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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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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집안의 노동자』
Family, Welfare, and the State : Between Progressivism and the New Deal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

자본주의 복지 국가는 어떻게 계급, 성, 인종에 걸쳐 차별적인 질서를 구성하고 유지하였는가?

우리의 복지 정책은 여성의 자율성을 추구하는가, 종속을 강화하는가?
자본의 착취와 국가의 통제에 맞서 여성의 자율성을 모색하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역작!


지은이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  옮긴이  김현지‧이영주  |  정가  17,000원  |  쪽수  304쪽
출판일  2017년 8월 24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아우또노미아총서 56
ISBN  978-89-6195-168-5 0333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집안의 노동자』에서 뉴딜은 노동계급이 혁명을 일으킬 위험으로부터
‘자본주의를 구하는’ 최후의 수단이자 본질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안이다.
또한, 뉴딜은 가부장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질서를 지속시켰다.
사회 보장 제도는 임금 노동자를 위해 마련되었지만, 가사노동자는 임금을 받고 일할 때조차 사회 보장을 받지 못했다.
― 실비아 페데리치



『집안의 노동자』 간략한 소개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1972년 여성학의 고전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을 발표하였고,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캠페인을 국제적으로 조직하는 데 선봉에 서 있었다. 10년 후, 『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집안의 노동자』 출간의 의미

뉴딜이란 무엇인가?

뉴딜은 1932년 프랭크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 1929년 대공항 이후 미국 사회에서 국가가 공공 인프라를 조성하여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내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었다.

루즈벨트가 취임한 1933년 미국 실업자 인구는 1,500만 명에 이르렀고, 전국에서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초기 뉴딜의 양상을 보면, 1933년 5월 12일 연방긴급구제국이 신설되어 정부는 “국가 원조 기관을 설립하고 5억 달러를 배정했다.” 연방긴급구제국은 “정부가 실업자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를 최초로 확립”하였다.(145쪽) 1933년 11월에는 토목사업국이 설립되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뉴딜은 “국가가 소득을 직접 분배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생산을 재개하는 것이 특징”이었다.(151쪽) 이후 1938년경까지 루즈벨트 정부에 의해 집행된 사회보장, 사회원조 정책들을 뉴딜이라고 한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실비아 페데리치(『캘리번과 마녀』의 저자)에 의하면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오뻬라이스모’(Operaismo, 노동자주의) 이론가들에게 뉴딜은 “계급 관계 관리의 전환점이자, 자본 성장 계획에 계급투쟁을 의식적으로 통합한 최초의 사례”(10쪽)이다. “뉴딜은 임금 상승이 노동 생산성과 교환되고 그것과 상응해야 한다고 보는 케인즈 정책의 일환으로, 이 안에서 국가와 노조는 균형 상태를 보장하는 보증인 역할을 한다.”(10쪽)

뉴딜과 ‘집안의 노동자’인 여성

이 책은 지금까지 뉴딜 분석에서 ‘여성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간과되었다고 보면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임금 상승과 노동 생산성을 연동한다는 뉴딜의 전략에서 “여성은 무엇보다도 임금 상승에 대한 실질적인 역량을 확보할 책임을 위임받았다.”(211쪽) 당시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이 흔했고 미국 사회의 가족은 전반적으로 ‘붕괴’된 상황이었다. 가사노동자, 집안일 전담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붕괴된 가족을 재건하려는 기획에 반드시 필요했다. 1930년대에 뉴딜의 집행자들은 여성이 집안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당시 미국 정부는 17만 명가량의 여성을 ‘가사서비스시범사업’ 강사로 고용을 하여 식사 준비, 아이 양육, 빨래, 다림질 등을 가르쳤다.

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유지하는 것도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이었다. “가족이 맡은 임무는 임금의 상품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 지금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개인을 재흡수·재생산하는 것, 새 노동력을 성공적으로 생산하는 동시에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력을 재생산하여 전체 소비력을 지키는 것이었다.”(211쪽) 결국 뉴딜 시대의 사회구조는 자본주의로 통합된 가족과 여성의 가사노동으로 유지되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뉴딜과 20세기 초 사회 투쟁

이 책은 1910~1930년대 미국 사회의 매우 역동적인 사회투쟁 지형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 노동자, 실업자, 흑인, 여성들은 파업, 시위, 행진으로 목소리를 냈을 뿐 아니라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여러 형태의 자율 조직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1932년 말까지 30여 개 주에 1백 개가 넘는 자립 및 교환 협동조합이 생겨나 상호 협력에 기초한 대안적인 생존 방법을 강구했다.

또 이 책은 여성이 당시의 사회 투쟁에서 창의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 준다. 1936~37년 플린트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 공장 점거 당시 여성들은 공장 밖에서 ‘여성비상단체’라는 반(半) 군대식 조직을 결성하여 “경찰이 발포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에게 총을 쏴야 할 것이다”라고 선포했다.(183쪽) 1937년은 미국 전국에서 연좌농성이 폭발한 해였는데, 여성들도 공장, 사무실, 카페, 구제기관, 상점 등에서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좌농성을 진행하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복지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면서 ‘뉴딜’(New Deal, 새로운 합의)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의 복지국가 시대에 대한 달라 코스따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의 주체, 구조, 조건 등을 사고하고 실효적 대안을 수립하는 데에 유익하고 중요한 참고자료를 제공해 준다.




프리뷰어 추천사

미국의 대공황 시기의 계급투쟁에 대한 연구는 많겠지만, 이 책은 대공황에서 뉴딜에 이르기까지의 노동자 재생산에 주목한다. 대공황 시기를 기존의 노동자 재생산이 붕괴하는 시기로, 뉴딜을 새로운 노동자 재생산 체제를 구성하는 지점으로 본다. 뉴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는 노동력 재생산에 개입하게 되며 이는 가족제도 강화라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는 노동자들의 전략과는 다른 점이 있다. 대공황 시기의 재생산을 위한 노동자들의 전략은 한편으로는 국가의 지원과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으나 자립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다른 방식의 경제 공동체의 실험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더해 AFL-CIO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미국의 노동운동사에서 여성노동조합연맹의 위상과 그 활동내용 및 대공황 시기 여성들의 저항과 투쟁을 소개한 부분 역시 많지는 않지만 그 당시 미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와 같이 노동자 재생산을 중심으로 본 해당 시기는 단순히 자유시장과 복지국가의 대립이라기보다는 극렬한 계급 투쟁과 이데올로기의 충돌, 그것을 통제하고 조율하려는 총자본의 지성으로서의 국가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그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중요 지점은 뉴딜프로젝트가 가족제도 강화로 귀결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폭넓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뉴딜 프로젝트 이후, 가족은 노동력을 심리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재생산하는 핵심 공간이자, 실업자와 비노동인구를 부양함으로써 계급 투쟁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떠맡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책임은 여성들에게 전가되었다. 서문에서 페데리치가 지적했듯이 ‘집안의 노동자’인 여성들은 뉴딜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주체였다. 이 책은 대공황 시기와 뒤이은 뉴딜 프로젝트의 시기를 통해 가족과 여성이 노동력을 통제하고, 자본주의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핵심적 중심축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남승현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수료)


1920년대와 30년대의 후버에서 루즈벨트로 지나가는 과정에서 복지 정책의 변화를 연대별로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여성의 가사노동을 어떻게 착취하고 가족 제도를 어떤 식으로 재편해서 국가주도의 시장을 유지해갔는지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매우 치밀하고 꼼꼼한 이해가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지정책의 한계를 잘 드러내주는 저서였습니다. 국가 주도의 공공사업에 대한 한계를 냉철하게 관찰한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이 저서와 국가주도의 소득주도성장과 새로운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어 지금 이 시대에 매우 필요한 책이라 느껴졌습니다. 자본주의라는 토대에서 이루어졌던 케인스 정책과 하이에크 정책이 둘 다 실패한 정책이라면 다른 토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뉴딜 정책이 가족을 중심으로 노동력의 소득과 재생산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을 헌신과 희생이라는 덕목으로 바꾼 기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길고 복잡한, 또는 접하기 쉽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는 점입니다. 가족이라는 제도와 국가의 관계 사이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책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계신 많은 여성분들에게 이 책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 한태준 (일본 영화 연구자, 『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 옮긴이)



책 속에서 : 『집안의 노동자』와 가족, 복지, 국가

이 책은 … 뉴딜이 도입한 여성과 국가의 새로운 관계 및 새로운 재생산 체제의 발전 과정을 주로 다룬다. 이 새로운 재생산 체제에서 노동자 계층 주부는 노동력의 생산자 및 노동자가 벌어오는 임금의 관리자로서 전략적인 역할을 한다.
― 실비아 페데리치의 서문, 9쪽


뉴딜은 국가와 노동계급이 맺은 최초의 포괄적 합의로, 국가가 노동 생산성 증가를 대가로 노동계급에 일정 수준의 재생산 보장을 약속했다. 이 합의는 특히 가족을 재편성하고 여성의 가사노동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 머리말, 21쪽


완벽하게 청소해서 마지막 한 마리 세균까지 남김없이 죽이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쁜 아내, 나쁜 엄마가 되었다.
― 1. 대량 생산과 새로운 도시 가족 질서, 48쪽


남성 임금에 의존하지 않는 독특한 역사를 가진 흑인 여성의 잠재력은 특히 1960년대에 표출된다. 흑인 남성보다는 흑인 여성이 임금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컸다. 실제로 많은 흑인 여성과 이민 여성이 식당 종업원, 가정부, 세탁부, 저임금 노동자로 일했다.
― 2. 1929년 대공황과 가족 붕괴, 82쪽


실업자는 시위를 통해 분노를 결집하고 배가시켰으며, 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국가를 향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제는 국가도 소득 보장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 국가는 계급이 정치적으로 재구성되는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하였다.
― 3. 투쟁 방식과 실업자 결집, 112쪽


어머니 투쟁은 이후 1960년대에 확립된 투쟁의 새 국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1960년대 여성은 정부로부터 받는 돈에 ‘지원’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다고 천명하면서, 대신 이 돈이 자녀 양육이라는 노동에 대한 임금임을 주장하였다.
― 4. 후버와 루즈벨트, 174쪽


한층 복잡해진 아내 및 어머니상은 주로 중산층 여성을 겨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여성에게 하나의 모범으로 자리 잡게 된다. 즉 이민 1세대 여성과 최근에 시골에서 이주해 온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것이다. 심지어 최악의 상황에서 육체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도 예외 없이 중산층 여성과 비교를 당했다.
― 5. 여성과 가족, 복지, 유급노동, 206쪽


노동계급을 ‘조직하여’ 생산이 재개되도록 하기 위해서 가족이 필요했다. … 정부 차원에서든 학계 차원에서든 가족과 여성을 다루는 많은 연구에서 가족과 여성을 사회 조직의 중심축으로 삼아 노동력을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싶은 욕망이 드러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 5. 여성과 가족, 복지, 유급노동, 215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Mariarosa Dalla Costa, 1943~ )
1943년 4월 28일 이탈리아 동북부 트레비조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빠도바 대학의 정치법학부 및 국제학부 교수,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저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 활동가이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환경을 연구하기 위해 이론 및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포떼레 오뻬라이오>, <로따 페미니스따> 활동을 하였고,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캠페인 등 다양한 반자본주의 운동에 수십 년간 참여, 자율성의 발전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셀마 제임스와 함께 쓴 대표 저작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은 여섯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2009년에는 선집 『돈, 진주, 꽃, 그리고 여성주의 재생산』이 스페인에서 출간되었다. 저서로 『여성, 개발, 재생산 노동』(G. F. 달라 코스따와 공동 편집), 『자궁 절제술. 여성에 대한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 『우리의 어머니인 바다』(모니카 킬레스와 공저) 등이 있다. 다수의 논문은 웹진 『커머너』(The Commoner, www.commoner.org.uk)에서 볼 수 있으며 저자의 자세한 활동은 이 책의 「부록」에서 볼 수 있다.


옮긴이
김현지 (Kim Hyun Ji)
이화여대와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화여대 교양영어실 스텝 및 통번역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아기 다원이 출산 후 현재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vanitasji81@gmail.com


이영주 (Lee Youngju)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여성, 젠더, 공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현재 경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iamleeyj@gmail.com



목차

실비아 페데리치의 서문 9
머리말 17

1 대량 생산과 새로운 도시 가족 질서 28

2 1929년 대공황과 가족 붕괴 59
대공황 60
가족 붕괴 74

3 투쟁 방식과 실업자 결집 91

4 후버와 루즈벨트 127
후버 정부 128
뉴딜 : 최초의 복지 정책 142
뉴딜 : ‘사회 보장’ 체제를 향하여 165

5 여성과 가족, 복지, 유급노동 178
대공황과 여성의 저항 및 투쟁 활동 180
여성과 유급노동 188
가족 제도 강화 204
결론 209

감사의 말 216
옮긴이 후기 218
후주 222
참고문헌 266
부록 :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주요 활동 / 저작 목록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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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갈무리, 2013)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요구했던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출발하여 19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열악해진 삶의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재 재구축을 위한 운동까지, 급진주의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혁명의 영점』은 이러한 여성투쟁의 본질에 대한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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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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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 지음, 갈무리, 2014)

『에코페미니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의 저자로 알려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고전적 저작. 가사노동, 비공식 영역의 노동, 식민지에서의 노동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생산(물)이 경제의 수면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 5백년 동안 여성, 자연, 식민지는 문명사회 외부로 축출되고, 가려져 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이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왜 가려졌는지, 이 부분의 가치와 비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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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노동과 다중』(안또니오 네그리, 질 들뢰즈 외 지음,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1부에는 '정동'에 관한 질 들뢰즈의 연속 강의, 2부에는 마우리찌오 랏짜라또와 삐올로 비르노의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주체성, 미적 생산, 시간의 재구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비물질노동 개념을 발전시켜 보려는 나름의 이론적 개입을 담았다.

2017.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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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호와 기계』
Signes, Machines, Subjectivité



기계적 예속 시대의 자본주의와 비기표적 기호계 주체성의 생산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부채인간』의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비판

부채인간 이후에 자본주의는 새로운 주체성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전 세계적 금융붕괴 이후에 비판이론은 새로운 주체성을 고민하고 있는가?
『기호와 기계』는 주체성의 구축에서 자본주의와 비판이론 모두가 드러낸 실패에서 시작한다.


지은이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  옮긴이  신병현·심성보  |  정가  21,000원  |  쪽수  400쪽
출판일  2017년 7월 14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아우또노미아총서 55
ISBN  978-89-6195-167-8 9330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기계의 개념은 엄격한 의미에서 인간을 기계와 연결할 뿐만 아니라
물질적, 기호적, 비실체적 요소 등의 다양체를 기계와 연결하는 하나의 기능적 전체로 확장되어야 한다.”
“예술가는 어떤 종류의 영감이든 그것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동은 경제적, 사회적, 언어적인 것 대신에 주체성의 생산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에 필요한 실험도구, 절차, 조사, 개입을 구상하고 발명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기호와 기계』 간략한 소개

랏자라또는 들뢰즈와 가따리의 기호론으로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빠올로 비르노, 주디스 버틀러,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에까지 걸쳐 있는 언어중심적 정치이론을 비판하면서 물질적 흐름과 기계들의 흐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기호들을 분석한다. “자본은 기호로 움직인다.”는 가따리의 주장에 근거하여 “오늘날 비판이론은 언어와 재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고 있는가?”, “오늘날 기호들이 정치, 경제, 주체성의 생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고 이로부터 자본주의 비판을 위한 새로운 이론과 비재현적 주체 이론을 전개한다. 이 책은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록금과 담보대출,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이 움직이는 통제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예속되고 또 스스로 자신을 예속하는지를 고찰한 후 신자유주의 아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런 예속과 결별하고 ‘평등’과 ‘자유’를 실현할 방법을 설득력 있게 규명한다. 자본과 국가가 생산하는 주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가 무엇이고,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을 넘어설 주체성을 생산하기 위해 어떤 조직화가 필요한지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다.



『기호와 기계』 출간의 의미

이 책은 이탈리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 마우리치오 랏자라또가 지난 10년 동안 각종 사회적·정치적 현안과 이론적 문제에 개입한 흔적을 모은 글이다. 저자는 탈산업화 이후의 자본주의의 궤적을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신자유주의에서 배제된 사람들(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실업자, 빈민층 등)의 처지와 그들이 촉발한 투쟁과 운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를 위해서 랏자라또는 들뢰즈·가따리에서 바흐친 등을 거쳐 푸코에 이르는 이론적 자원에 의지하며, 이들 사상가를 계승하고 극복했다고 알려진 비판이론가들(지젝, 버틀러, 비르노, 바디우, 랑시에르 등)의 주장을 하나씩 비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바야흐로 기계의 시대다. 작년에는 알파고의 충격으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면, 올해부터는 테슬라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열광하고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노래한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노동을 대체한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어느새 그런 두려움은 거대한 산업전환과 새로운 사업기회,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 사라진 것 같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을 찬양하는 유토피아적 비전이다. 더 정확히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전지구적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자본의 수익(그리고 금융의 이윤)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혁명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일부 지역의 경기 회복은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위기를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된다. 새로운 기술로 어느 누구는 손해를 보지만 경제 전체로 봐서는 새로운 직업과 고용이 창출되기 때문에 고용 절벽도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반응 이면에는 그런 혁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디스토피아적 비관론이 존재한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이란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래 늘 있어 왔던 기계에 의한 인간의 대체에 불과하며, 따라서 자본과 기득권층에 ‘독점적’ 이윤을 보장할 뿐이지, 평범한 노동자, 소비자, 시민들에게 착취와 실업, 저임금, 불평등, 파편화되고 지루한 노동을 가져올 뿐이라는 비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금융자본의 성장이 보여주듯이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은 실물 경제의 생산성 증가와 고용의 증대에는 거의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세계는 기계로 구성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두 입장은 일견 어느 정도 현실 타당성이 있으며 그 나름대로의 과거 경험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과연 기계와 인간은 대립하거나 구분되는 존재인가? 기계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존재일 뿐인가?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인간과 기계는 반드시 대립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인간과 기계는 상호접속하며, 심지어는 서로 구분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우리의 인간중심적 사고와 실천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적어도 근대 자본주의 이래 인간보다는 기계가 인간을 이용했으며, 더 정확히는 인간 자체가 기계이고 기계 자체가 인간이었다.

이런 시각에는 기계와 인간에 대한 관점 전환이 내포되어 있다. 저자가 말하는 기계는 기술적 기계만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과 상호 접속하는 모든 존재, 예를 들어 화학적 결정체를 이루는 분자들에서부터 언표들을 거쳐 가족, 교육 등의 사회적 시스템까지 포함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계와 ‘환경’(또는 인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복수의 기계들이 존재하고, 이들 사이의 다양한 접속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들뢰즈·가따리의 표현을 빌려 이런 접속들의 연결, 분리, 통합을 기계, 또는 기계적 배치라고 부른다.

랏자라또에 따르면 아직 기계에 대한 이론화는 너무나 부족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주체/대상, 자연/문화의 대립을 의심하고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기계는 기술의 부분집합이 아니라 인간 본질에 참여한다. 실제로 기계는 기술의 전제 조건”(116쪽)이라는 통찰이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 서면 “공공 기관, 미디어, 복지국가 등의 장치도 … 인간, 절차, 기호계, 기술, 규칙 등”(117쪽)을 배치하는 기계이다.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의 주체성 생산 :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

랏자라또에 따르면 “자본주의 아래에서 주체성의 생산은 … 사회적 복종(social subjection)과 기계적 예속(machinic enslavement)”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회적 복종은 “개체화된 주체”를 생산한다. 사회적 복종은 우리에게 성, 신체, 직업, 민족성 등을 할당한다. 사회적 복종은 노동의 사회적 분업 내에서, 그런 분업에 어울리는 개개인의 위치와 역할을 생산하고 분배한다.(32쪽)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에게 “인적 자본”과 “기업가형 자아”가 강요되었던 것, 그리고 그 명령이 차츰 ‘부채인간’으로 변형되었던 것이 사회적 복종의 예이다.

주체성 생산의 다른 축인 “기계적 예속”에서 개체는 “경제적 주체”(예를 들어서 인적 자본, 기업가형 자아, 시민)가 아니라 “기업” “금융시스템” “복지국가” “미디어” 등의 배치 속에 있는 하나의 부품으로 간주된다.(34쪽) 랏자라또에 따르면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가 이런 이중적 권력 장치를 정확히 묘사하였다. “복종은 개체들을 생산하고 지배하지만, 예속을 통해서는 ‘개체들이 … ‘분할 가능한 것’이 되고 대중들(masses)이 표본·데이터·시장·[자료] ‘은행’이 된다.”(35쪽)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은 랏자라또가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 개념들이다. 그는 이 두 가지 권력 장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주체성 생산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 『기호와 기계』가 두 장치의 차이와 상보성을 검토하고 “복종의 양식들과 예속의 양식들에 관한 지도제작을 추적”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장악한 주체성, 그것의 생산 양식, 삶의 양식들에서 벗어나 그것들과 무관한 자율적인 과정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쓴다.

기표적 기호계와 비기표적 기호계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은 서로 다른 기호계와 관련된다. 사회적 복종은 기표적 기호계, 특히 언어적 기호계를 동원하며, 의식을 겨냥한다. 그와 달리 기계적 예속은 비기표적 기호계를 동원한다. 비기표적 기호계는 예컨대 “주가지수, 통화, 방정식, 다이어그램, 컴퓨터 언어, 국민 계정, 기업 회계” 같은 것들이다. “비기표적 기호계는 의식과 재현에 관여하지 않으며 주체를 준거대상[지시대상]으로 삼지 않는다.”(55쪽)

우리가 사는 세계 자체가 기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부분들)도 일종의 기계들이 접속된 산물이다. 이런 기계들이 서로를 끌어들이고 밀어내고 결합하는 힘들의 작동방식, 그러니까 일종의 코드가 기호(기호계의 기능)이다. 여기서 기호는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들, 예를 들어 소리, 냄새, 느낌, 전자, 분자 등의 신호들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것들은 비기표적으로, 우리의 의식이 의미로 인식하기도 전에 작동한다.

