동결하기 그리고 맑스주의적 전쟁론 324
애가 325
평화의 여름에 대한 성찰들 326
평화 운동의 구성, 조직 그리고 분화들 328
평화 운동과 1970년대 미국의 계급 전쟁 333
전쟁의 순수 이론 336
“가볍게, 값싸게, 많이”/ “수출만이 살길이다” : 새로운 전투적 사유와 재산업화 356
징병대 : 가변자본과 모비 딕 364
핵전략 :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가? 367
종결 : 이론과 실천 375

화폐의 권력 : 부채와 인클로저 376

금융위기에 대한 메모 : 주가 폭락에서 동결까지 383

사회적 재생산 위기 개념에 대하여 : 이론적 개관 400
사회적 재생산 : 계보학과 위기, 맑스주의적 시각 403
맑스의 사회적 재생산 이론의 위기 408
상품 형태의 전체화 : 시장이 전부다 411
일반화된 교환 416
일반화된 생산과정 423

감사의 글 429
옮긴이 후기 432
후주 434
참고문헌 462
찾아보기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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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정치의 정치학』(워너 본펠드 지음, 조지 카펜치스 외 지음, 김의연 옮김, 갈무리, 2014)

‘전복적 이성’의 저자 워너 본펠드가 편집하고 안또니오 네그리, 존 홀러웨이, 해리 클리버 등 9명의 자율주의 저자들이 참여한 『탈정치의 정치학』에는 사회민주주의와 맑스레닌주의라는 20세기의 두 가지 거대한 실정적 기획을 넘어서 ‘공통적인 것’의 발명으로 나아가려는 저자들이 열망이 담겨 있다. 필자들은 출현하고 있는 전지구적 투쟁들을, ‘잠재적인 것’의 형태로 실재하는 ‘공통적인 것’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하는 혁명적 코뮤니즘의 산 실험장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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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조정환 엮음, 조지 카펜치스 외 지음, 윤인로 외 옮김, 갈무리, 2012)

이 책은 후쿠시마에서 부는 감응의 바람, 비판의 바람, 모색의 바람 등 세 가지 바람을 전달한다. 이 바람들이 전 지구적 핵권력이 몰고 오는 재앙의 바람을 혁명의 바람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우리가 후쿠시마에서 죽어간 뭇 생명들에 애도를 표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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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노동자』(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 이영주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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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갈무리, 2012)

『혁명의 영점』은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최신작이다. 저자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필수불가결한 사건으로 분석하며 여성의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혁명의 영점』에서는 여성의 관점에서 현실 사회운동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우리 시대 운동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