예를 들어 보자. 운전할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 차를 몬다기보다는 발과 팔이 자동차의 일부처럼 ‘무의식적으로’, 즉 의식을 우회해서 작동한다. 우리의 의식적 주체는 수많은 부품들로 분해되어 자동차의 부품들과 어느 정도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개체화된 주체의 의식은 운전 중 어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런 사례에서 우리는 “주체성의 이중화 과정을 최초로 경험”한다. 이것은 가따리가 『분열분석적 지도제작』(Schizoanalytic Cartographies)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사례인데, 가따리는 이런 이중화 과정이 오늘날 “모든 기구와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130쪽)이라고 본다.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는 비기표적 기호계와 기호적 기호계를 다양하게 흡수한 ‘혼합적 기호계’가 작동한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특히 언제나 기표적 기호계에 정복당해 잘 보이지 않는 비기표적 기호계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기계, 기구, 다이어그램, 방정식, 비기표적 기호계가 없다면 아마도 인간은 탈영토화 과정들을 이해하고 그것에 개입할 수 없는 “실어증자”가 될 것이다. 즉 그들은 이런 [기계 중심적] 세계들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기계 중심적 세계에서 말하고, 보고, 냄새 맡고, 행동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계들과 같은 편이 되어야 하며 비기표적 기호계와 같은 종류가 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비기표적 기호계가 언표행위의 초점을 구성하고 주체화의 벡터를 구성하는 것이다.(130쪽)

공장이나 사무실이나, 주식 시장에서 움직일 때 우리는 의식을 가진 개인으로서 일한다기보다 손과 팔, 우리의 눈, 우리의 두뇌가 각종 장비, 모니터, 스크린과 접속해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기술적 기계와 노동자의 상호작용을 살펴보자. 노동자는 자신의 의식 속에서는 기계를 하나의 대상으로 대할 수 있지만, 실제의 노동과정에서는 기계의 보철로 기능하고 기계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변환된다. 공장에서 인간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행위자가 아니라 에너지와 생리적 피로도, 동작과 시간의 독특한 리듬으로 분절되고 변형되어 기술적 기계(그리고 노동조직의 사회적 기계)의 부품이 된다.

우리는 빅데이터에서 다양한 정보 더미로 분해되고, 자신의 소비패턴, 신용정보, 재무상태, 정치성향 등으로 재조합된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정보는 데이터 공학의 재료가 되어, 어느 순간 우량고객이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그 무엇도 아닌 어떤 주체의 형태로 표면에서 제시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사회적·직업적 분업과 역할에 적응한 존재이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조합되는 존재(데이터로 변환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도, 저항운동도, 주체성 발명에 실패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새로운 체제는 1970년대 이후 수익률 하락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로부터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처럼 급격한 생산성 증가는 없었고, 금융자본으로 자본 내에서 분배를 옮겨간 것에 불과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신기술의 개발은 일시적 경기회복을 가져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런 시각은 전통적인 정치경제학적 비판이나 최근에 대두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 피케티 식의 자본주의 비판과 결론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다.

저자 고유의 새로운 시각은 자본주의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생산력 자체를 증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체성의 생산, 또는 사회적 관계의 변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전주의 시기에는 국민으로 대중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고, 신경제와 정보화 시대에는 기업가형 주체가 필요했으며 금융화 시대에는 금융 투자자(즉 빚을 얻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주체)인 ‘부채인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은 부채를 통한 금융화된 경제를 전제할 뿐만 아니라, 부채를 통해서 자산을 증식하는 주체성이 없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중적 동의를 획득한 새로운 주체성은 등장하지 않았다. 전지구적으로 위기가 확산되자 부채인간이라는 주체성 형태는 투자자로서 수익을 남기기보다는 1% 소유자 집단의 수익을 늘려주는 빚쟁이로 판명되었고, 심지어는 긴축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리스크(risk)를 전담하는 노예로 드러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부채인간’ 자체도 인간중심적인 주체성이 아니란 점이다. 부채인간은 빚쟁이로서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도 하지만, 금융상품의 리스크 계산, 간단히 말해 신용등급에 따라 자신의 행위방식이 조정되는 일종의 자동화된 기계인 셈이다. 저자가 볼 때 부채인간 이후 자본주의는 새로운 주체성을 발명하지 못했다. 문제는 비판이론과 저항운동도 새로운 주체성을 발명하지 못하고, 대중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공산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 급진민주주의의 안에서 인민, 시민적 주체, 혁명적 주체 등이 수행했던 역할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주체성의 발명이 필요하다

오늘날처럼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가 사회체의 지배적 모델로 작동할 때,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가 하나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등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고, 심지어는 다른 영역의 운영 모델이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여러 논자에 따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최후 판본인 ‘부채인간’이 지배적인 주체성이 될 때, 우리는 더는 인민도, 계급도, 시민도 아닐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민이나 계급이나 시민으로 정치의 장에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자기 삶의 리스크를 투자 포트폴리오로 분산시키는 계산적 주체이다. 이런 주체들에게 권력기구가 자기 자신을 대표한다는, 그것도 집합적으로 대표한다는 근대 정치의 상상력은 정치권력의 단순한 허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비판이론과 실천의 고민은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계론의 혁신을 통해 비기표적 기호계 주체성이라는 새로운 주체성 대안을 내놓는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랏자라또에 따르면 기존의 비판이론은 (요즘 유행하는 지젝, 버틀러, 바디우, 랑시에르에서 인지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어떤 관점이든 너무나 인간중심적이고, 의식·인지·언어 중심적이다. 인간=인지=의식=언어 중심성은 결국 인간, 인지, 언어 등이 기존의 공고화된 권력 체제를 전제하는 한 권력의 관점을 재생산한다. 예컨대 아무리 우리가 권력의 언어를 (수행적으로) 전유하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권력의 언어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현실의 운동과 저항은 이런 권력의 호명이 없어도, 혹은 공동체를 전제하지 않아도 이미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권력의 시각을 비판하기 위해서 우리는 권력이 공고화되기 이전의 상태, 그러니까 기계적인 소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이런 분석을 통해서 탈인간-기계들의 접속을 새롭게 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시도는 우리가 아직까지 상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개방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를 문제 삼기 위해서는 자본의 비기표적 작동방식을 우리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뷰어 추천사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촛불봉기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시의적절한 방향키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현재 한국에서 수용되고 있는 비판이론에 대한 비평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인 후기 푸코와 랑시에르의 이론을 비교하고 있는 부분은 긴박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이라는 틀로 현 자본주의에서의 삶을 분석하고 있는 부분 역시 매우 중요한 분석적-실천적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어서 한국어판이 출간되어서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논의되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 이성혁 (문학평론가)



책 속에서 : 『기호와 기계』와 새로운 주체성의 발명

신자유주의적 탈영토화에서는 주체성의 새로운 생산이 전개되지 않는다. … 자본은 언제나 시장과 기업 그 이상의 영토를 요구하며 기업가적 주체를 벗어난 주체성 형태를 요구한다. 기업가, 회사, 시장이 한편으로는 경제를 구성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들이 사회 자체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 서론, 10~11쪽


비인간들은 인간들만큼이나 행동의 틀과 조건을 규정하는 데 기여한다. 사람들은 기계들, 객체들, 기호들이 자기 자신과 동일한 “행위자”로 존재하는 배치 속에서, 또는 집합체(collective) 속에서 언제나 행동한다.
― 1장 생산과 주체성의 생산, 42쪽


사유의 주체는 개체가 아니며 창조의 주체도 개체가 아니다. 사유하고 창조하는 개체는 제도(학교, 극장, 박물관, 도서관 등), 기술(책, 전자회로, 컴퓨터 등), 공적·사적 투자의 네트워크 속에서 등장한다. 따라서 개체는 그/녀를 사유하고 창조하도록 강제하는 ― 그리고 기호, 개념, 작업의 순환에 접속된 ― 사유의 전통들과 미적 실천들에 둘러싸인다.
― 기호론적 작동자로서의 자본, 65쪽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타자의 주관적 경험과 연결될 수 있는가? 어떻게 타자의 정동을 공유할 수 있는가? 가따리와 시몽동(또는 스피노자)이 주장하듯이 우리는 “타자에 의해 작동하는” 주체성을 통해서, “주체들 사이를 횡단하는” 주체성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
― 3장 혼합적 기호계, 152쪽


다른 모든 존재에게 없는 것, 즉 언표행위와 표현의 역량이 인간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제국주의적”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제국주의적” 역량이 사라진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또 다른 표현 수단이 존재한다. 비언어적 수단 말이다.” 언어적인 언어의 기호들은 비언어적 언어의 기호들, 특히 행동 언어를 번역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3장 혼합적 기호계, 199쪽


만일 우리가 “합법적인” 대표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빈틈을 열고자 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소음을 일으키거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겨우 우리는 뉴스에 등장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충분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미디어는 자신이 미리 선점한 “쟁점들”의 한계 안에서 소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4장 갈등과 기호 체계, 245쪽


가따리가 묘사하듯이 우리는 목소리에서 자연과 우주의 활력(물활론)을 발견한다. 언어학 및 언어철학의 주장과 달리 여기서는 기표화 이전의 신체적 기호계(제스처, 자세, 동작, 안면표정 등)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왜냐하면 가치들이 신체를 통해서 가장 먼저 출현하기 때문이다.
― 5장 “쓰레기”와 수행성 비판, 271쪽


삶, 실존, 생명과 같은 개념은 우리를 생기론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복종과 단절하는 주체화, 즉 자기에 대한 관계를 통해서 이런 미시 권력 관계를 어떻게 정치화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질문하게 해준다.
― 7장 언표행위와 정치, 367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Maurizio Lazzarato, 1955~ )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1980년대 초에 프랑스로 망명, 파리 제8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 정보기술, 비물질노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율주의 잡지 『물티튀드』(Multitudes)지의 창간 발기인이자 편집위원이다. 비물질노동, 임금노동의 종말, ‘포스트사회주의’ 운동, 인지자본주의와 그 한계, 생명정치·생명경제 개념 등이 연구 주제이다. 저서 『부채인간』(메디치미디어, 2012)은 한국어를 포함하여 11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3년 서울 일민미술관의 <애니미즘> 전시회에 시각예술가 안젤라 멜리토풀로스와 함께 작업한 영상 작품 <배치>와 <입자들의 삶>이 전시되었고 작품 소개를 위해 방한하기도 하였다. 저서로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부채통치』(Gouverner par la dette, 갈무리, 근간), 『사건의 정치』(La politica dell’evento, 갈무리, 근간), 『정치의 실험들』(Experimentations politiques, 갈무리, 근간), 『발명의 힘』(Puissances de l’invention, 2002), 『자본주의 혁명』(Les Revolutions du capitalisme, 2004), 『불평등의 정부』(Le Gouvernement des inegalites, 2008), 『전쟁과 자본』(공저, Guerres et Capital, 2016) 등이 있다.


옮긴이
신병현 (Shin Byung Hyeon, 1958~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문화, 조직, 그리고 관리』(한울), 『작업장 문화와 노동조합』(현장에서미래를), 『노동자문화론』(현장에서미래를),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공저, 천권의책), 『포스트모던 조직론』(공저, 다인아트), 『노동자 정체성은 있는가? 재현과 가부장체제』(액티비즘) 등이 있다. 논문으로 「푸코의 파르헤지아 개념과 교육론적 함의 : 교사의 형상과 대안적 교육 주체화 과정을 중심으로」, 「금융화 시기 지대의 독점적 조직화와 문화과정」, 「비고츠키와 랑시에르 : 교육문화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 등 다수가 있다.


심성보 (Sim Sung Bo, 1976~ )
킹콩랩 연구원. (전)문화연구시월 연구원. 비판이론, 문화연구, 담론분석, 연구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공저, 천권의책), 번역으로 『금융자본주의의 폭력』(갈무리),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갈무리), 『푸코효과』(공역, 난장), 『일회용 청년』(공역, 킹콩북), 『생명정치란 무엇인가?』(그린비) 등이 있다.



목차

서론 8

1장 생산과 주체성의 생산 :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 사이에서 31
1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 32
2 인간/기계 대 인간들/기계들 40
3 이집트의 거대기계 : 예속의 최초 형태 43
4 복종의 기능 48

기호론적 작동자로서의 자본 : 기표적 기호계와 비기표적 기호계 55
“생산”의 개념 60
욕망과 생산 71
“인적 자본”의 실패 76

2장 생산과 주체성의 생산에서 기표적 기호학과 비기표적 기호계 80
1 구조주의의 잔재 : 구조 없는 언어 83
2 기표적 기호학 95
3 비기표적 기호계 114

3장 혼합적 기호계 137
1 주식딜러의 기계적 주체성 138
2 “인간”의 혼합적 기호계 147
3 영화의 혼합적 기호계 157
4 노동 분업에서 기표적 기호계와 비기표적 기호계 164
5 주체성의 이중적 기능과 가공 177
6 빠졸리니와 새로운 자본주의의 내재적 기호계 182

4장 갈등과 기호 체계 203
문제화 211
선전구호의 해석과 전파 216
갈등에 개입하는 학자 219
실업과 비가시적인 노동 224
기표적 기호계의 내러티브 기능 229
복종 기계 232

5장 “쓰레기”와 수행성 비판 247
1 “절대적” 수행문 249
2 수행성을 통한 해방 253
3 바흐친과 최초의 언표행위 이론 259
4 목소리와 제스처의 미시 정치 268
5 담론 전략들 271
6 재생할 수 있는 것과 재생할 수 없는 것 276
7 “주체에 선행하고 주체를 초과하는” 언어 281
8 언어에서의 초월과 죄의식 288
9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291
10 “쓰레기”에 더하여 294

6장 주체성 생산에서 담론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 298
1 기계장치와 실존적인 것 299
2 담론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의 이접과 통접 306
3 미적 패러다임 311
4 오늘날의 위기 322

7장 언표행위와 정치 ― 민주주의에 대한 평행적 독해 : 푸코와 랑시에르 334
1 두 개의 평등론 335
2 “진실-말하기” 337
3 파르헤지아, 폴리테이아, 이세고리아, 두나스테이아 340
4 언표행위와 화용론 344
5 파르헤지아의 위기 349
6 정치적 행동의 두 모델 353
7 로고스와 실존, 극장과 행위예술 358
8 감각적인 것의 분배, 또는 분할과 생산 363
9 평등과 차이 367

옮긴이 후기 : 기호와 기계, 주체성에 관한 새로운 사유의 모험 372
참고문헌 386
인명 찾아보기 393
용어 찾아보기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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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민주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7)

전 세계적 정치상황과 사회운동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속에서 진동해온 민주주의 논쟁을 절대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의 발견과 발명을 통해 한 걸음 더 전진시키려는 것으로 이러한 주제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책이다. ‘절대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대선 이후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사회대개혁’이라는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할지를 사유할 개념적 틀과 근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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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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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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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노동과 다중』(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외 지음,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1부에는 '정동'에 관한 질 들뢰즈의 연속 강의, 2부에는 마우리찌오 랏짜라또와 삐올로 비르노의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주체성, 미적 생산, 시간의 재구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비물질노동 개념을 발전시켜 보려는 우리 나름의 이론적 개입을 담았다.

2017.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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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조문경 시집

해바라기 뒤통수를 봤다



지은이  조문경  |  정가  7,000원  |  쪽수  124쪽

출판일  2017년 6월 16일  |  판형  국판 (129×210)

도서 상태  초판 / 무선철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마이노리티시선 49

ISBN  978-89-6195-163-0 04810 / 978-89-86114-26-3 (세트)

보도자료 해바라기뒤통수를봤다-보도자료.pdf 해바라기뒤통수를봤다-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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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의 뒤통수는 앞면과 전혀 관련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앞면의 표정을 “틀어”쥔 것이라고나 할까? 시인은 “팽팽하게 당겨 묶은 초록 근육”이라 했다. 그렇다, 뒤통수는 앞면을 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 그동안 우리는 앞모습에만 너무 매몰되어 살아온 것은 아닌지를 반성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처럼 “뒤통수”가 삶의 진짜 주인공이라면 ‘앞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뒤통수의 ‘의태’(擬態)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희철 시인의 발문 중에서)

 

 

해바라기 뒤통수를 봤다』 출간의 의미

 

조문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 49번째 ‘마이노리티시선 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엄마생각』에서 시인은  “생의 근육과 정신을 도드라지게”(오철수, 『엄마생각』 해설) 표현하였다. 문학평론가 오철수에 따르면 『엄마생각』은 “우리 시문학사에서 거의 최초라고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사랑의 경전”(앞의 글)이다. 『엄마생각』의 시들은 2014년 8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충남일보』 “시가 있는 목요일” 섹션에 연재되었고, 2014년 7월에는 EBS FM <시콘서트>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모든 것에는 뒤통수가 있다”(최희철, 발문)는 점에 착안한 듯하다. 해바라기의 뒤통수를 “팽팽하게 당겨 묶은 초록 근육”(「해바라기의 뒤통수를 봤다」)고 표현하며 “ ‘뒤통수’가 삶의 진짜 주인공이라면 ‘앞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뒤통수의 ‘의태’(擬態)가 아닐까 하는 생각”(최희철, 발문)을 불러일으킨다.


조그마한 섬 / 붉게 물들다가 순식간 // 어두워질 때 / 낮에 본 모든 것을 잊으시라 / 황홀하게 물든다는 것은 / 오늘에 눈멀어 내일로 가는 / 제의(祭儀) 같은 것 // 삶이 삶을 건너는 매듭 // 어둠에 덮여서도 거대한 짐승처럼 파도는 출렁이고 / 내일로 가고 있다 / 섬은 (「낮에 본 모든 것을 잊으시라」 전문)


시인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면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여러 곳에서 쓴다. 흙이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는 겨울에게도 / 자신을 다 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봄 흙」) 알고 겨우내 말랐다 봄이 되면 다시 촉촉해지는 것처럼, 어둠이 내린 섬은 “어둠에 덮여서도 거대한 짐승처럼 파도는 출렁이고 / 내일로 가고”(「낮에 본 모든 것을 잊으시라」) 있으며, “벚꽃이 진다고 말할 때 실은 피고 있는 것”(「벚꽃이 진다고 말할 때 실은 피고 있는 것이다」)이고, 「적막(寂寞)도 누군가는 밀고 있을 것이다」.


숟가락을 보다가 / 혼자 목덜미를 붉혔다 / 얼굴이 비치도록 반질반질 얇은 쇠붙이 / 생각해 보니 하루에 세 번씩 / 내 입 속을 드나든 것이다 … 그게 새삼 신기해 들여다보니 / 입술에 닳아버린 쇠의 표면에 / 내가 통째로 들어 있는 게 아닌가 / 오늘 처음으로 빈 숟가락을 입 속에 넣고 / 곡면에 입술을 밀착시켜 쓰윽 빼본다 / (부드럽지만 의식된다는 것의 이 불편함) / 매일 이리 관능적인 동작이 / 모두를 먹인 것이다 (「숟가락의 관능을 생각했다」 부분)


숟가락의 관능을 노래한 위 시처럼, 전작 『엄마 생각』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식물과 일상의 사물, 사건을 소재로 “생의 근육”의 작동을 역동적으로 담아내는 시들, “일상의 삶에서 낯선 풍경을 건져 올린”(이병승, 추천사) 시도 여러 편 담았다. 겨울 능선을 “온몸을 웅크린 거대한 생명체”(79쪽)라고 표현하고, 쓰레기통 속의 음식물이 “어쩌면 저것들은 언 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를 / 생생하게 보는 것인지 모른다”(78쪽)고 상상한다. 서로의 똥배를 보며 깔깔대다 엉덩이 선발대회가 벌어진 목욕탕을 다녀와서는 “저 엉덩이들이 움직인 곳에 / 하나씩의 세상이 가득했을 것”(76쪽)이라고 말한다. 


내 귀에 / 며칠 째 불편한 소리가 들린다 / 벌 소리 같기도 맥박 소리 같기도 / 어떤 때는 수돗물 소리 같기도 한데 / 신경이 쓰이다 고통스러웠다 … 귀 안의 소리 이를 테면 혈행(血行) 소리 등이 / 엉켜서 만들어내는 복합소리라고 한다 / 정상적인 몸이라면 듣지 말아야 할 / 소리를 듣게 되어서라고 / 귀가 있어야만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 귀가 귀 자체의 소리는 듣지 못해야 한다는 말- / 동백꽃도 가장 붉을 때 낙화하는 까닭을 / 결코 듣지 못할 것이다 (「동백꽃이 가장 붉을 때 지는 이유」 부분)


사람의 귀가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귀 자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동백꽃도 가장 붉을 때 지는 이유를 듣지 못할 것이다. 뒤통수는 분명히 거기에 있는데, 정면을 바라보고 가만히 서서는 절대 볼 수 없다. 뒤통수를 찾아 마음에 새기기 위해 시인은 자세도 바꿔보고 고개를 요리조리 꺾어 돌리며 상상을 해야 했을 것이다. 『해바라기 뒤통수를 봤다』에서는 시인의 이 호기심 가득한 움직임이 느껴져 읽는 이에게 설렘을 준다. 그리고 뒤통수를 찾는 시인의 눈길은 “우리가 뒤섞여 사는 세상이 동일한 것들의 나열이 아니라, 끝없이 창조되면서 반복된다는 것”(최희철)을 깨닫게 한다.



自序
 
고백컨대
혼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면서도 시를 생각했다
천하의 나쁜 딸처럼
시를 낳았다
시는 원죄(原罪) 같다
슬프다는 말도 죄스러웠다
어머니 가신 그 길에 이 시집을 바친다 



추천사


조문경 시인과는 가끔 지극한 안부를 묻곤 한다. 요즘은 뭘 배우러 다녀요? 넘겨짚은 질문이지만 그녀는 정말로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거나 낯선 경험을 했다고 답한다. 그녀가 무얼 하든 그건 다 시를 위한 행동이다. 시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논다.

그녀의 시에 차고 넘치는 생의 긍정 이면에는 깊은 절망과 그림자가 있음을 나는 일찌감치 눈치 챘는데 그래서일까? 나보다 더 시니컬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놀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둠을 모르는 빛이 어디 있겠는가? 어찌 보면 조문경 시인은 하필이면 하수구를 화병으로 만드는 벚꽃처럼 절망의 세계를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를 과감하게 변형해 나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녀 스스로 시가 되려는 존재. 때로는 기생식물이기도 하고, 역할극을 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삶의 기교를 부리지 않는 굴 껍질 같기도 한 존재. 그러다 어느 날 끙 하고 힘을 주며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능선처럼 숲을 품고 살리는 거대한 생물이 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시집엔 그녀의 인생이 흑백영화처럼 흐르는 듯하다. 시집 한 권을 읽는 동안 깜빡 취했다 깨어나면 이미 반백 년이 흘러버린 것처럼, 거기엔 천진난만한 아이, 웃음 많은 소녀, 끊임없이 자기 변형을 시도하는 여성, 며느리이자 딸이고 아내이자 엄마인 그녀가 있다. 그녀는 노을빛 출렁이는 일상의 삶에서 낯선 풍경을 건져 올린다. 과거와 현재, 미래, 찰나와 영원, 미세와 거시의 세계를 그녀만의 눈으로 사진처럼 찍어낸다. 그녀가 내미는 장면들은 때로는 낚아채듯 그려낸 드로잉이며 언어로 채색한 공들인 회화다. 독자의 추억으로 변형되고 스며들어 울림을 주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그런 풍경들을 내밀고 그녀는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다. 때로는 그녀가 발견한 생각과 느낌들을 속삭이듯 들려주기도 한다. 그것도 다 부질없다 싶어지면 그냥 함께 풍경이 되어버리자 한다. 
― 이병승 (시인)



지은이 소개


경북 상주 출생

2002년 <삶글>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항상 난 머뭇거렸다』 (2003)

『노란 장미를 임신하다』 (2008)

『엄마 생각』 (2013)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표 시 ― 「해바라기의 뒤통수를 봤다」 


해바라기 뒤통수를 보았는가

뒷면을 보고 앞면을 떠올린다는 것이

불가능한 줄은 알지만

해바라기의 뒷모습은

뭔가를 단단히 틀어쥔

운명의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게

팽팽하게 당겨 묶은 초록 근육이다

포기를 모르는 고집스런 뒤통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황금꽃은 오랜 시간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을 고지(告知)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과 함께 할 때 수없이 변하는 나의 표정

뒤통수 같은 것을 잃어버렸던 나에게

해바라기 뒷모습은 묻는다

삶의 방법이 아니라 존재 의미를 



목차 


自序


제1부

환풍기 빛처럼  13

소사나무숲  14

피나물 꽃 보거들랑  15

우리는 다 배우다  16

목련  17

우아함에 대해  18

배를 깎다가  19

소리쟁이  20

한마디가  21

길은 많지 않다  22

벚꽃이 진다고 말할 때 실은 피고 있는 것이다  23

생의 한가운데  24

당신 생각  25

봄 흙  26

낮에 본 모든 것을 잊으시라  27

느다시 뿌리  28

굴업도 성당  29

春似不來春  30


제2부

너의 가시를 존중하다  33

해바라기의 뒤통수를 봤다  34

늘 일출이신  35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36

에곤 쉴레의 화보를 보다가  37

에곤 쉴레의 성행위 그림을 보다가  38

큰까치수염  39

불두화애벌레  40

마른장마  41

구절초  42

물방울, 그 휘황한 세계란  43

소금쟁이 독경  44

함박꽃  45

시장 뒷골목  46

재채기하는 사람을 흉내 내보라  47

유난스러움에 어떻게 까닭을 물을 수 있으랴  48

동백꽃이 가장 붉을 때 지는 이유  49

유리집 여자  50

산부추꽃  51


제3부

어떤 고백  54

호박 속, 궁전  55

적막도 누군가는 밀고 있을 것이다 56

과연 개가 풀 뜯어먹는 인생론일까?  57

분수가 놀다  58

가을, 물들다  59

바람이 예쁘다고 느끼기는 처음이다  60

가을볕이 오는 곳  61

추분  62

백양사 단풍  63

숟가락의 관능을 생각했다  64

둘째가 걸리는가보다  65

단풍은 시작되었다  66

너는 그런 줄로만 알아라  67

생의 유혹  68

물맛  69

해시계  70

메론 껍질을 보다가  71

세상에서 제일 큰 굴 껍데기  72


제4부

겨울 수사학  75

목욕탕 풍속화  76

쓰레기통 속의 음식물을 보며  78

겨울 능선은 살아 있는 짐승이다  79

커피 잔을 놓치다  80

기도  81

다 이럴까  82

억새  83

그 수컷이 있던 풍경  84

입추  85

웃음에 대해  86

눈깔땡보가 놀러와서  87

다랑이 논  88

12월의 벌을 위해  90

집채만 한 벌을 보았던 날  91

그 단맛  92

뭉특한 시  93

벚꽃, 승천  94

지극한 안부  95


발문·어둠이 굽이치는 운동성과 즐거움 (최희철 시인)  96

2017.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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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표성배 시산문집

미안하다



지은이  표성배  |  정가  15,000원  |  쪽수  248쪽

출판일  2017년 6월 16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도서 상태  초판 / 무선철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피닉스문예10

ISBN  978-89-6195-162-3 03810

보도자료 미안하다-보도자료.pdf 미안하다-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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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 노동자들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가장 적당한 말은 무엇일까? 찾을 수 있다면, 아마도 불안일 것이다. 불안. 불안한. 불안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캄캄하다. 절벽이다. 불안을 빼고는 어떠한 단어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불안 앞에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락이다. 오늘이 불안하니, 내일도 불안하다. … 더 캄캄한 것은 이 불안을 없앨 어떤 답을 명확하게 찾을 수 없으므로 장기적 만성적 불안이다. 한 마디로 통째 불안이다.(10쪽)

 

 

미안하다』 출간의 의미

 

표성배의 시산문집 『미안하다』는 온통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 미안하고, 함께 부대끼며 생활해 온 공장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 / 눈 뜨면 다가와 있는 이 아침이, / 오늘, 이 아침이 미안하다 / 공장 기계들 이른 아침을 깨우는 / 햇살이 퍼진다 / 너와 나 사이 골고루 퍼진다 / 어제 동료 앞에 / 햇살 그 푸근함을 말하는 / 내 입이 거칠구나 / 공장 야외 작업장을 터벅터벅 걷는 / 이 아침이 미안하구나 / 오롯이 숨 쉴 수 있다는 게 / 더 미안하구나(「미안하다」 부분)


잘 돌아가던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한다는 발표가 나고부터 밀려드는 불안한 미래 앞에 내동댕이쳐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성은 늘 늦게 도착하고 후회가 앞서지만, 반성과 후회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표성배의 시와 산문은 하루하루 성큼성큼 다가서는 불안한 밥 앞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이 땅 노동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밥이 불안하고부터 숨 쉬는 공기가 불안하고, 편안해야 할 잠자리가 불안하고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지난 시간마저 불안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은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료의 심정임을 그는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살아온 삶 전부를 부정하게 만드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끔찍하지만 이 경험은 이 땅에서 밥을 벌어먹는 노동자라면, 빠르거나 느리거나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한 번은 겪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밥. 우리가 공장폐쇄라는 당면한 문제 앞에 두려운 것은 밥, 밥 때문이다. 밥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밥은 모든 것으로 통하게도 하고, 모든 것을 벽처럼 막기도 한다. 밥은 그래서 전지전능하다. 사람을 웃게 만들 수도 울게 만들 수도 있는 밥, 밥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다.(39쪽)


이 불안의 근본 원인을 그는 밥에서 찾고 있다. 그것도 노동자들이 먹는 밥은 ‘피밥’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늘도 공장폐쇄나 정리해고, 희망퇴직이라는 명분 앞에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불법파견이나 불법적인 정리해고나 공장폐쇄 등에 맞서 노동자들은 송전탑이며 공장 옥상, 크레인 위나 심지어 광고탑에까지 올라 밥을 위해 밥을 굶는 이 땅 노동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장폐쇄를 앞두고 약 한 달간 이어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라는 불안한 미래 앞에 선 공장 동료의 이야기가 이 땅 모든 노동자의 삶을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논과 밭. 아침부터 컨테이너 사무실 안은 깊은 침묵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강물의 깊이, 강물의 무게가 끝이 없다. 일 시작 종소리가 울려도 아무도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형들도 아우들도 서성거리고 불안한 모습이 얼굴 가득하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벌써 소식을 듣고 몇몇 걱정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공장이 생계 수단인 도시 노동자에게 공장 폐쇄는 죽음과도 같다. 그래서 공장은 먹을 것을 기르는 논이고 밭이다.(33쪽)


그는 공장을 “먹을 것을 기르는 논이고 밭”이라 한다. “논과 밭은 농부의 땀이고 피다. 생명이다. 온 가족의 어머니고 아버지다. 한 나라의 산맥이고 강줄기다. 역사다. 우리 조상들이 생명보다 귀중하게 여겼던 논과 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 한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장은 논이고 밭이”라고 말한다. 그런 공장이 일말의 설명도 없이 폐쇄된다는 공고 앞에 분노한다. 일밖에 몰랐던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분노하고, 공장폐쇄를 결정한 경영자에게 분노하고 있다. 


분노. “공장 폐쇄는 조삼모사다. 일방적 공장 폐쇄는 횡포다. 회사는 공장 폐쇄 철회하라. 회사는 회사를 이렇게 만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라.” 대자보가 공장 곳곳에 붙어 있다. 참담함을 넘어 분노가 솟는다. ‘지금은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때’라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떠오른다. 왜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가.(67쪽)


『미안하다』에는 공장에 나가는 일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이 땅 노동자의 신분에 대해, 당신도 모르게 당신 앞에 슬금슬금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안한 공기에 대해,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면담을 하고 희망퇴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가는 환경 앞에 이 땅 아버지들이 받는 심적인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또, 함께 몸으로 부대끼며 일한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떠밀리듯 희망퇴직서에 서명한 동료에게 더 미안하다고 한다. 어제까지 나란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던 동료의 빈자리를 생각하고, 공장이 폐쇄되고 일자리를 잃고 떠나가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더 괴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머리말에서 “미안하다는 말, 이 말만큼 미안한 말은 없”으며, “공장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한 노동자의 삶이 오롯이 배어있는 삶터”라고 주장한다. 그는 공장 폐쇄는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는 횡포며 폭력이라고 고발한다. 


이 시산문집은 아름다운 언어들로 지어진 집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늘 듣고 보고 부대끼는 삶의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읽기 쉽게 날짜별로 시와 짧은 산문들을 섞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숨김없이 부끄러운 모습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읽는 내내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는 것에 공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머리말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
이 말만큼 미안한 말은 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 몸과 마음이 온통 미안해진다.

공장 폐쇄와 맞닥뜨리고부터
그날그날 일기처럼 이 글을 썼다.
쓰면서 가장 큰 마음속 짐은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부모 마음이 어떨까
짐작만이라도 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것도 공장 폐쇄로 인해
당장 일터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가 된 부모라면
아이들 앞에 두고 그 마음이 어떨까.
나아가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수년 동안
함께 부대끼며 생활해 온 공장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였다.

공장이 언제라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노동자들 대부분은 잊고 산다.
그만큼 순박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순박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만 하다
어느 순간 공장 문이 닫히면 그 결과는 혹독하다.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지 않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2015년 11월 26일은 잊을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약 40%의 동료가 공장을 떠나는 동안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고 분노했던
그 시간을 여기 남긴다.
공장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한 노동자의 삶이 오롯이 배어 있는 삶터다.
이러한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것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끈 하나를 빼앗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불안한 끈에 우린 내일도 목이 매여 있다.

2017년 4월
표성배 



추천사


불안하다. 불안, 이 산문집을 읽으며 내내 나를 지배하는 단어는 ‘불안’이다. 이 불안이 공장 폐쇄라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개별적 노동자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이라면, 한 집안의 가장인 내 불안도 이미 ‘장기적, 만성적, 통째불안’이다. 
― 이규석 (시인)

공장이 단순하게 밥을 벌어먹고 사는 공간이 아니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공장은 논이고 밭이다.’ 나아가 노동자의 삶을 지배하는 근원이다. 그게 이 땅 공장 노동자가 처해 있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을 잊고 살아간다는 말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 최상해 (시인)

사람이 살면서 희망을 꿈꿀 수 없다면 그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표성배의 산문집을 읽다 보면 ‘희망’조차 꿈꿀 수 없는 이 땅 노동자들 삶 앞에 분노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무슨 사람의 삶이 이런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불안한 ‘밥’을 늘 머리에 이고 사는 삶이라니, 이 산문집에는 그 밥을 위해 ‘저 공장 정문을 걸어 들어가 걸어 나오지 못한 동료’에 대한 애환과 가장으로서 가족을 생각하며 번민하는 한 노동자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오늘도 찬찬히 우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듯 따듯한 가슴으로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 정은호 (시인)



지은이 소개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대표 산문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말, 이 말 무게를 온몸으로 느낀다. 저울로 잴 수 없는 말, 미안하다. 이 말, 이 말 무게를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똑같은 무게, 변하지 않는 무게가 있다면, 미안하다는 말, 이 말 내뱉고 새카맣게 타고 마는 부모 가슴, 아이들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하는 말, 미안하다. 더는 적당한 말을 찾아낼 수 없는 현실 앞에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내뱉는 말, 아들, 딸, 미안하다. 내 아버지 어머니가 그랬듯 이 땅 가난한 노동자를 아버지로 어머니로 둔 아들, 딸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많은 아버지와 수많은 어머니가 현실이라는 벽 앞에 무너지고 마는 말, 미안하다. 아이들 꿈, 무너지는 꿈, 꿈의 크기, 꿈의 무게, 꿈의 날개, 꿈의 높이, 꿈의 깊이, 큰 꿈을 꾸는 가슴, 가슴이 타들어 가는 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고, 말할수록 더 미안해지는 말, 미안하다. 미안해서 더는 할 수 없는 말. 미안하다.



목차 


머리말  4

미안하다  9

2015년 11월 26일  26

2015년 11월 27일  32

2015년 11월 28일  41

2015년 11월 29일  45

2015년 11월 30일  54

2015년 12월 01일  57

2015년 12월 02일  61

2015년 12월 03일  68

2015년 12월 04일  76

2015년 12월 05일  79

2015년 12월 06일  85

2015년 12월 07일  92

2015년 12월 08일  98

2015년 12월 09일  101

2015년 12월 10일  105

2015년 12월 11일  118

2015년 12월 12일  127

2015년 12월 13일  131

2015년 12월 14일  139

2015년 12월 15일  146

2015년 12월 16일  155

2015년 12월 17일  165

2015년 12월 18일  170

2015년 12월 19일  176

2015년 12월 20일  186

2015년 12월 21일  193

2015년 12월 22일  204

2015년 12월 23일  209

2015년 12월 24일  215

2015년 12월 25일  220

미안하다  224

2017.0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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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
철도노동운동사



대한제국 철도 건설부터 2013년 수서KTX 민영화저지 파업투쟁까지
120년 철도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2천여 컷 만화로 만난다
10년에 걸쳐 만든 피와 땀과 눈물의 기록, 철도노동자의 역사를 철도노동자가 말한다



기획  김명환  |    김병구·지영근  |  그림  최정규  |  정가  12,000원
쪽수  232쪽  |  출판일  2017년 5월 29일  |  판형  크라운판 변형 (175x21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ISBN  978-89-6195-160-9 07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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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철도노동자의 역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차가 달리는 철도 현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입니다. 그들은 ‘동료의 죽음’을 겪으며 살아왔고, 언젠가 자신도 철길에 쓰러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노동하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안전해야 시민들도 안전하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숭고하거나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함이 있을 뿐입니다.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 출간의 의미 : 철도노동자는 왜, 툭하면 파업을 할까요?

2002년부터 15년 동안 다섯 번의 파업을 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일까요?

정부와 언론은 항상 파업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피해만을 부각시켜 그들을 비난해 왔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왜, 온갖 비난과 희생을 무릅쓰며 파업을 하는 것일까요?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노동자의 120년 역사를 만화책으로 냈습니다. 대한제국 철도 건설 시기부터 2013년 수서KTX 민영화반대 파업까지의 철도노동자의 삶과 투쟁의 기록을 2천여 컷 만화로 그렸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철도노동자의 역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숭고하거나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함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안전해야 시민들도 안전하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232쪽 만화책 한 권을 내는 데 꼭 10년이 걸렸습니다. 먼지구덩이 창고를 뒤져 자료를 모았습니다. 보존을 위해 스캔을 하거나 촬영을 했습니다. 경험과 기억의 보존을 위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6년에 걸쳐 230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을 인터뷰 하고 정리했습니다. 4년에 걸쳐 2천여 컷 만화로 그렸습니다. 제목은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 도서출판 갈무리에서 나왔습니다.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 상세한 소개 : 철도노동자가 철도노동자의 역사를 말한다


툭하면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2002년부터 15년 동안 다섯 번의 파업을 했습니다. 그들은 누구일까요?

“강성노조 노조원들?”

“기득권을 지키려는 배부른 노동자들?”

정부와 언론은 항상 파업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피해만을 부각시켜 그들을 비난해 왔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왜, 온갖 비난과 희생을 무릅쓰며 파업을 하는 것일까요?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노동자의 120년 역사를 만화책으로 냈습니다

대한제국 철도 건설 시기부터 2013년 수서KTX 민영화반대 파업까지의 철도노동자의 삶과 투쟁의 기록을 2천여 컷의 만화로 펴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의 투쟁이 아주 오래전, 철도 건설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왜, 싸우지 않을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함

이 책을 읽으면 철도노동자의 역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차가 달리는 철도 현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입니다. 그들은 ‘동료의 죽음’을 겪으며 살아왔고, 언젠가 자신도 철길에 쓰러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노동하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안전해야 시민들도 안전하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숭고하거나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함이 있을 뿐입니다.



기획 후기 : 꼭 10년이 걸렸습니다


2006년 3·1파업 직후 이 책은 기획되었습니다.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565호에 KT 이해관 동지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KT노조를 이끌었던 필자를 비롯한 지도부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투쟁에 실패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역사적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 역사를 믿지 못할 때 노동자의 선택은 현실이라는 이름의 투항이다. 그리고 그 귀결점은 KT의 구조조정 사례가 보여주듯 끝없이 반복되는 구조조정과, 그를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임금노예로서의 삶뿐이다.”

구조조정이 끝없이 반복되는 철도노동자에게 “역사적 자긍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 ‘철노60년사 발간준비팀’이 만들어졌습니다.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고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자료실’이 만들어졌습니다. ‘철도노동자’ 591호에 ‘만화로 보는 철노100년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철도노동자’ 616호까지 다섯 차례 연재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일제시대와 해방공간부터 1994년 ‘전지협공동파업’까지 경험한 선배님들의 인터뷰 기록을 『철도이야기』와 『아! 전기협』 시리즈로 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은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1994년 이후의 방대한 자료정리와 인터뷰는 후일로 미루고 일단 중간 정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하기만 한 작업입니다. 능력의 부족, 노력의 부족…….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는 후배들의 몫이겠지요. 부족하지만 철도노동자들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데 위안을 삼겠습니다.

철도 건설부터 민주노조 건설까지의 집필은 김병구 동지가 맡았습니다. 철도민영화저지투쟁 시기의 집필은 지영근 동지가 맡았습니다. 백남희, 백성곤, 오진엽, 유균, 이진영, 이철의, 이한주, 조연호, 황하일 동지가 함께 고생했습니다. 2000년 철도노조 직선제투쟁부터 함께해온 최정규 동지의 헌신적인 노력이야말로 이 책이 있도록 만든 힘입니다. ‘노동자역사 한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특히 수많은 선배님들을 인터뷰하고 정리한 유균 동지의 눈물겨운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보며 바로잡아 주신 박준성, 안태정 선생님께, 돈이 안 될 게 뻔한데도 출판을 맡아 주신 ‘갈무리’ 식구들께, 연재되는 동안 많은 의견과 조언을 주신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수많은 동지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동지들께 큰절 올립니다.

2017년 5월
‘철도노동자’ 편집주간 김명환



추천사


철도노동운동사는 민주노조운동이 걸어왔던 고난의 역사였습니다. 철길을 따라 달려온 100여 년의 철도노동자 역사는 우리 노동운동사의 횃불이었습니다. 전평시기를 딛고 해방 후 대한노총과 한국노총 시기에 겪었던 철도노동자들의 현실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건조할 수 있고, 딱딱한 운동사를 만화형식으로 풀어낸다는 생각은 획기적 발상입니다. 만화라는 형식이기에 보다 쉽게 노동자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가 없이 대안을 마련할 수 없듯이, 노동자역사를 모르고 노동운동의 희망을 꽃피우기 어렵습니다.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철도노동운동사’를 쉽고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양규헌 / 노동자역사 한내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는 19세기 후반부터 2013년까지의 역사를 투쟁하는 철도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자본계급으로부터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노동계급의 처절하고 슬픈 이야기인 동시에, 자본계급에게 굴종하지 않고 맞서서 자유와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계급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만화의 가시성, 대화의 현장성, 배경과 상황에 대한 설명성이 서로 어울려 인포테인먼트를 선사해 준다. 투쟁하는 노동계급이 역사서술의 주체로 우뚝 섰다. 자, 이제 노동해방을 지향하는 노동계급이 사회운영의 주체로 나설 때가 되었다.

― 안태정 /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저자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공공재인 철도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고 싸운 철도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가 이 한 권에 담겨져 있다. 『만화로 보는 철도이야기』는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과 사명감으로 국민의 발인 철도를 지킨 노동자에게 바치는 헌시이다.

― 김형배 / 우리만화연대 회장



지은이 소개


철도 건설시기부터 노조민주화투쟁시기까지의 글을 쓴 김병구는 1991년 철도차량 검수원이 되었다. 1998년 청량리객화차지부 지부장, 2000년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조직국장, 2012년 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해고되어 2005년 복직됐지만 2009년 파업으로 다시 해고됐다. 현재 철도노조 조직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철도민영화저지투쟁시기의 글을 쓴 지영근은 1992년 기관차 기관조사가 되었다. 2000년 구로승무지부 지부장, 2001년 철도노조 노사실장, 2007년 철도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 대표로 활동했다. 2003년 해고되어 2016년 복직됐다. 현재 구로승무지부 대외협력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를 그린 최정규는 2000년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일러스트를 맡은 이래 18년째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획을 맡은 김명환은 1993년 철도 수송원이 되었다. 2000년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2007년부터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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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장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철길 6
대한제국시대 및 일제강점기의 철도 건설

제2장 어둠을 뚫고 달리는 기관차 22
일제강점기 철도노동운동

제3장 타오르는 기적소리 38
전평시대 철도노동운동

제4장 재갈물린 철마 50
대한노총시대 철도노동운동

제5장 북풍한설 몰아치는 철길 62
한국노총시대 철도노동운동

제6장 철길에 부는 바람 86
철도노조민주화투쟁 1

제7장 예각으로 정면을 돌파하라 118
철도노조민주화투쟁 2

제8장 궤도 잃은 기관차 148
철도민영화저지투쟁

제9장 사회공공성의 깃발을 들다 168
공공철도건설 및 비정규직철폐투쟁

제10장 민주노조를 사수하라 186
단체협약사수투쟁

제11장 “춥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보낸 겨울” 208
수서KTX민영화저지투쟁

기획후기 226
한눈에 보는 노동자역사 228
철도노동자 투쟁일지 230
참고문헌 232
2017.05.15 |


보도자료 

절대민주주의
Absolute Democracy



신자유주의 이후의 생명과 혁명

문제는 민주주의다.
모든 민주주의들을 절대화하라!


지은이  조정환  |  정가  25,000원  |  쪽수  496쪽
출판일  2017년 5월 12일  |  판형  신국판 (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아우또노미아총서 54
ISBN  978-89-6195-161-6 9430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어떤 정치체제는 그 구성원들 모두의 권리를 내적으로 구체화하여 이의(異議)의 토대를 최소화한 정도만큼 절대적이다. 귀족제는 대체로 군주제보다 더 절대적이지만, 민주주의는 완전히 절대적인 지배, 즉 모든 사람의 자치적 공통체이다.


전(前)개체적인 것들을 제거하려는 지성의 노력은 개체를 보존하려는 노력의 표현인 만큼 결코 오류나 잘못으로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생명은 지성의 그러한 노력까지 감싸 안으면서도 그것에 갇히지 않고 실재적 시간으로 남아 진화하려는 의지행위이며 개체와 전개체적인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체성의 이 의지행위야말로 자유를 열어내는 행위이다.



절대민주주의』 간략한 소개

촛불 자유발언대와 만민공동회, 그리고 피켓, 깃발, 구호와 함께 하는 집회에서 누구나 정치가이듯이, 절대민주주의적 삶정치에서는 누구나 노동-정치가, 정치-노동자이다. 다중의 삶정치를 제도화한 절대민주주의 헌법에서는 다중이 직접적으로 정치가이듯이 다중을 대의하는 정치가들도 다중의 일부로서 다중에 복무하는 정치-노동자, 노동-정치가일 것이다. 다중이 직접적으로 정치-노동자, 노동-정치가인 조건에서 대의제가 기능한다면, 그것은 오프라인 다중정치플랫폼(집회)과 온라인 다중정치플랫폼을 통해 형성될 다중의 헌법의지(이른바 ‘민심’과 ‘민의’)에 근거해야 할 것이다. 대의자들은 다중의 이 헌법의지로부터 분리되지 않는 한에서만 위임민주주의 정치행동을 할 수 있고 그 한계를 벗어날 때에는 소환, 해임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의하는 정치-노동자의 소득은 다중의 평균소득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군주제적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 정치가들이 전유하고 향유해온 정치지대는 다중의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재전유되고 사회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절대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민주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민주화하며, 집회민주주의와 일상민주주의를 민주화하는 힘으로 기능할 것이다. 모든 사람의 절대적 구성역량과 헌법의지에 의한 모든 민주주의의 민주화, 이것이 촛불다중혁명이 가리키는 이정표다.



절대민주주의』 출간의 의미

· 이 책은 전 세계적 정치상황과 사회운동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속에서 진동해온 민주주의 논쟁을 절대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의 발견과 발명을 통해 한 걸음 더 전진시키려는 것으로 이러한 주제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책이다.

· 이 책은 『정치론』에서 스피노자가 시작했으나 미완으로 남겨둔 민주주의의 절대성에 대한 사유(“어떤 정치체제는 그 구성원들 모두의 권리를 내적으로 구체화하여 이의(異議)의 토대를 최소화한 정도만큼 절대적이다”)를 21세기의 전 지구적 지평에서 계속하고 또 구체화한다.

· 이 책은 초기 맑스가 자신의 이론을 정초했던 생명활동성(Lebendigkeit)의 개념을 현대적 문맥에서 복원하고 또 변증법 너머의 지평에서 그것을 조망함으로써 역사유물론의 시야를 인간 역사를 넘어 생명진화라는 자연사적 지평으로 확대한다.

· 이 책은 주류적 시각이 하나로 보아온 “세계화”라는 현상을 자본의 세계화와 생명의 세계화로 양분하면서 세계화의 이중성을 밝히고 대안세계화의 정치경제적 근거와 사회운동적 실재를 규명한다.

· 이 책을 통해 1994년의 사빠띠스따 봉기 이후 20세기 말의 세계화 반대와 대안세계화 운동들, 그리고 21세기 첫 10년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하여 유럽, 한국으로 확산되었으며 다시 2011년에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중동, 유럽을 거쳐 북미로, 그리고 한국으로 확산되는 단속적이면서도 영속적인 21세기의 반란들의 세계사적 의미를 민주주의의 절대화, 혹은 절대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조망하고 종합한다.

· 이 책은 2002년 자발적인 월드컵 응원운동인 붉은 악마 운동이 미선·효순의 추모를 위해 출현한 촛불집회 형태와 연결된 이후 2008년의 촛불봉기로, 다시 2016년의 촛불혁명으로 진화한 한국의 새로운 사회운동 형태가 갖는 의미를 ‘지배와 피지배’의 틀을 넘는 ‘민주’의 새로운 의미론(“민의 잠재력이 세상을 밝힘”) 속에서 해석한다.  

· 이 책은 ‘절대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대선 이후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사회대개혁’이라는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할지를 사유할 개념적 틀과 근거를 제공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성장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설정을 생명진화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인류적 문제로 전복하자

오늘날의 자본은 고용된 노동자들의 직접적 노동시간을 착취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활동, 즉 사회적 삶을 가치회로에 포획하여 수탈한다. 그것의 영향으로 개개의 생명체는 수탈의 대상으로 위치지어지고 생명활동은 교환가치의 생산활동이라는 자본의 관점에 따라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서 자본이 외부로부터 부과하는 교환가치적 생명관점을 넘어 ‘생명이 내적으로 무엇일 수 있는가?’를 사유하는 것이 핵심적 문제로 제기된다. 이 책은 성장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자본의 문제설정을 생명진화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인류적 문제로 전복하는 것이 필요하며 혁명의 문제도 생명의 지평에서, 즉 생명진화의 가능성의 모색과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사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점거하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질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지구공동체의 생명활동을, 미국을 군주국으로 하고 귀족국가들과 국제적인 경제, 군사, 정치적 귀족체들을 거느린 제국적 주권질서 아래에 종속시키는 과정이었다. 지구제국은 모든 생명체들의 보편적이고 광역적인 생명활동을 ‘희생’시키는 체제였다. 이것이 절대군주화의 체제다. 이 책은 고역, 차별, 전쟁을 세계화하는 이 체제의 전개에 대한 전 지구적 다중들의 저항들이 이 체제의 더 이상의 지속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21세기 초,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폭발된 제국 주권질서의 장기 위기에 대한 수습 방안이 위로부터 긴축인가 복지인가로 주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래로부터 모든 것의 점거와 즉각적인 실질민주화의 방안이 다중의 절대민주화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현장을 그려낸다. 이 책이 이러한 모색에 대한 묘사를 통해 드러내는 것은, 생명의 모태인 지구가 생명의 지옥으로 되어버린 현실을 바꿔 생명의 존엄을 회복하려면 누구나의 생명적 특이성을 바탕으로 한 누구나의 자기지배가 가능한 공통체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촛불집회 :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는 방법

2016년 10월 29일부터 대한민국의 메트로폴리스 핵심지대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민주주의를 민주화할 방법을 전 세계시민들에게 보여준 중요한 사례이다. 이 촛불집회는 1) 그리스 시대 아고라에서 출현했던 집회민주주의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모로 재현하여 무수한 개체들의 회집이 갖는 힘을 보여주었고  2) (대의자들에 대한 국민소환의 가능성을 제거해 놓은) 현행의 헌법에서 오직 국회에만 주어져 있는 탄핵권을 이용하기 위해 국회위원들을 집회, 포위, 온라인청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관철시켰고 3)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여 국민이 주권자이고 모든 권력의 원천이라는 헌법 1조 2항을 실제 판시를 통해 입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이 과정에서 모든 권력의 절대적 원천이고 실질적 주권주체인 국민-다중이 집회와 온, 오프라인의 정치적 직접행동과 같은 직접민주주의만이 아니라 대의적 위임민주주의까지도 자신의 헌법의지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절대민주주의적 힘이라는 사실을 21세기의 다양한 촛불집회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입증한다.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회복과 기속(羈束) 대의제적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행의 정치질서는 본질적으로 군주제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도록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광장집회가 비가시화되면 이 시기에 구축되었던 민주제 헤게모니가 후퇴하고 군주제 헤게모니가 복원될 위험이 있다. 설령 군주제를 통해 낡은 적폐들이 청산되고 민주적 개혁요구들이 수렴된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민주제의 주도권을 안착시켜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직접민주주의 없는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원인이라는 관점을 취한다. 그러면서 5.16 쿠데타와 유신을 통해 말소된 헌법상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회복과 그것의 강화가 대의민주주의를 민주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다중의 직접적 권력행사의 가능성을 높이고 대의자들에 주어지는 권력을 국민-다중의 헌법의지에 종속시키는 기속(羈束) 대의제적 방향의 개헌이 현시기의 주요한 절대민주적 사회개혁의 과제임을 시사한다.(맑스가 ‘파리 코뮌’에서 발견한 대의제가 기속적 대의제다. 코뮌은 대리인들에게 권리를 양도하지 않고 위임하며 대리인이 그 위임된 바를 넘는 결정권을 행사할 때 해당 대리인을 소환하여 해임했다.) 


이 책의 구성과 상세 내용

이 책은 생명, 세계화, 대안세계화 그리고 민주주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 생명은 절대민주주의의 존재론적 토대로서 다루어진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아래로부터 다중의 대안세계화 운동이 위로부터 전개되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거부하되 세계화로부터의 후퇴도 거부하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인류’는 민주주의의 더 큰 완전화와 절대화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혁명적 사건들은, 이 책에서는, 모든 유형의 또 모든 차원의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는 힘인 절대민주주의적 잠재력의 세계사적 실현 과정으로 이해된다.

1부 ‘절대민주주의의 존재론 : 생명’은 민주주의를 생명에 정초하려는 시도이다. 정치적 우파는 주지하다시피 민주주의를 주로 통치(랑시에르의 언어로는 치안[police])의 차원에서 이해한다. 이러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주로 대의적 정당정치에 의해 실행되어 왔고 그것의 반복이 가져온 대의제적 문화와 관행은 민주주의를 통치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통념의 조건이 되고 있다. 우파 정당들은 대중을 대변하는 변호인, 대중의 이익을 실현할 기업가, 대중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특정한 감각을 분배하는 기관으로 기능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국민대중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지’라고 불리는 소수 자산계급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

이 사실을 직시한 사람들은 좌파 정당을 구성하여 대중을 이끄는 전위, 대중을 깨우치는 계몽가, 대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좌파 정당에서 대중에게 특정한 감각을 분배하는 기관이라는 정당의 기본성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좌파는 대의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보다 충분하지 못한 대의가 문제라고 보았다. 주류 정당들이 주로 부르주아지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함으로써 노동계급을 비롯한 민중들이 정치권에서 충분히 대의되지 못하는 것, 이 충분히 대의되지 못함이 경제적 영역에서 민중들이 겪는 열세를 정치적 영역에서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그 대안은 혁명정당, 노동당, 공산당 등 국가권력의 장악을 통해 대의되지 못한 집단들을 대의할 새로운 대의 정당의 창당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좌파 대안이 우파의 거울 이미지를 따라 정치적 대의 정당의 창당과 집권의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민주주의는 좌우파 모두에서 통치 차원의 문제로 이해되었다.

2008년에 반정당적 경향을 보였던 촛불정치가 2016년에는 <우리가주인이당(우주당)>처럼 대의 정당과는 성격이 다른 표현적 당들의 구성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은 정당정치의 이러한 역사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대안의 실험 과정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부에 실린 글은 민주주의를 통치/치안의 차원에서 끌어내려 정치적인 것에, 나아가 삶정치적인 것과 생명적인 것에 정초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자연사의 일부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민주주의를 자연사의 일부로 이해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베르그손을 따라 물질을 시간의 이완으로, 생명을 시간의 수축으로 이해할 때, 민주주의는 시간을 정치적으로 수축시키는, 그리하여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다중의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생명산업과 생명권력이 생명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각이 생명을 물질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 방식은, 생명력의 고유한 능력을 산업적 회로나 권력적 회로 안에서 흐르게 함으로써 포획하는 생명산업과 생명권력의 사물화하는 인지양식에서 주어진다. 생명을 민주주의의 잠재력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명산업과 생명권력의 이러한 생명관을 극복하면서 생명을 시간적 수축과 민주적 재구성의 잠재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1부의 핵심 주장이다.

2부와 3부는 세계화라는 탈근대적 현상 속의 두 가지 경향과 그것들 사이의 적대를 다룬다. 2부 ‘절대군주화 : 자본의 세계화’는 20세기 말부터 자본이 주도한 세계화 과정이 1968년 혁명에 대한 반혁명적 대응이면서 전쟁의 세계화, 가난의 세계화를 가져왔다고 서술한다. 자본의 제국주의와 노동의 국제주의를 금융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종합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다중의 삶을 가치적 언어로 포획하는 삶권력과 삶자본을 출현시켰다. 3부 ‘절대민주화 : 생명의 세계화’는 금융자본이 위로부터 주도한 세계화에 맞서면서 다른 세계화를 모색하는 힘을 탐색한다. 그것은 자본의 세계화에 노동의 세계화를 대치시키고, 양극화의 세계화에 소득보장(기본소득)의 세계화를 대치시키고, 생산된 가치로부터 다중을 배제하는 세계화 대신에 다양한 생산수단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세계화를 대치시키며, 사유화의 세계화에 생산자들의 협력의 세계화를 대치시킨다. 2008년의 경제위기가 2010년 전후로 세계 주요 나라들의 재정위기로 비화하면서 제1세계의 주변화와 제3세계화라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우파의 긴축, 중도파의 복지, 급진파의 점거라는 세 가지 대안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3부는 2011년에 개시된 아랍혁명과 전 지구적 점거 투쟁이 생명과 존엄, 그리고 혁명을 세계화하는 중요한 방향이었음을 밝히고 이에 부연하여 아시아에서 이러한 방향의 가능성이 어떤 형태로 실재했는지를 살핀다.

4부 ‘절대민주주의의 성좌 : 민주주의들의 민주화’는 1부에서 서술된 생명 이론과 2, 3부에서 서술된 대안 세계화론을 디딤돌로 삼아, 다양한 유형의 민주주의들을 발본적으로 민주화할 힘이 어디에 어떻게 실재하며, 그것이 현실의 모순을 타파하는 운동으로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살핀다. 

이 부의 첫 두 장(「2009 : 공통적인 것의 제헌」과 「2011 : 후쿠시마와 생명」)에서는 2009년의 용산 투쟁과 쌍용자동차 투쟁의 제헌적 성격,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대지진 및 원전 폭발과 같은 재난 속에서 생명과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세 번째 장 「2014 : 세월호의 ‘진실’과 생명정부」에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그 비극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들의 연합체인 <가대위>가 어떻게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진실 주체로 탄생하고 공식 정부와는 별개의 생명정부를 구성했는지, 또 이 이중 권력의 상황에서 그 주체성이 어떤 방식으로 진실헤게모니를 행사했는지를 살핀다. 

마지막 장 「2016 : 절대군주제의 ‘즉각퇴진’과 절대민주주의」는 한국 사회가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라는 세 개의 각축하는 제도들로 혼종되었다고 보면서 각제도의 주요 구성 집단이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 사이에 어떤 동기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떤 정치적 대응 행동을 했는가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구성력의 표출인 촛불혁명은 즉각퇴진 투쟁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군주제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민주제 헤게모니의 능력을 제시했지만, 광장 점거와 집회 및 직접행동 등 집회적 직접민주주의가 약화하거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면, 둘 사이에 놓인 귀족집단의 태도가 결정적일 수밖에 없고 이 귀족집단의 향방에 따라, 즉 이들이 군주제와 연합할 것인가 민주제와 연합할 것인가에 따라 향후의 정치질서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민주주의를 혁신하고 일상화할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의 플랫폼 구축, 대의자들이 실제로 주권 다중들의 공통된 잠재력을 표현하는 공적 심부름꾼으로 기능하도록 만들 대의민주주의의 혁신 방향 등이 이 장에서 암묵적으로 모색된다.



프리뷰어 추천사

촛불 이후를 전망하며 궁금해하고 답답해하는 이즈음 누구에게나 좋은 책이 될 듯합니다. 2016~2017 촛불을 종으로 횡으로 거시적 관점,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시기적절한 책인 듯합니다. 혁명의 결과를 항상 다시 빼앗긴다는 생각에 대의민주주의에 답답해하고 있는 때에 꼭 필요한 책입니다. ‘1부 생명’ 부분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직접민주주의 책의 첫 글이 생명에 대한 글이라는 것이 신선한 충격입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정말 다양한 관점,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상적 글들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 분석, 생생한 현장 관찰과 분석, 사유가 장점인 책입니다. 중립적이고 건조한 목소리인 듯하지만, 아랍, 일본, 세월호 등 사례분석에선 진한 정동적 목소리가 느껴져 문학적 글로도 읽혀졌습니다.
― 이수영 (미술 작가)

1부의 글은 과연 그 논리적 정교함이 인상적입니다. 생명과 생명체의 구분 속에서 전개되는 착취와 포섭의 논의가 그렇고, 특히 이진경, 김종철, 최종덕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있는 부분이 그러했습니다. 지성의 한계를 돌파하는 새로운 인지역량으로서의 ‘직관’과, 그 직관을 통한 생명의 인식이라는 지평 속에서 삶정치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1부는 책의 총론으로 삼을 만합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생명정치적 기획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의 혁명적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저자의 입론이 선명합니다. 2부 이하의 글들은 가독성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2부의 글은 강연원고라서 그런지 세계화를 둘러싼 제 양상과 대항세계화 노선에 대한 논의를 좀더 쉬운 언어로 조곤조곤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3부의 글은 2부의 원론적 시각을 아랍혁명과 미국의 지구적 위상, 금융위기와 핵권력에 대한 구체적 논의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순조로웠습니다.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구체적인 면모와 그 대항 구성력에 대한 논의가 흥미진진했습니다. 「제헌적 동아시아 대안」은 글의 주제와 성격이 좀 이질적인 것도 같지만, 지구제국의 초월주권에 대한 제헌적 대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선 세계화 논의의 연장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4부의 글이 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논의들이 지구적인 차원에서 거시적인 조망을 하고 있다면, 4부는 쌍용자동차 용산 참사는 물론, 후쿠시마, 세월호, 박근혜 탄핵에 이르는 격동의 사건들에 대한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있어 합이 맞습니다. 특히 세월호를 다룬 글은, 담담한 절제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조정환 선생님의 분노가 너무나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사건에 몰입해 있는 저자가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그 어조가 바로 어떤 윤리적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근혜 게이트를 다룬 마지막 글도 촛불의 의미와 현 정치권의 형세를 조망하는 논리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어 잘 읽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글이 지금의 사태에 대한 자유주의적 통설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썰전 류의 정치비평들이나 시사평론들이 놓치고 있는, 아니 전혀 포착하려 하지 않거나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는  ‘다중’의 힘과 흐름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의 현실적 부조리에 대해 그 맥락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 부조리를 능동적으로 넘어가려는 의지 속에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성욱 (문학평론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내용이 폭이 넓어 평소 주목하지 못했던 것들 ― 특히 이란, 핵 등등은 전혀 몰랐던 부분들이었습니다 ― 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다양한 주제를 호헌과 개헌 그리고 제헌의 관점에서 변주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시대를 관통하는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긴 시대를 통해 호헌, 개헌, 제헌을 정치경제학적 내용만이 아니라 삶정치의 맥락에서 잘 다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주제가 다양한 것도 퍽 흥미롭습니다. 
― 이정섭 (수의사)



책 속에서 : 2017년의 우리와 절대민주주의

80%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요구한 대통령의 ‘즉각퇴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것을 대리표현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국민이 아니라 국회와 사법기관들의 권력을 국민들에게 현시하는 방식으로, 즉 국민들을 구경꾼으로 만들면서 그 권력을 생생하게 입증하는 스펙타클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이 어떤 질서이기에 국가수반이 국가구성원인 국민을 배신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국민의 의지의 정치적 표현과 관철이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 「책머리에」 11~12쪽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화는 무엇보다도 전쟁의 세계화, 가난의 세계화, 전 지구적 정보화, 생태파괴의 세계화로 나타났다. 그런데 세계화가 왜 이런 모습들로 나타나게 되었을까? 이것들이 세계화의 필연적이고 유일한 경로이자 귀착점일까? 다른 모습의 세계화는 불가능할까?
― 3장 「세계화의 기원과 동력」 121쪽

2011년 혁명을 통해 아프리카와 중동은 지금,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혁명적 실험실로 되었다. 어쩌면 이 혁명은, 한국의 다중들이 2008년에 시작했던 촛불봉기를 아프리카와 중동의 다중들이 계속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 혁명을 통해, 한국·그리스·아이슬란드·영국·튀니지·이집트 등을 거쳐 돌며 신자유주의적 절대군주제의 절대민주주의적 전환을 모색해 온 다중의 전 지구적 대장정의 모습은 좀 더 분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 5장 「혁명의 세계화와 존엄의 인티파다」 200쪽

실질민주주의적 점거운동은 우리 삶의 모든 부면들을 직접적으로 살아가려는 운동이다. 광장점거와 새로운 삶의 개시는 그 시작이다. 점거해야 할 것은 광장만이 아니라 생산, 분배, 소비, 소통, 의료, 주거, 예술, 공부, 사유 등 ‘모든 것’이다. 자본주의에 이용당하는 존재 자체에 대한 점거가 “모든 것을 점거하라!”는 구호에 농축되어 있다.
― 6장 「신자유주의 위기 속의 세 갈래 대안 : 긴축, 복지, 점거」 242쪽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가 좌절되고 북한의 독자적 핵개발과 핵미사일 실험이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THAAD)를 배치하면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한류밀월 국면이 깨져나가고 있는 현실동아시아에 대한 사유를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계속할 것을 요구한다.
― 7장 「제헌적 동아시아 대안」 248쪽

문제는 기업을 살리는 것, 국가를 살리는 것, 노조를 살리는 것에 있지 않다. 이 제도형식들로 오늘날의 전 지구적 수준에서 생성되고 있는 공통적인 것의 욕망을 수용할 수는 없다. … 우리가 어떻게 사회적 삶의 재생산과 선순환을 자극하고 촉진할 인간들 사이의 협력적 사회관계와 정치적 조직화를, 공통적인 것의 헌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8장 「2009 : 공통적인 것의 제헌」 287쪽

우리는 4월 16일 오전의 세월호에서 두 사람의 선장(이준석과 박지영)을 식별할 수 있다. … 배가 서서히 침몰하면서 급변하는 위기상황 속에서 거듭해서 선장의 새로운 명령을 구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한 박지영은 배의 침몰이 임박하자 선장의 기존 명령을 부정하고 선장만이 내릴 수 있는 퇴선명령권을 행사했다. 그녀는 “승무원은 승객 구조를 도운 후 최후로 배에서 나가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의 퇴선을 돕다 결국 목숨을 잃은 사실상의 ‘선장’이다. 
― 10장 「2014 : 세월호의 ‘진실’과 ‘생명정부’의 제헌」 318쪽

이렇게 법치주의가 국민-다중에 대한 통치와 지배의 논리라면 법치주의 그 자체를 폐지해야 하는가? 신이나 폭력 혹은 사람의 직접적 지배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다. 대안으로 사고될 수 있는 법치주의가 있다. 그것은 삶 내재적 법, 다중의 제헌권력, 민주적 절대헌법의 지배로서의 법치주의이다.
― 11장 「2016 : 절대군주제의 ‘즉각퇴진’과 절대민주주의」 457쪽



지은이 소개

지은이
조정환 (Joe Jeong Hwan, 1956~ )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와 그 후신인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했다. 1986년부터 호서대, 중앙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에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와 탈근대사회이론을 강의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 월간 『노동해방문학』 주간을 거쳐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http://waam.net(연구정원), http://daziwon.net(강좌정원)]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 『노동해방문학의 논리』, 『지구 제국』, 『21세기 스파르타쿠스』,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 『카이로스의 문학』, 『미네르바의 촛불』, 『공통도시』, 『인지자본주의』, 『예술인간의 탄생』, 『절대민주주의』 등이 있다. 저서 외에 공저서, 편저서, 편역서, 번역서 등을 포함한 저자의 총 작품목록과 서지사항은 『절대민주주의』의 474쪽에 수록되어 있다.



목차

감사의 글 10
책머리에 11

1부 절대민주주의의 존재론 : 생명
1장 생명과 혁명 30
권력-자본-과학 신성동맹의 생명담론에 맞서 31
베르그손의 ‘생명의 존재론’ 33
오늘날의 과학과 생명 40 
생명의 물질화와 생명에 대한 착취 48 생명착취시대의 가치론 52
자연섭리적 생태주의의 목적론적 대응 64
과학과 근대성을 구출하기? 70
생명과 혁명 81

2부 절대군주화 : 자본의 세계화
2장 세계화의 양상 91
세계화의 얼굴들 95
세계화 비판의 양상 110

3장 세계화의 기원과 동력 120 
세계화의 두 가지 기원 121 
역전 1 : 자본의 국제주의와 노동의 일국주의 128 
1968년 혁명과 노동의 새로운 국제주의 132 
역전 2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삶권력 134 
국가체를 넘는 공통체 144

3부 절대민주화 : 생명의 세계화
4장 세계화의 이중성과 대안세계화의 길 148 
자본의 세계화 대 노동의 세계화 152 
양극화의 세계화 대 소득보장의 세계화 156 
배제의 세계화 대 접근의 세계화 159
주권의 세계화 대 협력의 세계화 160 
민족문화, 세계문화 대 소수적 인류인주의 문화 163

5장 혁명의 세계화와 존엄의 인티파다 166 
포스트모더니즘을 뒤엎은 포스트모던 혁명 167 
세계를 뒤흔든 100일 169 
신자유주의 위기 및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와 아랍혁명 175 
아랍 예외성의 정체 177 
존엄의 인티파다 184 
절대민주주의적 섭정 192

6장 신자유주의 위기 속의 세 갈래 대안 201 
자본주의 세계위기에 대한 대안들 202 
위기와 갈등의 정동적 성격 204 
채무경제와 그 결과 209 
원자력 산업과 핵권력 217 
탈원전 운동 221 
채무노예들의 정동적 반란으로서의 점거 투쟁 225 
2011혁명의 의미와 과제 233

7장 제헌적 동아시아 대안 243 
제국 시대의 동아시아 담론 : 현황과 문제 244 
동아시아론 등장과 전개의 역사적 조건 245 
제헌적 동아시아론의 필요성 248 
동아시아에서의 제헌적 요구들 250 
공위기의 역사와 제헌권력의 쟁점 전환 253 
제국에 대항하는 제헌적 동아시아의 전망 268

4부 절대민주주의의 성좌 : 민주주의들의 민주화
8장 2009 : 공통적인 것의 제헌 273 
‘87년 헌법체제’ 내의 균열선 274 
호헌과 개헌의 교차로 278 
제헌권력의 향방 282 
공통적인 것의 헌법 286

9장 2011 : 후쿠시마와 생명 288 
카타스트로피와 죽음의 정치 289 
인지자본주의와 삶정치에서 재난과 죽음의 문제 293 
원자력 재난과 인지자본주의 301 
‘죽음-이미지’를 넘어 ‘삶-이미지’로 306

10장 2014 : 세월호의 ‘진실’과 ‘생명정부’의 제헌 312 
두 가지 진실체제 313 
죽게 내버려 두는 정부와 <가대위>의 탄생 322
단 한 명에 대한 모든 사람의 관심 325 
국가개조인가 생명진화인가 336 
위로부터의 개조대안과 아래로부터의 개조대안의 조우 347 
파괴와 건설의 스펙타클 362 
정부와 생명 사이의 이율배반 370 
제2의 세월호, 제곱의 후쿠시마 378 
정지시킬 것과 가속시킬 것 386

11장 2016 : 절대군주제의 ‘즉각퇴진’과 절대민주주의 388 
혼합정체 389 
대한민국에서 군주제 헤게모니의 헌법적 기반 400 
박근혜 게이트와 지대질서, 그리고 정치적 지대의 약탈 405 
절대군주제의 ‘즉각퇴진’ 408 
군주제와 그 사수를 위한 대응 413 
귀족제의 대응 : 거국중립내각, 명예로운 퇴진, 그리고 탄핵 424 
헌법 논쟁 : 호헌, 개헌, 제헌 435 
절대민주주의의 길 : 민주주의들의 민주화 445

참고문헌 459
부록 1 : 촛불시민혁명대헌장(안) 전문 471
부록 2 : 조정환 저작 목록 474
인명 찾아보기 488
용어 찾아보기 490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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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촛불』(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8)

2008년 촛불 현장에 참가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의 기록이자 그것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을 담은 책으로, 2008년 5월 2일부터 지난 1년 동안 수백만의 사람들이 참여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촛불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한다. 이 책은 촛불봉기의 새로움이 무엇이었던가를 맑스의 노동이론, 푸코의 삶권력론, 들뢰즈의 잠재력론, 네그리의 다중론을 통해 조명한다. 또한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촛불의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촛불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주체성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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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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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도시』(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9)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30년 역사를 신자유주의 30년 역사이자 그에 대한 대항운동 30년의 역사로 읽고자 한다. 또한 오늘날 80년 광주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미래사회를 상상하고 구축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 전지구적 다중의 세계사적 과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광주의 민중들은 군부독재와 싸운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세계사적 투쟁을 수행했다. 그러나 1987년, 해방도시의 잠재력이 전국화되어 더 이상 지역적 봉쇄가 불가능하게 되자 자본은 전국적 해방운동들을 신자유주의적 혁신도시 건설, 다시 말해 메트로폴리스의 지역클러스터 구축의 동력으로 전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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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정치』(윤인로 지음, 갈무리, 2017)

“자본정치는 신정이다”라는 일관된 관점에 따라 박정희, 박근혜, 세월호, 촛불, 김진숙, 노동해방문학, 월스트리트점거, 사마라구의 소설, 바틀비, 조정환, 보르헤스 등 다양한 현상과 인물, 텍스트에 대한 분석 속에서 이 관점을 변주하며 표현한다. 화폐의 힘을 ‘현실적인 신’이라고 표현한 맑스, 자본주의를 기독교의 형질을 띤 것으로 포착한 벤야민, 현대 국가의 주요 개념들이 환속화된 신학의 개념이라고 했던 슈미트, 국법의 진정한 실험실이 교회법이었다고 한 아감벤. 이 책은 그런 성찰들을 따르면서, 신, 신성, 신적인 힘이 경제적 이윤과 정치적 권력 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중심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비평한다.

2017.04.26 |


보도자료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Mozart Homo Sapiens



작곡, 지식과 과학의 반영

우리는 인지하고 사유하는 존재로서 음악을 한다.

인지와 지식, 과학, 사유와 같은 고차원의 마음 작용이 
음악을 작곡하고 감상하는 마음에 연결되는 것을 부정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지은이  김진호  |  정가  30,000원  |  쪽수  696쪽
출판일  2017년 4월 28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카이로스총서 46
ISBN  978-89-6195-159-3 0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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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피곤함에 쩐 우리를 치유할 수 있지만, 그 치유·힐링은 세상을 잊게 하는 헛된 환상일 수도 있다. 진정한 힐링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 음악은 그런 인식 능력을 키우는 계몽적 프로젝트여야 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아닌 음악 감상은 인간 종의 생존율을 낮추는 데 일조하는 청각적 마약일 수 있으며, 그런 음악을 즐겨 듣는 당신은 음악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다.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간략한 소개

『매혹의 음색』의 저자이자 음악학자인 김진호의 두 번째 단독 저서. 저자는 진화론과 진화심리학, 인지과학, 지식사회학, 중력 이론이나 엔트로피 이론 같은 자연과학 이론들, 사회학적 관점들, 그리고 음악학의 도움을 받아, 음악의 이해와 인간의 이해가 같은 길에 있는 연구 프로젝트라는 점을 보여준다. 6~3만 년 전의 기간 동안 호모 사피엔스의 지능은 급격히 상승했다. 인류 최초의 악기는 3만 5천 년 전에 등장했고, 이 시기에 인지혁명이 진행 중이었으며 엄청난 문명적 자료들과 현대적 예술이 등장했다.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은 그 원인으로 인류의 통합적 마음을 제안한다. 여러 영역 특이적 지능들이 서로 연결되어 통합적 마음이 구성되었으며, 지능 간의 연관성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포함한 고전/현대음악 또한 인류의 통합적 마음과 진화 과정의 결과이다. 따라서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의 음악은 인간의 다양한 세계 인식을 표현/반영한다.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상세한 소개

“우리는 음의 방탕 시대에 산다”(콘스턴트 램버트)

음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영국 작곡가 콘스턴트 램버트는 1934년에 “지금처럼 음악이 많이 울려 퍼지는 시대도 없었고, 그럼에도 이보다 음악경험이 제한되고 빈곤한 시대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우리는 1934년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음악경험이 제한된 세계를 살고 있다. 스피커와 이어폰,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고 끊임없이 사방에서 음악이 들려오지만, 현대인의 음악체험은 어떤 빈곤한 반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느낀다. 

한편 세계의 실상은 어떤가? 오늘날 세계는 재앙과 참담함으로도 넘쳐난다. 사람들이 음악에서 끝없이 힐링을 찾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의도하는 환상과는 다르게, 세계는 점점 더 위험하고 불안한 곳이 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안전한 세상이다. 전쟁이 없는 세상, 정의가 훼손되지 않는 세상, 차별이 없는 세상,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세상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를 앞서 살았던 사람들도 그런 세상을 원했다. 그렇다면 음악은 값싼 환상을 주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어울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음악을 감상이 아닌 사유의 대상으로!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어울리는 음악을 새롭게 작곡하여 감상하거나, 기존의 음악을 접하면서 진지한 고민을 같이 하면 될까? 이 책은 먼저 음악관을 바꾸어보자고 제안한다. 음악을 듣고, 보고, 감상만 하는 것을 넘어 음악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이다. 우리네 삶을 더 좋게 만드는 데 필요한 통찰을 음악에 대해 사유하며 얻을 수 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인간에게 동물은 먹기에도 적당하지만 사색하기에도 적당하다. 인간은 이렇듯 주어진 대상의 원래 쓰임새를 바꿀 줄 안다. 따라서 감각하고 지각하며 감동하는 대상으로서의 음악을 사유의 대상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서구의 고전 및 현대음악과 관련한 사유의 체계를 구성하고자 한다. 이것은 곧 음악을 만들어낸 인간 마음의 체계이기도 하다. 이 체계는 음악의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음악은 통합적 마음의 산물이다

음악은 그 자체로 인간이 가진 본성 중 하나다. 이 책은 음악이 현대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통합적 마음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통합적 마음은 영국의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이 사용한 진화심리학의 용어이다. 미슨은 호모 사피엔스가 통합적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다른 동물과 달라졌다고 말한다. “현대적 마음은 자연사 지능과 기술 지능, 사회적 지능, 언어 지능이라는 영역 특이적 지능들로 구성되는데, 이 지능들이 연결되어 있어 마음은 통합적이다”(미슨, 2001). 후기 선사시대에 인간은 통합적 마음을 가지고 인지혁명이라는 엄청난 문명적 성과를 보였다. 이 책은 3만 5천 년 전의 조상이 통합적 마음을 장착하여 최초의 음악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모차르트 같은 고전 및 현대 음악가들의 예술적 음악의 기저에도 통합적 마음이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준다.

통합적 마음을 가정하면 음악 체험을 통합적 마음 과정의 산물로 보게 된다. 마음이 여러 지능의 연결로 구성되는 것이라면, 음악 같은 예술체험에도 인식, 판단, 사유 등의 마음 과정이 작용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흔히 음악과 연관되는 ‘정서’나 ‘감정’은, ‘인식’이나 ‘사유’ 같은 마음작용과도 연결되어 있다. 정서는 대상에 대한 특이한 판단이며 지능이다. 그것은 즉각적으로 사유와 개념을 동반한다. 결국 음악은 우리가 가지는 마음의 모든 차원을 통합적으로 작동시킨다. 



저자 인터뷰

Q. 제목의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대 사회는 모차르트가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라는 점을 망각한다는 의미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망각하고 있거나,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잘못된, 혹은 편협한 교육 때문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지구상에 등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인간 종의 공통 조상이 그 전에 있었고, 그 공통 조상의 조상이 또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상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고, 조상으로부터 진화하는 생명 현상과 그 생명이 가지는 마음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인간에 대한 모든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이야기의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 (진화하는 생명 현상을 다루는) 진화론과 (그 생명이 가지는 마음 특성에 대해 다루는) 진화심리학입니다.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생물학적/심리학적 특성들을 알려줍니다. 이런 보편적 특성들을 무시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음악학, 인문학, 사회과학 연구는 피상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제 책은 이런 특성들이 모차르트의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모차르트가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저의 방식입니다.   

Q. 선생님의 전작 『매혹의 음색』과 이 책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의 확장/변형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매혹의 음색』이 20세기 이후의 새로운 실험적 예술음악에서 음색이라는 종합적 재료가 가지는 의미를 다루고 있다면,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음색에 대한 사유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적 사유를 소개하며, 그 사유의 기저에 있는 인지적/통합적 마음 작용에 대해, 그 마음의 오랜 역사에 대해 다룹니다. 이런 점에서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훨씬 넓고 깊은 관점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혹의 음색』이 전문적인 음악학 저서라면,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음악학과 심리학,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시도로서 쓰인, 인간에 관한 책입니다. 두 책 모두 서양의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Q.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에서 “음악”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대중음악”의 절대적인 우위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음악은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래서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공통 특성들이 확인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가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다면 바로 이런 공통 특성들 때문일 겁니다. 이 특성들을 낳은 것이 작곡가의 마음입니다. 음악은 그 장르가 무엇이건 간에 어떤 재료를 써서 작곡가가 만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작곡가의 생각과 마음이 작품에 반영됩니다. 작곡가는 이런 생각과 마음을 세계로부터 얻습니다. 세계는 서로 다른 작곡가에게 어떤 점에선 동일하게, 어떤 점에선 다르게 보일 겁니다. 어떤 이에게 세계가 조화롭다면, 다른 이에게는 조화롭지 못합니다. 어떤 이에게 세계가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면, 다른 이에게 세계는 은총을 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이건 고전음악이건 모두 작곡가의 마음 작용의 결과입니다.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면, 그의 마음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음악이든 그것을 만든 이의 마음을 비판적으로 고려하며 그 음악을 듣고 평가해야 합니다. 몰입하며 세상을 잊는 경험이 아니라, 작곡가의 마음과 조우하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Q.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업계에 있는 사람이나, “마음의 위로”나 “기분 전환”을 위해서 음악을 듣고 만든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음악을 다르게 청취하기가 이 책의 주장인가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다른 청취”를 주장하시는 것인지요? 음악을 위로나 기분 전환을 위해 들으면 왜 안 되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요?

“다른 청취”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경험하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악을 위로나 기분 전환으로 들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들을 때 얻는 이익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다른 방식의 음악 경험”을 통해서 말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의 마음을 고려하고 그의 마음을 낳은, 그가 살아갔던 세계에 대해 고려하는 작업, 이를 위해 음악을 듣지만 말고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일들을 아울러 하는 것, 이를테면 독서와 음악 감상을 병행하는 것 따위가 “다른 방식의 음악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우리는 지식을 얻게 되며 사유하고 성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음악적 경험에서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훨씬 큰 이익이 아닐까요? 음악을 위로나 기분 전환으로 듣는 것은 이렇게 큰 이익을 놓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종종 우리에게 해가 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제 책은, 해가 되는 음악 감상의 여러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추천사

음악과 관련한 여러 방면의 이론적 접근을 시도한 책은 수없이 많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이론가 혹은 평론가들의 저작이다. 
이 책은 ‘작곡가 김진호’의 음악적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학문적 견해를 탑재한 ‘작가 김진호’의 작품으로, 음악 예술 전반에 걸친 내용을 풍성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나는 가끔 만나는 김진호 교수의 방대한 지식과 끝없는 학구열에 탄복하곤 했다. 그런 그가 쓴 책으로, 일독을 권할 만한 역작이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감상하는 이들이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연주하며, 무엇을 듣고 있는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박용실,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교수



책 속에서 : 음악에 대한 새로운 사유

음악은 한 시대의 의식 일부를 형성한다. 한 시대의 의식은 인간 종의 보편적 의식의 한 층을 구성한다. 인간 종의 보편적 의식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흘러왔던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통해 형성되었다. 음악은 인간 종이 가지는 보편적 의식과 특정한 시대 의식 모두를 반영하고 동시에 그것의 일부를 구성한다. 
― 1 「음악, 그 존재 방식들」 31쪽

보통 사람들은 음악을 감상하며 음악을 삶과 연결하는데 음악학자들은 음악을 삶과 분리된 것으로 다루고 있다. 그것도 학문적 엄밀성의 이름으로 말이다. 그간의 음악학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다. 
― 2 「음악의 존재 방식들에 대한 선행 연구들」 46쪽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볼 생각은 없는가? 적극적인 호모 무지쿠스가 될 생각은 없는가? 사냥꾼이었던 당신의 조상은 작곡을 했을 것이다. 당신도 작곡할 수 있다. 악보에다가 음표를 적어야만 작곡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가사도 없이 흥얼거리면 된다. 
― 5 「작곡가의 마음을 연구하는 이유」 84쪽

우리가 하는 어떤 음악도 삶으로부터 나왔고 삶을 위한 것이라고. 연속성을 전제로, 나는 음악을 삶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하며 삶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며 듣고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폰을 꽂고 온종일 음악에 탐닉하는 이들, 음악에 몰입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삶을 되찾아주고 싶다. 
― 7 「‘작곡, 지식과 과학의 반영’ 가설」 111쪽

이탈리아의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에 따르면 식물은 몸의 하반신이 땅에 묻혀 있고 이 하반신은 땅으로 전달되는 진동에 특히 예민하다. 상반신도 진동을 지각할 수는 있다. 식물은 소리를 일종의 촉각인 기계수용채널로 지각하는데, 이 채널은 식물의 온몸에 퍼져있다.
― 9 「뇌와 감각기관, 그리고 음악」 135쪽

실제로 사람들은 평균 33세부터 더는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 … 사람들이 평균 33세가 넘으면 그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음악적 마음 구조(게슈탈트)가 더는 변화하지 않게 되는데, 세상은 이 마음 구조로 인식하기 어려운 특징들을 갖는 새로운 노래들로 가득해진다.
― 10 「마음과 음악」 211쪽

괴벨스와 히틀러 같은 나치 주역들은 독일적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나치 독일의 사회 통합의 한 축은 독일 고전음악이었다. … 독일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은 2차 세계대전 전과 전쟁의 와중에 독일인들을 무비판적 공동체 의식에 몰입시키는 효과적 선동 도구로 작동했다. 
― 13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의 도움을 받는 미학과 음악학」 359쪽

감정 조작자로서의 음악, 현실로부터 추상화된 순수한 음악은 이유 없이 행복해지는 경험이 아닐까? 행복의 진정한 이유를 가리는 것은 아닐까? 순수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악은 험난한 세상을 가리는 감정적 환상은 아닐까? 
― 17 「언어, 통합적 마음의 형성을 돕다」 513쪽

음악은 대단히 관습적인 감상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관습적 감상자에게 감동의 내용은 보통 제약을 충족하는 음악적 흐름이다. 음악적 흐름에서의 제약을 내면화한 감상자는 제약을 충족하는 흐름을 들으며 기대한다. 기대를 충족시키는 음이나 화음이 나오면 감상자는 만족하고, 그렇지 않으면 생소하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좌절한다. 
― 21 「세계 속 작곡하는 마음」 583쪽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진호 (Kim JINHO, 1965~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에꼴 노르말 음악원에서 작곡 졸업장(디플로마)을 취득하였다. 이후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음악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DEA학위를, 파리 4대학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상북도 안동에 소재한 국립안동대학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매혹의 음색』(갈무리, 2014)과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갈무리, 2011) 등이 있고 「음악적 정보학의 구조화된 제 차원들』(『서양음악학』, 2008)을 비롯한 다수의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또 작곡가로서 피아노 협주곡 《유리 절벽 위에서의 축제》와 가곡 <아침처럼>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목차

머리말 5

음악으로부터 작곡가의 마음으로
1 음악, 그 존재 방식들 14
2 음악의 존재 방식들에 대한 선행 연구들 35
3 음악 감상, 작곡가의 마음 세계로 인도하는 사건 58
4 대접받는 작곡가, 푸대접받는 작곡가의 마음 75
5 작곡가의 마음을 연구하는 이유 79

작곡가의 마음, 인간의 마음
6 ‘마음 ↔ 행위 ↔ 결과’ 모델 92
7 ‘작곡, 지식과 과학의 반영’ 가설 110
8 작곡, 인간 뇌와 마음의 작용 121
9 뇌와 감각기관, 그리고 음악 125
10 마음과 음악 193
11 몸과 마음의 무대인 세계, 그리고 음악 285
12 마음의 새로운 이론, 진화심리학 303
13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의 도움을 받는 미학과 음악학 312
14 지식과 인지적 음악 382
15 작곡가의 마음, 인간의 마음 459
16 다양한 상황들 속 인간의 통합적 마음 473
17 언어, 통합적 마음의 형성을 돕다 489
18 음악적 표현, 음악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 515
19 의식, 맥락, 맥락의 연결 530
20 통합적 마음과 인지적 유동성 540
21 세계 속 작곡하는 마음 564 

마치면서 
22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호모 무지쿠스 650 

참고 문헌 675
인명 찾아보기 687
용어 찾아보기 691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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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음색』(김진호 지음, 갈무리, 2014)

우리 주변의 소리 중에는 악음(도, 레, 미 등)보다 소음이 훨씬 더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근대 작곡가들은 어째서 소음을 음악의 재료로 여기지 않았을까? 멋진 풍경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왜 지리산의 시냇물 소리는 녹음하여 블로그에 올리지 않을까? 우리의 음악청취 경험은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으로 한정되었을까? 음악의 가능성은 거기까지일까? 이 책은 근대 서양음악의 역사와 이론을 ‘음색’과 ‘소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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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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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참된 자유가 구현될 수 없는 조건 속에서도 ‘세계’는 우리에게 창조적 삶을 살 수 있는 소재들을 끊임없이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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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럭서스 예술혁명』(조정환·전선자·김진호 지음, 갈무리, 2011)

플럭서스 예술운동에 대한 한국 최초의 본격연구서이다. 플럭서스는 전통적이고 경직된 재현적 예술체제를 타파하고 예술을 삶과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예술적인 것에 대한 제도적 ․ 전통적 통념을 넘어, 예술과 삶 그리고 존재와 생명의 통일을 실천했던 플럭서스 총체예술을 분석한다.

2017.03.26 |





보도자료 

신정-정치
THEO-CRACY



축적의 법과 국법의 이위일체 너머

자본주의는 영속적인 종교운동이다

맑스에게 자본의 일반공식은 성부와 성자의 일체론으로 구동되며, 종교 비판은 모든 비판의 전제였다.
이 책은 맑스를 따라, 신정정치로서의 자본주의라는 일관된 관점을 
세월호, 박정희, 박근혜, 메르스, 희망버스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 속에서 변주한다. 


지은이  윤인로  |  정가  30,000원  |  쪽수  652쪽
출판일  2017년 3월 27일  |  판형  신국판 (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카이로스총서 45
ISBN  978-89-6195-158-6 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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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며 예언자다!

― 칼 맑스, 『자본론』


자본주의는 기독교에 기생하여, 

종국에는 기독교의 역사가 그것의 기생충인 자본주의의 역사가 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 발터 벤야민,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신정-정치』 간략한 소개

문학평론가 윤인로의 두 번째 단독 저서. “자본정치는 신정이다”라는 일관된 관점에 따라 박정희, 박근혜, 세월호, 촛불, 김진숙, 노동해방문학, 월스트리트점거, 사마라구의 소설, 바틀비, 조정환, 이승우, 보르헤스 등 다양한 현상과 인물, 텍스트에 대한 분석 속에서 이 관점을 변주하며 표현한다. 

화폐의 힘을 ‘현실적인 신’이라고 표현한 맑스, 자본주의를 기독교의 형질을 띤 것으로 포착한 벤야민, 현대 국가의 주요 개념들이 환속화된 신학의 개념이라고 했던 슈미트, 국법의 진정한 실험실이 교회법이었다고 한 아감벤. 이 책은 그런 성찰들을 따르면서, 신, 신성, 신적인 힘이 경제적 이윤과 정치적 권력 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중심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비평한다. ‘신정-정치’라는 이 책의 제목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힘의 축적상태와, 그것을 위한 법의 통치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러한 통치의 정지상태를 표현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곧 하이픈(-)으로 연결된 ‘신정-정치’는 그런 신적인 힘에 의해 인도, 매개, 합성, 재편되는 정치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하이픈에 의해 그런 신정정치의 매개상태가 절단되고 정지되는 상황의 발현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정-정치』 상세한 소개

화폐의 힘은 신의 권능과 다르지 않다

맑스는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을 인용하면서 화폐의 힘이 현실적인 신의 권능을 가졌다고 말한다.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아니, 신들이여! …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든다네. … 그렇다네, 이 황색의 노예는 풀기도 하고 매기도 하네, 성스러운 끈을.” 화폐의 사용이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의 신성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책 『신정-정치』는 이 점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는 온갖 말을 하므로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화폐는 온갖 목적에 대해 말하는 인류의 일반언어이므로 모든 수단들의 아버지이자 최종목적이 되는 ‘눈에 보이는 신’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신의 통치(Theo-cracy)를, 신정(神政)에 의한 정치의 인도, 가공, 조달, 관리의 공정을 비평한다. 

‘신정-정치’라는 조어 속의 하이픈(-)의 의미는 무엇일까? 제목의 하이픈은 의도적이다. 그것은 우선 신정에 의해 이끌리는 정치, 곧 신정에 의해 정치가 인도, 사목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은 목양과 울타리치기로 영양배분(nemein)의 법(nomos)을 사고하는 목자 모세의 유일한 정치를 비판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 속의 ‘모세’를 비판하면서 시작한다. “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며 예언자다!”(칼 맑스, 『자본론』) 

그런데 하이픈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성스러운 끈’에 의해 삶이 반복적으로(re) 묶이고 합성되는(ligio)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축적의 평면을 낯설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낯설게 인식하기”는 이 종교적(religious) 축적의 평면이 ‘다르게 존재하는’ 법의 저울에 달리고 재어지며 쪼개지는 시공간의 탄생을 목격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저자는 여기에서 신정과 정치 사이에 그려진 하이픈에 다른 의미를 덧붙인다. 그 하이픈은 신적인 힘에 의한 삶/정치의 매개와 인도가 정지되고 있는 시공간을, 신정의 일반공식이 절단되고 있는 신성모독적 비판의 상황 발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신정”을 고발하다

이 책의 「서론」에서 정치경제학의 용어와 신학의 용어들은 서로 겹치고 침투하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상연한다. 예를 들어 맑스는『자본론』 1권 4장 ‘자본의 일반공식’에서 G(화폐)―W(상품)―G´(화폐 + 잉여가치)라는 자본의 순환 원칙을 제시했다. “100원에 구매된 면화가 100+10원, 즉 110원에 다시 판매되는 것”이라는 맑스의 설명을 떠올리면 된다. 이것은 “G´이라는 증식의 무한성 및 축적의 항구성을 구축함으로써만 자기를 생산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잉여가치ΔG의 존재론”이다. 자본의 이 일반공식은 우리 사회에, 우리 삶 속에, 우리들 내면에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바로 그런 존재론에 뿌리박은 자본의 일반공식이 … 목하 신의 성무(聖務)로서 집전되고 주재되는 중이다.” 사회를 바꾸자고 목소리 높여 앞장서서 외치는 사람들도 이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대개 문제제기하지 않으며 자본주의를 기정의 질서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사업과 장사의 기본원리로 여겨지며 때로는 인간관계와 인생의 지혜로 대우받기도 한다. 이 논리를 체화하지 못하는 자들은 낙오자가 된다. 우리는 우리 생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떠한 의심도 없이 G―W―G´의 순환원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것을 받들며 살아간다. “신의 성무로서 집전되고 주재되는 중”이라는 표현은 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다. 

“이 과정 속에 들어있으며 그 과정을 추동하는 잉여가치 10원이 곧 성자이며, 최초의 가치 100원을 이른바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힘이 바로 그 잉여가치=성자이다. 성스러운 아들/그리스도/10원에 의해 성부/100원은 비로소 110원(성부와 성자의 일체/축적체)의 사명을 유혈적 성사(聖事, sacrament) 속에서 온전히 관철하며, 그럼으로써 후광 두른 신으로, 곧 자본으로 된다.” 우리는 모두 자본교의 신자들이다. 

독재적 부성-로고스 박정희와 그리스도 박근혜 

자본정치는 신정이라는 저자의 일관된 관점은 박정희, 박근혜, 세월호, 촛불, 김진숙, 노동해방문학, 월스트리트 점거,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 바틀비, 조정환, 이승우 등 다양한 현상과 인물, 텍스트에 대한 분석 속에서 변주되며 표현된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5개월 후 『뉴욕타임즈』에 실린 세월호 3차 광고에서 저자는 왜 박근혜가 저 이미지 속에서 “왜 저렇게 입을 앙다문 굳은 얼굴인가, 왜 저렇게 검은 옷 입고 흰 장갑 낀 채로 기립해 있는가.”라고 묻는다.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한 몸이 되기 위해서, 저 신성한 최종심(급)의 재판봉/팔루스와 영구적이고 항시적인 한 몸이 되기 위해서이다. 저 부성-로고스와 한 몸이 된 그리스도”가 되기 위해서이다. “독재적 부성-로고스” 박정희와 그리스도 박근혜는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도움을 받아 G―W―G´ 속에서 다음처럼 읽힌다. 최초의 가치/성부의 자리에 아비 박정희를 놓아보자. 투하된 100원에 의해 직조된 임금노동의 연관 속에서 생산 중인 것이 상품이듯, 여기에서 상품의 지위에 내놓이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삶/생명이다. “상품의 판매/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획득되는 잉여가치/10원/성자, 오직 그것과의 합일을 통해서만 최초의 가치/100원/성부는 비로소 순수한/증식된 가치로서의 자본/110원/신/G´이 된다.” 독재자와 그 딸은 오직 우리 삶과 생명을 통해 잉여가치인 성자와 합일을 하게 되며, 자본 신을 향한 자기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한사코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박근혜의 생애 전체를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공통적인 것의 힘

「공통적인 것의 신학정치론: 카이로스라는 힘의 격률에 대해」는 “창조적 내전 수행으로서의 비평”(조정환)이 인지자본주의라는 이윤축적의 역사적 정세 속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그 글은 튀니지에서 촉발된 아랍혁명의 특징이 다름 아닌 ‘메시아적 참여의지’ 속에서 중심지도부의 상명하달이나 지도강령의 봉행이 아니라 ‘각자의 지도자-되기’를 관철시키고 있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런 ‘신성의 경험을 통한 비상사태’에 의해 수행되는 다른 법의 정초 가능성에서 촉발되고 있다. 비평가 조정환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틈과 단절이자 새로움의 구성인 ‘때’ ”라고 표현할 때, 그것을 “지속으로서의 시간을 파열시키는 틈이자 미분의 힘, 공통적인 것을 생산하는 구성의 힘”으로 다시 정의할 때, 카이로스의 시간은 그런 신성의 경험과 비상사태의 제헌적 시간을 동시에 가리키며, 그런 카이로스적 시간으로서 발현하는 정치적인 계기들은 이윤의 축적을 위한 양적 집적의 시간으로서의 크로노스 또는 신체적 규율과 집합적 확률의 합성체(律/率)에 의해 관리되는 시간으로서의 크로노스적 체제를 정지시키는 신적인 힘의 성분을 지닌다.  

그런 카이로스적 시간, 곧 바울-벤야민 ‘곁’에서 조정환이 말하는 지금시간(Jetztzeit), ‘지금 이때(호 뉸 카이로스)’의 시간에 근거해 비판되는 것은 ‘기원론적 관점’이다. 그것이 다음과 같이 신과 사제의 협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기원론적 관점은 신정정치적 통치이성의 자기 재생산을 위한 동력이다. “ ‘기원론적 관점’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묘사)―‘그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이런 뜻이다’(해석)를 반복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을 인간에게 전해온 사제의 사유방식과 언어습관을 반복한다.” 그 반복 속에 “금융자본, 돈, 군대와 경찰, 정보기관, 신고, 몽둥이, 폭음, 이지메, 자포자기, 정리해고(앞으로는 일반해고까지) 등등이 그 재생산의 부품들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장치들을 통해 기원은 단두대로 기능하며 공포를 우리 삶의 가장 일반적인 정서로 구축한다. 그 효과는 공통적인 것의 사적 전유이며 자본주의적 축적의 확대재생산과 더 큰 지배이다.” 조정환이라는 ‘확대경’ 속에 들어있는 그런 문장들, 그런 문장들이 향하는 비평적 힘의 형질, 곧 신학의 언어로 구성·표현되고 있는 공통적인 것의 힘에 주목했던 것이 위의 글이었다.

책의 구성 

축적의 일반공식에 대한 신학적/묵시적 인식의 사상연쇄를 ‘자본의 성무일과(聖務日課)’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 「서론」을 필두로, 뒤따르는 네 부는 서로 관계 맺고 있다. 

Ⅰ부 「통치-축적론」에서는, 여기 메르스의 통치론 속에서 재편되고 있는 생명상태를 ‘면역 전쟁’의 공정이라는 첨예화된 주권 발효의 생산물로 인식하고, 정치적인 것의 고유명으로서의 ‘세월호’ 또는 ‘4·16’ 이후의 통치실천을 주권 대행자의 애도-국상(國喪)에 의한 헌법정지상태 속에서 분석하며, 여기 정부의 ‘규제완화 기요틴’을 구원적/절멸적 신정-정치의 자기증식적인 운동 원리이자 그 동력으로 정의하고, ‘통치기밀’의 주관자(예컨대 국가정보원)에 의한 흠정상태 및 그것을 내재적으로 한정시키면서 그 너머로 발현하는 ‘대항비밀’의 벡터를 비평하며, 투쟁의 정당성-근거를 이루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의 문장들을 독해하면서 거기에 기록된 법적 주체로서의 ‘누구든지’를 정치미학적 패러디의 힘 속에서 다시 정의한다. 

Ⅱ부 「점거-임재론」에서는, 애초에 축적의 기계적 마디로 장치되었으되 투쟁의 극한적 무대로 거듭 재결정되고 있는 고공의 현장들, 곧 크레인, 골리앗, 굴뚝, 철탑에서의 삶, 생명에 대해, 그런 점거의 상황성을 여기 고공의 현장과 함께 나눠가졌던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의 시공간에 대해 다룬다. 점거의 삶정치를 그것의 역사적 형질에 대한 분석 속에서, 도래중인 메시아적인 것의 정의 속에서 특권적인 것으로 정초하면서 신정-정치적 축적의 후광 속으로 인도불가능한 ‘비정립적’ 제헌력의 형태소를, 발현하는 그 힘의 목격과 파지를 위한 인식의 태세와 방법를 비평한다. 

Ⅲ부 「불복종-데모스론」에서는, 작가 사라마구의 예외상태적 백지투표가 촉발시키고 있는 의회민주주의론, 봉기론, 국가이성론, 환대론, 독재론 등을 다루고, 멜빌의 그리스도-바틀비가 증식시키고 있는 상용구 ‘~하지 않는 쪽으로 하겠습니다’의 로고스/노모스를 그것에 의해 중단되는 입법적 힘의 형질과 함께 비평하며, 보르헤스의 정치론을 신화적 ‘독일정신’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 불복종적/비인칭적 비히모스론과 카발라의 만유회복론 속에서 다루고,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시간론/비평론을 절단적 구성력으로서의 ‘카이로스’를 중심으로 응집시키면서 그것이 기존의 가치론 및 포섭론을 정지시키며 발현하는 지점들을 분석하고, 조직·제도의 힘과 봉기·저항의 힘이라는 ‘두 날개’론이 자기 오인의 이데올로기적 체계로 기능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그 두 날개론을  ‘종말론적인 것’에 대한 비평 속에서 다시 정의한다. 

Ⅳ부 「윤리-종언론」에서는, 「예레미아」 45장의 호명하는 신을 향해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소환·파송되고 있는 예레미아-신인(神人)에 대해, 그리고 그런 소환을 공동의 근거로 삼고 있는 레비나스와 본회퍼의 윤리론, 폭력론, 비상상태론, 종언론에 대해 다루고, 작가 이승우가 말하는 사회론 또는 발령의 구조로서의 ‘카프카스러운’ 사회의 정지상태를 ‘전적으로 다른 것/모든 다른 것’으로서의 타자 감각에 기초한 역사 종언적 무대의 연출 속에서 정의하며, 작가 황정은의 자기유래적 윤리론과 종언론(‘세계의 완파’) 간의 관계를 목적론 비판, 무위(無位)적인 것, 사라짐의 최후심판적 속성을 중심으로 비평하고, 윤리와 사랑에 대한 논의를 공동체의 정의와 결속시키는 비평가들의 신론 및 몰락론을 비교한다. 

여기까지의 4부 20장에 뒤이어지는 「다른 서론」은 책의 주조음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총론으로서 맑스, 니체, 벤야민의 모세론들을 비교·분석하면서 통치론으로서의 ‘불법의 비밀’과 그것이 개시·일소되는 ‘폭력의 해체’ 상황에 대해 논구한다. 두 서론들을 차이로서 보충하는 「보론」은 폭력 비판의 아포리아를 구성하는 벤야민의 ‘순수한 신적 폭력’을 위법성 조각사유(阻却事由)의 발현 상황으로, 죄/빚의 구성요건에 대한 해체의 정당성-근거로 다시 정의한다. 이어지는 「후기」는 그런 신적 폭력의 이율배반을 유다의 문학적/역사적 표상 속에서, 구원과 절멸의 근친성이라는 하나의 가설적 테제 속에서 사고하기 위한 시론으로 작성되었다.



저자 인터뷰 : 책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 세 가지 

Q.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1년 6월 제가 사는 부산 영도에서 있었던 사건, 곧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점거와 희망버스가 이 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크레인의 위와 그 아래, 그 정치적 현장에서 발현하고 있었던 비판적인 힘, 또는 이윤 축적을 위해 고안된 법들을 정지시키려는 힘을 어떤 식으로든 발굴하고 표현하는 것이 제겐 중요했습니다. 그런 발굴을 향한 의지가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몇몇 정치적 현장들을 대하는 저의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힘을 향한 그런 의지가 승리할 때 폐기되고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지만, 지금의 저는 그런 의지를 꽉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Q. 책을 쓰는 데 가장 많이 참조하신 사상가 2명과 그들이 선생님의 저서에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제게 맑스의 “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며 예언자다!”(『자본론』)라는 한 문장은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제게 『자본론』의 긴 각주 하나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은 삶이 신정-정치에 포획·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그런 신정-정치의 정지상태야말로 유물론적인 것의 힘이라는 것을 사고하게끔 했습니다: “종교가 만든 흐릿한 환영들의 세속적 핵심을 찾아내는 것은, 삶의 실제적 관계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관계의 신성화된 형태들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쉽다. 후자의 길만이 유일하게 유물론적이며, 따라서 유일하게 과학적인 방법이다.”(칼 맑스『자본론』) 발터 벤야민의 ‘신화적 폭력’과 ‘순수한 신적 폭력’이라는 적대 구도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본주의는 꿈(희망)도 자비도 없는 제의를 거행하는 일이다. 그 속에는 ‘평일’이라는 것이 없고, 모든 성스러운 치장의 의미, 경배하는 자의 극도의 긴장이 펼쳐지는 끔찍한 의미에서의 축제일이 아닌 날이 없다.”(발터 벤야민,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Q. 현재 한국의 사회적 상태에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1년 크레인 위의 고공점거에서 시작해 2017년 2월 현재의 정세, 곧 ‘촛불’에 의한 탄핵과 여기의 ‘궐위상태’(황제를 뒤이을 황제, 교황을 뒤이을 교황이 부재하는 상태, 지고한 힘의 공백상태)에 대한 비평으로 끝나는 이 책은, 그런 궐위상태가 병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 시간이 아니라 모든 힘들이 가면을 벗고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의 발현상태로 인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인용한 맑스의 문장을 따르자면, 이 책은 “삶의 실제적 관계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관계의 신성화된 형태들을 보여주는” 힘의 ‘정당성의 근거’를 여기 남한의 특정한 정세 속에서 구성해보려는 시도였다고 하겠습니다.


추천사

신을 읽어내려 했던 신학적 문제틀은 오히려 자본주의를 읽는 비판이론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 나는 윤인로의 비판이론적 저작 『신정-정치』에서 신학을 배우고 세계를 읽는 신학적 안목을 얻는다.
― 김진호, 『리부팅 바울』의 지은이

문체라는 것이 단지 스타일이 아니라 한 사상의 출현이라는 사건을 고지하는 일이라면, 윤인로는 그러한 문체의 발명자이자 그 드물고 고귀한 덕(virtù)의 실행자이다. 나는 그의 글에서 신정-정치로서의 자본주의와 길항하는 한 유물론의 끈질긴 현현을 본다. 두 G(Geld와 Gewalt) 사이의 숨은 신을 비집고서 끝끝내 도래할 또 하나의 G(Genius), 그 이미 온 것이자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것의 임재(parousia)를 환대하며 고대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 한 신정의 목이 잘린 듯 보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금 자라나는 또 다른 목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그저 나만의 환상이기를, 혹은 반대로, 차라리 나만의 환상은 아니기를, 이 책과 함께, 기도 없이 기도한다.
― 람혼 최정우, 『사유의 악보』의 지은이



책 속에서 : 신정-정치의 다양한 발현들

신-모세의 그 로고스/네메인/노모스를 집전하는 그는 다름 아닌 ‘자본가’ ― 또는 현대의 자본가/정치가 ― 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땅에 거하시는 우리 아버지 자본, … 전지전능한 분이여! 상품들의 창조자이자 생명의 근원이신 오 그대, 왕과 신민들, 노동자와 고용주를 다스리는 분이시여, 부디 그대의 왕국이 이 땅에 영원하기를!”
― 「서론 : 자본의 성무일과」 21쪽

아비/주/왕의 직계로서의 신성한 후광 속 박근혜=모세가 양손을 펴들며 ‘바다는 못 갈라도 국민은 가른다’고 말하자 ‘국민’은 바다가 갈라지듯 둘로 갈라져 삿대질하고 고함친다. 양들의 숫자를 세고 손수 먹이는 목자 모세의 앎과 기술, 국민의 분리를 통해 자기를 재생산하는 목자 박근혜의 로고스.
― 「면역체/전쟁체의 에코노미」 65쪽

추기경 염수정에게 있어 세월호의 침몰은 모두의 책임으로서의 무책임으로써만 들어올려지는 미코시여야 했고, … ‘마음이 아프면 마음에 담고 있으라’는 염수정의 혀가 여기 아비/딸의 환속화된 이위일체를 간구하는 성무일도의 혀로 존재/기능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 「신-G′의 일반공식, 상주정의 유스티티움」 93쪽

김진숙이라는 새로운 천사에 의해 전태일·김주익의 지나간 피와 내놓이고 있는 오늘의 피가 합수되고 있는 85호 크레인은 여기 우리들의 성좌다. 사람의 얼굴에 새의 발을 가진, 심장에 붉게 치솟는 화살표를 박아 놓음으로써 비상의 의지와 힘으로 충전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왜소하고 연약한 날개를 가진 새로운 천사의 곤혹과 역설.
― 「파루시아의 역사유물론」 267쪽

삶’(life)이라는 단어를 접두사로 붙여 만들어진 테제들. 삶활력, 삶정치, 삶권력, 삶시간, 삶언어, 삶문화, 삶문학, 삶예술, 삶미학. 그렇게 ‘삶’이라는 단어가 접두사로 붙여질 때의 힘과 의지에, 힘에의 의지에, 그 의지의 벡터궤적으로서의 비평에, 줄여 말해 조정환이라는 ‘확대경’에 주목하게 된다. 그에게 비평가는 예술가로 변신해가는 이행의 길 위를 걷는 자다.
― 「공통적인 것의 신학정치론」 376쪽

세월호라는 현장의 이면에 있었던 것은 정치경제적 축적을 위한 힘의 유착이었으며 힘의 융합이었다. 스스로를 재생산하기 위해 진실의 제작과 설계에 몰두하는 세 개의 독점적 힘들. 사건 초기의 정보와 자료를 독점했던 해경 정보수사국, 인명 구조를 위한 잠수권을 독점했던 언딘, 사건 전반의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경합수부. 이들과 유착되고 융합된 다른 힘들. 기업의 의사결정을 독점한 구원파의 종교지도자이자 자본가.
― 「신적인 호명-소환, 대항-로고스적 폭력으로서의 윤리」 463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윤인로 (Yoon In Ro, 1978~ )
문학평론가. 동아대에서 박사논문을 썼고 시간강사로 일했다. 2010년 창비신인평론상을 받았고 비평지 『말과활』『오늘의문예비평』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공동연구원으로 있었다.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자음과모음, 2015)을 썼고, ‘게발트-신-론’이라는 이름의 연작 비평을 구상 중이며, 그런 구상의 한 층위로 『정통성 또는 정당성』이라는 책을 쓰면서 법신학적 축적체로서의 교회·전쟁체에 관한 저작들을 옮기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7

서론 : 자본의 성무일과 ― 게발트/산파의 한 계보를 위하여  12

I 통치-축적론  49
면역체/전쟁체의 에코노미 : 각자도생의 생명상태에 대해  50
신-G′의 일반공식, 상주정(喪主政)의 유스티티움  84
내란적 기요틴의 화폐-칼날 : 여기의 헌법정지에 대해  101
통치기밀과 대항비밀, 지고고문의 흠정과 법-밖의-인간  126
특별법의 잔존이라는 정언명법 : 세속의 미가(Micah)로부터  162

II 점거-임재론  182
비정립적 제헌력-의-형태소 : 고공점거 또는 신적인 긴급피난  183
순수매개, 메시아성, 당파성 : 1990년 골리앗 위의 노동해방론  210
도래중인 철탑 아래 : 2013년 7월 20일, 울산의 르포  239
파루시아의 역사유물론 : 크레인 위의 삶을 위하여  253
비인칭적/신적 주이상스의 이념 : 월스트리트의 점거로부터  271

III 불복종-데모스론  297
백지투표의 갈채, 산파의 독재 : 메시아적 게발트가 하는 일  298
바틀비-그리스도론 : 사보타지 또는 신국에 대한 습격 직전  334
보르헤스적 비히모스-만유회복 : 독일정신분석으로부터  355
공통적인 것의 신학정치론 : 카이로스라는 힘의 격률에 대해  376
종말론적인 것과 게발트 : 성(聖)-조직의 에클레시아에 대해  400

IV 윤리-종언론  437
“여기서도 역시 문제는 존재-신-론을 끝장내는 것이다”  438
신적인 호명-소환, 대항-로고스적 폭력으로서의 윤리  454
책임의 비상시, 역사 종언의 무대 : 카프카스러운 사회로부터  475
카타스트로프의 발생점들, 파국의 로고스/노모스  492
몰락의 최고주권 또는 선악 저편의 사랑  509

다른 서론 : 신정정치로서의 자본주의 ― 불법의 비밀과 폭력의 해체 528
보론 : 신적인 폭력 또는 위법성 조각의 정당성 576
후기 : 구원과 최종해결의 근친성 ― 유다적인 것의 개념 612

추신 : 궐위 속에서 634
찾아보기 637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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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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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서의 생명』(멜린다 쿠퍼 지음, 안성우 옮김, 갈무리, 2016)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걸친 기간 동안 형성된 정치, 경제, 과학, 그리고 오늘날 미국의 문화적 가치들 간의 관계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중요한 연구이다. 멜린다 쿠퍼는 정치적 힘이자 경제 정책으로서의 신자유주의의 부상을 논의하지 않고서는 생명기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1970년대 재조합 DNA 기술의 발전에서부터 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쿠퍼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유토피아적 주장을, 점증하는 상업주의적 생명 과학 내부의 모순과 연결시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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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정동』(크리스티안 마라찌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4)

소통은 노동이다. 최근 우리는 생산과정에서 심각한 변형을 겪었다. (헨리 포드가 창안한) 조립라인이 모든 형태의 언어적 생산성을 배제했다면, 오늘날 소통 없는 생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과학기술들은 언어 기계들이다. 이러한 혁명은 새로운 종류의 노동자, 즉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다재다능하며 적응력이 매우 강한 노동자를 만들어냈다. 과거 표준화된 대량생산이 지배적이었다면, 오늘날은 특수한 소비 틈새에 부응하는 일련의 색다른 재화들이 생산된다. 이것이 마라찌가 『자본과 정동』에서 서술하고 있는 포스트포드주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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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마법』(리차드 디인스트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5)

이 책은 부채를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으로 다루면서, 모두가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는 세계가 지닌 다양한 함의를 분석한다. 저자는 미디어 정치, 통계, 보노의 국제원조 활동, 프라다 상점의 건축, 오바마의 국가안보전략, 맑스가 들려준 동화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횡단하면서 현 채무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러한 채무 체제를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유대로 재구상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한편으로는 억압적인 채무 체제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의존에 기초한 자유로운 사회적 유대로서의 빚을 발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2017.02.27 |




보도자료 

『기린은 왜 목이 길까?』
Der Hals der Giraffe : Bildungsroman



짧은 목을 가진 기린들과 아이들 없는 학교
어느 생물 선생님의 3일간의 행적 :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종(人間種)


독일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유디트 샬란스키의 장편 교양소설!

2011년 독일문학상(Deutscher Buchpreis) 후보작

2012년 9월 독일 부흐쿤스트재단(Stiftung Buchkunst)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
2012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빌레펠트, 괴팅엔, 하노버, 슈투트가르트에서 연극으로 상연


지은이  유디트 샬란스키  |  옮긴이  권상희  |  정가  16,000원  |  쪽수  360쪽
출판일  2017년 2월 28일  |  판형  사륙판 (127*188)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피닉스문예 09
ISBN  978-89-6195-157-9 0385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유디트 샬란스키는 자연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닿을 수 없는 나무열매를 향해 목을 길게 뻗는, 

그러나 결국 다윈 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마는 어느 생물 선생님을 그리고 있다.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몰상식한 곳 중 하나인 학교이다.


“공동결정권이니 선택권이니 하는 건 로마르크한테선 기대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한테도 선택권은 없었다. 도태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 본문 중에서



『기린은 왜 목이 길까?』 간략한 소개

유디트 샬란스키의 『기린은 왜 목이 길까?』는 교양소설 또는 성장소설 장르의 새 장을 여는 작품이다. 샬란스키는 사회적 다윈주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완고한 성격의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한 잉에 로마르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인물은 기존의 교양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상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어 버린다. 고전적인 교양소설에서는 세상 밖으로 나와 갖은 경험을 하는 젊은 남자 주인공이 항상 등장한다. 반면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로마르크라는 여성은 학교에서든 사생활에서든 고집스럽게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목표만을 좇으며, 변화하는 자연․상황․주변 사람들에 대해 극도의 예민 반응을 보인다. 학생을 천적으로 여기는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는, 학생들에게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늘 강조한다.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여러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무한경쟁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인 우리 삶, 경쟁에 치중한 우리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극도의 냉소주의적 태도가 그녀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고 서글프게 만드는지 바라보면서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독일 통일 후 구동독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학생 수가 줄어들어 결국 학생이 없는 학교가 하나둘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점차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 문제이다. 점점 상황이 악화하여 최악에 이르면, 미래 어느 시점엔가 세상은 학생이 없는 학교로 가득할 것이고, 마지막 인간종이 사라지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학생이 없는 학교라니! 마지막 인간종이 사라지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럼, 그런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능성 있는 대답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대답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기린은 왜 목이 길까?』 상세한 소개

학생을 천적으로 여기는 교사 로마르크

2011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소설은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의 심리 흐름을 일터인 학교와 가정, 이웃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과 관련지어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묘사하고 있다. 로마르크는 자기 신념대로 우직하게 독불장군같이 사는 인물로, 새로운 변화와 주변 사람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니컬하게 평가하곤 한다. 

로마르크는 우글거리는 생명체들에 둘러싸여 있다. “자신들을 덮치는 호르몬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시적 흥분상태에”(22쪽) 쉽게 빠지는 사춘기 학생들, 무너진 건물 터를 꽉 채운, “담 높이까지 자란 잡초”(93쪽)들, 어느 날 새벽 4시가 채 안 된 시각, 침실 안에서 “숫자 8을 그리듯 크게 공중회전을 하며 이리저리 휙휙 날아다니”(84쪽)던 박쥐, 남편 볼프강이 돌보는 “알록달록한 양말 대님을 신고” “목장을 뛰어다니는”(48쪽) 타조 아홉 마리 등. 재미있게도, 소설 내내 리듬감 있게 그려지는 로마르크 주변 세계의 생명력과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로마르크는 세계는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엇박자의 감각이 이 소설의 커다란 매력이다. 로마르크의 혼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학생들이, 잡초가, 박쥐가, 뛰어다니는 타조들이 계속 로마르크라는 닫힌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다윈주의 신봉자 잉에 로마르크는 생존경쟁과 자연도태 원리로 학생을 우등생, 열등생으로 선별한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아이들은 똑똑하거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다. 우둔한 아이는 당연히 도태된다. 도태되는 우둔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낙오자이자 건강한 학급의 몸통에 붙어사는 기생충”(18~19쪽)이다. 어차피 낙오할 아이들은 격려할 것이 아니라 낙오자라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게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우둔한 아이들은 머지않아, 낙오자라거나 기생충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윈주의 자연법칙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다. (이 세계의 많은 이가 그러하듯이) 다윈주의 법칙을 신봉하는 로마르크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쇠퇴와 변화, 그리고 학생들의 낙오를 그저 냉정하게 관망할 뿐이다.

로마르크는 자기 딸 클라우디아에게도 엄격하고 냉정하게 대한다. 언젠가 어린 클라우디아의 담임을 맡았던 때, 교실에서 클라우디아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과 왕따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그녀다. 자연계에서처럼 인간들 사이에서도 강자-약자 관계가 필연적이고, 괴롭힘과 왕따도 자연스럽다.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낸 클라우디아는 성인이 되자 타국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된다. 로마르크는 딸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이내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세상이 자연의 법칙대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한편 사람은 변화보다는 법칙,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 움직이는 것보다는 고정된 것을 반복해서 찾게 된다. 누구든지 변화하지 않으려 기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며 자기 고집을 지키려 안타까워 보일 만큼 노력하는 사람을 누구나 한 명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좁디좁은 자기 세계에 갇혀 세계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주인공 잉에 로마르크는 첫 만남에는 거부감을 주면서도 이내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 어느 한 구석이 찔리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독일 통일 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생존경쟁과 자연 도태

기린은 왜 목이 길까? 잉에 로마르크에 의하면 기린의 목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생존을 위해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잎을 뜯어 먹으려 다른 기린들보다 목을 더 높이 뻗는 기린들이 생겼고, 기린들의 ‘목 뻗기 운동’이 반복되어 목이 길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리하여 긴 목을 가진 기린의 DNA가 그들의 후손에 전해진 것이다. 생존경쟁과 자연도태는 생물학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설명할 때에도 흔히 사용된다. 잉에 로마르크의 30년 직장인 구동독 지역 찰스-다윈 김나지움에서도 생존경쟁과 자연도태가 일어난다. 적어도 로마르크의 시선에서 이 점은 분명하다.

로마르크는 구동독 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 위치한 찰스-다윈 김나지움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생물 선생님이다. 이 학교는 통일 이후 이농, 실업, 쇠퇴 등에 의한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4년 후면 문을 닫게 될 운명이다. 지역 사회도 건물과 시설의 붕괴와 철거로 쇠퇴하여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다. 로마르크의 시선에서 통일 후 학교와 지역사회의 변화는 생존경쟁과 자연도태로 설명된다. 생존경쟁에서 패한 것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것들이 채운다. 황폐해진 마을 구석구석에는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 들꽃 같은 식물들이 싹을 틔워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저자에 따르면 기린의 목은 이 소설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기린의 목에 대한 진화론의 가르침을 배우는 “수업시간이 이 소설에서는 중요한 순간이다.”(7쪽) 그 순간에 잉에 로마르크 또한 “목까지 물이 차올라”있기 때문이다. “목까지 물이 차오른다”는 말은 독일어에서 ‘(어떤 사람이) 곤궁에 처해 있다’는 의미의 관용구이다. “곤궁에 처해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목 길이가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이 되어버린다.”(7쪽)

정작 로마르크 본인은 지역사회와 학교의 변화에도, 또 서독에서 밀려드는 자본주의적 방식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 로마르크는 통일 후 동독에 밀어닥친 급격한 변화가 달갑지 않다. 사실 괴롭기까지 하다. 구동독의 이웃들이 하나둘 고향을 떠나고, 학생 수가 줄어 학교는 폐교를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자본주의적 사상과 유행이 들어와 기존의 삶의 방식을 흔들어댄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로마르크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교사는 교사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지녀야 하고, 학생들과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버리지 않고 우직하게 이러한 태도를 고수해 나간다. 하지만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학교가 4년 후에 문을 닫게 된 상황에서 로마르크도 교사직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굳은 신념도 주변의 변화를 막지 못한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자기 자신이 자연도태될 운명에 처하고 만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주변인을 평가하는 로마르크

로마르크는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로 주변인을 분류하며 평가한다. 

동료 교사 카트너와 슈바네케는 새로운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물들이다. 서독 출신으로, 동독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사명을 안고 찰스-다윈 김나지움으로 전근 온 카트너는 처음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학교장이 된 후에는 학교와 동료 교사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슈바네케는 사교적이고 에너지 넘치며 시대의 유행에 민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아픈 사생활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며 상대방에게 연민과 격려를 구걸하기도 한다. 또 전직 소 사육 기술자였던 로마르크의 남편 볼프강은 동물 생산업의 쇠퇴와 함께 한때 백수로 전락하기도 했으나, 시대 변화의 흐름을 타고 타조 사육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유명 인사가 된다. 

반면, 동료 교사 틸레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공산주의자이다. 로마르크는 그를 늘 불평만 해대는, 정작 아무것도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사회적 낙오자’로 평가한다. 로마르크의 이웃, 한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스는 로마르크 이외에는 대화 상대도 변변히 없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소외되어 외롭게 사는 인간이다.

이처럼 로마르크 주변, 즉 학교, 가정, 이웃에는 통일 후 구동독 지역에 나타나는 사회적·환경적 변화에, 더 나아가 서구의 자본주의에 적응하거나 혹은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인간 군상의 여러 모습이 존재한다.

로마르크라는 인물이 그리는 현대자본주의의 내면

잉에 로마르크의 대인관계 방식, 그녀가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려 노력함에도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심적․물리적 변화, 그 과정에서 독자가 훔쳐보게 되는 그녀의 속마음은 우습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장면들은 폭소를 자아낸다. 로마르크의 냉소주의는 지구 상의 어느 젊은이 못지않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은 현대인은 모두 잉에 로마르크처럼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잉에 로마르크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잉에 로마르크처럼 생각하기를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들에게, 경쟁과 도태가 사회를 설명하는 지배적인 법칙이며, 개개인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으로 발버둥 쳐야 할 숙명을 짊어진 것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 이 책은 삶에 대해 또 인간에 대해 근본에서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인간종에 대한 로마르크의 실패한 규정에 머무를 것인가? “인간은 그저 인과의 사슬에 강제로 묶인 채, 정신적 환상을 자아로 여기며 멀티미디어 쇼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만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욕구를 누를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한, 진정한 동물임이 틀림없었다.”(272쪽)



추천사

유디트 샬란스키, 독창적이고 개념 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문학혁명의 최고봉에 서다. … 이 소설은 편협하게 해석한 반다윈주의적 선언을 담고 있다. 또 기후변화, 이농, 학문사회시스템의 실패 같은 핫이슈도 품격 있고 경쾌하게 다루고 있다.
펠리시타스 폰 로벤베르크,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신문』

통일이라는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감정선(感情線)을 유지하며 인간과 아이들보다 동물에 더 마음을 쏟는 어느 생물 선생님의 생활을 그린 이야기. 강렬히 묘사된 비호감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이 영웅에 독자는 진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마누엘라 라이하르트, <독일라디오 문화>

유디트 샬란스키의 예술작품, 통일 이후 최고의 독창적 작품 중 하나.
세바스티안 함멜엘레, 『슈피겔』 온라인


책 속에서 : 잉에 로마르크와 다윈주의 세계관

그녀에게 학생들은 천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녀는 학생들에게 거리감을 둔다. … 생물을 가르치는 잉에 로마르크는 오로지 자연법칙, 강자의 권리, ‘고정 행동 양식’의 자동성만을 신봉한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쪽

잉에 로마르크는 고개도 까닥하지 않고 반 전체를 쭉 훑어보았다. 이는 몇 년에 걸쳐 터득해낸,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거침없는 눈길로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 「자연세계」 17쪽

하필이면 이 아이들이 진화 경쟁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선택은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모양이었다. … 그들한테선 도무지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어설픈 운동법과 출렁거리는 피하 지방 조직만 있을 뿐이다.
― 「자연세계」 87쪽

“됐소, 로마르크. 당신의 미국 자본주의적 유전학이 이겼소.” 그건 결코 로마르크의 유전학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는 생물학의 일반적인 기조였다.
―「유전 과정」 225쪽

“잉에라고 불러도 되지요?” 그건 협박이었다. 모든 게 의도적이었다. “네, 그래도 돼요.”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눈물은 강력한 무기였다. 근데 하필 점심 먹는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 내다니.
―「유전 과정」 257쪽

교과 과정 지침에 지질 시대의 감성을 전달하라는 사항이 명시돼 있었다. 해마다 생일이 다가오길 학수고대하는 아이들에게 지구 나이가 관심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진화론」 257쪽

“듣고 있소?” 그래, 그녀는 듣고 있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대참사도 아니고 소규모 운석 충돌도 아니었다. 그저 한 아이가 도태되었을 뿐인 일이다.
― 「진화론」 327쪽

“기린의 조상들이 아카시아 나뭇잎을 향해 꾸준히 목을 뻗었던 노력은 당연히 효과가 있었어요. 수많은 세대를 거쳐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엄청나게 긴 목을 만들어냈으니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각자 성장해야 하는 거예요. 또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하기만 한다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어요.” 대체 무슨 소릴 한 거지? 로마르크는 기진맥진해져 자리에 앉아야 했다.
― 「진화론」 333~334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유디트 샬란스키 (Judith Schalansky, 1980~ )
1980년 독일 북동부의 도시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난 유디트 샬란스키는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예술사를 공부했고 포츠담 전문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했다. 2007년에 학위를 마친 후 2009년까지 포츠담 전문대학교에서 타이포그라피를 강의하였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 소설 『너에게 파란 제복은 어울리지 않는다』 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2009년에 『외딴섬들의 아틀라스』, 2011년에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를 연이어 발표했다. 소설 『외딴섬들의 아틀라스』 는 부흐쿤스트재단에서 선정한 ‘2009년의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에 선정되었고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로 2012년에 또 한 번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에 선정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2011년 독일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그 외 2013년에 레싱 상, 2014년에 문학관 상, 마인츠 시 작가상, 2015년에 드로스테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옮긴이
권상희 (Kwon Sanghee)
독일 빌레펠트대학에서 언어학, 독문학, 역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1월 독일 보쉬재단의 지원으로, 베를린 문학 콜로키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참석했다.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고문으로,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집 Warum wir hier sind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루터, 2007)의 “Zwischen zwei Kulturen”(두 문화 사이에서)가 있고, 번역서로 『타인의 삶』 (이담북스, 2011), 『과거의 죄 : 국가의 죄와 과거 청산에 관한 8개의 이야기』 (시공사, 2015), 『박테리아 : 위대한 생명의 조력자』 (다른 세상, 2016), 『기린은 왜 목이 길까?』 (갈무리, 2017) 등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자연세계 11
유전 과정 129
진화론 274

옮긴이의 말 352


갈무리 피닉스문예 시리즈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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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시인에게』(김명환 지음, 갈무리, 2016)

김명환은 어린 시절부터 ‘시인’을 꿈꿨다. 하지만 정작 시인이 되자 ‘시인’이기보다 ‘문예선전활동가’로 살아 왔다. 철도노동자, 삐라작가, 활동가, 시인이다.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 시절, 철도노조민주화투쟁 시절, 철도민영화반대투쟁 시절의 이야기들이 제1부 ‘기차의 추억’과 제2부 ‘삐라의 추억’에 실려 있다. 제3부에는 짧은 소설과 동화가 묶여 있다. 제4부에는 선언, 칼럼, 에세이, 논설, 호소문 등이 묶여 있다. 제5부는 철도노조민주화투쟁 이야기를 무협지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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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예쥔젠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15)

1920년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작은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상과, 혁명으로 인한 그들 삶의 극적 변화를 담은 역사 소설이다. 번역가이자 에스페란티스토, 잡지 편집자, 항일 투사였던 중국 작가 예쥔젠이 서방 세계에 중국 혁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1947년에 영어로 쓴 책이다. <산촌>은 중국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었다. 출간 후 20개국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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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니체』(오철수 지음, 2012)

제3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오철수 시인이 이시영, 기형도, 강수니, 조문경, 서은, 최영미, 월트 휘트먼 등 현대 시인들의 시 83편과 니체 철학의 접목을 시도했다. 저자가 시와 니체 철학의 만남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우리들의 삶이 좌절과 허무를 넘어 어떻게 자기긍정의 예술을 향해 갈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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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가을』(바진, 율리오 바기 지음, 장정렬 옮김, 갈무리, 2007)

장편소설 <가(家)>와 수상록 <매의 노래>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중국 작가 바진(巴金)의 소설 '봄 속의 가을'과, 바진에게 영감을 준 헝가리 작가 율리오 바기(Julio Baghy)가 세계공용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쓴 소설 '가을 속의 봄'을 묶었다. 이 두 편의 소설은 아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의 자화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2017.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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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로지스틱스
The Deadly Life of Logistics : Mapping Violence in Global Trade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

로지스틱스란 사물의 순환뿐 아니라 삶의 유지에 관한 것이다 

현대의 정치적 삶에 대한 진지한 개입이라면 어떤 것이든 폭력적인 공간의 경제에 대해,
시장과 군대, 영토와 통치의 고리를 추적하는 로지스틱스의 계보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지은이  데보라 코웬  |  옮긴이  권범철  |  정가  22,000원  |  쪽수  400쪽
출판일  2017년 1월 22일  |  판형  신국판 (152*225) 무선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카이로스총서 44 
ISBN  978-89-6195-156-2 04300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2011년 항만 용접공이자 활동가인 김진숙은 한국 부산항의 갠트리 크레인을 점거했다.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려는 한진의 계획에 맞선 그녀의 점거는 땅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살쾡이 파업과 연계하여 2011년 1월 6일에 시작했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 결국 그들의 계약에 대한 양보안을 받아들였지만, 김진숙은 자리를 지켰다. 수천 명의 움직임이 땅 위에서 그녀를 중심으로 대열을 만들었다. “희망 버스”라고 불린 이것은 그녀에게 로지스틱스적·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309일이 지난 뒤, [김]진숙의 점거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동자들은 재고용되었고 체불 임금을 받았다. 이것은 한국에서 15년 만에 처음 있는 노동의 승리였다.

― 「3장 로지스틱스의 노동 : 적시 일자리」 175쪽



로지스틱스』 간략한 소개

로지스틱스(logistics)는 비즈니스의 물류와 전쟁의 병참을 가리키는 말이다. 로지스틱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서도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두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 책은 유통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술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인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하며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이 책은 유통 기술이나 전쟁술의 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로지스틱스를 통해 형성되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의 폭력을 폭로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전쟁의 로지스틱스에서 출발하여 ‘혁명’을 겪은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로 이동하며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섞인 오늘날의 로지스틱스가 수행하는 사회적 전쟁 ― 이것은 단순히 비유인 것만은 아니다 ― 과 그 대안으로 나아간다. 



로지스틱스』 상세한 소개

로지스틱스(logistics) : 물류인가 병참인가?

로지스틱스(logistics)는 비즈니스의 물류와 전쟁의 병참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통이나 보급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서점에서 로지스틱스로 검색을 하면 군사학이나 경영학 서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이것은 비즈니스술로서의 로지스틱스가 우리 일상에 더 익숙함을 나타낸다. 로지스틱스라는 다소 낯선 말보다 물류나 유통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이나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의 이미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한 이미지가 로지스틱스에 대한 지배적인 이해다. 그러니까 로지스틱스는 상품을 이동시키는 순수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 그것은 우리의 상식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서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분야, 즉 전쟁과 비즈니스 중 무엇을 다룬 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두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 책은 유통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며 전쟁술에 대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순수 기술적인 방편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획이라고 주장하며 로지스틱스를 현대 세계의 중심적인 문제로 다룬다. “로지스틱스와 더불어 새로운 위기가,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새로운 법의 사용이, 새로운 살육 논리가, 새로운 세계 지도가 도래한다.”(12쪽) 요컨대 이 책은 유통 기술이나 전쟁술의 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로지스틱스를 통해 형성되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의 폭력을 폭로하는 이야기다. 저자가 본문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난폭한 무역’(rough trade)이란 단어는 로지스틱스의 폭력적인(rough) 군사적 측면과 비즈니스적 측면을 동시에 드러낸다. 여기서 군사와 민간의 구별은 무의미해지고 그 두 가지가 뒤얽힌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상품의 흐름을 최우선하는 이 네트워크 공장에서 그것을 교란하는 혹은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움직임은 로지스틱스의 ‘삶’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악마화되어 폭력적으로 관리된다.

저자는 전쟁의 로지스틱스에서 출발하여 ‘혁명’을 겪은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로 이동하며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섞인 오늘날의 로지스틱스가 수행하는 사회적 전쟁 ― 이것은 단순히 비유인 것만은 아니다 ― 과 그 대안으로 나아간다.

로지스틱스 혁명 :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뒤얽히다

병사와 물자를 전선으로 보내는 군사술로 출발한 로지스틱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비즈니스계로 편입되었다. 엄청난 양의 인력과 물자를 전 세계에 배치해야 했던 2차 세계대전 동안 전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실험되었고 기업은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무역 지구화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적 혁신으로 꼽히는 컨테이너는 2차 대전 중 미군에 의해 처음 실험되었고 베트남 전쟁을 거쳐 표준화된 지구적 형태로 확립되었다. 또한, 2차 대전 중 레이더망 배치, 잠수함 수색 활동 등 군사적 의사결정을 위한 작전 연구(OR)의 일환으로 개발된 총비용 분석을 통해 로지스틱스에 시스템 접근이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로지스틱스는 완전히 다르게 개념화되었다. “이 시점 이래 로지스틱스는 ‘시스템의 과학’이 되었고 유통에 좀 더 국한되어 있던 로지스틱스 업무는 공간적 관리라는 포괄적인 과학으로 전환되었다.”(68쪽)

이러한 혁명을 통해 로지스틱스는 전쟁술로서의 자신의 역사를 버리고 민간화된 것이 아니라 전쟁술과 비즈니스술이 분리불가능할 정도로 뒤얽힌 다른 무엇이 되었다. 이것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공급 사슬 보안이다.

로지스틱스 공간 : 공급 사슬 보안, 그리고 영토의 변형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지구화를 일으키고 시간과 공간과 영토를 변형하는 현대 세계를 로지스틱스 공간의 시대로 인식할 것을 주문한다. 공급 사슬은 로지스틱스의 전형적인 공간으로서 인프라, 정보, 재화, 그리고 사람들로 구성되며 빠른 흐름에 전념한다. 즉 공급 사슬의 최대 과제는 사물을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순환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공급 사슬 보안의 논리를 동원하여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변형하고 재구성한다.

공급 사슬 보안이란 무엇인가? 세계은행에 따르면 그것은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과 그로 인한, 시민과 조직된 사회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 안녕에 대한 위협을 다루기 위해 적용되는 프로그램, 시스템, 절차, 기술 그리고 해결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은 곧 시민과 사회의 안녕에 대한 위협이다. 다시 말해서 공급 사슬의 보안은 시민과 사회의 안녕을 보장하는 길이며 따라서 그 자체가 하나의 선(善)이 되었다. 이에 따라 공급 사슬 보안은 무역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 근본적인 문제로 부상하며 공급 사슬에 대한 위협은 삶 자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재화 흐름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무수한 사건들, 행위자들, 세력들은 이제 보안이라는 평가기준 하에서 모두 동일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노동 행동이든, 화산 폭발이든, 테러 공격이든, 해적이든,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대립이든, 심지어는 국경에서의 지체조차도 그렇다.”(125쪽) 공급 사슬 보안의 논리는 로지스틱스 시스템의 교란을 국가 안보의 문제로 재정의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전쟁을 옹호한다. 항구를 점거한 노동자들은 이제 테러리스트로 간주되고, 유독성 폐기물 투기와 불법 어획에 저항하는 소말리아 해안의 어부들은 해적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무역 흐름을 교란하는 ‘공격’을 막기 위해 관국가적(transnational) 규제, 국경 관리, 감시, 노동 훈육뿐 아니라 군대가 동원된다.

새로운 보안의 기획이 국민국가의 주권을 보장하는 영토적 경계보다는 지구적 순환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국경은 과거에 자신이 가졌던 어떤 기준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국경선에 따른 내/외부의 구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경을 가로지르는 상품 흐름과 인프라를 보호하는 일이다. 따라서 공급 사슬을 교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국경을 넘어서는 중요한 흐름의 길목들 ― 예를 들어 해적 출몰 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아덴 만 ― 을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사물의 흐름을 보안하기 위해 도시 공간을 어떻게 고안할 것인가 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이 책의 3장과 4장 그리고 5장은 각각 이 문제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국경을 넘어서 통치하는 일이고, 정상적인 노동법을 넘어서 노동자를 관리하는 일이며, 국가 주권을 넘어서 길목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영토성에 기반했던 국가 주권은 네트워크 상업 항로를 보안하는 권위로 재구성되고, 정상적인 노동법과 권리들은 조정되거나 유예되며, 소말리아 주권 영해에 다른 국가들의 군사력 사용이 승인된다.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을 통해 기획되는 로지스틱스 공간은 이제 삶의 모든 영역을 전지구적으로 침범하고 있다.

난폭한 무역(rough trade) : 로지스틱스를 퀴어하기(queering)

본문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난폭한 무역’(rough trade)은 말 그대로 군사술과 비즈니스술의 양 측면을 동시에 지닌 폭력적인 로지스틱스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성적 은어로 널리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trade는 게이 남성의 파트너 혹은 남창을 뜻하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rough trade는 난폭하고 폭력적인 파트너를 말하며, 특히 대형 트럭 운전사, 건설 노동자, 부두 노동자 같은 육체 노동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로지스틱스에 퀴어적 개입을 시도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학자 앤 맥클린톡(Anne McClintock)을 인용하여 BDSM(BDSM은 결박(bondage), 훈육(discipline), 지배(dominance), 굴복(submission), 가학증(sadism), 피학증(masochism)을 포함하는 역할극이나 성적 행위를 말한다.)의 초월적 잠재력을 강조한다. BDSM은 “전환의 극장”으로서 “…… 그것이 빌려오는 사회적 의미를 뒤집고 변형한다.”(332쪽) 따라서 BDSM 중 하나를 수행하는 rough trade 역시 난폭한 무역을 변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rough trade가 가리키는 대상이 트럭 운전사, 부두 노동자처럼 공급 사슬의 핵심적인 노동자라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그 잠재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저자는 17~19세기 대서양 해적들과 선원들의 역사서 『히드라』(갈무리, 2008)의 저자 피터 라인보우(Peter Linebaugh)와 마커스 레디커(Marcus Rediker)를 인용하여 초기 대서양 제국주의의 지리가 “공간적으로 분산된 사회적 질서들을 잡다한 지배 관계들 속으로 던져 넣”(333쪽)음으로써 의도치 않게 창조적인 연대가 생산되었음을 강조한다. “지배 관계들의 폭력적인 하부 구조[인프라]를 통해 구축된 연결들은 대안적 미래상들의 결합 조직이 될지도 모른다.”(333쪽)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에는 이질적인 이 운동들의 삶들”이 “로지스틱스 공간 인프라를 통해 연결된다.”(334쪽) 따라서 “공급 사슬은 광대한 거리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통재(commons)를 위한 네트워크된 “지반”을 제공한다.”(337쪽) 저자는 이것이 다르게 전유된 “로지스틱스 공간의 잠재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 잠재력을 얼마만큼 재전유할 수 있을까?

저자는 순수하게 기술적인 문제로만 여겨지는 로지스틱스를 이처럼 정치적인 무대 위로 끌어올리면서, 교란 역시 정치적 전술임을 강조한다. 교란은 더 높은 생산성의 요구와 그에 따른 압박 ―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 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전술이며, 유독성 폐기물을 버리는 유럽인과 싸우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전술이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에게도 교란은 ― 이 책의 본문에 등장하는 김진숙의 사례를 포함하여 ― 매우 익숙한 전술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크레인으로, 굴뚝으로, 옥상으로 올랐다. 이 책은 그 교란의 의미를, 함께할 동기를 다시 일깨워주고 부여하고 있다. 저자가 책의 3장 서두에서 인용한 조안 위피예프스키의 말처럼,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세계를 멈출 수도 있다.”



추천사

이것은 통찰력 있는, 정말로 혁신적이며, 매우 중요한 책이다. 우리 “로지스틱스 세계”의 역사와 계보, 지리를 보여 주는 『로지스틱스』는 데보라 코웬의 말처럼 바로 그 편재성과 정상성에 의해 너무나도 흔히 ‘평범한 시각에서는 드러나지 않게’ 표현되는 현대 정치의 결정적 문제를 열어젖힌다. 계보학적 관점과 사회·정치 이론 그리고 시사적인 현대의 사례 연구를 깊이 조합하면서 이 책이 보여 주는 융합은 대단히 강력하다. 그것은 엄청난 성취다.
― 미미 쉘러(드렉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로지스틱스』는 지구화와 보안 그리고 경제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는 중요한 책이자, 재화의 물질적 운동의 정치·경제 지리에 대한 더욱 상세한 연구의 시발점이다.
― 저널 『안티포드』(급진 지리학 저널)

코웬의 『로지스틱스』는 로지스틱스 같은 순수 기술적인 것이 어떻게 여러 다양한 영역에서 정치를 조형하는 현상으로 바뀌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반가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정치지리학, 비판지정학, 노동권, 로지스틱스 역사, 그리고 국제 관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 저널 『국제 연구 리뷰』

코웬의 『로지스틱스』는 로지스틱스의 공간 조직화에 대한 매우 중요한 대안적·비판적 독해를 제공한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경제 공간의 변화하는 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 저널 『캐나다 지리학자』

코웬의 연구는 로지스틱스에 대한 학계의 논의에서 널리 퍼져 있는 지배적 담론에 당당히 도전한다.
― 저널 『문화 지리학』


책 속에서 : 『로지스틱스』가 보여 주는 역동적인 세계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대부분 무생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류 공간이 완전히 생명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 「서문 :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에서 사물의 시민성」 32쪽

비즈니스 로지스틱스 과학은 경제적 공간이 고안되고 계산되는 방법을 재구성함으로써, 전지구적 규모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과 유통의 지리를 개조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비즈니스 로지스틱스는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을 건설하는 일에 조력했다. 
― 1장 「로지스틱스 혁명 : “미국의 마지막 검은 대륙”」 68쪽

중국이 항로 및 관문 프로젝트의 선두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 중국은 세계의 공장보다는 로지스틱스 제국으로 개념화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 2장 「국경에서 전지구적 홈으로 : 공급 사슬 보안의 부상」 107쪽

두바이는 아마도 자본을 위한 “디즈니랜드”일 것이다. 그것의 근본적인 사회 질서에서 사람들은 노동자와 시민이라는 계급으로 분리되어 있다. [두바이는] 노동자를 시민성의 영역에서 제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에서 제거하기 위해 극단적인 시도를 한다.
― 2장 「국경에서 전지구적 홈으로 : 공급 사슬 보안의 부상」 114쪽

로지스틱스 노동은 지난 50년 동안의 전지구적인 무역 재조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노동자 신체의 움직임은 지구적인 화물의 운동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노동자 신체는 대개 로지스틱스 공간의 아주 빠른 상품 순환의 비용이기도 하다. 노동자 신체에 대한 이 모든 관심은 지구적 로지스틱스의 육체성과 물질성이 지닌 특징이다. 
― 3장 「로지스틱스의 노동 : 적시 일자리」 191쪽

역사적으로 해적 행위가 국가 주권 시스템을 정의하는 모순적인 지리를 관리하기 위한 결정적인 법적 기술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 … 해적은 문자 그대로 국가 주권 시스템의 공간 외부에 있는 범죄자였지만 법적으로 국제법의 권위 내부에 있었다. 해적은 관계와 순환의 세계에서 절대 공간의 근본적인 공간적 모순을 관리하는 수단이었다.
― 4장 「해적 행위의 지경학 : “소말리아 해적”과 국제법의 개조」 241쪽

최초의 로지스틱스 도시는 두바이의 발명이었으며 그에 따라 로지스틱스 도시의 전개에서 작동하는 노동과 시민권과 보안의 도시적·지구적 정치에 대한 몇 가지 명확한 선례를 구축하였다.
― 5장 「로지스틱스 도시 : 제국의 “도시 심장”」 253쪽

전지구적 로지스틱스 도시에 대한 많은 대항 행동들이 여전히 국지화된 채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채로, 자신의 이미지로 도시를 개조할 능력이 부재한 채로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 한 시기에 대한 진단일 뿐이다. …… 이 새로운 로지스틱스적 제국주의에서 도시의 점거는 어떤 “시민들”(인간, 상품, 또는 기업)이 점거하는가뿐만 아니라 실제로 도시 시민권 행동들이 점거 이후의 도시를 생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남긴다.
― 5장 「로지스틱스 도시 : 제국의 “도시 심장”」 289쪽

생식 이성애 혹은 종 전쟁의 이른바 자연성이 지닌 특징과 같은 공급 사슬 자본주의의 자연성이, 그것이 매일 대안적 신체와 방식과 형태에 가하는 폭력으로 인해 의문시될 뿐 아니라 폭로될 수 있을까? …… 로지스틱스 공간에 대한 퀴어 개입은 어떻게 보일까?
― 「결론 : 난폭한 무역? 섹스, 죽음, 그리고 순환의 퀴어 본성」 325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데보라 코웬 (Deborah Cowen, 1976~ )
토론토 대학교 지리학과 부교수. 수년 동안 토론토의 전후 교외에서 도시 행동주의 연구와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빈곤의 교외화, 인종과 공간의 문제, 도시 보안화, 그리고 민간 공간에 미치는 전쟁의 영향에 대한 글을 썼다. 코웬의 학술 연구는 두 가지 주요 궤적을 따른다. 첫째는 빈곤의 교외화와 인종화에 초점을 맞추고 도시 정치와 도시 계획을 조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폭력과 보안을 조사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영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갈등을 통해 정치적인 것이 어떻게 개조되는지를 검토한다. 코웬은 저널 『환경 및 계획 D: 공간과 사회』의 공동 편집자이며,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의 하이라이즈 팀과 함께 교외의 “디지털 시민성”을 전지구적으로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및 연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교외/도시정치, 시민성과 공간, 노동, 폭력 등을 주제로 연구하는 코웬은 『로지스틱스: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갈무리, 2017)으로 2016년 <국제연구협회>(The 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국제 정치사회학 분과가 수상하는 도서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군사적 노동복지: 캐나다의 군인과 사회적 시민권』(Military Workfare : The Soldier and Social Citizenship in Canada)을 썼고, 에밀리 길버트와 함께 『전쟁, 시민권, 영토』(War, Citizenship, Territory)를 편집했다.

옮긴이
권범철 (Kwon Beomchul, 1978~ )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도시사회학을 전공했고, 메트로폴리스의 공간과 예술에 대한 연구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Art of Squat. 점거 매뉴얼북』(오아시스프로젝트, 2007)을 함께 편집했으며,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과 『빚의 마법』(갈무리, 2015)을 옮겼다.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서문 전지구적인 사회적 공장에서 사물의 시민성 11
시장과 군대 19
영토의 변형 24
회복 시스템과 생존 31
『로지스틱스』의 로지스틱스 36

1장 로지스틱스 혁명 : “미국의 마지막 검은 대륙” 43
“냉철한 계산” : 전쟁의 로지스틱스 47
냉철한 전쟁 계산 : 맥나마라와 관리 55
시스템의 과학 59
로지스틱스 혁명의 로지스틱스 : 총비용 62
사회적 전쟁과 기술 변화 68
새로운 제국적 상상계 : 지도제작과 공간적 메타포 78
혁명 이후 84

2장 국경에서 전지구적 홈으로 : 공급 사슬 보안의 부상 87
로지스틱스의 지구화 92
관문과 항로의 지도제작 101
<아시아태평양관문항로계획> 109
“홈 없는” 시스템의 보안 : 공급 사슬 보안 120
경계선에서 “홈” 공간으로 124
공급 사슬 보안의 지구적 얼개? 137

3장 로지스틱스의 노동 : 적시 일자리 141
죽음과 교란 144
전장으로서의 신체 148
운동(의) 노동 153
공장을 펼치기 157
관리를 위한 지도화 161
빠른 흐름과의 경합 174
순환을 보안하기 : 표적으로서의 운수 노동 178
부메랑과 회로 185
전지구적 공장의 로지스틱스 노동 191

4장 해적 행위의 지경학 : “소말리아 해적”과 국제법의 개조 195
“소말리아의 사회악을 사냥하기” 198
해적 행위란 무엇인가? 205
공급 사슬과 소말리아 해적 215
새로운 공간성 / 변화하는 합법성 225
군대인가 경찰인가? 공공인가 민간인가? 정치인가 경제인가? 239

5장 로지스틱스 도시 : 제국의 “도시 심장” 243
군사 기지에서 로지스틱스 도시로 249
두바이와 로지스틱스 도시의 탄생 253
로지스틱스 도시와 도시 로지스틱스 266
순환과 도시 272
로지스틱스 도시와 로지스틱스적 도시 282
“점거된” 도시 286

결론 난폭한 무역? 섹스, 죽음, 그리고 순환의 퀴어 본성 290
우리 ♥ 로지스틱스 295
이동이냐 죽음이냐 303
새와 벌 306
국경을 가로지르기 311
전쟁과 회복력 있는 유기체 315
우리는 결코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321
로지스틱스를 퀴어하기? 326
다른 “난폭한 무역”을 욕망하기 331

감사의 글 340
옮긴이 후기 345
참고 문헌 349
인명 찾아보기 386
용어 찾아보기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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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마커스 레디커, 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손지태 옮김, 갈무리, 2008)

제국주의 초기 식민지 건설과 노예제 상황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밝혀낸 역사서이다. 공식적인 역사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장작 패고 물 긷는 사람들’, 흑인 하녀들, 혁명적인 해적 선장, 아프리카 노예들, 진정한 아메리카 혁명의 주역인 잡색 부대 등을 만날 수 있다. 히드라는 ‘헤라클레스 신봉자’들에게 맞서 싸운 선원들, 노예들, 평민들 즉 다중(multitude)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17세기 초 영국 식민지 확장의 시작부터 19세기 초 도시중심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지배자들은 점점 세계화·지구화되는 노동체계에 질서를 부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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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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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도시를 구축하라』(이와사부로 코소 지음, 서울리다리티 옮김, 갈무리, 2012)

이와사부로 코소는 ‘유토피아’ 그리고 ‘움직이는 신체’, 유체(流體)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도시를 설명한다. 저자에게 도시란 인류의 꿈과 욕망이 응집된 ‘기획으로서의 유토피아’이다. 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내는 두 극은 ‘도시의 구축’과 ‘혁명운동’인데, 어떤 극에서 유토피아 기획이 작동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공간형식의 유토피아’와 ‘사회적 과정의 유토피아’로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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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카알 폴 클라우제비츠 지음, 김만수 옮김, 갈무리, 2016)

『전쟁론』은 프로이센의 전쟁 이론가인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으로 1832~1834년에 세 권으로 출판되었다. 서양의 정치사상, 국제정치, 전쟁철학, 군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 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이다.